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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사회갈등과 대응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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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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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

특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사회갈등과 대응방향

2020 May vol.463

국토에

손을 내밀다

(2)

02 국토시론

4차 산업혁명, 갈등을 변화의 디딤돌로 삼아야 이호근_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특집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사회갈등과 대응방향 06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갈등 양상과 갈등관리의 중요성

채종헌_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13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와 사회갈등 허재준_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 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 딜레마 서기환_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26 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의 등장과 사회적 갈등

박정수_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32  포용적 혁신은 가능한가?

공유경제 시대의 사회갈등 완화 김은란_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38  플랫폼 운송사업과 택시산업 간 갈등완화 정책방향 최재성_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48 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의 갈등관리 방향:

모빌리티 갈등을 중심으로

박효철_ 국토교통부 도시교통과 서기관 55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규제 전략 정우성_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64 용어풀이 <261>

플랫폼 경제, 규제샌드박스 강민석_ 국토연구원 연구원

66 KRIHS가 만난 사람 <32>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과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해야 합니다”

인터뷰_ 정우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72 2020 어반 오디세이(URBAN ODYSSEY) <5>

골목이 된 건축, 건축이 된 골목, 인사동길 방승환_ 「닮은 도시 다른 공간」 저자

80 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24> 영주시 조손(祖孫)이 함께하는 영주시의 사람 중심 도시재생사업

이도선_ 영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88 영화와 도시 <77> 영화 ‘첨밀밀’

정처를 잃은 인생들에게 보내는 연서, 홍콩 안숭범_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시인

CONTENTS

66

72

88

제463호 2020년 5월호

(3)

94 연구자의 서가 <24> The Rent Gap and Urban Change: Case Studies in Malm 1860-1985 지대차(地代差), 도시재생의 길잡이:

도시변화의 동인

박헌주_ 전 주택도시연구원장, 전 카이스트 교수

96 해외리포트

인구감소 및 쇠퇴 시대를 대응하는 일본의 지방도시 재생 전략: 구라시키시 미관지구와 다카마츠시 에코 콤팩트시티 사례 남성우_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104 글로벌정보

4차 산업혁명 시대, 각국의 사회갈등과 대응 123 국토 옴부즈만

124 국토연구원 단신

국·공유지연구센터 정책연구포럼 외

126 KRIHS 보고서

첨단교통서비스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공유 모빌리티를 중심으로(김광호 외 지음) 박지영_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공간정보 융합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환경 개선 방안(서기환 외 지음)

이경주_ 한국교통대학교 건설환경도시교통 공학부 교수

130 연구보고서 구입 안내

132 기자칼럼

4차 산업혁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까?

김동현_ 서울신문 기자

133 지도로 보는 우리 국토 <17>

건설안전사고 지역별 재해율 발행일 2020년 5월 10일 발행인 강현수 편집위원장 문정호 편집위원 권규상, 김정화, 남기찬, 박소영, 박종순, 안예현, 안종욱, 윤서연, 이보경, 이재춘, 이후빈, 임용호(가나다 순) 책임에디터·간사 한여정 전화 044-960-0114(대표), 044-960-0425(구독문의)

「국토」는 국토 전반에 관한 국내외 최신 정보와 현안 문제를 다루는 월간지입니다. 「국토」에 수록된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국토연구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국토에

손을 내밀다

Cover story

2020년 「국토」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국토연구원에서 주최한 제7회 아름다운 우리 국토 사진공모전의 수상작을 표지로 게재합니다.

본 작품은 우수상으로 선정된 정인식 님의

‘향리’(촬영지: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입니다.

아산 외암민속마을

(4)

국토시론

4차 산업혁명,

갈등을 변화의 디딤돌로 삼아야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사회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 1844년에 출간한 「영국 노동계층의 실태」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1884년 역사 학자인 아놀드 토인비의 유고집 「영국 산업혁명 강의」가 출간되면서 ‘산업혁명’은 일 반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 증기기관의 개발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 사이에 우리는 벌써 네 번째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소 개된 개념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 가상현 실 등의 새로운 기술들은 초(超)지능화와 초(超)연결성을 무기로 우리 사회에 엄청 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바꾸며 기존 산업구조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은 축복과 동시에 재앙을 가져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 기술은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가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지만, 사고로 방사선이 유출되면 치명적인 환경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전국에 설치된 CCTV는 범죄 예방이나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개 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디 지털 기술도 예외가 아니어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인간을 대체함으로써 일자리가 줄어드는 기술적 실 업(失業)에 대한 우려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첨단 기계와 정보기술 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이 증가하면 결국 노동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이호근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h.lee@yonsei.ac.kr)

(5)

463호 2020 May

있다. 옥스포드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는 자동화와 기술발전으 로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반(半)이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은 모두 자동화를 통한 ‘무인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앞으로 일자리를 빼앗기고 생존을 위협받는 계층이 끊임없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퇴출 1순위는 택시기사와 버스기사가 된다.

둘째,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지난 수십 년간 국민총생산은 꾸준히 늘었지만, 이에 반해 중산층이 점점 축소되는 ‘탈동조화 현상(경제성장이 중산층의 소득증가와 연결 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술 발달이 가져온 경제성장의 과실이 균등하 게 분배되지 않아 소득 양극화의 골이 점점 깊어진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에서는 소 득상위 1%에 속하는 계층이 경제성장으로 거둔 이익의 3분의 2를 가져가고 있다. 그 결과 중위층의 소득이 점점 줄어들어 중산층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긱 경제(Gig Economy)’는 소득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는 대표적 사례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확대 되면서 우버 운전자, 아마존 플렉스(일반인 배송기사), 배민 라이더(배달의 민족 배

송기사), 카카오 대리(일반인 대리운전기사) 등 프리랜서가 양산되고 있다. 이들 긱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나 고용 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정규직보다 30% 정도 낮은 임금을 받는다. 4차 산업혁명이 전체적인 부(富)의 확대를 가져오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셋째, 사물인터넷(IoT)이 확대되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들이 인간의 개입 없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인간 개입이 필요 없어 편리성은 늘어나 지만, 연결된 기기가 해킹을 당할 위험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얼마 전 미국 내 보안 기술 연구원들이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을 16km나 떨어진 장소에서 원격 조정 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해당 자동차 회사가 판매된 차량 수백만 대를 리콜 한 적이 있다. 사물인터넷에서 해킹의 2차 피해는 경제적인 손실을 넘어 인간의 목 숨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된 4차 산업혁 명 시대에 해킹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 가치에 대한 윤리적 갈등도 초래한다. 자율자동차가 충돌을 피할 수 없다면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희생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을 기계가 해야 한다.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그런 판단

4차 산업혁명,

갈등을 변화의 디딤돌로 삼아야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은

모두 자동화를 통한 ‘무인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앞으로 일자리를 빼앗기고

생존을 위협받는 계층이 끊임없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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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맡겨도 되는지에 관한 윤리적인 이슈가 제기될 수밖에 없 다. 인공심장, 인공관절은 물론이고, 인간의 신체보다 만 배나 더 섬세한 바이오 전 자 혀와 전자 코 등도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단순 치료의 목적을 넘어 인간 의 ‘인위적 진화’를 위해 사용된다면 인간 가치에 대한 도덕적인 갈등뿐 아니라 사회 적 불평등도 심화될 수 있다.

인류가 신기술의 도입을 막으려는 시도는 항상 실패로 끝났다. 1차 산업혁명 당 시 ‘러다이트 운동’으로 알려진 기계파괴운동도 공장의 등장을 막지 못했다. 1920년 대에 전차와 택시가 도입되면서 저항했던 한성(서울) 시내 5천여 명의 인력거꾼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한때 서울에만 3만 명이 넘었던 버스 안내양도 기술이 진보 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디딤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갈등은 칡(葛)과 등나무(藤)를 의미한다. 칡과 등나무는 다른 식물을 휘감아 올라 타며 고사시킨다. 칡은 왼쪽,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휘감아 도는 특성 때문에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대립하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사회학 이론에 따르면 갈등은 사 회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지만, 사회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4차 산 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 전환, 부의 균등한 분배, 해킹 방지, 기술에 대한 윤리적 기준 등 새로운 제도의 수립과 시행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공정한 경쟁, 그리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정부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칡덩 굴과 등나무도 멀리서 보면 멋진 숲으로 보이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유능한 정부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갈등은 칡(葛)과 등나무(藤)를 의미한다. 칡과 등나무는 다른 식물을 휘감아 올라타며 고사시킨다.

갈등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대립하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사회학 이론에 따르면 갈등은 사회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지만, 사회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국토시론

(7)

특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사회갈등과 대응방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와 범위, 사회적 영향은 이전 의 정보화 시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경제, 산업과 기술 간의 융 · 복합현상, 로봇이나 기술에 의한 노동의 대체, 자율주행차 등은 기존의 산업, 기 술, 비즈니스 분야의 변화와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 간의 이해 갈등을 수반할 가능성 이 높다. 이러한 사회갈등은 기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나 제도 를 둘러싸고 더욱 첨예하게 표면화될 것이다. 물론 분야나 관점에 따라서는 이러한 갈등을 우리 사회가 딛고 넘어서야 할 성장통으로 인식하거나 새로운 기술혁신을 갈 등으로 직결시키는 것은 과장이라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다. 반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자칫 전 사회적인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중요한 사 실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 또는 현상적 갈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관리방향을 주요 분야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집기획: 정우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8)

공유경제의 출현과 그로 인한 다양한 공유플랫폼의 등장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 교통혼 잡 완화, 환경보호 등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고 대중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드론, 자율주행 차량, 3D 프린팅 기술 등 4차 산업기술의 발전과 활용에 대한 기대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모습 자체를 변화시킬 신기술과 신경 제체제는 기존 유통체제와 고용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구경제체제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신산업체제와 기존 산업계의 이해관계 충돌은 일찍부터 예견 되어왔으며 우리 사회는 그 전조(前兆)를 목도하고 있다. ‘카풀’ 서비스, ‘타다’ 서비스 등 차량공유 서비스의 도입 논의 중에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 선택과 대결의 모습은 그러한 예상과 걱정이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올 사 회적 갈등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우리 사회의 효용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규제개혁 논의에서도 사회적 공론화와 갈등조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비단 신산업의 등장으로 야기되는 사회갈등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확인하 고 정당성이 확인된 정책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 수요자의 동의를 확보하여 정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참(眞)’ 의 견을 확인하고 공유하기 위한 잘 설계된 공론화 절차의 설계와 조심스런 운용이 필요하 다. ‘사전적’ 공론화 절차와 ‘사후적’ 갈등조정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 법론과 로드맵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비가 절실하다.

머리말 :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사회갈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갈등 양상과 갈등관리의 중요성 1)

채종헌 |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chae@kipa.re.kr)

1) 이 논문은 “채종헌. 2019. 신산업의 등장과 갈등관리의 중요성. 이슈페이퍼 77호. 서울: 한국행정연구원”을 수정, 보완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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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2020 May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신ㆍ구 경제체제의 충돌

신산업의 등장과 사회갈등

수많은 미래학자들 역시 이를 예견하고 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출현할 신산업 은 기존 경제 · 사회 체제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최근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따른 사회 적 갈등은 ‘신 · 구 경제의 충돌’의 전조이며, 향후 더 다양하고 많은 사회적 갈등이 뒤따 를 것으로 보인다. 신경제체제가 어떻게 정착될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나 구경제 체 제에서 신경제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은 필연적이며 이를 분야별로 구 체적으로 예견하고 대비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정당성이 확인된 정책의 추진력을 갖추기 위해서 는 정책 수요자의 동의를 확보하여 정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서는 잘 설계된 갈등관리와 공론화 절차가 요구된다. 이미 발생한 갈등에 대해서는 이를 잘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협의의 갈등관리 제도와 역량이 필요하며(사후적 갈등관리), 갈등이 예상되거나 잠재적인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보다 정교한 공론화 절차의 설계와 조심스런 운용이 필수적이다(사전적 갈등관리). 각 정책 분야별로 갈등관리와 공론화 절차의 필요성을 이론적, 실체적으로 규 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과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세계사적인 흐름 속에서 기존 업계와의 갈등 및 고용구조의 변화 등은 피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수용성과 사회적 효과성, 기존 산업계와 공존하는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카풀’, ‘타다’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나 숙박공유 플랫 폼, 무인배달 시스템 등 새로 등장하는 사업에 따라서 사안별로 단발적인 대처 방안을 제 시하는 방식으로는 새 시대에 야기될 새로운 형태의 사회갈등에 적절히 대처하기에 역부 족이다.

기존 정책이나 정책연구는 4차 산업혁명 도래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관 심이 집중되어 있으며, 신경제체제의 출현으로 마땅히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원론적이고 당위론적인 지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모든 규제완화 또는 강화 조치는 규제 정책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이해관계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갈등조정과 규제협상(regulatory negotiation) 등 참여적 의사결정을 활용한 사회적 숙 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단순히 산업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 한다. 이 과정에서 야기되는 사회적 갈등을 일별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갈등조정과 사회적 협의 시스템에 대한 논의와 대비가 시급하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대결, 노사관 계 변화,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 간 새로운 갈등 상황 등 신산업 등장으로 야기될 수 있 는 사회적 갈등 상황을 산업별 · 분야별로 조사하고 이를 유형화하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갈등 최소화를 위한 사전적 의미의 공론화 절차를 준비하고 사후적 의미의 갈등조정 역 량을 향상시켜야만 다가올 미래의 사회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10)

이제까지 사회적 관심이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개혁에 쏠리다 보니 신산업 도입에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갈등의 심각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카풀’,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 이슈는 신사업으로서의 공유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 교통혼잡 완화, 환경오염 감소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 한 차량공유 서비스가 택시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부 대체함으로써 택시업계의 이 해관계와 충돌을 피할 수 없어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 카풀의 경우 첨예해진 갈등으로 택시기사 분신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시 범 서비스는 개시 한 달여 만에 중단되었다. 이후 갈등조정을 위해 2019년 1월부터 카카 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공존 방향을 모색하고 정부, 여당,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 간 4자협의를 통해 출퇴근 시간 카풀 제한적 허용 등에 합의하는 등 사후적 갈등관리에 나섰으나 새롭게 불거진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4월 택시업계의 ‘타다 추방 결의대회’

개최와 5월 15일 네 번째 택시기사의 분신 등으로 가시화되며 갈등은 점점 확산되었다.

<표 1> 차량공유 서비스 갈등 일지

일자 갈등 사례

2014년 8월 우버(Uber) 국내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X 출시, 택시업계 즉각 반발 2015년 3월 서울시 및 택시업계와 ‘규제옵션을 모색’하고자 우버X 서비스 종료

2018년 10월

카카오 카풀 전용앱 드라이버용 출시, 운전자 사전 모집 택시업계 ‘택시 생존권 사수결의’ 집회 및 운행중단 파업 렌터카 기반 11인승 승합차와 기사제공 승차공유서비스 ‘타다’ 출시 2018년 12월 카카오 카풀 반대 택시업계 집단 파업, 분신한 택시기사 최모 씨 추모 2019년 2월 택시업계, 이재웅 쏘카 대표·박재욱 ‘타다’ 대표 고발

2019년 3월 사회적대타협기구,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 허용하는 합의안 도출 2019년 4월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타다 추방 결의대회’

2019년 5월 차량공유 서비스 반발 네 번째 택시기사 분신, ‘불법 타다 끝장집회’

최종구 금융위원장 vs 이재웅 쏘카 대표 ‘혁신성장’을 두고 설전 자료: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22416375065276 (2019년 6월 9일 검색).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카카오 카풀의 정식 도입을 위해 2018년 10월에 운전자 사전 모집을, 12월에는 시범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이러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운전 자 사전 모집과 시범 서비스에 대응하여 택시업계는 2018년 10월 카카오모빌리티를 규탄 하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주최 측 추산 7만 명 참여) 및 24시간 파업을 진행하였 다. 카풀 시범 서비스 도입 사흘 만인 2018년 12월 10일에는 택시기사 분신 및 이를 추모하 기 위한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주최 측 추산 12만 명 참여)가 개최된 바 있다. 차량공유 서 비스(카카오모빌리티)와 관련된 일련의 이슈 추이를 살펴보면 서비스의 정식 도입 이전부 터 갈등 양상이 포착되어왔으며 이는 사전적인 대비가 필요했던 사안이었음을 시사한다.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 논란

(11)

463호 2020 May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은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경제체제를 대체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공유 서비스와 더불어 에어비앤비(Airbnb), 코자자(Kozaza) 등과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 또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 은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공유 숙박의 도입을 강조하기도 했다). 4차 산업 기술의 핵심인 AI기술이 적용된 드론, 자율주행차 등은 국토조사와 시설물관리 등 다양 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배달 및 운송 체계를 등장시킬 전 망이다(아웃소싱타임스, 2019년 3월 11일). 그리고 3D 프린팅 분야도 의료, 건축, 제조 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에 맞춰 2022년 에는 세계 25조 원 규모, 국내 1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IT 조선, 2019년 4월 25일).

그러나 공유경제를 토대로 하는 신경제체제로의 이행은 기존 거래의 대체와 일자리 감소 등의 이슈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숙박 공유 서비스를 통 한 숙박시설의 공급은 기존 산업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기에 기존 숙박업계는 강 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드론산업은 향후 148조 원 규모의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는데(아시아경제 2015), 이는 향후 엄청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유경제는 기업의 수익이 사회적 기여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대여자는 유휴자원의 수입원화, 이용자는 비용절약, 사회 전체로는 자원의 절약과 환경문제의 해소를 가져오 는 착한경제”로 인식되고 있으나(김점산, 지우석, 강상준 2014, 25), 에어비앤비, 우버 등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성공을 거둔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서비스를 정착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및 법 · 제도적 환경이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시사저널이코노미, 2017

혁신성장 추진과 신경제 체제, 그리고 사회적 갈등

<그림 1> ‘카풀’ 구글 트렌드 분석결과(2018년 6월 10일~2019년 6월 9일)

자료: https://trends.google.co.kr/trends/?geo=KR (2019년 6월 9일 검색).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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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10 2018. 10. 28 201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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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7월 27일). 또한 기존 업계와의 갈등 및 고용구조의 변화 등은 피할 수 없는 사회문제 로 부상하고 있다. 카풀 · 타다 서비스와 기존 택시업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택시 운 전기사 분신사망 사건은 사안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의 수용성과 사회 적 효과성, 기존 산업계와 공존하는 방안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머니투데이 2019).

<그림 2> ‘카풀 서비스’ 관련 빅카인즈 연관어 분석

자료: https://www.bigkinds.or.kr/ (2019년 6월 9일 검색).

<표 2> 미래 사회 예상 갈등 사안(예시)

분야 갈등 사안 (예시)

인구구조 변화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국민연금, 기초연금, 교통우대 등 수급기준 논의 정년연장 논의

지방도시 인구절벽과 행정구역 개편 인구감소 및 통일문제와 모병제 논의 인구감소와 사실혼 인정 논란

4차 산업혁명과 사회구조 변화

자율주행차량 도입과 고용구조 변화 무인화 항만시스템과 고용문제 기본소득 및 로봇세 도입 논란

드론 상용화와 갈등(안전사고, 사생활 침해, 고용문제 등) 원격의료 도입 문제

생명윤리 갈등(유전자 조작, 콜론 등) 긱이코노미와 플랫폼노동자 AI 관련 사회, 경제변화와 갈등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그린뉴딜 전환과 혁명적 산업변화

신재생에너지시설과 입지 갈등(태양광, 해상풍력, 수소전지, 열병합 등) 에너지 정책 전환과 사회적 합의

전기요금체계 개편 논의

스마트그리드(전력) 도입과 이해관계자 갈등

자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갈등 양상과 갈등관리 연구(한국행정연구원, 과제수행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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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2020 May

공유경제의 문제만은 아니다. 새로운 정책환경 변화에 맞물리며 다양한 이슈들이 우리의 갈등관리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 선포식 이후, 건설 진행 중인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며, 이른바 ‘공론화를 통한 중단 여부 결정’이라는 방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원전정책 혹은 에너지 정책 전환 문제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 관 심이 집중되는 사안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느 입장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 어 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당 쟁점에 대한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전향적인 갈등관리 인식이 중 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수반되는 신산업의 등장, 그로 인한 사회갈등에 대한 전 사회적 인 관심과 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론화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와 이를 진행하기 위한 ‘잘 설계된’ 공론화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부응하기 위한 정부 시책으로 인해 앞으로 사회의 갈등이 계속 해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 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사회갈등에 미리 대비하는 정부와 우리 사회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급한 불을 끄는’ 식의 임시방편적 대응은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는 모습이 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선 해당 갈등 사안의 주요 이해관계자를 파악한 후, 그 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쟁점의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각인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야 한다(갈등영향분석: conflict assessment). 갈등 해소를 위한 처방으로서 정책 결정과 명령은 정확한 진단 후 이뤄져야 하며, 이는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협의와 대화를 가능 하게 하는 열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정확하고 적실한 갈등 진단 및 공론화가 주요 과 제이다.

많은 연구들이 여러 분쟁조정위원회의 한계로 이행강제력과 관련된 법적 효력의 한계 를 문제 삼고 있으나, 이는 조정(mediation)에 대한 개념적 몰이해에서 비롯한다. 조정 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 협상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신뢰 할 만한 제3자가 당사자들 스스로 서로 만족하고 합의안을 만들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 이다. 따라서 조정은 기본적으로 협상이라 할 수 있으며, 협상에 있어서 협상안이 당사자 의 다른 협상안 외(外)의 대안(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BATNA)보 다 선호되지 못해 결렬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실효성 있는 분쟁조정제도를 위해서는 조정위원회의 실질적인 조정 능력 배양과 함께, 이해당사자들의 협상 능력 제 고를 위한 교육 및 학습이 절실하다.

갈등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변해가고 있 기는 하나 여전히 정부의 갈등관리에 대한 인식은 ‘정책과 사업을 위한’ 갈등관리 수준 에 머물고 있다. 정부 신뢰를 제고하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서는 갈등에 대한 도구적 · 대응적 접근을 탈피하고 보다 적극적인 갈등관리 노력이 필요

사회적 합의와

갈등조정의 중요성 :

갈등관리 역량과

정책 수용성의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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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산, 지우석, 강상준. 2014.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미래와 성공조건. 수원: 경기연구원.

머니투데이. 2019. [MT리포트] ‘우버→카풀→타다’, 택시는 왜 반대하나. 2월 25일자. https://news.mt.co.kr/mtview.

php?no=2019022416375065276 (2019년 6월 9일 검색).

빅카인즈. https://www.bigkinds.or.kr/ (2019년 6월 9일 검색).

시사저널이코노미. http://www.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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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m?idxno=2016051216270730671 (2020년 4월 16일 검색).

아웃소싱타임스. http://www.outsourcing.co.kr/

채종헌. 2017. 공론화 절차 활성화를 통한 정책수용성 제고와 사회통합 증진에 관한 연구. 서울: 한국행정연구원.

_____. 2019a. 숙의민주형 갈등해결 모델 활성화 방안. 세종: 국무조정실.

_____. 2019b. 숙의형 주민참여 제도 도입 방안. 서울: 한국행정연구원, 세종: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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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macher, E. F. 1975. Small is Beautiful: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 New York: Harper Perennial.

Thaler, R., Sunstein, C. 2009. 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New York:

Penguin Books.

참고문헌

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애초에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나 사업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공공갈등 해결을 위한 합의형성 절차와 사전 공론화 절차는 이를 위한 중요한 넛지(nudge)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야 한다’는 식의 제도적 이고 규범적인 접근은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조금 더 인지적이고 행태주의적인 접근 역시 필요하다. 이제까지의 국가 중심적 사업추진 방식은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공동협의 방식(공론화)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슈마허는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빼어난 구두 제작 자가 되려면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보다 먼저 발에 대한 지식이 필 요하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제도와 규범적 장 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발(인간)’을 먼저 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주요 정책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정책 수요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정책 수용성 제고). 이를 위해서는 잘 설계된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며(공론화 절차 활성화), 이는 궁극적으로 갈등공화국이라고까지 일컬어지 는 대한민국의 사회통합(social cohesion)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중대한 정책 과제라 할 수 있다. 성공적인 갈등관리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적, 사회적 신뢰 를 높여 우리 사회의 사회자본을 확충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사회통합과 정부 신뢰를 고 양하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기에 공론화 및 갈등관리 역량과 정책 수용의 선순환 관계 에 대한 이해 노력이 지속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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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2020 May

장면 #1: 1779년 어느 날 영국 안스테이(Anstey)라는 소도시에서 네드 러드(Ned Ludd) 라는 직조공이 두 개의 직조기 틀을 부숴버렸다. 동네 청년들에게 조롱당한 후 홧김에 그랬다고도 하고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도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 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후인 1811년에 노팅엄(Nottingham)에서는 루들람(Ludlam)이 라는 젊은이가 망치로 직조기를 때려 부숴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 후 직조기 파괴자들은 조직화되어 활동했다. 베일 속에서 이 운동을 이끈 지도자는 킹 러드(King Ludd) 또는 러드 대장(Captain Ludd)을 자처하며 편지와 선언에 ‘Ned Ludd’라는 서 명을 사용하였다. 최초의 직조기 파괴자였던 네드 러드와 달리 이들 조직화된 직조기 파괴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동 동기 중 한 가지 이유는 분명했다. 증기기관 하나가 수백 명의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고 기계가 새롭게 개선될 때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질 사람들의 일자리가 강탈되는 현실에 절망한 사람들이 가담자 중에서 핵심적인 구성원 이었다.

장면 #2: 한동안 중국에서 화장지 원료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마스크 와 동일한 원료로 휴지가 만들어지니 공장에서 휴지 대신에 마스크를 생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함께였다. 하지만 이것은 가짜뉴스였다. 한 일본인이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 내용을 트윗에 올렸다. 일본에서는 화장지 대란이 일어났다.

이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장지 사재기가 시작되었다. 그와 더불어 통조림, 냉동식 품 등 간편식의 사재기도 함께 일어났다. 휴지와 통조림을 싹쓸이해버려 텅 빈 마트 진열 대 사진과 고객끼리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사진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21세기도 20년 이 지난 시점의 3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가지 일화가 시사하는 바 중 하나는 이렇다. 계기야 어떠하든 갈등은 일군의 집단이 기회를 박탈 당하고 대안을 갖지 못할 때 생겨난다는 것이다. 물론 갈등이 일어나는 때가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갈등은 불평등이 심각할 때에도 일어날 수 있고 경쟁의 규칙이 불

갈등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와 사회갈등

허재준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hurjj@kl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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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할 때에도 일어난다. 기득권과 미래의 헤게모니가 타협하지 못할 때도 생겨난다. 공 동이해를 갖더라도 이해를 타협하지 못할 때에도 생긴다.

여기서는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논의를 일자리 혹은 일자리 기회의 축소 가능성과 소득불평등에 한정하기로 하자. 만일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력이 제약되면 줄어든 일자 리라는 파이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 산은 어떤 갈등을 내포하고 있을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확산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까? 역사적 증거를 보든, 국가 간 비교를 해보든 기술 발달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특정 기업에서 4차 산업혁 명 기술을 채택하여 같은 매출을 적은 인원으로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보고나 사실 확인 은 많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보고는 없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때는 아무리 올려 잡아도 2010년대의 일이다. OECD 국가들을 대 상으로 고찰할 때 2010년대에 고용이 줄어든 나라는 있다. 그러나 경제 운용을 잘못한 남 유럽 국가들이나 스마트폰 시대에 노키아가 경쟁에서 뒤지게 된 탓에 경제 상황이 급격 히 악화된 핀란드와 같은 나라의 일이었을 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과도하게 도입해서 고용이 줄어든 나라는 없다.

19세기 이래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나타나는 장기간의 일자리 변화를 살펴봐 도 미국과 영국에서 그 시기에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는 없다. 미국에서 는 1820년에 288만 개에 불과하던 일자리가 2019년에는 1억 5700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까?

<그림 1> 고용률과 2, 3, 4차 산업혁명(미국)

주: 여기서 고용률은 전체 인구 대비 취업자수 비율로 정의되었음.

자료: https://www.census.gov/library/publications/1949/compendia/hist_stats_1789-1945.html; https://www.census.gov/library/publications/1975/compendia/

hist_stats_colonial-1970.html; https://www.bls.gov/cps/tables.htm#empstat; https://fred.stlouisfed.org/series/POPTHM (2020년 5월 5일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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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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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1855년에 1125만 개에 불과하던 일자리가 2019년에는 3280만 개로 늘어났다.

신기술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같은 양의 물건을 만드는 데 더 적은 수의 사람이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증가한 생산성을 기반으로 그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인간의 욕구 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가가 나타나고,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기 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공급하게 된다. 그로 인해 과거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 는 사실을 <그림 1>과 <그림 2>는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의 절대 수는 줄어들지 않더라도 일자리가 생성되는 속도는 줄어드는 게 아닐까?

2010년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OECD 35개국의 노동시장 성과를 비교해보면 4차 산업혁 명 기술 확산기라고 볼 2010년 이후에 고용증가율이 감소한 국가가 26개국이나 된다.

이를 보면 4차 산업혁명 확산기에 일자리 창출력 둔화가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 럼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이 일자리 창출력을 줄이고 있다면 생산성 향 상 현상도 함께 관찰되어야 한다. OECD 35개국 중 2010년 이전에 비해 그 이후 생산성 이 증가하고 고용이 감소한 국가는 캐나다, 아일랜드의 2개국이 전부로서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득불평등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로부터도 생기지만 일자 리를 갖고 있는 사람 사이의 소득이나 부의 차이가 심할 때에도 생긴다. 자본주의 아래 에서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고전적 주장은 21세기에 토마 피케티에 의해 「21세기 자본론」으로 부활했다.

주: 여기서 고용률은 전체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로 정의되었음.

자료: https://www.bankofengland.co.uk/statistics/research-datasets; https://www.ons.gov.uk/employmentandlabourmarket/peopleinwork/

employmentandemployeetypes/timeseries/lf2k/lms (2020년 5월 5일 검색).

<그림 2> 고용률과 2, 3, 4차 산업혁명(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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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4차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증가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일자리 기회를 제약할까?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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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의 평균수익률(이윤 혹은 이자)은 항상 성장률보다 높았다. 자본을 운용하는 사람이 바뀌더라도, 즉 창의적 기업가가 아닌 유산상속인으로 바뀌더라도, 그리고 금, 채권,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가 어떻든 대체 적으로 자본의 평균수익률은 5% 내외를 유지하였다. 반면 경제의 평균성장률은 인류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0%에 가까웠다. 1~2%를 유지한 기간도 예외적으로 지난 두 세기 동안에만 확인될 뿐이다. 혁명이 일어났던 시기를 제외하면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축적된 재산 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노동소득만 있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커지고 불평등은 심화된다.

부모를 잘 만나 상속받은 재산이 있고 그래서 그 재산 관리를 잘하는 선택권을 갖지 못했다면, 개인적인 선택은 저축을 해서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은 항상 먹 고살 만큼만 주어진다. 주거비, 식료품비, 의료비, 전기수도요금, 보육비, 등록금 등 지출해야 할 돈은 항상 많다. 그러므로 초기의 불평등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과연 그럴까?

경제발전 초기에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다가 일정 단계 이후에는 감소하는 현상을 사이 먼 쿠즈네츠(Simon Kuznets)가 60년 전에 발견한 후 경제학자들은 이 관계를 ‘쿠즈네츠

<그림 3> 최상위소득자 1%의 소득 비중

자료: https://wid.world/world/; https://sites.google.com/site/hminki00/ (2020년 5월 5일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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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쿠즈네츠 곡선

Share of Income Going to the To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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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주요국의 상위소득자 1%의 소득 비중 추이를 최근 100년 이상 의 장기간에 걸쳐 관찰하면 쿠즈네츠가 확인한 바와는 달리 오히려 U자 형태가 두드러진 다. 이를 ‘피케티 곡선’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Piketty(2013)는 역U자가 아닌 제대로 된 U자 형태의 소득불평등도 추이를 제시하며 경제발전과 소득불평등에 관한 쿠즈네츠 곡 선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셈이다.

하지만 피케티 곡선에서 1970~1980년대 이전과 이후를 분리해서 보면 하나의 역U자 곡선이 끝나고 새로운 역U자 곡선이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케티 곡선이 쿠즈네 츠 곡선과 상충된다기보다 서로 다른 시기를 고찰하는 데 따른 해석의 차이일 뿐인 것이 다. 1, 2차 산업혁명 시대부터 시작되어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다가 20세기 초부터 완화되 던 소득불평등이 다시 3, 4차 산업혁명기인 1970~1980년 이후로부터 다시 악화되기 시 작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허재준 2019). 1, 2차 산업혁명기가 증기기관과 전기라는 범 용기술의 영향으로 거대한 사회변화를 일으켰고, 3, 4차 산업혁명기에는 디지털 기술이 라는 범용기술이 다시 거대한 사회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앞에서 일자리와 소득분배에 관해 고찰한 두 가지 사실이 확인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 과 같다.

첫째, 일자리 증가율은 많은 나라에서 2010년 이후 둔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생산성 증가율까지 고려하면 그것은 부적절하다.

둘째, 소득분배 상황도 1970~1980년 이후 악화되고 있다. 새로운 범용기술 확산 초기 에 불평등이 확산된다고 판단되는데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일정 시기 이후에는 소득분배 상황이 다시 개선되리라고 볼 이유가 있다.

이러한 고찰이 시사하는 점 중의 하나는 4차 산업혁명 확산의 영향을 가늠하려면 한두 세대를 넘는 100년 이상의 시간 지평 속에서 고찰하고 판단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아가 비록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이 일자리 기회를 제약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일자리 기회가 과거보다 제약되고 있는 시기와 확산 시기가 맞물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이 일자리 기회를 제약한다고 간주하고, 이와 더불어 소득불평등을 악화 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간주하더라도 그것은 항구적이라기보다는 잠정 적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이 그 자체로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 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의 전개가 낳은 급속한 노동시장 변화가 사회갈등을 유발할 가능 성은 여러모로 충분하다. 그렇다고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발생하더 라도 그 경로 또한 다양하다.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사회제도가 얼마나 유연 성을 갖고 적응하는지에 달려있다. 그에 따라서 갈등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갈등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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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사업 가능성 속에서 어떤 기업가에게는 과거 의 경쟁규범이 불공정한 규범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옛날 규범 순응자와 미래 규범 주장자 간에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최근 전통적 택시회사 및 기사와 ‘타다’ 간에 벌 어진 갈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우리는 겨우 택시운전사와 타다를 만든 기업가 사이의 갈 등을 보는 정도였지만, 변호사와 인공지능 법률자문회사, 의사와 원격진료 의료컨설팅사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다.

기술만으로 갈등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기술이 제공하는 변화의 전기(轉機)에 사회적 요소가 결합할 때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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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big data)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이다. 빅데이터 외에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등이 있다. 빅데이터의 특성은 기존 데이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volume), 다양한(variety) 자료가 엄 청나게 빠른 속도(velocity)로 생성된다는 데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마트폰, 신용카 드, 교통카드, CCTV, 교통 카메라 등 각종 IoT 기기(반도체 센서 + 5G 네트워크)와 인터 넷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몇 년 전 IBM 은 전 세계 데이터의 90%가 최근 2년 동안 생성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미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빅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 아키텍처(Hadoop, Map reduce, ETL 등)와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의해 거의 실 시간으로 분석(analytics)된다. 물론, 아직까지 전체 데이터의 약 0.5%만이 분석되고 있 다는 한계가 있지만, 빅데이터 분석결과는 이미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효율성과 통찰력 을 제공하고, 미래 예측을 통해 경제 와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 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그 림 1> 참조).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가 우리 사회 에 긍정적 측면만 가져온 것은 아니 다. 빅데이터 분석결과의 활용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수많은 데이 터 처리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 가 노출될 위험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Gruschka, N., Mavroeidis,

머리말

빅데이터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 딜레마

서기환 |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khseo@krihs.re.kr)

<그림 1> 전 세계 데이터 증가 추세와 활용 비율

자료: https://www.slideshare.net/AmazonWebServices/analytics-on-the-cloud-with-tableau- on-aws (2020년 4월 1일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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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V., Vishi, K. and Jensen, M.2018). 이 글에서는 빅데이터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과 민감한 개인정보의 노출이 취약해지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개인정보의 이 용과 보호가 가져오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은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았다.

또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대응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개인정보는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노출 위험성이 증가한다. 첫째, 익명 또는 가명처리된 개인정보도 관련 데이터(그것이 비록 개인정보와 연관성이 없는 자료라 하더라도)의 양이 증가할수록 재식별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개 인의 입장에서 공개되어도 무관한 데이터일지라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정보 주체 의 의도와 상관없이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추론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Gruschka, N., Mavroeidis, V., Vishi, K. and Jensen, M. 2018).

2012년 Charles Duhigg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고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민 감한 개인정보의 노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미국의 3대 유통업체 ‘타깃(Target)’의 고객정 보 분석 담당자의 설명과 당시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화1)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타 깃은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게스트(Guest) ID를 부여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고객 관 련 데이터를 모두 연계하였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개개인의 소비패턴 과 성향을 파악, 맞춤형 광고전단과 쿠폰북을 발행했다. 여성 고객의 소비행태를 분석해 출산 및 육아용품과 같이 아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래에 소비가 예상되는 물품들까지 광고전단에 삽입해 소비를 유도하였다. 그 결과 타깃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52%(약 28조 원) 이상의 급격한 매출성장을 실현하였다(Charles Duhigg 2012). 그러나 대부분 의 사람들은 타깃이 2013년 11월 7천만 명에 달하는 고객정보(이름, 이메일 주소, 카드정 보 등)를 해킹 당하는(Larry Digna 2014)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기 전까지 데이터 보안 (security)과 개인정보 보호(privacy protection)의 중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 았다(<그림 2> 참조).

타깃의 사례에서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이슈다. 현대인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개인정보를 생산 하고 누군가와 공유한다.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 이용 동의’는 사실상 필수가 되어버렸다. 개인정보를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이 가져올 경제 · 산 업적 가치는 타깃의 사례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악용 될 때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2) 대부분의 나라에서 개인정

1) 타깃이 15세 여고생에게 출산과 육아에 관한 쿠폰북을 발송, 이를 본 딸의 아버지가 항의했으나 이후 딸이 임신한 사실 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2) 타깃은 이 사건으로 47개 주정부와 워싱턴D.C.에 합의금으로 1850만 달러(약 220억 원)를 지불하였고, 법률 비용과 기타 비용으로 총 2억 200만 달러(약 2400억 원)를 지출하였음(Rachel Abram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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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유출 자체가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만, 무엇보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범죄에 활용되 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도 개인정보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둘 째, 데이터 보안이다. 데이터 보안은 비단 타깃과 같은 대형 소매점만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과 정부기관들은 이들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 와 책임이 있다.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지도 모르 는 비밀정보 보호를 위해서라도 데이터 보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끊임없는 해 킹 도전으로부터 정보보호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많은 비용(최신 보안기술과 장비 도입) 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개인정보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데이 터 보안 문제는 이 정도로만 기술하고자 한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수집한 빅데이터에는 일반적으로 많은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우리나라에서 기업과 정부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나 ‘개인정보 제3자 정보제공 동의’ 등을 요구하는 물음에 응답한 경험 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옵트인(Opt-in) 방식3)의 법률체계를 채택하고

<그림 2> 미국의 연간 데이터 유출건수 및 유출량(2005~2019년)

자료: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73550/data-breaches-recorded-in-the-united-states-by-number-of- breaches-and-records-exposed/ (2020년 4월 2일 검색).

개인정보 보호 vs. 이용

3) Opt-in 방식은 정보주체에게 개인정보 수집, 이용, 제3자 제공 등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에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방 식임. 이에 반해 Opt-out은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한 후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수집, 이용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면 정보 활용을 중지하는 방식임.

(단위: 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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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사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 면 위법행위로 간주되어 제재를 받거나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 4장(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에 따르면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기술적, 관리 적, 물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조치 자체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규모 기업 에게는 부담스러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지만, 자사의 서비스 제공을 통한 비즈니스를 위 해 이를 감수하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은 단순히 서비스 제공만을 목적 으로 하지 않는다. 개인의 건강, 교통, 신용, 위치, 이동경로, 소비성향, 인종, 종교 등 수 많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기업은 새로운 서비스나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고, 경영전략 등 에도 활용한다. 정부는 기존에 없던 새롭고 효율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등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빅데이터와 개인정보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즉 빅데이터에 포 함된 개인정보는 보호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를 더 풍요 롭게 하는 핵심자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사회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이용이라는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그 렇다면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느 선까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어느 선까 지 활용해야 할 것인가? 현재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과 정에서 나타난 개인정보 이슈와 각국의 반응에서 개인정보의 이용과 보호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1번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질병관리본부에 서 확진자 현황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지자체는 확진자가 방문한 지역과 경로를 ‘긴급재 난문자’를 통해 공지하는 등 개인(위치)정보를 바이러스 확산방지에 활용하고 있다. 확진 자 방문지역과 동선은 휴대전화 GPS정보, 신용카드 이용정보, 교통카드 정보, CCTV 등 이 이용되었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데는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 흡기증후군(MERS)의 실패 경험에서 감염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누가, 언제, 어디)가 감 염병 방역에 핵심이라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우수한 ICT기술(<그림 3>

참조)과 인프라도 한몫했지만, 위기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인식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대구에서 31번 확진자에 의한 신천지발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서 여러 나라가 한국인의 자국 입국에 대한 제한 조치를 발표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확 진자 위치와 동선 공개에 대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정부와 시민들 사이에서 부정적 평 가가 많았다. 그러나 3월 한 달을 지나며 모든 상황은 반전되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를 잘 컨트롤하는 데 반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 확진자와 사망 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한국형 모델4)을 배우려는 나라들이 청와대와 질병관리본부에 문

4) 코로나19와 관련한 한국의 모델은 대규모 진단검사, 드라이브 스루, 마스크 착용, 국민건강보험 등 다양한 요소가 있으 나 이 글에서는 확진자 정보공개에 따른 개인정보 이슈만 다루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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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초기 대응에서는 확진자의 위치와 동선 같은 개인정 보 공개를 꺼려하던 유럽국가들조차 감염병의 대유행(pandemic)이라는 전례 없는 사태 에서는 시민들의 건강이 개인정보 보호보다 더 중요함을 인식하고,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일반개인정보보호법)5) 발효로 인해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조치 를 유예하거나 각 국가의 여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의 수준을 달리하기에 이르렀다(Ng 2020). 3월 중순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부터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시작했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통신사를 통해 확진자의 위치추적을 실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5) GDPR은 기존 EU의 개인정보보호지침(Directive 95/46/EC)을 대신해 개인정보 보호 내용을 강화하고 구체화한 유럽 연합의 데이터 보호 법률로 2018년 5월 발효되었음.

<그림 3> 국내 코로나 관련 앱

자료: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624406625672816&mediaCodeNo=257 (2020년 4월 2일 검색).

앱 명칭

코로나맵 100m 코로나맵 신천지 위치알림

개발자 티나쓰리디 이준영 유병철

서비스

확진자 동선 확진자 방문 시 푸시 알림

국내·세계 코로나 현황 코로나 관련 뉴스

확진자 동선

신천지 교회 위치 진입 시 푸시 알림 코로나 관련 내용 미제공

다운 횟수 200만 50만 10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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