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의 변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3D프린팅, 신경기술, 퀀텀 컴퓨팅, 유전자 편집 등 미래기 술에 기초하는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총칭하는 개념이며, 2016년 1월 개최된 다보스 포럼 의 주요 의제로 제기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이 산업구조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본격적 으로 논의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초자동화, 초연결성, 초지능화라 할 수 있다. ‘초자동화’는 ICT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CPS)에 기 반한 스마트 팩토리 등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며, ‘초연결성(Hyper- Connectedness)’은 향후의
기술변화가 물리적 공간과 디 지털 공간, 그리고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를 희석시키는 산 업융합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 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다른 키워드인 ‘초지능화(Hyper- Intelligent)’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고도의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됨으로 써 산업의 생산공정이 고도로 지능화될 것이다.
<그림 1> 산업혁명의 단계별 특징
증기기관 동력을 이용한 생산 공정의 기계화
1st Industrial Revolution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계의 시작
2nd Industrial Revolution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생산 자동화 3rd Industrial
Revolution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이버물리시스템
4th Industrial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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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순 | 국토연구원 산업입지연구센터장(csjang@krihs.re.kr)
신산업입지 공급방안
특집 제4차 산업혁명과 국토발전
한편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융합을 통해 산업 간 경계가 급 속하게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기술 간의 융합과 산업 간·산업 내 융합은 기존 의 산업 구분을 무의미하게 할 것이며, 기존의 제품 기능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새로운 제 품의 등장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industry)’을 대체하여 ‘영역(arena)’이 라는 새로운 개념이 미래 산업환경을 설명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소품종 대량생산을 전제했던 기존의 자본집약적 공 장체제는 초연결성, 초지능화, 융합화 등을 기반으로 한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및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인 산업생산체계 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제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술의 파괴적 적용을 통해 기존 산업구조에 큰 변 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에 대응한 새로운 입지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입지 여건변화 전망
1. 가치사슬의 파괴와 산업입지의 도심부 회귀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 영역인 3D 프린팅이 생산라인에 도입되면 주조, 금형, 표 면처리, 열처리 등의 중간 절차를 생략시켜 전통적인 제조업의 가치사슬을 파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산 공정의 압축으로 생산비용에서 토지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 는 대신 소비자와의 근접성으로 인한 이점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지역 간 형성되었던 공간 적인 분업구조에 급진적인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비재 상품의 경우에는 3D 프린팅이 확산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이 지배적 인 생산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득수준이 증가할수록 배송 및 서비 스 시간 단축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는 제품의 수 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개인화와 맞춤화 수준이 높은 소비재 상품의 온 디맨드 생산방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생산방식의 재편은 저렴한 생산부지의 필요성은 축소되는 반면 소비자와의 상 호 작용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소비자가 많은 대도시로의 산업공간 이동(metropolitan reindustrialization)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도심지역의 빌딩공간에 소규 모로 입지하는 맞춤형 공장이 제조업의 새로운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들 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맞춤형 공장에 직접 찾아가거나 온라인 주문을 통해 자신의 필요 에 맞는 개인화된 상품을 주문하고 직접 받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시입지 회
최근의 산업입지 연구에서는 미래 기술의 고도화가 기업의 입지 제약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며, 오히려 고도화된 인프라(물리적·인적)를 중심으로 한 산업입지의 재구조화를 야 기한다고 주장한다(Audirac 2002; Buliung 2011; Sohn 2004).
산업입지의 재구조화를 야기하는 첫 번째 동인은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공간적으로 불균형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클라 우드 컴퓨팅에 기초한 사이버물리시스템이 확대될수록 새로운 네트워크와 연결되기 위한 사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비용은 모든 기업체에 게 일정한 것이 아니라 인프라 시설과의 근접성과 연관되기 때문에, 네트워크 진입을 위 한 경쟁은 결국 인프라 시설을 중심으로 한 물리적 공간 위에서 전개될 것이다. 다만 사 이버물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소요되는 초기 비용이 매우 높으며 플랫폼을 선점한 소 수의 공급자들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는 롱테일(long-tail) 경제구조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프라에 근접하여 집중한 입지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에서 스마트생산 인프라의 입지 패턴은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분리(digital divide)’를 야기하 며 지역 간 불균형 성장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산업입지 역시 사이버물리시스 템 인프라가 투자되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개편되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더불어 미래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인적자원의 분포가 공간적으로 불균형하 리라는 점도 산업입지의 재구조화를 야기할 중요한 동인이 될 것이다. 대규모로 생산되는 데이터를 의미 있게 분석하여 미래기술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업체의 높은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이 요청되는데, 이러한 역량은 고숙련 인력이 집중되어 있 는 지역을 중심으로 불균등하게 분포하고 있다. 고숙련 인력들은 자신과 비슷한 숙련 수 준을 가진 인재들이 집적된
지역에서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뿐 아니라, 생활 어 메니티 수준이 높은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집적 경향이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 망된다.
<표 1> 산업과 영역의 개념 비교
구분 산업(industry) 영역(arena)
목표 위치적인 이점 영토의 획득
성공의 기준 시장의 점유 잠재적 기회공간의 점유
위협요인 동종업종 경쟁자의 움직임 기존 산업 모형의 파괴
소비자 정의의 기준 인구학적/지리적 행동양식
핵심동인 가격, 기능, 품질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일
비유 체스 바둑
자료: McGrath 2013.
특집 제4차 산업혁명과 국토발전
3. 업종 경계의 융합과 영역 중심의 입지 개편
사물인터넷이나 3D 프린팅 등 제4차 산업혁명의 구성요소들은 특정한 ‘산업’으로 분류 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업종 간의 경계를 희석시키며 융합과 혁신을 촉매로 하는 ‘변화 의 기술(transformative technology)’로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능형 무 인자동차의 경우, 기존의 자동차 제조기술에 더해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고감도 센 서, 생체인식 등 다양한 영역의 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기술혁신이 전개된다. 이처럼 산 업 간의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전개에 따라 기존 업종 분류기준의 산 업 분석 틀은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사업체들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를 기준으로 경계를 구분했지만,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서는 ‘어떻게 생산하는지’에 기초 하여 분류하는 것이 더 적절해질 수 있다. 즉, 개인의 필요에 맞춤화된 다품종 소량의 재 화가 생산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최종 생산된 제품의 특징만큼이나 그것을 생산하 는 데에 투입된 기술의 특징이 산업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 서 McGrath(2013)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업체들은 ‘산업(industry)’이 아니라 ‘영역 (arena)’의 범주에서 경쟁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McGrath가 정의하는 영역(arena)은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업종과 기술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산업의 구분으로서, 기존의 업종 경계에 비해 유동적이고 융합적인 성격을 가진다.
신산업입지 정책 방향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은 도심부에서의 산업입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 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산업입지 정책의 재편이 요구된다. 신산업은 인재와 지식이 집 적되어 있는 곳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고숙련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도심부에서 의 산업용지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존의 행태(people follow jobs)에서 인재(talents)가 산업을 창출하는 형태(jobs follow people)로 전환됨에 따라 교육·생산·생활·문화가 구비된 도시에서의 일자리 창출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 다. 더불어 네트워크 경제가 확대됨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가 대면하지 않고 합의된 업 무를 네트워크를 통해 수행하는 단기간 프로젝트형의 일자리가 증가하고, 또 근로자가 자 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선호하는 등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유연한 입지공급이 필요하다.
이 같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입지 유형과 방식을 다양화하 는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산업입지의 유형 측면에서는 산업단지 중심의 경직된 틀에서 벗
아울러 기술 융·복합 트렌드에 따른 조직의 유연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대형 산업단지의 활용 가능성을 제고함이 필요하다. 임 대형 산업단지는 기업들의 변화하
는 입지수요에 대응하여 적기·적소·저가로 용지를 공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어 왔다. 향후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따라 제품의 수명주기와 기술 패러다임의 주기가 짧 아질 것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산업의 조직 형태도 전통적인 기업 조직에서 벗어나 단 기적인 프로젝트 형태의 네트워크 조직으로 전환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유동성이 높 아지는 프로젝트성 산업조직의 활동을 수용하기 위한 산업공간으로서 임대형 산업단지의 활용 폭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업체 활동의 플랫폼화 및 클라우드화에 대응 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산업단지 내 공유경제의 영역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에 도 산업단지에서의 공유공간 활용은 유휴자원 공유를 통한 비용절감 및 기업 간 교류 확 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논의되어 왔다. 이에 더해 향후에는 대규모의 자료를 수 집하고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 간의 조직적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업의 경쟁력이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 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산업공간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 한 관련 인프라를 산업공간의 개념으로 개발·보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유형 대기업 주도형 제조업 + 소프트웨어 협업형 소기업
입지방식 생산시설 생산 + 지원시설 생산 + 생활 + 문화 등 복합시설 (도심 입지 선호)
인재상 숙련 기술자 지식 근로자 창의인재
공간유형 물리적 공간 (하드웨어)
디지털 공간 (소프트웨어)
물리적 공간 + 클라우드 공간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참고문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5. 신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지형의 변화 전망과 대응전략. 세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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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2013. 독일의 창조경제: Industry 4.0의 내용과 시사점. 서울: 현대경제연구원.
_____. 2015. 국내 산업의 7대 문제점과 시사점. 서울: 현대경제연구원.
Audirac, Ivonne. 2002. Information technology and urban form. Journal of Planning Literature 17, Issue 2: 21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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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grath, Rita. 2013. Transient advantage. Harvard Business Review June: 21-32.
Sohn, Jungyul. 2004. Information technology in the 1990s: More footloose or more location-bound? Papers in Regional Science 83, Issue 2: 467-4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