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국토시론 ㅣ
우리나라의 산업도시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외국 산업도시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사례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시의 변두리에 있는 몬밸리 지역은 유에스 스틸의 제철소가 있던 지역이지만, 1980년대 이 후 경쟁력 약화로 제철소가 문을 닫은 이후 급격히 몰락하고 있다. 일자 리를 상실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이 지역을 떠나 고, 오갈 데 없는 노인들만 남아 있다. 한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 동 네에서 가장 잘되는 장사가 뭔지 알아요? 여기서는 교회와 장의사밖에 잘되는 장사가 없어요. 아무런 희망이 없는 동네죠.”
두 번째 사례로, 중국 장쑤성 옌청시로 진입하면 중심가에 ‘옌청 기차 성’(자동차시)이라는 환영 아치를 볼 수 있다. 중국의 울산이라고도 불리 는 옌청시에는 2002년 기아자동차가 합작 형태로 진출한 이후 1공장에 서 3공장까지 완성차공장을 건설, 현재 연간 78만 대의 생산능력을 확 보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5천 명의 직접 고용과 156개의 협력업체를 유치하고 연간 11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옌청시 세수의 70%를 차지 하고 있다. 최근에는 4공장 건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옌청시에는 새로 운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몬밸리 지역 사례가 몰락하고 있는 미국 구산업도시(rust belt)의 모 습을 보여준다면, 옌청시 사례는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산업도시 (sun belt)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흥미롭게도 우리 나라 산업도시의 부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몬밸리 지역 사례는 유에 스 스틸이 포항제철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제철소와의 경쟁에서 패배했 기 때문이고, 옌청시 사례는 현대차그룹이 국내 산업도시에서는 더 이 조형제
울산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mail protected])
글로벌 시대 산업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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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해외생 산의 규모가 국내생산을 추월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기업들이 무역마찰, 환율변동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해외생산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 기도 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실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기업의 경우 해외생산을 하다가도 다시 모국으 로 유턴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국토연구원이 2014 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산업도시의 진단 및 지속적 발전방안 연구’는 우리나라의 산업도시들이 아직까 지는 대체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문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산업도시가 겪었던 본 격적인 탈산업화의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글로벌화의 추세가 계속된다 면, 국내 산업도시의 탈산업화는 본격화될 것으로 예 상된다. 이미 한국 경제의 주력산업인 조선이나 철 강,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 다. 이에 따라 울산, 포항, 여천 등 주요 산업도시 도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쇠퇴하면서 내리막길을 걷 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광주 등 일부 도시에서는 전자산업이 해외로 제조시설을 옮겨가면 서 지역경제의 침체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화
가 진전되면서 주요 대기업의 발전과 지역경제의 발 전이 괴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도시들이 선진국과 같은 탈산업 화, 산업공동화의 전철을 밟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산업도시들 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 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한 국에 20여 개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호언한 적 이 있었다. 그 후 이명박 정부 때는 5+2라는 권역별 발전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많던 계획과 예산 투입의 성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는 확인 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지역발전이란 수도권 중심의 발전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정책으로 전락한 게 아닌 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일관성이 없는 지역발 전 정책의 와중에서 대기업들의 투자는 해외로 향하 고 있고, 우리나라의 산업도시들은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 요한 것은 무엇인가? 다음과 같은 방안들은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 다. 첫째, 산업도시를 단순한 제조 기능만이 아니라 기획, 연구개발 등 구상 기능을 갖춘 내생적 역량을 지닌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 업도시는 제조 기능만을 갖춘 ‘공단’에 불과하다. 이
우리나라 산업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첫째, 산업도시를 단순한 제조 기능만이 아니라 구상 기능을 갖춘 내생적 역량을 지닌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산업도시의 내생적 능력, 즉 회복력을 획득하기 위해 중요한 요인은 그 도시에 뿌리내린 전문인력의 존재다.
셋째, 산업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국 도시 시민사회의 역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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럴 경우 노동비용이 증가하면 그 도시의 경쟁력은 급 격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피츠버그가 철강산업의 몰 락으로 위기에 직면했지만, 생명공학과 로보틱스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카네기멜론대학과 피 츠버그대학을 중심으로 한 내생적 역량이 있었기 때 문이다.
둘째, 산업도시의 내생적 능력, 달리 말해 회복력 (resilience)을 획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 도시에 뿌리내린 전문인력의 존재다. 자신이 속한 도 시에 대해 애착을 갖고 고민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 을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우수한 전문인력의 폭넓 은 풀이 존재해야 그 도시가 회복력을 갖게 되는 것이 다. 우수한 인재를 서울로만 보내는 현재의 중앙집권 적 교육과 채용제도의 개혁 없이 산업도시의 내생적 능력은 회복될 수 없다. 모든 도시의 대학들이 고유 한 특성을 지닌 독일의 교육제도와 바덴뷔르템베르 크, 뮌헨 등 독일 산업도시의 경쟁력을 떼어놓고 생 각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다.
셋째, 산업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국 그 도 시 시민사회의 역량에 달려 있다. 시민들이 얼마만 큼 그 도시에 애착을 갖고 자녀들을 교육하여 그 도 시로 돌아오게 하는지, 그리고 지역 현안에 대해 공 익적 발언과 참여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목소리를 높여 자기 또는 집단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산 업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1990년대 초 독일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고용안정 을 확보하는 대신 생산성 향상에 협조했던 볼프스부 르크 자동차산업의 노사 간 빅딜은 우리에게 시사하 는 바가 크다.
이상의 방안들은 우리나라 산업도시들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다소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선진국 산업도시들의 모습은 이상적인 것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한 지속 적인 노력의 산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40~50 년간 우리나라의 유례없는 고도성장은 산업도시들의 경쟁력과 번영으로 가능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산업도시들의 새로운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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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선진국 산업도시들의 모습은 이상적인 것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산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40~50년간 우리나라의 유례없는
고도성장은 산업도시들의 경쟁력과 번영으로 가능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산업도시들의 새로운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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