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기업가정신 주간이면 우울해 지는 이유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기업가정신 주간이면 우울해 지는 이유"

Copied!
1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기업가정신 주간이면 우울해 지는 이유

최병일

10월 마지막 주가 기업가정신주간이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는 행사 가 열리고 언론들은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을 쏟아낸다. 그리곤 기업가정 신은 잊혀진다. 다시 일년 후가 되면 같은 행사와 기사들이 이어진다. 2013년 기업가정신 주간을 맞아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의 기업가정신의 현주소와 전망은 비에 젖은 가을 낙엽 만큼이나 우울하고 처량하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칠레나 오만보다 더 뒤쳐진다는 국제비 교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기업가정신은 으레 영웅담으로 치부된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면 꼭 등장하는 분들이 있다. 변변한 조선소도 없이 우리나라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으로 해 외 선주를 설득하여 조선강국의 초석을 놓은 정주영 회장, 미국, 일본기업으로 포화된 반도 체 시장에 뒤늦게 진입해봤자 낭비만 있을 것이라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사업 진출을 결정하여 IT강국 한국의 오늘을 연 이병철 회장, 산업의 쌀인 철강을 우리가 생산해 서 자립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철강입국의 비전을 불굴의 추진력으로 이루어 낸 박태준 회 장… 이분들이야 말로 역경을 뚫고 한국경제사의 신기원을 이루어 낸 분들이다. 이들의 도전 정신, 혁신, 추진력은 기업가정신의 전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을 여전히 역경을 뚫고 무엇인가를 이룩해내는 개인적 영웅담으로 윤색하는 것은 21세기 글로벌 디지털 환경 과 고도성장의 시기를 거쳐 완숙한 산업단계에 진입한 한국경제에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다. 이제는 기업가정신이 개인적인 영웅적 쾌거가 아닌, 한국사회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실리콘밸리 수준까지는 당장은 요원하다 하더라도 말 이다. 대한민국의 무수한 경영대학원 중에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곳은 없다. 오히려 기업가 정신을 개인적인 영웅주의로 간주하는 곳은 그런 영웅들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개선의 노력 이 부족한 곳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에 89%가 동의한다고 했다. 한국이 서구 선진국들이 2세기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2세대만에 완성할 만큼의 눈부신 압축성장을 한 이면에는,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질투심이 ‘사돈이 땅을 사니까 나도 사야겠다’는 경쟁심으로 작용한 측면이 크다. 세계골프계에 혜성처럼 등장 했던 박세리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그녀만의 신화로 끝나지 않고 제2, 제3의 무수한 박세리 키드를 만들어 내어 세계여자골프계에 한국낭자군단의 신화를 쓰게 만든 것도 같은 문화적 코드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엔 남의 성공을 인정하는 풍토가 뿌 리내리지 않았다. 창조경제 담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패자부활전의 중요성을 뒤집어 보라.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낙인 찍히는 풍토는 당연히 개선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규칙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 집행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나의 성공은 나의 노력의 공정한 결과 이지만 타인의 성공은 뭔가 이상한, 수긍할 수 없는, 불공정한 탓’이라는 정서가 다분히 깔 려있다. 이 배경에는 한국의 역사적 굴곡, 공적 신뢰의 부족 등이 서로 얽혀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이런 불행한 질곡과는 단절해야 하지 않을까. 패자에서 다시 기회를 주는 것 못지 않게 승자를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렇지않은 토양에서 기업가정신을 기대한다는 것 은 열대지방에 흰 눈이 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세월이 흘러 지금 이 글을 꺼내 읽었을 때, “아하 이럴 때도 있었구나”라고 감회에 잠길 그 날을 그려본다.

참조

관련 문서

이에 본 연구는 최근 대학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체험형 창업교육프로그램 참여가 창업 스킬 및 기업가정신 함양을 통해 대학생들의 창업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기업은 산업체인의 저단계에서 고단계로 전향하여 고부가가치를

카우프만재단의 경우, 청소년과 대학 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련의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 하고 있다. 이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미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에 가장

2) 이와 같이 기존의 조세왜곡을 더욱 악화시키는 세간상관효과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로 인한 물가상승은 실질임금을 하락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r]

첫째, 초기창업 활동(TEA)이 많다고 경제성장에 좋은 게 아니다. 기회 추구 창업이 많아야 하는데, 한국은 경쟁국보다 생계 형 창업의 비중이 높다. 둘째, 기업가정신은

필자는 정부역할이 창조경제시대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동 의한다.. 마찬가지로 행정에는 행정가정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