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益山)의 백제문화유적과 미륵산성
미륵산 동편 계곡을 끼고 말발굽 모양으로 대규모 복원공사를 완료한 미륵산성
우리 문화유산의 향기 92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에는 백제 무왕 때 건립된 미륵사지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미륵사지석탑이 있다. 또한 신용리의 미륵산성을 비롯해 왕궁리 오층석탑, 제석사지, 백제 무왕과 후백제 견훤의 궁성으로 알려진 왕궁평성(모질메산성), 서고도리의 익산토성과 금마도토성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삼국시대 산성(토성)과 백제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한편 옛 문헌에도 이곳은‘백 제의 무왕이 별도의 도읍을 세운 곳, 옛날 궁궐터, 마한의 궁성터’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1976년 원광대학교 유적발굴 조사결과 백제왕도였음이 밝혀졌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미 륵사지석탑이다. 어느 미술평론가는‘이 탑은 목탑처럼 세련되고 우아한 멋은 적지만, 기하학적이고 규칙성 있는 안정감과 단순한 조형미가 추상화처럼 시각적이고 쾌적하다’라고 말했다. 조금 복잡한 설명이지만, 아무튼 백제인들의 기상이 서려 있어 감격스럽고 믿음직한 맏형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 는 탑이라 생각된다. 올해로 10년째 해체∙보수복원공사 중이어서 탑의 본 모습은 볼 수 없다.
미륵사지 뒤쪽 미륵산(해발 430m)에는 말발굽처럼 생긴 미륵산성이 있다. 산 정상부에 300m가 량의 성벽이 남아 있는데 높이 2~3m, 폭은 5~6m, 둘레는 1,290m 정도 된다. 전설에는 기자조선 (箕子朝鮮)의 마지막 임금인 준왕(準王)이 위만에게 패하고 이곳에 내려와 성을 쌓았다고 해서 기준 성(箕準城)이라고도 부른다. 익산지역의 여러 산성과 백제문화유적들을 보면 풍부한 상상력의 건축 기술과 화려한 공예술을 펼쳤던 백제 미술문화의 높은 수준과 심오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박영순|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