2010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추계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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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이 알아야 할 웰다잉
정 현 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간 연구소
“죽음학”은 thanatology라고 하는데 thanatos는 그리스어로 “죽음”을 뜻합니다. 죽음은 삶과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사생(死生)학” 혹은 “생사학”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죽음학은 사람이 반드시 맞이하게 될 죽음에 관하여 종교학, 철학, 심리학, 간호학, 사회학, 의학, 문화인류학 등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공동 으로 연구를 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내과교과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Harrison 책에서도 2005년 판부터는 완화의료 및 말기 환자 돌봄 (Palliative and End-of-life care)이 책 초반부 서론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말기 암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할 것인지 라든가,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의식이 없어 보여도 청각과 촉각은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감각이므로 가족들이 환자의 손을 잡고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눌 것을 권장하라는 등의 내용입니다.
2008년 1월 미국 하바드 의대에 단기연수를 다녀온 서울의대 의사학교실 김옥주 교수에 의하면, 이곳에 서는 “죽음”을 다루는 수업이 있어서, 의대생들이 죽어가는 환자의 집이나 병상을 매주 방문하여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일기를 작성하여 환자 임종 경험이 많은 임상 의사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함께 모여서 경험을 나누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과과정에도 “환자-의사-사회”나 “의료윤리” 시간에 존엄사,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 등을 다루고 있으나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 많은 분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중고교와 대학교과 과정에 죽음에 대한 수업시간을 1년에 십여시간 이상 포함하고 교재 개발에도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고 합니다. 초등학생인 경우에는 자신이 키우던 애완 동물, 즉 반려 동물의 죽음을 계기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보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 만, 그 실체를 파악하면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교과과정 중에 생물학적 죽음을 넘어선 “죽음과 임종” 문제를 다룸으로써,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죽음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이고 이로써 마지막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환자나 그 가족에게 알려주어 평온하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게 되기를 바랍니다.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수많은 환자, 특히 어린이 환자의 임종을
지키면서 관찰한 공통된 현상과 그 외에 여러 사람의 근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에 대한 수십년간의
경험이 포함된 관찰 연구인 저서 “사후생(死後生, On life after death)”에서 죽음과 임종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
합니다. 로스 박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인생수업” “상실수업” “생의 수레바퀴”라는 베스트셀러의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2004년 타계했습니다. 로스 박사는 세계적으로는 “죽음학”의 효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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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제창한 “죽음을 받아 들이는 다섯 단계”는 유명한 이론으로 세계적으로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로스 박사는 미국의 시사 주간지인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사상가중의 한사람으로 선정 되기도 했습니다. “사후생”은 <한국 죽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의 최준식 교수(한국학)가 미국 한 대학의 서점에서 발견하고 번역해서 우리나라에 소개한 책입니다. 1996년 대화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후 최근 6∼7년간 절판됐는데 2009년 1월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죽음학“이 1963년경부터 대학의 교과목으로 채택되었고 죽음학회(www.adec.org)를 통해서 논문 발표 등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1983년에 근사체험에 관한 일련의 논문이 의학 회를 통하여 발표되어 많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구에서는 근사체험에 대한 임상연구가 2001년 Lancet 의학학술지(2001;358:2039-45)에 발표되기도 했고, 이에 대한 논평(editorial)도 실렸습니다. 기획 에서 발표까지 10년쯤 걸린 연구입니다. 근사체험이 죽음 전체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죽음의 세계를 문틈이나 열쇠구멍을 통해 엿본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것이 자살예방교 육이나 말기 암 환자 보살핌 등 의료에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고령의 노인들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 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6월 한국죽음학회(www.kathana.or.kr)가 창립되어 월례 포럼도 하고 봄, 가을 학회 를 열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거나 회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이 죽음에 대한 갖는 태도는 무관심과 부정(denial), 두 가지입니다. 평소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데 가까운 친척의 죽음을 맞으면 잠시 관심을 두다가 다시 무관심해지지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도 머리로 는 알고 있지만 무의식에는 “나만은 절대 안 죽는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고, 이는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 도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철학자인 유호종 교수는 “살아 있는 날의 선택”에서 평소에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하여 말하 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근사체험이나 삶의 종말체험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고 순전히 철학자의 사유만으로 죽음을 바라 본 것입니다. 우리는 여행을 가기 전에 가려는 곳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기도 하고 관련 책자를 사서 열심히 정보를 얻으려고 합니다. 또 떠나기 직전까지 집안을 정돈하고 다른 가족을 위해 이것 저것을 챙겨 놓거나 단속해 놓고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을 메모로 남겨 놓기도 하지요. 하물며 장거리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에로의 여행을 위한 사전준비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사전준비서와 같습니다.
영국의 신경과 의사 피터 펜윅 박사는 임종 시에 관찰되는 여러 건의 삶의 종말 체험에 관한 증례와 근사체험 예를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수집한 뒤 이를 “죽음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습니다. 신경 과 의사라면 당연히 ”우리의 마음, 의식은 뇌에 국한된다”는 믿음을 금과옥조로 여길 텐데,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참신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 세상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하는데 세상의 물질적인 특성에 대한 연구만으로 충분하다는 “과학적 근본주의” 믿음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주위를 살펴봤더니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의 기술”에 나오는 삶의 종말 체험 예가 상당히 많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한 인류의 공통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스피스 활동을 오래 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체험을 “마지막 선물(Final gift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나 주위의 가족 모두에게 평안한 감정을 주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지식이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또한 상술한 주제에 대한 관심이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갖는 질병의 괴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줄 수 있고 삶의 마지막 마무리를 도울 수 있는 길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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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펜윅 박사는 다음과 같이 좋은 죽음을 맞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훌륭한 죽음”에 방해가 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채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며, 그 일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화해이다. 만약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그들의 용서를 구하며, 자신의 잘못이나 오해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할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고 있다면,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은 그들에게 깨어졌 거나 위기에 처한 인간관계를 바로 잡을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늦어도 관계없다. 만약 마무리하지 못한 일, 즉 가족 사이의 불화나 문제가 있는 인간관계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면, 모두가 그 문제들을 해결할 기회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미안했어.” 라거나 “난 당신을 용서해.”
라거나 “당신을 사랑해.”라는 말 한 마디면 족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에 의하면 죽음은 나비가 고치를 벗어 던지는 것처럼 단지 육체를 벗어나는 것에 불과하며, 죽음은 더 높은 의식상태로의 변화일 뿐이라고 합니다. 천둥과 번개를 하늘의 노여움으로 생각했던 과거에는 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엄청났으나 그 실체를 파악한 뒤부터는 공포감을 느끼지 않았듯이, 죽음의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그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사후생. 죽음 이후의 삶의 이야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최준식 옮김. 대화문화아카데미.
2. 살아 있는 날의 선택. 유호종. 사피엔스21.
3.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알폰스 데켄 지음. 오진탁 옮김.
4. 죽음 또 하나의 세계. 최준식 지음. 동아시아.
5. 나도 이별이 서툴다. 죽음에 대한 어느 외과 의사의 아름다운 고백. 폴린 첸 지음. 박완범 옮김. 공존.
6.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작가정신.
7.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유경 지음. 궁리.
8.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9.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죽음을 알면 자살하지 않는다. 오진탁 지음. 세종서적.
10. 왜: 인간의 죽음, 의식 그리고 미래. 최준식 지음. 생각하는 책.
11. 죽음아 날 살려라. 텍스트로 철학하기. 텍스트해석연구소. 유헌식 등저. 휴머니스트.
12. 죽음의 기술. 피터 펜윅, 엘리자베스 펜윅 공저. 정명진 옮김. 부글 북스.
13.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 능행 지음. 도솔.
14. 빛 색깔 공기. 우리가 죽음을 대할 때. 김동건 지음. 홍성사.
15.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16.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이진 옮김. 이레.
17. 죽음에 대하여. 김진 지음. 울산대학교 출판부.
18. 나쁜 소식 어떻게 전할까. 암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우치토미 요스케, 후지모리 마이코 편저. 김종흔, 김미영, 권미 림 옮김. 국립암센터.
19.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최철주 저. 궁리.
20. 마지막 여행. 매기 캘러넌 저. 이기동 역. 프리뷰.
21. 마지막 사진 한 장.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베아테 라코타 지음. 장혜경 역. 웅진지식하우스.
22.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셔원 B 뉴랜드 저. 명희진 역. 세종서적.
23.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서. 최화숙 저. 월간조선.
24.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 Earl A. Grollman 지음. 정경숙. 신종섭 옮김. 이너북스.
25. 다시 산다는 것. 레이먼드 A. 무디 주니어 지음. 주진국 역. 행간.
26. 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찬희 옮김.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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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죽음에게 삶을 묻다. 유호종 지음. 사피엔스21.28. 죽음, 그후. 제프리 롱, 폴 페리 공저. 김재성. 조옥경 공저. 한언.
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켄 윌버 지음. 주진국 옮김. 한언.
30. 사생학이란 무엇인가. 시마조노 스스무. 다케우치 세이치 편. 정효운 역. 한울아카데미.
31. 우리 아이가 죽음에 대해 묻기 시작했어요. 마리 엘렌 앙크르베 랑베르 지음. 윤미연 옮김. 프리미엄북스.
32. 죽음을 어떻게 살까. 아이라 바이옥 저. 홍종현 역. 다산글방.
33. 죽음의 수업. 이이다 후미히코 저. 김종문 역. 인간사랑.
34. 한국인의 죽음관. 이은봉 저. 서울대학교 출판부.
35. 죽음이 눈뜨게 한 삶. 어느 말기암 환자가 보내는 삶의 메시지. 책만드는집.
36. 죽음 그리고 성장.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 이주혜 역. 이레.
37.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한국인의 죽음론. 김열규 저. 궁리.
38. The Last Dance. Encountering Death and Dying. DeSpelder LA, Strickland AL. 8th Edition. 2009. McGraw Hill.
39. Lommel PV, Wees RV, Meyers V, Elfferich I. Near death experience in survivors of cardiac arrest: a prospective study in the Netherlands. Lancet 2001;358:2039-45.
40. Yun YH, Lee CG, Kim S, Lee S, Heo DS, Kim JS, et al. The attitudes of cancer patients and their families toward the disclosure of terminal illness. J Clin Oncol 2004;22:307-14.
41. Lai CF, Kao TW, Wu MS, Chiang SS, Chang CH, Lu CS, et al. Impact of near-death experiences on dialysis patients: a multicenter collaborative study. Am J Kidney Dis 2007;50:124-32.
42. Morse DS, Edwardsen EA, Gordon HS. Missed opportunities for interval empathy in lung cancer communication. AMA 2008;168:1853-8.
43.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한국죽음학회 제정. 2010년 가을 출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