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결정화는 무질서한 상태로 존재하던 원자 혹은 분자들 이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공간구조로 배열되는 현상이다.
결정화 과정의 시작점인 무질서한 상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상태는 용액상태로 존재하 는 물질이다. 특히, 과포화상태로 존재하는 용액은 열역 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자발적으로 결정상이 형 성되어 용액으로부터 분리된다. 이러한 결정화는 화학공 학 분리공정의 중요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는 결정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그 결정의 공간규칙을 따르지 않는 불순물들을 결정에 포함시키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결정의 형성은 재료공학의 주요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결정의 물리적 특성이 단순히 구 성물질의 화학구조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물질 의 독특한 공간적인 배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화는 구성물질들이 분자수준에서의 상호작용 을 통해 자기조립되며 최종산물을 형성하는 과정이며, 나 노수준과 메조수준의 엄밀한 제어가 관계하는 현상이다.
한편, 자연의 주요한 결정화 산물인 바이오미네랄에 대한 연구는 동물학적인 관점과 의학적인 견지에서 지속 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동물학적인 관점에서의 바이오미 네랄 연구는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Heinz Lowenstam 교수에 의해서 개척되었으며, 의학적인 견 지에서의 바이오미네랄 탐구의 대표적인 연구자로는 Northwestern University의 Arthur Veis 교수, New York University의 Racquel Legeros 교수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바이오미네랄 연구가 보다 광범위하게 화학공학 과 재료공학의 연구대상으로 부상한 계기는 biomimetic 혹은 bioinspired 재료에 대한 관심과의 결합이었다.
바이오미네랄 중에서 연체동물의 외골격은 화학재료 공학의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특히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Pacific red abalone였다. Pacific red abalone (Haliotis rufescens) 껍질은 뛰어난 기계적 성질 로 인해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는데, 탄산칼 슘으로 이루어진 abalone 껍질의 nacre 층의 마이크로구 조 및 물리화학적인 특성들이 집중적으로 연구되었다.
자연의 결정화 산물:
바이오미네랄
1996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 학사 1998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 석사 2004 University of Michigan at Ann Arbor
Macromolecular Sci. & Eng. Ph.D.
2007 New York University 화학과 Postdoc 현 재 숭실대학교 환경/화학공학과 조교수
김 일 원
숭실대학교 환경/화학공학과 [email protected]
Nacre 층은 충격을 받았을 때 급격한 파괴를 일으키 지 않기에 적합한 층상의 마이크로구조를 지니고 있 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이러한 층상구조를 모방하는 연구가 타이타늄, clay 등의 물질을 이용하여 이루어 졌다. 한편, 최근의 연구결과는 각각의 마이크로결정 이 나노구조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nacre 층이 힘 을 받을 때 나노구조체들 사이의 미끌어짐 등을 통 해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nacre를 이루는 탄산칼슘의 결
정구조는 일상적인 조건에서 준안정한 것으로 알려진 aragonite 상임이 알려져 있다. 즉, 연체동물의 외골격을 이루는 결정화는 분자의 공간적인 배치, 나노구 조, 마이크로구조 등이 다계층적인 측면 에서 엄격하게 제어되는 현상임이 밝혀 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복합적인 구조 는 척추동물의 내골격을 이루는 apatite 결정화에서 더 복잡하게 발현되어 있으 나 이 글에서는 연체동물의 외골격을 한 정적으로 다루려 한다.
내골격, 외골격 등으로 대표되는 기능 성 바이오미네랄과 더불어 신장결석, 담 석 등의 병리학적인 바이오미네랄도 많 은 연구자들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특 히, 신장결석은 영향을 받는 인구비율이 미국의 경우 10%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병리학적 바이 오미네랄은 기능성 바이오미네랄에 비해 서는 마이크로구조 등이 명확하게 제어 되어 생성되지는 않지만, 역시 분자의 공 간적인 배치에 따른 결정상의 조절, 결정 구조체의 회합 등이 중요한 결정화 인자 들이다.
바이오미네랄을 형성하는 자연의 결 정화는 미네랄이 형성되는 곳으로의 물 질전달, 과포화상태의 형성, 결정상의 선택 등이 제어되어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물리화학 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공정이다. 그 중 현재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관심의 대 상이 되는 것은 주성분인 미네랄과 미량으로 존재 하는 천연고분자와의 상호작용이다. 이 글에서는 기능성 바이오미네랄 중 연체동물의 껍질과 병리학 적 바이오미네랄 중 신장결석을 중심으로 미네랄의 형성을 제어하는 고분자의 역할을 주로 살펴보려 한다.
그림 1. (A) Abalone의 껍질, (B) 거미불가사리의 골격, (C) 규조의 껍질, (D) 해로동굴해면의 골격 (자료: MRS Proc. (1993) 292, 59 ; Science (2003) 299, 1205 ;“The diatoms: biology and morphology of the genera”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 www.gems.gatech.edu;
“Deep sea sponges are master builders in glass”(2005) www.npr.org).
(A) (B) (C)
그림 2. 탄산칼슘 바이오미네랄의 고차원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A) Abalone nacre의 층상구조, (B) 층상구조의 마이크로 결정,
(C) 마이크로 결정의 나노입자 (자료: Nano Letters (2004) 4, 613).
기능성 바이오미네랄 : 연체동물 외골격의 예
연체동물의 외골격을 이루는 탄산칼슘의 무수결 정구조는 안정성이 큰 순서로 calcite > aragonite >
vaterite 등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calcite와 aragonite가 바이오미네랄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예이다. 연체동물의 껍질은 대부분이 탄산칼슘 미네 랄로 되어 있지만 수 퍼센트의 천연고분자가 포함되 어 있다. 특히, 탄산칼슘 미네랄에 직접적으로 작용 하는 단백질은 Pacific red abalone, Japanese pearl oyster, sawtooth penshell 등에서 그 일차구조가 밝 혀졌다. (잠시 이러한 연구결과를 도출한 연구자들 을 살펴보면, 오랫동안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 한 대표적인 연구자로는 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ta Barbara의 Daniel Morse 교수와 Weisman Institute의 Steve Weiner 및 Lia Addadi 교수를 들 수 있으며 일본에서는 Azabu University의 Tetsuro Samata 교수가 있다)
탄산칼슘 바이오미네랄의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 질의 역할은 복합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결정구조와 결정 morphology의 조정으로 한정하여 예를 들려 한다. 먼저, 결정구조의 조절에 대한 연구는 많은 nacre 층에 존재하는 aragonite 상 의 형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일상적인 조건에서 준안정한 aragonite는 과포화된 수용액의 온도가 상온보다 상당히 높거나 마그네슘 이온 농도 가 높을 때 생성될 수 있으나, 탄산칼슘 바이오미네 랄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아닌 단백질의 영향 으로 형성됨이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작용 메커니 즘은 단백질의 산성작용기 등과의 epitaxy에 의한 선택적 aragonite 핵형성 혹은 calcite 생성억제에 의 한 준안정한 aragonite의 생성 등으로 추정되고 있 다. 결국 능동적으로 미네랄에 작용하는 단백질에 추가로 조직화된 유기 matrix가 필요하다는 연구결 과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결과가 공존하고 있 는 상태이다. 즉, nacre에는 미네랄 결정에 직접 작 용하는 단백질과 (chitin, silk와 비슷한 단백질 등
의) 유기 matrix가 포함되어 있지만, 결정에 직접 작용하는 단백질만으로도 in vitro로 aragonite 결정 상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또한, 바이오미네랄 결정구조가 확정되기 전의 중간물질 로서 비결정질 탄산칼슘에 대한 연구가 그 구조적인 특성, 안정화 메커니즘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정의 morphology는 용액의 조성과 결정면의 열역학 안정성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바 이오미네랄의 형성은 물로 이미 고정된 용매 이외에 도 단백질, 이온물질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탄산칼슘의 안정한 다형체인 calcite의 경우 morphology의 변화를 나노수준에 서 관측할 수 있는 실시간 원자힘 현미경법이 가 장 잘 확립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는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의 Christine Orme 박사와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의 James De Yoreo 박사에 의해 많이 진행되었다) Calcite를 이용한 실시간 원자힘 현미경법에서는 과 포화용액을 calcite 단결정 표면에 흘려주면서 용액
(A) (B)
그림 3. 실시간 원자힘 현미경법으로 calcite의 dislocation
hillock의 성장을 관측한 예 (A) AFM probe이
dislocation hillock을 scan하는 모식도, (B) Step-
edge energy minima를 따라 성장하는 spiral
hillock step의 모양 (자료: Science (1998) 282,
724; Nature (2001) 411, 775).
에 존재하는 첨가물의 영향을 단결정 step의 성장속 도와 모양에 대해 살필 수 있다. 대표적인 실험결과 로는 aspartic acid 첨가의 영향으로 step edge energy가 변화하며 morphology가 조정되는 현상과 abalone nacre의 단백질인 AP8 첨가의 영향으로 step 성장의 kinetics가 변화하여 morphology가 제
어됨을 관측한 것 등이 있다.
한편, 바이오미네랄에 천연고분자 인 단백질이 주는 영향과 비슷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합성고분자들도 다 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고분자 중 하나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 의 poly(vinyl alcohol)로서 충분한 양 이 첨가되었을 때는 calcite의 성장을 억제하여 aragonite 혹은 vaterite를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으며 미량 첨 가할 경우에는 calcite의 마이크로결 정 회합을 유도하는 특성이 발견되었 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합성고분자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가장 활발하게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는 독일 Max Planck Institute of Colloids and Interfaces의 Helmut Colfen 박사를 들 수 있다. 한편, epitaxy를 통한 결정상 제어는 무기결 정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병리학적 바이오미네랄 : 신장결석의 예
신장결석은 미국 기준으로 인구의 10% 이상에 영 향을 주는 대표적인 병리학적 바이오미네랄로서 apatite, calcium oxalate 등이 주요 성분이다.
Apatite이 신장결석의 핵형성과 관련해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라면 calcium oxalate는 신장결석에서 가 장 많이 발견되는 성분이다. Calcium oxalate는 수화물 상태인 monohydrate와 dihydrate로서 주로 존재하는 데, 수화물의 조성이 신장결석의 병리학적인 발현여 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 Calcium oxalate 신장결석은 기능성 바이오미네랄인 연체동물의 외골 격에 비하면 비교적 불규칙적으로 뭉쳐 있는 것처럼 형성이 되어 있는데, 병리학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물 질은 monohydrate로서 dihydrate이 증상이 없는 물 질로 체외로 배출되는 것과 극명한 차이를 지닌다.
이러한 현상은 calcium oxalate monohydrate의 표면 접착성이 dihydrate 보다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라
그림 5. 신장결석의 주성분인 calcium oxalate
monohydrate (A) 결정의 표면접착력 측정 모식 도 (자료: PNAS (2005) 102, 267), (B) 실시간 원자힘 현미경법을 이용한 (100)면의 성장 관측.
(A)
(B)
그림 4. 탄산칼슘의 선택적 결정상 형성 (A) PVA를 통해 순수한 aragonite polymorph를 분리형성하였고 (B) aragonite의 nucleation을 촉진하는 무기결정 substrate 위에서 순수한 aragonite가 자랐다 (자료: Cryst.
Growth Des. (2005) 5, 513 ; Adv. Mater. (2003) 15, 709).
는 것이 University of Minnesota의 Michael Ward 교수 (현재 New York University)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다. 즉, monohydrate 결정들이 모여서 더 큰 집합체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면 dihydrate 결정들은 집합체를 형성하지 않는다. 또한 urinary protein인 osteopontin, human serum albumin, transferrin, chondroitin 등이 결정의 표면접착성에 어떻게 영향 을 주는지도 연구되었다.
실시간 원자힘 현미경법이 적용된 신장결석의 연 구에는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의 Roger Qiu, Chris Orme, Jim De Yoreo 박사 등 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연구에 이용한 첨가물질 은 calcium oxalate monohydrate의 표면접착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osteopontin, 신장결석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 진 citrate 등이 있다. 흥미로운 결과는 표면접착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calcium oxalate monohydrate (100)면의 성장에 citrate가 큰 영향을 주며 방해하 는 작용을 하는 반면, osteopontin은 분명한 흡착에 도 불구하고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
한 결과는 Mike Ward 교수의 표면접착력 연구결과 와도 일치하고 있는데, citrate가 첨가된 경우에는 접 착력이 감소하지만 osteopontin이 첨가된 경우에는 접착력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결론
자연의 결정화 현상을 통해서 얻어지는 바이오미 네랄을 기능성 물질과 병리학적 물질로 나누어, 연 체동물의 외골격과 신장결석을 위주로 간단히 살폈 다. 연체동물의 외골격이 기계적 성질이 우수한 새 로운 물질의 개발에 영감을 불어 넣었듯이, 다양한 모양과 구조로 발현되는 기능성 바이오미네랄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화학재료공학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바이오미네랄 형성의 주요 메커니즘인 고분자에 의한 결정화 제어는 나노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리라 기대한다. 한편, 신장결석 으로 대표되는 병리학적 바이오미네랄에 대한 연구 는 그 형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질병의 예방 과 치료에 직결되므로 더욱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