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읽는 고전작품
<한국의 고전작가와 작품세계 3>
안축의 삶과 문학 담당교수 : 하정승
안축의 삶과 문학
고려후기의 시인: 안축安軸(1282~1348).
호: 근재.
저서: {근재집}
문학적 특징: 회화성.
안축의 삶과 문학
관직생활 : 원나라 과거에 급제하고 고려 조정에서 도 정당문학政堂文學과 찬성사贊成事에까지 오른 저명한 정치가.
우리 국문학사에서는 경기체가 「관동별곡」과 「죽계 별곡」의 저자로 일찍부터 잘 알려져 있음.
안축 시의 표현기법: 안축 시에는『시경』에서 보 이는 다른 사물을 먼저 읊조리고 난 뒤 시인이 말하 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이른바 ‘흥興’의 수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흥의 수법은 대부분 숲, 시내, 나무, 꽃, 강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들을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뛰 어난 시적 성취를 거두고 있음.
안축의 삶과 문학
사실 안축의 시를 잘 읽어보면 매우 감각적이고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특히 산수
․전원시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안축의 산수․전 원시가 김극기․이규보 등 선배 시인들의 시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절묘한 감각, 극대화된 이미지 등을 매우 능숙하게 구사했다는 데에 있 다.
이런 의미에서, 안축은 고려시대 최고의 이미지 스트 또는 스타일리스트.
안축의 삶과 문학
가령,
해당화 피어있는 백사장 둑길에海棠花發白沙堤
붉은 꽃 어지러이 말발굽에 묻혀있네紅艶紛紛沒 馬蹄
때때로 다시 가는 육칠 리 길에서時復行間六七 里
문득 나뭇가지 위의 자고새 울음 듣네忽聞枝上 鷓鴣啼
라는 시를 읽어보자.
안축의 삶과 문학
이 시는 어느 여름날,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해변의 제방 길 을 말을 타고 가다 지은 것이다. 세상은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는 붉 은 꽃잎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그 붉음 속으로 말을 탄 채 지나가고 있다. 꽃잎은 어느덧 땅에 떨어져 말발굽에 묻히고 만다. 여기에서 주목할 표현은 “묻히다[沒]”라는 동사다. 해당화 꽃잎은 땅에 떨어 진 것으로도 모자라 말발굽에 짓밟힌 채 파묻혀 버린다. 시인이 사 용하고 있는 단어 “沒”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표면적으 로는 ‘사라지다·없어지다’이고, 위 시에서는 말발굽에 파묻혀 보이 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를 좀 더 확대 해석하면 ‘죽다’라는 뜻의 ‘歿’
과도 연관된다. 가다가 지치면 쉬었다 다시 가는 6․7리의 여정. 바 로 그 때, 홀연히 정적을 깨치듯이 자고새의 울음이 들려온다. 그렇 다면 제 4구의 자고새의 울음은 제 2구에서 말했던 꽃잎의 죽음의 결과이다. 꽃잎이 사라진 뒤[죽은 뒤] 태어난 새울음 소리! 가히 감 각미의 극치라 할만하다. 모르긴 해도 어느 현대시와 견주어도 결 코 뒤지지 않는 솜씨일 것이다.
안축의 삶과 문학
다음 시는 마치 강렬한 색채를 가진 서양화의 한 폭과도 같이 느껴진다.
붉은 구름, 붉은 해, 불타는 하늘彤雲赤日火鎖空
언덕 위 둥근 초가집이 시야에 들어오네傍岸團 茅在眼中
귀중하게 숲을 이룬 오래된 나무들珍重成林百年 樹
앉자마자 나에게 한 아름의 바람을 불어주네坐 來分我一襟風
안축의 삶과 문학
이 시의 압권은 제 1구이다. 시의 도입부부터 매 우 강렬한 색채 이미지가 구사되어 있다. “붉은 구름, 붉은 해, 불타는 하늘” 약간의 과장을 하 여 말하자면, 마치 고흐나 고갱 같은 인상파 화 가의 그림을 보고 있는듯하다. 이 시를 그림의 방식으로 평하자면, 매우 강렬한 붓의 터치가 느 껴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축의 삶과 문학
제 2구에서는 시인의 시선이 하늘에서 언덕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를테면 종에서 횡으로 시선이 이동한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던 시인의 시야에 저멀리 언덕 위, 작은 초가집이 들어온다. 그리 고 시선은 계속해서 마치 카메라의 렌즈가 옆으 로 이동하듯이 그 옆의 숲과 나무로 옮겨간다. 시인이 바라본 숲은 오래된 나무로 가득하다. 여 기에서 “오래된 나무”라는 말이 중요하다.
안축의 삶과 문학
제 1구에 나타난 이미지가 뜨거운 기운을 가진 청춘이라면, 제 3구에서는 시의 분위기가 한없 이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전환되었다. 이러한 시 상의 전환에 “오래된 나무”가 결정적 역할을 담 당하고 있다. 필자의 견문이 짧아서인지 몰라도, 우리 한시에 이처럼 강렬한 색채미와 탁월한 시 각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작품은 많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