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전략의 변화에 대한 분석
An Analysis on China’s Evolving Military Strategy
황 태 성 (Taesung Hwang)
1)육군대학 지휘참모과정
이 만 석 (Manseok Lee)
2)UC Berkeley 공공정책대학원
ABSTRACT
China is inaugurating an era of bipolar order in East Asia with the United States as its chief rival. China’s economic and military growth and its competition with the United States are exerting a major influence on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ies of East Asian countries, including South Korea. In the era of great-power rivalry, the regional countries need to recalculate their expected gains and losses; South Korea, for example, faces increasing pressure to choos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hina. As the power dynamics in East Asia change, China is modernizing and reforming its military to increase its influence in East Asia and protect its geographically expanding national interests. At the same time, Chinese leaders are using military diplomacy and security cooperation to make the case that reinforcing the expeditionary capability of the People’s Liberation Army plays a positive role in regional security. China also intends to enhance deterrence by increasing interoperability with other countries through joint military exercises.
Due to China’s growing military power and geographical proximity to South
1) toughhts@naver.com 2) mos64ms@berkeley.edu
Korea, understanding and evaluating China’s evolving military strategy is particularly urgent and will provide valuable implications for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ies of South Korea. Using open-source data, this study aims to analyze what China’s expansion of its national interests and the impact of this expansion on the security environment mean in terms of its current and evolving military strategy. By doing so, this paper will provide useful knowledge in establishing South Korea’s own evolving national security strategy.
Key words : China, Military Strategy, Military Power, Military Diplomacy, National Defense, Chinese Dream
주 제 어 : 중국, 군사전략, 군사력, 군사외교, 국방, 중국몽
Ⅰ. 서 론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함께 양극질서(bipolar order) 시대 를 열어가고 있다. 경제력에서 2010년 이후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2위에 올라섰을 뿐 만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도 그 힘과 영향력을 날로 키우는 추세다. 따라서, 최근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주요 논의가 미・중 간 세력 경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중국의 성장과 미·중의 경쟁은 역내 국가 및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에도 매우 큰 영 향을 준다. 역내 국가들은 두 강대국의 경쟁으로 인해 자신들의 손익계산을 강요받게 되었으며, 한국을 대상으로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라는 압력이 커 지고 있다(김열수 2020). 중국은 2020년 11월 15일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3)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한편 조 바 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통적인 동맹 관계의 복원과 다자주의의 회복을 강조하 면서 ‘동맹 지렛대’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대통령 취임 후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구상했던 중국의 견제를 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해 한국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최병일 2020). 미국과 중국의 세계 경제력 주도권 다툼 속에 우리의 안보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국방백서(中国的军事战略)를 통해 “중국의 꿈은 강국몽(强国梦)이다.
군에 있어서는 강군몽(强军梦)이고, 강대한 군대가 없다면 공고한 국방도 있을 수 없 으며, 강국몽 역시 실현할 수 없다.”며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천명하고 나섰다.4) 이러 한 상황에서 과거 사드 배치와 같은 이슈가 발생한다면 한국의 국가안보는 다시 어려 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사드 사태 이전까지 한국은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양쪽 모두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최대한의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해 왔지만, 사드 사태 를 겪으며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한령을 내리고, 한국제품 불매, 한국관광을 제한하는 등 매서운 경제보복에 직면해야 했다. 따라서 이러한 선택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시 점에서 우리는 중국의 군사전략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국내의 중국 군사전략에 관한 연구들은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부상에 따른 한
3)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의 10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포함한 총 16개국의 역내 무역자유화를 위한 협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다.
4) 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新闻办公室,《中国的军事战略》(2015), 第2章 军队使命和战略任务.
국의 군사전략을 포괄적으로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많은 연구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우리의 전략을 역사적으로 분석하거나 개념적으로 논의하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예를 들어, 김재엽(2018)은 중국의 대주변국 군사분쟁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군사 전략의 특징을 적극방어로 규정했고, 이러한 특징이 지리적·기능적으로 더욱 확대·강 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상택(2018)은 중국의 군사전략이 역사적으로 변화해온 흐 름을 분석하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안보위협이 높아질 가능성이 내재하여 있다고 평가한다. 이강경과 설현주(2019)는 중국의 군사전략 중 핵전략 변화에 집중하여 적극 적 방어를 추구하는 중국 핵전력의 변화양상과 핵전력 강화현황을 분석한다. 박민형 (2012)은 ‘군사적 위협인식’관점에서 중국의 부상을 의도와 능력 면에서 분석하였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직접적 협력 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현섭(2017)과 박병찬(2020)은 시진핑 시기 중국몽 이 어떻게 군사변혁에 투영되는지를 거시적인 시점에서 고찰함으로써 중국식 군사변 혁의 특징을 분석한다. 김태성과 이상현(2018)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따른 한국의 전략적 대응방향을 모색하면서 한반도 안보질서의 재편 과정에 있어 미·중의 경쟁과 대립에 따라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피하고, 다자간 안보협력회의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연구들이 가지는 공통적 한계는 중국의 변화하는 국가이익으로부터 전략목 표와 수단, 전략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중국의 변화하는 국가이익이 무엇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군사전략은 어느 방향으로, 왜 가 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 서 올바른 국가안보전략 대안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 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의 확장되는 국가이익과 변화하는 안보환경이 중국 의 군사전략의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와 함의가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중국의 군사 전략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통해 최근 증대되는 안보수요에 대응하여 한국의 안보전 략이 적절하게 수립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앞으로 이 논문은, 먼저 변화하는 중국의 군사전략 환경을 평가하고, 이어서 중국의 군사전략 목표와 수단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고찰한다. 다음 장에서는 중국의 군 사외교 및 안보협력의 측면에서 군사전략의 방법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 분석함으 로써 본 연구의 함의와 결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변화하는 중국의 군사전략 환경
군사전략은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결정하고,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Brands 2014). 한 국가의 군사전략은 군사전략 환경의 영 향을 받는다. 전략환경의 변화로 인해 때로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고, 전략수단이 비효과적이 될 수도 있으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들은 변화하는 군사전략 환경에 반응하여 전략목표, 수단 또는 방법을 변 화시킨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전략목표는 국가정체성 및 국가이익과 결부되어 있기 때 문에 크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군사전략의 변화는 주로 변화하는 군사전략 환경 속에서 국가전략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전략수단과 방법을 어떻게 변화시 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Lee & Lee 2020).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장에서는 먼저 중국의 국가이익을 둘러싼 환경과 군사전략이 수행되는 외부 전략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1. 지리적으로 팽창하는 중국의 국가이익
1980년대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으로 인해 중국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 고, 이는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와의 통합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중 국의 급속한 성장은 수입 부품, 석유와 천연가스, 식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수 백만의 중국 노동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일하게 되었다(Economy & Levy 2014).
중국의 해외진출이 선진국 시장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시장은 포화상태였고, 경제 성장률은 낮았으며, 먼저 시장을 장악한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쳐야 했다. 따라서 중국의 해외 진출은 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개발 도상국,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곳, 자원이 풍부한 곳에 집중되었고, 해외에서 중국의 이익을 확보하고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2004년 인민해방군에 중국의 국제적 이익을 확대하고 보호하는 “새로운 역사적 임무”
를 부여했다(Hartnett 2009). 이는 위험한 상황에 부딪힌 중국 국민의 소식이 소셜 미 디어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질수록 중국 정부가 해외에 있는 중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Parello-Plesner & Duchâtel 2015). 이 역사적 임무 아래 인민해방군 해군은 아덴만에서 해적퇴치 작전을 수행하였
으며, 리비아와 예멘 소요사태 시 중국인들을 철수시키는 작전을 수행하였다. 이와 더 불어 최근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해 유라시아 및 기타 지 역 국가에 대한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해외에 진출 한 중국 국민과 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림 1> 중국의 해외지역별 투자현황, 2005-2017(Heath 2018)
<그림 2>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현황 지도 출처(Heath 2018)
<그림 1>과 <그림 2>에서 보듯이, 현재 거의 모든 국가에 중국의 외교, 경제, 인적 자원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3만여 개의 중국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있으며, 매년 1억 명 이상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Heath 2018). 2005년 이 후 중국의 해외 투자의 누적액은 2조 7,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일부 국가에게 중국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이 국가들에게는 중국의 공장, 중국이 개발하는 광산,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국가를 떠받치는 힘이 되고 있다(Parello-Plesner
& Duchâtel 2015).
<그림 1>에서 보다시피 선진국이 투자를 망설이는 지역에 중국이 공격적으로 투자 를 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자본과 인력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지역의 중국 자본과 인력은 테러단체의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Parello-Plesner & Duchâtel 2015). 앞으로 일대일로 사업이 아프리카, 중동, 중 앙아시아, 남아시아 등으로 확장되어 나가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서 중국인과 기업, 시설에 대한 테러공격 위협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 정부의 분석가, 대학교수,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해외에 있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에 대해 활발한 연구와 논 쟁이 이어졌다(Gunness & Mastro 2016). 그 결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역할이 확대되 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앞서 말한 ‘새로운 역사적 임무’의 하나로 인민해방 군에 해외이익을 보호하는 임무가 추가되었다. 이는 인민해방군 해군과 공군이 해외 에 있는 중국 국민을 보호하고 유사시 철수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한 대규모 전력증강의 근거가 되었다. 예를 들어, 아덴만에 배치된 중국의 해군과 아프리 카 지부티(Djibouti)에 설치된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는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유사시 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한 원정작전 수행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더불어 중국 은 파키스탄 등에 자국의 군사기지를 추가로 설치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군 기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민간항구 사용거래 체결 및 장기 임차를 추진하고 있 다. 대표적 사례가 2017년 7월 중국이 99년간 운영권을 확보한 스리랑카 함반토타 (Hambantota) 항구이다. 이는 중국이 그간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고 동남아, 인도양, 아프리카의 국가들과 정치, 외교, 경제, 군사 협력 등 관계를 강화하면서 주요 항구를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검은 진주’인 석유를 확보함과 동시에 제해권을 장악함으로써 에너지와 화물 수송로 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국의 군함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
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이장훈 2017)
중국군의 확대되는 역할은 인민해방군 장교들 사이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특히, 인민해방군 장교들은 중국군의 해외 진출을 군사력을 증강하고 원정작전능력을 확대 할 기회로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이 해외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반대로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 대한 위 험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민해방군의 해외 주둔은 해당 국가의 국민과 마찰을 일 으킬 수 있으며, 해당 국가의 국내 정치문제와 관련될 경우 복잡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안보전문가들이 민간 보안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더욱 합리적이 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인민해방군은 직접적인 경비, 경호 임무보다는 해당 국가가 국 가안보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고 생각한다 (Heath 2018). 이러한 문제 인식과 접근법을 바탕으로 중국은 중국-파키 스탄 경제 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을 보호하기 위해 파키스탄군과 협조하고 있다.
앞으로 인민해방군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중동과 아프리카를 출발하여 인도양과 말라카 해협을 거쳐 중국으로 운반되는 과정에 서 지나는 해상 교통로(SLOC: Sea Lines of Communication)를 보호하는 것이다. 중 국이 에너지 공급 경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가스 파이프라인과 파키스탄 등을 통한 지 상 운송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으로 수입되는 에너지 대부분은 위 해상경로 를 지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인도 해군과 군사적 충돌 시 중국의 에너지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급소(急所)이다. 중국 해군은 이러한 취약점을 상 기시키며 대양해군(Blue Water Navy)을 건설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수 천 킬로 떨어진 곳에서 원정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해군 전단을 건설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며,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지정학적 환경(특 히 환경문제로 인한 화석연료의 수요감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중국 정부 및 인민해방군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Saunders 2020).
2. 냉전 이후 전략환경변화
아직 미해결된 영토분쟁을 비롯한 중국의 잠재적 안보위협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 존재한다. 그러나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구 소련과 달리 중국은 영토분쟁,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등 국내외 안보위협 관리에 있어
주변국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 이에 따라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다양한 외교, 군사, 경제 보장 조처를 함으로써, 주변국과의 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2004 년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체결된 통킹만 어업협정이다. 중국은 통킹만 영해분할에 있 어서 베트남에 일정부분 양보를 하였으며, 양국은 이후 남중국해 분쟁이 격화되기 전 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 기간에 중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 으며, 지역 및 세계 경제로 통합되면서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의 최대 수출시장이 되 었다(동아시아에서 필리핀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과 주변국 간에 군사력에서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토 분쟁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억제하는 중국의 전략적 인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Saunders 2014).
그러나 2009년 이후로 중국은 양자 간, 지역 간 얽힌 국가이익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Bader 2012; Swaine 2010). 외교적 강압, 공격적인 군 사 및 준군사 행동, 그리고 국제기구를 통한 지역 국가들의 항의를 공개적으로 무시 하는 중국의 행동은 그동안 중국이 쌓아놓은 우호적 관계와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 분했다. 주변국을 자극하는 가장 눈에 띄는 행동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무단으로 일 부 산호섬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 뒤, 이에 더해 인공섬을 건설하고 이를 군사기지 화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동아시아 지역국가들은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불 안함을 느끼게 되었고, 중국의 굴기가 결코 평화롭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Fravel 2014; Swaine & Fravel 2011).
지금 중국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딜레마는 미국과의 갈등을 촉발하지 않고,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지배적인 역할을 확립하는 것이다. 중국은 외교를 통해 자국의 평화 적 의도를 강조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윈-윈” 해법을 추진하려고 노력하지만, 과거 중국이 했던 행동과 일부지역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갈등 때문에 주변국은 쉽게 안 심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6월 중국-인도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유혈 충 돌로 인해 수십 명의 군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남중국해에서는 베트남, 말레 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이 주장하는 해상영토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센카쿠 제도를 둘러싼 분쟁도 계속 진행 중이며, 대만과는 언제 군사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전 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이 고조되어있다. 국내적으로 홍콩 시위의 진압과 신장위 구르 자치구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납치 및 노동수용소 수감은 중국을 아직 인권이나 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국가로 인식하게 만든다.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 아시아 안보질서의 필요성과 장기적인 정 권유지를 위한 국내 치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이 필요시 군사력을 이용하여 위의 조건을 달성하고자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주변국 가들은 중국이 민족주의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날로 강력해지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강 압적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말하는 방어적 조치가 ‘주권과 영토보전을 위한 제반 조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언제든 방어적 선제조치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으며, 따라서 주변국들은 중국의 행동을 경계한다(중국 국무원 2019).
3. 중국-대만 문제
대만은 동아시아 지역 국가 중 중국의 위협을 가장 크게 느끼는 국가이다. 대만을 점령하는 것은 태평양으로 향하는 중국의 중요한 지정학적 이익 중 하나이며, 치욕의 100년을 뒤로하고 2049년을 기점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일으키겠다는 중국 의 야심 찬 계획의 핵심이 대만과의 통일이기 때문이다(Pillsbury 2015). 중국은 대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동시에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유사시 군사적으로 대만을 확보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기르고 있다. 이는 대만군과의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군사력(상륙전 능력)뿐만 아니라 미군이 효과적으 로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적 억제능력을 포함한다.
마잉주(馬英九)가 대만 총통(2008∼2016년)이었을 당시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은 중 국-대만 관계를 “하나의 중국, 두 개의 체제”로 정의한 1992년 합의를 인정했다. 이 정치적 이해를 배경으로, 양국은 경제와 행정에 관한 일련의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양 안관계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2016년 총통이 된 차이잉원(蔡英文)과 민주진보당은 이 를 뒤집고 1992년 합의를 부정한다. 대만 독립을 목표로 하는 민주진보당으로서는 받 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인근 도서지역에 병력배치를 늘렸으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들이 대만과의 교류를 줄이도록 설득함으로써 외교적・군사적으로 대만을 압박했다. 중국의 압박은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성공하는데 어느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을 이용한 공개적인 대만 압박은 대만 국민들 뿐만 아니라 주변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지를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Chang & Yang 2020).
4. 주변국과의 국경 분쟁
인민해방군 현대화와 군사개혁은 북한 정권붕괴나 불안정, 인도와의 영토분쟁, 중앙 아시아의 테러 위협, 해양분쟁 등 국경과 해양영토에 따른 우발상황에 대응하는 인민 해방군의 능력을 향상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중국은 거의 모든 영토 국경 분쟁을 해결했다(Fravel 2008). 두 가지 예외는 인도와의 국경 분쟁과 부탄과의 소규모 국경 분쟁이다. 중국-인도 분쟁은 1962년 전쟁의 원인이었으며 인도 국내정치와 파키스탄과의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다. 특히 국경을 무단으로 침입하는 중국인들 때문에 인도 정부와 군 지휘부는 중국의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2017 년에는 중국이 중국과 부탄을 잇는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을 때, 인도가 이에 대응 하여 병력을 배치했고, 인도군과 중국군이 대치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양국이 군대를 철수함으로써 해결되었지만, 2020년 6월에 다시 국경지역에서 유혈 분쟁이 일어남으 로써 또다시 상황이 악화되었다. 중국-인도 국경분쟁은 중국의 영토 영유권 주장이 지역안보의 상황을 얼마나 악화시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Wuthnow, Limaye & Samaranayake 2018).
위와 비슷한 사례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의 행동은 이해당사국들(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UN해양법 조약 (UNCLOS: UN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더욱 강경해졌다(Strating 2019; Yee 2017). 중국은 일련의 외교적, 군 사적, 준군사적, 법적 조치를 동원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중국의 주권을 주장한다. 주장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인데, 이해당사국이 특정 지역에서 자국의 주권을 주장하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 기도 하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특정지역에서 자국의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2012년 스카버러 암초에 대한 필리핀의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여 중국이 이 지역을 점 령한 사건은 전자에 해당하며, 2013년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ADIZ: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설정한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2014년부터 중국은 남 중국해에 있는 환초섬을 인공섬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여기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중이다. 2015년 9월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 국은 어떠한 군사적 의도도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위 섬들에 미사일과 레이더를 배치하고, 공군기지를 건설하는 등 정반대 행동을 하고 있다(Nacht, Laderman &
Beeston 2018; Brunnstrom & Martina 2015).
<그림 3> 남중국해 분쟁 지역도(두산백과)
<그림 4> 남중국해 산호섬의 군사화(CSIS/AMTI)
중국은 이러한 해양영토 주장에 정규군을 동원하기보다는 분쟁의 소지가 낮은 해양 경비대나 준군사조직을 이용한다(Zheng 2019). 물론 해양경비대나 준군사조직은 인민 해방군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필요시 인민해방군해군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아 임무 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회색지대 전술은 다른 나라들이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게 만든다. 준군사조직이라고 하지만 베트남, 필리핀, 부르나이, 말레이 시아 같은 중소국가들은 자국의 군사력을 동원해야만 중국의 해양경비대나 준군사조 직과 맞설 수 있으며, 만약 인민해방군이 이를 지원한다면 전력에서 열세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양보할 경우 국내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정권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 국이 남중국해 도서지역을 강제점거하고 군사화하며, 주변국가들은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이 남중국해 안보환경의 새로운 평형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중국에게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도 일정부분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가장 큰 것은 동아시아 지역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한 호응으로 항행의 자유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을 수행하고 있다(Etzioni 2016). 때로는 미군 함정과 군용기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인공섬의 영해(사실 인공섬은 영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내로 진입함으로써 중국의 주 장을 무력화하고자 한다. 또한, 많은 지역 국가들이 자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 며, 최신무기를 도입하고 있다(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2020). 예를 들어 필리핀의 경우 국산 FA-50 전투기와 대구급 호위함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최신무기들은 중국 해양경비대 및 준군사세력과의 전력차이를 줄임으로써 중 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편, 남중국해 지역국가들이 중국의 무력점거를 국 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하였고, 이에 대해 중국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중국은 이 를 고의로 무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국제법 준수에 대한 자국의 이미 지를 훼손하고 있다(Strating 2019).
중국 정부와 군 지도부도 이러한 비용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SEAN과 남중국해 행동강령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과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투자와 개발을 진흥함으로 써 이들 국가가 중국에 더욱 의존하고, 더는 영토문제를 들고나오지 못하도록 한다.
한편 점점 증대하는 중국의 군사력을 기반으로 더 안정적인 지역 안보질서를 만들겠
다는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하이협력기구와 같은 주변국과의 안보협력, 특히 분리주의, 테러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포함하고 있으며, 중국군의 공격적인 이 미지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인민해방군으로서는 전통적인 군사 임무 외에도 군사외교와 안보협력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지원하는데 중 요한 의미가 있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인민해방군이 군사전략 목표와 수단을 어떻 게 정의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지 평가해 볼 것이다.
Ⅲ. 군사전략 목표와 수단의 변화
1. 인민해방군의 임무
2015년 5월에 ‘China’s Military Strategy(中國的軍事戰略)’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중국 국방백서는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군사전략이 어떻게 국가 안보목표를 지원하는 가에 대한 개요를 제시하고 있다(중국 국무원 2015).5) 특히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8가 지 임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다음과 같다.
1) 광범위한 비상사태 및 군사위협에 대처하고, 중국 영토, 영해, 영공의 주권과 안 전을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2) 조국통일을 단호히 수호한다.
3) 새로운 영역(우주 및 사이버 공간)에 대한 중국의 안보와 이익을 보호한다.
4) 외국에 있는 중국의 이익을 보호한다.
5) 전략적 억제력을 유지하고 핵 공격에 대응한다.
6) 지역 및 국제 안보 협력에 참여하고 지역 및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
7) 중국의 정치적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침투 및 교란, 분리주의, 테러 리즘에 대항하는 작전에 대한 노력을 강화한다.
8) 긴급구조 및 재해구호, 권익보호, 국경경계,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을 위한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5) 2015년에 발간된 중국 국방백서의 영문판은 다음의 중국 인민정부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http://english.www.gov.cn/archive/white_paper/2015/05/27/content_281475115610833.htm
2019년 7월 ‘China’s National Defense in the New Era(新時代的中國國防政策)’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국방백서도 2015년 국방백서와 동일한 임무를 인민해방군에게 부여 한다(중국 국무원 2019).6) 다만 조국통일의 대상이 대만이라는 점과 분리주의와 테러 리즘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티베트와 동투르키스탄 지역을 명시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영토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또한, 2015년 ‘근해방어’ 전략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 ‘원해보호’를 결합하는 전략으로 이동해 나가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함 으로써 중국의 해양권익을 확장하고 해외에 있는 중국 이익을 보호하는데 있어서도 그 책임을 다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지리적으로 확장하는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인민해방군의 역할 또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은 인민해방군이 중국의 군대라기보다는 중국 공산당에 충 성하는 군대로서 중국 공산당을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적인 임무라 는 것이다. 따라서 인민해방군의 임무는 핵 억지력 유지와 중국의 주권보호 같은 전 통적인 군사 임무를 넘어서 정치적 안보와 사회 안정 유지와 같은 국내 임무를 포함 한다. 이에 더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우주와 사이버 영역에서 중국의 이익 보호, 그리고 긴급 구조, 재난 구호, 지역 및 국제안보협력과 같은 비전통적인 군사 임무도 포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매우 포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2. 인민해방군 현대화
인민해방군이 현대적 군대의 모습을 갖추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Blasko 2015;
Cliff 2015). 오늘날 인민해방군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이어진 중-소 안보협력 에 기초를 둔다. 소련은 중국이 기초적인 국방역량을 갖추는데 필요한 무기체계, 생산 기술, 교리, 훈련 등을 지원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보병, 기갑, 포병의 제 병과가 결합하는 제병협동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스탈린 사망 이후, 흐루시쵸 프의 스탈린 격하 운동을 계기로 중-소 관계는 급격하게 냉각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중국에 있던 소련 군사고문들이 철수하고 군사기술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다. 이때부 터 인민해방군과 국방산업체들은 스스로 무기체계와 교리,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 6) 2019년에 발간된 중국 국방백서의 영문판은 다음의 중국 인민정부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http://english.www.gov.cn/archive/whitepaper/201907/24/content_WS5d3941ddc6d08408f502283 d.html
황에 직면하였다. 따라서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한 개혁・개방시대가 시작될 때까지 중국의 무기체계는 1950년대 소련 무기체계를 약간 개조한 수준에 머물렀고, 결국 1979년 중국과 베트남의 전쟁에서 인민해방군은 많은 약점을 드러냈다.
덩샤오핑은 ‘4대 현대화’ 목표 중 하나로 군사 현대화를 포함시켰지만, 경제·기술 역 량을 총체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군사 현대화에 가장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했다(Saunders 2020). 한편, 1980년대 후반 소련과의 관계 개선으로 소련 무기체 계를 다시 구매할 수 있게됨에 따라 인민해방군은 최신 대함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현 대식 Su-27 전투기와 킬로(Kilo)급 디젤 잠수함, 소베레메니(Soveremenny) 구축함 등 을 구매할 수 있었다. 중국 국방산업체와 과학자들은 이들 무기체계를 기반으로 역설 계를 통해 자체적인 설계 및 생산능력을 향상시켰고, 수입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 고자 노력하였다.
1990년대에는 세 가지 핵심적인 사건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 및 인민해방군 지도자 들이 인민해방군 현대화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첫 번째 사건은 1991년 걸 프전에서 미군의 눈부신 활약이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정밀 유도탄과 첨단 정보, 감 시 및 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능력을 활용해 당시 군사력이 세계 4위로 평가받는 이라크 지상군과 방공망을 단 몇 주 만에 일방적으로 무력화하였다. 반면 미국과 동맹국이 입은 인명 및 장비 피해는 거의 없었다. 이라크 전에서 미국의 성공은 현대전에서 첨단 무기체계와 정보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고, 재래식 전력에서 이라크군보다 열세한 인민해방군도 미군과 무력충돌 시 같은 결과에 직면할 수 있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둘째, 1996년 3월 대만해협 위기 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했다. 이 기간동안 대만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목 적에서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중국의 행동에 대해 미국은 두 척의 항모를 대만해협에 급파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했다. 이후 중국 지도부 내에서는 대만이 영구 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으며, 결과적으로 인민해방군의 예산이 대폭 증액되고 현대화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또한, 인민해방군 군사전략가와 분석관 들은 어떻게 미군을 억제, 지연, 격퇴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기 시작하였 다. 셋째, 1999년 코소보 분쟁 와중에 발생한 미국의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도 중요한 중국군 현대화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명백한 오폭이었다고 발표했지만, 중 국의 민간 및 군사지도자들은 이것이 미군에 의한 계산된 폭격이었다고 생각했다. 이 후 진행된 9・11사태, 테러와의 전쟁, 중국 국내문제 등으로 인해 갈등이 오래 지속되
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중국 지도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 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인민해방군 현대화 예산을 확대하는 조처를 하였다(Finkelstein 2000).
광범위한 인민해방군 현대화 사업 중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자국 영토 근방에 군사 력을 투사하거나 군사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를 억제하고, 저지하며, 유사시 이를 격 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 지역을 방어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일본, 괌, 하 와이를 거점으로 하여 군사력을 투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자 국 영토에 군사력을 투사하기 전에 미군의 접근을 거부하고 중국 본토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방어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하였다. 여기에는 첨단 핵 추진/디젤 잠수함, 미국의 전투기와 폭 격기를 요격하기 위한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미 항공모함 전투단을 공격하 기 위한 대함 탄도미사일, 그리고 하와이, 괌 등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포함된다. 또한, 중국은 미국 인공위성의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직접 공격하는 대위성공격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우주전 수행능력을 필수적인 기반으로 하는 미군의 군사전략을 위협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능력은 첨단 기술을 기반 으로 한 미군의 전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열세인 인민해방군이 미군을 상대 로 효과적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결과적으로 무력충돌 시 예상 되는 미군의 피해가 늘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억제력이 행사된다는 것이 중국이 생각 하는 대미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배경이다(US Defense Intelligence Agency 2019;
US Department of Defense 2018).
인민해방군 현대화는 단지 현대적인 무기획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국 군사전략 가들은 현대화되는 무기체계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되어 상승효과를 창출하는 합 동작전 수행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합동작전 수행능력은 미국 이 걸프전, 아프간전, 이라크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배경이다. 얼핏 보면 현대적 군 대에 당연히 필요한 능력을 구비하는 것 같지만, 그동안 육군이 군사전략의 중심이었 고, 해군과 공군은 육군을 지원하는 능력에 그쳤던 중국으로써는 군사조직 전체를 새 로 구성하는 수준의 개혁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1993년 인민해방군 이 앞으로 첨단기술이 집약된 지역적 분쟁을 대비하고, 합동작전을 미래작전의 기본 형식으로 한다는 새로운 군사전략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Fravel 2017). 2004년 개정된 군사교리에서는 통합된 합동작전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각 군간 높은 수준의 협조를 필수적인 능력으로 평가하였다(Fravel 2017). 또한, 미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미래전을 정의하고, 미래전장 상황에서 각 군이 어떻게 합동작전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석도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인민해방군 군사전략가들은 현대전쟁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점점 더 강조하 고 있다. 특히 미군이 ‘네트워크 중심 전쟁’ 개념을 통해 정보 수집 및 생산, 융합을 실시간으로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을 자국에 적용하고자 한다.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 가 지휘관들에게 신속하게 전달되고, 작전부대에 전파될 수 있다면, 인민해방군이 어 떠한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고, 작전효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상승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적의 정보, 통신, 지휘통제 시스템에 대한 공격 과 방해는 적의 지휘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고, 개별 부대를 고립시켜 불리한 조건에 서 전투를 수행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인민해방군 교리는 정보화된 국지전(信 息化局部战争)에서 승리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정보화는 전쟁수행능력의 핵심으 로 평가하고 있다(Fravel 2017).
앞서 살펴본 인민해방군 군사전략의 변화를 정리하자면, 2000년대 이전까지는 압도 적 전력우위에 있는 미군을 상대로 비대칭적 수단과 방법에 의존하여 억지력을 유지 하는 전략을 사용했지만, 이후에는 미군의 시스템을 모방함으로써 더욱 대칭적인 전 력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12년 시진핑(习近平) 주석 취임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2016년 중국은 대규모의 군사개혁을 단행하였다. 여 기에는 통합된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포함하는데, 조직과 부대운용, 무기체계 측면에서 구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요소들을 과감하게 없애고, 미군을 비롯 한 선진군대가 가지고 있는 합동 지휘통제, 작전수행, 무기체계를 적용하였다. 또한, 2016년 개혁은 인민해방군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조치도 포함한 다. 기존 중앙군사위원회 예하 4대 총부(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를 해체하고 그 권한과 임무를 신설된 중앙군사위원회 6부・3위원회・5개 직속기구로 개 편하였다. 이에 더해, 미군의 통합군 체계를 모델로 기존 7대 군구 체제를 동, 서, 남, 북 및 수도 베이징을 방어하는 5대 전구(戰區)체제로 재조정하였으며, 각 전구에서 육・해・공군 합동작전을 수행함으로써 통합 작전능력을 제고하였다. 한편, 육・해・
공・로켓・전략지원군은 군령권은 제외한 군정(무기체계 개발, 인력획득 및 관리, 훈 련 등) 기능을 수행한다.
<그림 4> 인민해방군 지휘체계도(외교부, 중국 개황7))
7)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예하기관에 대한 설명은 다음의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778015&cid=43792&categoryId=43793
<표 1> 인민해방군 개혁과 현대화가 각 군에 미치는 영향(Saunders 2019)
인민해방군 육군
・육군본부를 재창설
・약 30만 명 병력 감축
・13개 군으로 재조직
・전투여단과 대대를 표준화 및 모듈화
인민해방군 해군
・선박, 잠수함, 항공기의 성능개량
・추가적인 항모전단 구축
・서태평양과 인도양에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 개발
・핵 탄도미사일 잠수함 4대 운용
인민해방군 공군
・4세대 전투기 운용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및 신형 전략폭격기 개발
・신형 전략 수송기 배치
・해상에서의 공격작전 능력 구비
인민해방군 로켓군
・독립군으로 분리 및 승격
・2세대 핵미사일 배치(사거리・정확성 향상, 다탄두 탑재)
・재래식 미사일 부대는 각 통합전구 사령부로 이전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
・우주, 대우주, 사이버, 전자전 및 심리전 수행능력을 향상하여 중앙군사위원회 및 각 전구사령부를 지원
합동군수지원부대
・전구사령부에 대한 군수지원을 통해 합동작전 지원
・중국 국경지대의 우발상황에 대비하여 신속한 원정 군수지원능력 구비
인민무장경찰 ・국내소요사태에 대비한 준 군사조직 규모 축소
・중국 해양경비대 지휘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발전 과정을 통해 인민해방군은 세계적 수준의 현대화된 군 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개혁과 현대화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민해방군의 관료적 경직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이 인민해 방군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주변국으로부터 더욱 많은 저항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제한사항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꾸준한 투자로 개혁과 현대화를 이루어 낸다 면 동북아에서 전략적 평형 또는 우위를 달성한다는 목표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Ⅳ. 군사전략 방법의 확장: 군사외교 및 안보협력
앞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중국 정부와 군 지도부는 주변국과의 마찰로 인해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고,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며, 일부 국가와의 관계가 악화가 되 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주변국들과의 마찰은 이들 국가가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동아시 아에서 패권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대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근 ASEAN과 의 남중국해 행동강령 협상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고자 노력하는 것 이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과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는 행동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편, 군사분야에서도 기존의 호전적인 중 국 인민해방군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중국의 군사력을 기반으로 더 안정적인 지역 안 보질서를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군사전략의 변화에서 수단 의 변화와 더불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군사전략의 방법을 군사외교 및 안보협력 분야로 확장하고, 이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중국이 어떻게 군사외교와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중국 군사전략 방법의 변화 를 분석하고자 한다.
2017년 중국의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 백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많은 이바지를 하기 위해 군사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인민 해방군이 “세계 평화와 지역안정에 대한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언급한다(중국 국무원 2017).8) 특히, 인민해방군이 “해안 안보에 관한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고, 유엔 평화유지 임무, 국제 대테러 협력, 호위 임무 및 재난 구호 활동에 참여하며, 다른 나 라와 연합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을 세계 평화에 기여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중국 외교부 2017). 이는 중국이 군사외교 및 안보협력을 중국의 성장하는 군사력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잠재우고, 평화적 굴기에 대한 신호를 보내며,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략 적 입지를 공고히 할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중국 군사전략가들에 의해 작성된 저술은 군사외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군사외교의 목표로 국가외교정책 지원, 국가주권 보호, 국익 증진, 국제안보 환경 조성을 포함하고 있다(Allen, Saunders & Chen 2017). 시진핑 주석 또
8) 2017년에 발간된 중국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 백서의 영문판은 다음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https://www.fmprc.gov.cn/mfa_eng/zxxx_662805/t1429771.shtml.
한 2015년 1월 전군외교업무회의에서 인민해방군이 국가외교정책을 지원하고 중국의 주권, 안보, 개발이익 보호를 위해 군사외교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목표 외에도 인민해방군은 군사외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기술 동 향을 파악하며, 다른 국가의 효율적인 군사체계를 배우고, 외국 파트너들과 상호운용 성을 구축하고자 한다.
인민해방군의 군사외교활동의 상당부분은 특정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중국의 군사외교는 미국, 러시아, 아시아 지역국가들과의 교류를 강조했지만(중국 외교부 2017), 최근에는 중동・아프리카에서 수입되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들 지역국가와의 교류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인민해방군 해군의 아덴만 파견과 지부티의 군사기지 건설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과 전략적 유대를 촉진하고,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보 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이들 국가에 해상 교통로 (SLOC) 보호와 군사력 운용에 관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군사외교활동은 큰 그림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지원하는 목적도 있다(Wuthnow & Saunders 2017).
이 장의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차이나 파워(China Power)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공개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인민해방군의 외 교활동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주로 고위급 상호교류, 외국군과의 훈련, UN 평화유지활동, 무기판매에 중점을 두고 분석하고자 한다.
1. 고위급 상호교류
고위급 상호교류는 주로 중앙군사위원회(CMC) 위원이나 장성급 이상의 인사가 상 호 방문 및 회의 등의 교류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 6>은 2003년부터 2018년 까지 고위급 상호교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여주는 자료이다.
<그림 6> 고위급 상호교류 현황, 2003-2018(CSIS, China Power Project)
위 자료는 몇 가지 흥미로운 패턴을 보여준다. 첫째, 2010년을 기점으로 인민해방군 고위급 장교의 해외 방문이 정점을 찍은 뒤 이후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2010년 이전에는 상호주의에 따라 인민해방군 장교들의 해외 방문과 중국에서 주최하 는 방문 횟수가 대략 유사하였다는 점이다. 이후에는 인민해방군 고위급 장교들이 외 국을 방문하는 일이 줄어든 반면, 외국군 장교와 국방 당국자들은 상호 방문 없이 일 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는 인민해방군이 양자 간 협력보다 는 다자간 협력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Saunders 2020). 최근에는 인민 해방군 고위장교들이 개별 국가를 방문하는 것보다는 상하이협력기구(SCO) 국방장관 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 샹그릴라 안보대화 등 다자회의를 통해서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2. 연합군사 훈련
마오쩌둥이 생전에 인민해방군은 외국 군대와 함께 훈련하지 않을 것이며, 해외에 군사기지를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마오쩌둥의 지침과는 반대로 가 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2002년부터 다른 나라들과 양자 및 다자간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연합훈련의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각 군이 참가하는 연합연습으로 부터, 전투지원 활동을 위한 통신, 공병, 군수 분야의 연합훈련, 대 테러 훈련이 수행 된다. 더불어 수색 및 구조, 인도적 지원, 재해구호, 의료지원 등 전쟁 이외의 군사작 전(MOOTW: Military Operations Other Than War)을 위한 훈련도 진행되고 있다.
국제 연합군사훈련 횟수 연합훈련 목적별 구분
<그림 7> 인민해방군 국제 연합군사훈련 사례, 2002-2018(Saunders 2020)
<그림 7>은 외국군과의 연합훈련에 인민해방군의 참여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 여준다. 대부분의 훈련은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을 훈련하기 위한 것(약 40%)이었다.
이것은 함께 훈련하는 국가들의 공통 이익을 반영하고, 전면전을 상정하지 않기 때문 에 정치적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러한 유형의 훈련은 양국 간 광범위한 교류를 만들어 신뢰를 증진하지만, 자국의 군사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드 러내지 않기 때문에 정보 노출의 우려가 적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 파키스탄, 태국, 러시아와 같이 중국이 생각하는 긴밀한 안보 파트너들과는 실제 전투상황을 가 정한 훈련(대잠수함 작전 훈련 및 상륙작전 훈련 포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전투 훈련은 인민해방군이 러시아와 같은 선진군대로부터 전투수행능력과 군사력 운용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려는 목적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 국가들과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협력하려는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전반적인 억제력을 고양하려는 의도도 있다 고 볼 수 있다(Allen, Saunders & Chen 2017).
3. UN 평화유지 작전
인민해방군은 1990년 UN 평화유지군 활동에 처음 참여하였고, 지금까지 총 5만명 의 인원이 UN 평화유지 작전에 참여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총 2,517명의 인민해방군이 평화유지군 요원으로 9개 유엔 임무에서 활동 중이다. 특 히 말리, 수단, 콩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다르푸르에서의 유엔 임무에 가장 많은 기 여를 하고 있다(United Nations 2020). 이는 5개 UN상임이사국 중 가장 활발하게 UN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것이다(<그림 9> 참조). 최근에는 유엔 평화유지 임무만을 위한 8,000명의 상비평화유지군을 창설했다. UN 평화유지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도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2018년 기준 미국 28.47%, 중국 10.25%). 이에 따라 중국은 UN 평화유지 활동에 대해 국제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으 며,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Morton 2020).
<그림 8> UN 상임이사국별 평화유지활동 파견현황(CSIS, China Power Project)
중국이 UN 평화유지 활동을 강화하는 데에는 인도적 목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학자인 코트니 펑(Courtney J. Fung)에 따르면 중국의 개입은 강대국과 개발 도상국의 동맹국으로 인식되고자 하는 열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Fung 2016). 나아가 평화유지 작전에 인민해방군과 경찰을 투입하는 것은 중국이 지휘통제체계의 구조를 강화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며 해외 주둔군의 지원이라는 원정지원능력을 기르 고, 귀중한 실전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의 해외이익이 집중된 지역에 UN 평화유
지군을 통해 개입함으로써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지역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다. 예를 들어 중국이 1992년 참여한 캄보디아 평화유 지활동(UNTAC: UN Transitional Authority in Cambodia)의 경우, 중국과 가까운 지 역의 정치적 안정을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중국 국경일대가 안정될 수 있는 토 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지금 중국이 UN 평화유지군으로 참여하고 있는 콩고나 수단은 중국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지역으로 이 지역의 안정을 달성하는 것은 중국 의 국가이익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다(Morton 2020).
4. 재래식 무기 판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의 재래식 무기 수출은 2008년 6억 4500만 달러에서 2018년 10억4000만 달러로 급증했다(SIPRI 2019). 이 기간에 아시아 지역이 중국의 재래식 무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했 으며, 아프리카 지역이 20%로 그다음이었다.
중국 재래식 무기 수출 및 수입 현황 아시아 국가별 중국 무기수출 비중
<그림 9> 중국의 무기 수출 및 수입 현황(CSIS, China Power Project)
중국은 대부분의 무기를 자국과 가까운 국가들에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 동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 원칙 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중국은 파키스탄 핵 개발을 원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을 정 도로 파키스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이는 인도를 견제하려는 장기적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Kroenig 2014). 따라서 중국의 무기판매는 이윤 창출보다는 광범위 한 중국의 외교정책 지원을 위해 행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중국은 국방 예산이 제한적이거나 서방 국가로부터 발전된 무기를 구입할 수 없는 나라에 자국의
무기 시스템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틈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5. 중국의 군사외교 및 안보협력 대상은 누구인가?
앞의 절에서는 인민해방군이 군사외교와 안보협력의 차원에서 어떠한 활동에 초점 을 맞추는지를 논의했다면, 이 절에서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인민해 방군의 군사외교는 미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들 국가들 과는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 분야별 교류 등을 통해 다양하고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미국과의 군사교류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러시 아와의 군사교류(특히 연합훈련)는 늘어났다. 이는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러시아의 선진 군사력 운용 노하우를 배우고, 미국 견제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중국-미국 군사교류 중국-러시아 군사교류 현황
<그림 10> 중국의 대미국, 대러시아 군사교류 현황(CSIS, China Power Project)
최근에는 미국과 러시아를 넘어 아시아 국가들과의 군사교류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특히 최근 인민해방군의 상위 10개 군사외교 파트너 중 8개 국가가 아시아-태평양에 있으며,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인민해방군 군사외교 교류의 거의 절반이 아시아-태 평양 국가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이는 유럽국가들과의 교류 횟수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Saunders 2020).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인민해방군과 교류하는 아시 아-태평양 국가들이 호주, 뉴질랜드, 태국, 싱가폴, 인도 등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안보 파트너라는 점이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군사교류를 확장하는 중국의 의도는 그 동안 지역에서 굳혀진 중국의 공격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거시적인 외교정책을 지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의 UN 평화유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을 안정시켜, 중국의 이익보호 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표 2> 중국과 군사교류 빈도 상위 10개국 현황, 2003-2018(Saunders 2020) 순위 국 가 지 역 연합훈련 기항통지 고위급
교류 합 계
1 러시아 유럽 42 1 68 111
2 파키스탄 아시아 36 10 57 103
3 미국 북미 15 6 82 103
4 태국 아시아 20 7 49 76
5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19 8 45 72
6 싱가포르 아시아 9 8 40 57
7 베트남 아시아 2 4 45 51
8 뉴질랜드 아시아 5 6 37 48
9 인도 아시아 13 4 29 46
10 인도네시아 아시아 8 5 30 43
이번 장을 정리하자면, 인민해방군은 중국의 군사전략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군사외 교와 안보협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군함정들은 아시아에 있는 항구에 친선목적의 방문을 통해, 중국 병원선은 남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 동함으로써 세계 안보에 이바지하는 중국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간다. UN 평화유지군 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안정 달성에 기여함으로써 해외에 있는 중국의 국 익을 간접적으로 보호하고 증진한다. 더불어 전쟁 이외의 군사활동 등에 대한 연합훈 련을 통해 신뢰감을 쌓아가며,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 등과의 연합훈련을 통해 미국 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모든 활동은 지난 십 수년간 중국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탈피 하고, 평화적 굴기를 주장하며, 중국 중심의 질서를 형성시켜 나가고자 하는 중국의 거시적인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인민해방군의 군사외교 및 안보협력이 반드시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미국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미국과 미국의 일부 동맹국・우방국들은 인민해방군과의 교류를 줄여가고 있다. 또한, 미국이 중국을 상대 하기 위해 쿼드 플러스 등과 같은 새로운 협력체제를 출범시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은 인민해방군과의 교류를 줄이려고 할 수 있다.
Ⅴ. 결 론
이 논문은 중국의 국가이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인민해방군의 군사전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리하였다. 과거 고립된 중국과 국경 안에 고립되어 있던 육군 중심의 인민해방군은 지리적으로 확장하는 중국의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기체 계를 현대화하고 군구조를 개혁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인민해방군의 군사력과 원정작전 능력 강화가 지역안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중국이 영토분쟁을 일으키거나 지역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것 이라고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고 과거 인민해방군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군사 외교와 안보협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이러한 군사외교와 안보협력도 많은 장애물을 만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국가 들은 중국의 군사외교와 안보협력이 순수한 신뢰형성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영 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국이 자국 편에 서라는 요구를 하면 할수록, 중국과의 협력이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 가들은 군사적 이유뿐만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및 관 리하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군사외교 실적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논문의 교훈에 비추어 볼 때 해외자 원(특히 석유)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중국기업이 많아질 수록 인민해방군의 규모와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대양해군과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군사외교를 강화할 수 있다. 미국과의 경쟁이 깊어진다면 중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파키스탄 등 우방국과 연합훈련, 정보교환, 안전 보장 등을 통해 세력을 통합하는 노력도 강화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전략과 앞으로의 예측은 한국 국방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특히 우 리나라는 동서남북으로 증대하는 안보 수요에 직면해있다. 북한은 쉽게 핵무기와 군 사국가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며, 한국에 지속적인 안보위협을 가하고 있다. 일 본은 한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지만 독도 문제와 과거사 문제로 인해 양국은 지속 적인 갈등을 겪고 있다. 남해는 자원을 수입하고 수출을 해야 하는 주요 해상 교통로 로써 한국에게 생명줄과 같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공공재에만 의존할 수 없으므로 한국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안보협력
은 매우 중요하지만 미・중갈등으로 인해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이 계속 가해진다.
따라서 중국의 군사전략과 전망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전략을 수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 논문에서 이해하고 평가한 중국의 군사전략 및 전망이 앞으 로 우리나라의 안보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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