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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기초교육의 성찰과 새로운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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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양기초교육의 성찰과 새로운 방향

17)박 일 우*

❘목 차❘

Ⅰ. 서 론

Ⅱ. 교양기초교육학의 정계(定界)

Ⅲ. 교양기초교육의 새로운 임무

Ⅳ. 교양기초교육계의 기회

Ⅴ. 결 론

국문초록

교양기초교육의 정상화 과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나타나 고 있다. 지난 20여년 진행되어 온 정부재정지원사업의 효과가 일부나마 현장의 교양기초교육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주었으며, 다수의 교양기초교육 연구소가 한 국연구재단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제3주기 대학기본역량 진단 항목은 교양기초교육계의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함으로써 교양기초교육의 정상화 계기를 제공하리라 기대된다. 이 글은 이러한 시대적 징후를 읽어내면서 교양교육‘학’의 정립과 하위분야를 제안하고, 교양교육학계의 국제화 노력을 촉구하며 교양기초교 육계 내부의 성찰, 특히 교양기초교육 전담ㆍ담당 교ㆍ강사의 상호이해와 성찰을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의 이름으로 진행하기를 촉구한다.

[주제어] 교양기초교육, 교양기초교육학, 일반교육, 기초교육, 자유학예교육, 국제화, 교수개발, 정부재정지원사업,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대학기본역량진단

* 계명대 교수, ilwoo@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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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대한민국의 교양기초교육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교양기초교 육의 발전은 내부에서보다는 외부에서 촉발되어 온 측면이 더 크다면, 2020년 이후부터는 교양기초교육의 발전은 교양기초교육계 내부의 자성과 주도적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할 여러 가지 시대적 징후들이 보인다.

고등교육계에서 교양기초교육의 위상이 어느 정도나마 확립된 것은 교양 기초교육계의 노력보다는 외부에서 주어진 계기로 인한 것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 시작은 2001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수행한 학문분야 평가인 정제 교양교육분야 평가이었다. 여기에다 1990년대 풍미한 인문학의 위기 담론 이후 교육당국이 진행한 다양한 인문학 정책과 재정지원 사업 역시 교양기초교육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재정지원 사업 가운데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Advancement for College Education, 약칭 ACE사업)은 인문학 뿐 아니라 교양기초교육의 진흥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ACE의 뒤를 이은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 속칭 CORE사업)은 사업목적을 인문학 진흥으로 특정하였다. CORE는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 반 융합, 기초학문 심화 모델을 제시하고 이들을 융합한 모델에도 기회를 주었으며, 특히 기초교양대학 모델을 추가함으로써 교육당국의 교양기초교 육 진흥의지를 표명하였다. CORE 사업은 3년의 시범 기간을 거쳐 10년 정도의 장기적 사업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2018년 CORE를 비롯한 PRIME, CK 등 기존의 재정지원사업이 통합되어 ‘대학혁신 지원사업’으로 개편되었 다. 대학은 이를 3년 만에 중단되어 버린 CORE 사업의 성과를 계승하는 기회로 삼고 융합전공 프로그램을 대학혁신 지원사업에서 승계, 발전해나 가려는 추세를 보인다. 이 역시 “융ㆍ복합교육의 기초로서 교양교육”1)

1)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30년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3, 283~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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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 한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하 교기원)의 설립 배경에 부합하는 긍정 적인 변화이다.

교양기초교육의 위상이 학계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으로만 제고된 것은 물론 아니다. 21세기 벽두부터 국내 고등교육계는 개별 학문을 넘어서는 시대적 요구, 즉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융ㆍ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2001),2) 한국교양교육학회 (2006), 한국교양기초교육원(2011)은 교양기초교육의 위상을 자각한 몇몇 선각자들로부터 시작하였다. 세 기관의3) 설립과 발전 과정에서는 지난한 모색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오늘날 이들은 교양교육을 넘어 기초교육의 영역에까지 관심사를 넓히게 되었다. 특히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존재와 다양한 사업은 뒤에 상술하겠지만 외국의 대학 관계자들에게 경이로움을 주기도 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 고등교육에서 교양기초교육의 위상은 상당히 제고 되었다. 각 대학은 자의에서든 평가를 대비한 타의에서이든 교양기초교육 을 전담하는 편제를 만들었으며 교양기초 교육과정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러한 학계 내부의 노력은 드디어 2021년 제3주 기 대학기본역량 평가 진단항목에 제대로 된 교양기초교육을 지향하는 내 용이 들어가는 쾌거를 이루었다.

2) 이 기관의 전신은 ‘대학교양교육협의회’이었으나 한국교양교육학회가 생긴 후 2007년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로 개명하고 “자매기관인 한국교양교육학회의 연구 활동을 비롯한 교양교육 발전을 위한 연구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추가하여 회칙을 수정하 였다.

3) 이들을 트로이카(troika)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교양교육 분야 특유의 동료의식을 내포하는 별명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이 세 기관은 교양기초교육의 발전을 위해 암시적이나마 각자의 역할 분담을 가진다. 전국대학교양교육협회는 각 대학의 교양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장들의 모임으로 교양기초교육의 실천적 측면을 공유하며, 한국교양교육학회는 교양기초교육의 이론적 측면을 탐구하고,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 부설기관으로 주로 교양기초교육의 정책개발을 담당한 다. 특히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은 적지 않은 국비를 통해 교양기초교육의 인식을 제고 하고 교양기초교육의 질적 제고 노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하는 배경에서 설립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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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교양기초교육은 여전히 실용성 을 바탕으로 하는 전공 중심주의에 밀려나며, 교육 여건이나 전담교수의 처 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가 전공교육 분야의 그것에 비해 열악하다. 그동안 교양기초교육계는 이런 ‘을’의 입장을 항변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시 점을 가져볼 때가 되었다. 교양기초교육이 중요하다고, 고등교육의 한 축이 라고 주장하기 전에 이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도대체 교양기초교육 이란 무엇인가?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명쾌한 답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현장에서 갈등을 겪을 때마다 항상 되뇌어 보게 되는 몇 가지 문 제를 큰 관점에서 되돌아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다. 이 글은 교양기초교육 의 이론적, 실천적 하위 영역과 한계를 규명하고, 2020년대 교양기초교육 의 새로운 기회와 사명을 모색하면서 나아가 교양기초교육에 종사하는 전 담ㆍ담당교원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를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다 시 말해 한국교양교육학회를 비롯한 교양기초교육계가 수행할 당면 과제를 제시하는 선언서(manifesto)이기도 하다.

Ⅱ. 교양기초교육학의 정계(定界)

1. 교양기초교육의 형성

모든 학문(discipline)은 정체성을 가지며, 그 정체성은 연구대상, 연구 목적, 연구방법으로 형성된다. 이 원칙은 교양기초교육‘학’에도 적용된다.

교양기초교육학의 연구대상은 교양기초교육 전반이 될 것이며 연구목적은 교양기초교육의 이념에 부합하는 질적 제고, 연구방법은 고등교육 현장 상 황에 근거를 둔 실증적 방법과 이념에 근거를 둔 이론적 탐구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 학문 역시 하위 분야를 가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은 전공교육과 구별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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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었다. 그런데 지식정보사회의 도래는 일반교육을 기초학문과 결합하 여 교양기초교육으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이 교양기초교육은 전통적인 자 유학예교육(Liberal Arts Education)을 소환하였다. 오늘날까지 교양교육 의 이론적, 실천적 전범이 된 하버드 대학의 󰡔자유사회를 위한 일반교육󰡕, 일명 ‘레드북’은 서문에서부터 일반교육과 자유학예교육의 관계를 다음처 럼 밝힌다.

일반교육의 핵심 문제는 자유롭고 인간적인 전통의 지속이다. 우리의 문명 이 지속되려면, 단순한 지식습득이나 특정 기술이나 재능의 발전만으로는 본 질적이며 광범위한 이해의 기초를 얻을 수 없다. [...] 그러나 몇 가지 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에 더하여 수학, 물리학, 생물학(즉 고전적 자유학예교육) 에 제대로 기반을 둔다고 해도 자유 사회의 시민이 가져야 할 충분한 교육적 배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의 교육과정은 개인으로서 인간의 정서적 체험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서 인간의 실천적 체험에 충분히 접하지 못한다.

[...] 성장 단계별로 가치판단이 가장 중요한 이러한 영역(역사, 예술, 문학, 철 학)을 교육진행 과정에서 접하지 못한다면 이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4)

이 지점에서 일반교육, 자유교육, 교양기초교육과 자유학예교육의 관계 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5) 손동현은 자유교육과 일반교육, 기초학문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파하였다.6) 자유교육이 일반교육으로 확장되었 으며 자유학예의 내용이 일반교육으로 전이되고 자유학예의 자리에는 기초 학문들이 자리 잡아왔다는 것이다. 손동현도 언급하듯, 21세기 지식정보사

4) Conant, J. B., General Education in a Free Society, Harvard University Press, 1945, p. viii. 괄호 안은 문맥에 따라 필자가 부가.

5) 교양교육이라는 용어 자체가 많은 문제와 오해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 문제는 해묵은 것으로 많은 선행연구에서 제기되었으며, 특히 백승수는 이 문제를 심도 있 게 논의하면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기초학문분야를 가로지르는 학제 횡단 적 ‘문리교육’이라는 명칭을 제안하였다. 백승수, 「교양교육의 명칭 재정립을 통한 교양교육의 재개념화」, 󰡔교양교육연구󰡕 제13권 제1호, 한국교양교육학회, 2019, 141~161쪽 참조.

6) 손동현, 󰡔대학교양교육론󰡕, 철학과현실사, 2019, 30~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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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에서 자유교육의 개념은 AAC&U의 정의가 통용된다.7) 지난한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현재 우리가 표방하는 교육은 교양기초교육(Liberal Arts Education)이라 부른다. 자유교육은 교양교육 단계 뿐 아니라 전 고등교육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진행되며, 자유학예교육은 기초학문을 포함하면서 일 반교육을 점차 대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 교양기초교육학의 정체성과 하위 분야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라는 기관의 명칭과 이 기관이 제정한 ‘대학 교양 기초교육 표준모델(이하 표준모델)’은 이러한 앞 절에서 본 역사적 합의를 반영한 결과이다. 이 기관이 제시하는 ‘대학 교양교육 컨설팅 진단항목(이하 진단항목)’에는 ‘기초’라는 표현은 들어있지 않지만 표준모델에 입각한 실천 적 진단항목의 성격을 가진다. 이들은 교양교육 분야 전문가들이 수년 동안 이론적 탐구 뿐 아니라 현장에서의 경험과 컨설팅 경험을 통해 지난한 과정 을 겪어 만들어 온 집단지성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표준모델과 이에 근거한 진단항목의 크고 작은 범주 설정은 개별 대학의 교양교육 실천 모델과 진단 도구 뿐 아니라 교양기초교육학의 정체성과 하위 분야를 제안하는 준거로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인식이 선행연구에도 보인다. 백승수는 한국교양교육학회 기관지

󰡔교양교육연구󰡕에 실린 논문들의 하위 범주를 설정하면서 교기원의 대학 교양기초교육 표준 모델을 원용하였다.8) 이 연구는 창간호(2007년 1권 1 호)부터 2016년 10권 4호까지의 기간 동안 학술지에 게재된 508편의 논

7) https://www.aacu.org/leap/what-is-liberal-education 여기에서도 통상 혼동 되기 쉬운 용어들로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 자유학예(The Liberal Arts), 자유학예대학(Liberal Arts College), 고전적 자유학예(Artes Liberales), 일반교육 (General Education)을 정리하였다.

8) 백승수, 「󰡔교양교육연구󰡕 10년의 성과와 과제」, 󰡔교양교육연구󰡕 제11권 제4호, 한 국교양교육학회, 2017, 273~305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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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먼저 ‘교양교육의 이념과 체계’, ‘교양교육의 내용과 방법’, ‘교양교육 의 지원과 운영’으로 나누고 각 영역의 현황을 분석하였다. 물론 각 영역에 속하는 논문들의 질적 양적 차이는 있었겠지만, 국내에서 교양기초교육 연 구가 활성화된 최초 10년 동안 학술지에 실린 학술논문을 역으로 추적한 결과를 이용하면 귀납적으로 교양기초교육학의 하위 분야를 설정할 수 있 을 것이다. 백승수의 선행 연구를 토대로 교양기초교육학의 하위 분야를 설 정하고 한국연구재단 학술분류표에 등재된 기존의 관련 학문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교양기초교육학의 하위 분야를 제안해보면 <표 1>과 같다.

대영역 하위 분야 관련 학문

교양교육의 이념과

체계

교양기초교육이념

교육사학, 교육철학/사상 교양기초교육사

비교교양기초교육론

교양기초교육과정 교육과정

교양교육의 내용과

방법

기초교육론

각 분야교육, 교과교육학, 과학기술학, 교양교육론 감성과학

소양교육론

교수학습방법론 교수이론/교육방법/교수법, 교육공학

교양교육의 지원과

운영

교양기초교육경영 교육행정/경영학

교양기초교육평가 교육평가

비교과교육론 윤리교육, 진로교육, 평생교육, 교육상담

교수개발론 신규 학문분야(교양기초교육 전담·담당 교원 대상 인수프로그램 개발)

<표 1> 교양기초교육학의 정체성과 하위분야

이 결과에서 한 가지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교양기초교육학은 한국연 구재단의 학술연구분야 분류에서 사회과학(대분류) - 교육학(중분류) -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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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소분류) - 교양기초교육(세분류)에 위치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교양교육의 내용과 방법’ 영역은 기존의 기초학문들이 교양교육의 이념과 방법을 수용하여 다시 태어날 때 가능한 분야이다. 모든 학문은 태어날 때 부터 융합학문이었으며 발전을 계속하여 독자적인 대상과 방법, 목적을 정 립하면서 개별 학문으로 귀착한다. 교양기초교육학은 막 싹트는 학문으로 아직 융합학문의 단계를 밟고 있다. 교양기초교육과정은 인문, 사회, 자연, 예술은 물론 디지털 리터러시를 아우르는 자유학예(liberal arts)가 모두 참 여한다는 점에서 교양기초교육학을 교육학의 하위 영역에 둘 수는 없다. 현 재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분야 분류표 상에서도 교양기초교육학은 ‘복합 학(대분류)’ 아래 ‘학제간연구(중분류)’와 대등한 위치를 가질 이유가 분명 해진다.

Ⅲ. 교양기초교육의 새로운 임무

1. 교양기초교육과정의 재정립:일반교육에서 기초학문 교육으로

교양기초교육은 이름 그대로 기존의 일반교육(혹은 교양교육)과 기초학 문 교육을 아우른다. 교기원 표준모델에서 제안하는 교양기초교육과정의 편성에서 핵심이 되는 ‘교양교육’ 영역이 제안하는 원칙 중 하나인 ‘배분이 수(distribution)’ 모델은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이 준수하고자 노력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컨설팅을 받는다. 샤일러(K. Shailer)는 교양기초교육이란 철학자들을 양성하는 교육이라 재규정하였다. 그녀는 지나치게 전문화된 교육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그 해법으로 학생들은 첫 학년부터 학제적 사유 와 관점에서 시대의 이슈들을 조망하는 능력, 즉 ‘철학자’들을 키우자고 제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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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대규모 문화적 전이이다. 2, 3백 년 전 대중의 지식이 형성되던 시 기로 되돌아가 지식의 창출이 천천히, 긴 시간동안 발전하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학문들이 형성된 과정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 이다. 전문화의 사일로를 부술 필요가 있다. 결국은 열 두어 학문들과 하위 영역으로 귀착되는 파편적인 영역과 관점들을 통합하는 생생한 철학 프로그 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 학생들이 스스로를 가장 넓은 학제학적 의미에 서 철학자로 생각하고 이와 더불어 자신들의 본질을 담보하는 깊은 지식을 습득하게 할 필요가 있다.9)

이에 근접한 교육과정 편성은 하버드 칼리지와 Yale-NUS에서 볼 수 있다. 하버드 칼리지는 기본적으로 자유학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필수 교육과 정은 있다. 학생들은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 영역에서 미학과 문화 (Aesthetics & Culture), 윤리와 시민(Ethics & Civics), 역사, 사회, 개인 (Histories, Societies, Individuals),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Science &

Technology in Society) 분야에서 한 교과목을 이수하고 배분이수 (Distribution) 영역에서 예술과학대학, 예술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공학 및 응용과학 대학에서 한 교과목을 이수하며, 데이터를 통한 양적 추론 (Quantitative Reasoning with Data), 글쓰기(Expository Writing)와 언어(Language)를 이수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졸업 이수 학점의 1/3 정도를 취득하며, 나머지 학점은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50개 학문영역, 3,700개의 교과목 중 자신이 선택한 교과목들을 이수하는 집중이수 (Concentration)와 제2 분야(혹은 부전공), 고대ㆍ현대 언어, 독립연구 등 으로 구성된 일반선택(Elective)을 통하여 취득한다.10) Yale-NUS의 학부 교육과정 역시 공통교육과정(Common Curriculum)과 전공(Majors), 일

9) Shailer, K., “Why the World Needs More Philosophers: Liberal Education and Public Intellectual”, IN Dharamsi, K. and J. Zimmer eds., Liberal Education and the Idea of the University:Arguments and Reflections on Theory and Practice, Vernon Press, 2019, p. 44.

10) https://college.harvard.edu/acade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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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선택의 삼원 원칙에 따라 구성된다.11)

이 글은 교양기초교육의 무게 중심을 일반교육에서 기초학문교육으로 옮 기기를 제안한다. 어차피 “교양교육은 여러 분과학문의 교육을 통해 얻는 특정 영역들의 기본지식을 조망하고 연계시키고 종합할 수 있는 시야와 통 찰력을 길러주는 교육”12)이기 때문이다. 지식정보사회의 도래, 특히 이제 는 진부해진 담론이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협량한 분과 학문의 입지는 더 이상 없다. 분과 학문을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으로 나누는 전통적 인 관점 역시 앞으로는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아예 교양기초교육을 표준모델에서 명명하는 ‘기초학문교육’으로 재정립하되, 표준모델에서 규 정한 기존의 ‘기초교육’ 분야는 교육과정에서 신입생 프로그램(First Year Education:FYE)으로 부과하거나 4년 동안 골고루 안배하여 교양기초교 육의 영역에서 독립하고, ‘소양교육’ 영역은 학점을 부여하지 않는 비교과 로 편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는 것은 ‘교양교육’이라 명명한 영역인데 이 글은 이 영역만 교양기초영역으로 다루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교양기초교육에 배정된 이수학점의 총량을 넘어서지 않아 교양교육 - 전공교육 - 일반선택에 대등한 학점을 배분하는 삼원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일반교육에서 기초학문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교양기초교육을 구성하자 는 이 글의 의도는 또 다른 배경을 가진다. 그것은 오늘날 기초학문의 편제 와 교육과정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목도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기초학문, 특히 인문학의 위기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유수 자유학예대학에서도 문학, 심리학 등의 기초학문 프로 그램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유독 두드러진다. 그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완고할 정 도로 학과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11) 삼원 원칙은 졸업 이수학점을 교양기초 1/3, 전공 1/3, 일반선택 1/3을 배정하는 교육과정 편성 원칙이다.

12) http://konige.kr/sub02_08.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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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는 신입생 모집부터 시작하여 모든 행ㆍ재정 절차에서 기본 단위로 고착되었다. 신입생들은 특정학과에 입학하여 짧게는 4년, 길게는 석ㆍ박 사 과정 동안 10년 이상을 하나의 편제단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상항에서 학과 소속 교수들과 학생들의 관계는 갑과 을의 사이로 굳어진다.

한 마디로 교수는 절대 영주, 학과는 공고한 성이며 학생들은 충실한 백성 이다. 유사 학과들 사이의 교류는커녕, 학과 내부에서도 전공영역이 나누어 진다. 중세의 도제교육이 여전히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문화의 전통 이 1990년대 중반의 학부제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이다. 이 현상은 기초학 문의 성격을 가지면서 상대적으로 긴 역사를 가지는 학과일수록 더욱 심하 였다. 2010년대 이후, 특히 4차산업혁명 담론의 대두 이후 유행처럼 번진 융합프로그램, 융합전공 등의 설익은 시도가 재정지원사업이나 평가용 계 획과 분식된 실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결국은 해묵은 학과ㆍ전공우선이라 는 우리나라 특유의 완고한 대학문화가 그 배경인 것이다.

재정지원사업에 목을 맨 대학들은 명목상으로도 기초학문 편제들을 통폐 합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재정지원사업이 강조하는 취업률을 올려 줄 듯 한 학문분야는 기초학문이 아니라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응용학문이었다.13) 등록금 동결과 인구절벽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당장 가 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초학문 편제에서 더 이상 교수를 충원할 이 유도, 재원도 찾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날 2010년 이후, 전국의 인문대학 에서 전통적으로 인문학을 구성하였던 문ㆍ사ㆍ철의 이름을 달고 있는 편 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몇몇 국립대학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 국어문학은 단지 도구과목으로 중국어를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중국학과 와 통합되어 ‘중국어문ㆍ중국학’ 혹은 ‘중국문화컨텐츠’라는 이름을 달게

13) 꼭 그렇지도 않다. 실증적 조사로도 전공분야와 취업의 부합성은 의미가 없다. 오 히려 자유학예교육이 21세기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이론과 조사결과는 넘쳐 난다. 예를 들면 포브스 출신 저널리스트가 출판한 보고가 그러하다. Anders, G., You Can Do Anything – The Surprising Power of a “Useless” Liberal Arts Education, Little, Brown and Company, 20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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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 절박한 대학당국에게 어문학은 기초학문이며 지역학의 하나인 중 국학은 전형적인 응용학문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나아가 ‘구조조정’

은 해당 학과 마지막 교수의 퇴임을 의미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도미노 현상을 그저 대학당국과 교육당국의 몰지각으로만 치부할 것인가? 기초학 문의 내재적 성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필자는 3년의 간격을 두고 다음과 같은 글을 발표하였다.

교양기초교육학은 태생부터가 기존의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아우 르는 총체적 융ㆍ복합 학문입니다. 교양기초교육의 실천의 장에 참여하고 나 아가 ‘교양기초교육학’에 입문한다는 것은 이제야 우리가 제대로 된 학문을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 앞으로 모든 대학의 소프트웨어는 물론, 궁극적 으로 하드웨어도 교양기초교육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 의 신념입니다.14)

여전히 출신 학과별 지분 확보에만 연연하여 전공교육과정 저학년 수업을 다시 교양기초교육과정에 옮겨 놓겠다는 것인지요? 교양기초교육과정 편성에 서마저도 전공교육과정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면, 모처럼 ‘교양기초학’으로 통 합된 기초학문분야들도 이번에는 한꺼번에 같이 무너집니다.15)

손동현은 교양기초교육에서 기초학문의 의미를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측 면에서 접근한다. 기초학문 교과목이 교양교육과정에서 널리 설강되는 것 이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 이라는 것이다.16) 그러나 이런 접근은 선후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교양기초교육은 기초학문으로 구성된 것이므로 현장의 대학들이 제대로 된 교양기초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실행한다면 자연히 기초학문 교수자원 수요

14) 박일우, 「교양기초교육의 戰士가 될 인문학 동학에게 드리는 말씀」, 󰡔두루내󰡕 19 호, 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15, 10~12쪽.

15) 박일우, 「교양기초교육의 전사가 ‘된’ 동학에게 드리는 말씀」, 󰡔두루내󰡕 32호, 한 국교양기초교육원, 2018, 39쪽.

16) 손동현, 같은 책,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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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이다.

교양교육의 중심축을 교양기초교육으로, 다시 이를 기초학문교육으로 옮 기자는 이 글의 급진성은 현실적으로 문제를 가진다. 여전히 많은 대학에서 기초학문 교육 편제를 별도의 단과대학 혹은 학부산하에 존치하고 있으며, 그 편제에 소속된 교수들에게 필자의 주장은 별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공으로서의 기초학문과 교양으로서의 기초학문이 별개의 것인 가 하는 문제이다. 이 점은 향후 학계의 숙제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례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미국 버지니아 주 로어녹(Roanoke) 대학 영문학과 한스테트교수는 홍콩의 “어느 대학”(전후관계로 보아 홍콩과기대로 보인다) 에 연구년을 얻어 체류하면서 겪은 체험을 들려주면서 일약 교양교육과정 전문가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17) 그 대학에서 개설한 교양과목 하나인 <빅 토리아만의 생물학>(GE 261: The Biology of Victoria Harbor)이 전공 교육과정의 <생물학입문>(Biology 101: Introduction to Biology)과 지 유학예학습 교과목 <과학, 기술, 미래>(Liberal Learning 210: Science, Technology, and the Future)와 연계하면서 마술과 같은 교육효과를 거 두었다는 것이다. 교양과목 <빅토리아만의 생물학>은 생물학의 모든 하위 영역을 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오염된 빅토리아만을 관찰하고 그 현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만 전달받았 을 뿐이다. 나머지는 학습자주도 학습, 즉 토론과 탐구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수업을 계기로 생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결국 해양생물학자가, 쉽게 오염이 될 수밖에 없는 빅토리아만의 구조를 보고 좀 더 합리적인 부두설 계를 연구하는 부두설계 전문가가, 무분별한 선박 출입과 오염행위에 문제 를 느껴 항만관리 공무원이 배출되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졸업생들에

17) Hanstedt, P. General Education Essentials - A Guide for College Faculty, Jossey-Bass, 2012. 이 책은 AAC&U 발간물의 하나로, 서문은 AAC&U의 고위 임 원인 로드(Terrel L. Rhodes)가 쓰고 amazon.com의 서평 역시 AAC&U 임원인 가프(Jerry Gaff)가 썼다. 저자는 이어 Creating Wicked Students – Designing Courses for a Complex World (Stylus Publishing, 2018)을 발행하면서 교수 개발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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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교양교과목 <빅토리아만의 생물학>은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계 기가 되었다.

이 사례는 교양기초교육과정에서 개별교과목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교양기초교육과정에 설강되는 개별 교과 목은 학술성과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교양기초교육계에서 합의된 사항이며 특히 교기원의 대학 교양교육 심화컨설팅에서 강조하는 것이지 만, 기초학문 기반 교과목은 여기에 더해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확장성’

이 더 필요한 것이다. 기초학문이 교양교육의 영역에서 하여야 하는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다. 전공과목은 정의 상 특정 학문분야를 전공하고 그 분야 의 경력을 만들고자 하는 학생들이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공 과목은 그 분야에 국한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교양 기초 교과목은 더 넓은 목표를 가진다. 학생들로 하여금 다른 학문분야와 방법,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시선에서부터 다양한 방법사이의 연접과 이접 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기초학문이 교양기초교육과정에 단 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기초학문 전공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속 대학에 기초학문 편제가 온전히 남아 있을 경우 이들은 그 편제 가운데서 전공교육과정을 수행하면서 교양기초교육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반대로 현재와 같이 기초학문편제가 무너져 내릴 경우, 이들은 교양기초교 육과정에 부합하는 핵심 교과목들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2. 교양기초교육의 국제화

교양기초교육계는 지난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소중한 경험을 얻었 다. 2018년 교기원은 “변화의 시대, 교양교육의 재발견(The Future of General Education in the 21st Century)”라는 모토로 국제 교양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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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을 열었다. ‘교양교육 개념의 변화’, ‘교양교육의 수월성’, ‘교양교육의 운영과 평가’, ‘교양교육과 기업의 미래 인재상’이라는 세션과 ‘교양교육의 전략’이라는 라운드 테이블로 이루어진 이 포럼에는 국내 교양기초교육계 의 대표적 학자들과 함께 대학 총장들이 좌장으로 참석하였으며, 린 파스케 렐라 AAC&U 회장, 파나이오티스 카넬로스 세인트 존스 칼리지 총장을 비 롯한 미국 학자, 게오르그 크라우쉬 마인츠대학교 총장, 사무엘 아브라함 ECOLAS(European Consortium of Liberal Arts and Sciences) 상임 이사 겸 브라티슬라바 자유학예대학 총장, 머레이 프랫 암스테르담대학교 학부대학장, 파울 슈테르첼 프라이부르그대학교 학부대학 디렉터 등의 유 럽 학자들, 유키 데라니시 JAIIA(Japan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Liberal Arts) 회장, 렁 메이 이 홍콩중문대학교 학부대학장, 징후한 시 청 화대학교 교육연구원 학술위원장 등의 동아시아 학자들이 참석하였다.18)

이 포럼은 한국교양교육학회의 국제학술대회로 이어졌다. “다시 기초로:

동ㆍ서양 자유학예교육의 르네상스(Back to Basics:Renaissance of Liberal Arts Education East & West)”라는 모토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포럼에 참여한 국내외 학자들과 함께 미국 리드대학, 푸단대학교, 히로시마 대학교, 홍콩중문대학교의 교수를 추가로 초대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 자 유학예교육의 의미’, ‘동서양 지유학예교육 비교’, ‘동아시아 강소 자유학예 대학 모델’, ‘자유학예교육과 전공교육의 조화’, ‘의사소통 교육’, ‘새로운 경향’ 등의 세션에서 질적 양적으로 높은 수준의 논문들이 발표되었다.19)

두 차례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교기원은 2019년 가을, 또 한 번의 국 제 포럼을 열었다. “21세기 동아시아 교양교육의 미래(The Future of Liberal Education in the 21st Century East Asia)”라는 모토로 열린 동 포럼은 2018년 포럼을 이어받아 동아시아의 교양교육 실태를 조망하는 기

18) http://konige.kr/sub02_05_view.php?bbs_cd=2018112800001&stx=&bsea rch=&cdiv=&pageno=1

19) 한국교양교육학회, 「다시 기초로:동ㆍ서양 자유학예교육의 르네상스」, 󰡔2018년 국제학술대회 자료집󰡕, 한국교양교육학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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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가 되었다. 이 포럼은 ‘동아시아 각국의 대학교양교육 방향’, ‘동아시아 대학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교양교육과정과 도전’, ‘교양교육의 질 개 선’, ‘동아시아 리버럴아츠칼리지의 가능성’으로 나뉘어, 역시 국내 총장들 이 각 세션의 좌장을 맡고 국내 교양기초교육 전문가들과 다나카 요시로 오버린대학 특명 부총장, 조우 구핑 저장대학교 중국서부발전연구원장, 아 나톨리 올렉시엔코 홍콩대학 교수, 예시젠 다예대학교 부총장을 비롯, 홋카 이도대학교, 다예대학교, 후난대학교 악록서원, 와세다대학교, 푸단대학교, 국립타이완대학교 등 동아시아의 교양기초교육 선구 대학에서 온 교수들의 논문 발표가 이어졌다.

세 차례의 국제 행사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이들 행사의 기획과 유치, 발표에 모두 참여하였던 필자의 견해는 이러하다. 2018년의 포럼과 학술대 회는 국제 차원의 교양기초교육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상태에서 피상적인 정보를 통해 외국 학자들을 섭외하였다. 물론 AAC&U 파스케렐 라 회장이나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세인트 존스 칼리지의 카넬 로스 총장들을 초청하고 특히 유럽의 석학들을 찾아 낸 것은 큰 소득이었 지만 막상 동아시아 쪽의 학자들은 지금도 대표성에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반성을 통해 2019년의 포럼은 중국, 일본, 타이완의 지역학 전공자들을 조 직위원회에 영입하여 이들이 다층적 접근과 검증을 통해 각 국에서 교양기 초교육 학계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단체와 학자들20)을 발굴, 초청하는 결과 를 거두었다. 이 지역학 전공자들은 2020년 한국교양교육학회의 대외협력 상임이사들로 위촉되면서 교양기초교육의 국제화를 주도할 소중한 인적자 원이 되었다.

세 차례의 국제 행사를 거치면서 동아시아의 교양기초교육이 당면한 문 제는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21) 일본

20) 예를 들어 일본의 교양기초교육학계에서 권위 있는 단체는 JALIA라기 보다는 JAC&UE (Japan Association for College & University Education)이라는 정 보가 그것이다.

21) 이하 홍성기, 「대학 교양교육:역사, 현황, 방향」, 󰡔연세대학교 자유교양교육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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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고등교육기관은 미군정을 거치면서 하버드대학의 모델을 이식하였으나 1970년대 학생운동을 거치면서 개별 대학의 자율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선 택하게 하였다. 대강화(大綱化)라는 이름으로 대학 설치규정을 완화하고 대 학교육과정에 자유, 탄력, 개성을 부여한 이 조처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 하는 효과를 노렸으나 이 결과 교양교육 조직이 와해되고 교양학점 비율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거기다 일본 역시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되는 어려움 을 맞기도 하였다. 여기에 맞서 일본에서는 1960년대 이후 외국어교육 등 국제화에 초점을 갖춘 자유학예대학들과 학부대학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와세다 대학 국제대학, 아키타 국제 대학교, 소피아 자유학부대 학, ICU(International Christian University), 도시샤대학 자유학예센터 등은 자유학예교육기관의 상위에 랭크되어 있으며,22) 도쿄대학교 교양과정 부, 리츠메이칸 대학, 오버린 대학, 소카대학 국제리버럴아츠 학부, 야마나 시 학습원 등이 자유학예교육기관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들의 성공은 이미 국내 언론에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가 벤치마킹할 대상이다.

중국에서 교양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정치교양(마오쩌뜽 사상, 사회주의 사상 등)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중국 대학은 그야말로 자유학예 교육의 전범이었으나, 1950년대 이후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노동자를 양성 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경쟁력과 창의성이 떨어지는 인적자원을 배출하였 다. 1995년 이후 중국은 ‘문화소질(文化素質) 교육’이라는 모토로 고등교육 의 개혁을 시작하고, 전통문화와 서구문화를 통합한 ‘박아교육(博雅教育)’으 로 방향을 잡았다. 문화소질 교육은 자율적인 교육과정과 내용을 표방하였 지만 정부가 제시한 규정이 선행되면서 교양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의 교양기초교육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중국 내 최우수 대학들의 연합과 이들이 운영하는 엘리트 교육기관(베이징대학교의 Yuanpei College, 칭화대학교의 Xinya College, 중문대학교의 Boya College 등)23)

센터 제4회 콜로키움 자료집󰡕, 연세대학교, 2020 참조.

22) https://schoolynk.com/media/articles/53612bb3-5c16-491e-a474-fea90b1 0fa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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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함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유수대학과 합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자유학예대학(University of New York’s Shanghai Campus, NYU-Shanghai, Duke Kunshan University, Xing Wei College Shanghai) 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24)

세 번의 국제행사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하면서 우리나라 교양기초교육의 존재감이 동아시아에 확산되었다. 특히 국립기관으로서 교기원의 존재와 대학 교양교육 컨설팅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은 단연 외국 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동아시아 교양기초교육 단체들 역시 학술대회 등에 우리나라 학자 들을 초청하기 시작하면서 쌍방향 국제교류의 물꼬가 틔었다. 타이완에서 열린 <Taiwan Teaching Resource Center 2020-1 Conference(2020.

1 13)>는 교양교육포럼,25) 수월교수법 포럼, 종합토론, 교양교육 라운드 테이블로 나누어 진행되었다.26) 이 모임에서 교기원장은 개회사의 일부를 맡았으며, 라운드 테이블에는 교기원장과 다수의 국내 교양기초교육 전문 가들이 참석하였다. 한편, 일본 도시샤 대학의 ‘고등교육과 학생연구소’도

<The Importance of Interdisciplinary Aspects of University Programs:

Facing the Challenge of Global Competences for both STEM and SSHM>라는 이름의 국제학회를 개최하며(2020. 2. 28-29) 우리나라 학자 를 초청하였다.

23) 이에 질세라 푸단대학교는 현재 캠브리지 대학과의 합작을 모색 중이다.

24)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의 해외대학 유출과 중화권의 싱가포르가 Yale-NUS를 먼저 개교한 것이 중국 대학의 국제화에 큰 계기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25) 타이완은 ‘통식교육(通識敎育)’이라는 명칭을 쓴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전학교육(全 學敎育)’, 중국은 ‘박아교육(博雅教育)’이라고 한다. 모두 다 자유학예교육의 이념을 용어에서부터 반영한다. 일반교육의 전통을 ‘교양’교육이라 불러, 용어에 따른 개념 상의 혼동을 야기하는 우리가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26) 이 행사는 전ㆍ현직 타이완 교육부장관들이 개회사와 사회자를 맡는, 우리로서는 진풍경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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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수개발 1) 교원사회의 문제

교기원 컨설팅의 경험과 학회 등에서의 공식, 비공식 대화, 그리고 필자 가 재직하는 대학 내부의 사정 등을 종합해보면 교양교육 전담ㆍ담당교수 진에는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보인다. 더 이상 기초학문 편제에 정식 전 임교원을 초빙할 수 없는 대학들은 주로 기초학문 배경의 학문후속세대를 교양기초교육 분야에 투입함으로써 교양기초교육의 명맥을 유지하려 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재정압박이 본격화되던 2010년 이후 교양교육 전담부서를 설치하면서 신규 임용하는 교수요원의 신분에 일종의 편법을 동 원하였다. 비정년 트랙 전임교원, 강의전담교원, 강의전임교원 등으로 불리 는 이들은 신분이나 보수에서 기존 학과 전임교수들과는 크게 다른 대우를 받으면서도 학부교육(undergraduate education)의 최첨단이자 가장 중요 한 교양기초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현실이다. 뿐 아니라 이들은 각 대학의 재정지원사업이 수행하는 각종 비교과프로그램에도 동원되며, 심지어 각종 평가대비나 재정지원사업 응모과정에 실무인력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한마 디로 이들은 대학사회에서 ‘을’의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급기야 실증적 연구를 거쳐 공론의 장에서 표출되기에 이르렀다.27)

물론 비정년 트랙 교원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윤승준은 “냉정히 돌아보면 [...] 이와 같은 연구과제 전담인력이 나 비정년 트랙 교원이 된 이들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설령 학문후속세 대의 과잉이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전임교원 임용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사람”28)임을 지적한다. 아마도 이런 인식은 각

27) 남진숙, 「각 대학 교양교육 전담 교수 위상 및 개선 방향」, 󰡔교양교육연구󰡕 제12권 제4호, 한국교양교육학회, 2018, 285~309쪽.; 정은상, 「비정년트랙 교원제도 및 처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 󰡔2018년 춘계전국학술대회 자료집󰡕, 한국교양교 육학회, 2018, 25~3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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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인사담당부서나 교양교육 부서장들의 공통적 인식을 일부 대변한 것 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가혹하다. 교양기초교육 전담 교원 들이 처음부터 원해서 비정년 트랙 교원이 된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 제”, 특히 교육당국과 현장 대학당국들의 기초학문 몰이해와 기초학문 붕괴 가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승준도 올바르게 지적하였듯,

“비정년 트랙 교원의 처우 개선 문제는 감성적 측면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더욱 효율 적”29)이다. 필자는 여기에 보태, 학부교육에서 비정년 트랙과 정년 트랙 교 원들의 공헌도를 한 번 조사 비교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앞 장의 홍콩 어 느 대학의 사례에서 보았듯, 제대로 만들어진 단 하나의 교과목이 학생들의 미래를 개척한다. 많은 지표들이 보여주듯, 학생들이 맞이할 미래의 일자리 와 전공교육과정의 정합성은 그리 높지 않으며, 특히 오늘날 문제가 되는 신입생들의 잔류 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공이나 학과가 아니라 교양기 초교육과정에 종사하는 교ㆍ강사들의 헌신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신분이 불안정하고 대우가 열악하다면 교양기초교육과정이 불안정해지고 열악해지 는 것이며, 결국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우리나라 고등교 육의 미래는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양기초교육 전담 교ㆍ강사들 이 먼저 할 일이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그것이다. 이 글은 이 를 교수개발의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2) 교양기초교육 교수개발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이하 FD)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 라 이미 교수자들의 일상에서 일부가 된 것이다. 교수개발 프로그램이란 강 의실 수업 한 시간 한 시간을 둘러 싼 컨설팅에서부터 멘토링, 학술적 글쓰

28) 윤승준, 「「비정년트랙 교원제도 및 처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에 대한 질의」,

󰡔2018년 춘계전국학술대회 자료집󰡕, 한국교양교육학회, 2018, 34쪽.

29) 위의 글,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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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경력 관리, 리더십, 거기다 업무-생활 균형(워라밸) 프로그램에 이르기 까지 그 영역이 매우 넓다. FD의 개념과 오늘날 전국 각 대학에서 진행되 는 실천 사례들은 필자가 이미 발표하였으므로30) 이 글에서는 왜 FD가 교 양기초교육 분야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교양기초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교ㆍ강사진은 매우 이질적인 요소 들로 구성된다. 기존의 기초학문들이 다루지 못하였던 기초교양 영역(글쓰 기, 인성교육 등)에 영입된 비교적 젊은 교원들과 기존의 기초학문(경우에 따라서는 응용학문) 분야에 종사하는 교원들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 은 기존의 기초학문 분야가 급격히 와해되면서, 편제로나 내용으로나 “교양 기초교육에 종사할 수밖에 없게 된”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교원들이다. 이 들은 비정년 트랙 교원의 선배나 지도교수들로, 서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대학문화에서 본의 아니게 교양기초교육과정이나 운영에서 ‘갑질’을 할 가 능성이 농후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교양기초교육에 대한 인식을 제대 로 하지 못하는(혹은 하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면서, 자신들이 전가의 보 도처럼 여기는 전공기초 교과목을 교양기초교육과정에 그대로 들고 오는 사 례가 교기원의 심화컨설팅에서 빈번히 드러난다. 이는 선진 외국 유수의 자 유학예대학, 예를 들어 Yale-NUS나 미네르바 스쿨의 교원들이 노벨상에 접 근한 최고의 학자들이나 전직 고위 대학운영자로 구성된 사례들과 크게 비교 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양 그룹의 협력과 소통이다. 비정년 트랙 교원들은 학과 출신 전임교수들이 그나마 기초학문을 견인해 왔음을 존중하고, 선배들 은 새로이 규정되는 교양기초교육의 장에서는 그들의 제자가 선배로서의 역 할을 해 왔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두 번째, 교양기초교육에 처음부터 투신한 비정년 트랙 교원들의 자세이 다. 각 대학마다 차이는 있으나, 2010년 이후 임용된 교원들의 자세에서 일종의 피로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교기원 컨설팅 초기에는 이들이 적

30) 박일우, 「교양기초교육에서 교수개발(Faculty Development)의 쟁점 - 대학재정지 원사업과 평가에 대한 교양기초교육계의 한 입장」, 󰡔2019년 추계전국학술대회 자 료집󰡕, 2019, 555~56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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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참여하여 공식 비공식으로 교양기초교육 혁신의 의지를 열변하는 사례 가 빈번하였다. 그러나 해가 거듭할수록 이들의 목소리는 부서장 혹은 전임 교원들의 목소리에 가려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몇몇 교수들은 사석에서지 만 “받은 만큼 일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현상을 매 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뒤에서 다시 보겠지만 교양기초교육이 또 한 단계 제도적 비약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교양기초교육을 전담하는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져가는 상황이 일반화된다면 교양기초교육의 미래는 어둡다.

비정년 트랙 교원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신분이나 대우의 문제 못지않게 교양기초교육과정 설계 참여와 지난한 노력 끝에 얻게 되는 성취의 기쁨일 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교육당국과 교기원, 한국교양교육학회, 전국대학교 양교육협의회가 시급히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그 방법은 부단한 FD를 통해 교양기초교육의 이념, 방법, 평가 전반을 이해하고 이에 터한 자긍심을 회복하는 길 뿐이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 전공ㆍ학과에서 건너 온 교양기초교육 부서장이 가진 이해 정도와 의지에 따라 소속 교원들의 사기 는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교양기초학계에서 가칭 ‘학장학’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실행을 서둘러야 할 이유이다.

Ⅳ. 교양기초교육계의 기회

서두에서 밝혔듯, 2000년대 이후 교양기초교육의 각성은 내부에서보다는 외부에서의 이니셔티브가 더 크게 작동하였다. 새로운 십년(decade)의 초입 에서 두 가지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는 2019년에 시행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교양기초교육 관련 사업이 다 수 선정된 것이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성과는 2021 대학기본역량 진단 편 람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교양기초교육계의 숙원이 이루어진 일이다.

한국연구재단은 2019년 “교육과 연계된 연구”를 표방하면서 인문사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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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분야 연구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였다. 최종 74건 의 연구주제가 선정되었으며 이 가운데 교양기초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가지는 사업은 <표 2>와 같다.

연구책임자 소속 대학교 과제명 연구기관

유두련 대구가톨릭

대학교

글로컬 다문화 리더 양성을 위한 기초교양교육 개발

다문화 연구원

윤승준 단국대학교

Liberal Education을 위한 고전 교육 방법론 개발 및 확산

- 교과목 및 교육 콘텐츠를 중심으로 -

교양기초 교육연구소

윤영 호남대학교 초연견결사회에서의 인문학적 리터러시 능력 함양을 위한 교양교육 연구

인문사화 과학연구소

윤혜경 동의대학교 포스트휴먼(Post-Human)을 포용하는 미래형 기초 교양교육 연구

디그니타스 교양교육

연구소

이미경 대구대학교

LMS-ACE 교육과정 개발 및 인문교육 시스템구축 - 철길로 이야기하는 동아시 아 도시인문학 -

인문교양 교육연구소

장수철 연세대학교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양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양교육 연구소

<표 2> 2019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선정

이 연구소들은 매년 2억 원, 최장 6년 동안 국비지원을 받게 된다. 이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비 규모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해당 사업의 심사 자가 아닌 교양기초교육 전문가의 시선으로는 각 사업의 내용에는 질적으 로 다소의 편차가 있으나, 모두 다 교양기초교육계가 추구하여야 할 문제들 을 다룬다는 점에서 크게 보아 교양기초교육계의 총체적 역량이 한 단계 제고되는 쾌거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전체 74개의 선정 사업 중 6건의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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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사항 이유 결과 - 교양교육 과정의

정의 명료화

일반선택, 정부재정지원사업 특화

교과목 포함, 대학현장에 혼란 일반선택 제외

<표 3>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반영된 교양기초육계의 의견 제를 차지하였다는 점은 교양기초교육이 인문사회분야의 파운데이션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준 것이며, 향후 교양기초교육이 한국연구재단의 학술분류 표에 합당한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해당 연구소들이 발행 하거나 발행하려는 학술지 역시 한국교양교육학회의 기관지인 󰡔교양교육연 구󰡕와 건강한 경쟁을 통해 결과적으로 교양기초교육학의 위상을 제고하리 라 기대한다.

더욱 고무적인 기회는 교양기초교육계 내부에서 촉발되었다. 교육당국 의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항목의 수정이 그것이다. 교육부는 2019 년 8월에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에서 교양교 육을 “전공과 교직을 제외한 모든 교육과정”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교양교 육과정의 범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그대로 둘 경 우 각종 자격증 취득용 교과목, 취ㆍ창업 관련 교과목, 더 나아가 정부재정 지원 사업을 위한 교과목 등이 모두 교양교육교과로 간주되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삼원원칙에 입각한 교양교과목 학점을 잠식하게 될 것이 때문이 다. 이는 교양기초교육의 개념은 물론, 특히 이런 교과목들을 일반선택 영 역이나 비교과 영역에 배정하여 교양기초교육과정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대학 교양교육 컨설팅 진단도구와도 큰 차이를 보 이는 것이었다. 이에 교양기초교육계는 신속한 논의를 거쳐 한국교양교육 학회와 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의 명의로 개선 요청사항을 발표, 전달하였 으며 그 결과는 2019년 12월에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편람 (시안)’에서 대부분 반영되었다. 이 과정과 내용을 도표로 요약하면 <표 3>

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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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사항 이유 결과

- 교양교육 목적을 반영한 진단 요소 제시 필요

∙ 교양기초교육의 목적은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폭 넓은 이해, 올바른 세계관, 건전한 가치관 함양

∙ 핵심역량 뿐 아니라 기초학문 능력 제고를 위한 교양교육 체계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진단요소 명시 필요

∙ 핵심역량 정의에 비판적ㆍ창의적ㆍ종 합적 사고력 반영

∙ 핵심역량의 구체적 내 용에 기초학문 포함

∙ 교양교과목

개발ㆍ개편 근거 명시

- 교양교육 전문가

참여 필요 - -

이러한 결과는 교양기초교육의 정상화와 발전을 위한 첫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향후의 진단과정에서 교양교육 전문가의 참여에 관 해서는 편람에 언급될 내용이 아니므로 별도의 답변을 듣지는 못하였고 편 람 시안 역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당국이 교양기초교육계의 합 당한 요청에 대해 이 정도의 이해와 수용 자세를 보인 것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진행해 온 교양기초교육계의 노력, 특히 지난 3년 동안 진행한 국제행 사에 교육당국자들이 참석하면서 얻어낸 소중한 결과라 생각한다.

Ⅴ. 결 론

2020년을 분기점으로 하여 국내 교양기초교육계는 또 한 번의 비약을 맞이할 시대적 의무가 주어졌다. 그 노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진 외부 에서의 지원 결과와 내부에서의 성찰을 먼저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교양기 초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교양기초교육이 무언인가”라는 질문에 대합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예컨대 교기원의 컨설팅 현장에서 부단히 제기되 는 근본 질문이며, 교양기초교육에 헌신하는 연구ㆍ교육자들이 간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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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게 되는 문제이며, 대학 당국이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늘 되돌아보는 질문이다. 교양기초교육학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교양교육학회가 결성된 지 15년이 지났다. 물론 한 학문의 정계와 발전은 늘 진행형이지만, 이제는 교양기초교육‘학’의 이론적 정립노력이 시작되어 야 하며 이는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학술연구 분류에서 타당한 위치를 요구 하는 전제 조건이 된다.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의 퇴조는 새로운 시각에서 교정되어야 한다.

교양기초교육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이다. 교양교육과 기초학 문교육은 원래 다른 것이 아니었다. 전공중심주의에 빠져있었던 시각을 교 정하면 이들은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같은 분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교양기초교육은 기초학문교육보다 더 넓은 영역을 가진다. 다양한 학문분 야와 방법,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시선에서부터 다양한 방법 사이의 연접과 이접을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은 교양기초교육에서 주어지며 이것이 학부단 계 교육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교양교육 분야와 기초학문 분야는 화학적으 로 균질한 성격의 연구ㆍ교육자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이러한 뒤늦은 관계 재설정은 교양기초교육 교수개발이 수행해야 할 가장 시급한 임무이다. 기 초학문은 교양기초교육과정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동아시아 각국의 교양기초교육 혁신운동의 공유는 우리나라의 이니셔티 브로 활성화된 것이라 자부할 수 있다. 국제행사는 쌍무적이기 때문에, 앞 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국제 학술행사에 한국 학자들의 초청사례가 더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한국교양교육학회는 대외관계 부회장직을 만 들고 각 국별 전문가들을 상임이사로 위촉하여 본격적인 국제교류에 임할 준비를 마쳐두었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들고 가서 논의의 장에 올릴 것 인가 하는 것이다. 크게 다르지 않은 문화적 배경과 정서를 가진 동아시아 사람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변혁의 과정을 거쳐 발전시켜온 교양기초교육학 의 정립과 공유, 실천노력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

지난 세월 교양기초교육학계의 노력은 이제 현실적으로 가장 강력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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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지원을 얻게 되었다. 2021년 이후 전개될 제3주기 대학기본역량 진단 평가와 그 뒤를 잇는 재정지원사업에서 교양기초교육계의 숙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파견된 심사ㆍ평가자들의 기준과 교기원의 기준이 서로 달라 현장대학 실무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일31)은 더 이상 없어야 한 다. 교양기초교육계의 집단지성이 교기원의 대학 교양교육 컨설팅 진단항 목을 바탕으로 또 한 번 작동되어 평가기준으로 발전되고 교양기초교육 전 문가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31) 이는 그동안 현장에서 일반화된 해묵은 문제였다. 2019년 11월 2019년 하반기 교 기원의 대학 교양교육 컨설턴트 연수에서 터져 나온 생생한 사례보고와 호소는 교 양기초교육 전문가들로 하여금 모든 대학이 봉착하는 문제를 극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인영,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사업의 교양교육 평가에 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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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 수 일:2020년 02월 10일 심사완료:2020년 02월 28일 게재결정:2020년 03월 09일 Abstract

A Reflection on Liberal Arts Education in Korea and Its New Direction

Park, Il-Woo(Keimyung University)

This article aims at suggesting a direction to pursue for the liberal arts education community. There are signs of era that can trigger normalization of liberal arts education at the beginning of new era. The effect of the government’s financial support project, which has been under way for more than two decades, has raised awareness of liberal arts education at the site, with a number of liberal arts institutes receiving stable support from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The basic competency diagnosis items of the third period are expected to provide chances for the normalization of liberal arts education by accepting much of the liberal arts education community. Reading these signs, the article suggests establishment of liberal arts education as a discipline and its sub-fields, calls for efforts to internationalize the liberal arts education community, and urges reflection within the liberal arts education community under the name of Faculty Development.

[Key Words] Liberal Arts Education, Science of Liberal Arts Education, General Education, Basic Eduction, Globalize, Faculty Development, Basic Competency Diagnosis, Government Finance Support Project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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