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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부금 입학,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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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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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교육과 관련해서 이른 바 ‘3불(不)’ 정책이 있다. 고교등급제 불가, 본고사 불가, 기부금 입학 금지1)가 그것이다. 현재 3불 중에서 고교등급제 불가와 본고사 불가는 유명무실화되었다. 외국어고, 과학고, 자율형 사립고, 국제학교로 인 해 학교 간 평준화는 깨졌다. 대학의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실질적인’ 본고사도 시행되고 있다. 기부금 입학만이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일견 정의로워 보이는 기부금 입학 금지와‘소수자 우대 정책’의 오류

우리 국민 중 다수는 기부금 입학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공부 못해도 돈 으로 대학에 들어간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국민이 기부금 입학이 정의 (正義)에 반(反)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고 공 부를 못 하는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의이 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민들이 공부를 못하는 가난한 학생에 대한 특례(特例)는 허 용한다는 것이다. ‘소수자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의 일환(一環)으로 농어촌 학생, 차상위 계층 학생은 성적이 낮아도 입학이 허용된다. 국민들이 이러한 정책을 용인(容認)하는 이유는 이들에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생 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를 요약하면 이렇다. “부모가 부자인 학생의 성적이 낮은 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따라서 기부금을 내더라도 입학을 허용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가난한 학생이 성적이 낮은 것은 본인의 책임이 아니므로 특례를 적용해도 된다.”

기부금 입학 금지와 소수자 우대 정책은 일견(一見) 정의로워 보인다. 부유한 학 생이 돈으로 입학 자격을 사는 것을 막으면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한 가난한 학 생의 입학을 허용하니 말이다. 과연 그런가? 현실을 단순화해보자. 대학에 입학하려 는 학생은 네 집단 중 하나로 분류된다. 네 집단은 '공부를 잘하면서 부유한 학생

1) 정확한 용어는 기여 입학 금지이지만 여기서는 ‘대학에 재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의 직계자손에 대한 특 례’에 대해 논의하기 때문에 기부금 입학 금지라고 하였다.

대학 기부금 입학, 왜 필요한가?

오정일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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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상황 학력 수준

공부를 잘함 공부를 못함

부유함 집단 1 집단 2

가난함 집단 3 집단 4

(집단 1)', '공부를 못하지만 부유한 학생(집단 2)', '공부를 잘하지만 가난한 학생 (집단 3)', '공부를 못하면서 가난한 학생(집단 4)'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 래와 같다.

정부가 집단 1을 도울 이유는 없다. 소수자 우대 정책의 대상은 집단 4이다. 소수 자 우대 정책은 형평성과 효율성의 두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집단 3과 집단 4를 비교해보자. 두 집단 모두 가난하지만 집단 3은 자신의 능력으로 입학하는 반면, 집 단 4는 특혜(特惠)를 받아서 입학한다. 즉, 소수자 우대 정책은 '수평적 형평성'에 반한다. 가난한 학생을 성적에 따라 다르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 2와 집 단 4를 비교하면 소수자 우대 정책은 비효율적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집단 2와 집단 4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다. 학력 수준이라는 측면에서 두 집단은 무차별하지만 집단 2가 입학하는 것이 대학에 이롭다.2) 대학은 집단 2의 입학을 선호하지만 기부금 입학 금지와 소수자 우대 정책으로 인해 집단 4를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이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면서 모두가 학습의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성적은 좋지만 가난한 학생이 정부보조금, 조건 없는 기부금을 받아 대학에 입학 하고,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이 소수자 우대 정책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등록금은 몇 년 째 동결되었고 복지 지출의 증가로 교육 재정이 대폭 증액될 가능성은 없다. 조건 없는 기부금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건전한 재정(財政)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唯一)한 방법이 기부금 입학이다.

기부금 입학은 집단 2와 집단 3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去來)'이다. 물론, 두 집 단이 직접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대학이 거래를 중개(仲介)한다. 성적은 나쁘지만 부유한 학생은 대학에 기부금을 내고 입학 허가를 받는다. 기부금을 받은 대학은 집단 3에게 장학금을 준다.3) 기부금 입학이 거래라면 집단 3이 장학금을 받는 대

2) 가난한 학생이 입학할 경우 대학은 등록금을 올릴 수 없고 장학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압 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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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代價)는 무엇인가? 그것은 나보다 공부를 못한 학생이 입학한다는 '기분 나쁨'이 다. 물론, 집단 4는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다. 자신도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 중 다수는 집단 4에 속한다. 이들은 기부 금 입학과 무관하다. 기부금 입학을 통해 집단 2가 대학에 들어가면 집단 3의 입학 기회가 줄어들지 집단 4가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기부금 입학과 관련된 당사자는 집단 2와 집단 3이다. 그러나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다수인 집단 4의 목소리가 주로 반영된다. 그 결과, 기부금 입학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고등 교육(higher education)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유럽식 모형은 실패했다. 정부가 대학의 재정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다. 어떤 조건도 없는 기부 (寄附)는 인간의 본성에 부합(附合)하지 않는다. 기부금 입학이 최선(最先)은 아니 지만 차선(次善)은 된다. 기부금 입학과 관련해서 지나친 도덕주의(道德主義)나 근 본주의(根本主義)를 경계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격언(格言) 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세우는 정의가 진짜 정의인지, 하늘이 무너지고 나서 정의 를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3) 집단 2가 낸 기부금 중 일부는 집단 1과 집단 4에게도 지불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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