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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연구에 있어서 주체와 타자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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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 트로트 연구의 사례를 중심으로

손 민 정*1)

Ⅰ. 들어서며

Ⅱ. 서지연구에서 드러나는 타자화 1. 지식의 해체

2. 논쟁의 해체

Ⅲ. 현장연구에서 드러나는 주체의 사회적․역사적 의식 1. 트로트와 사회계층

2. 트로트 실제분석

Ⅳ. 나가며

Ⅰ. 들어서며

여느 예술문화를 연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음악문화를 연구하는 데에는

* 대전대학교 글로벌융합창의학부 조교수

이 논문은 한국미학예술학회 2013년 여름 정기학술대회 기획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원고를 수정 보완하여 게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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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접근방법이 존재한다. 본 연구자의 입장은 음악인류학(Ethnomusicology)1) 근거하는데, 음악인류학은 본래 비서구권음악을 주로 다루고자 인류학의 방법론을 응용한 학제였으나 최근에는 그 영역을 확대하여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음악인류학의 방법론은 대략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서지연구(archival studies)로서 기존의 선행연구들을 분석하는 단계이며, 두 번째 단계는 현장연구(fieldwork)로서 연구자가 직접 예술문화현장에 찾아가서 현장을 관찰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채집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연구대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여 작성한 민속지(ethnography)를 근거로 논문, 다큐멘터리 등의 연구결과물을 도출해 낸다. 본 논자는 음악인류학적 방법론에 준하여 실행한 대중음악연구 과정에서 발견했던 대중음악 및 대중음악향유자의 주체적 의식에 관하여 논하고자 하며, 이러한 내부적 역동성을 간과한 채 대상화 해 온 연구자/

지식인의 타자화(othering)에 관하여 살펴보려 한다.

연구대상으로 삼은 주제는 한국 대중음악장르 ‘트로트’이며 특히 ‘트로트의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트로트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근본적으로 트로트를 하나의 장르로 인식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달린 매우 중대한 사안일 뿐 아니라, 연구과정 에서 연구자가 규정하는 트로트의 의미가 문화 향유자의 시각과 크게 상이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1차 서지연구는 2001년 6월부터 실시했으며, 1차 현장연구는 2002년 8월부터 시작하여 2003년 7월까지 진행되었다. 연구의 결과물로 2004년 5월에 학위논문이 제출되었으며, 4년 뒤 1차 연구의 결과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2차 연구를 시작하였다. 2차 서지연구를 2008년 2월부터 시작하였고 2차 현장연구를 2008년 9월부터 재개하여 2009년 10월 단행본 트로트의 정치학을 출간하면서 연구를 일단락 지었다.

서지연구는 본격적인 현장연구에 앞서 선행연구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 으로서 연구자의 기본적인 입장과 연구의 방향이 정해지는 단계라 할 수 있다.

트로트 연구의 경우,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지식인들이 여러 출구를 통해서 생산해 1) Ethnomusicology는 종족음악학으로도 번역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본 논고에서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어 음악인류학이라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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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트로트의 정의 및 의미를 해체하였고, 이 과정에서 기존 연구에 존재하는 주체의 침묵화, 즉 연구대상의 타자화를 발견하였다. 이에, 본 연구자는 묵과된 주체의 목소리를 현장연구에서 찾고자 방향을 설정하였다. 가령, 음계 및 리듬의 구조적 분석을 근거로 트로트를 비한국적인 또는 식민기적인 음악으로 그 정체성을 특정화 시켜 논하는 것은 지극히 본질주의적인 관점2)임과 동시에 대중음악에 관한 지식인 의 전형적인 타자화라 할 수 있는데, 본문에서 지식인의 특수성과 연결 지어 해석 할 것이다.

한편, 현장연구는 음악인류학에서 핵심적으로 취하고 있는 방법론으로서 연구자가 직접 예술문화현장에 찾아가 관찰하고 참여하면서 예술문화의 내․외재적 의미와 기능을 해석하는 것이다. 연구자가 연구실에 앉아 기존의 자료를 근거로 특정 예술문화를 분석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초래할 수 있는데, 특히 1990년대 부터 비서구권 문화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 존재하는 타자화에 관하여 눈에 띄게 비판이 일기 시작하였다. 가령, 팔레스타인계 미국 인류학자 릴라 아부-루그 호드(Lila Abu-Lughod), 인도계 미국 인류학자 아킬 굽타(Akhil Gupta), 그리고 그의 동료 제임스 퍼거슨(James Ferguson) 등의 문화인류학자들은 비서구권 문화를 서구의 일상생활과는 다른 것으로 지형화(territorial) 시키거나 고착화(static) 시키려는 오래된 문화학연구의 관행을 비판한다.3) 사실상, 이들의 민족적 정체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같은 주장에는 비서구권 문화연구가들의 자성적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1990년대의 학문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내부자 출신의 문화연구가가 대거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중음악에 관한 음악인류학계에서도 라인 그레니어(Line Grenier)와 조슬린 기보(Jocelyne Guilbault)가 문화는 정지된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되어가고 변화하는 과정(process of becoming and 2) 본 연구는 궁극적으로 본질주의(essentialism)를 비판하고자 함에 목적을 두지 않으며, 문 화의 생성 및 전개과정에 존재하는 역동성을 비롯하여 문화내부인의 주체자적 의식에 더 큰 비중을 두고자 한다는 것을 밝힌다.

3) Lila Abu-Lughod, “Writing Against Culture”, Recapturing Anthropology, Richard Fox, ed. Santa Fe: School of American Research, 1991, pp. 137-162; A. Gupta and J.

Ferguson, “Beyond ‘Culture’: Space, Identity and the Politics of Difference”, in; Cultural Anthropology, 7/1, pp.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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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4)

트로트의 경우, 1930년대 중반에 형성되어 8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 오면서 시대에 따라 내․외재적으로 급격하게 변천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층의 흥겹고 단순한 음악으로 계층화 시키고 규정화 시키는 것은 트로트 문화내부에 존재해 온 권력의 투쟁, 시대정치와의 갈등, 계층적 교섭 등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자의 오류라 본다. 이는 나아가 전반적인 한국 대중음악연구에서 발견되는 타자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 대중문화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불균형적인 힘의 균제 및 타협의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대중음악연구자는 문화내부인의 문화읽기를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본 논자는 현장에서 피부로 직접 체험했던 ‘주체’의 사회적, 역사적 의식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트로트 향유자가 트로트를 인식하는 과정에는 사회계층에 관한, 역사적 시대의식에 관한, 개인적인 욕망에 대처한 나름의 타협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형성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예술가 및 작품 중심의 텍스트 연구와는 달리 연구자, 음악생산자, 음악문화향유자 간의 상호교섭 및 사회적 인자들의 컨텍스트적 의미(contextual meanings)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려 한다.

예술가의 의도나 작품 구조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음악학의 전통적인 연구 방법론은 현대예술음악의 시학적(poetic) 접근 방식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는데, 내재적 가치와 기능이 상이한 대중음악문화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작업이라 본다. 청자의 취향에 비중을 두는 대중음악은 작가 중심적으로 작품의 의미가 형성되는 현대예술음악의 순환구조와 상이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취하는 방법론은 ‘민속지’ 작성이다. 물론 이론을 적용하여 논문 등의 실적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종적인 작업이겠지만 그보다 앞서 현장에서 듣고, 배우고, 느낀 경험들을 문화현장의 일원으로서 기록하는 과정이 연구의 중요한 마무리 단계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2003년 8월 현장연구에서 돌아와 현장노트들을 정리해서 민속지를 작성하였다. 소위 ‘참여자적 관찰자(participant 4) Line Grenier and Jocelyne Guilbault, “‘Authority’ Revisited: The ‘Other’ in Anthropology

and Popular Music Studies”, in; Ethnomusicology, 34/3, p.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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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erver)’로서 기록했던 현장일지와 현장사람들과의 인터뷰들을 종합하여 ‘다성적 글(polyphonic writing)’을 쓰려 했다. 다성적 음악(polyphonic music)에서 각 성부에 동등한 중요성을 부여하듯이 현장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연구자의 견해에 대등한 힘을 실어 기술하였다. 물론, 연구자는 현장연구에서 취합한 자료들을 추 려내고 이론화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의 무자비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 하나의 타자화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권위적인/탈중심적 인 글쓰기는 문화내부인의 주체로서의 의식세계와 문화에 내제한 역동적인 과정 성을 묵과시키지 않는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제, 본문에서는 ‘서지 연 구에서 드러나는 타자화’와 ‘현장연구에서 드러나는 주체의 사회적․역사적 의식’으 로 나누어, 트로트를 음악인류학적으로 연구했을 때에 드러났던 지식인의 타자화 와 문화내부인의 주체로서의 의식에 관련된 정치를 분석해 보려 한다.

Ⅱ. 서지연구에서 드러나는 타자화

1. 지식의 해체

연구의 첫 단계는 서지연구이며, 임무는 ‘트로트의 의미, 즉 트로트는 어떤 음악인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선, 세계의 다양한 음악에 관한 가이드북으로서 The World Music: The Rough Guide(1994)에 기술되어 있는 트로트의 개념을 살펴보기로 했으며, 다음과 같은 글귀를 발견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인의 문화적 생각은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에 집중되었으며, 1945년까지의 36년 일제식민에 대응(counter)하고자 하였다.

식민기간에, 한국인의 언어와 문화는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대중음악의 잔재로 도롯도(torotto)가 있는데 이것은 일본의 엔카의 감성적인 한국형이라 볼 수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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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뜨이는 ‘도롯도’라는 용어는 영어 trot를 일본어식으로 발음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일본에 오래 거주하며 음악 산업에 종사한 바 있는 폴 피셔(Paul Fisher)와 일본인 히데오 가와카미(Hideo Kawakami)인 점을 감안하고 보면 일본식 발음이 이해가 될 뿐 아니라, 실제로 노년층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발음이기도 하며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기도 하다. 아래사진은 ‘도롯도’가 여전히 앨범제목에 사용되어진 경우를 보여준다.

[그림 1] 2006년 5월 발매된 앨범 [그림 2] 2007년 11월에 발매된 앨범

일본을 상징하는 대중가요 엔카와 동일한 장르로 인식하는 피셔와 가와카미는 다음과 같이 글을 잇는다.

이미자는 ‘돔백(Tombaek, Winter Oak Maiden)’을 발표한 1960년대 이후 좀처럼 한국가요순위에서 밀려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한국인의 혼을 대변 하는 목소리로 칭송되는데 1985년Korea Daily가 선정한 ‘한국을 만든 100인’에 속한 유일한 대중연예인이었다. 그녀가 연주하는 음악을 한국인들은 ponchak rock이라 부르는데, 감성적인 노래와 댄스비트가 한국적으로 결합되었다.6)

5) Hideo Kawakami and Paul Fisher, “Eastern Barbarians: The Ancient Sounds of Korea”, World Music: the Rough Guide, Simon Broughton, Mark Ellingham, David Muddyman, and Richard Trillo eds., London: Rough Guides Ltd., 1994, p. 470.

6) ibid., p.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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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백’은 <동백아가씨>를 의미하며 Korea Daily는 중앙일보가 1974년부터 미국에서 발간해 온 The Korea Daily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 주목할 것은 이미자가 부르는 노래의 장르를 ‘ponchak rock’이라 지칭하는 점이다. ‘감성적인 노래와 댄스비트가 한국적으로 결합’했다고 부연 설명한 것에는 나름의 설득력이 있지만, ‘뽕짝록’이라는 용어는 한국인에게 낯선 용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한 ‘도롯도’와 ‘뽕짝록’을 다른 장르로 인식하였으며 이는 트로트문화의 주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재한 채 한국대중음악을 타자화 시켜버린 결과라 판단된다. 실제로, 본 논자가 2002년 미국 오스틴-텍사스 주립대학 교양과목 ‘록 음악의 역사(History of Rock Music)’의 학부생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문화외부인의 시각에서는 1930년대 초창기 트로트와 1980년대 이후의 트로트는 같은 장르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향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문화내부인만이 느끼는 종족미학(Ethno-aesthetics)을 염두에 두지 않고 소리 구조적 측면에 입각하여 장르를 개별화시켰을 때 발생하는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다음은 음악학 분야에서 가장 신뢰받는 사전 The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2001)에 실린 글을 살펴보았다. 한국계 미국학자 황옥곤의 집필이다.

엔카의 5음음계와 2박적 성격을 사용한 이 한국노래는 우연적으로 트로트라 알려지게 되었으며 ‘fox-trot’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대부분의 스타들(김정구, 현인, 그리고 백설희 등)은 계속해서 트로트를 불렀으며 1950년대에 이르면 이 노래들은 뽕짝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2박의 느낌을 흉내낸 용어이다….

1980년대 음악은 다양한 흐름이 존재했다: 주현미가 이끌었던 트로트의 부활은 한국음악미학에 일제의 잔재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7)

7) O-Kon Hwang, “Korea, V, 1-ⅲ”, The New Grove Dictionary of Music and Musicians, New York: Macmillan Publishers Ltd., 2001, pp. 81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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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트로트라 명명되었는지, 뽕짝이라는 용어 역시 언제부터 사용되었는 지는 확실히 알 길이 없다. 본 논자가 국회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근․현대기 대중잡지를 살펴본 결과 1980년대 불거지는 ‘뽕짝논쟁’이 벌어지기 이전에는 두 용어 모두 본격적으로 사용된 적은 없으나 간혹 악보 왼쪽 상단에 표기하는 리듬 명에 ‘도로또’ 혹은 ‘도롯도’ 등이 사용되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서, ‘뽕짝’이라는 용어가 먼저 공식화되었으며 이후 리듬명인 ‘트로트’가 장르명으로 탈바꿈되어 사용되기에 이른다고 추정된다.8)

황옥곤의 정의에서 역력히 드러나는 것은 트로트가 분명 엔카와 강한 연관이 있으며 이것은 일본 식민통치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피셔와 가와카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측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5음음계로 구성된 선율구조와 2박의 리듬구조에 집중한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에 등장하게 되는 트로트는 더 이상 5음음계 구조에 한정되지 않으며 장단조 음계로 확장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인의 <신라의 달밤>(1949)과 <굳세어라 금순아>(1951)를 들어보면 장단조 음계가 명확히 전달되며, <신라의 달밤>의 경우에는 간주부분에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반음계가 등장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강한 2박 리듬은 트로트와 엔카만의 공통적인 특성이라 분석하기에는 그 개연성의 근거가 부족하다.

그리스의 아라베스크, 미국의 컨트리뮤직 등 세계 곳곳에서 향유되는 서민적인 대중가요 대부분이 2박으로 연주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2박 리듬을 특정 민족의 성질과 연관 짓는 것은 표면적인 구조분석 이면에 이데올로기적 함의가 있다고 보인다.

2. 논쟁의 해체

트로트에 관한 지식인들의 본격적인 관여는 1984년에 한국일보를 통해

8) 2002년 현장연구에 투입되었던 9월, 당시 한국연예인협회 회장직을 맡았던 석현(코미디언)은

‘트로트’가 리듬의 명칭이지 장르의 명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2002년 9월 20일 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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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었다.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국악과 교수였던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는 1984년 11월 6일자 한국일보에 뽕짝은 일본 엔카의 아류라고 주장하며 이 장르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9) 이때,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요나누끼음계(미-파-라-시-도)로 구성된 5음음계 선율구조와 2박의 리듬구조였다. 황병기의 한국일보 칼럼이 소개되자 11월 22일자에 대중음악평론가이자 작사가 김지평과 당시 서울대학교 작곡과 교수 서우석10)이 반론을 제기하는 칼럼을 발표하였으며, 황병기와 클래식 음악평론가 박용구는 곧바로 일주일 뒤 11월 29일자에 또 다시 반론의 칼럼을 기고한다.

12월 6일자에는 드디어 당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던 트로트 대중음악 작곡가 박시춘과 김지평이 또 다시 반론을 하였으며 12월 20일자에는 독자의 의견이 소개 되는가 하더니 12월 27일자에는 사회학자 두 사람의 총평으로 이 논쟁을 마무리 짓는다.

이후, 일련의 이 논쟁은 소위 ‘뽕짝논쟁’이라 회자되는데, 구체적인 사안이나 논의가 전해지기보다 논쟁을 처음으로 제기했었던 황병기의 주장만 부각된 채 트로트에 관한 부정적인 지식인들의 타자화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음은 영국인 한국음악학자 키스 하워드(Keith Howard)의 글이다.

유행가(일본의 엔카 발라드의 후손)라고 알려진 감성적인 대중노래들의 초창기 음반들은 1920년대에 일본 회사의 손에 의해 제작되었지만 1945년에 일본의 패전으로 태평양 전쟁이 끝나면서 한국인들의 회사가 일본 회사를 대신하게 되고 이후 40여 년간 작은 규모로 운영되게 된다.11)

하워드의 글에서는 ‘유행가’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는데 1930년대 문화 향유자의 실제적 측면에서는 다분히 정당한 용어선택이라 하겠다. 트로트가 형성

9) 황병기, 뽕짝은 우리 것 아니다 , 한국일보, 1984년 11월 6일, 7면; 황병기는 동시에 1984년 11월 음악동아에도 누가 뽕짝을 우리 것이라 우기느냐 라는 칼럼을 기고한다.

10) 당시, 서우석은 트로트를 엔카와 연루 시키지 않고 독자적인 한국의 대중음악장르로 인식 하는 거의 유일한 학계사람이었다.

11) Keith Howard, “Exploding Ballads: The Transformation of Korean Pop Music”, Global goes Local, Timothy J. Craig and Richard King ed., Vancouver and Toronto: UBC Press, 2002, pp. 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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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 시작한 1930년대에는 트로트 또는 뽕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으로서 서구에서 유입된 대중가요 전반을 세부적인 구별 없이 유행가라 불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워드의 글에서 ‘유행가’의 부연 설명으로 ‘일본 엔카 발라드의 후손’이라는 글귀가 발견되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대중음악에 관한 지식인들의 정형화된 타자화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역사적 음악학(Historical Musicology)을 비롯한 기존의 음악학에서 발견되듯이, 하워드 역시 트로트 문화주체자의 역사인식을 규명하기 보다는 지식인들이 만든 지식(또는 가설)을 재생산함으로써 문화실제를 정형화시킨 것이다.

이제, 트로트 연관 아카이브 중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 여겨지는 국내서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대중음악관련 국내서적의 대부분은 대중음악평론가라 분류되는 이들의 글이며, 대표적인 저서로 이영미의 한국대중가요사(1998)가 있다.12) 트로트에 관한 이영미의 언급은 다음과 같다.

‘트로트’라는 명칭은 적어도 해방 이후에 붙여진 이름이며, 비하의 어감이 배어있는 ‘뽕짝’이라는 용어 역시 후대에 붙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해방 후부터는 이런 노래를 일컫는 ‘엥카’라는 이름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을 것이며, 서양의 리듬 이름을 따온 트로트라는 명칭을 쓰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양식이 지금 트로트라고 불려 진다고 해서 일제 강점기에 서양으로부터 트로트 리듬이 유입되었다 고 보는 것은 잘못된 추측이다.13)

우선,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이런 노래를 일컫는 ‘엥카[=엔카]’라는 이름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에 트로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글에 따르면, 엔카는 이미 해방 이전부터 존재해 온 일본의 대중음악장르임에 분명하며, 12) 한국대중음악에 관한 영미권의 학술단행본으로 가장 널리 인정받는 것은Korean Pop Music:

Riding the Wave(2006)라 하겠다. 2004년부터 하워드의 기획 및 편집으로 진행되었던 단행본 프로젝트였으며 2013년 현재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영미는 이 프로젝트에 포함된 유일한 국내 대중음악평론가이기도 하다.

13) 이영미, 한국대중가요사, 시공사, 1999,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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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이 사실을 의식하고서 새로운 용어를 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계 미국인 인류학자 크리스틴 야노(Christine Yano)의 연구에 따르면, 엔카라는 용어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14) 엔카는 1969년에 음반회사 니폰 빅터(JVC)의 신인가수 홍보에 처음으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는 용어로서, 야노의 현장연구 결과 1973년 이후가 되어야 비로소 장르명으로 음반에 널리 등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트로트의 정체성을 밝히고자 하는 수많은 논쟁에 등장하는 일본 대중음악장르 엔카는 애초에 장르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경우와 유사하게 ‘유행가(일본식 발음=유고카)’라 명명되었다.

그러던 중, 1960년대 이후 포크 및 록 등의 미국 대중음악장르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음반산업계에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엔카라는 새로운 용어를 등장시켰고 급기야 장르명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상으로 트로트의 정체성에 관한 서지연구의 대략을 정리해 보았다. 트로트가 한국인들의 생활에 뿌리 깊이 자리한 대중음악문화임에는 틀림없으나 지식인들은 상당한 불편함을 표명해 왔다는 것을 역력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푸코의 지적대로 지식인을 더 이상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그들이 속한 사회적 계급성, 노동의 성질, 그리고 사회적 진실 자체에 내재한 정치성 등과 연결된 특수적인 개체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15) 지식인의 특수성을 감안하고서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트로트(당시 유행가)에 관한 지식인의 지식생산에 관한 특수성을 살펴볼 때 미국인 한국학자 마이클 로빈슨의 연구를 상기해 봄직하다. 로빈슨에 따르면, 당시 라디오 제작자 및 지식인들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근대 고급문화로 정형화시켜 고수 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대중음악을 걸림돌로 여겼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후 록 음악을 적대시 여기게 되는 지식인들의 관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16) 록 음악에 14) Christine Yano, Tears of Longing, Cambridge and London: Harvard University Asia

Center, 2002, p. 41.

15) Michael Foucault, Power/Knowledge: Selected Interviews & Other Writings 1972-1977, Colin Gordon ed., New York: Pantheon Books, 1980, p. 132.

16) Michael Robinson, “Broadcasting in Korea, 1924-1937: Colonial Modernity and Cultural Hegemony”, Japan’s Competing Modernities, Sharon A. Minichiello ed., Honolulu University of Hawaii Press, 1998, p.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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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트로트를 즐기는 향유자와 이를 평하는 지식인들 간의 계급 정치가 이미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이것은 지식인들의 대중음악 연구에 존재하는 타자화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겠다.17)

Ⅲ. 현장연구에서 드러나는 주체의 사회적․역사적 의식

1. 트로트와 사회계층

다음으로, 서지연구에서 모아두었던 많은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현장사람들을 찾아가지만 실제상황 역시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현장사람들의 트로트 인식이 서지연구의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트로트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방송국 프로듀서와의 첫 대화는 이러했다.

박 PD: 나는 원래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저 직업으로 하고 있을 뿐 이지.

손: 네. 트로트를 더 객관적으로 보실 수 있으시겠네요.

박 PD: 그런 것도 없어요. 트로트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어. 어쨌든, 트 로트가 음반시장에서는 찬밥신세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약한 것은 아니야. 업소나 행사를 따지면 트로트 시장이 더 좋다고도 볼 수 있어. 손 선생은 트로트를 좋아해서 연구하나?

손: 저는 트로트를 좋아합니다.

박 PD: 그래요? 의외로 좋아하나 보지?18)

17) 2011년 5월 26~28일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개최한Korean Pop Culture Conference 2011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로빈슨은 주체와 타자화에 관하여 언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컨퍼런스에서 본 논자가 1930년대 유행가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을 때, 로빈슨은 당시 도시인과 농민들의 ‘민족’과 ‘국가’에 관한 관념은 매우 달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유행가의 주체를 식민기 한국인 전체로 두기 보다는 계급적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13)

트로트라는 음악문화와 자신을 차별화 시키려는 박 PD의 입장은 현장연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었는데 특히 1980년대 뽕짝논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50~60대 중년층에서 더욱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굳이 트로트를 민족주의와 연결 짓지 않더라도, 트로트를 향유한다는 것은 곧 서민 계층 또는 중․장년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기에 트로트 음악문화의 향유자로 선뜻 밝히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장연구에서도 트로트 문화의 타자화가 발견되며, 이 경우에는 문화향유자 자신이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려는 경향을 띤다. 단, 현장연구에서 발견되는 문화향유자의 타자화는 지식인들의 트로트 타자화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트로트문화를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실제와 거부하는 의식/담론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대중음악학자 리비 가로펄로(Reebee Garofalo)에 따르면, 대중음악은 권력, 가치관, 정체성을 위한 투쟁이 벌어지는 일종의 이데올로기 전투장이라 볼 수 있으며, 미학적, 경제적, 정치적인 측면에서 강력한 문화적 자산(cultural capital) 이라고 한다.19) 가령, 1950년대 미국 기성세대가 록큰롤에 대하여 그토록 강경하게 부정적인 태도를 가졌던 데에는 각자의 정체성 투쟁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195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수많은 성인들은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도시외곽으로 삶터를 옮기게 되고, 이 때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새로운 음악문화 록큰롤을 도시에서 확산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에 위협을 느낀 기성세대는 그 어느 시대 보다 젊은이들의 음악을 증오하게 되었고 급기야 라디오방송에 대한 규제로 발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중음악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상품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계층의 대중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표출하고 정체성을 재구성하고자 할 때 이용하는 문화적 도구라고 볼 수 있다.

트로트를 거부하는 듯 보이는 트로트 문화내부인은 트로트에 관한 사회적․역사적 의미를 민감하게 인식하면서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립해 나가고

18) 2002년 9월 12일 개인 인터뷰.

19) Reebee Garofalo, Rockin' Out: Popular Music in the U.S.A. -3rd Edition, Upper Saddle River, NJ: Pearson Prentice Hall, 2005, p. 14.

(14)

있는 것이다. 다음은 ‘칠갑산’을 불렀던 가수 주병선과의 짧은 대화 중 일부이다.

주병선: 트로트를 연구한다고요?

손: 네, 한마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주병선: 내가 부르는 노래는 트로트가 아니에요. 우선, 트로트라는 용어가 말이 되나요? 도대체 어디에서 온 이름인지 모르겠어요.

손: 주 선생님의 노래는 어떻게 다른지 말씀해 주세요?

주병선: 일단, ‘칠갑산’은 3박이에요. 트로트는 2박이지요. 일본식이라서 그래요.

우리의 전통가락은 3박으로 되어 있어요. 근본적으로 다른 노래지요.20)

2003년 4월 13일 남인수가요제가 열리는 어린이대공원 야외공연장 대기실에서 잠시 나누었던 대화 중 일부이다. 트로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1930년대 유행가를 대표하는 가수 남인수를 추모하는 가요제에 초대가수로 노래를 불렀지만, 예술대학 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자로 데뷔했던 가수 겸 음반제작자로서 트로트 가수라는 호칭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날 플래카드에 인쇄되었던 내용은 ‘제13회 남인수 전통(트롯) 가요제’였다. ‘전통’이라는 용어와 ‘트롯’이라는 이름이 함께 기재된 것이다. 같은 음악장르를 지칭하는 이름 간에도 치열한 권력의 힘겨루기가 형성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문화향유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트롯 [트로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되 ‘전통’이라는 제도권적 가치를 부여 한 것이다. 트로트는 한국의 고유한 음악문화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수많은 논쟁을 의식했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한편, 사회계층과 대중음악의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되 그 연관성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며 다층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주목할 만한 연구가로는 아프리카 대중음악을 연구한 독일계 미국 음악인류학자로 바이트 얼만(Veit Erlmann)이 있다.21)

20) 2003년 4월 13일 개인 인터뷰.

21) 얼만은 본 논자가 윤이상의 자아에 관한 석사논문을 집필할 때 초고에 대한 논평을 해 주기도 했다. 윤이상의 음악에 표현되어 있는 음악과 윤이상 자신이 표현하려고 했던 의식구조를 단순하게 분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며 주체의 ‘의식’을 거듭 강조하였다.

(15)

얼만에 따르면, 대중음악연구에 있어서 주체자의 역사적, 사회적 ‘의식(consciousness)’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사회구조 vs. 문화’, 그리고 ‘역사적 전개 vs. 개인의 의식’

간에 생성되는 관계성은 실제 연주에서 변증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22) 가령, 제3세계에 있어서 대중음악은 전통음악과 엘리트음악에 맞서는 존재로 인식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해서 대중음악이 언제나 사회주도계층의 문화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입장만 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23) 때로는 전통의, 때로는 엘리트 음악문화의 영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 지으면서 당면하는 역사적 상황에 맞게 교섭하며 재생산해 내고, 이러한 과정에서 문화주체는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트로트 연구에 있어서도, 노동계층/서민계층과 직결하여 인식하는 단순한 도식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주체의 구체적인 사회적․역사적 의식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은 남인수 가요제에서 만난 또 다른 가수와의 대화이다.

가수 A(50대 중반의 가수):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 케이블방송국 PD를 소개하며) 손 선생 이야기를 했어요. 제 인생을 다루는 프로그램 인데 한 말씀 해 주세요.

손: 저는 그저 단순히 연구하러 온 학생입니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

가수 A: 웬만하면 한 말씀 해 주시죠. 우리의 전통트로트를 살리고자 하는 입장에서 도움을 주시죠. 아참. 이 친구는 3개 국어를 하는 엘리트 교포 가수에요.

가수 B(20대 중반의 가수): 안녕하세요. 이건 제 첫 앨범입니다. 정풍송 선생님과 작업했어요. 저는 정통 트로트 기법으로 노래합니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신나는 곡도 있습니다만.

손: 감사합니다. 열심히 듣고 인터넷 카페에 감상을 적어 올리겠습니다.

22) Veit Erlmann, African Stars: Studies in Black South African Perfoormance, Chicago and 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1, p. 2.

23) ibid., p. 20.

(16)

가수 A는 낮에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꾸준히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남성가수이며, 가수 B는 캐나다에서 자란 명문대학 출신 20대 중반으로서 재외교민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다니던 항공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트로트가수 활동을 한 해 전부터 시작한 남성가수이다. 가수 A와의 인터뷰에서는 ‘전통트로트’라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얼만이 지적했듯이, 트로트에 ‘전통’이라는 용어의 상징적 가치를 덧입혀 제도권화 시키려는 교섭의 과정이 발견된다. 게다가 신인가수를 소개하면서 ‘엘리트 가수’라고 강조하는 점 또한 트로트의 계층화를 의식했다고 보인다. 한편, 신인가수 B의 ‘정통트로트’라는 언급에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정통’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트로트를 제도화 시키려는 의식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트로트를 어떻게 인식하고 기억하며 의식화하는 지는 단순히 사회 구조의 계층화 또는 연령화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담론에서는 트로트를 서민의, 성인의, 옛날의 음악으로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화향유자의 다양한 의식구조와 담론을 해석했을 때는 훨씬 더 복잡하게 사회구조와 얽혀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헤비메탈 연구가 로버트 왈서가 언급했듯이, 특정한 음악적 기호/과정(sign/process)과 특정한 사회적 의미 사이에는 필연적인 일치성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 기호/과정은 특정한 의미와 연결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유포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24) 다시 말해서, 어떠한 음악에도 특정한 의미가 덧입혀지기 마련이라는 점, 그 의미는 매우 사회적이라는 점, 그러나 그 사회적인 의미를 섣불리 도식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2. 트로트 실제분석

한편, 음악인류학의 방법론에도 방대한 음반 및 작품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그대로 대입하고자 하는 근대기 이후 전반적인 24) Robert Walser, Running with The Devil: Power, Gender, and Madness in Heavy Metal

Music, Hanover & London: Wesleyan University Press, 1993, p. 29.

(17)

사회과학 연구의 대표적인 방법론으로서 연구의 객관성을 입증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연구에서는 구조분석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한데 대부분의 대중음악연구가 음악전공자가 아닌 사회과학 또는 기자출신 칼럼니스트에 의해서 행해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덧붙여 가사분석을 비롯한 작품의 구조분석을 위주로 하는 연구경향은 또한 국문학자들의 대중음악연구에서 특징적 으로 나타나며, 전통적인 역사학적 음악학에서 취하는 대표적인 방법론이기도 하다.

요컨대, 트로트의 소리구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산출하며 고정적인 개념으로 규정 지으려는 타자화 작업은 사실상 연구방법론에서 도출된 불가피한 결과라 본다.

이 때, 현장연구를 근간으로 작성된 음악인류학의 다성적 민속지(polyphonic ethnography)는 트로트 주체의 사회적․역사적 의식을 고려하면서 작품분석을 시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음은 한 30대 초반 무명 여가수 A와 음식점에서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손: 트로트는 다른 음악과 무엇이 다른가요?

여가수 A: 창법이 다르죠. 저야 가수니까 노래 부르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어요.

손: 꺾는 창법 말씀인가요?

여가수 A: 네, 맞아요. 그런데 사실 이미자 선배님하고 주현미 선배님은 많이 달라요. 이미자 선배님보다 주현미 선배님이 기교를 더 많이 사용하세요.

이렇게요(노래를 불러가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손: 정말 그렇네요. 이유가 뭐죠?

여가수 A: 이미자 선배님 시대에는 미8군 출신 가수들이 한창 주목받던 때 잖아요. 옛날 식이 별로 안 통했던 거죠. 그렇지만 주현미 선배님 때는 템포를 조금 빨리 해서 춤추기 좋게 메들리로 만들어서 강한 꺾는 소리로 액센트를 확실하게 준 거죠.

손: 그러면, 이미자 선생님 이전에 불렀던 옛날식 창법은 어떤 거죠?

여가수 A: 그 때는 우리들과 다르게 불렀어요. 주로 비음을 많이 쓰고, 마지막 음에서 길게 빼고 또 많이 떠는 듯이 불렀어요.25)

(18)

트로트의 의미가 공연 실제, 특히 창법에 기인한다는 여가수 A의 주장은 기존의 학계에서 형성해 왔던 목소리와 사뭇 달랐다. 현역 가수에게서 듣는 창법 이야기는 연구자가 연구실에서 음반으로 또는 악보로 분석하는 것과도 역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우리가 흔히 트로트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여기는 특유의 창법이 애초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 트로트의 창법도 각 시대정서에 맞게 변화되어 왔다는 것은 연구자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대중음악이 급속히 받아들여졌고 1960년대에 이르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 때, 등장한 가수가 이미자 였는데 이미자의 데뷔 히트곡은 다름 아닌 스윙리듬의 <열아홉 순정>(1959)이었고 창법은 다분히 미국적이었다. 이전에 사용되었던 비음이나 떨리는 소리는 사용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창법에 관한 증언이 요구되는데, 다음은 1940~50년대 백조가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원로가수 원희옥(b. 1936)과 나눈 최근 대화 중 일부이다.

손: 처음부터 노래를 잘 부르셨나요?

원희옥: 내가 여덟 살에 처음 백조가극단 공연을 보고 무대 뒤에 찾아가서 대뜸 노래부터 불렀어요. 단원들이 모두들 잘 부른다고 했구요. 우리 엄마(전옥)도 몹시 흡족해 했어요. 그런데 내가 너무 어려서 2년 후에 더 커서 오라고 하더군요.

손: 그러면 열 살에 입단하셨네요?

원희옥: 네. 그런데 열두 살로 올려서 활동했지요.

손: 노래훈련을 따로 받지는 않으셨나요?

원희옥: 물론 받았어요. 미8군 성동고등학교 음악선생이셨던 강준희 선생한테 성악발성법을 배우고 코르위붕겐도 배웠어요. 그 때 노래는 고음에서 잘 뽑아줘야 해요.26)

“그 때 노래는 고음에서 잘 뽑아줘야 해요”27)라는 원희옥의 증언에서 드러 25) 2003년 5월 8일 개인 인터뷰.

26) 2012년 9월 15일 개인 인터뷰.

(19)

나듯이, 각 시대에는 대중이 원하는 소리가 있기 마련이며 가수는 그에 맞게 창법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대중가수가 클래식 성악가창법을 익혔다는 것은 초창기 트로트 창법의 기원에 관한 설명을 제공하기도 한다. 뒤집어 생각하자면, 초창기 여가수들이 공연했던 클래식 가창법의 실제가 어떠했었는지 또한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1947년에 막간가수로 데뷔하여 막간가수로 활약했다고 기록28)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정식 가수로 데뷔하여 활동했다고 원희옥은 밝힌다. 1940년대 연극계 에서 형성되었던 가극29)은 주로 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 음악극이 공연되고 2부에서는 버라이어티쇼가 펼쳐졌다. 원희옥은 2부에서 활동한 가수였으며 당시의 창법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으리라 생각한다. 원희옥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원로 남성가수 김활선(b. 1937)에 따르면, 원희옥을 비롯한 1세대 여성 대중가수들의 창법은 “애조를 띠었으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창법으로서 비음을 많이 섞고 호흡이 길며 옐로우 보이스”라고 평하였다.30) ‘옐로우 보이스’라는 용어의 뜻을 찾고자 신문기사를 뒤진 결과 함중아, 태진아 등의 가수를 거론할 때 사용 되었던 말로 주로 고음 영역에서 비음이 많이 섞이는 창법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현장연구에서 문화주체자의 소리분석은 기존의 연구에서 간과했던 창법, 넓게는 공연실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청중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창법을 비롯한 가수의 옷매무새, 몸동작, 무대 안팎에서 회자되는 평판, 개인적인 행적 등에 관한 이슈들이 언급되었다. 뿐만 아니라, 트로트를 들으며 하는 행위 또는 기분 등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시 말해서 트로트 생산자와 향유자 간에는 약속된 사운드, 행동, 그리고 상징적 의미/느낌이 존재하며 서로가 그 합의된 약속을 지키면서 각자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다양한 시대를 27) 같은 대화.

28) 박성서, 한국전쟁과 대중가교, 기록과 증언, 서울: 책이있는풍경, 2010, 199-200쪽.

29) 가극은 주로 연극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며, 악극은 대중담론 및 음악계에서 통용되는 단어 지만, 사실상 큰 의미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희옥에 따르면, 가극은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 악단이 최소화될 뿐 아니라 노래가 아닌 음악만 등장하지는 않는 반면 악극은 모름지기 음반회사 등이 주축이 되어 형성되었던 만큼 음악이 중심이고 악단의 규모 역시 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규모 및 구성의 차이를 제외하고 음악적 성격 면에서는 별 다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

30) 2012년 1월 9일 개인 인터뷰.

(20)

거치면서 사회에서 기대되는 시대적 사운드와 행동으로 변화를 주어 지속적인 문화를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공연실제에 대한 현장사람들의 관심은 사실상 연구자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화읽기의 중추적인 부분으로서, 음악인류학자 주성혜는 세 가지 측면에서 공연 연구를 음악학에서도 응용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31) 첫 번째 측면은 무대 위의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확대하여 무대를 낳은 사회로 그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연은 전문가들이 빚어낸 창조물임과 동시에 그 사회 공동체가 실행하는 일종의 제식(ritual)32)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측면은 음악, 춤, 극이라는 서구식 범주 짓기를 해체하고 공연 그 자체를 온전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은 모름지기 공동체의 가치관이 담긴 사회적 제식이기에 그 속에서 사용되어진 요소들을 따로 분리시켜 분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연의 사회적 기능의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공연이라는 장소를 통하여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서로 갈등 또는 화해하기도 하며 교섭을 해 나가기 때문이다.

트로트 연구에 있어서 트로트 공연실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다양한 지역 행사, 야간 업소, 노래자랑, 장터 공연 등의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실행되어지는 실제는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가치관을 담은 일종의 제식이기 때문이다. 트로트 공연은 그들(문화내부인들)이 줄곧 밝혔듯이 삶이 묻어 있다. 백여 명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문구는 ‘트로트는 3분 드라마’

라는 말이다. 현장연구 초창기에는 이 문구를 접할 때마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내부인의 담론과 의식 속에 담겨진 그들의 트로트에 관한 미학적, 사회적, 역사적 기대는 결국 창법, 무대 매너, 무대 안팎에서 표출하는 이미지, 엄격한 선후배 관계 형성 등의 공연실제에 대한 언급 에서 파악될 수 있었고, 공연을 사회극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는 공연연구이론은 매우 적절하고 유용하게 적용되었다.

31) 주성혜, 음악학, 서울: 루덴스, 2008, 143-146쪽.

32) 주성혜의 경우 ritual을 ‘의식’이라 번역했지만, 본 논자는 본문에서 consciousness를 이미

‘의식’이라 번역했기에 혼돈을 피하기 위하여 ‘제식’이라 하겠다.

(21)

Ⅳ. 나가며

우리는 트로트를 생각할 때 특정한 의미, 행동, 사운드 등을 상기한다. 하지만 일련의 트로트문화요소들이 트로트 향유자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는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로트를 특정 계층과 연관 지어 특정 이미지를 지니고 특정 사운드를 가진 특정 시대의 음악으로 정형화 시켜 왔다. 본 논자는 이러한 현상을 지식생산에서 드러나는 주체의 침묵, 즉 문화내부인의 타자화라 해석하였다. 그리고 그 시발점을 1980년대 초반에 불거졌던 ‘뽕짝논쟁’으로 두었는데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대한민국 정부는 트로트를 일제 강점기의 문화적 잔재로 규정지으며 규제해 온 바 있다. 가령,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1965년에 금지되었으며 1987년에 해금되었는데 이유는 일본풍 노래라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일본풍 노래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었다기보다 일본풍으로 여겨지는 현상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었던 경우라 할 수 있으며, 이 또한 지속적인 엔카와의 연루설과 간접적으로나마 관련 있다고 보아진다.

이렇듯, 기존의 연구자들은 트로트 문화를 만들고 계승한 문화내부인/문화향 유자의 주체로서의 의식에 관해서는 등한시 한 채 피상적으로 덧입혀진 지식에만 집 중해 왔음이 분명하다. 이에 본 논자는 음악인류학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여 우선, 지식인들이 생산한 트로트의 의미를 해체함으로써 트로트의 의미를 열린 구조로 만들었다. 기존의 정의는 일부의 목소리일 뿐 아니라 얼마든지 새로운 의미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현장의 목소리, 사운드, 행동 등을 관찰하여 각 시대 적 흐름에 대응하는 트로트 문화주체의 역사적․사회적 의식과정을 해석하려 했 다. 연구의 결과로, 트로트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시대적 상황 에 맞추어 트로트를 지속적으로 재규정하며 조율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트로트에서 기대되는 사운드, 행동, 의미 역시 시대를 의식한 주체의 의도에 따라 변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요컨대, 대중음악을 연구함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문화향유자의 주체로서의 역할과 문화자체의 역동적인 변화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겠다. 대중

(22)

음악은 항상 변하고 있는 유기체로 존재하며, 그 변화는 결코 소수의 음반제작자 또는 평론가의 손에서 실행되지 않고 대중 vs. 사회, 대중 vs. 역사의 다층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자 하는 바는, 본 논문의 형식이 최대한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펼쳐서 나열하려 하였으며, 문화 내부인의 주체적 의식에 초점을 맞추려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편향된 시각이 아닌 총체적인 이해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서론에서 언급하였던

‘다성적 글쓰기’를 시도한 것으로서 각기 다른 담론에 작용해 왔던 복층적 정치를 해석하고자 하였다.

1)

* 논문투고일: 2013년 8월 7일 / 심사기간: 2013년 9월 20일-10월 3일 / 최종게재확정일: 2013 년 10월 5일.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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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인터뷰>

김활선, 2012년 1월 9일 개인 인터뷰.

박 PD, 2002년 9월 12일 개인 인터뷰.

석현, 2002년 9월 20일 개인 인터뷰.

여가수 A, 2003년 5월 8일 개인 인터뷰.

원희옥, 2012년 9월 15일 개인 인터뷰.

주병선, 2003년 4월 13일 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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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초록

우리는 예술음악을 연구할 때와 대중음악, 특히 한국 대중음악을 연구할 때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을 강하게 지닌다. 가령, 예술음악은 시대별, 작곡가별, 또는 변천하는 과정으로 구별하여 다루는가 하면, 한국 대중음악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유형으로 정형화 시키려한다. 본 논자는 이러한 현상 뒤에는 한국 대중음악의 주체자인 문화내부인(향유자)의 담론 및 의식을 고려하지 않는 연구 방법론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며, 이를 ‘타자화(Othering)’라 해석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트로트 연구’를 실례로 두고서 기존의 한국 대중 음악 연구방법론에 존재하는 ‘타자화’를 해체하려 하며, 주체의 담론과 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현장연구(fieldwork)’에 비중을 늘리는 음악인류학적인 (Ethnomusicological) 방법론을 적용하려 한다.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되며, 순서는 음악인류학에서 취하는 방법론의 순차적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부분은 연구의 시작단계로서 서지 연구에서 드러나는 타자화를 해체하는 작업이며, ‘1. 지식의 해체’와 ‘2. 논쟁의 해체’로 구성된다. 트로트의 경우, 초창기 유행가 시대에 지녔던 요나누끼 음계(음계)와 강한 2박자(박자)라는 구조적인 요소에 근거하여 한국적이지 못한 음악, 나아가 일본적인 음악으로 각인되었으며 1980년대 ‘뽕짝 논쟁’에서 그 진위여부가 뜨겁게 논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구체적인 사항은 가려진 채, 국내외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재생되고 있다. 이것은 지식인이 재생산하는 ‘지식(knowledge)’이 갖는 특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향유자와 연구자의 괴리에서 발생한 타자화라고 보여 진다.

두 번째 부분은 연구의 핵심적인 단계로서 현장연구에서 드러나는 주체의 사회적․역사적 의식을 다루었으며 ‘1. 트로트와 사회계층’과 ‘2. 트로트 실제분석’

으로 구성된다. 현장 인터뷰와 참여자적 관찰을 통하여 수집된 향유자의 담론에서는 의식적으로 트로트를 타자화 시키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서민계층의 장르로 인식되어진 트로트의 사회적인 의미를 의식하는 행위이며 자신의 문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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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능동적으로 정립하려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트로트의 의미를 규정함에 있어서도 가창법의 시대적인 변천을 중요시 여기는 현장의 목소리 에서 트로트를 구조적인 분석에 한정짓지 않고 공연실제의 총체적인 현상을 다루어야 하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요컨대, 본 논문은 다성적인 문화내부인의 주체적인 의식과 담론으로 연구의 초점을 옮기면서 한국 대중음악에 관한 타자화를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시도된 글쓰기라 하겠다.

핵심어

대중음악, 음악인류학, 주체, 타자화, 트로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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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Self

and Others in the Studies of Korean Popular Music : a Case Study of

T’ŭrot’ŭ

Min-Jung Son*1)

The research of Korean popular music tends to take different perspectives from those found in the research of other art forms, such as Western popular music and Western art music. For instance, we deal with the Western art music in terms of its period, representative artists, and transforming progress, while regarding Korean popular music as a territorially static form. This researcher interprets this phenomenon as ‘othering,’ caused by the lack of consideration on the insiders' subjective discourse and consciousness. Focusing on a Korean popular song genre, c(lit. trot), this paper tries to dissect the existent knowledge and its othering involved in Korean popular music research, and then reveals the voices of the insiders', emphasizing fieldwork, an ethnomusicological method.

The paper consists of two parts in the same order that we usually take in the ethnomusicological research. The first part, as a beginning step of the research, is a disentanglement of the archival knowledge. In the case of t’ŭrot’ŭ, it has been recognized as a Japanese Korean popular music due to its peculiar melodic and rhythmic structure during the formative period in the

* Assistant Professor, Daejeo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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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y 20th century, and widely restated in the academic writings both domestically and internationally without any further consideration on the insiders' detailed arguments. This is an obvious othering process caused by the specificity of intellectuals.

The second part of this paper, as a pivotal step of the research, deals with the insiders' social and historical consciousness, consisting of ‘1. t’ŭrot’ŭ and social class’ and ‘2. analyses of its performance practices.’ The insiders' voices collected from the fieldwork reveal that they consciously reproduced their cultural identity, reflecting on the social and historical meanings of t’ŭrot’ŭ. In addition, they tend to focus on singing practices rather than its structural aspects, in regards to the fundamental and distinctive elements of the genre. In sum, this paper, as a polyphonic writing, shifted its focus to the insiders' discourse and consciousness, and lessened othering phenomenon led by the traditionally analytical methodology on popular music in Korea.

Key Words

Ethnomusicology, field, othering, popular music, subjectivity, t’ŭrot’ŭ(trot)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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