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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와 관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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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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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마치 경제민주화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 이고 이 시대의 화두인 양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란 무엇 인가? 그동안 KERI 칼럼의 경제민주화 시리즈를 통해서도 다양한 경제민주화의 정 의가 소개되었지만 본 칼럼에서는 헌법 조항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근거로 경제민 주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경제민주화의 헌법적 근거라고 주장되는 헌법 제119조 2항을 보자.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 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 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을 보면 경제의 민주화란 경제주체간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 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듯하다. 특정 경 제주체가 앞서나가거나 경제주체간의 불균형한 성장이 나타나면, 이는 시장에서의 지배력과 경제력의 남용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조화와 균형의 대상이 되는 경제주체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자본가와 노동 자, 기업과 소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경제주체가 될 수 있다. 이들 간에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자본가, 기업, 대기업의 노동자, 소비 자, 중소기업에 대한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이 나타나게 되며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이 필요하고 이와 같은 규제와 조정이 경제민주화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관료제의 영역이 팽창되어서는 안 돼

최근에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하는 정책 제안들이 예외 없이 대기업에 대한 규 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헌법 제119조 2항에 대한 이러한 해석에 비춰볼 때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잘나가는 집단이 대기업이고 경제

경제민주화와 관료주의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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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간의 조화와 균형을 깨뜨리는 존재도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 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렇다면 이런 논리에 따라 경제민주화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경제민주화 자체에 있다. 경제민주화가 최종적으로 도달할 곳은 관료주의이다. 흔히들 관료주의(bureaucracy)라고 하면 민주주의와 반 대되는 개념으로 인식한다. 민주주의란 1인 1표에 의한 선거로 선출된 사람들이 다 수 국민의 뜻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반대로 관료주의 란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자의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경제민주화와 관료주의는 대척점에 서 있어 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관료주의의 문제점은 관료, 즉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관 료주의의 폐해를 이야기하면서 관료들의 자질, 자의성, 부패의 문제가 항상 거론된 다. 그러나 관료주의의 폐해를 개별 관료들의 문제로 환원하여 이들을 비난하는 것 은 정당하지 않다. 관료주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관료제라는 체제의 문제이며, 관료제는 정도의 문제는 있으나 정부의 작동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게 존재하는 체 제이다. 정부 기구의 운영에 관료적 관리방식이 요구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여기서 관료주의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민주주의와 관료주의는 배치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국민 에 의한 지배이고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들이 만든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 다.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의 대표들이 만든 법과 예산에 의해 엄격하게 정부가 운 영이 된다고 해도 정부기구의 운영은 관료적 관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관료적 관리 는 상부조직의 권한에 의해 정해지는 규칙과 규정에 따르는 관리이고, 상부조직이 전제적 군주나 독재자냐 아니면 국민이냐의 차이점이 있을 뿐 본질적으로 관료제라 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문제는 관료제가 아니라 관료제가 적용되는 영역 의 팽창에 있다.

관료적 관리는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행정업무의 처리에 적용되는 방 식이다. 따라서 관료적 관리에서 성공의 기준은 상부조직이 정한 규칙과 규정에 얼 마나 부합하는가 여부이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 대다수가 복지국가를 원하는 경우 복지의 확대라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정 부기구가 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정부기구의 관료적 관리는 성공적이 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의 역할과 시장에 대한 개입 이 커지면서 관료적 관리가 적용되는 영역이 증대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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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사기업에서 해야 할 영역까지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고, 이 영역에서 기준이 되어야 할 이윤, 효율에 따른 관리가 아닌 관료적 관리가 나타나게 된다.

관료제와 그 적용에 따른 관료주의의 비효율성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게 되는 것 은 이렇게 시장이나 민간 기업이 담당해야 할 영역까지 정부가 담당하는 경우 나타 난다. 관료제의 영역 팽창은 비효율성의 만연, 혁신의 부재를 야기한다. 이는 시장 의 역할을 축소시키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의 정 체 혹은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민주화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전체주의를 경계해야

다시 경제민주화로 돌아가자. 경제주체간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는 경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해석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정부는 시장에서 결정 되는 결과물이나 민간 기업의 행태가 정부의 정치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면 할수록 정부의 시장이나 민간 기업에 대한 개입은 강해질 것이고 경제 전반에 걸쳐 서 관료적 관리가 적용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관료제의 영역 팽창과 관료주의 의 만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경 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기업뿐만 아니라 기업 일반에 대한 전 반적인 규제 강화가 나타날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의 개입과 관료적 관리가 특정 집단이 아닌 개인의 일상생활까지 옥죄게 될 수 있고, 민주화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전 체주의가 우리 앞에 나타날 지도 모른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이고 앞날이다.

본 고로 KERI 칼럼 <경제민주화 시리즈>는 마칩니다.

<경제민주화 시리즈>는 도서로 기획·제작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바랍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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