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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st H. Gombrich의 회화적 재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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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5년 2월 석사학위논문

Ernst H. Gombrich의 회화적 재현론

- <Art and Illusion>을 중심으로 -

조선대학교대학원

미술이론 및 행정학과

배 지 혜

(2)

Ernst H. Gombrich의 회화적 재현론

Ernst H. Gombrich's Theory of Pictorial Representation - Focused on <Art and Illusion> -

2005년 2월 13일

조선대학교대학원

미술이론 및 행정학과

배 지 혜

(3)

Ernst H. Gombrich의 회화적 재현론

지도교수 박 정 기

이 논문을 미술이론 및 행정 석사학위신청 논문으로 제출함

2004년 11월 18일

조선대학교대학원

미술이론 및 행정학과

배 지 혜

(4)

배지혜의 석사학위논문을 인준함

위원장 인

위 원 인

위 원 인

2004 년 11월 31일

조선대학교 대학원

(5)

목 차

ABSTRACT

Ⅰ. 서 론 …… ……… 1

Ⅱ. 회화적 재현의 심리학의 배경과 구조

1. 전통적인 모방이론의 비판 … …… ……… 5 2. 만들기(making) 와 맞추기(matching)로서의

회화적 재현 - Karl Popper의 영향 ……… 10 3. 회화적 재현의 심리학 ……… 18 4. 미술사에 있어서 회화적 재현의 변화 과정 ……… 33

Ⅲ. 결 론 : 곰브릭의 회화적 재현론의 미학적 미술사적 문제 ………… 40

참 고 문 헌 ……… 44

(6)

ABSTRACT

Ernst H. Gombrich's Theory of Pictorial Representation

- Focused on <Art and Illusion> -

Bae Ji-hye

Advisor : Park Chung-Kee

Department of Art Theory and Administration Graduate School of Chosun University

This thesis intended to examine critically Gombrich's theory of art, focusing on the Art and Illusion that is his main work, that is

researching and elucidating psychologically a process of pictorial representation and tried to overcome traditional theory of imitation.

Gombrich's theory of representation is opened through the

refutation of traditional theory of representation. : Gombrich maintains that representation is not the imitation of external form but image making - as artist's constructive response to stimuli.

Gombrich's theory of representation is based on the theory of perceptual trial and error, 'seeing' is not mere registration of image of stimuli as inductive holds, but trial and error process selecting one interpretation about ambiguous visible world on the basis of

(7)

knowledge and therefore, there is no clear distinction between 'seeing and 'knowing'.

This theory of perceptual trial and error is founded on Popper's activist epistemology. : Popper criticizes inductive method of passivist epistemology, and process hypothesis-deductive method as

alternative.

According to hypothesis-deductive method, our recognition begins with problems, not with observations. We suggest hypothesis as tentative solution to the problem, and hypothesis undergoes critical examination. If the hypothesis does not pass examination, then we have to look for a new hypothesis. If the hypothesis pass, it is accepted as tentative solution until it will be refuted.

This method is on the ground that our knowledge is accumulated by our active generalization, association, classification, not by passive acceptance of sensation experience

To Popper, this method is applied to ordinary life, and therefore, history, succession of human behavior, is understood as succession of problem-solution. Under the influence of this Popper's theory,

Gombrich asserts that representation is image making through artist's constructive role and art history is succession of problem-solution.

(8)

Ⅰ. 서 론

이 논문은 회화적 재현의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탐구, 해명함으로써 전통적 인 모방이론을 극복하려고 시도한 에른스트 곰브릭 (Ernst H. Gombrich, 1909-2001)의 미술이론을 그의 주저인『미술과 환영 (Art and Illusion)』1) 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플라톤 이래로 재현은 곧 모방이라는 이념이 지배한 종래의 재현론과 전통 적인 미학에서는 재현의 정확도가 미술작품의 평가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보 는 것(seeing)’과 ‘아는 것(knowing)’이 구분되었고, 미술사는 ‘보는 것’의 역 사로 해석되어 재현기술이 조악한 초기 단계에서부터 완벽한 환영을 일으킬 수 있는 단계로 진보해 온 것으로 설명되어졌다.

형식주의 미학과 추상회화로 대표되는 20세기 현대미술이 등장하자 이런 편 견은 극복되고 우리는 전통적인 미학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예술에 있어서 설득력 있는 재현과 환영이란 문제를 부적절한 것으로 보게 되 는 폐단을 낳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곰브릭이 제기한 전통적 모방론이 갖는 함축들에 대한 비판과 지각심리학 이론의 도입으로 새로이 시도한 회화적 재 현 이론의 정립은 현대 미술이론의 발전에 획기적인 방향제시를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곰브릭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예술 모방론에 속하는 미술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전통적인 모사이론에서 벗어나 회화적 재현이 모사 가 아닌 그의 개념 “making and matching”(만들기와 맞추기)2)이 적용되어 1) E. H. Gombrich, Art and Illusion: A Study in the Psychology of Pictorial Representation (1960), London: Phaidon, 2001 (6th Edition). 곰브릭의 많은 저서들 가운데 회화적 재현의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해명한 저작으로는 Art and Illusion 외에도 Art, Perception and Reality (1972), Illusion in Nature and Art (1973), The Image and the Eye (1982), Conversations on Art and Science (1993) ,등을 들 수 있으나 본 논문은「Art and Illusion」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였으며 다른 여러 서적들을 함께 참고하 고 있다.

2) 이제까지 주로 “making”이라는 용어는 “제작”으로 “Matching”은 “조정, 조응(백기수

(9)

심리학적 과정을 거쳐 표현되어지는 것이라는 이론을 전개하므로서 전통적인 모방이론을 극복한다.

전통적인 모방론의 함축들 중에서 곰브릭이 주목하고 있는 측면은, 고대 미 메시스 이론에서 형성된 기능으로서의 모방 개념과 인상주의에 이르러 가장 예리하게 부각된 ‘보는 것’과 ‘그려진 것’과의 동일화의 문제이다.

이러한 곰브릭의 재현론은 ‘보는 것’(seeing)과 ‘아는 것’(knowing)’을 구분 하고 ‘보는 것(seeing)’의 역사로 미술사를 설명하려 했던 종래의 전통적 재현 론에 대한 비판, 즉 어떤 미술가도 자신이 ‘보는 것’(seeing)만을 재현할 수 없 다. 그러므로 재현은 모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곰브릭은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의 오랜 대립을 다시 거론하 며, 그렇다고 또한 모든 재현이 인습에 좌우된다는 일반적인 입장만을 고집하 는 것이 아니며 그것에 대한 불충분함 역시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바로 이러 한 까닭에 이미지를 만드는(image making)과정과 이미지를 판독(image reading)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수반되어지는 문제들, 이를 그는 심리학적인 관 점에서 새로이 분석하는 작업을 시도해야만 한다고 생각 했다.3) 그리고 그 각 각의 과정은 지각의 시행착오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지각의 시행착오이론에 따르면 ‘보는 것’과 ‘아는 것’은 명확히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곰브릭은 ‘보는 것’은 유기체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도식을 선 택하고, 그것을 우리의 경험과 비교하여 테스트하고 수정해 나가는 끊임없는 활동, 즉 도식 수정의 리듬에 기초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도식과 수정의 리듬 은 그림 제작과 그림 독해에 대한 지각심리학적 분석의 기초가 된다.

즉 재현과정은 예술가의 기대(추측)에 의한 도식적 형태 - 자신의 실험에 의한 것이든, 배워서 익히 것이든 - 를 바탕으로 재현대상을 분류하고 포착한 역)”으로 번역되어 왔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는 재현 과정에 대한 특별한 곰브릭의 분 석적 개념인 "Making and Matching" 을 "만들기와 맞추기"로 번역하여 그 의미를 분 명히 살리고자 한다.

3) E. H. Gombrich, Art and Illusion: A Study in the Psychology of Pictorial Representation (1960), London: Phaidon, 2001 (6th Edition), p. 21. 이 저서는 이하에 서 A & I로 표기한다.

(10)

후 점차적인 수정을 거쳐 재현 대상에 맞추어(matching)질 수 있는 등가물을 산출하는 것이다.

‘본 다’는 지각행위는, 귀납논자들의 주장과 같이 자극의 이미지를 망막위에 단순히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가시세계의 여러 가지 가능한 해석들 중 에서 하나를 ‘아는 것’에 의한 추측, 기대를 바탕으로 선택하는 시행착오과정 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각의 시행착오이론은 수동적 인식론을 전제로 하는 귀납법을 비판하고 가설연역적 방법(hypothetical-deductive method)을 대안 으로 제시한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의 능동적 인식론을 근거로 하 고 있다.

가설연역적 방법에 따르면 지식 획득을 위한 우리의 인식은 관찰이나 자료 수집을 통해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 기존의 지식 영역 내에서 해결될 수 없었던 문제 - 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해결책으로서 가설을 제시하고 그 가설은 반박이 시도됨으로써 비판을 겪게 된다. 만일 그 가설이 비판에 의해 반박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 며 비판에 견디어 내면 그 가설은 해결책으로 잠정적인 용인을 받게 된다. 이 러한 가설연역적 방법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인간행 위의 연속인 역사는 문제해결의 연속으로 이해 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포퍼의 인식론은 지각의 시행착오이론에 의해 곰브릭의 재현과정 분 석에 적용되고 있으며 문제해결의 연속이라는 곰브릭의 미술사관 까지 이어진 다.

즉 재현과정은 관습적인 도식으로부터 어떤 것을 만들어 내고, 그 어떤 것을 바로 여기에 주어진 시각적 경험에 비추어 수정하고 맞추어 나감으로서 대상, 등가물을 창출해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림을 판독하는 감상자는 그 등가 물을 예술가의 의도나 재현 방식에 대한 적절한 심적 자세를 바탕으로 해석을 위한 도식을 세우고, 그것을 그림 내의 일관성에 비추어 예상하고 수정하는 시 행착오과정을 거쳐 작품을 판독하여 이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미술사는 문제와 문제해결의 연속으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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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즉 미술사의 양식변화란 전시대의 양식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새로운 양식이 탄생하게 되는 문제해결의 연속으로 설명되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토대로 본 논문의 본론은 구성된다.

결론에서는 본론을 토대로 이해되어진 곰브릭이 헤겔주의적인 전체주의적 역사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표명한다. 그는 포퍼의 철학과 이론의 영향으로 인하여 미술을 사회 전체의 흐름과 분리해서 독자적으로 파 악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즉 그는 회화를 일종의 과학으로 생각하였으 며, 예술가가 재현한 그림이 단지 보는 것, 지각한 것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는 것을 자신이 지닌 생각(idea)을 통해, 즉 심리학적 과정을 거쳐 가공되고 수정되어 이루어지는 재현의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에 대하여서는 오늘날 많은 비판적 이론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아더 단토 (Authur c. Danto, 1924~ )를 지목할 수 있으며 그의 비 판적 입장을 통하여 곰브릭의 재현 이론이 지닌 한계점을 살펴보겠다.

(12)

Ⅱ. 회화적 재현의 심리학의 배경과 구조

1. 전통적인 모방이론의 비판

처음에 숭배의식의 용어로서 사용되었던 ‘모방’이란 명칭은 기원전 5세기 에 이르러 철학 용어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모방’은 외면적 현실의 복제를 가 리키기 시작하였으며 플라톤은 자연의 모방을 가리키는데 거리낌 없이 ‘미메 시스’란 말을 사용했다. 후에 플라톤의 저서「국가」제10권을 시작으로 현실 의 모방으로 보는 그의 예술관은 매우 극단화되었다. 여기에서 그는 모방을 외부 세계의 수동적이고 충실한 모사로 간주했다. 일차적으로 이러한 개념은 당대의 환상론적 회화에 의해 유발된 것이었다.

플라톤의 개념은 19세기에 ‘자연주의’란 명칭 아래 전개되었던 입장과 비 슷했다. 그의 이론은 규범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것 이었으며, 오히려 이 는 모방이 진리에 이르는 올바른 길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예술에 의한 현 실의 모방을 비난했다.4) 그에 따르면 회화는 동일한 사물을 구부러져 보이게 하고 곧은 것으로 보이게도 하고 또는 오목하게 보이게도 하고 볼록하게 보 이게도 하는 영혼의 변변찮은 부분과 사귀면서 우리 안의 최선의 부분인 계 산하고 측정하는 부분과 멀어지게 한다.5) 즉 회화는 실재에 대한 참된 지식 을 제공하거나 그것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갖게 하기는커녕 단지 사물들의 외양을 모방함으로써 사람들을 속아 넘어가게 하는 환영을 만들어 낼 뿐이다.

바로 그 모방 이론은 그리스 시각 예술에 있어서의 자연주의의 발달로 거 슬러 올라가며, 이것의 이론적 기원6)은 종종 플라톤에게 소급된다. 사실상 인

4) Ibid., p. 99

5) Platon, Republic, X, in: Platos Complete Works transl. by G. M. A. Grube, edited by John M. Cooper, London: Hackett Publishing Company, 1997, pp. 602d-603b 6) “모방론”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데아계와 현상계를 이분하는 자신의

이원론적 형이상학에 근거하여, 회화를 현상계에 속하는 사물을 단순한 외양만을 모방함 으로써 이데아로부터 두 단계나 떨어지는 열등한 지위에 있다고 비판하였다.

Ibid., pp.596b-597e

(13)

간 역사에서 회화적 환영에 주목할 수 있을 만큼 자연주의적 회화가 발달했 던 것은 그리스 시각예술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던 B. C. 4세기 중반, 플 라톤 시대였다. 이 때에 이르러 단축법의 트릭과 명암법이 결합되어 실물 같 은 착각을 일으키는 그림 (trompe l'oeil)의 가능성을 산출한다. 그 후 로마시 대 플리니우스 (Plinius, 23-79)의 저작에 나오는 한 유명한 일화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화가였던 파르하시우스(Parrhasius)가, 새들이 달려들 정도로 실물 과 흡사한 포도를 그린 제욱시스(Zeuxis)를 어떻게 굴복시켰는가를 전해 준 다.7) 고대 고전주의 시대의 자연주의 회화는 분명 대상과 닮게 보였을 것이 다. 이들에게 회화가 바깥 세계의 실재를 모방하는 것이었다면 그 실재에 대 한 완벽한 모방 곧 본질의 모사는 회화가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 재기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회화의 역사는 모든 기술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진보로서 기술이 될 것이다.8)

이렇듯 회화의 역사는 대상과 더 닮게 그리는 기술 회화적 재현에 대해 이 해하기 쉬운 상식적인 설명은 그림과 그것의 재현 대상 사이의 닮음 또는 유 사성이라는 특권화된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즉 그림을 볼 때 마치 그것의 재현 대상을 보는 것 같은 우리의 경험은 양자 간의 시각적 닮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플라톤적 전통 속에서 이러한 회화적 재현은 모방 또는 속임과 동일시되어 왔다. 그러나 인상주의 혁명 이래로 설득력 있는 재현의 문제가 미학의 관심 영역 밖으로 밀려나면서부터 대상과 똑같이 닮은 재현은 예술적으로 무관하며 심리학적으로도 매우 단순한 것으로 치부되어져 왔다. 한편 20세기 후반이 되 자 그림이 대상과의 유사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인지되는 자연적 기호(natural

7) A & I., pp 173-174에서 재인용

파르하시우스는 제우시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 주려고 그를 초대했다.제우시스가 도 착하여 화판에 덮인 휘장을 걷으라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 휘장이 실물이 아닌 물감으로 그려진 것임을 알게 되는데,미물에 지나지 않은 새를 속였던 제우시스는 한 예술가를 속 인 파르하시우스에게 그의 월계관을 넘겨주어야 했다.

8) N. Bryson, Vision and Painting: the logic of the Gaze, Yale University Press, 1986,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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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라고 하는 그러한 소박한 관점에 대한 비판의 등장과 함께한 극단적인 관습주의(extreme conventionalism)는 그림이 언어와 마찬가지로 자의적인 코드의 중제를 통해 기능하는 관습적 기호(conventional sign)라 주장된다.

이에 따라 회화적 재현은 대상과의 어떤 특권화된 연결이 아닌 단지 그린 그림에 사용된 재현 대상에 대한 친숙함 또는 가르침 덕택인 것으로 설명된 다. 따라서 곰브릭은 전통적 모방 이론과 극단적인 관습주의의 대립에 내재되 어 있는 회화적 환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한이 필요하다 고 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그의 환영 이론이 성공적인 제시가 될 수 있 는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곰브릭은 전통적인 모방이론과 극단적인 관습주의 두 이론 모두를 비판하면서, 그림 제작과 그림 독해의 메커니즘에 대한 지각 심리학적 분석을 통한해 도입으로 새로운 회화적 재현이론을 정립한다.9)

곰브릭의 전통적인 재현론에 대한 비판에는 그 근원을 이루는 플라톤의 ‘예 술모방론’에서 시작된다. 플라톤의 만들기와 모방간의 구분은 침상과 같은 사 물의 이데아(idea)가 엄격한 윤곽과 불변의 법칙으로 영원히 고정된 것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며, 이렇기 때문에 사물의 이미지를 환상(phantom)으로 보았다. 플라톤의 예술모방론을 이은 전통적 재현론에 있어 빠져 있던 갈등의 9) 1960년에 곰브릭의 Art and Illusion이 출간되었을 때 그것은 회화적 재현의 관습 의존성

을 강조함으로써 전통적 모방 개념을 무너뜨린 것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몇몇 이론가들 은 이러한 곰브릭의 주장에 근거하여 완전한 관습주의로 나아갔다. 그러나 Art and Illusion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한 재고찰과 개정을 다룬 논문들의 모음집인 The Image and the Eye에서, 곰브릭은 관습주의적 이론들에 대한 반박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 다. 사실상 전통적 모사 이론에 대한 곰브릭의 비판은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관습주의와 곰브릭 간의 차이는 대부분 간과되어 왔다. 그러나 The Image and the Eye의 적어도 다 음과 같은 세 편의 논문들에서 곰브릭은 자신의 견해에 대한 관습주의적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 “Mirror and Map: theories of pictorial representation" ; Standards of Truth: the arrested image and the moving eye", 그리고 특히 ”Image and Code ; scope and limits of conventionalism in pictorial representation“, in: The Image and the Eye; Further Studies in the Psychology of Pictorial Representation, London: Phaidon, 1982,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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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근본적으로 플라톤이 주장하는바 사물들이 엄격한 종(classes)들로 분류된다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사물의 이미지는 환영으로 보아야만 했다.10)

곰브릭은 플라톤이 말하는 실재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또한 그 주 장을 받아들임으로써 발생될 전통적 재현론 - 예술을 자연의 모방으로 보는 - 을 비판하고, 예술은 이미지 제작(image making)이라 주장한다. 즉 그는 모든 예술이 이미지의 관점에서 대상을 볼 수 있게 하고 대상의 관점에서 이미지를 보게 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의 등가물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재현론은 모방이 아니다. 어떤 미술가도 자신이 보는 것 (seeing)만을 재현할 수 없다. 그는 ‘보는 것(seeing)’과 ‘아는 것(knowing)’을 구분하고 ‘보 는 것’의 역사로 미술사를 설명하려했던 종래의 전통적 재현론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나타낸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이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 로 미술사는 개념적 이미지의 지속적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설명되어져야 한다 고 주장한다.

이러한 곰브릭의 재현론은 예술가에 의한 이미지 형성(image making)과정 과 감상자에 대한 이미지 판독(image reading)과정의 분석으로 구성되는데 그 각각은 지각의 시행착오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각의 시행착오이론에 대 한 설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 ‘보는 것(seeing)’은 수동적 인식론의 입 장에서처럼 망막에 비친 이미지의 단순한 기재가 아니며. 또한 ‘보는 것 (seeing)’이 ‘아는 것(knowing)’에 의해서 결정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확히 지식의 추구(search for knowledge) - 기대, 의미를 추구하는 노력, 심적 자 세(mental set) - 의 영향아래서 시행착오과정을 거쳐 선택된 하나의 해석이 다.

곰브릭이 말한 지각의 시행착오 이론(theory of perceptual trial and error)은 포퍼의 탐조등이론과 가설연역적 방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러한 곰브릭의 재현론은 전통적인 재현론의 전제가 되는 인식론의 비판을 통해 전

10) A & I., p. 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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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된다. 따라서 곰브릭은 포퍼의 탐조등이론이 심리학의 여러 영역에서 나타 나는 경향을 설명하고 있으며 ; 이 이론들은 자극(stimulus)보다는 유기체의 반응(response)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반응이 처음에는 모호하고 일반적인 것 으로 보이지만 점차 명확해지고 뚜fut이 구분된다는(differentiated)것을 밝힘 으로써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깁슨(J. J. Gibson, 1904-1976)은 시각상을 애기하면서 "학습의 진보는 감각에서 지각으로가 아니라 불명확한 것에서 명 확한 것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우리에게 지각된 것을 소유하는 방법이 아니 라 지각된 것을 구별하는 방법을 학습한다."11)

지각의 시행착오이론에 의하면 우리의 눈에 비치는 자극은 빛의 패턴-엄밀 하게 말하면 빛의 변화이며 그 자체로는 지각될 수 없는 극히 모호한 빛의 난 무이다. 이렇게 모호한 빛의 패턴에 대한 반응을 ‘본다는 것’은 지식을 바탕으 로 한다. 즉 ‘저기에 있는 어떤 것’에 대한 추측을 한다는 것이며 그 추측은 검증을 통해 시각적 경험을 획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기대 ․ 추 측 - 이런 수준의 기대를 심리학적 용어로는 심적 자세(mental set)12)라 함 - 를 바탕으로 모호한 시각적 패턴이 갖는 여러 가지 가능한 해석들 중 하나를 시행착오과정을 거쳐 선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각의 시행착오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이미지 제작(image making) 으로서의 재현방식은 모호한 가시세계가 제공하는 여러 가능한 해석들 중 하 나를 평면적인 색채 투사체의 관점에서 선택함으로서 이루어진다. 즉 그의 재 현방식은 가시세계를 회화적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화가는 모호한 가시세계를 그 자체로 모사할 수 없으며 가시세계를 상상의 평면에 투 사된 형태와 색조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서 예술언어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곰브릭의 회화적 재현은 ‘보는 것(seeing)’과 ‘아는 것(knowing)’

11) A & I., p. 28에서 재인용.

12) 곰브릭은 심적 자세(mental set)의 의미를 J. S. Bruner의 "On Perceptual Readiness", Psychological Review LXIV, no2 (1957)에 나타난 바에 따라 ‘지각의 준비단계’란 뜻으 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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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 안에서 생산적으로 보충, 관리되는 계획적 작업이다. 따라서 모든 그림 에는 주어진 도식(schema)과 수정적인 자연모사 작업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이 놓여 있다. 따라서 양식(style)은 Hegel의 경우처럼 역사적 목적론에서 도출 될 수 없다. 이는 현실경험에 계속 적응되는 의식 속에서의 도식의 세련과 변 화에서 결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회화)은 지가가의 메커니즘 속에 닻을 내리고 있는 하나의 환영이다. 즉 이에 따라서 미술사는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에 있어서처럼 어떤 목적론적 과정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perception)과 묘사(describing)의 상황적 조건 아 래서 변화하는 문제 해결의 연속을 기술하는 것이다.

2. 만들기(making)와 맞추기(matching)로서의 회화적 재현

재현이 사실주의적일 수 있다 하더라도 재현의 요소는 실재의 요소와 대 응될 수 없으며 매체 내의 재관계에 의한 실재의 제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는 곰브릭의 주장을 다음 장에서 살펴 볼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자연주의적 인 재현의 달성이 역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의 나타낸다. 모방은 다시 말해 단순히 실재대상을 일대일로 대응 하듯이 2차원적 화면에 옮겨 놓는 문제가 아니라 실재를 제시하도록 미묘하게 회화적 단서들과 관계지우는 일인데 이 러한 작업은 한 예술가 한 세대에 달성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 이다.

전통적으로 모방이 왜 역사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질 수 있다. 먼저, 모방을 기술적 과제로 파악한 플리니우스 (Pliny, 23-79)와 지오르지오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의 이론이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재현이란 일종의 기술과 같은 것이었으므로 완벽한 정 점에 이르기 까지 진보의 역사가 개재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모방의 관건이 되는 관찰은 화가의 검증되는 지식에 의해 확장 되기 때문이라는 아카데미 이론가 리차드슨(J. Richardson)과 배리(J. B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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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대답이 있는데 이들은 화가의 어려움은 모방 기술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 연을 정확히 보는 어려움에도 근거하여 자연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해부학 과 같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그 다음은 자연을 보는 기술이 습득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아카데미 이론가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식을 습득함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식을 배제함에 의해서라는 인상주 의 이론가들의 주장을 들 수 있다.

여기서 곰브릭의 입장은 재현이 그 기술의 어려움 때문에 시행착오의 과정 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을 함에 있어서는 바사리를 계승하고 있으며 또한 관찰 이 개념적 지식에 의해 조정된다고 간주하고 있는 점에서 아카데미 이론가의 논지에도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개념적 지식에 근거한 ‘도식(schema)’은 모든 재현의 출발점이며 서구의 자연주의는 도식을 만드는 일과 이것을 실재 대상과 대조하여 끊임없이 수정해 간 것이라는 양면적인 요소를 지닌 사태라 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곰브릭이 ‘도식’이라는 용어로서 포괄하고 있는 의미의 영역은 개별 적 사물을 그리기 위한 기하학적 도형과 같은 특수한 것에서부터 기존의 재현 체계와 동일시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적 것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기 때문에 이 러한 모호성은 많은 비판을 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에 있어서 도식은 이집트와 중세미술에서는 그 특징적인 재현 관습 그 자체이며, 그리스 미술에 서는 이집트에서 물려받은 도식적인 재현 형식일 수도 있고 또한 카논이라는 비례 법칙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종종 르네상스 화가들이 몰두했던 사물 의 구조이기도 하며 드로잉 교본을 메우고 있는 기하학적 도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곰브릭이 도식을 강조하는 데에서 문제점이 되고 있는 것 은 도식의 의미가 불명료한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식이 재현에 불가결하다 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화가가 개, 사자라는 특수자(particulars)를 그리기 위해서 반드시 일반적인 개, 사자라는 보편자(universals)를 그리는 법 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13) 이러한 곰브릭의 주장은 그가 정당한

13) A & I., pp. 13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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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채택하고 있는 지각 심리학 이론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유추의 관계로서 논리적인 정당성이 도모되고 있기 때 문이다.

곰브릭의 지각에 관한 논점은 20세기에 들어와 유기체의 반응에 초점을 맞 춘 심리학 이론들의 영향을 드러내고 있다. 즉 여기서는 전통적으로 과학적 방법으로 간주되어 온 귀납법의 타당성 문제를 검토하고 그런 문제를 극복하 기 위한 대안으로 포퍼에 의해 제시된 가설연역적 방법을 살펴보려 한다.

경험론 이래로 과학적 방법으로 간주되어 온 귀납의 원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 될 수 있다. : 인식은 관찰로부터 출발하다. 다양한 조건 아래서 많은 A 가 관찰되었고 이렇게 관찰된 A는 B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전통적인 과학관은 실험과 관찰은 통해서 객관적인 지식에 도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귀납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말한다. 가설 형성과 가설 검사의 과정에 의해서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된다.

가설형성의 과정에서는, 모든 관찰에는 관찰에 앞선 이론이 존재하기 때문 에 순수하게 객관적인 관찰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즉 모든 관찰은 “이 론 의존적(theory-laden)”인 것이다. 가설 검사의 과정에는 흄(D. Hume 1711-1776)이 “귀납의 문제”(the problem of induction)라고 한 것이 있으 며, 그 귀납의 문제는, 관찰이나 실험의 결과를 근거로 가설이나 이론이 참이 라고 말할 때 발생한다. 즉 인식이 관찰에서 출발 한다 전통적인 과학관에서 는, 다양한 조건 아래서 많은 a가 관찰되었고, 그리고 관찰된 a가 예외 없이 모두 b라는 성질을 가졌다면 모든 a는 b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런 귀납의 원리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귀납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 대안으로 포퍼는 가설 ․ 연역적방법을 통해 검증과 반증(verification/falsification)을 구분하고자 한다. 그는 위와 같은 물음에서 귀납의 원리 자체의 정당성이란 문제와, 관찰이 갖는 지위나 역할이란 관점에서 이를 반박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선, 귀납의 원리 자체의 정당성은 논리적인 면과 경험적인 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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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살펴볼 수 있다. 논리적인 면을 살펴보면,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논증은 연역적 논증과 같이 그 논증의 전제가 참이면 그 결론도 참이어야 한 다. 그러나 귀납추론의 전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결론이 반드시 참이 되는 것 이 아니므로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조에 대한 관찰로 이루어지 무수히 많은 전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모든 백 조는 희다.”라는 전칭문장으로 이루어진 결론이 참일 수 없다. 왜냐하면, 검 은 백조에 대한 단 한번의 관찰에 의해서 우리는 “모든 백조가 흰 것은 아니 다.”라는 보편타당한 결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 납의 원리는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경험적인 일반화가 검증될 수는 없다 하더라고 반증(falsification)될 수는 있다. 우리가 귀납의 원리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 귀납법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귀납의 원리는 경험적으로 정 당화될 수 없다.14)

이렇게 반증으로부터 도출된 과학 이론은 보편법칙의 지위대신에 다시 반 증되기 전까지 잠정적인 가설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이 관점에서 과학 지식은 절대적인 참을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사실에 부합하는 진리에 도달할 때까 지 그 가설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가설의 진보는 다음 “P1→TS→EE

→P2”과정을 되풀이함으로써 일어난다. 먼저 “과학이 탐구해야 할 처음의 문 제 P1(initial problem)이 있다.”→“시도된 해결책 TS(trial solution)은 그 문 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절해 보이는 가설의 지위를 갖는다.”→“실험은 가설 의 장단점을 반증을 통해서 가려낸다. 이 오류 제거의 단계가 EE(error elimination)다.”→“그 결과로부터 새로운 문제 P2(new problem)가 드러나는 데, 이 새 문제는 이 과정의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15)

이와 같은 포퍼의 과학관은 곰브릭에 의하여 미술에 단계적으로 적용되었

14) K. Popper,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London: Harper & Row, 1965, pp. 27-30

15) N. Bryson, Vision and Painting: the logic of the Gaze,Yale University Press, 1986

pp. 18-20 및 K. Popper, Object Knowledge: An Evolutionary Approach, Oxford: Clarendon Press, 1972. pp. 242-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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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포퍼가 귀납적 명제가 갖는 타당성을 부정하고 가설을 옹호하듯이, 곰브 릭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모방 대신 도식에 입각한 상대적인 지각의 기록 을 주장한다. 즉 외계의 실재에 대한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모방, 혹은 대상으 로부터 망막에 직접 도달하는 생리적 반응으로서의 지각상은 부정된다. 그 대 신 도식을 매개로 정신 안에서 구성되는 상으로서의 “지각”이 주장된다. 즉 과학에서의 가설은 미술에서의 도식으로 대체되었다.

여기서 곰브릭이 말하는 도식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화 가의 손이나 근육에 적용되는 수공적인 재현 공식들의 집합이다. 이것은 화가 라는 특수한 집단을 통하여 전수되는 기법(재현관례, 코드)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하나는 화가의 의식 안에서 지각을 구성하는 정신적 구조로 기능한다.

이 정신적 구조에 어떻게 시대마다 상대적으로 형성되는 역사성이 내재하게 되는지는 곰브릭이 밝혀 놓고 있지 않다. 단지, 도식에 입각한 지각상 (provisional world-picture)을 재현에 내는 공식의 집합이 가능하다면 두 개 념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는 있다. 실제로 곰브릭은 자신도 도식을 두 가지 의미 모두로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16)

곰브릭에 따르면 도식을 통한 이미지 “만들기(making)과 맞추기(matching)”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어난다. “관습적 도식에 따른 이미지 제작”은

→“화가의 관찰을 통해서 기존 도식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기존도식의 오류를 제거”한 다음→“수정된 도식에 입각한 이미지 제작”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지오토는 물려받은 치마부에의 얼굴 도식에 입각하여 얼굴을 그린다. 그 런데 실제 대상의 얼굴을 관찰하던 중 치마부에의 도식과 어긋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 도식의 문제를 제거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얼굴묘사 를 실험해 본 후에, 이 관찰 자료에 부합하는 새로운 도식을 세운다. 이것은 전체의 재현 도식의 목록 안에 삽입된다. 이제 새 도식은 다시 이전의 반증검 사를 거치며 앞서의 네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회화의 재현 기술은 점진적으로 진보하게 될 것이다.

16) Ibid., 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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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포퍼가 과학이론이 도달해야 할 진리를 가정하듯이 곰브릭은 도식 이 도달해야 할 시각적 참을 상정함으로써 전통적인 모방론의 문제를 답습하 게 된다. 이 문제는 기존 도식에 대한 반증 과정과 새로 시도된 도식의 진보 를 구별하는 과정에서 각각 발생한다. 미술적 전통으로 전해져 온 도식은 관 찰에 의해서 반례가 제공될 때까지 화가의 작업을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반 례가 발현되는 즉시 이전 도식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못하게 되어 폐기된다.

“P1→TS→EE→P2”의 순환에서 화가는 P1을 수행하면서 기존 도식에서의 문제점을 알아챈다. 이것은 기존 도식이 기능을 멈출 때, 즉 자극이 도식이라 는 여과 층을 파괴할 때 발생한다. 즉 반증이 발생하는 순간은 이론에 반하는 관찰에 의해서 도식이 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귀납주의자들의 관찰의 지위나 역할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귀 납론자들은 관찰이 인식의 출발점이며 지식의 확고한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 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참된 지식은 감각경험을 통해서 들어오고 인식에 있어 모든 잘못은 우리 자신의 간섭에 의해서 나타나므로 인식의 오류를 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간섭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수동적으로 있어 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퍼는 이러한 수동적 인식론에 대해서 정신의 물통이론(bucket theory of mind)이라 비판하고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탐조등이론(searchlight theory)을 주장한다. 탐조등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지식은, 감각 경험을 통해 정신의 물통 속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능동적 으로 조사하고 비교하고 통일하고 일반화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 우리의 인식은 어떠한 전제로부터 서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떤 전제를 갖고 출발한다. 또한 관찰자가 보는 것 즉 관찰자가 하나의 대상을 볼 때 갖 게 되는 시각경험은 과거에 그가 겪은 경험이나 지식 및 그로 인한 기대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포퍼의 탐조등이론에서 탐조등이란 우리의 관찰을 인도하는 이론 이 되며, 우리의 관찰은 귀납론자들의 주장과 같이 그 자체로 확고한 지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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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통한 기대 추측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되며 우리는 관찰에 선행하는 이론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지식을 획득하게 된 다.17) 위와 같이 포퍼는 귀납의 원리가 그 자체로 정당화 될 수 없으며 그 원리가 수동적 인식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그 대한으로서 지각 의 시행착오과정이라 불리는 가설․연역적 방법을 주장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인식은 관찰이나 자료수집에서 출발하지 않고 문제에서 출발한 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해결책으로서 가설을 제시하고 그 가설은 반박의 시도로서의 비판을 겪게 된다. 만일 그 가설이 비판에 의해 반박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며 비판에 견디어 내면 그 가설은 해결책으로서 가설을 제시하고 그 가설로부터 연역된 결론들을 오류제거를 위한 비판을 통해서 시험한다. 만일, 연역된 결론들이 이런 비판에 견디어 내 면 새로운 가설은 잠정적으로 용인되며 현존의 지식영역에서 보다 더 많은 경험적 지식을 제공하게 되며 지식의 성장(growth of knowledge)을 이루게 된다. 즉 새로운 가설은 문제를 제기한 기존의 가설이 제공했던 경험적 지식 뿐만이 아니라 제기된 문제의 해결로 덧붙여진 경험적 지식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포퍼는 이런 과정을 거쳐 지식이 가설적이며 그것이 영원한 진리임을 증명할 수 없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이론 보다 저 이론을 선택하는 정당성을 밝히는 일이나 각 단계에서 나중의 가설이 이전의 가설보다 더 많 은 경험적 지식을 제공한다는 것만을 증명할 수 있을 뿐이다.18) 경험론의 귀 납법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이 가설연역적 방법은 그 가설적인 성격 때문 에 절대적으로 확실한 기본전제에서 출발하는 전통적 합리론의 연역법과도 구분되게 된다.

포퍼는 그의 가설연역적 방법이 자연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에서 도 적용된다고 보는 방법론적 일원론자이다. : 그는 우리가 취급하는 사회과 학의 대상들의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대부분은 추상적인 대상이며 이론 17) K. Popper,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5th. Edition), New Jersey:

PrincetonUniversityPress,1973,pp.213-214 18) B. 매기, 이명현 역, 『칼 포퍼』, 서울:문학과 지성사, 1983, pp.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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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구성물이고 가설로부터 연역에 의한 설명방법의 일부분으로 보고 있다.

포퍼에 있어서는 자연과학적 방법과 정신과학적 방법간의 구별이 인정되지 않으며 설명과 이해의 엄격한 구별도 배격된다. 이해는 가설을 구성하기 위한 추측에 개입되는 것이며 설명의 논리적 조작을 위한 일부분일 뿐이다. 그렇다 고 해서 포퍼가 이해를 구성하는 상상력이나 창조적 직관의 역할을 과소평가 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가설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행하는 대담한 상상력의 역할에 최대의 비중을 둔다. 어떤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가설은 미리 예측 할 수 없는 것까지 수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적 장 치마져 완전히 탈바꿈시킬 가능성을 포용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방 법론적 일원자인 포퍼의 견해에 의하면 우리의 인식이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같은 영역이 아니라 문제라는 것이며, 모든 학문적 탐 구는 설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설명과 이해는 엄격히 구분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포퍼의 견해에 대해 B. 매기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포퍼의 견해가 옳다면 두 가지 종류의 문화 즉 과학적 문화와 심미적 문화 혹은 이성적 문화와 비이성적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문화가 있을 뿐이다.

과학자와 예술가는 서로 상반되는 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창조적 상 상력을 비판으로는 통제하면서 사용함으로써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려고 노력하며 둘 다 합리적인 능력과 비합리적인 능력을 동원하며 둘 다 합리적인 능력과 비합 리적인 능력을 동원한다. 그리고 둘 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며 그것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19)

따라서 포퍼의 가설연역적 방법은 인간행위 전반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인 간 행위의 연속인 역사는 당시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문제해 결의 연속으로 이해될 수 있다. : 즉 한 시대의 지식영역 내에서 해결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연속이다.

19) B. 매기, 이명현역, op. cit., p.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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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릭이 위와 같은 근거에서 회화적 재현이란 ‘만들기’(making)와 ‘맞추 기’(matching)의 작업에서 성립한다고 정식화 한다. 여기서 만들기(making)는 맞추기(matching)에 앞선다. 화가는 먼저 making한 뒤에 matching을 하는 것이다. 반복하여 언급되지만 여기서의 making은 도식을 만드는 것이며 거기 에 matching 그 도식을 끊임없이 수정 하여 점차적으로 재현대상에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는 포퍼의 과학 철학에서 발전된 hypothesis(가 설)과 falsification(오류증명)과 아주 비슷하다. 위와 같이 살펴보았듯이 곰브 릭에게 미친 포퍼 이론이 영향력은 실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회화적 재현의 심리학

회화적 환영이 순수한 눈에 비친 사물의 외양을 모방함으로써 성취된다고 주장 하는 전통적 모방 이론 속에는 두 가지 전제를 내재하고 있다. 하나는 세계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하나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가정이고, 다른 하나는 가시세계의 모든 요소가 재현의 모든 요소로 전사될 수 있다는 극단 적 가정이다. 이에 대해 곰브릭은 그 두 가지 전제가 잘못된 것임을 보임으로 써 전통적 모방이론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논증한다. 그 첫 번째 전제는 심 리학적 사실에 비추어 순수한 눈과 같은 완전한 수동적 성취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며, 다른 하나의 전제는 예술적 사실에 비추어 사물을 눈에 보이 는 대로 그리는 것은 오히려 설득력 있는 그림을 낳지 못하다는 점을 제시하 며 이러한 전제들을 반박한다.

우리의 눈이 망막위의 자극만을 겪을 뿐이며 그러한 감각들을 지각으로 구성해내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고 주장한 G. 버클리의 이론은 우리에 게 맨 먼저 순수한 감각 이상들이 주어지고 그 다음에 우리의 지식이나 관념 에 의해 그것들이 정교화 되거나 왜곡되거나 일반화된다는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곰브릭은 이러한 생각이 최근 심리학에서의 발견들과 함께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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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순되고 있다고 본다.20) 현대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지각 과정이 순수한 감각 인상들의 수동적인 기록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과 필요에 따라 분류하고 선택해나가는 능동적 과정을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들 은 자신의 환경을 탐사하고 테스트하기를 결코 멈추지 않는 살아 있는 유기 체의 활동을 강조하여, 따라서 무한한 개별 자극들의 순수한 기록이라는 것이 유기체에 있어서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 고 있다. 이러한 현대 심리학의 논증들과 실험들에 근거하여 곰브릭은 전통적 지각 이론이 가정하는 순수한 감각 자료, 그리고 그러한 개념을 반영한 러스 킨의 ‘순수한 눈’이라는 생각이 허구임을 보이고자 한다. 앞서 말한 버클리, 러스킨 최근의 깁슨 그러나 깁슨은 우리의 망막이 버클리의 생각처럼 개별적 인 빛의 자극에 반응하는 기관이 아니라, 오히려 자극들 간의 관계 또는 변화 도(gradients)에 반응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21) 곰브릭은 이러한 깁슨의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그것이 개별 요소들 보다는 상호관계들 을 기록하는 우리 마음의 능력을 증명해 준다고 보았다.

심리학자들이 “축소스크린(reduction screen)이라 부르는 것-우리로 하여금 한 부 분의 색채는 볼 수 있도록 하되 그것의 상호관계들을 차단하는 틈구멍-을 사용하지 않는 한, 우리는 빛의 모든 변화들의 객관적인 정도를 결코 인식하지 못한다. 이 기구

20) 곰브릭은 감각으로부터 지각으로의 일반화를 가정하는 생각들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최근의 심리학 저서들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 J. J. Gibson, The Sense Considered as Perceptual Systems, Boston 1996과 "On Information Available in Pictures",Lonardo, Ⅳ, 1977, pp. 27-35 ; R. L. Gregory, Eye and Brain; The psychology of Seeing, London 1966과 "The confounded Eye", in: R. L. Gregory and E. H. Gombrich, Illusion in Nature and Art, London, 1937, pp. 49-95 ; J.

Hochberg, "the Representation of Things and people", in: E. Gombrich, J. Hochberg and M. Black, Art, Perception and Reality, Baltimore 1972 ; R. Jung,

"Neuropsychologie des Kontur-und Formsehens in Zeichnung und Malerei", in:

psychopathologie musicher Geataltungen, ed. H. H. Wieck, Stuttgart 1947 ; J. M.

Kennedy, A Psychology of Picture Perception, San Fracisco 1974 21) J. J. Gibson, Perception of the Visual World, London 1950, ch.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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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하면서 그늘에 놓인 하얀 손수건을 객관적으로는 햇빛 아래 있는 석탄 덩어리 보다도 더 어두운 색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시각장에서 석탄은 대게 가장 가만 색이며 흰 손수건은 가장 흰색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 를 다른 하나와 거의 혼동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 우리가 의식하는 것 은 상대적 밝기relative brightness)인 것이다.22)

곰브릭에 따르면 우리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들은 대상으로부터 반사된 측 정 가능한 빛의 양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변화도”라고 불리는 빛의 차이에 반응한다. 만약 우리가 그러한 상호관계에 조율되어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세계에서 자신의 길을 결코 찾아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위 “동일성”(identity)이라는 것이 이처럼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관계 속 에 정착되어 있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반복되지 않는 소용돌이치는 인상들 의 혼돈 속에서 상실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 세계에서 진행되는 현기증 나는 변형들에 대한 우리의 상대적인 둔감함을 가리키기 위해 심리학자가 만들어낸 용어가 바로 “항상 성”(constancy)이다. 우리는 저기 바깥의 사물이 그것의 거리나 위치는 바꿀 지언정 그것의 형태는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의 조명은 쉽게 변하더라도 그것의 고유색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본다.

이러한 확신은 사물들을 판별해내는 눈의 예리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유형을 알고 그것에 적응하도록 배울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의미에 대한 반응은 곧바로 기대 또는 투사를 불러일으키며, 이러한 투사는 실제로 거기에 있지 않은 바를 채워 넣거나 실제로 거기에 있는 것을 무시하 게 만들면서 주어진 형태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의미를 쫓는 노력을 그만두고 실재로 거기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단지 추측 기대 할 수 있으며, 우리의 추측은 우리의 기대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지 각은 사진 감광판과 같은 망막에 의해 감각 자료를 기록하는 수동적 과정이 아니라, 항상 우리의 기대들에 의해 조건 지어지고 상황에 수정되어지는 능동

22) A & I., pp. 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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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과정이다.23) 따라서 우리가 대상을 보고 있을 때 진행되는 것은 버클리가 생각했듯이 단순히 감각 자극의 흔적들로서의 관념들을 모아서 그것들을 하 나의 지각체로 연합하거나 일반화는 과정이 아니라, 맥락과 예견에 의해 불러 일으켜진 가설에 기반을 두어 그것을 특수화하고 분절화하고 구분하는 과정 이다.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Test)를 통해서 무의미한 잉크 자국을 우리 가 박쥐 또는 나비로 해석 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이는 바로 “지각적 분 류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지각은 항상 의미에 대한 반응 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기대 또는 투사에 의한 분류 행위를 포함하는 능동 적 과정인 것이다.

이상의 논증에 따르면 ‘순수한 눈’ 또는 심리학자들이 “자극 집 중”(stimulus concentration)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완전한 수동성의 성취 는 불가능하다.

감각과 지각 간의 확연한 구분이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인간과 동물 의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앞에서는 이는 포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캔버스 위에다 순수한 외양 또는 순수한 감각 인상을 고정시키라는 전통적 모사 이론의 요구가 불가능한 요구임을 입증해준다. 그들이 “외양”이라고 부 르는 것과 같은, 세계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하나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가의 망막위의 이미지라는 생각은 대단히 과학적인 것으로 들리 지만, 사실상 그림과 비교해보기 위해 뽑아낼 수 있는 그러한 객관적인 하나 의 이미지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제시했던 화가에게 주어진 매체의 한계와 미술사적인 사실을 통해 곰브릭은 시각적 외양의 조각 맞추기에 의해 설득력 있는 환영을 산출 한다는 모사 이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자 한다.

전통적 모방이론에는 가시 세계의 모든 요소가 재현의 모든 요소로 전사될 수 있다는 극단적 가정이 내재되어 있는데, 이를 재현의 상응론 (correspondence theory) 오늘날에 우리는 모자이크 이론(mosaic theory)이

23) J. J. Gibson, Perception of the Visual World, London, 1950, ch.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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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부른다. 즉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모자이크 제작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그림과 자신이 본 것을 일대일로 하나하나씩 상응시키는 일에 종사하는 것이 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곰브릭은 가시 세계와 그림간의 일대일의 완전한 전사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가시 세계로부터 우리의 눈에 도달하는 자극은 무한하고 동시에 유동적인 데 비해, 화가에게 주어지 매체는 훨씬 제한되어 있고 또한 고정되어 있다.

첫째, 화가는 자신의 매체가 산출하게 될 톤(tone)의 범위에 엄격하게 묶여 있기 때문에 눈에 도달하는 빛의 전 범위를 그대로 전사할 수 없다. 둘째, 그 림이 담을 수 있는 가시 세계는 특정 순간에 한 지점에서 정지된 한 눈으로 본 시각장으로 제한된다. 셋째. 순수한 형태나 색채조차도 그림 속에 병치되 거나 조합되면서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예기치 못했던 방식으로 스스로를 변 형시킨다.24) 따라서 화가가 각각의 모든 세부에 있어서 자신의 시각에 정말 로 충실했다 할지라도 설득력 있는 환영은 성취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환영의 효과는 개별 자극들 간의 일대일 상응이 아니라 무수한 자극들의 상 호작용으로부터 나오는 전체적인 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가시 세계의 완전한 전사 또는 복제와 같은 것은 불가능 하다. 곰브릭에 따르면 예 술가는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모사할 수는 없다. 단지 매체를 이용해서 자신 이 본 것을 변역할 수 있을 뿐이다.25)

24) 형태와 색채의 병력이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일으키는 눈속임은 흔히 “착시”(optical illusion)라고 불린다. 형태에 있어서의 착시 현상에는 예를 들어 평행선에 빗금을 교차시 키면 굽어보이는 현상, 수직선이 똑같은 길이의 수평선보다 길어 보이는 현상 등이 있다.

색채에 있어서의 착시 현상으로는 소위 “퍼짐효과”(spreading effect)라는 것이 있는데, 예를 들어 하나의 동일한 발간색 띠가 희색과 인접해 있는 부분은 밝아 보이고 검은색과 인접해 있는 부분은 어두워 보이는 현상이다. 이러한 착시 현상은 그저 우리 지각 기관의 변덕이나 사소한 결함으로 여겨져 왔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러한 현상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누구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는 개별 자극들 간의 상호작용에 기인하고 있다. 곰브릭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은 유사 상의 창출이 상당히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단지 시각적 경험 하나에 의존하여 얻어질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 AI., pp. 259-261

25) A & I., pp.30-31

(30)

그러나 매체에 의해 주어진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한계는 곰브릭이 “재 현의 역설”이라고 부른 예술사적 사실에 의해 보여질 수 있다.

곰브릭은 자연주의 회화의 역사가 보여주듯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 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 있는 그림을 낳지 못한다 하는 재현의 역설을 보여준 다. 이러한 딜레마는 아카데미 이론이 정수에서도 분명하게 공식화되었다.

화가가 자신이 사물들은 본 대로 그것들을 모방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그는 그것들 을 잘못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는 자신의 그릇된 상상력에 따라 사물들을 재현할 것이며 따라서 나쁜 그림을 생산할 것이다. 그러므로 화가는 연필이나 붓을 들기 전 에, 사물들을 그 자체로 존재하는 바대로 보는 법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재현 되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는 예술 원칙들에 따른 추론에 맞추어 자신이 눈을 조정해 야만 한다. 왜냐하면 얼마나 역설적으로 들리든지 간에, 눈이 사물들을 본 대로 정확 히 그리는 것은 종종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26)

곰브릭에 따르면 예술가는 어떤 새로운 형태든지 자신이 다루도록 배웠던 도식과 패턴에 동화시키려는 “순응의지”(will-to-make-conform)를 보여준 다.27) 곰브릭이 심적 자세(mental set)라고 부르는바 창조자의 보는 방식에 있어서의 선입관, 화가는 그의 기질, 개성, 매체, 양식등의 영향으로 인해 그 의 의도가 정확하게 실재를 묘사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결코 객관적으로 실재를 바라볼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본 것을 그린다기보다는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것을 본다. 기존의 양식들과 관습들은 예술가가 자연을 충실히 기록하려 애쓰는 동안에도 항상 그에게 마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몇 개의 예는 이집트의 어떤 이국적인 식물의 부조 나 중세의 뷔야르 드 온느쿠르 (Villard de Honnecourt) 의 사자그림, 알브 레히트 뒤러 (Albrecht Dürer, 1471-1528)가 그린 코뿔소 등은 모두 실물그 대로 그렸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는 경우들임에도 불구하고 각기 기 26) Roland Freart de Chambray, Ideee de la Perfection de la Peinture, Mans, 1662, p. 20 (AI., p. 263에서 재인용)

27) A & I., pp. 64-65

(31)

존의 ‘도식’의 영향으로 인해 실재와는 상이한 재현을 산출하고 있다는 것이 다.28)

곰브릭은 위와 같이 모사이론이 주장하는 순수한 눈의 허구성을 폭로하면 서 우리의 지각이 과거의 경험, 지식, 기대 등에 의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 는지를 수없이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지각의 상대성에 근거하여 모사 이론이 잘못된 것임을 보이고, 환영주의적 재현이 시각적 관찰에 따른 자연의 모사가 아니라 관습적 형식들의 “어휘(vocabulary)"를 포함하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순수한 외양의 모사라는 생각은 재현 기술이 순수한 관찰 하나만 의 업적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과 실험의 업적이라는 이러한 예술사 적 사실에 의해 잘못 된 것으로 드러난다. 곰브릭에 따르면 예술가는 외양의 모사에 착수할 수 있기 이전에 어휘 또는 도식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재현 의 어려움을 설명해주는 것은 러스킨이 말했듯이 지식의 침범이라기보다는 어휘의 부족 또는 도식의 결여인 것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과 그것의 재현 대상 사이에 닮은 또는 유 사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상응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 나 어느 누구도 그림이라는 물리적 대상이 그것의 재현 내용에 해당하는 물 리적 대상과 닮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림은 분명히 물감더미들과 붓자국을 담고 있는 이차원의 평평한 표현이며 그것의 재현 대 상은 삼차원의 세계속의 사물들과 장면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사이론의 이차원의 평평한 그림과 삼차원의세계가 어떻게 닮을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삼차원의 세계는 수년간의 실험 을 거쳐 우리들 지각에 의해 서서히 구성된 하나의 구조물이라는 생각을 낳 게 하는데 이는 영국 경험주의자들에 의해 시작된 감각 자료 이론(sense data theory)29)으로 설명되어진다. 즉 다시 말해 닮음 이론에 대한 새로운

28) Ibid., pp.70-7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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