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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경제 개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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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04-05

법치경제 개혁의 길

좌승희‧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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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경제 개혁의 길

1판1쇄 인쇄/ 2004년 1월 26일 1판1쇄 발행/ 2004년 1월 31일

발행처/ 한국경제연구원 발행인/ 좌승희 편집인/ 좌승희 등록번호/ 제13-53호

(150-75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8-1 전경련회관 전화 3771-0001(대표), 3771-0057(직통) / 팩스 785-0270~1

http://www.keri.org

ⓒ 한국경제연구원, 2004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 3771-0057

ISBN 89-8031-298-9 5,000원

* 제작대행 : (주)FKI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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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간 사

우리나라의 가장 큰 현안 문제는 법치주의의 정착이라고 생각 된다. 최근 각종 이해집단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자신들의 이득 을 위해서 온갖 목소리를 높이는 시점에서 법과 원칙의 확립과 이 에 따른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귀중한 우리의 자산인지를 새삼스 럽게 깨닫게 된다. 근래에 들어서 개혁이란 말은 모든 사람들이 쓰고 있다.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다양한 이익집단, 시민단체와 정 부, 정당과 정치권에서도 서로 다른 의미에서 개혁을 외치고 있다.

모두 다 개혁을 말하고 있으나 정작 개혁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 는 이렇다 할 논의가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본원적인 의미의 개혁은 법치로의 환원 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어도 좋은 오퍼레이팅 시스템이 없으면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없 듯이 법치라는 원칙이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개혁상품도 작동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법치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개혁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법과 제도에 의한 경제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법치경제로의 개혁의 수단 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한국제도‧경제학회, 나라발전연구회, 안민정책포럼 에서 공동주최한 ꡔ인치‧관치‧법치 : 법치주의 확립을 위하여ꡕ란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토론된 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본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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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대해서 심포지엄에서 토론해 주신 강원대 민경국 교수, 한국 개발연구원의 유정호 박사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법치 경제’란 용어에 대하여 귀한 조언을 해주신 배제대 정순훈 총장께 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본 보고서에 수록된 논문의 내 용은 필자 자신의 견해이며, 한국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2004년 1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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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제1 장 서 론 ··· 9

제2 장 왜 개혁은 법치에서 출발하여야 하는가 ··· 15

1. 개혁의 목표와 수단 ··· 17

(1) 개혁은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일··· 17

(2) 인간행동은 제도의 산물··· 17

(3) 제도개혁은 국가개혁의 필요조건 ··· 18

2. 경제제도 개혁과 경제발전··· 20

3. 개혁의 시계와 법·제도 개혁의 불가피성 ··· 23

4. 법치의 필요성과 요건 ··· 27

(1) 왜 법치인가? ··· 27

(2) 법치의 구체적 요건 ··· 29

(3) 법치는 경제발전의 전제조건 ··· 34

(4) 아시아 국가는 법치의 토대가 미약 ··· 35

(5) 우리나라도 아직 법치가 미정착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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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장 법치경제의 장애요인 ··· 39

1. 법치경제 가로막는 헌법과 법률··· 41

(1) 시장경제질서와 중앙관리질서 ··· 41

(2) 시장경제질서와 법치경제의 상생관계 ··· 43

(3) 우리 헌법상의 시장경제질서 제약요인 ··· 44

(4) 법치경제에 역행하는 법률상의 과도한 행정부 재량권 ··· 47

2. 사법 독립의 취약성도 법치경제의 걸림돌 ··· 50

(1) 삼권분립과 독립된 사법부의 중요성 ··· 50

(2) 형식적인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 독립의 훼손 ··· 51

(3) 준사법기관인 규제기관의 독립성 부재 ··· 53

(4) 비합리적인 정부부처의 분업체계 ··· 54

3. 재산권 보호의 미흡이 법치경제의 장애 ··· 56

(1) 평등주의 함정과 재산권 보호의 미흡 ··· 56

(2) 조세법률주의 지켜져야 ··· 58

(3) 재산권 훼손 무릅쓰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 ··· 59

4. 법치경제에 역행하는 경제제도 개혁 ··· 61

(1) 경로의존성의 무시··· 61

(2) ‘글로벌 스탠더드’, 과연 만능인가? ··· 63

(3) 법집행 등 관련 인프라의 미비와 제도도입의 실효성 저하··· 65

(4) 중복규제에 따른 법치경제의 훼손 ··· 67

5. 임기응변식 노동정책도 법치경제의 걸림돌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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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장 법치경제 개혁의 새로운 패러다임 ··· 75

1. 경제개혁의 선결요건으로서의 정치개혁 ··· 77

(1) 한국 정치인은 한국적 정치제도의 산물 ··· 78

(2) 정치시장의 진입 및 퇴출장벽을 제거해야 ··· 79

(3)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해야 ··· 80

(4) 정당의 독점력 완화해야··· 80

(5) 삼권분립과 법치가 자리잡아야 ··· 81

(6) 다양성이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의 토양 ··· 81

2. 경제‧기업 개혁의 기본틀··· 83

(1) 한국기업은 한국적 경영환경의 산물 ··· 83

(2) 경영여건 개선 없이 기업행태 개혁 어려워 ··· 84

3. 기업개혁정책의 새 패러다임··· 87

(1) 이제 ‘시장이 하느님’인 시대 ··· 87

(2) 기업을 규율하는 두 가지 지배구조 ··· 88

(3) 시장규율방식을 활성화해야 ··· 89

(4) 관련 시장제도의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 90

(5) 우리나라 기업정책에 대한 평가와 새 패러다임 ··· 91

제5 장 개혁은 세대를 넘는 대장정 ··· 99

참고문헌··· 103

ABSTRACT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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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 차례

◈ 표

<표 1> 우리 헌법의 경제통제 조항의 국제비교 ··· 45

<표 2> 경제위기 이후의 경영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 정책···· 94

◈ 그림 <그림 1> 사회시스템의 구성 ··· 18

<그림 2> 물가안정화와 효율성 향상 ··· 21

<그림 3> 제도적 장치의 작동 메커니즘과 이의 변화에 소요되는 기간··· 25

<그림 4> 정치행태를 결정하는 제도적 요인 ··· 78

<그림 5> 기업행태를 결정하는 기업경영환경 ··· 85

<그림 6> 다중적 기업지배구조 ··· 88

<그림 7> 기업정책지도 ···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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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서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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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제도이다. 그러나 시장이란 제도는 저절로 움직이고 작 동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경기장을 보호하고 경기규칙을 집 행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보호하여야 축구시합을 할 수 있는 것처 럼 시장이란 제도도 여러 가지 장치에 의해서 작동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이란 제도를 오랜 관행과 특정한 법 그리고 이 를 보완하는 부수적인 장치로 구성되는 경기규칙이라고 총칭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장경제를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특정 법과 제도에 의한 경기규칙에 충실하게 경제가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안정적으로 운용되지 않 을 때 시장경제는 작동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같은 시장이란 제도를 지나치게 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움직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 다. 축구경기를 할 때마다 이를 주관하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축 구장 규격이 바뀌고, 선수 숫자가 바뀌게 되며, 골문의 위치가 변 하는 등 경기규칙이 바뀐다면 일관성 있게 연습을 하고 기량을 키 우기가 어려운 것처럼 정부의 자의적이고 주도적인 시장경제의 운용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우리 경제가 여전히 관치의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음은 바로 이 점을 몰이해하 는 데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즉, 시장거래를 규율하는 법·제 도를 확립하고 지키는 데에서부터 시장경제가 시작됨에도 불구하 고, 우리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법·제도의 집행을 소홀히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 위에서 시장에 군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다. 법치 없이 시장경제는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법치를 도외시 하면서 시장경제를 외쳐 왔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실현이 요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법치의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나라에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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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주창하는 것은 메아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것이나 다름없 음을 이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법치에 의 해 운영되는 경제라고 정의되는 ꡔ법치경제ꡕ를 이루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법치경제란 시장경제의 또 다른 얼굴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고는 ꡔ법치경제ꡕ로의 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 보고자 하는 뜻을 갖고 있다.1)

근래에 들어서처럼 개혁이란 말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모든 대권주자들이 자신들 이 진정한 개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진보세력이나 보수세 력이나 정부나 시민단체나 모두 자신들이 하는 일을 진정한 개혁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모두 다 개혁을 말하고 있으나 개혁 의 의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논 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혁의 의미를 재점검해 보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가치 있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제2장에서는 이러한 인식하에 개혁의 의미를 검 토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효성 있고 실천가능한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한 사회의 법과 제도를 개혁하여야 한다. 그리 고 이 개혁은 특정한 사람이나 기관이 주도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 고 한 사회를 운용하는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즉 법치의 한 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의 운용이 인치나 관 치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 경제전체에 미치는 왜곡과 잘못된 자원 배분의 부작용은 오랫동안 한 사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

1) 그러나 ꡔ법치경제ꡕ란 말은 경제적 관계의 모든 측면을 법이 세세하게 개입 하고 해석하여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경제적 관계가 궁극적으로 법에 의하여 지지되고 보호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법 자체가 자율 적인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될 정도로 모든 과정을 규제하는 것을 ꡔ법치경 제ꡕ라고 부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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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법치원칙에 의한 경제의 운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ꡔ법치경 제ꡕ의 확립이야말로 경제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겠다.

제3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치경제를 가로막는 요인을 점검하여 본다. 이는 앞으로의 개혁을 위해서 의의가 있는 일일 것으로 생 각한다. 제3장의 특징적인 내용으로서 우리는 우리 헌법과 법률,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 행정부의 재량권 등에 대해서 살펴본다.

특히 취약한 삼권분립구조와 사법부 역할, 정부조직의 문제 등을 논의하고 법치경제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재산권 보호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지금까지 진행하였던 경제제도의 개혁 중 어떤 것은 사실상 법치주의의 원리와 역행되는 것이 있음을 반추해 보 고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평등주의 함정이 어떻게 법치 경제에 장애가 되는지를 살펴본다.

이상과 같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와 법치경제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고려할 때 향후 법치경제 개혁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를 제4장에서 조망해 본다. 우선 경제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다음으 로, 경제와 기업개혁의 기본틀을 제시하여 본다. 기업은 주어진 외부적 여건에 반응하여 자신의 기업전략을 펼친다는 점에서 기 업의 행태 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에서 어긋난다.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변 화시킬 수 있도록 경제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실현가능한 방법으로 특히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시 도하려 했던 직접적인 행태에 대한 대증적對症的 규제보다는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시장규율방식을 활성화하는 것이 보다 의미 있 고 중요한 일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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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왜 개혁은 법치에서 출발하여야 하는가

1. 개혁의 목표와 수단 / 17 2. 경제제도 개혁과 경제발전 / 20

3. 개혁의 시계와 법·제도 개혁의 불가피성/ 23 4. 법치의 필요성과 요건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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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혁의 목표와 수단

(1) 개혁은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일

개혁이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바로 우리의 행태를 바꾸려 하 는 것이다. 그동안의 우리의 행동이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기준, 예컨대, 선진국 국민들의 행동이나 혹은 그 이상의 어떤 이 상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미흡하기 때문에 개혁을 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일부 국민들의 특정 예외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합법적일 수도 있고 아 닐 수도 있지만, 관행처럼 당연시하는 일반적인 행동이 국가발전 에 장애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어떤 특정한 행위가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또한 서로 용인되고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는 행위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의 행 동규칙, 즉 경기규칙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나라개혁은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문제 있는 일반행동을 초래하고 있는 사회 의 경기규칙을 고치고 재정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 인간행동은 제도의 산물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각자 지향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즉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같은 뜻을 갖는 동료들과 더불어 각종 조직과 단체를 만들어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이루어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 정에서 사회구성원인 개인이나 조직 및 단체들의 행동을 규율하 는 경기규칙을 만들어내게 된다. 따라서 어느 국가나 사회의 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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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은 개인, 개인의 집단인 조직, 이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제도”, 즉 “경기규칙”으로 구성된다(<그림 1> 참조). 한 시스템 내의 개 인이나 조직‧집단은 자신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경기규칙을 만들 어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경기규칙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림 1> 사회시스템의 구성

(3) 제도개혁은 국가개혁의 필요조건

어느 국가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기규칙으로서의 제도는 궁극 적으로 그 구성원들의 행동, 나아가 그 사회의 특징을 결정하게 된 다. 따라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의 일반적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 이 는 바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기규칙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행위규칙 혹은 경기규칙으로서의 제도는 다양한 내용을 갖는다.

우선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화, 가치관, 관습, 관행 등 비공 식적인 규칙에서부터 정부 3부가 만들어내는 공식적인 법령에 이 르기까지 인간관계를 규율하는 모든 공식‧비공식 행위규칙을 포 함한다. 물론 공식적인 법령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 면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법규가 얼마나 엄격히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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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있느냐도 제도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

그동안 지나치게 추상화되어 온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 안으로 등장한 신제도학파 경제학은 이와 같이 사회구성원 특히 경제주체들의 행동양태를 규율하는 경기규칙으로서의 경제제도가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생산적 활동에 전력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 로 짜여져 있느냐 여부에 따라 그 사회의 선진화 즉 경제발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의 우리 개혁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 해도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왜 문제 있는 특정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원인 규명도 없이 국민들을 비난하고 처벌 하는 데 치중해 왔다. 그러다 보니 그 결과는 개혁의 지지부진과 개혁피로로 이어졌을 뿐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을 사정했지만 정치 관련 제도의 개혁이 없다 보니 정치는 깨끗해지지 않았으며, 재벌 개혁을 한다고 각종 규제를 해 보았지만,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제 대로 개선되지 않고 보니 기업행태 개선도 한계가 있었다. 금융개 혁, 공공부문개혁, 교육개혁, 사법개혁 등 많은 분야의 개혁도 이 와 같이 해당 분야의 경기규칙인 제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개선 이 없이 대증적對症的 규제만 하다 보니 큰 성과 없이 피로만 쌓 이게 되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국민들의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 개혁이란 개인을 사정하고 처벌하는 차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 사회의 행동규칙인 제도를 고치는 작업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제도를 고 친다는 것이 개혁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임을 잊어서 는 안 된다. 따라서 모든 개혁은 제도개혁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 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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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제제도 개혁과 경제발전

어느 국가나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경기규칙으로서의 제도가 그 구성원의 행동, 나아가 그 사회의 특징을 결정하게 된다. 노스 (North, 1990; 1992)는 기업의 성장과정을 통해 경제발전이 실현된 다고 했다. 보다 합리적인 제도하에, 특히 사유재산권제도가 보다 잘 정비된, 낮은 거래비용을 지불하고 기업을 할 수 있는 여건 하 에서 기업활동은 확장될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경제의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제도의 선진화라는 경제발전의 질적인 조건 이 충족되어야 양적인 조건인 부가가치 생산물의 증대가 따르는 것이며, 이 과정을 경제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에 있어서 제도개혁의 의의를 신고전파적 수요·공급 모형을 가지고 설명해 보자. 경제의 발전 혹은 선진화란 기업이나 산업 더 나아가서는 국민경제가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가능한 한 싼값에 국제시장에 내어놓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단순화할 수 있 는데, 경제개혁은 바로 그와 같은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을 만드는 데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경제개혁은 거시경제 개혁을 통한 물가안정 기반의 구축과 제도개혁을 통한 경제의 효율성 향상을 통해 달성된다.2) 물가안정과 효율성 향상 과정을 도식적으로 살펴보자. 다음의 <그림 2>에서 물가안정은 총수요곡선(Do→ D)과 총공급곡선(So→ S)의 비례적인 이동에 따 라 Eo에서 E로 균형이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경 제적 효율성의 향상은 총공급곡선이 S에서 S'으로 이동하여 균형 이 E에서 E'로 이동함으로써 물가는 하락하고 거래량은 증가하여

2) Sung-Hee Jwa(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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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후생수준이 향상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E → E'로의 국민경제의 효율성 향상은 기본적으로 경제개혁을 통해 경제제도의 효율성이 향상됨으로써 거래비용이 감소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컨대, 남미의 고인플레 경제들은 물가안정 개혁과 제도개혁이 다 중요한 경우라고 한다면, 우리의 경우는 오 히려 제도개혁이 보다 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 론 어느 경우든 제도개혁이 보다 근본적인 개혁임은 재론할 필요 가 없다 할 것이다.

<그림 2> 물가안정화와 효율성 향상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제도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거래비용에 영향을 주는가? 세계은행(2001)이 펴낸 ꡔ시장제도의 구축ꡕ이란 보 고서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제도는 정보제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즉, 시장을 둘러 싼 여러 가지 환경과 거래되는 재화 그리고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 들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는 데에 제도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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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이 수익성 좋은 경제사업을 찾아내고 좋은 사업파트너를 찾아내고 또한 이들의 신용을 평가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정보가 있어야 정부는 규제활동 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정보를 제공하는 제 도적 장치로서는 예컨대 회계법인, 신용평가기관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제도를 통하여 사유재산권이 보호되고 계약이 이행된다.

국가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포함하여 자산과 소득에 대한 권리를 알고 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시장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 하다. 제도로 인하여 권리를 둘러싼 다툼을 줄일 수 있고 계약이 행에 큰 도움이 된다.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적 장치가 이러한 제 도적 장치의 근간을 이룬다.

셋째, 제도는 시장에서 경쟁의 정도를 좌우한다. 진입과 퇴출을 보다 용이하게 그리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허용하는 개방적 제도는 경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 경쟁은 혁신과 경제 성장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경쟁적 시장에서 는 기업가의 사회적, 정치적 연줄보다 기업가의 경쟁력에 의해 자 원이 배분된다. 물론 잘못된 제도는 경쟁을 오히려 저해하는 경우 도 있다. 일례로 정부가 특정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업 의 진입을 억제하는 경우에 경쟁이 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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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혁의 시계(時界)와 법·제도 개혁의 불가피성

개혁은 제도개혁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떤 제도를 바꾸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개혁이 될 것인가? 개혁이라는 당위성 에 휩쓸려서 모든 제도를 다 바꾸자고 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생 각이 아닐 수 있다. 역사적 배경, 사회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경기의 규칙으로서 제도는 크게 비공식 적인 제도와 공식적인 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비공식적인 제도는 오랜 역사를 통해서 사회의 기초를 형성한 문화, 전통, 가치관, 종 교 및 관습 등을 말한다. 한편, 공식적 제도는 구체적으로 명문화 되거나 사람들에 의하여 공식화된 제도로서 재산권제도, 정치제 도, 사법제도, 행정제도 등을 의미한다. 한편, 경기의 규칙으로서 제도라기보다는 경기 자체의 실행으로서 사회구성원간의 계약이 나 관계를 나타내는 지배구조가 있는데 이러한 장치틀 하에서 한 경제의 자원배분과 고용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Williamson (1999)은 이러한 여러 가지 제도적 틀을 <그림 3>에서처럼 묘사 하고 있다. 그런데 각 제도적 장치의 특성으로 인하여 이를 바꾸 고 변경하는 데에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 다. 우선 비공식적인 제도는 사회구성원의 깊은 의식에까지 뿌리 를 박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는 데에는 적어도 100년 내지 1000 년까지의 기간이 필요하다. 한편, 공식적인 제도로서 법이나 구체 적인 제도적 장치는 입법적인 장치와 이를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기초적인 공감대 형성 등이 필요하고 또 이를 구체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와 실천가능한 행정기구 및 행정력 등이 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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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식적인 제도적 장치를 바꾸는 데에는 10년 에서 10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주어진 법적 장치하에서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계약을 맺고 조 직을 형성하는 자율적 지배구조의 장치가 나타난다. 이러한 지배 구조가 변화하는 데는, 즉 국민들이 새로운 법·제도에 적응해 나 가는 데는 1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 러한 경기 실현의 결과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고 고용이 이루어지 는 경제활동의 현장이 있는데 이는 매순간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다양한 제도의 틀 속에서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Williamson(1999)은 두 번째의 공식적인 제도가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 비공식적인 제도는 매우 느리게 변하므로 사회구성원이 개 혁을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비 공식적인 제도는 이를 변화시키는 정형화된 방법과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비공식적인 제도를 변화시키는 개혁을 수행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공식적인 제도는 정상 적인 절차를 밟아나간다면 한 세대 내에서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법과 같은 공식적인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 해서 정형화된 입법절차와 가시적인 필요조건이 쉽게 제시될 수 있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개혁을 위해서는 공식적인 제도로서 법‧

제도를 바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현실적 으로 개혁이란 법치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법제도의 개혁을 의 미하게 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개혁의 시계는 법·제도를 새롭게 정비하는 데 10~100년, 국민들의 생활이 이에 적응하는 데 1~10년 등 초장 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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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되는 개혁은 지나친 단기적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있어 소위 개 혁피로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본다면 개혁은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시작해야 하며 단기 적인 성과주의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한편, 법·제도의 개혁은 <그림 3>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비공식 적 제도의 틀 속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단기 및 중 기적으로 볼 때 모든 개혁은 사실상 비공식적 제도의 큰 틀 내에서

<그림 3> 제도적 장치의 작동 메커니즘과 이의 변화에 소요되는 기간3)

주 : 변화에 소요되는 기간

3) Williamson(1999)에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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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사회의 진화과정은 비공식적 제 도가 공식적 제도를 제약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식적 제도의 변화에 따라 국민들의 행동변화가 이루어지고, 사회가 이에 적응 해 감에 따라 국민들의 사고방식, 가치관, 문화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단기에서의 법·제도의 개혁은 비공식적 제도 의 영향을 받지만, 또한 장기적으로는 비공식적 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호 피드백 과정을 통해 사회가 변화해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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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법치의 필요성과 요건

(1) 왜 법치인가?

앞에서 우리는 법제도의 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을 살펴보았고 특히 개혁의 시계時界라는 면에서 공식적 법제도의 개혁이 우리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살펴보았다. 즉, 법제도의 개혁은 인간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개혁하기 위하여 인 위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 중에서 현실적으로 그 변화효과가 가장 큰 분야이다. 문화, 전통, 가치관 및 종교와 같은 비공식적 제도의 변화는 인간행동에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 만 100년 내지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비 공식적인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비공식 적 제도의 변화는 그 시계가 너무 길기 때문에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충분한 유인구조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다. 한편, 지배구조나 자원의 배분, 고용과 같은 경기의 구체적 실 행 측면은 공식·비공식적 제도의 개혁에 따른 사회구성원이나 조 직들의 적응행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혁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구체성과 그 효력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시계時界 속에서 사회구성원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개혁은 바로 법제도의 개혁이라 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제도는 새로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지 켜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무리 잘 만든 경기의 규 칙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경기규칙으로서 기능할 수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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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이다. 따라서 법치의 정착 여부는 성공적인 제도개혁을 위한 전제조건이며 나아가 선진법제도의 도입·정착을 통한 선진국 진 입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지난번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법의 지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는 국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법치의 정착 여부와 경제적 효 율성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통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법치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았 으며, 법‧제도에 의한 지배보다는 사람을 통한 지배를 선호해왔 다. 그러나 사람을 통한 지배, 즉 인치人治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는 점이다. 사회와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전문분야와 특화된 분야 가 다양화되면서 현대사회나 경제는 이제 인치가 가능한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둘째, 인치는 지배의 투명성과 일관성, 공정성 그 리고 무엇보다도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배하 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때와 장소와 지배대상에 따라 지배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약들로 인해 인치는 복잡한 현대적 시장경제를 규율하는 장치로서 적합 하지 못하며, 법치에 비해 더 높은 거래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을 규정하는 각종의 계약과 같은 법 제도가 특정인과 집단에 편향되게 적용된다거나 상황에 따라 재 량적으로 해석된다면 이러한 법규를 따르는 데는 많은 거래비용 이 초래될 것이며 또한 이를 제대로 지키고 따를 구성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법제도의 개혁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법치의 정착을 위한 법제도의 개혁이다. 즉, 법치의 실현 그 자체가 법제도 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라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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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컴퓨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좋은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 소프트웨어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좋은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마찬가지 로 국민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의 개혁 중 가장 중요한 개혁 아젠다는 법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끔 하는 법치로의 개혁 이라고 할 수 있다.

(2) 법치의 구체적 요건

법치로의 개혁을 위해서 우리는 법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 미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살펴보아 야 한다. 한마디로 법치는 법에 의한 통치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법치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법치의 구체적인 요건 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4)

첫째, 법치는 입헌주의에 뿌리박고 있어야 한다. 즉, 모든 통치 행위와 중요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헌법에 의하여 보장하고 또 명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본래 헌법은 시민의 권리를 절대왕정으 로부터 보호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이는 시민혁명을 통하여 많 은 희생을 겪어가면서 값비싸게 시민사회가 절대왕정으로부터 얻 어낸 것이다. 나아가서 헌법을 통하여 시민은 자발적으로 구속되 는 것에 동의한다. 이는 국가라는 조직을 통하여 시민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합의를 의미한다.

둘째, 법이 정부를 지배하여야 한다. 정부는 지나치게 큰 재량 권과 자의성을 가진 채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법에 의하

4) Barry M. Hager(1999), 좌승희 역, ꡔ법치로 가는 길(The Rule of Law)ꡕ의 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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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관료들에 의해 움직이는 정부가 한 개인이나 개인이 속한 집단을 독단적으로 혹은 불공평 하게 취급함으로써 시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부정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셋째, 사법부가 독립되어야 한다. 법치가 확실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중요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즉, 권력이 분립 되어야 하고 이렇게 서로 독립적으로 분립된 권력 사이에 적절한 견제와 균형작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권력이 분립되기 위해서는 결국 최종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판결을 하는 사법부가 독립적인 힘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또한, 권력 사이의 견제와 균형 을 이루는 것도 궁극적으로 사법부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가능하 다. 사법부의 독립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두 권력인 입법부와 행정부에 의해서 사법부의 인력이 해고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넷째, 법은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에 만 연하는 지역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기타 종족주의는 지역적, 종교 적, 인종적, 민족적 그리고 다른 여러 차별에 따른 편애의 온상일 수 있다. 그러나 법은 이러한 요소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서 는 안 된다. 일반 국민들의 법치에 대한 믿음은 이러한 차별에 따 른 어떠한 선입관이나 편견 그리고 편파적인 성향도 존재하지 않 는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잡혀야만 확고해진다. 마찬가지로, 상황 이 변하고 시간이 변해도 법은 적어도 어떤 동일한 원칙하에 일관 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의 집행과 적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사라지게 되므로 법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없게 되어 그 권위가 떨어지게 된다.

다섯째, 법은 투명하여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법이 투명하다는 것은 널리 법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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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사람들이 시의적절하게 자신의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며 이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법이 투명성을 갖추게 되면 예측가 능성과 신뢰성이 제고되고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용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법이 투명하다는 것은 또한 절차적으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공개 되고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법절차가 공개되지 않고 법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의견개진과 조언을 허락하지 않 는다면 법에 대한 일반대중의 지지기반은 약화할 것이다.

여섯째, 법은 그 적용이 효율적이고 시의적절해야 한다. 법이 있어도 그것이 효율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또 그 적용에 있어 중요 한 시점을 놓치게 된다면 그 법은 있으나마나 한 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과 시의적절함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 다. 법원이 사건을 효율적이고도 정확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처리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이 있어야 한다. 행정부서 도 마찬가지이다. 규제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행정상의 수요 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다. 또한, 부와 정 치적 힘을 가진 기득권층이 법원에 압력을 행사하여 법이 편파적 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법부에 비효 율성과 부패가 없어야 한다.

일곱째, 재산권과 경제권이 보호되어야 한다. 시장경제를 지탱 하기 위해서는 재산에 대한 권리 및 계약의 의무를 인정하고 보호 해 주어야 한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번 소득과 재산에 대한 권리 가 부정된다면 아무도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개인이 자유롭게 계약에 참여할 수 없다면 다양한 시장활동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계약의 이행 의무에 대해서는 공적인 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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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가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계약 자체의 효율성과 신뢰성이 의심되기 때문에 누구도 계약을 맺으려 하지 않게 된다.

한편, 기본적인 시장거래 자체에 대한 법규범을 통해서 표준적인 상행위와 경제활동의 틀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재 산권과 경제권도 만인 앞에 평등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 제분쟁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예측가능한 해 결이 나타나야 한다.

여덟째, 인권과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 권리, 종교의 자유와 지적탐구의 권리와 같은 사적인 지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특정한 의사표시 혹은 신 앙심에 대해 적대적인 정부가 개인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 적 장치가 있어야만 한다. 세계인권선언은 기본권과 참정권뿐만 아니라 인종, 민족 또는 성별에 따른 불공평한 차별에 대항하는 권리도 명시하고 있다. 이 선언은 또 공정한 임금을 받을 권리, 경 제관계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흡족할만한 생활을 유지할 권리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권도 포함한다. 법에 이 같 은 권리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보장되지 않는다면 법은 그 사회구 성원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아홉째, 법은 투명하고 공인된 과정을 통하여 변화되어야 한다.

법은 어느 정도 불변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법도 시간 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이유는 사회적, 경제 적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치는 경직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질서정연한 법의 진화를 촉진하는 장치를 내재하고 있어 야 한다. 입법부에서 법의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입법활동이 누구 에게나 개방되어 접근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행정부도 제정된 법의 규제나 해석을 바꾸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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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경우, 영향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를 고지하고 의견을 수렴하 는 절차를 갖고 있어야 한다. 법원 또한 변화를 위해 필요한 내부 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판례를 통하여 법원은 진화적 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법치의 요건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의 중요한 부분 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법의 지배를 뒷받침할 수 있 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와 절차적 정의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 즉, 국가권력이 법에 기초하여 작동되고 이를 사법부가 독립 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든 아홉 가지 요건 중 첫 세 가지 요건인 입헌주의, 법의 지배, 사법부의 독립은 이러한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열린 법 운용이 실현되어야 한다. 앞에서 든 넷째, 다섯 째 그리고 아홉째 요건이 여기에 포함된다. 법 운용의 공정성, 일 관성, 투명성, 입법절차의 공개, 투명하고 공인된 과정을 통한 법 개정 등은 바로 이러한 열린 법 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다. 세 번째로 법 운용 자체가 효율적이어야 한다. 법을 운용하는 데에도 충분한 자원이 배분되어야 하며 그 적용도 효율적이고도 시의적절하게 시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이 경제활동 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즉, 우리의 재산권과 경제 권을 보호하고 인권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여야만 마음놓고 창의 적인 경제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앞에서 말한 법치의 요건들을 네 부분으로 대 분류 해 보았을 때 여기서 법치경제를 위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활동의 보호이다. 개인이 노력하고 얻은 것에 대하여 국가가 충분히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다른 법치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하 더라도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 그 구성원들의 자발적 노력을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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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적으로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3) 법치는 경제발전의 전제조건

법치의 정착 여부는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동양은 중 세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농업의 생산력 등 경제면에서 서양 을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근세에 들어오면서 서구는 경제력에서 동양을 추월하기 시작하여 근현대에 와서는 서양의 압도적인 우 위가 유지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긴 것일까? 동양은 과학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국가의 생산력을 높이는 방향 으로 상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상례이다.

그리고 기간산업은 농업에 국한되어 산업혁명을 경험하지 못하였 다. 여기에는 절대군주에 의한 통치하에서, 사농공상의 유교적 직 업윤리사상이 상업발전을 저해한 데 그 원인이 있겠으나 보다 직 접적으로는 동양사회가 법치의 전통을 이뤄내지 못한 것이 원인 이라 할 것이다.

서양의 근세사회는 시민의 왕권에 대한 도전을 통해, 왕의 절대 권을 제약하고 천부의 인권을 확립하는 과정으로서 소위 법에 의 하지 않고는 인신을 구속하지 못하는 법치의 확립과정이었다. 또 한, 근대민법의 3대 원칙인 소유권 절대의 원칙, 사적자치의 원리, 과실책임주의 등이 정립되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18세기 후반 부터 “기업(joint stock company)”이라는 법인체를 발명하면서 1차 산업혁명을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영국의 산업화 과정이었 다. 영국을 시발로 하여 이러한 기업제도가 영미국가는 물론 대륙 국가로 전파되면서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기업”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바로 개인의 인권과 재산권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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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및 계약의 자유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가 실현되어야 한 다. 기업이야말로 수없이 얽힌 재산권 행사에 대한 계약의 집합체 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서양이 동양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업”이라는 기상천외의 “피조물”의 발명에 있었던 것이며, 법치가 바로 이를 위한 환경을 제공했던 것이다.

(4) 아시아 국가는 법치의 토대가 미약

중세 이후 유럽은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양립하면서 종 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이른바 정치의 세속화과정secularization process

을 거쳐 왔다. 이러한 세속화과정을 통하여 국가정치의 역할은 철 저히 이해관계와 질서관계를 규정짓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민간의 종교생활은 정치로부터 분리되어 윤리적 규범과 종교적 구원의 메시지를 제시하였다. 서구 시민사회의 성립은 종교적 리 더인 교회와 정치적 리더인 왕권 또는 지방제후의 오랫동안 보이 지 않는 양립과 대립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각각은 상대 분야의 중앙집권적 모습을 분권화된 모습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 인 역할을 한다. 즉, 유럽 종교생활의 분권화는 종교개혁을 통하 여 이루어졌는데 영국의 경우에는 왕이, 유럽대륙의 경우 지방제 후가 종교개혁의 후원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마찬가지로 왕 권과 지방제후의 세력이 약화되고 시민사회가 등장하는 정치적인 분권화와 민주화 과정의 배경에는 종교개혁을 통하여 성숙하여진 시민집단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정치가 국민을 지도하는 규범이라기보다는 전략이 며 술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식의 철저한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방식이 정치이고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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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시민사회가 성숙되기까지는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왕권을 제한하고 동시에 공동의 이해를 위해 스스로의 권익을 제 한하는 것이 헌법의 중요한 내용이 되었다. 이는 국가의 역할을 실용적으로 구성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는데 특히 법률 은 개인 상호간의 권리를 규정하는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 내용 이 중심이 되게 되었다.

반면에 동양문화는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행사의 전문인을 제외 하고는 사실상 왕이나 황제가 종교적인 권위를 갖고 정치활동도 같이 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특히 황제가 부모와 같은 존 재로서 백성을 돌본다는 동양적 왕권사상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 다. 역사의 진전에 따라 동양에서도 서양과 같이 어느 정도 시민 사회가 자생적으로 형성되어 가는 일면도 있었지만 왕권은 서양 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왕권의 특징에 따라 동양사회에서는 국가의 역할에 다분히 실용적인 면 모보다는 규범적normative인 색채가 짙게 깔려 있다. 동양에서는

‘政治는 正治’라고 하였을 정도로 정치적 활동에 대한 윤리적 기 대감이 컸다. 동양사회의 높은 규범적 기준은 실제로 이를 준수하 기 어려웠고 사실상 사후적으로 왕조의 덕치를 정당화하고 포장 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동서양문화의 차이는 양문화권간의 법치주의의 토양에 현격한 차이를 초래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지킬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을 규정한 것이 법이다. 즉, 서양의 법은 지킬 수 있는 한계를 명확히 하고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 법은 서양식의 법률과는 달리 상당부분 이상적이고 희망적인 방향과 목표를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는 법이 실제적인 생활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시민의 생활을 규율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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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준수하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윤리적 규준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양의 법률이 높 은 기준을 보이는 반면 실제로 이의 준수와 사후적인 소송의 처리 에 있어서는 실용적이지 못한 측면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법의 집행에 있어서 정부의 재량과 자의성이 높게 나타나고 그 결과 인 치와 만연된 부패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동서양 의 문화와 법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법치주의가 동양보다 일찍 서 양에서 싹틀 수 있었던 배경이 된다. 동양에서는 서양의 실용주의 적인 기술문명이 19세기에 몰려들었어도 중체서용中體西用, 동도 서기東道西器 등의 사고방식으로 문화적 구별성을 강조하여서 실 제로 서양식의 실용주의적이고 실증적인 가치관은 아직까지도 동 양적 문화의 벽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다.

(5) 우리나라도 아직 법치가 미정착

우리나라도 이러한 동양문화의 전통과 관습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법률에서는 규범적 기준이 지나치게 높 게 설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이를 준수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 는 결국 법의 실효성과 현실성을 크게 떨어뜨려 법의 권위를 더불 어 저하시키고 법 준수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정부나 사회는 높은 윤리적 수준을 국민과 기업에 강조하고 있으며 자연적인 경제인이 시장에서 건강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에 대하여도 상당히 윤리적‧명분론적 가치판단 을 내리는 등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정착에 제약요인이 되 고 있다.

더구나 법치가 정착되지 못하여 경제의 운용이 인치나 관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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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으로 이루어질 때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제발전이 저해되기 때문에 그 부작용은 오랫동안 사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제개혁에 있어서도 법치원칙의 정립과 실천이야말로, 기업의 성장과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근본적인 개혁과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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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법치경제의 장애요인

1. 법치경제 가로막는 헌법과 법률 / 41

2. 사법 독립의 취약성도 법치경제의 걸림돌 / 50 3. 재산권 보호의 미흡이 법치경제의 장애 / 56 4. 법치경제에 역행하는 경제제도 개혁 / 61 5. 임기응변식 노동정책도 법치경제의 걸림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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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치경제 가로막는 헌법과 법률

(1) 시장경제질서와 중앙관리질서

정부가 시장경제질서를 존중하느냐 아니면 경제를 중앙에서 관 리하고 적절히 통제하여야 하느냐 하는 것은 법치경제 개혁의 관 점에서 중요한 논의의 출발이 된다.

시장경제질서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경제질서이다. 여기서 정부는 공정 한 룰의 운영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세부적인 경제의 운용 과 방향에 대해서 정부는 시장에서 결정된 바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무정부주의를 의미하는 것 은 아니다. 정부는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법에 따른 시장규 율 메커니즘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상품 시장에서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하여 독과점을 규 제하고 사업자간 담합이나 불공정거래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규 제한다. 또한, 증권시장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증권거래법과 상 법상의 규제를 통하여 주주와 주주간의 관계, 회사의 경영을 둘러 싼 권리 및 의무관계 등을 잘 정리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담당한 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잘 관리하고 적 절한 위험관리와 신용평가를 통하여 채무자를 잘 관리하도록 규 제하기도 한다. 시장경제질서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제를 설 계하거나 관리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배격함으로써 코치나 선수가 아닌 심판역할을 제대로 맡도록 정부의 역할을 제한한다.

그러나 중앙관리질서는 상당부분 정부의 계획과 설계에 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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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제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실제로 경제의 운용과정을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질서를 말한다. 정부가 단순한 룰의 제정과 관리자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수와 코치의 역할을 맡아서 시장에 참여 하고 있다. 이 경우 자원의 배분은 정부가 정하는 정책의 우선순 위, 장단기적인 경제계획상의 중요도 그리고 외적변수에 대한 정 부의 대응방안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 보호, 또는 지원방안도 경제운용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중 앙관리질서하에서는 경제에서 정부나 공공부문 및 공기업이 차지 하는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성향이 나타난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뿐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하였던 여러 국가, 그리고 전후에 주요 산업을 국영화하고 정부주도로 진행시 켰던 유럽의 여러 나라의 경제는 중앙관리질서의 면모를 갖고 있 었다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질서는 관리경제질서보다 그 효율성 면에서 우수하다.

우선, 관리경제질서는 인위적으로 경제를 움직이려는 방식이기 때 문에 시장경제를 마치 기업이 운영되는 방식과 동일하게 이해하 고 있다. 그러나 관리주의에 입각한 경제의 운용은 가격기구에 의 존하는 것보다 한 사회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함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등하다. 또한, 관리경제질서는 정책적으로 특정 산업, 업종, 혹은 기업을 지원하는 경향이 커서 시장경쟁을 배제 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어서 경쟁이 가져다주는 경쟁력 의 향상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5)

5) 유정호(2002).

(43)

(2) 시장경제질서와 법치경제의 상생관계

정부가 중앙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면 경제가 법에 의하 여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라는 형식은 밟지만 사실상 정부에 의하여 운영된다는 것을 그동안 세계사의 경험은 말해주고 있다.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와 독일, 일본, 이태리, 스페인 등 파시즘적 성격을 갖추었던 국가에서는 다소 극단적인 형태의 중앙정부 관리체계가 동원되었었다. 이를 동원하였던 국가에서는 법보다는 정부의 재량적 의지가 더 강력한 집행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정부도 경제개발기에 경제질서의 중 심적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맡아 왔으며 우리나라 헌법을 비롯하 여 각종 경제관련 법규의 중심적 틀을 만들어내었다. 이 경우 특 히 중앙정부를 운영하는 인물의 인간적인 능력과 인맥에 의하여 경제운영이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개인적인 판단이나 정부의 자 의적 정책결정이 법치경제운용보다 우선시되며 인위적인 정부의 설계주의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나 시장경제질서는 몇몇 엘리트의 영웅주의적 지도력이나 재량적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가격신호와 인센티브로 움직이는 시장시스템에 의하여 자원이 배분된다. 따라서 수요가 폭증하고 공급이 달리는 시장위기의 순간에도 인위적인 정책보다는 가격상 승에 따라 수급조절이 이루어져서 합리적인 자원배분을 유도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법과 원칙에 의하여 경제가 운영되는 시스템, 즉 법치경제가 주도하는 것이 시장경제질서이다.

물론 이 세상에는 순수한 시장경제질서와 순수한 관리경제질서 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엄격한 관리경제질서에서도 시장의

(44)

원리는 은밀하게 숨어들어 작용하게 마련이다. 또한, 시장이 주도 하는 경제에서도 인위적 정책과 설계주의적 계획의 자취를 없앤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경제는 이 두 극단 사이의 한 점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경우 중앙관리질서에 가까워질수록 법치보다는 인치와 관치가 발휘될 가능성이 더 커지며 반대로 시장경제질서에 가까워질수록 룰에 의한 법치의 원칙이 존중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사 실상 시장경제질서와 법치경제는 서로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3) 우리 헌법상의 시장경제질서 제약요인

헌법학자들은 우리나라 헌법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 해석하 고 있다. 그러나 이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 제23조 제1 항의 재산권의 보장과 제37조 제2항의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 또 는 헌법의 일반원칙인 최소침해의 원칙, 헌법 제119조 제1항의 자 유시장 경제주의 원칙 규정으로 대표되는 경제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규범만 국한해서 볼 때에만 해당된다.6)

그러나 우리 헌법에는 이러한 기본규범에 반하는 수단규범이 같은 헌법 조항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필요시에는 국가의 개입을 언제든지 불러들일 수 있는 절충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 한 절충주의는 사실상 많은 경우 정부의 개입과 재량주의를 정당 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또 그렇게 활용되어 왔다고 볼 수 있 다. 국제적인 비교에 있어서도 우리 헌법은 다음 표에서 알 수 있

6) 정순훈(1997).

(45)

듯이 사회주의 국가보다도 심한 통제지향적 경제질서를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되고 있다.7)

<표 1> 우리 헌법의 경제통제 조항의 국제비교

경 제력 남용 방지

자연 자원 보호

국 토 균 형 개 발

토지 소유권

제한 경자유

전의 원칙

농어업 보호

중소 기업 보호

소 비자 보 호 운 동

대외 무역 조정

과학 기술 개발

국가 표준 환경권

한국 o o o o o o o o o o o o

미국 x x x x x x x x x x x x

독일

(서독 ) x o x o x x x x x x x x

프랑스 x x x x x x x x x x x x

일본 x x x x x x x x x x x x

구소련 o o x o x o x x o o x o

구동독 o o x o x o x x o o x o

중국 x o x o x x x x o o x o

북한 x o o x x x x x o o x x

쿠바 x o x x x o x x o o x o

자료 : 김정호(1998)

즉, 우리 헌법은 제9장(경제)에서 하위법령에서 규정되어야 할 수단규범적 내용인 경제력 남용방지, 자연자원보호, 국토의 균형 개발, 토지소유권 제한, 경자유전의 원칙, 농어업 보호, 중소기업 보호, 소비자보호 운동, 대외무역조정, 과학기술개발, 국가표준 및 환경권에 대한 내용을 모두 망라하고 있어서 정부와 국가의 광범 위한 통제와 개입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실 정부의 여러 부처 에서 담당하는 일이 헌법에 규정된 이 같은 통제를 집행하는 일이

7) 김정호(1998).

(46)

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헌법에 정해진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법치주의적 정신에 투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 우 이는 형식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사실상은 정부의 개입과 중앙 관리적 역할을 형식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헌법에 이러한 내 용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공정거래법이다.

공정거래법은 1987년 4월 제1차 법개정을 통하여 제1조 목적에

‘경제력집중 방지’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공정거래법 제1조에 대하여 위헌 논란이 제기되 자 정부는 제9차 헌법개정을 통하여 헌법 제119조 제2항이 사후 적으로 추가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개별 정부부처의 기능 을 사후적으로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헌법을 수정하였는데 이는 결국 법치의 형식을 빈 관치라고 볼 수 있다.

헌법 제23조 제2항은 법치주의가 지향하여야 할 시장경제질서 의 근간을 이루는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고 있다. 즉, 재산권의 행 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정부의 재 량과 자의성에 따라 개인의 재산권이 크게 침해받을 수 있는 근거 를 마련하고 있다.

동일한 문제가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 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 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 을 포괄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특히 ‘경제의 민주화’라는 개념은 불분명하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도 그 실체가 불분명한 개념이다. 이진순(1997)은 헌법 제119조 제2항이 갖고 있는 설계 주의적 합리주의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

(47)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그릇된 설계주의적 합리주의에 입각하 고 있다. 설계주의적 합리주의는 그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서라기 보다는 사회와 문명을 가능하게 한 힘에 대한 인식의 오류 때문이 라고 지적된다. 데카르트파의 의미에서 행위의 완전한 합리성은 관련 사실 모두에 대해 완전한 지식을 전제로 하는데 사실 우리의 문명은 데카르트파적 의미에서 진리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것을 우리가 믿고 있는 데 의존하고, 또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략) 본래 시장질서는 하이에크가 지적 하였듯이 자생적 질서로서 특정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인위적으 로 설계된 조직이 아니며, 목적 독립end-independent적이고, 추상적 인 공정한 행위의 준칙으로서 룰이 지배하는 질서인 것이다. 따라 서 우리 헌법에서 중앙관리형 경제질서를 지향하는 부분은 법치 주의적인 시장경제질서를 위해서는 상당부분 수정되거나 삭제되 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법치경제에 역행하는 법률상의 과도한 행정부 재량권

우리 헌법이 설계주의적 합리주의에 입각하여 정부의 중앙관리 형 시장경제질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논의한 헌법뿐 아니라 개별적인 경제관련법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공정거래법이다. 공정거래법은 시장과 관 련된 기본적 질서와 경쟁정책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정 부의 선별적 경제정책을 위한 예외조항과 재량적 개입의 근거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제1조(목적)이 “이 법은 사 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 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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