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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전>의 근원설화 再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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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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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옹고집전>의 근원설화 再考*

1)

김 영 호**

❙국문초록❙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는 장자못전설의 학승화소와 쥐 둔갑설화에서 기원한 진가쟁주화소의 결합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

그러나 학승화소의 경우는 서사 내에서 기능상 동질적이라 하더라도 구 체적으로는 이질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

또한 대칭적인 인물과 사건이 결합해 의미를 만드는 장자못전설의 구 조가 용이하게 분리될 수 있는지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

장자못전설은 신의 징벌인 대홍수신화에 근원을 둔 이야기로 그 전개는 결국 악인의 멸망으로 귀착된다

.

반면

<

옹고집전

>

에서 중요한 악인의 회개와 귀환은 이와 질적으로 다르다

.

그리고 쥐 둔갑설화의 경우는

<

옹고집전

>

의 초인형

(

草人型

)

화소와 변신에 의한 진가쟁주라 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

그에 해당하는 서사는 유래와 종류를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것으로

,

이를 쥐 둔갑설화에서 초인형의 진가쟁주로 이어지는 발생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

따라서 이와 같은 도식에는 적지 않은 의구심이 남는다

.

기존의 연구에서

<

일리사장로 전생담

>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로 보는 견해가 있었으나 널리 인정되지는 못했다

.

그러나 근래에 발간된 설화자료인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는 그 중간항에 위치하는 것으 로 기존에 언급된 자료보다

<

옹고집전

>

과의 유사성이 두드러진다

.

그러한 요소로서 불승에 대한 직접적인 위 해

,

초월적 존재인 부처가 이를 징치하기 전에 하는 발언

,

진가쟁주에서 진가 판정의 기준 등이 공통적이다

.

그 리고 전체 서사에 있어서도 상동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

이에 따라

<

일리사장로 전생담

>, <

부처가 괴팍한 할 아버지를 인도하다

>,

다시

<

옹고집전

>

으로 이어지는 영향관계 및 전승의 경로를 가설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

근원설화연구는 전승과정에서 드러나는 고정적

,

반복적 연속성과 변화된 변별성을 통하여 향유층의 수용과 이해를 살필 수 있게 한다

.

그리고 텍스트를 해석하는 지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

이러 한 관점에서 근원설화로부터

<

옹고집전

>

으로 이어지는 전승맥락의 핵심은 초월자가 상징하는 초월적 신성

,

윤 리적 가치와 악인이 현시하는 현실적인 욕망 사이의 대립이다

.

이것이 근원설화의 형성 및 전승을 통하여 과 거로부터 이어져온 주제인 것이다

.

[

주제어

]

옹고집전

,

옹고집타령

,

근원설화

,

본생경

,

불전설화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이 논문은 BK21 플러스 고려대학교 한국어문학 미래인재육성사업단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음.

** 고려대학교 박사과정 / hoya3833@nate.com

(2)

❙목 차❙

.

서 론

.

기존 논의의 문제점 검토

.

새 자료의 양상과 의의

. <

옹고집전

>

형성의 전승적 맥락

.

결 론

Ⅰ. 서 론

<

옹고집전

>

은 실창

(

失唱

)

판소리

옹고집타령

이 문자로 정착한 판소리계 소설로

,

20

여종을 상회하는 현전 필사본이 판소리 외의 독서물로도 꾸준히 향유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

그동안

<

옹고집전

>

의 연구는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

그 가운데 근원설화의 탐색은 다른 판소리 및 판소리계 소설과 마찬가지로 초기연구부터 중요한 연구대상이었다

.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연구로 먼저 김동욱은 불교적 동물인도환생설화의 전변인 쥐 둔갑설화 등을 토대 로 역시 불교와 관련이 깊은 판소리 담당층이 우화적 판소리로 옹고집타령을 창작했다고 보고

,

1) 이어서 󰡔파 수록

(

破垂錄

)

󰡕의

<

진허가허사

(

眞許假許事

)>

를 유사한 근원설화로 제시하였다

.

2) 장덕순3)은 쥐 둔갑설화와

󰡔실사총담

(

實事叢譚

)

󰡕의

<

김경쟁주

(

金慶爭主

)>,

인도설화

<

구두쇠 이리이샤

>

를 유사한 설화로 소개하였다

.

그리고 인도 기원의 설화와 손톱금기담의 혼성으로 쥐 둔갑설화가

,

마찬가지로 인도설화와 장자못전설의 학 승

(

虐僧

)

화소의 영향에 의해

<

김경쟁주

>

가 만들어졌으며

,

다시 둘이 결합하여

<

옹고집전

>

이 형성되었다고 정리하였다

.

최래옥4)

<

옹고집전

>

이 학승삽화와 진가쟁주

(

眞假爭主

)

삽화로 구성되며

,

장자못전설의 학승화 소와 쥐 둔갑설화에서 발생한 초인형

(

草人型

)

진가쟁주담이 결합하여

<

옹고집전

>

서사를 이루었다고 결론지 었다

.

이렇게

<

옹고집전

>

이 장자못전설의 학승화소와 쥐 둔갑설화의 진가쟁주화소가 결합한 형태라는 견해 는 후속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고

,

현재는 거의 정설화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한편 이와 다른 원천을 찾은 연구로서 김현룡은 실제담인 유유

(

柳游

)

사건과 이를 토대로 한

<

유연전

(

柳淵

)>,

5) 그리고 도술에 의해 동일인이 출현하는 󰡔태평광기

(

太平廣記

)

󰡕의 설화

<

관사법

(

關司法

)>

이 합쳐져

<

옹고집전

>

을 이루었다고 보았다

.

6) 그리고 정인한7)은 󰡔본생경

(

本生經

)

󰡕에 기록된

<

일리사장로 전생담

>

이 근원설화라고 하였다

.

그 근거로 전체 서사의 구성에 있어

<

옹고집전

>

과 가장 유사하기에 영향관계가 분명 하며

,

󰡔본생경󰡕이 기원전

2~3

세기 이전의 텍스트인 만큼 그간 거론된 자료보다 시기도 앞선다는 점을 들었

1) 김동욱, 「판소리 발생고 (2)」, 󰡔서울대학교 논문집󰡕3, 서울대학교, 1956.

2) 김동욱, 「판소리 근원설화 첨보」, 󰡔대동문화연구󰡕 3,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1966.

3) 장덕순, 「설화의 소설화」, 󰡔동아문화󰡕7, 서울대학교 동아문화연구소, 1967.

4)최래옥, 「說話와 그 小說化 과정에 대한 구조적 분석: 특히 장자못 전설과 옹고집전의 경우」,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68.

5) 김현룡, 「「옹고집전」의 근원설화 연구」, 󰡔국어국문학󰡕 62·63, 국어국문학회, 1973.

6) 김현룡, 「한국설화·소설에 끼친 「태평광기」의 영향연구」, 건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76, 382~386쪽. 7) 정인한, 「옹고집전의 설화 연구」, 󰡔문학과 언어󰡕1, 문학과 언어연구회, 1980.

(3)

.

그래서 인도의 설화가 불경 등을 통해 전해지고

, <

옹고집전

>

에서 에피소드가 부가된 소설적 결구로 변용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

또한 정규복8)은 󰡔서유기󰡕의

<

요괴양삼장둔갑설화

(

妖怪兩三藏遁甲說話

)>, <

양행자쟁 주설화

(

兩行者爭主說話

)>

에 나타난 둔갑쟁주의 화소가

<

옹고집전

>

에 영향을 주었으며

,

특히

<

양행자쟁주설 화

>

와는 진가판별과정의 서사진행이 흡사함을 지적하였다

.

그리고 인도의 둔갑쟁주설화가 중국의 󰡔서유기󰡕

,

다시 한국의

<

전우치전

>, <

옹고집전

>

등으로 이어졌다는 전승경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

이상의 논의에 서는 특정 자료를

<

옹고집전

>

과 대비하여 유사성을 검증하고

,

근원설화로서 가지는 타당성과 의의를 고찰하 였다

.

그리고 설명과 논리의 타당성

,

이후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주효한 흐름은

<

옹고집전

>

의 발생을 장자못 전설의 학승화소와 쥐 둔갑설화의 진가쟁주화소의 결합으로 보는 것과 인도설화를 원천으로 하는 󰡔본생경󰡕

의 전생담에서 찾는 두 가지 견해이다

.

이처럼 근원설화 자료의 검토가 이루어진 후로는 그간의 제설

(

諸說

)

을 검토하고 당부를 따지는 방식의 연 구가 이어졌다

.

󰡔한국구비문학대계󰡕로 전국적 규모의 구비전승 조사결과가 정리된 이후에 오세길9)

<

옹고 집전

>

의 유사유형으로 분류된 설화를 분석해 금기와 변신 화소가 있는 쥐 둔갑설화가 근원설화이며

,

전승의 과정에서 종교적 금기를 나타내는 주제로 변이하여

,

다시 효와 인과응보의 사상과 결합해

<

옹고집전

>

이 형 성되었다고 정리한 바 있다

.

인권환10)은 기존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

옹고집전

>

을 󰡔본생경󰡕의 본생 담을 근간으로 형성된 작품으로 보면서

,

배불자

(

排佛者

)

의 징치를 서사의 핵심으로 하고 불교적 사상과 주제 를 근원적으로 가진 불교소설로 그 성격을 규정하였다

.

그리고 이완형11)은 기왕에 언급된 장자못전설의 학 승대목

, <

구두쇠 이리이샤

>, <

일리사장로 전생담

>,

쥐 둔갑설화의 둔갑대목

, <

김경쟁주

>

<

진허가허사

>

의 징치대목

,

󰡔서유기󰡕

<

양행자쟁주설화

>

의 인물 이동추이의 요소들이 옹고집타령에서 종합되고 이후에 소설로 향유되었다고 하여

,

기존 연구의 대부분을 근원설화로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였는데

,

절충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가능하겠으나 동시에 그동안 보론 내지 반론의 제기가 없었던 근원설화연구의 미진한 부분을 반증한 다고도 볼 수 있다

.

이렇게 여러 자료가 검토된 후로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연구는 일단락된 듯 보이며

,

복수의 설화를 구성 하는 주요 화소가 분리와 상호 결합의 과정을 거쳐 근원설화를 형성했다는 설명이 주류적 위치에 있다

.

이에 반하여 인도 내지 불전의 설화를 기원으로 보는 의견은 비판 및 검증 없이 소수 의견으로 머물러 후속연구에 서 주변화 되었다

.

하지만 근간에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연구에 포함되어야 하는 자료가 발간되었다

.

만주 에서 전승되어 근래 번역된 설화집에 실린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설화가 그것이다

.

이 자료 는 󰡔본생경󰡕의

<

일리사장로 전생담

>

을 승계하면서도

, <

옹고집전

>

과도 상당한 유사성을 아울러 가지고 있어 이들 간의 관련성에 대한 고찰이 불가피하다

.

그리고 그간 거론된 자료 외에 새로운 텍스트가 추가된 만큼 이를 포함하여 기존 연구의 맥락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 또한 자명한 것이다

.

8) 정규복, 「한국소설과 西遊記」, 󰡔韓中比較文學의 硏究󰡕, 고려대학교 출판부, 1987.

9) 오세길, 「<옹고집전> 근원설화의 변이 양상」, 󰡔국어국문학󰡕11, 동아대학교, 1992.

10) 인권환, 「옹고집전의 불교적 고찰: 근원설화와 주제를 중심으로」, 󰡔민족문화연구󰡕 28,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95.

11) 이완형, 「‘옹고집’설화의 판소리 수용과 변이 양상」, 유광수 외, 󰡔쟁점으로 본 판소리 문학󰡕, 민속원, 2011.

(4)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본고에서는 새로운 자료가

<

옹고집전

>

과 가지는 유사성과 근원설화로서의 위상 및 의의를 검토하는 데에 우선 중점을 두려고 한다

.

그리고 그에 앞서서 기존의 주류적인 논의의 타당성을 면밀 히 살피고 그 적부를 검증할 것이다

.

이를 통해서야 해당 자료가 가지는 변별성과 의미가 보다 선명해 질 것 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는 그 결과를 토대로 근원설화가

<

옹고집전

>

으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지속 혹은 변화하는 요소

,

의미를 고찰하여

,

그 동적인 양상이 텍스트의 해석과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모 색해 볼 것이다

.

Ⅱ. 기존 논의의 문제점 검토

기존에

장자못전설

학승화소

쥐 둔갑설화

진가쟁주화소

의 결합형이

<

옹고집전

>

12)의 근원설화 로 인정받아왔다

.

13)새로운 설화자료의 검토에 앞서 이러한 논의의 타당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는데

,

이를 위 해서는

<

옹고집전

>

의 초기본과 근원설화로 거론된 자료의 비교가 효과적일 것이다

.

옹고집타령과 관련하여 현전하는 최초의 기록으로

1843

년 지어진

<

관우희

(

觀優戱

)>

를 토대로 하면

,

그 내용은 대략

옹생원과 허수 아비가 다투는 맹랑한 이야기가 맹랑촌에서 펼쳐지고

,

부처의 힘에 의한 영험한 부적이 아니었다면 끝내 진 가를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

14)라는 것이다

.

그리고 이러한 서사의 구성이

<

옹고집전

>

으로 이어져 모든 이본의 서사에 있어 근간을 이루고 있다

.

그리고 이본연구15)를 참조하면

<

옹고집전

>

가운데 초기본은

<

관우희

>

의 내용과 비교하여 등장인물로 옹 생원이 등장하고

,

16) 이야기의 공간배경이 맹랑촌이며

,

17) 또한 도승이 준 부적으로 가옹을 다시 짚으로 만드 는 결말부가18) 불력

(

佛力

)

에 의한 부적으로 진옹과 가옹이 가려진다는 내용과 같다는 점에서

<

박순호

20

장 본

>

이며

,

이를

19

세기 초중엽의 옹고집타령에 가까운 이본으로 판단할 수 있다

.

19) 또한 서사 내에 옹고집의

12) <옹고집전>의 이본 16종을 수록하여 근래에 발간된 자료집을 주자료로 이용하며, 편의를 위하여 해당하는 (쪽수)와 <이본 명>만을 기재하기로 한다. 자료집에 수록된 이본은 <김종철본>, <박순호 20장본>, <김삼불본>, <조령출본>, <최래옥본>,

<박순호 30장본>, <나손 20장본>, <나손 24장본>, <연세대본>, <김일근본>, <고려대본>, <사재동본>, <강전섭본>, <김 광순 32장본>, <박순호 32장본>, <나손 21장본>이다. 서유석 외, 󰡔옹고집전·배비장전의 작품세계󰡕, 보고사, 2013.

13) “설화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냥 온 중을 괄시해서 화를 입게 되었다는 설정은 ‘장자못이야기’와 상통한다. 부자이면

서 인색하기만 한 인물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 도승이 도술을 부렸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한다. 그러면서 가짜가 와서 진짜를 몰아내게 되었다는 줄거리는 쥐를 기른 이야기와 같다. 설화를 적극 수용한 것은 판소리계 소설의 일반적 특징과 연결된 다.” 조동일, <옹고집전> 항목,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137쪽.

14) “雍生員鬪一芻偶, 孟浪談傳孟浪村, 丹籙若非金佛力, 疑眞疑假竟誰分” <觀優戱五十絶> 17首. 구사회, 「새로 나온 송만재의

<관우희(觀優戱)>와 한시작품들」, 󰡔열상고전연구󰡕 36, 열상고전연구회, 2012, 152쪽.

15) 최래옥, 「옹고집전의 제문제 연구」, 󰡔동양학󰡕19,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1989; 정충권, 「옹고집전 이본의 변이양상과 그 의미」, 󰡔판소리연구󰡕4, 판소리학회, 1993; 김종철, 「옹고집전 연구」, 󰡔한국학보󰡕20: 2, 일지사, 1994; 최혜진, 「<옹고 집전>의 이본과 변모양상 연구」, 󰡔판소리연구󰡕 36, 판소리학회, 2013.

16) “경샹도 골  용원이 심가 불칙여 남을 코자 지라”(30) <박순호 20장본>

17) “영남 을 다다라셔 낭쵼을 자가니”(31) <박순호 20장본>

18) “부  을 쎠 쥬어 왈 이 부을 가지고 네집의 도라가 방안의 부치고 왼발 구르면셔 진언을 면”(44) <박순호 20장본>

(5)

불효와 장모박대가 없이 학승만이 있는 단락구성의 기준을 따르면

<

박순호

20

장본

>

<

김종철본

>

20)이 초기 본에 해당한다

.

21)

판소리로 연행되다가 소설로 정착해 향유된 초기의

<

옹고집전

>

은 제시한 이본을 토대로 보면

, ‘

악인인 옹 고집이 도승에게 악형을 가하고

,

그 징벌로 허수아비로 만들어진 자신과 똑같은 가옹과 진짜와 가짜를 분별 하는 싸움을 벌여 패배해 추방되었다가

,

개과천선하여 가옹을 퇴치할 부적을 얻어서 원래 자기의 자리로 돌 아온다

.’

는 내용이다

.

그리고 이를 학승의 악행과 진가쟁주의 징치로 나누어 각각의 원천을 장자못전설과 쥐 둔갑설화에서 찾는 것이 기존의 정설이다

.

그러므로 그 검토 역시 장자못전설의 학승화소와 쥐 둔갑설화의 진가쟁주를 나누어 살피는 것이 주효할 것이다

.

먼저 장자못전설유형의 설화들은 각편별로 전개와 내용에 다양한 변이를 보이지만

,

중심서사의 구성은

인 색한 장자가 시주를 청하는 중에게 두엄을 퍼주었고

,

그것을 본 며느리는 쌀을 시주하였으며

,

이에 중이 며 느리에게 피난하라는 말과 함께 도중에 뒤를 보지 말라는 금기를 내리고

,

악행에 대한 징벌로서 장자의 집터 는 연못이 되며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 며느리는 돌로 변한다

.’

22)는 것이다

.

여기에서는 공양을 청하는 도승 을 모욕한 인물이 집터의 수몰이라는 방식의 징벌을 받는 이야기와

,

도승에게 선행을 베푼 며느리가 그와 같 은 절멸에서 구원 받을 기회를 얻었으나 금기를 어겨 돌로 변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

23) 그리고 그 가운데 악인이 시주승에게 악한 행위를 한다는 학승화소가

<

옹고집전

>

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언 급되었다

.

그렇다면 두 자료의 학승화소를 대비하여 연관성과 영향의 수수관계가 존재하는지 검증하는 것으 로 타당성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

장자못전설에서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는 악행은 중에게 두엄을 퍼서 시주로 주는 것이다

.

각편의 거의 전 부에서 장자는 시주를 청하는 도승에게 오물을 주는 것으로 모독한다

.

24) 그렇지만

<

옹고집전

>

에 나타나는 학승의 행위는 옹고집이 하인들을 시켜 도승에게 형장

(

刑杖

)

을 가하는 것이며

,

25) 모든 이본에서 그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면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

또한 옹고집은 도승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중을 만나면 갖가지 폭력 을 휘두르는 패악이 자심한 인물로 그려진다

.

이에 비해 장자못전설의 장자는 인색하여 시주 대신에 두엄을 퍼주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

이점을 대비하면 장자못전설에 비해

<

옹고집전

>

의 학 승화소가 더 심각하고 직접적

,

물리적

,

폭력적으로

,

양자 사이에는 악행의 정도와 구체적인 형상화에 변별성

19) 정충권, 앞의 글, 1993, 326쪽.

20) <김종철본>은 <박순호 20장본>에 비해 몇몇 단락이 부가된 형태로 약간의 편차를 제외하면 같은 계통의 초기 이본이다. 21) 김종철, 앞의 글, 1994, 116쪽.

22) 최래옥, 앞의 글, 1968, 8쪽; 이인경, 󰡔󰡔한국구비문학대계󰡕 소재 설화 해제󰡕, 민속원, 2008, 605쪽.

23) 장자못전설은 학승과 함몰 모티프가 결합한 장자못삽화, 금기와 화석 모티프가 결합한 돌삽화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최래 옥, 앞의 글, 1968, 12~13쪽.

24) 138편의 각편을 조사한 최래옥에 의하면 채집된 장자못전설의 95%에 쇠똥 모티프가 등장하는데, 이를 근거로 그는 장자못

전설이 소를 주로 키우는 문화 곧 인도에서 발생한 외래설화일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불경 가운데 목련존자가 아귀에게

‘너는 보시로 쇠똥을 주었기 때문에 이 아귀지옥에서 벌을 받는다.’라고 하는 내용이 있어, 이를 토대로 장자못삽화가 불경 에 수록되어 농경 미작지역을 거쳐 단일한 루트로 전래, 전국에 확산되었다는 가설을 설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최래옥, 앞 의 글, 1968, 90~91쪽, 주1) 참조.

25) “장 이십두 여 곡두머리을 집어 동당이쳐 두르니”(33) <박순호 20장본>

“오십 도을 장 후의 러라 분부리”(19) <김종철본>

(6)

이 존재한다

.

다음으로 장자못전설에서 장자가 두엄을 시주하는 행위와 며느리가 쌀을 시주하는 행위는 서사 내에서 대 칭적인 사건이자 서사의 구성요소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야기에서 두 행위는 대립을 이루며

/

,

/

,

/

,

/

,

멸망

/

구원 등

의 대립쌍과 연관되어 의미의 계열을 형성한다

.

그래서 장자못전설에 서는 악한 장자의 징벌만이 아니라 선행을 베풀고 끝내 돌로 화하는 며느리 또한 대등하게 중요한 요소인 것 이다

.

또한 며느리는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에서 오는 선험적 결함에 의해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되기에

,

장 자못전설의 비극성은 며느리라는 인물을 통해 창출되는 면이 강하다

.

그리고 이로 인해서 신성성 내지 초월 성에 대한 경외감이 증폭된다

.

따라서 장자의 삽화와 며느리의 삽화로 장자못전설이 구성되더라도 그것은 일 체화된 하나의 구조로 분리 가능한 요소간의 결합이 아닌 것이다

.

그렇기에 어느 일방의 결락이 전승의 과정 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별도의 논거 없이 결과론적으로 전제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

26)

그리고 장자못전설은 근원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대홍수신화 내지 설화에 둔 설화유형으로 그 축소 내지 잔존의 성격을 가진다

.

27) 그래서 장자못전설에 등장하는 도승은 기표가 지시하는 그대로 불승

(

佛僧

)

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인 신성의 존재를 상징한다

.

28) 그는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었던 신적 심판자의 축 소형으로

,

그렇기에 장자의 악행을 단지 불교와 관련되는 학승

,

배불 등의 의미로 이해하긴 어렵다

.

이에 따 라서 그 서사적 구성력은 악행을 한 인물 내지 집단

,

나아가 인류가 필연적이고 운명론적인 멸망에 처하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

이에 반해

<

옹고집전

>

에서 옹고집과 도승의 관계는 비교적 대등하며

,

수직적인 위계 대신에 상대적으로 양자가 대표하는 가치가 충돌

,

대결하는 구도가 두드러진다

.

그래서 한시적으로 세속의 악인이 초월적인 도승보다 우위를 점유하기도 한다

.

또한 옹고집을 벌하는 도승은 심판자이면서 악인의 회과

(

悔過

)

를 이끄는 구원자의 성격도 가지기에 장자못전설과

<

옹고집전

>

의 도승 사이에는 기능과 의미에 변별 성이 존재하며

,

존재론적 위상에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

이와 같이 서사의 진행에 있어 계기적 기능이 유사하더라도

,

장자못전설과

<

옹고집전

>

의 학승화소 사이에 는 그 구체적인 양태와 행위와 함께 대상인 도승의 성격

,

위상에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

따라서 장자못전 설의 학승화소가

<

옹고집전

>

에 직접적으로 발생론적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논증하려면

,

이러한 변별성이 나타나게 된 변화와 매개과정의 설명이 요구된다

.

그리고 장자못전설의 서사가 분리 가능한 결합의 구조인 가

,

대칭적으로 일체화된 구조인가 역시 상론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

이에 대한 해명 없이 일정한 유사성 을 근거로 장자못전설과

<

옹고집전

>

사이의 직접적인 영향을 논하는 데에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난점이

26) 무가 <장자풀이>에서는 장자못전설의 내용에 악행의 징벌로서 집터의 함몰 대신 염라왕에게 잡혀 지옥에 갈 위기에 처한 장자가 며느리의 기지 덕택으로 살아남아 개과하였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여기서도 두 인물을 분별하는 구체적 행위는 두엄 과 쌀의 시주라는 대칭적인 사건이다. 장자못전설의 결말인 멸망, 함몰과 화석이 모두 며느리의 기지에 의해 그 반대극인 구원으로 역전되지만, 애초의 인물과 행위의 대칭적 구조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장자못전설 서사의 구조 가 가진 고정성, 반복성과 전승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7) 천혜숙, 「홍수설화의 신화적 조명」, 󰡔민속학연구󰡕1, 안동대학교 민속학회, 1989; 권태효, 「<돌부처눈 붉어지면 침몰하는 마을>담의 홍수설화적 성격과 위상」, 󰡔구비문학연구󰡕 6, 한국구비문학회, 1998.

28) 장자못전설에서 내방자인 중은 파괴적인 자연현상을 일으키고, 인간에게 금기를 제시하며 함몰과 화석의 징벌을 내릴 수 있 는 능력을 가진 심판자로서 무자비함과 엄청난 비극을 가져오는 힘을 속성으로 한다. 최래옥, 앞의 글, 1968, 87쪽.

(7)

있다

.

그리고 장자못전설의 학승화소와 함께

<

옹고집전

>

을 구성하는 진가쟁주화소의 기원으로는 주로 쥐 둔갑 설화가 인정되고 있다

.

이 역시 널리 분포하는 설화유형으로29) 각편의 양상 또한 다양하다

.

그렇지만 그 요 지는

금기를 위반한 행위로 인해 쥐 등의 이물

(

異物

)

이 가족의 일원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며

,

그로써 같은 모습의 두 인물이 진가를 다투게 되어 패배한 진짜가 추방되고

,

고생 끝에 가짜를 물리칠 고양이 등의 주물

(

呪物

)

을 얻어 가짜를 퇴치한다

.’

30)이다

.

이 유형이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은 등장인물 로 변신하는 이물이 등장하고

,

그로 인하여 진짜와 가짜의 다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

일단 쥐 둔갑설화와

<

옹고집전

>

모두 변신화소를 핵심으로 하는 변신설화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

그에 따른 진가쟁주화소 역

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

하지만 두 이야기의 변신화소에 존재하는 변별적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

변신화소의 일반적인 분류에 따르면 쥐 둔갑설화의 경우는 자의에 의한 둔갑

(

遁甲

)

이고

<

옹고집전

>

은 타의에 의한 허수아비의 변신으로 서 착주

(

捉呪

)

라는 데 변별적 차이가 있다

.

31) 그래서 양자를 연결 지으려면 앞선 장자못전설의 경우와 같이 그 변환의 과정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

그리고 그것은 변신에 의한 진가쟁주화소를 공유하는 쥐 둔갑설화 와

<

옹고집전

>

을 두고

,

쥐에서 인간으로의 변신담에서 허수아비의 인간 변신인 초인형

(

草人形

)

의 화소가 발 생했다는32) 사실의 증명이 되어야 하는데

,

사실상 그에 대한 설명은 부재하고33) 또한 그 가능성 역시 상당 히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

같은 방법론을 따라서 기존의 연구에서 근원설화로 거론된 모두를 쥐 둔갑설화의 자리에 대치하여

<

옹고집전

>

의 진가쟁주화소와 연결 짓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이에 대해서는 개념의 외연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동일한 두 존재가 같은 공간에서 조우 한다는 상상과 사유 자체는 기원을 상정하기 어려울 만큼 유래가 깊고

,

그에 포함되는 서사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

이를 고려한다면 쥐 둔갑설화와 초인형의 진가쟁주화소 역시 공통의 집합에 속하며 모티프를 공유하는 다른 형식의 서사일 뿐

,

그 사이에 발생론적 관계를 확정할 합리적 근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

또한 다수의 유사한 서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근원설화를 규정하는 데 중요한 준거는 제재적 요소인 다른 설화를 종속적 인 위치에 배열시키는 중심설화이며

,

34)작품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상동성을 지녀야35) 한다는 것이다

.

그렇

29)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631-2 ‘둔갑해서 주인을 몰아낸 쥐 물리치기(옹고집전 유형)’으로 분류한 37편의 설화가 실려 있 다. 󰡔한국구비문학대계 1: 한국설화유형분류집󰡕,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9, 533~534쪽.

30) 윤주필, 「베트남의 <鼠精傳>과 한국의 <壅固執傳>의 비교」, 󰡔고소설연구󰡕21, 한국고소설학회, 2006, 123쪽; 이인경, 󰡔󰡔한 국구비문학대계󰡕 소재 설화 해제󰡕, 민속원, 2008, 619쪽.

31) ‘둔갑(遁甲)은 변신 주체가 자기 의지로 술법(術法)을 사용하여 모습을 바꾸는 자의(自意) 변신으로, 변신체의 의도가 성취 되거나 그 정체가 발각되면 본체로 돌아오는 순환(循環) 변신이 일반적이다. 착주(捉呪)는 주술 또는 주물(呪物)에 의한 것 으로, 변신 주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행해지는 타의(他意) 변신이며, 변신의 동기가 해소될 경우 본체로 회귀한다.’ 강진옥, 변신화소 항목, 󰡔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편󰡕, 국립민속박물관, 2012, 293쪽.

32) 최래옥, 앞의 글, 1968, 121~126쪽.

33) “구전되어 쉽게 들을 수 있는 쥐 둔갑설화를 다시(아마도 광대가) 초인형으로 개작(변화)시켜 장자못전설과 인과를 맺어 옹

고집전을” 만들었다는 설명은 미리 전제한 정황에 의거한 추정으로 구체적, 실증적 논거를 기반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래옥, 앞의 글, 1968, 126쪽.

34) 김종철, 「춘향전의 근원 설화」, 김병국 외, 󰡔춘향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서광학술자료사, 1993, 210~211쪽. 35) 정충권, 「<흥부전> 근원설화론」, 󰡔흥부전 연구󰡕, 월인, 2003, 15~16쪽.

(8)

기에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로 화소의 결합을 상정하는 도식은 적지 않은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 다

.

36) 이상의 논의에 의거하여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로 인정되어 온 장자못전설과 쥐 둔갑설화는 공히

<

옹고집전

>

의 해당 구성요소 및 구조와 대비해 간극이 크며

,

이에 대한 해명 없이 부분적인 유사성을 들어 두 화소의 결합형을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

Ⅲ. 새 자료의 양상과 의의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로 인정되어온 장자못전설의 학승과 쥐 둔갑설화의 변형인 초인형 진가쟁주의 결 합이라는 도식은 타당성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

.

그리고 오히려 전체적인 서사의 구성에서

<

옹고집전

>

에 더 욱 근사한 자료는 󰡔본생경󰡕의

<

일리사장로 전생담

>

이다

.

37)그럼에도 널리 수용되지 못한 것은 그 사이에 존 재하는 역사적

,

지리적 그리고 심리적인 거리감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

이러한 상황에서

<

옹고집전

>

의 근원 설화연구에 새롭게 포함해 다루어야 할 자료인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가 실린 설화집이 번역 되어 발간되었다

.

이 설화는 전체의 서사 구성과 핵심적인 표지에 있어

<

옹고집전

>

과의 관계가 분명하여 기 존의 관련 자료보다 근접한 면모를 보여준다

.

자료가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그 분량이 길지 않으므 로

,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을 제시하고

<

옹고집전

>

의 초기본과 비교하면서 관련성에 대하여 고찰하도록 하 겠다

.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그 후

,

다시 전처럼 서르군 숲에 가서 신을 짊어지고 오는데

,

신이 말하였다

.

옛날 어너트허 나라의 남쪽에 어느 심술궂은 부자 할아버지가 있었다

.

그 할아버지는 라마 화상들을 보면 죽이고

,

사원과 불 상들을 보면 부수고 다녔다

.

여래 부처가 하늘 위에서 보면서

, ‘

이 죄 많은 사람을 없애지 않으면

,

불법

(

佛法

)

이 쇠락하고

,

어리석고 나쁜 사람들이 번성할 것이다

.

그러니 이 사람을 없애자

고 생각했다

.

하루는 그 죄가 많은 노인이 가축을 살피러 간 후

,

여래 부처가 그의 모습으로 변해서

,

할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 있었다

.

그로부터 할아버지가 자기 집에 와서는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부처를 보고 물었다

. “

아니

,

이게 어찌 된 일이냐

?

내 집에 와 있는 당신은 어디에서 왔소

?”

그러자 부처가 말 했다

. “

이 거지 할아버지를 내 집에 들이지 말고

,

어서 내보내라

.”

할머니는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나의 남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

그래서

지금부터 당신들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서

,

집을 세 바퀴 돌고 오세요

.

그랬다가 재빨리 집으로 와서 집안의 재물과 가축을 세어보세요

.

누가 맞는지 한번 가려봅시 다

.”

하고 말했다

.

할아버지는

,

가릴 테면 가려 보라지

.”

하면서

,

집 밖에 있는 가축을 모두 세어서 말했다

.

하지만 부처는 신의 헤아림으로

,

그 집안의 재물을 족집게처럼 빠짐없이 세어서 말했다

.

할머

36) 인권환, 앞의 글, 173~176쪽.

37) 정인한, 앞의 글, 142~151쪽; 인권환, 앞의 글, 176~177쪽.

(9)

니는 부처를 가리키면서

내 남편은 이분이오

.”

라고 한 후

,

그녀의 남편을 때려서 쫓아버렸다

.

죄를 많이 지은 심술궂은 할아버지는 멀리 쫓겨 갔다

.

그가 근심에 싸여 길을 가는데

,

부처가 학자 로 변하여 그 할아버지 옆으로 가서 물었다

. “

할아버지

,

당신은 무슨 나쁜 죄를 지었길래 이리도 걱정 하고 있소

?”

할아버지는 자신이 이제까지 지은 죄를 모두 털어놓았다

.

그러자 학자는

지금 당신의 재 물과 가축을 갖고 와 준다면

,

그 사람의 말을 따르겠소

,

따르지 않겠소

?”

하고 물었다

. “

그렇게 커다란 은혜를 베푼 사람의 말을 어길 도리가 있겠소

?”

라고 할아버지가 대답하자 학자는 말했다

. “

그렇다면

,

너는 이제 라마승 화상을 죽이지 마라

.

그리고 사원과 불상을 부수지 말라

.

계율을 지켜라

.

그렇게만 한다면

,

너는 영원히 편안하게 살리라

!” “

나는 당신의 말을 따르면서

,

어기지 않고 살겠습니다

.”

할아버 지는 맹세했다

.

그러자 학자로 변한 부처는

자 그럼 이제 너는 항상 나의 말을 어기지 말라

.”

라고 하 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

할아버지는 자신의 나쁜 행동을 그만두고 부처를 공양하며 지냈다

.

라마승들을 존경하면서 자기 집에 들여 경을 외게 했다

.

그 때 얼허 야붕가 왕이

그 할아버지

,

처음에는 두렵게 하더니 나중에는 불법에 들었구나

!”

하고 말하니

,

신이 주머니를 풀고서는 가버렸다

.38)

제시한 자료가 수록된 설화집은 티베트

,

몽골

,

만주 등지에 널리 유포하는 것으로

,

39) 만주족 전승의 이 설 화는 확인되는 것처럼

<

옹고집전

>

과의 유사성이 뚜렷하다

.

그 구성의 상동성과 공통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

우선 이야기 전체의 구성은

악하고 부유한 노인이 라마승을 죽이고 사원과 불상을 파괴하는 악행을 저질러

,

이를 벌하기 위하여 여래부처가 악인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여 진가쟁주를 통해 악인을 추방하며

,

악인을 개과시켜 다시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는다

.’

<

옹고집전

>

초기본과 동일한 전개 양상을 가지고 있다

.

그리고 악인이 부유한 자로 설정되는 점과 함께 특히

,

그의 악행이 라마승을 죽이고 불상과 사원을 부수는 것으로 옹고집이 평소에 중을 대하여 갖은 악행과 폭력을 일삼았다는 행위와 혹사

(

酷似

)

하다

.

<

옹고집전

>

에서는 지적한 바와 같이 도승을 포함한 불승에 대하여 물리적이고 심각한 폭력이 가해지고

,

그 가운데 특징적으로 거의 모든 이본에서 옹고집이 불승의 귀를 뚫는 방식의 형벌을 가하는 내용이40) 나타 나고 있다

.

대다수 이본에서 거의 동일한 형식으로 승려에 대한 옹고집의 악행이 부각되며

,

또한 이본의 전 개에 따라 옹고집의 악행이 확대되고 인물이 지닌 부정성의 강도는 심화된다

.

41)하지만 애초에 설정된 불승 에 대한 증오와 그에 따른 폭력은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

이는 옹고집이라

38) 최동권 외, 󰡔언두리[神]가 들려주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박문사, 2012, 135~137쪽.

39) 󰡔언두리[神]가 들려주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만주족 전승의 설화집으로, 그 원전은 인도의 찬드라 굽타 2세 비크라마디 티야(Vikramāditiya, 재위 380~415)를 주인공으로 하는 설화집 󰡔베탈라판차빔자티(vetāḷa-pañca-viṃśati)󰡕이다. 이 설화 집은 티베트를 중심으로 전파되어 몽골과 만주족, 중국 소수민족 등에게서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었다. 김량진·김수경, 「만 문본 󰡔언두리[神]가 들려주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문화사적 의의」, 󰡔동아시아고대학󰡕 32, 동아시아고대학회, 2013, 295~305쪽.

40) “즁을 보면 미워고 즁이 오면 동양도 아니쥬고 두 귀의 말둑박고 고리의 테 몌고 별로 볼기 치고 호령이 분간 읍

더라”(30) <박순호 20장본>

“즁을 보면 박 더옥 심여 나무 송곳 귀를 어 마죠여 다라고 각 형벌 무수이”(16, 17) <김종철본>

41) 학승만이 있는 초기본에서 불효가 추가되는 중간 단계를 거쳐, 다시 장모의 박대와 부인의 추방이 더해지는 후기본으로 이 본이 전개되며, 이러한 특징은 <옹고집전>의 세 이본군을 구분하는 기준이면서 동시에 옹고집의 악행이 점차 확대, 심화되 어 가는 면모를 보여준다. 김종철, 앞의 글, 1994, 122쪽.

(10)

는 인물이 지닌 탐욕과 인색한 성정과는 의미의 층위를 달리하는 것이다

.

옹고집은 중을 보면 형장은 물론이 고 대테메기

,

귀를 뚫거나 그 상태로 매달기 등의 갖가지 형벌을 가한다

.

일견 이와 같은 폭력은 승려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주어 축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

하지만 초기의 이본부터 계속해서 반복적으 로 등장하는 심각한 폭력

,

그중 귀 뚫기는 그러한 의미의 범주를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

사람의 귀를 뚫는

관이

(

貫耳

)’

는 실제로 죄인에게 행하는 형벌의 하나로42) 조선의 군법에서는 죄인의 참 수형에 앞서 두 귀를 화살로 꿰어 사형수임을 표시하였다

.

43) 이러한 의미에서

<

옹고집전

>

에서 불승의 귀를 뚫는 것은 그저 중에게 폭력을 행사해 쫓아내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존재의 말살 내지 부 정인 사형을 의미하는 심각한 악행이다

.

그래서 불승에 대한 폭력이나 추방을 넘어서 살해의 함의마저 가지 고 있는 옹고집의 학승행위와 형상화는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에서 라마승을 죽이는 악인의 그것과 겹쳐지고

,

양자 사이에는 관련성과 영향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

그간

<

일리사장로 전생담

>

에 서

<

옹고집전

>

으로의 영향은 타당성이 인정되면서도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하였는데

,

그 중요한 논거는

<

일리 사장로 전생담

>

에는 학승화소가 없다는 것이었다

.

44)부유하나 탐욕스럽고 인정 없는 인물형으로서 옹고집과 일리사가 비슷하나

,

인물이 징치의 주체인 초월자에게 직접적인 악행을 행사하는 장면이 없기에

,

옹고집의 학승에는 그에 해당하는 장자못전설의 학승화소가 직접 영향을 주었다고 본 것이다

.

그러나 살펴본 대로 장 자못전설의 학승은

<

옹고집전

>

과 변별적이며

,

이제까지 장자못전설 속 장자의 행위에서 찾았던 폭력에 의한 학승은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의 라마승에 대한 심각한 폭력의 승계로 보는 편이 실상에 더 욱 적합할 것이다

.

다음으로 인물의 악행에 대해 여래부처가

이 죄 많은 사람을 없애지 않으면

,

불법

(

佛法

)

이 쇠락하고

,

어 리석고 나쁜 사람들이 번성할 것이다

.

그러니 이 사람을 없애자

라고 하는 발언이 대다수

<

옹고집전

>

의 이본 에 등장하는 옹고집의 악행

,

학승에 대해 징치를 다짐하는 도승의 말과45) 내용상 일치하며

,

그 의미와 서사 의 맥락 역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

그리고 이를 전승과정에서 지속

,

반복되는 특정한 의미

,

곧 불승을 죽 이고 불상과 사원을 파괴하는 악인의 징벌이라는 의미의 연장선에서 이해한다면46)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근

42) 황해도 관찰사 서영보(徐榮輔)가 장계로 아뢰기를, “절도사 이성묵(李性默)은, 본주(本州) 목사 조영경(趙榮慶)이 가마를 타 고 일산을 썼다는 이유로 수향(首鄕)을 몽둥이로 다스리고 교리(校吏)들에게 조리돌리며 두 귀를 화살로 뚫고 얼굴에 횟가 루를 바르기를 군법대로 하였습니다.…” 󰡔정조실록󰡕54권, 24년(1800) 5월 6일(丁亥) 2번째 기사(󰡔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 고본 54책 54권 33장).

43) “사형수의 두 귀를 화살 두 개로 양옆에서 뒤로 꿰어 군대 안으로 조리를 돌리고 나서, 얼굴에 회칠을 하고 ‘망나니’를 시켜

목을 베어 매달아 효시(梟示)하는 법이 있다. 거기에 쓰는 화살을 나란히 세워서 장대 끝에 얹은 의기가 관이(貫耳)이다.”

이훈종, 의구(義具) 항목,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7,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516쪽. 44) 이완형, 앞의 글, 유광수 외, 앞의 책, 442~443쪽.

45) “그 놈을 그져 두면 우리 불도도 허실 되고 도승도 법승 되여 션가의 가 무슈여 그 놈니 횡여 더옥 포악 심리

로다”(33, 34) <박순호 20장본>

“이러한 놈 그져 두며 불도가 하물되고 도승이 짐승만 못계신니 이 일을 읏지 말가’(19), ‘져련 놈 그져 두고 세상의 듕이 잇씰가 읍슬지라”(28) <김종철본>

46) 후기본에 속하는 <연세대본>에서도 도승은 “이놈 살여두면 불도(佛道)가 허(虛事)되고 도승(道僧)이 망승(亡僧)되야 이놈 손의 쥭고 씨가 읍시리로다”(186)라고 하며 옹고집의 징치에 나선다. 여기서 불승이 옹고집의 ‘손에 죽어 씨가 없으리 라’는 말은 옹고집이 불승을 살해한다는 특정한 행위, 장면이 부재하기에 서사의 내용만으로는 이해에 혼란스러운 면이 있

(11)

원설화에서 유래하여 쉽게 변화되지 않는 구성적 요소의 하나라고 판단할 수 있다

.

그리고 진가를 판정하는 근거가 소유한 재산인 가축과 재물의 목록을 기억해 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

옹고집전

>

<

부처가 괴팍 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는 상동적이다

. <

옹고집전

>

에서도 관가의 송사에서 진가를 판별하는 중요한 시험은 사조

(

四祖

)

의 성명을 숙지하는가와 함께 가산

(

家産

)

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

47) 이처럼 가산의 양 과 목록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진가판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 역시 두 이야기 사이에 존재하는 친 연성의 증거인 것이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존 근원설화연구의 주된 흐름과 달리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는 인도 및 불전설화의 전승으로 보는 것이 서사의 구조와 주제적 의미를 타당성 있게 설명하는 데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 <

옹 고집전

>

과 가장 가까운 자료로 제시한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가 󰡔본생경󰡕의

<

일리사장로 전 생담

>

과 가지는 유사성과 영향관계 또한 충분히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에 따라서 정확한 전승의 경로 는 알기 어려우나 인도에서 전승되던 설화가 불교 및 문화의 전파에 따라 티베트로

,

다시 몽고

,

만주 등지의 북부 유목민족에게로 퍼져나갔고

,

48) 그것이 또한 옹고집타령으로 수용되어

<

옹고집전

>

으로 이어졌다는 대 략적인 가설을 세울 수 있다

.

그리고 이와 같은 영향관계의 양상은

<

흥부전

>

과 그 근원설화로서 몽골의

<

박 타는 처녀

>

가 가지는 관련성을49)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

Ⅳ. <옹고집전> 형성의 전승적 맥락

<

옹고집전

>

의 형성과정은 전체 서사의 구조가 일치하는

<

일리사장로 전생담

>,

50)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 지를 인도하다

>

를 거쳤다는 것이 지금으로서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전승의 맥락이라 할 수 있다

.

엄밀 히 말해 이러한 판단은 한정된 소수의 현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므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

그럼에

다. 그러나 이를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와 비교하면 의미맥락의 이해가 보다 자연스럽다. 47) “옥셕 분간키 어렵도다 너희집 셰간을 각각 외여 밧치라”(40) <박순호 20장본>

“진위을 분간키 어려온이 셰간을 서이 뢰오라”(24) <김종철본>

48) 불교의 전파와 수용의 역사문화적 맥락과 해당 설화의 전승관계가 일치한다는 필연적 연관성은 물론 증명하기 어려우나, 불 교문화와 연동된 전승의 경로가 가설적 추론의 차원에서 가장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49) 정충권, 앞의 책, 2003, 15~29쪽.

50) <일리사장로 전생담>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다. ‘일리사 장자는 부유하나 흉한 외모에 인색하여 보시를 하지 않고 자신

에게도 재물을 쓰지 않았다. 그의 조상은 자선가(慈善家)였으나, 그는 가법을 잇지 않고 걸인을 내쫓았다. 어느 날 일리사가 집밖에서 술에 취해 있는 동안 생전의 자선으로 제석천왕이 된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행실을 고치기 위해 아들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지상에 내려와 창고를 열고 사람들에게 보물을 나누어 주었다. 이 사실을 안 일리사가 왕에게 억울함을 고하고, 왕은 일리사와 일리사의 형상을 한 아버지, 제석천왕을 불러 진가를 구별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왕이 일리사의 아내와 자 녀, 하인에게 두 사람 가운데 진짜가 누구인가를 묻자 모두 제석천을 지목한다. 마지막으로 일리사가 머리에 난 혹으로 자 신이 진짜임을 밝히기 위해 유일하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발사를 부르지만, 제석천 역시 같은 혹을 만들어 분간할 수 없게 한다. 이에 재산을 잃을 걱정으로 실신한 일리사에게 제석천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어 앞으로 자선을 베풀 것을 명하 였고, 그것을 따를 것을 맹세한 일리사는 이후 자선을 행하다가 죽어서는 천상계에 났다.’ 󰡔本生經󰡕<婆那樹品> 78話, 김달 진 역, 󰡔본생경󰡕1, 동국대학교 동국역경원, 1986, 351~355쪽.

(12)

도 근원설화의 연구는 이야기의 전승과정에 존재하는 의미맥락의 연속성을 이해하는 근거가 되며

,

그것을 통 해 텍스트의 의미와 향유층의 의식을 이해하는 데 준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지 않다

.

이러 한 한계와 의의를 전제하면서

<

옹고집전

>

을 근원설화와 비교하여 반복

,

지속되는 동질적인 요소와 변화의 결과인 차이점을 밝히고

,

그 의미를 통하여 텍스트의 해석과 이해에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

이들 세 이야기는 모두

부자로 사는 악인이 악행을 저지르며

,

그에 대한 초월적 존재의 징벌로 자신과 똑 같은 인물과 조우해 진가를 가르는 싸움을 벌여 패배하고

,

다시 초월적 존재의 훈계로 개심하여 선한 삶을 살게 된다

.’

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

그리고 서사의 대립과 갈등이 진가의 쟁주라는 형태로 구체화되며

,

진짜인 악인이 패배하여 가짜로서 추방되는 징벌의 방식

,

그리고 등장하는 악인의 회개와 개심이라는 대극적 변화의 결말에 있어서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

서사에 등장하는 핵심인물인 악인과 징치자의 형상과 성격을 비교하여 의미를 파악해 보면

,

먼저

<

일리사장로 전생담

>

의 일리사는

“8

억의 재산을 가졌으나

,

사람으로서의 온갖 결 점을 다 갖추어 절름발이로서 꼽추요 또 애꾸였으며

,

인색하고 그릇된 소견을 가졌으며

,

탐욕이 많아 남에게 도 보시하지 않고 저도 쓰지 않으므로 그 집은 나찰귀신이 차지한 연못 같았다

.”

51)라고 묘사된다

.

이처럼 그 는 막대한 재산을 가졌다는 점을 제외하고 외형과 내면 모두에 부정적 면모를 가지고

,

소유 자체에 대한 거 대한 탐욕만이 존재하는 인물이다

.

이러한 인물형을 악인의 전형으로 형상화한 것은 부의 독점과 그에 따른 불평등이란 사회경제적 문제의식과 관련지을 수 있으며

,

이는 또한

<

옹고집전

>

의 인물형상과도 유의미한 연 관성을 가지고 있다

.

일리사는 여기에 덧붙여 또 다른 부정적 일면을 드러낸다

.

문제적인 지점은

그 조상은

7

대로 내려오면서 모두 자선가였었는데

,

이 사람이 장자의 지위를 상속받자 그 가법을 버리고는

,

자선당을 불살라버리고 가난 한 거지가 오면 그를 때려 내쫓고 오직 재산만을 소중히 지켰다

.”

52)라는 행위에 있다

.

이러한 악행의 원인은 물론 그가 지닌 탐욕으로

,

그 충족을 위하여 일리사는 조상의 가법

(

家法

)

을 버리고 자선당

(

慈善堂

)

을 파괴한 다

.

그리고 이를 통하여 아버지를 비롯한 조상의 법과 질서가 부정 당하는데

,

이는 동시에 자선이라는 윤리 적 가치의 파괴와 등치 되기도 한다

.

이와 같은 행위와 결과를 탐욕스러운 인물이 아버지의 명령인 윤리적 가치를 파괴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

한편 일리사의 아버지는 생전의 덕업으로 제석천왕이53) 되었다

.

그는 아들 일리사의 탐욕과 악행을 보고 서

, “

나는 가서 저를 교화하여 업보의 관계를 일러주고 보시를 행하게 하여 천상세계에 날 자격을 갖추도록 해 주리라

.”

54)라고 생각하여 아들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계에 내려온다

.

이를 통해서 아버지인 제석천은 일 리사에 대하여 징벌만이 아니라 교화

,

개선의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리고 아버지

,

제석

51) 김달진 역, 앞의 책, 351쪽. 52) 김달진 역, 앞의 책, 351쪽.

53) <일리사장로 전생담>의 재화(再話)에 해당하는 <구두쇠 이리이샤>에서는 제석천에 대해 “제석천은 곧 삼십이천(三十二天) 을 영유하고 사천왕(四天王)을 거느려 아수라(阿修羅)를 정복하고 천하를 살피어 만민(萬民)의 선행을 표창하고, 악행을 징 계하는 거룩한 분이다.”라고 하여, 신성한 위엄과 힘, 천공의 주권자로서의 권위, 권선징악의 심판자의 권능을 가진 존재라 는 인식을 드러낸다. 방기환 편, 󰡔세계야담사화전집󰡕4 인도편, 을유문화사, 1965, 74쪽.

54) 김달진 역, 앞의 책, 351쪽.

(13)

천과 가법

,

자선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하나의 개념 범주에 포함된다는55) 것이 확인된다

.

따라서 그 부정형인 일리사와 그의 악행도 물질적인 부에만 집착하는 탐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신성의 초월적 세계관

,

윤리적 가치론에서의 일탈 내지 부정을 뜻하는 것이다

.

그렇기에 일리사에 대한 징벌은 탐욕스러운 악인에 대한 징치

,

교화이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법을 파괴한 아들 그리고 신성을 부정하고 배반한 행위에 대한 신의 처벌이자 교정이기도 하다

.

여기서 일리사의 악행은 기형적 형태로 욕망에 순응하는 행위이지만 결과적으로 아버지

,

,

윤리

,

가치 등과 초월적 신성성에 대한 반대

,

부정을 함께 의미하게 된다

.

이에 대하여 아버지와 신인 제석천은

재산을 모두 없애버리고 그 위에 이 금강저로 그대 머리를 깨뜨려 죽일 것이다

.”

56)라고 하면 서 일리사에게 준범

(

遵範

)

으로서의 자선을 행할 것을 명령한다

.

이와 같은 의미의 맥락에서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의 부자노인이 라마 화상을 죽이고 사 원과 불상을 파괴하는 행위는 배불

(

排佛

)

이나 불경

(

不敬

)

의 수준을 넘어서

,

폭력과 파괴의 대상이 표상하는 의미관계 전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더구나 티베트 불교의 전통에서 삼보

(

三寶

)

보다 중요시되 는 라마는 만인의 스승이란 상징적 위치에 있으며

,

57)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라마를 죽이고 사원과 불상을 부수는 것은 적극적인 질서의 파괴이자

,

종교적 신성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

.

그래서 여래부처는 불법

(

佛 法

)

이 쇠락하고 악인이 번성하는 위험을 막기 위하여 악인의 형상으로 변신하고

,

이야기는

<

일리사장로 전생

>, <

옹고집전

>

과 마찬가지로 실제로의 악인 자체가 아니라 그 인물의 내부에 있는 악을 제거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

이처럼 이 설화에서는 윤리적 가치

,

사회적 질서

,

종교적 신성에 대한 파괴 및 부정이 전면에 드러난다

.

동시에 악인이 부자로 설정된 점

,

진가의 판별이 재산을 헤아리는 시험이라는 점

,

악인을 개심시키는 수단이 재산의 회복 가능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

부처가 괴팍한 할아버지를 인도하다

>

에서도 물질적인 욕망을 강 하게 추구하는 성격이 암묵적으로 함께 부정시된다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이 부자노인 또한 외부적인 악행과 내부의 탐욕을 공유하는 인물인 것이다

.

그리고 이 악인 역시 이야기의 결말에서는 부처와 라마승을 공경하 는 인물로 변화하여 이야기의 입구와 출구에서 반대극의 모습을 보여준다

.

그래서 이러한 변환의 과정을 시 작점의 상태에서 고난의 중간 단계를 거쳐 끝에서는 다른 상태로 질적인 전환을 이루는 일종의 통과의례

,

입 사식의58) 구조로 보는 것이 가능하고

, <

옹고집전

>

의 서사구조 역시 그에 해당한다고59) 할 수 있다

.

이러한 이야기를

<

옹고집전

>

의 근원설화라고 한다면

,

핵심인물인 악인의 형상 역시 선행 서사의 그것을

55) 이야기의 마지막에 신으로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아버지는 “일리사여, 그 재산은 내 것이요, 그대 것이 아니다. 나는 그대 아버지요, 그대는 내 아들이다. 나는 보시 등 선행을 쌓았으므로 제석천에 날 수 있었다.”라고 자신이 표상하는 의미를 다시 강조한다. 김달진 역, 앞의 책, 354쪽.

56) 김달진 역, 앞의 책, 354~355쪽.

57) 티베트 불교의 핵심이 되는 라마(lama)는 단순히 승려가 아니라 정신적인 스승[guru]을 의미하며, 입도하는 제자에게는 붓 다와 동일시되는 신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승과 제자가 부자와 군신의 관계에 비유되기도 하고, 제자는 스승에게 전 인격을 바쳐 복종하는데, 오직 스승 라마만이 그를 해탈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티베트 불교에서 라마의 권 위는 그만큼 절대적이다. R.A. 슈타인, 안성두 역, 󰡔티벳의 문화󰡕, 무우수, 2004, 207~214쪽.

58) 김열규·주옥, 「민담과 문학에 있어서의 입사식담」, 김열규 외, 󰡔민담학개론: 전파론에서 구조주의까지󰡕, 일조각, 1982, 231~255쪽.

59) 이강엽, 「‘자기실현’으로 읽는 <옹고집전>」, 󰡔고소설연구󰡕17, 한국고소설학회, 2004, 234~236쪽.

(14)

계승하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옹고집이 탐욕스러운 부자

,

사나운 성미의 양반으로 그려지기는 하지만

,

사 건 전개의 계기인 그의 불승에 대한 악행은 그와 같은 성격의 설정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 <

옹고집전

>

의 초기본에 학승의 악행만이 제시된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 <

옹고집전

>

의 모든 이본에서 서사를 추 동하는 근간이 되는 대립은 옹고집과 도승 간의 갈등이다

.

그리고 그 원인이 학승행위에 있다고 한다면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

옹고집전

>

의 해석에 있어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

이는 근원설화에 해당하는 두 설화 에서 드러나는 의미맥락의 연장에서 옹고집 역시 탐욕만이 아니라

,

그로 인해 유발되는 가치론적인 질서와 종교적 신성에 대한 부정을 형상화한 인물로 볼 때 이해가 가능하다

.

옹고집 역시 소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개인주의적인 부정적 인물형이 아니라

,

적극적으로 질서와 가치

,

신성을 파괴하는 악인이며

,

그의 학 승도 역사사회적 배경의 반영으로서 단순한 척불

(

斥佛

)

이 아닌 전형적인 악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

<

옹고집전

>

의 초기본에서 후대의 이본으로 가면서 옹고집의 악행으로 패륜적 불효가 부가되는 현상은 이 러한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

이러한 설정으로 당대 사회문화에서 가장 중시되는 윤리규범을 저버리는 옹고 집이 전형적인 악인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

근원설화로부터 반복되어 온 의미의 연속성의 측면에서 판단하면 이러한 양상을 인색한 부자에서 악한 불효자로의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

그보다는 악인으로 존재해야만 하 는 옹고집의 부정성을 계속해서 유지해 가기 위한 변이라고 이해되는데

,

이는 설화가 유전되는 문화적 환경 에 의한 변화로서 인물의 형상이 그에 맞춰 보다 적합하게 전변해 가는 수용적 변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

이 점에 유의한다면 후대 이본에서 옹고집의 악행은 강조

,

점증되어 가기보다 악인의 형상이 사회문화적 조건에 맞게 변화해 간 적응적 과정에60) 해당한다

.

그리고

<

옹고집전

>

과 근원설화의 전승의 흐름에서 제석천

,

여래부처

,

도승으로 계열을 이루어 지속되는 초월적 존재의 형상도 동질성과 연속성을 보여준다

.

이들은 모두 윤리적 가치규범과 초월적 신성성을 표상하 고

,

자신이 대변하는 초월적 가치를 부정하는 대립적 악인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다

.

그 문제의식은 불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정도를 넘어

,

사회의 공동체적 윤리와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 를 향한다

.

이들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근거한 탐욕의 제한 없는 발현이 곧 가치론적 질서와 공동체적 윤 리

,

그리고 그에 기반을 두는 종교적 신성 모두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고 본다

.

이는 곧

<

옹고집전

>

의 도승을 불교적 인물로 한정한 이해와 의미의 부여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

이때의 도 승은 기표가 지시하는 대로 불승을 의미한다기보다 초월적 질서와 가치를 시현하는 신성한 존재의 구체화 로61) 파악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

그러한 사례는62) 설화와 고전소설 등의 텍스트와 민간 및 무속의 신앙

60) “네의 좌수님이 중을 보면 결박하고 악한 형벌 무수하고 불도를 능멸하며 팔십당년 늙은 모친 박대한 죄 없을소냐 지신(地

神)이 발동(發動)하고 부체님이 도술하야 하날이 주신 죄를 인력(人力)으로 어이하리”(53) <김삼불본>

“불효박난 몹실 너얼 부쳐님인덜 모를소야?”(183) <연세대본>

옹고집의 악행에 대한 이러한 발화들은 공통적으로 신성한 초월적 존재와 기본적 윤리규범의 연관을 강조하면서, 포괄적인 의미의 범주에 함께 속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61) 곽정식, 「「옹고집전」 연구」, 󰡔한국문학논총󰡕 8·9, 한국문학회, 1986, 54~56쪽.

62) “명산대천 금불암에서 중이 하나 나려온다. 인간처를 향하구서 헐헐층층 나려올 때, 어떤 인간이 저 중상 나려오는 걸 바라

보니 검구 얽구 찡긴 중상 귀밑에 때는 푸른 줄기 얼기절기나 흘러있는데 범상한 사람은 아니더라. 앞으로 바라보니 삼태성 이 응하여 있구, 뒤루 바라보니 북두칠성이 응하여 있구, 양위 어깨에는 일월성신이 응하얏거날 형상은 사람이 아니거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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