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상담의 기초
1. 상담의 기본 원리
상담은 개인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활동을 증진시킴으로써 건전한 자아형성을 통 한 성장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담자가 상담을 전개할 때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원리 에 바탕을 두고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김흥규, 1984; 김충기, 1998에서 재인용).
(1) 개별화의 원리
상담자는 개인의 개성과 개인차를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상담을 전개해야 한다. 따라서 이 원리가 지켜지려면 아래와 같은 내용에 근거를 두고 상담이 전개되어야 한다.
① 내담자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
② 인간행동의 유형과 원리에 대해 전문적으로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③ 내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④ 내담자의 보조에 맞추어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⑤ 내담자의 감정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야 한다.
⑥ 내담자와 견해차가 있을 때 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갖고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한다.
(2) 의도적 감정 표현의 원리
사람은 누구나 정당하고 잘한 일에 대하여 떳떳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자기감정 또는 부 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 원리 속에서 자유롭게 의도적인 표현을 보장받 도록 온화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내담자에게 주어지는 효과는 압력이나 긴장으로부터 내담자를 완화시켜주며, 문제는 내담자 개인을 이해하게 해 주고, 심리사회적 인 지지의 형태인 동시에 그의 부정적인 감정표현 자체가 진정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므 로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표현을 비난이나 낙심시켜도 안 되고,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해야 한다.
(3) 통제된 정서 관여의 원리
상담은 주로 정서 측면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한 다. 내담자의 감정에 대한 상담자의 민감성, 그 감정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내
담자의 감정에 대한 의도적이고 적당한 반응이 필요하다. 즉 상담자는 내담자의 정서 변화 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해하고 적절한 반응하는 등 내담자의 정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수용의 원리
내담자를 수용한다는 말은 내담자를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즉 상담자는 내담자 에게 따뜻하고 친절하면서 수용적이어야 한다. 만약 내담자의 의견에 상담자가 동의하지 못 하는 일이 있더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하되, 그 표현이나 자세는 어디 까지나 온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과 수용하 지 않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결국 내담자의 장단점, 성격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 건설적 태도와 파괴적 태도 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해 야 한다는 것이다.
(5) 비판적 태도 금지의 원리
내담자는 자기의 잘못이나 문제에 대하여 나무라거나 책임을 추궁하거나 잘못을 질책하 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담자는 죄책감, 열등감, 불만, 고독감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인 의 비판에 예민하여 자신을 방어하여 안전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를 행동, 태도, 가치관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어떠한 문제에 대해 일방적인 판단이나 비판을 하지 않아야 한다.
(6) 자기결정의 원리
상담은 상담자가 내담자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내담자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수 있다는 신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지도와 충고가 있더라 도 내담자는 이에 무조건 응하기 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토대로 자기 방향과 태도를 결정해 야 한다.
(7) 비밀보장의 원리
상담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명심해야 할 사실은 상담자가 내담자와의 대화내용을 비밀로 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은 본질적으로 내담자가 상담자를 신뢰하고 믿는 데서 이 루어진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 놓여 있는 문제라도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손해를 끼치는 일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상담자는 비밀을 지켜줄 윤리적 의무가 있다.
2. 상담자의 윤리
상담자는 내담자의 조력 욕구를 충족시켜 내담자의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도모하도록 도와 줄 책임이 있으며, 이와 함께 다른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윤리적 책임과 의무 가 있다. 이에 대해 Kitchner(1984)는 윤리적 상담을 위한 5가지 원칙으로 자율성 존중(respect of autonomy), 비유해성(nonmaleficence), 선의(beneficence), 공정성(justice), 충실성(fidelity)을 제안하였다. 여기에서 자율성 존중은 내담자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존재라는 것을 말한다. 비유해성이란 상담자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주거나 해를 입히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의는 상담자가 다른 사람 에게 선행을 베풀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것을 말한다. 공정성은 상담자가 인 종, 성별, 종교를 이유로 내담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충실성 은 상담자가 내담자를 돕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충실하게 임해야 하며,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상담자가 지켜야 할 윤리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비밀유지
상담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윤리적 문제는 비밀유지의 문제이다. 비밀유지는 법적, 윤리적 문제이다. 내담자는 상담자가 사생활을 누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지 않는 한, 진정한 상담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상담자가 법적으로 상담내용을 보고해야 할 때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경우다.
•내담자가 타인이나 자신을 해칠 가능성이 있을 때
•내담자가 학대, 강간, 근친상간, 기타 다른 범죄와 관련되어 있을 때
•내담자가 입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법정의 요구가 있을 때
•내담자가 자신의 기록을 자신이나 제3자에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할 때
하지만 일반적으로 내담자가 한 말을 보호해 주는 것은 상담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이며 상담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상담내용이 비밀유지된다고 말해 줄 때 위와 같은 비밀유지의 한계에 대해서도 반드시 이야기 해 주어야 한다.
(2) 전문적 한계
상담자는 자신의 능력과 훈련을 통한 자격을 바탕으로 실천적 활동을 하는 전문가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전문적 책임감과 기술을 가지고 내담자를 조력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
과 전문가로서 자격 이상의 부적절한 조력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상담자는 자신의 전문적 한계 를 인정하고 내담자에게 적절한 조력을 할 수 없는 경우에 기꺼이 다른 상담자에게 내담자를 의뢰 해야 한다(노안영, 2005).
(3) 이중관계
이중관계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때 발생 한다. 이중관계의 예로는 감독자와 상담자의 역할, 친구와 상담자의 역할, 친인척과 상담자 의 역할 등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중관계가 상담에 영 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다른 상담자에게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내담자와의 개인적 관계 금지
상담 회기 이외에 내담자와 개인적 관계를 갖지 않아야 한다. 이는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다 보면 상담관계를 떠나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돈 빌리기, 상대방을 사업대상으로 삼기 등과 같은 금전적 사업적 거래관계 혹은 내담 자와 감정적으로 접촉하기 등과 같은 개인적 친분관계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 다.
(5) 내담자의 복지와 이익 우선
상담자는 내담자의 복지와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해야 한다. 상 담자는 내담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해서는 안 되며 내담자를 희생하 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6) 내담자의 차별 금지
상담자는 내담자의 인종, 성별, 종교, 나이, 문화 등에 따라 차별을 하지 않아야 하며, 내담자의 다양한 문화적, 정서적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Patterson & Welfel, 2000).
(7) 내담자의 권리와 자유 존중
내담자는 상담계획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상담서비스를 거부할 수도 있으며, 어떠한 상담 자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할 자유가 있다. 상담자는 이러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 주어야 하며, 자신의 가치를 내담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Patterson & Welfel, 2000).
3. 상담자의 태도
상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때 내담자는 자신이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있고, 이해 받고 있다고 느끼길 원하며 동시에 진솔하게 상담에 임하고자 한다(Defferbacher, 1985). 내담자가 원하는 이 러한 상태로 상담을 이끌기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와 촉진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내담자 중심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담자가 내담자와의 진실한 관계와 효과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서 공감적 이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진정성을 들고 있다(Rogers, 1957;
Raskin & Rogers, 1989). 여기에서는 상담자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로서 공감적 이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진정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1) 공감적 이해
공감적 이해(empathetic understanding)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행동이나 말을 겉으로 드러 나는 것만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면의 감정을 마치 자신의 감정인 것처럼 느 끼면서 내담자의 경험세계를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천성문 외, 2006). 즉 공감적 이해란 상담자가 내담자의 내면세계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마치 내담자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보고, 내담자의 귀로 듣는 것처럼 듣는 것이 공감적 이 해라 할 수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있음이 전달되었는지는 내담자의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 이야기의 내용뿐만 아니라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했을 때 내담자는 종종 놀라움이나 안도의 반응을 보여주곤 한다. “네, 그래요. 바로 그게 내가 느끼 는 거에요.” “네, 바로 그거에요.”와 같은 내담자의 반응은 상담자의 공감적 전달이 잘 이루 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내담자에 대해 상담자의 공감적 이해가 이루어지면 내담자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상담자를 보다 신뢰하게 되어 자신을 깊이 드러내 보이게 되면서 상담관계가 상담자와 내담자의 촉진적인 관계 혹은 진실한 관 계로 형성된다.
2)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ed positive regard)이란 내담자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조건 없이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며, 내담자의 감정, 사고, 행 동 등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도 하지 않는 태도를 말하며 ‘수용(acceptance)’이라고도
한다. Rogers(1957)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내담자의 행동, 태도, 지위, 외모 등과 같은 외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존엄성과 선천적인 가치를 가진 인간으로 내담자를 간주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현재의 관점에서 긍정적 존중은 내담자를 인간적인 존재로서 긍정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담자에게 긍정적으로 존중하는 상담자는 내담자가 갖고 있 는 관점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의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있다.
3) 진정성
진정성(genuineness)이란 내담자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짐과 아울러 순수하고 투명하게 자신을 열고 대하려는 자세를 말한다. Rogers는 상담관계의 필요충분조건으로 공감적 이해, 무 조건적 긍정적 존중(수용), 진정성을 들고 있는데, 특히 다른 두 가지 조건의 필수 전제라고 할 정도로 진정성을 중시하고 있다. 내담자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순수한 자세가 선행되어야 상담 자의 공감적 이해와 수용이 비로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박성희, 2007). 진정성 은 내담자와의 상담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대인관계를 맺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찾는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도 자신을 진정한 마음으로 항상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신뢰감 있는 사람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