珍本 靑丘永言 490- 501
490. 져멋고쟈 져멋고쟈 열 다섯만 져멋고쟈/ 에엿분 얼골이 냇 에 셧 垂楊버드나모 광대 등걸이 되연제고/ 우리도 少年行樂이 어제론 듯 여라
▶ (이미 늙은 몸이지만 마음만은) 젊어지고 싶구나, 젊어지고 싶구나. 열 다섯만 젊어지고 싶구나/ 어여쁜 얼굴이 냇가에 서있는 수양버드나무의 험상궂은 등걸이가 되었구나/ 우리가 소년 적에 놀았던 즐거움이 어제인 듯 하구나
▶져멋고쟈: 젊어지고 싶다. 젊고 싶다.
광대 등걸이: 험상궂은 등걸, 지지리도 못생긴 버드나무의 뿌리부분 少年行樂(소년행락):소년 적에 놀았던 즐거움
어제론 듯 여라: 어제인 것만 같구나
491. 술먹어 病 업 藥과 色 여 長生할 藥을 갑주고 살쟉이면 / 盟誓ㅣ개지 아 모만들 관계 랴 / 갑주고 못 살 藥이니 뉜츼 아라가며 소로소로 여 百年 지 리라
▶술 먹어도 병 없는 약과 여색을 좋아하여도 오래 살 약을 돈주고 살 수 있으면/ 맹세코 아무리 비싼들 관계하겠는가!/ 돈주고 못 살 약이니 눈치 알아가며 조금씩 하여 백년까지 해보세.
▶盟誓(맹서): 맹세 아모만들: 얼마인들
소로소로: 살금살금, 살살, 조용히, 조금씩 갑주고: 돈주고
492. 粉壁紗窓 月三更에 傾國色에 佳人을 만나/ 翡翠衾 나소긋고 琥珀枕 마조볘고 잇 지 서로 즐기 양 一雙鴛鴦之遊綠水之波瀾이로다/ 楚襄王의 巫山仙女會를 부를줄이 이 시랴
▶분벽사창 깊은 달밤에 한 나라를 기울일 만한 미인을 만나/ 비취이불에 들어가 누워 호박베개를 마주 베고 느긋이 서로 즐기는 꼴은 마치 한 쌍의 원앙이 푸른 물결 위에서 노니는 듯 하다/초나라 양왕의 아버지인 훼왕이 무산의 선녀와 만난 것이 부러울 줄이 있으랴.
▶粉壁紗窓(분벽사창): 분통같이 깨끗하고 비단천으로 바른 창문이 나 있는 방 月三更(월삼경): (달이 뜬) 깊은 밤
傾國色에 佳人(경국색에 가인): 한 나라를 기울일만한 아름다운 미인 翡翠衾(비취금): 비취이불
나소긋고: 들어가서 눕다.
琥珀枕(호박침): 호박색의 베개 잇 지: 이와 같이
一雙鴛鴦之遊綠水地波瀾(일쌍원앙지유녹수지파란): 한쌍의 원앙이 푸른 물결을 일으키며 물 위에서 놀다
楚襄王(초양왕): 중국 초나라 37대왕
巫山仙女會(무산선녀회): 초나라의 양왕의 아버지인 훼왕이 꿈속의 무산에서 선녀를 만났 다는 고사.
493. 柴扉에 개 즛거 님만 너겨 나가 보니/ 님은 아니 오고 明月이 滿庭듸 一陳秋 風에 닙지 소릐로다/ 져 개야 秋風落葉 헛도이 즈저 날 소길 줄 엇졔요
▶사립문에 개가 짖기에 님인가 하여 나가 보니/ 님은 아니 오고 밝은 달이 뜰 안에 가득한 데 한때 불어 치는 가을 바람에 잎 떨어지는 소리로다./ 저 개야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에 헛되이 짖어 날 속이는 건 어째서냐
▶柴扉(시비): 사립문
一陳秋風(일진추풍): 한때에 불어치는 가을 바람 秋風落葉(추풍낙엽):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 엇졔요: 어째서냐
494. 새악氏 書房 못마자 애 다가 주근 靈魂 건삼밧 삼되야/ 龍門山 開骨寺에 니 진 늘 근 즁놈 들뵈나 되얏다가/ 잇다감 나 려온제 슬 겨볼가 하노라
▶새악씨 서방을 못 만나 애쓰다가 죽은 뒤 그 영혼 마른 삼밭의 수삼이 되어/ 용문산 개골 사의 이 빠진 늙은 중놈들의 들보나 되었다가/ 이따금 땀나서 가려울 제 슬쩍 비벼나 볼까 하노라
▶ 새악氏(시) 書房(서방) 못마자: 새악씨 서방을 못 얻어서의 옛말
건삼밧 삼되야: 마른 삼포의 굵고 커다란 삼이 되어, 마른 삼밭의 수삼이 되어 *여기서 “삼”은 “베”를 만드는 것이다.
들뵈: 남자들의 성기나 항문에 병이 생겼을 때 부삿에 차는 헝겊.
슬쪄겨볼가 노라: 슬쩍 건 들여 볼까 하노라
495. 靑天 구름 밧긔 노피 白松骨이/ 四方千里를 咫尺만 너기 듸/ 엇더타 싀궁츼 뒤 져 엇먹 올히 제 집 門地方 넘나들기를 百千里만 너기더라
▶푸른하늘 구름밖에 높이 떠서 나는 저 흰 송골매는/ 사방천리를 지척같이 여기는데/ 어찌 해 시궁창 뒤져 먹는 오리는 제 집 문지방 넘나들기를 백리천리 같이 여기느냐
▶白松骨(백송골): 독수리 과에 딸린 새의 하나, 흰 송골매
싀궁츼: 더러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썩어서 질척질척하게 된 도랑, 시궁창 올히: 오리
엇먹: 얻어먹는
496. 기러기 외기러기 너 가 길히로다/ 漢陽城臺에 가셔 져근덧 머므러 웨웨 쳐불러 부듸 말만 傳 야 주렴/ 우리도 밧비 가 길히니 傳할동말동 여라.
▶기러기 외기러기야 네가 가는 길이구나/ 한양성 대궐에 가서 잠깐 머물러 웨웨 소리 쳐 부디 한 말만 전하여 주렴/ 우리도 바삐 가는 길이니 전할동말동 하여라
▶漢陽城臺(한양성대) : 한양성 대궐 져근덧: 잠깐, 잠시 동안
497. 漢武帝의 北斥西擊 諸葛亮의 七縱七擒/ 晋나라의 謝都督 八空山 威嚴으로 四夷戌狄이
다 러 린 後에/ 漠南에 王庭을 업시 고 凱歌歸來 여 告闕成功 리라
▶한무제가 북쪽의 흉노와 남쪽의 오랑캐를 평정한 일,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공격하 고 일곱 번 승리하는 대 승전을 이룩한 일/ 진나라 사도독은 팔공산 싸움에서 오로지 위 엄으로 오랑캐를 다 쓸어버린 후에 /내몽고에 있는 왕정을 없애고 개선가를 부르며 승리해 돌아온 것을 임금에게 고하리라.
▶北斥西擊(북척서격): 북쪽에서 밀어 치고 서쪽에서 공격한다.
七縱七擒(칠종칠금): 일곱 번을 공격하여 일곱 번을 다 이겼다.
謝都督(사도독): 중국 진나라 장수로 인품이 고귀하였다 한다. 사현
*胡(호)나라의 백만 대군이 팔공산 싸움에서 사도독의 위엄을 보고서 싸우지도 못하고 항복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四夷(사이): (1) 중국 사방의 이민족(異民族).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 狄). (2) 야만인의 총칭. 사방의 복종하지 않는 이민족(異民族).
四夷戌狄(사이술적): 오랑캐 漠南 : 중국 내몽고 지역.
王庭(왕정): 임금이 다스리는 조정. 여기서는 胡國(호국, 흉노)의 조정을 말함 凱歌歸來(개가귀래):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오다.
告厥成功(고궐성공):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옴을 임금에게 고한다.
498. 陽德 孟山 鐵山 嘉山 린 물이 浮碧樓로 감도라 들고/ 마흐라기 공이소 斗尾 月溪 린 물은 濟天亭으로 도라 든다/ 님 그려 우 눈물은 벼갯모흐로 도라든다
▶양덕, 맹산, 철산, 가산에 흘러내리는 물은 부벽루로 감돌아 들고/ 마흐라기, 공이소, 두미, 월계에 흘러내리는 물은 제천정으로 돌아들고/ 님 그리워 우는 눈물은 베개 속으로 돌아 든다.
浮碧樓(부벽루): 평양 모란봉 밑 절벽에 있는 누각의 이름
濟天亭(제천정): 평양 대동강 주변에 경치가 뛰어난 곳에 있는 정자의 이름
陽德(양덕), 孟山(맹산), 鐵山(철산), 嘉山(가산), 마흐라기 공이소 斗尾(두미), 月溪(월계):
대동간 주변의 지명이며 대동강의 水源(수원)이기도 하다.
감도라 든다: 감아 돌아 흐른다.
499. 고래물혀 채민 바다 宋太組ㅣ金陵치라 도라들제/ 曹彬의 드 칼로 무지게 휘온드시 에후루혀 리 노코/ 그 건너 님이 왓다 면 상금상금 건너리라.
▶고래가 바닷물을 들여 마셨다가 힘차게 뿜어내듯 하는 굳센 힘으로 송태조가 금능을 치러 돌아들 때/ 조빈의 잘 드는 칼을 무지개가 휘어진 듯이 양쪽을 휘어서 다리를 놓고/ 그 건너에 님이 왔다 하면 성큼성큼 건너리라.
▶물혀: 물을 들여 마시다.
채민: 내뿜다.
宋太組(송태조)ㅣ金陵(금능)치라 도라들제: 중국 송나라 송태조가 남송의 서울 남경을 100 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갈 때.
曺彬(조빈): 송태조의 참모격의 장수로서 힘이 세고 칼을 잘 쓰는 장수였다.
휘온드시: 휜듯이
- 4 - 에후루혀: 둥글게 휘여
500. 司馬遷의 鳴萬古文章 王逸少의 掃千人筆法/ 劉伶의嗜酒와 杜牧之好色은 百年從事 면 一身兼備 려니와/ 아마도 雙傳키 어려을슨 大舜曾參孝와 龍逄比干忠이로다
▶사마천은 만고에 문장가로 이름이 나있고, 왕일소는 천 사람의 필법을 물리쳤다/ 유령은 술을 즐기었고 두목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백년을 따라해야 한 몸에 겸비하려니와/ 아 마도 두 가지를 겸비하기 어려운 것은 순임금과 증자의 효와 용방과 비간의 충성인가 하노라
▶司馬遷(사마천): 중국 前漢(전한)의 역사가이며 이름난 문장가이다.
鳴萬古文章(명만고문장): 만고에 떨친 문장으로서의 명성을 날림 王逸少(왕일소): 진나라의 명필가. 왕희지를 말함.
掃千人筆法(소천인필법): 천명의 사람을 물리칠만한 필법 劉伶(유령)의 嗜酒(기주): 유령은 술을 좋아함
杜牧(두목): 여자들이 그를 너무 좋아하여 두목이 지나가면 여자들이 그의 수레에 귤을 던져 귤이 수레를 다 채웠다는 고사가 있다
杜牧之好色(두목지호색): 두목은 여색을 좋아한다.
雙傳(쌍전)키 어려올슨: 두 가지를 겸하기 어려운 것은
大舜曾參(대순증삼): 순임금과 공자의 제자 증자를 말함. 두 사람은 지극한 효행자이다.
龍逄比干(용방비간): 용방은 하나라 桀 임금의 충신, 비간은 은나라 紂 임금의 숙부로써 주왕의 음란함을 충정 어린 마음으로 간하다가 피살되었다.
501.大川바다 한가온대 中針細針 지거다 / 열나믄 沙工놈이 긋 므된 사엇대를 긋긋치 두러메여 一時에 소릐치고 귀 여 내닷말이 이셔이다 / 님아 님아 온 놈이 온 말은 여도 님이 짐쟉 쇼셔.
▶대천바다 한 가운데 중바늘 세바늘이 빠졌는데 / 열 명이 넘는 사공들이 끝이 무딘 삿대 를 꼿꼿하게 둘러메고 한번에 소리치며 바늘귀에 꿰어 낸다는 말이 있답니다. / 님이시여, 님이시여, 온갖 사람이 온갖 말을 하여도 님이 헤아려 주십시오.
▶ 中針細針(중침세침) : 크기가 중간되는 바늘과 제일 작은(가는)바늘.
지거다 : 빠졌도다.
열나믄 : 열이 넘는. 십여 명.
긋 : 끝
므된 : 무딘. 날카롭지 못한.
사엇대 : 삿대. 상앗대라고도 하며 물 속을 짚어 보는 기다란 대.
긋긋치 : 꼿꼿하게. ‘긋(必)’을 둘 합하여 부사를 만들었다.
귀여 : 바늘귀를 꿰어. ‘여’는 ‘다’에서 온 것이니 ‘다〉다’에서 ‘ㅣ’모음이 탈락한 것이다. ‘다’는 뚫다의 뜻.
내닷말이 : 내었다는 말이 이셔이다 : 있습니까. 있었던가 온 : ‘百’의 고어. 모든 짐쟉쇼셔 : 헤아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