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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센터 Working Paper 14 - 02

신뢰는 경제발전에 기여하는가?

고 선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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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그동안 경제발전에 보다 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 루어져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받아왔던 요인은 제도였다. 제도의 특성 또는 품 질이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North and Weingast(1989)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최근에는 제도 이외에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형의 사회적 자본 중 특히 주목받고 있는 한 가지는 신뢰이다. 이 글에서는 신뢰가 경제발전에 대해 미 치는 영향에 대해서 최근의 연구들을 중심으로 검토하려고 한다. 특히 신뢰가 보다 장기적으로 형성되어 변모해 왔다는 점에서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 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뢰는 관련 연구문헌에서 특수화된 신뢰(particulized trust)와 일반화된 신뢰 (generalized trust)로 구분된다. 특수화된 신뢰는 가족, 이웃, 직장동료 등 특수한 관계 속에서의 신뢰를 의미하는 반면, 일반화된 신뢰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 수준으로 사회적 신뢰로 지칭되기도 한다. (이병기, 2013) 이하에서도 신뢰 수 준, 또는 사회적 신뢰는 특수화된 신뢰가 아닌 일반화된 신뢰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2절에서는 신뢰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경로들에 대해 살펴본다. 3절에서는 신뢰와 경제발전 사이의 관계를 자료를 통해 실증 분석하는 연구문헌들을 검토한다. 4절에서는 역사적 경험을 중심으로 신뢰 가 장기적으로 형성되어 변모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본 연구들을 소개한다. 5절에서는 교육, 제도 등 신뢰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잠재적으로 매개할 수 있는 제3의 변인들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 절에서는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우리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 대한 시사점을 탐구해 보도록 하겠다.

2. 신뢰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경로

사회적 자본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문헌에서는 주로 신뢰가 시장경 제 체제에서 거래비용의 감소를 통하여 경제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고 본다.1) 시장에 기반한 경제체제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재산권의 보호는 물론 거래의 과정에서

1) 거래비용이 존재할 때 신뢰를 포함한 다양한 덕목들이 교환과 거래를 촉진하여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음은 Arrow(1972) 이래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해 왔다. Algan and Cahuc (2013)을 포함 하여 신뢰와 경제성장 또는 경제발전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대부분의 연구문헌에서 신뢰가 경제성장 또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경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서로 비슷해 보인다.

Zak and Kanck (2001) 등 정치한 이론모형을 통해 신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문 헌들에서도 모형은 서로 상이하지만 모형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결과는 다른 연구문헌들과 유사하 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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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는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거래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위험을 안게 된다. 이 위험에 대비하기 위 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감독이라든지, 보험, 제3의 중개인 등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거래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신뢰가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의견에 따르면, 신뢰가 높을 경우 계 약의 이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출이 감소하게 되고, 따라서 계약에 기반한 거래가 더 활성화되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경제 주체간의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생산성의 증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 주체간의 협업 을 위해서는 미래 이익의 배분 등에 대한 합의와, 합의한 내용의 이행이 필요하다.

각 경제 주체간 신뢰의 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이러한 합의가 어렵게 되고, 따라서 서 로 다른 경제 주체간의 협업도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 신뢰수준이 높을 경우에는 경제 주체간의 협업이 보다 잘 이루어지고, 궁극적으로 효율성을 제고 하여 경제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큰 틀에서 본다면 신뢰는 협업을 이루어내는 계약의 이행가능성을 제고시키며 관련된 거래비용을 감소시킨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주장은 앞서 언급한 거래비용 감소 이론의 일종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높은 수준의 신뢰가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며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게 되 는 경로를 보다 상세하게 밝히기도 한다.2) <그림 1>은 신뢰가 생산성 제고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3) 첫째로, 신뢰는 금융시장의 활 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림 1>의 패널 A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적인 신뢰수준과 GDP 대비 민간신용의 규모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보인다.4) 금융거래에는 계약이 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거래비용이 수반되는데, 신뢰가 거래비용을 줄여줄 때에는 금융거래가 더욱 활성화되며 금융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높은 신뢰수준은 금융중개인의 출현과 활동을 도우며 금융시장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잘 발달된 금융시장은 경제성장과 발전의 기반이 된다.

2) 이러한 연구문헌들에 대해서는 Algan and Cahuc (2013)의 5절 등에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3) 신뢰(Generalized Trust)는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1981-208) 자료에서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낸다.

4)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Private Credit as % of GDP)의 출처는 World Bank Indicators (1980-2010)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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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신뢰와 생산시장규제

<그림 1> 신뢰와 생산성 A. 신뢰와 민간신용

C. 신뢰와 연구개발 지출 D. 신뢰와 특허

E. 신뢰와 기업 의사결정구조의 분권화

출처: Algan and Cahuc (2013), Figure 10, 11, 11a, 11b, 12, 13.

B. 신뢰와 총요소생산성

(5)

신뢰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 활동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Knack and Keefer, 1997) <그림 1>의 패널 B에 나타난 것처럼 사회의 일반적인 신뢰 수준은 총 요소생산성과도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5) 이는 신뢰가 생산성 제고를 가져오는 다양한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수준이 높아지며 거래비용이 낮아 질 때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고(Zack and Knack, 2001), 이 과정에서 혁신활 동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패널 C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일반적인 신 뢰 수준이 높게 나타날수록 GDP 중 연구개발(R&D)을 위해 이루어진 지출액의 비중 역시 크다.6) 미국의 주 단위 자료를 살펴보면 패널 D와 같이 주민들의 일반적인 신 뢰 수준이 높을수록 특허건수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7)

신뢰가 다양한 혁신활동을 제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또 다른 경로는 기업의 의사 결정구조를 통해서이다. <그림 1>의 패널 E에 나타난 것처럼 국가간 자료를 통해 살 펴볼 때 신뢰가 높을수록 기업 내부 의사결정구조는 평균적으로 더 분권화되었다. 신 뢰가 높은 사회의 기업들은 모든 문제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결정에 의존하기보다는 각 세부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보다 폭넓게 주어졌 다는 뜻이다. 분권화된 의사결정 구조는 현장의 전문성이 의사결정에 보다 손쉽게 반 영되며 혁신활동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산업의 경우 분권화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이 성장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신뢰는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연계 될 수 있다. <그림 1>의 마지막 패널 F에 따르면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기업의 생 산활동에 대한 규제가 더 적게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생산시장에 대한 규제는 사업체 설립에 필요한 단계의 수로 측정되었는데,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신규 사업체의 설 립이 보다 손쉽고, 경제활동을 위한 거래비용이 감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8)

정부 정책 이외에도 신뢰는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제도와도 밀접하게 관련 되어 있다.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Fraser Institute)에서 1970년부터 발표해오고 있는 세계 경제 자유 지수(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Index)에는 세계 각국 의 사회 제도 수준에 대한 다양한 지표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 2>의 패널 A는 이 중 법체계의 품질 지수와 일반적 신뢰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뚜렷한 양의 상관 관계를 관찰할 수 있다.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사법체계의 독립성과 총체성, 재산권 보호, 계약 이행, 부동산 거래 규제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계산된 법체계의 품질 역시 높게 나타났다.

5)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자료의 출처는 Hall and Jones (1999)이다.

6) GDP 대비 연구개발 자출 비중(R&D expenses as a percentage of GDP) 자료의 출처는 World Bank Development Indicators (1981-2008)이다.

7) 패널 D의 세로축은 미국 각 주별 특허건수에 자연로그를 취한 값이다. 특허건수 자료의 출처는 미국 연방센서스국이고, 각 주별 신뢰 수준은 일반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 자료로부터 계산되었 다.

8) 세로축의 값은 사업체 신규 설립에 필요한 절차의 수에 자연로그를 취한 값으로, 세계은행 공표자료 를 이용하였다.

(6)

B. 신뢰와 정부의 질

<그림 2> 신뢰와 제도 A. 신뢰와 법제도의 품질

출처: Algan and Cahuc (2013), Figure 14 및 15.

정부의 품질을 나타내는 지수 역시 신뢰 수준과 뚜렷한 양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 다. <그림 2>의 패널 B는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University of Gothenburg) 정부품 질연구원(the Quality of Government Institute)에서 공표한 정부품질지수(the Quality of Government Index)와 신뢰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신뢰 수준이 높을수록 정부품질지수 역시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관측을 바탕으로 신뢰가 높은 사회의 경우, 계약이행 가능성을 높이는 등 개별 경제주체의 활동을 보다 성장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규제의 필요성이 더 낮게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감소하고 법제도 및 정부 통치 의 품질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Aghion et al., 2010)

이상의 주장들은 신뢰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힌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큰 문제점에 대해 이론 모형 만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역인과관 계(reversed causality)의 문제이다. 신뢰 수준의 증대가 금융 발전과 투자 증대 등 경제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금융이 활성 화되고 투자가 증대되면서 사회적 신뢰 수준이 결과적으로 향상되었을 수도 있다. 둘 째는 누락변인(omitted variable)의 문제이다. 모형에서 고려되지 않은 제3의 요인이 신뢰수준의 증대와 경제발전을 가져오는 금융 활성화 및 투자 증대 등에 모두 양의 요인을 미쳤다면, 신뢰와 여타 변수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불구 하고 마치 신뢰가 다른 부문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 한 누락변인의 후보로는 교육수준, 정치체제, 자연환경, 영양섭취 등 상대적으로 관측 이 용이한 변수들부터 관습, 유전 형질, 역사적 경험 등 계측이 손쉽지 않은 변인들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점들은 다음 절에서 살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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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경제성장 또는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하기 위한 실증 문헌에서도 중요하 게 지적되고 있다.

3. 신뢰와 경제발전의 관계에 대한 실증연구

그동안 신뢰가 경제성장 및 발전에 미치는 효과를 자료를 통해 밝혀내기 위한 다양 한 연구가 축적되어 왔다. 이러한 실증분석 문헌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 선 신뢰의 수준은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등 1980년대 이후부터 이루어 져 온 표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계측한다.9) 국가 또는 하부 지역 단위로 계측된 신 뢰 수준은 각 국가 또는 지역별 1인당 소득 내지 경제성장률 및 기타 경제성장과 발 전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평균 교육수준, 제도적 특징, 인구적 특성 자료와 결 합되어 횡단면 또는 패널 자료 회귀분석에 사용된다.

Knack and Keefer (1997) 이래로 다수의 연구문헌들은 대부분 신뢰의 수준이 높 을수록 1인당 소득수준 및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일관되게 발견하고 있는 듯 하다.10) 일련의 실증분석 문헌은 횡단면 또는 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국가 단위 신뢰 수준이 1인당 소득 수준 및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분석으로 살펴보는 데에서 출발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모형을 통해 신뢰가 1인당 소득수준에 미치는 효과를 살 펴보면 [표 1]의 패널 Ⅰ과 같다. 모형 A는 다른 통제변수 없이 일반화된 신뢰와 1인 당 소득수준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고, 모형 B, C, D는 각각 서로 다른 변수들에 대 해 통제한 상태에서 두 변수의 관계를 회귀 분석하였다. 일반화된 신뢰는 교육, 인구 규모, 법제도의 특성, 정치제도 등 다른 요인에 대해 통제할 경우, 추정계수의 값이 이전보다 작아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1인당 소득수준에 양의 유의미한 효과를 보여주 고 있다. 반면 가족간 신뢰, 이웃간 신뢰, 지인간 신뢰 등 특정화된 신뢰는 이와 유사 한 효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한편 패널 Ⅱ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신뢰가 성장률에 대 해 미치는 효과도 1인당 소득에 대한 효과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9) 연구자들은 일반화된 신뢰의 효과에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주로 “당신은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 뢰할 만 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할 때 상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Generally speaking, would you say that most people can be trusted or that you need to be very careful in dealing with people?)”라는 설문 항목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 뢰할 만하다”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전체 응답자 중 얼마나 되는지 비율을 계산하여 국가 또는 지역단 위 일반화된 신뢰의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10) 이와 같은 연구문헌들의 예로는 Zak and Knack (2001), Easterly, Ritzen, and Woolcock (2006), Ahlerup, Olsson, and Yanagizawa (2009), Dincer and Uslaner (2010), Bjørnskov (2012)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Berggren, Elinder, and Jordahl (2008) 등은 일부 극단적인 관측치 를 제외할 경우 신뢰와 경제성장률 사이에 유의한 관계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 다.

(8)

Ⅰ. 종속변수: 로그 1인당 GDP (1980-2009)

모형 Ⅰ-A 모형 Ⅰ-B 모형 Ⅰ-C 모형 Ⅰ-D

일반화된 신뢰 4.231***

(0.718)

1.308**

(0.617)

1.526* (0.849)

1.407**

(0.669)

통제변수 없음 교육수준, 인종 다

양성

교육수준, 인종 다 양성, 법제도 특성

교육수준, 인종 다 양성, 정치제도

결정계수(R2) 0.218 0.642 0.651 0.653

Ⅱ. 종속변수: 1990-2009년간 연평균 GDP 성장률

모형 Ⅱ-A 모형 Ⅱ-B 모형 Ⅱ-C

일반화된 신뢰 0.0396* (0.021)

0.0273**

(0.010)

0.480***

(0.078) 통제변수 1990년 1인당 GDP,

1990년 교육수준

1990년 1인당 GDP, 1990년 교육수준, 투자

1990년 1인당 GDP, 1990년 교육수준, 신뢰와 1990년 1인당 GDP의 교차항

결정계수(R2) 0.491 0.658 0.706

주: ***, **, *는 각각 1%, 5% 및 10% 수준에서 유의함을 나타냄.

출처: Algan and Cahuc (2013), Table 3 및 5.

[표 1] 신뢰가 1인당 소득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이와 같은 접근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표본조사를 통해 계측한 신뢰 수준이 한 경제의 일반화된 신뢰수준을 잘 나타내주는 지표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배경이 상이하므로, 이러한 질문을 통한 신뢰수준의 측정은 처음 이와 같은 가치의 설문 조사를 시작하였던 서구 사회에서만 유의할 지도 모른 다. 이 경우 국가간 신뢰수준의 차이는 실제 일반화된 신뢰 수준의 차이가 아닌 다른 종류의 문화적 배경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도 있다. 국가 및 지역 단위로 집계하는 방 식에 있어서도 개인 수준의 신뢰를 합산하여 평균할 때 사회 전체적인신뢰 수준이 도 출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설문 문항의 구조로 인해 각 개인의 신뢰 수준을 신뢰하는 사람과 신뢰하지 않는 사람으로 단순화하여 개인별 신뢰 수준의 이질성이 약화되고 정보가 상실되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경우 설문조사 문항을 수정 하지 않거나 별도의 조사를 새로 실시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대안이 없다. 하지만 실 증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부터 우선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신뢰가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주로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집계변수를 통한 분석만이 이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그동안 개인 단위로 신뢰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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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수준 등 경제적 성과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 다. 하지만 신뢰 등 가치에 대해 물어보는 조사자료에서 보통 소득 등 경제적 성과 지표가 엄밀하게 조사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역시 자료의 한계 때문에 개인 단위 자 료를 통한 분석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외에도 앞서 지적했던 역인과관계와 누락변수의 문제가 신뢰가 경제성장에 미치 는 효과를 식별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려고 시도해 왔다. 역인과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는 주로 도구변수를 이용한 추정이 시도되었다. 도구변수로는 국가간 신뢰수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인 교육수준 및 정치제도의 특성 등이 활용되었다.

하지만 교육수준이나 정치제도의 특성 등 도구변수로 활용되어 왔던 대부분의 변수들 이 사실 1인당 소득 수준 및 경제성장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배제성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도구변수로 유효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도구변수를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신뢰 수준과 도구 변수 사이에 역인과관계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경우도 빈번하였다. 교육수준이나 정치 제도의 특성 등도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의 경우 신뢰가 교 육수준이나 제도를 통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모형을 설정하여 추정하 기도 했지만, 여전히 어떠한 방향으로 인과관계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누락변수 편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는 우선 패널자료를 이용한 고정효과 모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신뢰수준의 계측이 1980대부터 이루어졌고, 이때 이후로 현재까지 국가 단위의 신뢰 수준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 가 있었다. 한편 국가보다 작은 단위에 대해 신뢰 수준과 경제지표를 측정하고, 이를 활용하여 국가 단위 고정효과가 포함된 횡단면 회귀분석 모형으로 신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에도 여전히 국가보 다 작은 단위의 지역별로 숨겨진 누락변수에 대해서는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한 계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시도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Tabellini(2010) 가 있다. 이 논문에서는 신뢰 수준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유럽의 8개국 69개 지역 단위 자료를 이용하여 국가 단위 고정효과가 포함된 도구변수 모형으로 추정하 였다.11) 도구변수로는 과거의 교육수준을 나타내는 19세기 말의 문해율과 과거 정치 제도의 특성을 나타내는 변수로서 1600년부터 1850년까지 각 지역에서 왕권 등 통치 권에 대한 제약의 수준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사용하였다. [표 2]는 단순회귀분석(OLS)과 도구변수 추정 결과를 보여준다.

11) 실제 설명변수로는 신뢰 이외에도 자기 통제권(나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음), 사회 적 존중(타인에 대한 용인과 존중), 복종(아동에게 복종을 교육시켜야 함)을 포함하여 계산된 문화적 요인 지표가 사용되었다. 종속변수는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의 1인당 연평균 총부가가치(총산출)이 다.

(10)

종속변수: 1인당 연평균 총부가가치(1995-2000)

(1) (2) (3) (4)

OLS 도구변수추정 OLS 도구변수추정

신뢰를 포함한 문화적 요인

0.49***

(0.11)

1.07**

(0.34)

0.60***

(0.19)

1.11**

(0.39) (문화적 요인의

계산방법) 단순합산 조건부(가중)합산 단순합산 조건부(가중)합산

주: ***, **, *는 각각 1%, 5% 및 10% 수준에서 유의함을 나타냄. 문화적 요인 지표의 구성에는 신뢰 이외에도 자기 통제권(나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음), 사회적 존중(타인에 대한 용인과 존중), 복종(아동에게 복종을 교육시켜야 함)을 포함.

출처: Tabellini (2010), 표 2, 3 및 5.

[표 2] 신뢰의 효과 (OLS 및 도구변수법 추정)

신뢰 등 문화적 요인이 1인당 총부가가치에 미치는 효과는 단순회귀분석과 도구변 수 추정 모두 양으로 나타났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흥미롭게도 신뢰가 경제성장 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추정계수는 단순회귀분석을 했을 때보다 도구변수를 이용했을 때 더 크게 나타났다. 만약 도구변수가 유효하고, 내생성 및 누락변수 편의로 기존 단순회귀분석이 신뢰의 효과를 과대추정했다면 도구변수를 사용한 추정 계수가 더 작 게 나타나야 하는데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신뢰 수준을 나타내는 변 수에 측정 오차가 있고, 도구변수를 사용했을 때에 이러한 측정 오차가 효과적으로 제거되었을 경우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교육수준 및 정치제도의 특성이 신뢰 이외의 경로를 통해 여전히 현재의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역시 배 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편 Algan and Cahuc (2010)은 ‘물려받은 신뢰(inherited trust)’의 추정을 통해 신뢰 수준이 1인당 소득수준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았다. 신뢰는 부모 및 조부모 등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신뢰와 당대의 환경과 본인의 경험 등으로 직접 체득한 신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신뢰는 당대의 1인당 소득수준 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가능성이 적으므로 당대의 신뢰 수준에 대 한 유효한 도구변수로 활용될 수 있다. 이 때 문제는 신뢰에 대한 표본조사가 1980년 대 이후부터 시작되어, 과거의 신뢰 수준에 대한 직접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저자들은 이민자들이 출생 세대가 달라도 선조의 출신국과 이민 시 기가 같을 때 물려받은 신뢰가 동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물려받은 신뢰를 직접 추정하여 극복하였다.

(11)

종속변수: 1935년 및 2000년의 1인당 소득

(1) (2) (3) (4)

물려받은 신뢰 35,953.13***

(6,811.83)

41,007.70***

(6,041.57)

18,601.70***

(5,708.99)

28,230.15***

(7,350.49)

통제변수 국가 고정효과 초기 1인당 소

득, 정치체제

초기 1인당 소 득, 정치체제, 국가 고정효과

결정계수(R2) 0.37 0.83 0.69 0.87

주: ***, **, *는 각각 1%, 5% 및 10% 수준에서 유의함을 나타냄.

출처: Algan and Cahuc (2010), Table 5 및 6.

[표 3] 물려받은 신뢰가 1인당 소득에 미치는 영향

미국의 일반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 자료에는 각 개인의 몇 대조 선조가 어느 나라로부터 언제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이용하여 저자들은 출신국 지시변수 및 신뢰수준 측정시기에 대한 지시변수를 구성하 여 1935-38년 및 2000-2003년에 대해 물려받은 신뢰의 수준을 추정하였다. 이후 서 로 다른 시기 및 국가별로 추정된 물려받은 신뢰 수준을 다시 각 시기 및 국가별 1인 당 소득자료 등과 결합되어 분석에 활용하였다. 누락변수 편의 문제는 패널 고정효과 모형을 통해 극복하고자 시도했다. [표 3]은 물려받은 신뢰가 1인당 소득에 미치는 영 향에 대한 고정효과 모형의 추정 결과를 보여준다. 모형 (1)과 (3)은 서로 다른 변수 를 통제한 단순회귀분석(OLS) 결과이고, (2)와 (4)는 1935년 및 2000년의 국가 단위 패널자료를 이용한 고정효과 모형 분석결과이다. 보다 엄밀한 고정효과 모형을 이용 하여 추정하더라도 신뢰수준은 1인당 소득수준에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효 과를 보여주고 있다.

요약해본다면, 신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실증 분석에는 여러 가지 어 려움이 뒤따른다. 수많은 연구문헌들이 국가 및 지역단위 자료 분석을 통해 신뢰가 1 인당 소득수준 및 경제성장률에 양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줌에도 불구 하고, 역인과관계에 따른 내생성과 누락변수 편의의 문제로 인해 높은 신뢰수준이 실 제로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는지는 불명확하였다. 최근에는 도구변수 및 패널 고정효과 분석 모형을 이용하여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새로운 분석 결과도 여전히 신뢰가 소득수준 및 경제성장 률에 양의 효과를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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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역사적 경험

신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는 기존 연구문헌의 또 다른 한계 중 하나 는 최근의 자료를 이용한 분석만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신뢰 수준을 측정하기 위 한 가치조사가 1980년대 이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보다 앞선 시기에 해당하는 국가 또는 개인의 신뢰 수준을 일관되게 계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 신뢰 의 수준이 역사 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변동해 왔다는 점에서 본다면, 최근 30여년 간의 자료에 한정된 분석은 신뢰 수준이 경제발전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효과 를 살펴보기에는 적절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각종 조사자료에 따 르면 국가간 신뢰수준은 시간에 따라 별로 크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Algan and Cahuc, 2013: 18) 하지만 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살펴본다면 국가 또는 개인의 신뢰수준의 시간에 따른 변동폭은 훨씬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만 약 신뢰수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시간에 따라 바뀌어 왔다면, 신뢰수준 역시 역사 속에서 변화했으리라 판단된다.12)

그렇다면 역사적 경험으로 살펴봤을 때, 신뢰에 기반한 협업은 항상 생산성을 제고 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했을까? 흥미롭게도 동양과 서양 모두 근대 이전의 농업생산은 공동체 단위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당대인들에게 주어진 환경과 기술 수준에서 집단적으로 조직된 형태의 노동이 각 개인으로 나누어져 일할 때보다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전통 사회의 덕목 중 하나로 신뢰에 기반한 높은 공동체 의식을 흔히 들곤 한다. 하지만 전근대 공동체 질서에서는 개별 경제 주체가 스스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 게 만드는 유인체계가 약하였다. 이후 근대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이 토지 소유에 대한 개인의 재산권을 명확히 보장하고, 개별 경제주체들이 상품작물의 경작을 늘려 나가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신뢰의 제고와 협업의 증가가 언제 어디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경제발전의 조건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근대 이전의 사회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지역 공동체를 벗어나는 경험이 적어 특정화된 신뢰와 일반화된 신뢰의 구분이 어려웠을 수 있고, 따라서 지역 사회에서의 협업을 조율하고 촉진하기 위한 공동체의식과 현대 사회의 일반화된 신뢰는 상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일반화된 신뢰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까? 최 근의 몇몇 연구들은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며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몇몇 연구자들은 기후 등 자연환경의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다.

Durante(2010)는 유럽의 지역단위 자료를 통해 강수량 및 기온 등 역사적 기후의 변 동성이 현대의 사회적 신뢰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과거에는 기후의 변동 성이 커질수록 흉작의 위험이 커지므로 농산물 수확에 대한 의존성을 낮출 필요성도

12) 신뢰 수준의 지속성은 이주자에 대한 연구에서도 빈번히 관찰된다. 한 예로 Fisman and Miguel (2007)에 따르면 UN 외교관 중 사회적 신뢰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인 사람들은 스칸디나비아 또는 영 미권 국가 출신 외교관들에 비하여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뉴욕시 주차위반 빈도가 더 크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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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후 변동성이 큰 지역에서는 농산물 저장을 늘리거나 저 장한 농산물을 집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발달하였고, 다른 지역과의 교역 역시 촉 진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협업이 촉진되고 사회적 신뢰 수준 역시 제고되어 현재까 지 높은 수준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기후변동성이 크고 기후 적 조건이 열악할수록 수확이 나쁠 때에 가족 등 특정화된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하므로, 집을 떠나는 연령이 낮아지고 가족간 유대가 약화되는 측면도 있었다. Dang (2012)은 베트남 자료를 이용하여 역사 속 기후변동성이 신뢰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역사적으로 높은 기후 변동성은 개인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제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3)

Nunn and Wantchekon (2011)는 아프리카의 노예무역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주목 하였다. 16세기 이래 아프리카에서는 대서양 및 인도양의 노예무역이 발달하며 인신 매매가 횡행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사회적 신뢰체계가 붕괴되었다. 이 는 3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역사적 경험의 효과는 해 안에서 더 내륙지역으로 들어갈수록 약화된다. 즉, 내륙지역의 사회적 신뢰 수준이 역 사적으로 노예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인신매매가 횡행했던 해안 지역보다 노예 제 및 인신매매로 인한 사회적 신뢰 붕괴의 영향을 덜 받았고, 이러한 효과가 현재까 지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Becker et al. (2011)은 동유럽 국가들 중 일부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합스부르크 (Habsburg) 제국의 통치를 받은 경험이 있을 때 사회적 신뢰 수준에 나타나는 차이 를 자료를 통해 살펴보았다.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합스부르크 제국의 경우 동유럽 의 다른 통치국과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관료들의 교육수준이 높았고, 부패 정도 가 낮았다. 흥미롭게도 현재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동유럽에서 합스부르크 제국의 통 치를 받은 경험이 있었던 지역과 인접지역에 대해 비교해 보면, 합스부르크 제국의 통치를 받았던 지역에서 사회적 신뢰수준이 높고 부패수준이 낮게 나타난다.

이처럼 역사적 경험에 대한 연구들은 한 사회의 일반화된 신뢰 수준은 긴 시간 동 안의 역사적 경험의 산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한 사회의 신뢰 수 준이 고정되어 있고 역사 속에서 항상 불변인 것은 아니다. 특정한 역사적 경험들은 신뢰 수준에 분명히 영향을 주어왔고, 그 결과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나타난 다. 또한 Algan and Cahuc(2013)에 따르면 이민 1세대의 경우 신뢰수준은 거주국보 다 출신국의 평균적인 수준에 더 가깝게 나타나지만 이민 2세대 및 3세대로 이어지면 서 거주국의 평균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신뢰수준이 장기 적으로 변화하고, 한 사회 안에서 동질화되며 수렴해 간다는 의미이다.

13) 조선과 같은 경우 19세기에 들어와 기후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를 통해 가족간 유대가 약화되고 반 면 사회적 신뢰가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이외에도 허리케인이나 태풍 등 대규모 자연재해의 경험이 사회적 신뢰수준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대지 진 이후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역시 자연재해의 경험이 사회적 신뢰수준에 항 상 일관된 효과를 가져온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4)

5. 제도와 교육의 역할

신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문헌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제도와 교육의 역할이다. 우선 제도의 다양한 특성들은 신뢰수준과 밀접하게 관 련되어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제도의 특성들이 신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효과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적 신뢰의 수준에 따라 제도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교육 역시 사회적 신뢰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신뢰가 경제발전으로 연결되는 경로로 이해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Easterly, Ritzen, and Woolcock (2006)은 신뢰를 포함한 사회적 자본 은 더 나은 제도를 갖추도록 도와서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한편 Ahlerup, Olsson, and Yanagizawa (2009)은 제도를 신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았고, 제도가 미비한 곳에서 신뢰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 난다고 주장한다. 즉, 신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법제도 체계가 완비된 캐나다 보다 제도가 미비한 나이지리아에서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Bjørnskov (2012)은 제도뿐만이 아니라 교육 역시 높은 신뢰수준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주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Algan, Cahuc, and Shleifer (2013)는 수평적 교수법과 모둠학습의 활용 등이 협업을 촉진하여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교육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 신뢰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될 수도 있고, 신뢰의 수준을 높 이는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교육과 제도 이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신뢰수준을 결정하기도 하고 동시에 사회적 신뢰수준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변수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Uslaner (2011)는 미국의 경우 인종간 분리(segregation)는 사회적 신뢰 수준을 낮추는 반면 다양한 인종간의 상호 교류는 사회적 신뢰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뢰가 협업과 협동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서로 다른 인종간의 교류수준 역시 사회적 신뢰 수준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요인일 수 있다.

교육과 제도 등 제3의 요인들이 신뢰와 경제발전의 관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실제로 수행하는지, 또는 각 변인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보다 엄밀하게 식별하는지 살펴보기 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문헌들을 종합해 봤을 때, 교육 및 제도의 개 선이 사회적 신뢰수준의 향상과 경제발전 모두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해 보인다. 특히 신뢰의 형성이 역사 속 에서 장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았을 때, 경제발전을 위해 신뢰 등 사회적 자 본의 축적을 향상시키기 위한 민간 주체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사회적 신뢰 수준 자체 를 직접적으로 제고하는 데에 두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신뢰 수준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는 교육체제의 개혁이나 제도의 개선에 두고 노력해 나가는 게 보다 합리 적일 수도 있겠다.

(15)

6. 맺음말

그동안 신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과 실증을 통해 찾아내려는 많은 연 구가 이루어졌다. 이론적으로는 신뢰가 거래 비용을 줄여 사회적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 증대와 더 나은 제도의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자료를 분석하여 신뢰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식별해내려는 대부분의 실증 연구에서는 적어도 두 변인 사이에 양의 관계를 일관되게 관찰해내고 있다. 신 뢰로부터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식별해 내기 위한 시도 역시 꾸준히 이 루어졌고, 신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기존의 발견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역사적 경험과 자료의 활용은 특히 이와 같은 인과관계의 식별에 도 움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신뢰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두 변수 사이의 관계가 인과관계가 아 닌 단순한 상관관계인지에 대한 질문과 별도로 흥미로운 점은 두 변인과 공통으로 관 련된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인들로는 대표적으로 교육, 제도, 불평등 등이 있다. 교육, 제도, 불평등 등은 신뢰의 결과일 수도 있고, 신뢰 수 준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도 있다. 이와 별도로 교육과 제도의 질 등은 경제발전에 대해서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신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문헌들로부터 찾을 수 있는 한 가지 시사점은 적어도 교육 및 제도 등에 대한 투자와 노력은 경제발전에 대해 긍정 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보편화된 교육을 확대하고, 교육의 질 을 높여 나갈 때 사회적 신뢰 수준 역시 높아질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의 한 요인으로서 사회적 자본인 신뢰에 주목하고, 이를 제고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볼 때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다. 인종, 교육, 성, 연령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은 사회 구성의 다양성에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신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보다 동질적인 사회에서 서로간의 신뢰가 촉진될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새로운 균형지점으로 상호간의 높은 신뢰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 이다. 해외 이주자의 유입 증가로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해가고 있고, 세대간 갈등 에 대한 지적이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사회적 다양성과 신뢰 수준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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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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