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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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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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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황인학 외 지음

CrEativE EConomy

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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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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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대행 (주)FKI미디어(02-3771-0245)

지 은 이 발 행 인

발 행 처 등록번호

홈페이지 I S B N

초판 1쇄 인쇄 2013년 9월 23일 초판 1쇄 발행 2013년 9월 26일

최병일·황인학 외 지음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제318-1982-000003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7-3 하나대투증권빌딩 02-3771-0001

02-785-0270~3 www.keri.org 978-89-8031-654-0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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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경제연구원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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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KERI Column 등에 게재되었던 것을 수정 및 재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기업가 정신

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시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CIP제어번호: CIP201301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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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최병일·황인학 외 지음

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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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도 나에게 희열을 느끼게 하 는 한 단어를 얘기하자면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나는 기업가

정신(企業家精神)을 꼽는다. 나를 춤추게 하는 말이라면 과장

인 듯싶기도 하고, 스스로 얘기하려니 쑥스럽기는 하나, 사 실 그렇다. 나는 그만큼 기업가정신을 굳게 믿는 신봉자이다.

학교를 마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안정되고 훌륭한 길을 선택할 때 나는 수원의 작은 직물공장에 들어갔다.

그분들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때 나는 경 영 전장(戰場)에서 뼈를 깎는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보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손길승 SK그룹 명예회장(전 SK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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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면 작은 직물공장 선경(鮮京)이 에너지, 통신 분야의 세계적 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50여 년 시간을 함께했다. 내가 가 진 청춘, 열정, 에너지, 지식, 그리고 인생까지 모두 거기에 바쳤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몰입했었다. 그리고 지금 의 나는 그 사실에 아주 만족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에 나는 그렇게 일해 왔다. 내가 한 일 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일천하다. 위로는 정주영, 이병철, 구 인회, 최종현 같은 훌륭하신 분들부터, 지금의 이건희, 정몽 구, 구본무 회장 같은 불세(不世)의 거장(巨匠)들이 걸어온 길 은 바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과정이었고, 역사였다. 물론, 일일이 거론하지 못한 수도 없이 많은 거장(巨匠)들이 있음 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거장(巨匠)들과 대한민국 경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출발선에서는 손에 쥔 것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다 른 하나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또 쫓아오는 각각의 뭔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선경이 SK로 성장, 발전하면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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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통신에 이어 반도체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온 것처 럼 말이다. 삼성의 휴대폰과 반도체, 현대차의 자동차, LG 의 전자와 화학 등은 이미 세계 탑(TOP)이다. 일일이 얘기하 지 않아도 큰 기업은 큰 기업대로,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 에 맞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무엇을 가졌을까? 세계 질서가 경제역량에 의해 재편(再編)되고 있고, 앞으로 더 심화된다 는 점에서 경제력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세계 8위의 무역규모에 세계경제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우리의 오늘을 세계가 부러워하고, 앞 다투어 배우려 한 다. 아니 그것을 넘어 우리는 선진국, 중후진국 모두가 경 계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의 오늘 이 있기까지 그리 시간이 많았던 것은 분명 아니다. 선진국 200여 년 역사를 우리는 불과 60여 년 만에 해냈다. 자원 도 없고, 남북이 분단된 그야말로 혈혈단신의 생면부지 자 갈밭에서 출발한 우리였던 점을 감안해보면, 속내를 잘 모 르는 외부인이 보면 신기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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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을 2013년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창조경제쯤으로 해석하고 싶다. 우리의 크고 작은 경제 거장(巨匠)들이 전장의 상흔만 남아 있던 땅 에서 오늘을 만들었던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출발이고, 실 체였기 때문이다. 또 누구도 그렇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지 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한 대 한민국의 오늘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정확 한 오리지널은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만 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저력이 바로 기 업가정신 그 자체다.

개인적인 얘기로 잠시 돌아가보자. 내가 세상에 출사하 던 1965년 대한민국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 바로 ‘일하는 해’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정 최고지표는 수출이었고, 그 해 1억7천만불 달성이 요즘 말로 KPI(Key Performance Index)였 다. 그때 수출 주력상품은 오징어, 통조림, 김, 쌀 등이었다.

안 먹고 안 입고 내다 파는 데 주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10대 수출품 중 최고는 바로 합판이었다. 요즘 세대들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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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어느 나라 얘기 아니냐고 질문을 받을 것이다. 그 러나, 불행히도 분명히 우리나라의 50여 년 전 역사였다.

이 칼럼집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너무 식상하다’는 소리 를 들을지 모르겠으나, 이만큼 우리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 여줄 수 있는 실례(實例)도 많지 않다. 이를 오늘의 지표로 다시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총 수출은 5,479억불이다. 세계 7 위이다. 2011년 7위에 올라간 이래 7위를 지키고 있다.

5,695억불을 수출한 6위 프랑스와 불과 2백억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내가 선경에 입사하던 65년의 대한민국 수출 액이 1억7천만불이던 시절과는 이미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 다. 당시 선경도 매출 1억에 불과했지만, 지금 SK는 150조 를 넘나들고 있다. 경천동지 그 자체다.

그 저력은 무엇일까? 지난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은 자 동차, 반도체, 선박, 핸드폰, 석유화학, 전자제품 같은 상품 이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을 상상해보시라. 바로 어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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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도 우리가 원천 소스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선진 기업들에 의해 강한 경계의 대상이란 부분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내가 생각한 결론은 바로 절박함이다. 다른 나라나 기업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여전히 오징어 잡아서 수출해야 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 한다’는 절박함이다.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거장(巨匠)들이 선택 한 길은 SK식 표현으로 ‘수펙스(SUPEX)’라는 방식이었다. 나 는 이것을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른다. 방식은 다르겠으나,

‘다른 국가, 기업들보다 높은 목표 수준을 설정하고, 성공하 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여기에 민관 의 협력과 리더십이 더해졌다. 풀어서 설명하면, ①해야 한 다는 사명감 ②할 수 있다는 자신감 ③해내고야 말겠다는 도전정신 ④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동반정신이 바로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다. 사람을 빼고는 자원이라곤 없었던 대한 민국이 60여 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선진국, 선진 기업의 경계 대상이 된 성장동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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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실로 돌아와보면, 지금 우리는 산업화 중심의 성 장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혹자는 거시경제의 선순환이 어느 지점에서부터 잘 돌지 않는다며 이를 동맥경화로 표 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2013년의 용어로 민관(民官)의 모든 거장(巨匠)들이 창조경제(創造經濟)를 얘기하고 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방식에 있어서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부러운 국가, 기업들이 많이 있 다. 기업가정신도 산업화 시대와는 다른 창의(創意)와 혁신

(革新)을 키워드로 한 창조경제 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기업가정신의 방정식을 풀어나가는 출발선을 만들 것 이다. 16명의 저자가 다양한 시각에서 그 실마리를 충실하 게 제공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기업가정신의 A에서부터 Z까지를 조명하는 면에서, 기업가정신이 현재의 동맥경화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나 혁신과 창의라는 새로운 키워드의 기업가정신으로 창조경제를 어떻게 융성(隆盛)하게 할 것인지 제시하고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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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니, 독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 방정식을 풀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한다. 기업가정신이란 말이 더 많은 거장(巨匠)들 을 춤추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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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의 글을 시작으로 경 제계, 언론계, 학계, 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열 여섯 분의 귀중한 글 17편을 3개의 장으로 편성한 것이다.

제1장에서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 제2장에서는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밝힌다. 기업가정신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성공은 물론 저성장의 늪 에 빠진 한국경제를 일류 선진국을 향해 달리도록 하는 데 핵심조건임도 강조한다. 제3장에서는 그렇게 하기 위한 전 략과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평가)이 2011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송병락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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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년 말에 EU 선진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한 바 있 다. 그런데, 실제로 저성장의 결과를 넘어서지는 못했으나 EU 선진국 평균에 근접했다. 요는 한국이 이미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이 핵심 성공요인이 되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 이다. 한국을 그런 선진국으로 끌어 올린 가장 중요한 요인 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이것이 제1장의 주제이다.

미국의 잉크매거진 편집장인 조지 젠드론이 경영학의 시 조 피터 드러커에게 “기업가정신 발휘에 있어서 세계 최고 는 역시 미국이 아닙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드러커 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그 점에 있어서 세계 제1 은 의문의 여지없이 한국이다(피터드러커의 《Next Society》).”

한국의 수출은 1964년 1억 달러에서 2011년 5천억 달러를 넘었다. 이런 경제 기적을 창출한 것이 바로 한국 기업인들 의 기업가정신인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런 경제 기적을 창 출할 기업가정신은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그의 글에서 잘 지적 한 바와 같이 안타깝게도 “2000년대 IT버블 이후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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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전반적으로 기업가정신의 침체를 겪고 있다.” 이것이 한 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다. 이 점에서 한국 경제연구원이 기획한 이 책은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운명은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잘 살리 고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최병일 원장의 말처럼 “창조경제 가 어쩌면 대한민국에 주어진 마지막 위기 탈출 기회일지 도 모른다.” 제2장의 글을 쓴 다섯 분의 저자는 모두 기업 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은 한국경제의 제2 도약을 위해서,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 교수와 추창근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창조경제의 성공 을 위해서,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창조경영을 통한 한국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김용열 홍익대학교 경영학 교 수는 한국 기업의 혁신 성공을 위해서 각각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3장에서 다섯 분의 저자는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핵 심적 전략과 정책방향을 잘 지적하고 있다. 정혁준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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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발, 반성식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벤처경영학 교수는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한 구체적 정책대안, 고영하 한국엔젤투자 협회장은 창조대국 건설방향,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 단 사무총장은 기업가정신의 올바른 교육방향, 그리고 홍 대순 ADL코리아 부회장은 사내 기업가정신 개발의 중요성 을 각각 강조한다.

이 책에는 대단히 중요한 내용들이 매우 많다. 몇 가지 예를 보자. 권오용 전 SK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시 작 이후 이룩한 경영성과는 매출액, 고용, 주식시가총액 기 준 등으로 보면 잭 웰치(GE)나 스티브 잡스(애플)를 크게 앞선 다고 했다. 필자는 한국에 외국의 기업경영인들을 능가하 는 인재들이 수없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세계에서 기업 인 조찬 강연회가 제일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기업경영 연 구모임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바로 한국의 경영인들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그의 글에 서 “인구 100만 명당 대기업의 수는 한국이 7개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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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2분의 1, 독일 21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 다. 실제로 미국 《포춘》지의 통계에 따르면 월마트 한 회사 의 종업원이 무려 220만 명이나 된다. 반면 한국에서 종업 원 300명 이상인 대기업은 모든 업종을 포함해서 3,334 개인데, 이들 기업의 종업원 수를 모두 합해도 260만 명에 불과하다(통계청한국통계연감, 2012〉). 한국에는 세계적인 대기 업의 수도 적고 규모도 작기 때문에 일자리 부족이 심각하 다. 그러나 월마트 같은 회사 2개만 만들면 실업 문제는 저 절로 해소된다. 오히려 인력난이 심해질지 모른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조직에는 미^일^독의 3대 유형이 있다고 했다. 한국은 이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가? 드러 커는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 없으므로 모방은 안 된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조직이나 경영 이 바로 최고라는 것이다. 한국은 그 어느 것도 모방할 것 이 아니라 모두의 강점을 융합하여 앞서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융합 전략의 핵심이다.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한국의 대기업 조직이나 경영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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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생각대로 뜯어고쳐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를 모르 는 사람이다. 한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생산요소를 잘못 가르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많은 교과서들이 생산요소로 노동, 자본, 토 지 및 기업가정신의 4가지를 언급하는데, 한국에서 가장 인 기 있는 미국경제원론서인 맨큐의 《경제원론》에서는 생산 요소는 기업가정신을 빼고 노동, 자본, 토지의 3가지라고 한 다. 생산에 공헌한 대가로 노동은 임금, 자본은 이자, 토지 는 지대 그리고 기업가정신은 이윤을 각각 받는다. 그런데 기업가정신을 제외하면 노동자들이 이윤도 차지해야 된다 는 논리가 된다. 이는 노사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부품시장에서는 협력전략, 제품시장에서는 경쟁전략, 특허시장에서는 전쟁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그리고 혁신제품으로 끊임없는 창조 적 파괴를 일으킨다. 차원 높은 기업가정신이 성공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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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인이 된다. 조지프 슘페터는 이처럼 세계적인 ‘대기업’들 의 차원 높은 ‘기업가정신’과 끊임없는 ‘혁신’적 제품의 개발 을 통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전략’을 중시한다. 피터 드러커는 이런 5가지가 중요하게 되는 경제를 ‘슘페터 경제’

라고 한다. 자본주의 2.0이 케인즈경제시대라면 자본주의 3.0이후는 슘페터경제시대가 된다.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교육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학교 교수 는 앞으로 한국은 두 가지 즉, 주식회사와 자본주의시장경 제를 잘해야 된다고 했다. 그의 연구실에서 들은 말이다.

그는 1750년까지 한^중^일 등 동아시아가 서양을 앞서 있 었는데, 그 후 서양이 동아시아를 추월하게 된 것은 서양의 이 두 가지 발명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나라든 이 두 가지 를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주식회사를 잘되게 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고 시장경제이다. 앞으로 민간은 기업가 정신을 잘 고취하고 정부는 시장경제시스템을 잘 정착시켜 야 한다. 최병일 원장은 특히 정부가 이스라엘처럼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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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정신을 꽃 피우고, 기업가정신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어야 창조경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한다. 이는 다른 많 은 저자들도 강조하는 바이다.

필자는 이 책을 펼치고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내렸다.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열여섯 명의 저자 가 각각 다양한 배경과 시각에서 아주 쉽게 설명해서 중고 등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경 제가 극심한 침체의 늪을 빠져나와 다시 한 번 일류 선진 국을 향하여 힘차게 달리는 데 이 책이 힘을 보탤 수 있으 리라 생각한다. 절박한 때에 단비와 같은 책을 기획출간해 준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병일 원장과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저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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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의 감초처럼 경제 관련 세미나에서 빠지지 않는 질 문이 있다. “신성장동력이 뭡니까?” 한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스웨덴…… 최근 몇 년간 국제경제컨 퍼런스에서 내게 이런 질문을 한 국가들이다. 이는 2008 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모든 국가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무엇이 신성장동력일까? 처음 이 질문에 맞닥뜨렸을 때, 난 환경산업, 바이오산업,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등이 신성장 동력일 것이라고 답하곤 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선진국 의 규제강화 추세, 중국경제의 급부상에 따른 세계 에너지 수요의 급증, 화석연료의 고갈, 평균수명의 연장, 고령화 추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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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세 등을 이유로 덧붙이며 말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난 대답을 바꾸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꾸기로 했다. 그 계기 는 이스라엘 방문이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영감을 제공한 책으 로 알려진 《창업국가(Start-up Nation)(세노르, 사울싱어공저, 2010) 는 사방이 적대국가로 둘러싸여 있고, 매일 어디선가 폭탄 이 터지고 테러 위협이 끊이지 않는 첨예한 갈등과 팽팽한 긴장의 이미지로 알려진 이스라엘이, 알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 득한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이스라엘-아시아 비 즈니스 써밋’에 연사로 초대받아 그 창업국가의 현장에 발 을 디디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화, 고령화를 겪는 아시아경 제에 이스라엘의 기술과 혁신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화두를 던져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써밋 프로그램 중 하나는 《창업국가》 첫머리에 소개된 배터리 생산・보급 회사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 방문이었다. 베터플레이스 는 젊은 기업가 샤이 아가시의 전기자동차 상용화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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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현실로 바꾸는 곳이었다. 그는 이스라엘 전역에 전기차 동력 제공을 위한 배터리 충전, 교환소를 설계하는 ‘전기차 전원공급망’을 구상했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전기차에 동력 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전기차도 기름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석유의존에서 벗어나 친 환경 재생에너지로 굴러가는 전기자동차라니! 사방이 적이 자 중동 산유국들로 포위된 이스라엘이 전기자동차를 실 현시킨다는 것은 제2의 건국 선언만큼 벅찬 일이다. 베터플 레이스의 꿈엔 덴마크,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도 동참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귀국한 다음날, 베터플레이스가 파 산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전기차 공급 지연, 배터리충전소 망 구축 지연에 따른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 파산 원인이라고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우 려되던 석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 되는 등 세계 에너지시장의 지각변동도 베터플레이스의 궤 도 이탈을 부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샤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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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시의 불가능한 꿈은 여기까지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베 터플레이스의 좌초는 그의 비즈니스 모델의 좌초이지, 전기 차의 미래를 꿈꾸는 다른 도전자들의 좌절을 뜻하지는 않 을 것이다.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우뚝 서게 한 기업가정 신이 살아있는 한, 아가시의 도전과 좌절은 다른 이의 도전 으로 이어지고, 설령 그가 좌절한다 해도 또 다른 도전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신성장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 의 새로운 답변은 “기업가정신”이다. 나의 부연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기업가정신을 창달하고 진흥하는 국가는 지금 당장 그 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어도 희망의 미래 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지만, 기업가정신과 질주하는 탐욕 을 동의어로 간주하고 속박하며 옥죄는 일에 골몰하는 국 가는 당장의 경제 상황이 넉넉하다고 해도 깜깜한 암흑 같 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기업 가정신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이 되었다.”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선견지명,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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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발상의 전환과 도전정신, 남과 다른 경쟁우위를 만 들어내고 유지하려는 혁신정신,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욕 구를 다른 경쟁자보다 더 빨리 더 만족스럽게 채워주려는 상인정신의 총집합체인 기업가정신. 박근혜 정부가 국정패 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의 관건 역시 기업가정신이다.

독립주권국가가 된 후 20세기 절반을 서구의 선진산업국 을 추격하는 데 다 보낸 대한민국에게 21세기가 부여했던 시대적 과제는 이제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혁신적 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압축고도 성장의 신화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성장률 2%가 일상화되고 버젓한 일자리는 점점 만들기 어려우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중인 고령화의 은빛 쓰나미를 맞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우리 의 운명을 개척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박근혜 대통령은 창 조경제라는 패러다임 변화로 풀어가고 있다.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이 이루어내야 하는 창조경제는 슘페터가 꿰뚫어 본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전의 요체인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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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과정을 통해, 무역주도형 경 제에서 무역과 내수가 동시에 견인하는 쌍끌이 경제로 전 환하면서, 성장-일자리-복지가 연계되는 확대선순환 균형경 제의 정착일 것이다. 이런 창조경제를 우리 것으로 만들려 면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현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 환 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그 관건은 정치권이 쥐고 있다.

창조경제의 기본 틀을 제도화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한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무 엇인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연한 시장 환 경을 효율성과 형평성이 서로 조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 성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융합’을 위한 부문 간 벽 허물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관계 충돌 조정 역시 정치의 영역이다.

한국정치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간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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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만으로 가늠한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역대 정부가 추진하였던 벤처산업 육성, 지식기반경제, 서비스분야의 산 업화 등 대한민국을 변모시키겠다는 집권 초기의 거대 구 상들은 요란한 팡파레를 울리며 시작되었지만 모두 도상계 획에만 머물렀다. 기득권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져올 변 화를 거부했고, 집권세력은 반대세력을 설득할 전략이 부 족했으며 과감하게 돌파할 결단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 치의 참담한 실패는 내수 확대 구호만 요란할 뿐, 일자리의 70%를 책임져야 하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그 시절에 비해 달라진 것 없이 골목상권만 과밀포화상태로 치닫게 했다. 서비스분야의 버젓한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이루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 창조경제가 산업분야의 융・복 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려면 기존의 산업별로 분절된 정책 환경을 한 그릇에 넣고 비벼 내며 혁신해야 한다. 기득권의 보호논리에 길들여진 부처 할거주의를 온실에서 드넓은 벌판으로 끌어내어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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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판 정책 대통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 정부 의 창조경제 구상이 또 다시 한국정치의 실패와 마주한다 면 한국경제는 풍파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엔진이 꺼져가 는 배의 처지와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에겐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데…… 창조경제가 어쩌면 대한민국에 주어진 마지막 위기 탈출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들은 알 고 있을까.

이스라엘 방문에서 만난 사울 싱어와의 두 시간 넘는 대 화에서, 그는 자신의 책 《창업국가》를 통해 두 가지 메시지 를 던지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스라엘은 창의와 혁신 으로 무장된 기업가정신이 넘쳐나는 국가라는 것, 그리고 정부가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기업가정신을 꽃피게 했다는 것. 창조경제의 돛을 올리려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가장 필 요한 것도 바로 이 두 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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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윤상호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황인학

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한정화 오너와 기업가정신・권오용

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이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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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다 제1장

발간사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손길승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송병락

프롤로그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최병일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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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권혁철 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추창근 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김영욱 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박남규 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김용열

101 117 133 150 165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창조경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키워드로서 기업가정신을 말하다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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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정혁준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반성식

창조경제를 넘어 창조대국으로・고영하 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금기현 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홍대순

185 202 218 228 255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전략과 방향을 논하다 3장

에필로그 창조경제의 요체는 기업가정신・황인학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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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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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의 출범과 함 께 화두로 던진 창조경제론(creative economy)에 대한민국 모 든 이의 눈이 쏠리고 있다. 각 정부 부처의 새로운 수장들 은 창조경제론에 기반을 둔 정책의 개발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학자와 연구기관들은 창조경제의 의미와 당 위성에 대한 검토에, 기업들은 창조경제론으로 인해 변화하 거나 새로 도입될 정책들을 예측하는 데 모든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창조경제론이 향후 5년간 추진될 경제정책들 의 중심축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이러한 관심과 집중은 당연하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창조경제 , 창조적 파괴 ,

그리고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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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론과 슘페터

창조경제론을 접하는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경제 학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슘페터(Schumpeter) 교수의 ‘창조 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일 것이다. 슘페터 교수 가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라는 저서를 통해 약 70년 전에 처음 거론한

창조적 파괴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업가정신을 통해 시장질서가 끊임없이 탈바꿈하는 과정, 즉 계속되는 기업가 의 도전과 노력으로 기존의 제품, 생산과정, 그리고 시장관 행과 구조 등이 파괴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치열한 경쟁 속 에서 누구보다 먼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매진하는 기업가에 의해 기술 혁신이 가능해지고 신시장이 창출되며 경제도 발전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시장경제의 원리를 말하 기도 한다.

슘페터 교수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를 이해한다면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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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한 개념으로만 다가오던 창조경제의 실질적 의미를 어느 정 도 파악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경제정책의 기반이 될 창조 경제란 적어도 필자가 이해하기에는 슘페터 교수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통한 선순환적 경제구조, 즉 기업가 정신을 통한 변화와 혁신의 움직임 속에서 경제적 기득권 의 파괴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경제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한민국 경제를 기존의 생산 중심적 산업에서 벗어나 지식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구조로 패러다 임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표출하는 수단 이기도 하다. 이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시기적절한 방향 제시이며, 오늘만이 아닌 미래에도 항시 잊지 말아야 할 경제정책의 원칙이기도 하다.

창조경제의성공적안착을위해 간과해서는안되는것들

하지만 창조경제론를 이해하거나 정책적 기반으로서 그 성공적 안착을 위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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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은 기득권과 관행을 혁파해 나가는 것

우선, 기업가정신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오해다. 많은 이 들이 한국 사회, 특히 젊은 세대에서 위험 회피적 성향이 강해졌다고 거론하며 위험에 대한 선호와 모험이 다시 필 요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그런 무 조건적 혹은 무한적 도전정신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은 특정인에게만 이윤의 기회로 포착되어진, 고착화된 경제적 기득권과 관행 등을 고도의 계산과 치밀 한 계획을 통해 혁파해 나가는 도전정신을 말한다. 즉, 기 업가정신은 사회구성원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 이 아니라 각 구성원이 미개척된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창의적 선구안 및 계획을 구체화하는 실행능력 여부, 시장 경쟁을 통한 혁파적 과정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 진 결과에 수긍하는 사회적 유연성 혹은 사회적 자본이라 는 제도적 기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어느 방향에서 표출될 것인가

또한 기업가정신이 어느 방향에서 표출될 것인가도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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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긍정적 요소뿐만 아니라 부정적 요소도 갖고 있다. 특히 기업가정신이 경제학자들이 지대 추구 활동(rent-seeking activity)으로 간주하는 경제적 행위, 즉 정부의 규제와 정치권의 특혜로 만들어지는 경제적 지대 나 우월적 지위를 얻기 위한 소모적 경제활동으로 표출된 다면 창조적 파괴가 아닌 파괴적 창조(destructive creation)라는 결과로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게 된다.

특히 창조경제론 혹은 지식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구조로 의 전환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는 정책들이 실제로는 기 존의 경제적 지대의 소유권자만 새로 선정하거나 새로운 경제적 지대를 만드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정책입안 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실제로 지식경제로의 경제구조 전환이라는 과제 중 대부 분이 소프트웨어, 콘텐츠 제작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정부 의 재정적 지원정책으로 이어져 정작 창조경제로의 전환에 쓰여야 할 대부분의 국력이 값싼 정부지원자금이라는 특 혜만을 가장 먼저 탈취하기 위한 노력으로 소모되는 부정 적 기업가정신으로 표출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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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란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시장을 개척하는 경 제체제를 뜻한다. 정부가 이 미지의 세계를 이미 알고 있 는 것처럼 특정 기업군이나 산업에 대한 특혜만을 강조한 다면,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창조경제의시작은기업가정신의정상작동을막는 시장규제가무엇인지밝히는것에서부터

창조경제의 시작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요구하는 변화 를 파악하고 창조적 파괴라는 과정을 통해, 경제발전을 견 인하는 기업가정신의 정상적 작동을 막고 있는 시장규제 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창조경제론에 제대로 부합할 수 있는 정책은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 는 특정 산업, 기업군, 그리고 소득계층의 부양을 위한 재 정 및 세제 지원과 같은 보이는 손의 역할이 아니다. 창조 적 파괴라는 본래의 기업가정신이 표출될 수 있도록 시장 의 원칙과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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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 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제도의 개선이다.

또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시장질서와 경제적 결 과를 기업가의 혁신과 노력의 정당한 산물로 수긍하는 사 회적 합의까지 더불어 이끌어낼 수 있다면 창조경제론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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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나라의국력은나라가 유하고있는군함의수가아니라나라에내세울만한 간기업이있느냐로가늠하는적합하다. 예를 미국은 2001기준으로 그런 기업들이 550 개나 반면, 북한은하나도없다. 또한민간기업의수가많을수 나라의정치적자유도높다고봐도무방하다.1

- J. Micklethwait & A. Wooldridge(2005)

1  “Today, the number of private-sector companies that a country boasts- the United States had 5 1·2million corporations in 2001, North Korea, as far as we can tell, none-is a better guide to its status than the number of battleships it can muster. It is also not a bad guide to its political freedom”

(p.xx). John Micklethwait & Adrian Wooldridge, 『The Company-A Short History of a Revolutionary Idea』, Chronicles Book, 2005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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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6.25전쟁 당시 UN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MacArthur) 장 군은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회복되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 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 종군기자로 왔던 영국의 타임지

(《The Times》)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핀다

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 다”며 한국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봤다. 부존자원, 자본, 기 술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전쟁 은 그나마 남아 있는 것마저 파괴하고, 나라와 국민을 더 궁핍하게 만들었다. 외국의 구호물자를 받아도 보릿고개를 넘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묵은 곡식은 떨어 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먹을 게 없는 춘궁기(春窮期) 는 태산보다 넘기 어려웠던 시대였다. 경제개발계획이 추진 되기 직전인 1961년에는 필리핀만 해도 우리보다 세 배나 잘사는 선진국이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2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저개발 농업 국가에서 근대적인 산업국가로 기적처럼 변신했다. 쓰레기

2  1961년도한국의 1인당 GDP 91.6달러, 필리핀은 260.2달러였다. 2009년도 에는한국 17,078달러, 필리핀 1,752달러이다(자료: World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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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에서는 장미가 피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 주화를 동시에 꽃피우는 기적을 일궈냈다. 2009년 11월 에는 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가입하면서 피지원국이 지원국으로 지위

를 전환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From Chips To Ships.” 말 그대로 반도체 칩에서부터 자동차, 선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수출을 하는 제조업 강국이며, 201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상품 수출 을 많이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비 약적인 증가를 거듭해 2만 달러에 이르고, 필리핀을 포함 해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대한민국은 ‘코리안 드림’을 이루 기 위해 가고 싶은 동경의 나라가 되었다. 보릿고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이 낱말은 국어사전을 찾아봐야 이해할 정 도로 가난의 ‘보릿고개’는 지난 역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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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한국의산업발전과정은 창업 1세대의도전과성취의과정

저개발 농업국 상태에서 50년도 되지 않아 선진 공업국 으로 도약한 한국경제의 발전 과정은 놀랍다. 부존자원은 물론이고 산업 인프라도 없고, 자본과 기술,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철강, 정유・화학,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발전한 것은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한국경제의 기적은 저변에 우리 국민의 높은 근면성과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인적 자원 외에 는 사실상 아무것도 내로라 할 게 없는 상태에서 선진 공 업국으로 도약한 데에는 개발연대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 신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산업 인프라와 자본, 기술을 제대로 갖춘 선진국 기업들도 감히 하지 못한 대규모 투자 를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도전정신으로 불모지(不毛地) 환경 에서 감행하고, 온갖 시련을 혁신적인 발상으로 극복하면 서 성공에 이른 과정은 삼성, 현대, LG, SK, POSCO 등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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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을 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한국 산업의 발전 과정은 이들 창업 1세대들의 도전과 성취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은 이미 존재하는 생 산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해 신제품을 만들거나 또는 혁신적 인 방식으로 재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원의 것이 아 니었다. 자본, 기술, 주변 인프라, 경험과 같은 주요 생산요 소가 부족한 상태, 즉 사실상 무(無)에서 산업을 만들어내 는 그런 정신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이 높이 평가되고 국내외 경영학계의 연구대상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그런 에피소드는 많다. 현대그룹 창업자로서 지난 3월 21일자로 타계 10주기를 맞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경 우만 봐도 경부고속도로와 소양강댐 건설 이야기, 미국의 반대를 이겨내면서 1974년 자동차 독자 모델 ‘포니’를 만들 어 성공시킨 이야기,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유조선 건조 계약을 따내고 1974년 6월에 조선소 건립과 함께 동시에 2척의 배를 성 공리에 진수해 세계 조선사에 전무후무의 기록을 세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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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야기, 1984년 폐유조선을 이용해 서산방조제 물막이 공사 를 마무리한 이야기, 일본에 밀려서 다들 안 된다던 88서 울올림픽을 성공리에 유치했던 이야기 등등 영웅적 서사시 와 같은 사례들이 넘친다.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요 소이다.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 부존자원이 부족했 어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게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고, 더 잘 살려면 기업가정신이 계속 확산되어야 한다. ‘기업가적 발견(entrepreneurial discovery)’ 이 계속되지 않으면 우리와 똑같은 풀 세트 제조업 구조를 가진 중국에게 금방 추격당해 지금 가진 세계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다행히 이제는 자본도 있고, 기초・원천기술은 아직 미흡하지만 제조기술, 상용화기술은 많이 나아지는 등 과거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개발연대에 비해 물적 환경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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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족 100만명시대, 청년층기업가정신약하기때문

그런데도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며 걱정하 는 이들이 많다. 과거 개발연대에서 보던 모험투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할 의 지도 없는 청년백수, 이른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1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청년층의 기업가정신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창업 1세대들이 20대에 창업했던 것에 비하 면 지금 청년들의 기업가정신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 자를 고용하는 등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이때 이들이 중소기 업에 취업해서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도전정신을 발 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대기업의 수가 상대적으 로 적기 때문에 대기업에 일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취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업가정신과 관련, 또 다른 문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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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를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많고 대기업은 적은 편이라 능력 있는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 으로 도약하는 사례가 종종 있을 법한데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조업 부문에 국한해서 볼 때, 인구 1만 명당 대기업 의 수는 우리가 0.07개로, 일본(0.14)의 2분의 1, 독일(0.21) 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에 인구 1만 명당 소기업의 수 는 우리가 9.7개로 독일의 7.1개, 일본의 5.8개에 비해 월등 히 많다.3 이처럼 중소기업의 개체도 많고, 한계선 위에 있 는 중소기업도 있다. 이런 중소기업은 상당히 우량해서 대 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해 보이는데도 실제 성장사례 는 대단히 희소하다. 왜인가? ‘키우지 못한다’면 몰라도 키 울 수 있음에도 ‘키우지 않는다’면 뭔가 단단히 문제가 있 음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곧 중소기업을 졸업해야 할 만 큼 건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은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3  2007통계, 여기에서대기업은종업원 500이상기준이며, 소기업은종업원 10~50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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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 기업인의 55%가 사업을 축소하거 나 외형적인 확대를 포기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 중소 기업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한 것이다.

기업들의 ‘피터팬신드롬’은 이중적인기업정책탓

능력이 있고 성장의 기회가 있어도 중소기업으로 남기 위해 애쓰는 까닭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 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소기업이 되면 지원과 보호, 동 정을 받지만 대기업이 되면 지원이 끊기는 동시에 질시와 비판, 규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회와의 관계 적 측면에서 보면 중소 규모로 남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 은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중소기업으로 계속 머물고자 하는 일종의 기업들의 ‘피 터팬 신드롬’은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는 이 중적인 기업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최근 들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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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는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많이 강조한다. 대기업이 좀 더 양보하고 솔선해서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지원하라는 압박인데, 기업을 키우지 않는 것이 유 리한 선택이 되도록 만든 정부정책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기업가정 신을 고양시키려 한다면 가장 먼저, 기업을 키우는 것이 유 리한 선택이 되도록 경제제도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4

4  이중적기업정책의자세한내용은음선필(2009), 『한국경제의선진화를위한 제도개혁과제』, 한국제도경제학회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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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구현을 핵심 국정기조로 내 세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한때 창조 경제가 무엇인지 개념 정의와 실현 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 었지만,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창조경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논의 중에 공통분모를 뽑아보 자면 ‘국민 개개인의 창조적 역량 발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식, 기술, 문화의 융 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며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 해 궁극적으로 국민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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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 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20세기 후반 우리 경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일 본 등의 선진국을 모방하는 추격형(fast follower) 성장전략을 추진했으며,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경제성장 을 이루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른 시점에서 한계에 직면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개발도상국은 턱밑까지 따라와 우 리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이 창조경제이다.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 만, 누가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 다. 창조와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위험부담은 누가 질 것인가, 결국은 기업 가가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고, 기업가의 창조성과 도전정 신, 즉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답이다.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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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기업가정신

한국이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탁 월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성취 욕과 성공체험의 선순환’ 때문이었다. 높은 성취욕을 바탕 으로 도전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게 되자 긍정적 피 드백의 사이클이 가속화되어 온 것이다.

사실 1960년대 이전 한국인의 성취욕은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존 의 욕구는 강렬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빈곤의 악순환 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60년대 고도 경제성장 과정 에서 정책적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성공적인 결과가 나타나 자 ‘배고픈 자의 정신력(hungry spirit)’이 ‘하면 된다(can do spirit)’ 의 도전정신으로 전환되었다.

19세기 말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은 조선 사회와 민중을 본 후 무지하고 게으르며 더러워서 발전의 가능성 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연 해주로 이민을 온 조선 사람들을 보고 일말의 가능성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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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했다. 그가 진단한 바에 의하면, 조선 사람들의 생산 의 욕이 저조한 원인은 그 당시 착취를 일삼는 사회정치체제 에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기업가정신이란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내가 열심

히 노력하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실현 할 수 있다는 보편적 믿음이 그 사회에 존재하는가가 핵심 인 것이다.

20세기 중반 한국 사회는 식민지 상황과 전쟁을 경험하면 서 기존의 사회질서가 무너졌고 결국 자신의 노력으로 생존 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 이와 함께 유교주의 문화권에서 형성된 높은 교육열과 고등교육의 보편화가 성취 욕 형성과 선진국 추격을 위한 학습역량의 기반이 되었다.

사람은 교육을 받으면 세상을 보는 안목이 형성되고 보 다 나은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된다. 60년대에 이를 실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자 우리는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정부 주도형 ‘당근과 채찍’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 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80년대 후반 한국의 기업가정신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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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산업화시대의 기업가정신에서 지식정 보화시대의 기업가정신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90년대 후반에 나타난 벤처 붐은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했 지만, 2000년대 초반 그 벤처 붐이 꺼지면서 새로운 흐름은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새로 운 양상이 나타나면서 제2의 벤처 붐이 일어날 가능성을 보 여주고 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많은 비즈니 스 모델이 나타났고 바이오, 그린, 메디컬 등의 분야에서 시 장 확대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이 러한 현상이 창조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지수 60 50 30 40

20 10

-20 -10 -0

-30

00 01 02 03 04 05 06 07 08 09

한국은행 SERI

자료 |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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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긍정적인 신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관적인 진단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IT 버블 이후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기업가정신의 침체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 석한 기업가정신 지수5에 따르면 2000년 49.6에서 최근 -2까 지 하락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가정신 지수6가 2000 년 55.5에서 최근 -22.1까지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지수가 다소 제조업 중심으로 측정되었지만

5  기업가정신지수(한국은행): 제조업체증가율+(실질설비투자증가율- GDP성장 )+민간연구개발비증가율

6  기업가정신지수(삼성경제연구소): 사업체수증가율+실질설비투자증가율+수출 증가율

경제성장 단계별 창업 유형

창업수

경제성장 중진국 후진국

생계형 창업

선진국 기회추구형 창업

자료 |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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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로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가 낙후된 상태에서 취업의 기회가 부족할 때는 생계추구형 창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안정될수록 위험도가 높은 창업에 대한 선호도가 약화되고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 호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시장의 기회 가 늘어나면 기회추구형 창업이 늘어나면서 창업이 다시 활성화되는 U자형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중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옮겨가는 위치에 있다. 아직도 생계형 창업이 많아서 실패율이 높은 반면, 기회추구형 창 업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또한 성공률도 높지 않은 진퇴 양난(stuck-in-the-middle)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기업가정신의 침체원인

그렇다면 기업가정신 침체의 원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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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업의 위험은 점점 높아지는데, 성공의 기회는 계 속 줄어드는 사회현상 때문이다. 즉 위험대비 보상의 불균 형으로 인해 우수인력의 창업활동이 저조해지고 있다. 신 기술이나 첨단기술을 활용한 창업은 성과에 대한 불활성 성이 높은 본질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현실 은 실패에 대한 창업자 개인의 위험부담이 과도하게 높은 편이다. 이는 사업 실패 시 회사 부채가 개인부채로 전환 되어 인생 실패로 연결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 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 벤처버블 붕괴과 정에서 벤처기업인들의 실패 사례도 기업가정신 위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둘째,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정착 되지 못하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다 보니 기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재벌기업의 성장은 한국경제 발전 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기업하 기 어려울 정도로 갑을(甲乙) 관계가 고착화된 것도 반 기업 정서 형성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기껏 기술개발하고 인력 양성했더니 대기업에서 다 가져가더라’, ‘연구해서 생산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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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췄더니 다 뺏어가더라’는 중소기업의 울분과,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의 고착화는 중소기업의 기업하고자 하는 의 욕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과거 개도국 시절의 ‘헝그리 정신’과 ‘하면 된다’는 정신이 소멸되었다는 사실이다. 절대적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어렵고 위험한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신이 약화 된 것이다.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것은 경제발전 과정에 서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가 되기는 하나, 선진국 에서처럼 기회추구형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호작용을 일 으키면서 문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어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예컨대, 성공의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현상으로 인해 청년들은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게 되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기업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정착되지 않은 문제는 중소기업의 성공의 기회를 줄 이는 결과를 야기하고 의존적 관계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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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고취를위한 전략방향과정책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되려면 우선 실패비용을 완화해야 한다. 혁신형 창업은 실패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완화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업일수록 우 수인력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며, 기업가 개인이 부담하는 위험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대보 증제도 및 파산제도의 개선과 아울러 실패 기업인들이 재 도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획기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 한 이를 위해서는 융자 위주의 창업지원에서 투자 위주의 지원시스템으로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창업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 할 때까지 평균 2.8회 창업을 한다고 한다. 실패에 따른 비 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이것이 스티브 잡스 라는 성공신화를 있게 한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패비 용을 완화해 국내 벤처생태계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모 습으로 재구축하고자 마련된 것이 지난 5월 중기청에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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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한 ‘벤처^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이다.

금번 대책에서는 벤처・창업기업의 ‘고위험・고수익’ 구조 에 부합한 지원이 되도록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융 자 → 투자’ 중심으로 변경하고, 엔젤투자 및 기술혁신형 M&A 활성화, 코넥스 신설 등을 통해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회수 시스템을 갖추어 가면서, 창업 플랫폼을 다양화 하고, 재도전 환경을 개선하는 등 벤처생태계의 하부 인프 라도 확충하고자 노력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 만 우선 시급한 과제들을 먼저 해결함으로써 ‘창업→ 성장

→회수 →재투자, 재도전’으로 이어지는 벤처생태계의 선 순환 고리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공정한 거래질 서의 확립을 통한 반 기업 정서의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큰 요인 중 의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에 의한 불 공정거래질서의 만연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줄여 생존력을 약화시키고 우수인력의 유 인도 줄게 만들어 장기적인 상생협력을 어렵게 할 것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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