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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적 정신치료적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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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P Original Article 精 神 分 析 :第 14 卷 第 1 號 2 0 0 3

J Korean Psychoanalytic Society Vol. 14, No. 1, page 52~59, 2 0 0 3

국소적 정신치료적 교육

문 경 희

*

Focal Psychotherapeutic Education Kyung Hee Moon, M.D.

*

서 론

대개의 정신과의사들은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약물치료 환자 진료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각의 정 신과 의사가 진료해야 하는 환자의 수로 보나 환자의 여건 으로 보아 자연스런 일이다. 정신치료만을 하는 정신과 의 사도 있으나 극소수에 불과하다. 저자의 경우는 진료의 대 부분은 약물치료환자이며 정신치료는 하루에 오전 1회 오 후 1회 등 2회를 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환자가 정신치료비를 감당할 여유가 없거나,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많은 환 자를 진료하다보면 더 이상의 정신치료를 위한 시간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현 의료보험 제도 안에서는 약물치료만을 하는 것이 정신치료를 하는 것 보다 의사에게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가 정신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이지만 약물치료만으로 만족 해야 하는 것이 현 상태라는 의미도 된다.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에 관하여 많은 지식을 쌓은 의사 가 약물치료에 모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면, 의사나 환 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는 일이다.

신경증이나 정신병환자를 막론하고 약물치료만을 받는 환자라 하여도 장기적으로 방문하여 의사가 관찰할 기회가 많아지면 의사는 환자의 행동양식이나 심리상태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런 정보에 대하 여 정신분석적인 사고방식을 더한다면 환자에게 도움이 되 는 언급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환자의 치료에도 도 움이 될 뿐더러 의사자신도 덜 지루하고 좀 더 긴장감 있 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익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고 약의 처방

만을 지속하다 보면 정신과 의사가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잃고 마치 내과의사와 동일한 마음의 상태가 될 것이며, 그 렇다면 어떤 이유로든 정신과의사가 된 동기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며 살게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 대하여 정신치료를 가미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환자의 요청에 의하여 또 는 의사의 판단에 의하여, 아주 가끔이라 할지라도 10분 혹은 20분 가량 약물치료환자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신 역동적인 코멘트를 함으로써 환자를 돕는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비록 매우 단편적이지만 저자의 경 험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사례들을 제시 한다.

다음 사례들은 모두 정신치료를 시행한 적이 없으며 약 물치료만을 하며 상당 기간(횟수)동안 의사를 방문한 경우 들이거나, 무엇인가 정신과 의사와 대화를 나누려고 찾아 왔지만 첫 방문이 마지막 방문이 된 환자들의 경우이다. 전 자는 방문 때마다 대화의 시간이 5분 내지 10분을 넘지 못했고 아주 가끔 15분 내지 20분을 대화할 수 있었던 경 우들이다.

처음 다섯 사례는 상투적인 말로 도움이 된 것들. 즉 비 슷한 환자군에 저자가 여러 번 사용하였던 것들이며, 그 뒤 의 일곱 사례는 개인의 특성에 좀 더 맞추어진 언급들이며 상투적 혹은 반복적으로 사용해보지는 못했던 것들이다.

사 례

1.“남편이 새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둘째를 낳은 후 첫째 아이의 칭얼댐을 견디지 못하는 엄 마들이 아주 많다. 종국에는 아이가 병적이라고 판단하거 나 혹은 엄마자신이“나는 짜증이 많은 나쁜 엄마” 라는 생 각에 죄책감이 들어 의사에게 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엄마

*문 정신과 의원

Dr. Moon’s Psychiatric Clinic, Kwang-Myung City,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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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경 희

53 들은 첫째 아이의 심정에 대하여는 관심을 갖지도 않고 가

질 줄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첫째 아이가 느끼는 동 생에게 빼앗긴 엄마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동생에 대한 질 투 등을 설명해주어도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다가 나중에 보면 효과도 없고, 자기가 아닌 아이 즉 타인의 심정을 알 게 된 것은 아님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엄마는 여 전히“아이가 왜 저럴까.” 혹은“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데…” 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엄마는 대개 아이를 공감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는 그래도 똑같이 사랑을 주는 데 왜 그럴까 하는 안 타까움이 있지만, 이런 생각을 뒤집어서 본다면“나는 잘 못이 없는데…”하는 식의 자기정당성을 내세우며 동시에 내가 정당한데 왜 일이 풀리지 않는 것인가라는 푸념과 분 노에 사로잡힌 상태인 것이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 엄마에게 다음과 같은 비유를 얘기 해 준다. 즉,

“어느 날 남편이 새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서‘앞으로도 변함없이 당신에게도 새 여자에게와 똑같이 사랑을 줄 것 이고,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고 말한다고 치자. 그리고 종종 당신을 서예학원이나 헬스클럽으로 내 보내고 남편은 새 여자와 집에 머문다고 치자. 그런 때 당 신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이런 얘기를 듣는 엄마들의 태도는 대개 화들짝 놀라는 사람의 그것이다. 마치 난생 처음 아이(타인)의 입장에 서 보게 되는 때의 놀라움, 즉 아이의 심정을 마치 자기의 심 정을 느끼듯 느껴보게 된 것과 또한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당황 창피함 등이라고 판단되는 모습이 다. 일부는 이 비유가 너무 잔인한 내용의 것이라서“어찌 그런 기분 나쁜 얘기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마음에 의사를 원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있다.

이런 코멘트의 장점은 엄마가 마치 자기 자신을 느끼듯이 아이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 게는 마치 마음이나 감정이라는 것이 없다는 듯이(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할 사람은 아마 전혀 없 을 것이다.) 엄마 자신의 기분만을 느끼며 살던 엄마가 아 이에게 공감적이 될 수 있는 계기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 자신이 공정한가 아닌가 편애를 하는가 아닌 가 하는 것 등이 별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느껴 알게된다 는 것이다.

비로소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절실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 전에는“나는 둘을 똑같이 사랑했으며 아이에 대한 애 정을 잃은 적이 없는데…” 라는 식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느 끼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만 생각하던 엄마가 첫

째 아이의 필연적인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 의 비유가 비록 잔인한 면은 있으나,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 의 기분을 느끼도록 만드는 충격적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된다.

2.“결혼식 날의 거짓말”

결혼 후 부부간에 갈등이 많아서 정신과를 찾아오는 사 람들(대개는 부인들이고 가끔은 부부가 함께 오기도 한 다.)을 보면 중매로 혼인한 경우보다 오랜 교제 끝에 가정 을 이룬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저자의 경험이다. 부부 중 의 일원에게 특정한 병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갈등의 원 인은 우선은, 당연한 것이지만, 대개 배우자에게 대한 지나 친 기대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부부가 도움을 청하려고 정신과를 찾지만 한번 이 상 방문할 의도나 여건이 되는 것은 전체의 절반 정도이다.

환자 부부가 일정기간 면담치료를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 경 우 첫 방문에서 당장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결혼식 날 주례가‘상대를 위해 평생 헌신 하겠느냐?’고 물을 때 정말 나의 이익과 편안함을 버리고 상대를 위할 마음이었는가. 그저 상대가 내게 헌신하겠지 하는 은근한 기대가 더 컸던 것은 아니었는가?”하는 것을 진지하고도 여유 있는 분위기에서 물어보면 꽤 많은 경우 에“상대에 대한 헌신에의 맹세”가 별로 심사숙고한 것이 아니었음과, 상대에 대한 기대가 컸음을 인정하며 쑥스러 운 듯 웃는 것을 보게된다.

물론 이런 경우는 뒤에 F/U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지 만, 그래도 한시간의 면담이 끝날 무렵 환자가 보이는 쑥스 러움, 배우자에게 가졌던 기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실망 한 혹은 허탈한 표정, 일시적이겠지만 배우자를 향한 분노 의 현저한 감소, 의사에게 고마워하며 혹은 최소한 진지한 태도로 진료실을 나서는 모습 등을 보면 효과가 있었다는 추측을 할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하겠다. 반면 치료적 효과 는 고사하고 기분 나쁜 의사에게 모욕을 당한 것 같은 마 음으로 진료실을 나서는 환자도 있겠으나, 단 한 번 이상 방문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환자들을 상대로 도움을 주 려다 보면 이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 것도 해주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보다는 이 방식 이 낫다고 생각된다.

3.“효과적으로 화내는 법의 기준”

분노표현에 서툰 사람의 경우 즉 타인에게 자신의 분노

를 표현하면 폭발을 하게 될까,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그

뒤에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 하는 것이 걱정되어서 그 표현

을 못하는 환자들이거나, 혹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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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아니고 모르는 것이겠지만) 분노를 표현하기 어려워 하는 환자들을 흔히 보게 된다. 그 증상이 극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환자들에게 소위“효과적인 분노표현의 기 준” 이란 것을 제시하여 준다.

“첫째, 자신의 속이 조금은 풀려야 하고;둘째, 자신의 분노 표현이 너무나 강해서 나중에 상대로부터 더 큰 복수 를 당하지는 않을 정도여야 하며;셋째, 나의 분노표현에 대하여 나중에 나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행동이어 야 한다.”

이런 기준을 준다는 것은 그 내용 자체도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가진다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면에 서 보면 기준이야 어떻든 간에 환자가 분노를 자신의 조절 과 계산 아래 표현하게 된다는 점에서 분노표현에 대한 두 려움이 적어지며 분노표현의 실제적 부작용이 감소한다는 다른 측면의 이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환자가 분노표현에 대한 죄책감, 자기조절 의 상실에 대한 공포, 복수에 대한 두려움 등이 감소한 상 태에서 자신의 내부를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 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4.“아군 적군을 구분 못하면 상처만 남는다.”

남편과는 비교적 잘 지내나, 시댁과의 갈등에서 오는 불 편함으로 의사를 찾은 여성들이 많다. 대개 착하고 여린 성 격의 이런 환자는 시댁에만 다녀오면 남편과 싸우곤 한다.

나중에는 시댁에 가야 할 경우 불안을 이길 수 없어 약이 필요해지기도 한다. 시어머니 시누이 동서 등을 만나면 언 제나 마음에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 때문에 일종의 공포증 을 앓게 되는 것이다. 자신은 언제나 시댁 사람들에게 잘하 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상대방들이 부당하고 비뚤어진 사 람들이라서 상처만 받을 뿐이다.

하지만 정신과를 찾아 와도 환자나 의사의 여건상 충분 한 ventilation을 위한 시간조차 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대개는 소위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며. 의존적이고. 상대로 부터 호감을 사는 것으로 자기를 방어하는 성격의 사람들 이다.

이런 분들에게“적군을 적군인줄 모르고 그 앞에 나섰다 가 총을 맞았다면 그것은 적군의 잘못입니까 나의 잘못입 니까?” 라는 말을 해준다. 대개의 환자는 시댁 방문 전 불안 긴장 수준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약을 복용하고도‘시댁방 문 공포’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적어도 약을 먹으면 별 증 상을 못 느끼거나, 약이 필요한 횟수가 월등히 줄어드는 것 을 여러 사례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동시에 환자는 남편과 의 관계도 개선되었다. 환자가 아군 적군을 구분하려는 생

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댁 사람들 앞에서 훨씬 늠름하고 차분한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적군에게 의지하거나 호감을 사려는 행 동을 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당연한 결론으로 인하여 자신 의 욕구나 기대를 포기한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겠다. 환자의 의사에 대한 행동의 변화를 보면 의 사에게 칭얼거림이나 의사에게 부당하게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도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의사가 아군이라고는 해도 자신의 엄마는 아닌 것을 어렴풋이 나마 느꼈기 때문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5.“엄마가 더 무서워하면 아이는 어디에 기대나.”

어린 자녀 자녀문제로 정신과를 찾아온 엄마의 얘기를 듣다 보면, 자녀가 학교에서 싸우고 온다거나, 형제와 싸우 고 우는 등 아이가 감정적으로 급격히 혼란을 겪고 있을 당시에 아이보다 오히려 엄마가 속이 더 상해서 화내고 불 안해하고 걱정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고 결국 엄마 는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고 원래 피해자였던 아이는 또 한 번 더 피해자가 되고야 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경우는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의사를 찾아온 경우에 보다 확실히 볼 수 있는데, 어떤 사안에 대한 얘기를 하며 아이가 속상할 일에 엄마가 더 흥분하여 아이는 뒷전으로 밀려 소외되는 모습을 의사는 두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 다.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보살피고 돌보는 것보다, 자신이 더 화를 내거나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일정기간 반복 방문하여 치료를 받을 사정이 되 지 않는 경우,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해주게 될 때 가 많다.

“밤중에 둘이서 산 속을 걷고 있는데, 엄마가 아이보다 더 무서워한다면, 아이는 누구에게 기댈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 엄마들은 약간 당황하면서도 그런 대로 고개를 끄덕이는 등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과 아이라는 양 자간에 생기는 문제를‘양자간의 문제’ 로서 파악하지 못하 고, 막연히“애한테 문제가 발생했으니‘내가’ 큰일났다.”

라는 식으로 자신의 심정만을 만끽하던 엄마가 갑자기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의 격정과 분노에만 사로잡혀 있던 모 친에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가 조금이라도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이의 편에서 보면 내가 아파 죽겠는데 나보다 펄펄 뛰

며 나의 괴로움을 증가시키던 엄마가 비교적 잠잠해지니

아이의 고통이 두 배로 증가하는 부작용은 없어진 셈이라

서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상태가 될 것이고, 나의 고통을

두 배로 만들던 이가 이제는 나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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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경 희

55 채는 사람이 되었으니, 아이의 행동도 좀 더 차분해질 것으

로 여겨진다.

6.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로서 처음 경험한 사례

환자는 중년의 고급교육을 받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 이었다. 불안과 울적함을 호소하여 항불안제를 가끔씩 복 용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온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환자가

“집에만 가면 첫째 아이에게는 늘 비판적 사고를 하게 되 어서 아이와 아내와 자신 사이에 다툼이 생긴다.”는 말을 하였다. 저자가 우연히 짧은 대화 중에“그것은 사고가 아 니고 감정이다.”라는 말을 해주었다. 환자는 고도의 소위

“비판적 사고” 에 대한 지적 능력을 갖춘 분이었다. 대화하 다 보니 환자의 마음이 딸에 대한“생각”으로 가득 차 있 어서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그런 생각이 들 때 자신의 기 분이 어떤지 하는 것에 대하여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을 치료자가 알게되어 그런 말을 해 준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 말이 환자에게는 매우 큰 깨달음이 되어

“더 이상 딸과 아내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으며 자신도 집 에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라는 말을 했다. 저자가 보기에 는 아주 사소하고도 당연한 코멘트가 환자에게는 꽤 커다 란 도움이 된 사례였다.

7.“그것은 응석입니다.”

평생 열심히 살고 남들이 보기에 완벽하게 보이려 애썼 다는 40대 초반의 이 여성은 수개월 동안 항불안제를 복용 하던 중, 어느 날 긴 한숨 끝에 눈물을 보이며 자기가 어려 서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과 아버지를 좋아했고 그리워하며 살았다는 것을 얘기했다. 의사가 좀 더 여유를 주자 실은 조카뻘 되는 30세 근처의 미혼의 친척 남자가 있는데, 아 버지와 너무 닮았다는 것과 그 남자에게“단 한번만 성관 계를 가져주면 나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며 다시는 요구 하지 아니할 것이다.”라며 함께 잘 것을 부탁하였는데, 그 남자가 거절하였고 그 이후로는 그 남자와의 관계가 서먹 하여졌으며, 그 무렵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하였다.

치료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난감 해 하고 있었는데, 환자가 이어서 한 말이“단 한번만 내게 응해주면 될텐데 그 사람에게는 그 일이 그리도 어려운 일 일까요, 선생님?”하고 물었다. 이 말을 듣고 저자는 어떤 아이디어가 생겨서“상대가 싫다는데 혹은 곤란해하는데 계속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일종의 응석입니다.

아버지에게 조르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며, ○○씨와 같 은 건강한 성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마음입니다.” 라는 말 을 해주었다.

환자는“정말이냐, 이게 바로 응석이냐?” 고 묻더니 의사

가 재차 확인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그 후로 약 은 계속 필요로 했으나, 환자 스스로의 결심으로 긴장과 창 피함과 안타까움에 사로잡혀 지내는 시간을 줄이려 노력하 게 되었고, 본래의 적극적이고 남에게 완벽하게 보이려는 생활을 조금 되찾게 되었다. 의사를 찾아올 때마다 이전보 다 밝아진 말투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극히 비현실적 인 소망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 그에 굴복해서 자신을 둘러 싼 현실을 무시하게 되었고, 그 이후 소망충족 실현가능성 의 부재와 현실적 창피 및 죄책감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스 러워하던 환자가 치료자의 작은 코멘트로 변화를 보였다.

응석이라는 말에 환자는 자신의 성적인 죄책감을 이겨내기 가 훨씬 쉬웠을 것이고, 자기의 실현 불가능한 바램이 그다 지도 절실한 것이었으나, 그것이 다만“응석”일 뿐이라면 극복해 내기가 보다 쉽다고 느꼈을 것이다.

환자는 약을 위해 계속 병원에 찾아왔는데, 수개월 후

“과거에 늘 보던 책들이 주로 소설과 수필이었고 그런 책 에 폭폭 빠지곤 했었는데. 이젠 이상하게 책도 덜 보게 되 었고, 외출을 많이 하게 된다.” 고 하였다. 충분하지는 않지 만 분명한 변화였다.

8. 사회공포증이 있는 20대 후반의 사회초년생

대학시절부터 수업시간에 발표하려 들면 불안과 긴장이 생겨 약을 먹기 시작한 이 청년은 회사에 취직하여 무사히 적응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자친구는 사귀다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게 되곤 했다. 모친의 소개로 착하고 내성적인 여성을 소개받아 일 년 내로 결혼하기로 양가가 합의를 보 자, 환자는 근심이 한없이 커져서 치료자에게 그 점을 호소 하였다. 환자는 키가 큰 편이고 늘 헬스클럽에 다니며 몸을 마치 역도선수처럼 만들어 놓은 그야말로 잘생긴 마치 보 디빌딩 선수의 신체를 가진 청년이다. 그러나 환자는 외모 와는 달리 아주 착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가끔은 환 자대신에 모친이 약을 타러 오는데, 치료자가 얼핏 보기에 는 자상하지만 아들을 지나치게 통제할 것으로 짐작이 가 는 분이었다.

이 무렵 환자가 치료자에게 결혼에 대해 자신감 없는 마

음을 하소연한 것이다. 치료자는 환자가 평생 여자에게 잘

대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겁을 먹고 있다고 판단하여

환자에게“남자는 가끔은 여자에게나 아내에게 악랄해져야

한다. 안 그러면 아내에게 잡혀서 평생 고생한다.” 고 말해주

었다. 환자는“정말이냐?”며 관심을 보였다. 치료자는“잔

인하게 악랄하라는 말이 아니고, 그냥 때로는 이유 없이 심

술을 부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라고 첨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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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표정은 반기는 그리고 밝은 모습이었다. 그 후로 환 자는 결혼날짜를 잡는 등 일이 진행되는 것을 힘들지만 그 런 대로 잘 받아들이고 있으며, 몇 번 더 악랄해질 필요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드는 모습을 보였다. 치료자의 언 급이 없었더라도 환자는 결혼을 향한 과정을 밟았겠으나 이 언급이 조금이라도 환자의 결혼공포증을 누그러뜨린 것 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환자는 남자답고 독립적이고 강력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하여“좋은 감정” 만을 내보이도 록 molding된 상태인 것으로 보였다. 근육이 우람한 180cm 의 키의 수줍어하는 남자라면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는 사 실이다. 환자는 몸으로 표현하던 것을 이제는 말과 행동으 로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환자에게 있어 여자라는 존재는 친절만을 요구하는 동시에 자신을 얽어매 는 그런 존재일 가능성이 많다. 그런 끈을 풀어버리자면 그 어떤 파괴적인 힘과 그 힘의 행사가 필요할 것이다.

때때로 악랄해질 수 있다면, 그리고 때로는 이유 없이 심 술을 부릴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것을 누군가가 지지해주 는 사람이 있다면, 환자는 그 우람한 근육으로 끈을 풀려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완화된 악랄함, 이유 없는 심술 등은 그 끈을 풀려는 노력에 꽤 충분한 구실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9.“너 괜히 쑥스러워서 그러는 거지?”

조그만 남자 중학생이‘나의 생각을 친구들이 다 안다, 혹은 듣는다.’ 는 증상을 가지고 병원에 왔다. 그 외에는 비 교적 친구관계나 학업은 그런 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첫 인 상에 표정은 멍하다기 보다는 눈이 몹시 긴장되거나 당황 할 때 보이는 모습이었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고 치료자 를 마주보고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등 뒤쪽의 어머 니를 돌아다보며 얘기하였다.

항정신병 약물을 소량 투여하기 시작하였고, 조금 위축 되었던 사회적 활동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수 개월이 지나 다른 모든 증상들은 사라지고 얘기도 잘 하고 학교생활도 잘 하게 되었는데, 처음의 thought leakage는 지속되었고, 또 한가지 TV를 보지 못한다는 증상을 보였 다. 내용상 스포츠 중계 등은 아무 불편이 없이 보지만, 연 예인들이 나와서 대담하는 것은 보지 못한다는 것, 특히 여 자 연예인들이 자기의 생각을 알고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브러운관 앞에 있기를 몹시 어려워했다.

이 무렵, 환자의 모친과 별도의 면담을 하던 중, 환자가 집에서 목욕을 엄마와 함께 하며 엄마의 둔부를 만지기를 좋아하고 엄마가 거절하면 마구 떼를 써서 만지고야 만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친은 직장생활도 원만하고 병적인 모습은 없어 보였다.

치료자는 환자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인 만족을 얻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생기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병의 원인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 러나 환자는 치료자가 성적인 주제를 조금이라도 꺼내면 즉시 부인하고 말이 없어져 버렸다.

치료자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환자와 성적인 주제로 대화 는 나눌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환자의 체면 을 살리기 위해서는 엄마와의 사이에 있어 온 부끄러운 행 동은 거론하지 않을 수 있어야 했다.

치료자는 나중에 우연한 기회에“너 괜히 쑥스러워서 그 러는 거지? TV 못 보는 것 말야”라는 말을 했는데, 평소 반응이 거의 없던 환자가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그것 이 계기가 되어 환자는 그 후에 전에는 매우 꺼려하여 입 을 다물던 주제인 자기의 성적인 생활에 대하여도 얘기를 꽤 하게 되었다. 치료자는 남자는 중학생 때 그런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 해주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며 환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같던 행동이 좀 더 중학생에 가까우며 남자다운 면모를 보였고 눈동자도 초점을 되찾고 치료자를 마주 볼 수 있게도 되었다. 집에서 병원까지 멀지도 않은데 혼자서 오지 못하던 환자가 이제 는 혼자 오기도 하고, 치료자에게 말도 많이 하게 되는 등 상당한 호전을 보였다. 학교생활은 정상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있는 thought leakage는 특정 한 그룹으로 한정되기 시작하였고, 집에서 TV앞에서도 한 결 더 안정된 자세를 보인다고 했다.

환자가 호전된 것이 주로 약물의 효과라고 보더라도, 적 어도 환자와의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 증상호전의 과정을 촉진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10.“그냥 무시해라. 어차피 내 인생을 책임져줄 것도 아니니까.”

가정살림도 하고 빌딩 청소도 하며 성실하고 열심히 사

는 이 30대 후반의 키가 작은 여성은 본래 남들 앞에서 얼

굴이 잘 붉어지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빌딩의 복도

청소 중 아는 사람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얼굴이 너무

나 빨개져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고 병원에 왔다. 항불안

제를 하루 3회 복용하면서 증상은 많이 호전된 상태로 생

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는 자신이 왜 남들 앞에서 얼굴

이 그렇게 붉어지는지, 왜 마음이 그렇게 긴장되는지 하는

것에 의문이 많았다. 고졸 학력으로 공부한 것은 많지 않은

사람이었으나 심리적 마인드는 꽤 있어 보였다. 저자가 보

기에는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예민한 사람이 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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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경 희

57 렇듯이 대인관계에서 너무나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사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마음속에 품고 있 다면, 보통의 일상적 생활조차도 너무나 힘들 것이 분명했 다. 즉 남들과 감정적으로 너무나 많이 얽히는 것이 문제인 것으로 보였다.

저자는 환자에게 남을 무시하고 살 것을 주문하였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나와 어떤 관계가 되든, 그 사람이 나의 인생을 책임져줄 것도 아니니까 그냥 무시 하고 지내라.” 라고 말해주었다.

무시한다는 것은 남을 얕보라는 말이 아니고 나의 인생 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사실대로 알고 지내라는 뜻이 다 라는 말도 첨가해 주었다. 환자의 주된 태도는 남에게 대한 지나친 친밀감에의 기대, 열등감과 그에 따른 분노 그 리고 열등감 뒤에 숨은 우월하고 싶은 비현실적 소망 등인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냥 남들을 무시하고 지내라는 말만을 해주면, 환자가 실제로는 남을 얕볼 것이므로 열등감과 얕보려는 마음이 더욱 갈등을 크게 일으킬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남이 내 인생을 책임져줄 것도 아니니 별 관계가 없다고 알고 지내 야 한다는 말을 첨가해준 것이다.

환자는 유심히 듣는 모습이었다. 그 후 방문 때 서너 번 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수개월 후부터 환자는 1일 3회 복 용하던 약을 1일 1회로 줄일 수 있었고,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도“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보고하였다. 남 을 얕보라는 것이 아니고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생 각하라는 말로써 얕볼 때 생길 수 있는 죄책감 내지는 지 나친 공격성 표출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대책도 어느 정도 마련 해 준 셈이라 생각된다.

11.“두 손을 묶고 살지는 마라.”

30대 부인. 바로 옆 동의 아파트에 사는 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정신과를 찾게 된 분이었다. 정신치료에 대한 개 념은 없고 그저 정신과에 가면 의사와 대화를 많이 나눈다 라는 사실만을 막연히 알고 의사를 방문하였다. 정신치료 를 받을 마음자세도 여건도 되지 못했다.

어머니와의 갈등은 주로 양가감정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 었다. 어머니에 대하여 고맙고 친근한 마음이 들면 표현하 기가 어려워지는데, 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그 주된 이유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또한 사실이었다.

이 환자에게“두 손을 묶어놓고 살려 하지 말라. 두 손은 따로 있어야 생활이 가능해진다.”는 말을 해주었다. 두 손 은 따로 있기 때문에 생활이 가능하고 편한 것이다. 미운 마음이 들면 미운 마음을 따로 표현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

면 그 마음을 따로 표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 나의 손이 움직일 때 다른 손이 방해가 되는 꼴이 되어서 생활이 불가능한 것처럼, 긍정적 마음의 표현은 부정적 마 음이 방해하고, 부정적 마음의 표현은 긍정적 마음이 방해 를 하기 때문에 어떤 대상이 되는 사람과의 관계 자체가 애당초 불가능해진다라는 요지의 말을 해주었다. 양가감정 을 해결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고 그 양가감정 뒤 에 숨은 복잡한 정신역동은 오랫동안 치료해야 환자가 비 로소 극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러한 통찰이 없 이도 당장 생활이 가능해질 만큼의 변화는 간단한 코멘트 하나만으로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환자는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30분 가량의 면담을 하였 는데, 자신의 마음을 좀 더 편안히 표현하며 살고 후회가 적어진 것을 경험하였다고 하였다.

12.“꼭 복수해라.”

30대 중반의 여성이 남편에게 사소한 문서를 가지고도 7~8회씩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안정되는 증상으로 의사를 찾아왔다. 사소하고 뻔하며 자기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실들, 예를 들면 관리비 영수증이나 가습기 설명서 따위를 가지고서도 남편에게‘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라는 요지의 말로 여러 번 확인을 하지 않고 서는 견디지 못하는 환자였다. 은행이나 유치원이나 병원 등의 장소에서 서류를 받아들고 나오다가도 다시 되돌아가 서 담당 직원에게 확인하기를 너무 여러 번 반복하여서 자 기가 마치‘정신병자’취급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치료자는 하루 prozac 20mg과 lectopam 9mg을 처방하 였다. 얼마 후 증상은 많이 호전되었다. 그러나 lectopam을 감량하면 많이 불편해 하였다.

약물치료가 계속되면서 환자와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번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알게된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환자는 마음이 매우 여리고, 타인에게서 늘 인정을 받으려 노력하는 성격으로 보였으며, 남편은“얌체 같은” 성격이 며 환자에게 거짓말도 하고 환자의 의존욕구를 전혀 충족 시켜주지 않고 가정의 일에 환자와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 정을 내리며 출장가는 날도 말없이 나가서 목적지에 도착 한 후에야 환자에게 전화를 하는 등의 배려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남편에게 영수증이나 물건 사용법 등이 적힌 용지를 들 고 묻고 또 묻고 하는 행동이 남편에 대한 분노에 대한 반 동형성이라고 판단되었다.

저자는 환자에게“남편의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

면 반드시 복수하는 행동을 하라” 고 일러주었다. 복수의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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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적 정신치료적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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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 남편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일 필요는 없다고 첨가하였 다. 예를 들면 반찬을 좀 맛없이 만들어준다거나, 묵은 밥 을 준다거나 , 자동차 키를 찾기 어려운 곳에 둔다든지 와 이셔츠 다림질을 대충 해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라고 예도 들어주었다. 수년간 하루에 lectopam 9mg을 써야 했던 환 자는 이후 3개월만에 하루 3mg으로 감량하고 prozac은 중단하고서도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추측컨대 환자가 남편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조 그만 출구가 생긴 덕택에 그 원래의 감정에 대한 반동형성 으로서 생긴 자기의 병적 행동(인정과 확인 요구)에 대한 극심한 양가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고 찰

위에 열거한 사례들 자체나 치료자의 코멘트가 어떤 뚜 렷한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 한번의 면담으 로, 혹은 약물치료를 위해 반복적으로 만나는 과정에서 환 자의 정신과 행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게 되며, 그럴 경우 짧은 코멘트 하나를 가지고서도 환자에게 도움 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신치료라 하면 일정한 날짜에 일정한 시간 을 환자와 면담하기로 약속한 경우만을 지칭한다. 여기에 제시된 치료적 도움들이 기본적으로 정신치료와 다른 것이 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글은 일반적으로 정신치 료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 가끔 혹은 한번 생기는 기회에 어떻게 환자를 도울 수 있는가 하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다.

Silver(1996)는 정신치료라 할 수 있는 형태의 치료가 400개 이상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는 정신치료를 1) psy- chodynamic psychotherapy, 2) cognitive behavioral the- rapy, 3) supportive psychotherapy와 4) humanistic the- rapy 등 네 가지로 대별하였는데, 첫째 것은 Freud의 연 구에 기초를 둔 것이고, 둘째의 것은 실험심리학에 기원을 둔 것이다. Supportive psychotherapy는 무의식을 다루지 않고 의식 속에 있는 자료를 다루며, 목적은 환자가 환경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하며 환자의 self esteem을 높여주는 것이라 하였다. Humanistic therapy는 dynamic한 관점이 나 cognitive한 관점을 모두 배척하고 환자가 자유의지를 가 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실행하는 치료이며 client-centered therapy, Gestalt therapy 및 existential the-rapy 등이 포함된다. 그는 다시 psychodynamic psycho-therapy를 (1) 정신분석, (2) brief dynamic psychothe-rapy(BDP),

(3) interactional psychotherapy 등의 세 가지로 구분하였 다. 이 중 BDP는 Davanloo, Sifneos와 Strupp 등 여러 사람 에 의하여 치료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며, 이 치료에서는 한가지 목표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다. 대개 20회 이내에 치료가 끝나게 되지만, 최근에는 치료를 단 한 시간으로 제한하는 치료자도 있다.

Davanloo(1978)는 behavior therapy와 psychoanaly- sis를 정신치료의 연장선상의 두 극으로 보았고, 그 가운데 에 supportive psychotherapy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홍택유(2002)는 정신치료의 종류를 1) psychoanalytically oriented supportive psychotherapy, 2) brief dynamic psychotherapy, 3) intensive psychotherapy 및 4) psy- choanalysis등 네 가지로 분류하면서, psychoanalytically oriented supportive psychotherapy는 한 회로 끝날 수도 있고 10년 이상 계속될 수도 있다고 하였고, brief dynamic psychotherapy는 일주일에 1내지 2회씩 총 10내지 40회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구별하였는데, 이것은 단지 치료 횟 수만을 대상으로 비교하면 Silver가 말한 분류와 다른 것 이어서 관심을 둘 만한 사항으로 보인다.

위의 문헌에 의하면 본 논문에서 제시된 몇몇의 사례는 부분적으로는 brief dynamic psychotherapy에 가까운 측 면도 있고 supportive psychotherapy와 비슷한 면도 있 지만, 나머지 사례들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치료라기보다 는 간단한 교육에 가까운 것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환자 의 정신치료적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그렇기도 하다.

이런 치료를 지칭하여 psycho-education이나 focal psy- chotherapy 등으로 부를 수는 없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환 자나 가족에게 병의 증상 예후 등을 일러주는 것을 지칭하 는 것으로 되어있고, 또 후자도 여기에 제시된 사례가 정신 치료가 아니므로 붙이기 어려운 명칭이다. 아마 이런 치료 적 행위를‘국소적 정신치료적 교육’(focal psychothera- peutic educa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대개의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약물만을 사용할 때에도 전체적으로는 정신치료에서 배운 자세로부 터 치료적 이익을 이끌어내겠지만, 이런 구체적이고도 직 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정신과 의사가 약물치료 환자 나 단 일회만 의사를 방문하는 환자에게 정신분석적 그리 고 정신치료적인 지식과 경험을 동원할 기회를 더 많이 가 질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이다.

여기서 제시된 사례들이 정신분석과 약간의 관계라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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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경 희

59 는 것인가 하는 점을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피상적

이고 단편적이지만 환자를 관찰하는 방식이나 치료자의 사고 방식이 정신분석적이라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현재 행해지는 여러 형태의 정신치료도 정신분석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하여도 의견의 일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즉, 정신치료와 정신분석의 관계에 대하여 Wallerstein(2001) 과 Frisch(2001)에 의하면 M. Aisenstein이나 Rangell 등은 그 두 개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 보았고 P. Coles 과 Eissler 등은 그 반대로 두 개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 로 파악했으며 그 중간에 K. Bell의 견해가 있다고 하였다.

본 논문의 사례들은 형식, 기간, 치료목적 등 모든 면에서 정신분석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런 작은 코멘트를 하는 치 료자가 정신분석적으로 사고하고 관찰한다고 하는 것만은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점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몇 개의 사례를 제시하였을 뿐, 이런 상황에 대한 포괄적 인 list를 만드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도 환자를 도울 수도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그렇 게 함으로써 의사로서도 더 의미 있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 낼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위에 제시한 사례들에 대하여 더 자세한 또한 여러 가지의 심리기전의 설명이 가 능할 것이지만,“짧은 코멘트가 환자에게 비교적 큰 도움 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기에는 위에 제시한 것만으 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대상 이 되는 환자는 어느 정도 소위 심리적 마인드가 있는 사 람이어야 할 것이다.

결 론

정신치료라 하는 것은 최소한 일정 시간 혹은 일정기간 반복해서 만나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런 20분 내지 30분 가량의 일회성 대화를 위한 적당한 명칭은 없는 것으로 보 인다. 아마 focal psychotherapeutic education이라고 부 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정신치료의 형태가 아니라 할지라도 사정에 따라 아주 짧고 간단한, 또한 아주 구체적이거나 비유적인 코멘 트가 환자에게 비교적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고 환자의 불편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도 있다.

References

홍택유(2002):정신치료의 종류. 정신분석, 13(2 ):143-145 Davanloo H(1978):Short Term Dynamic Psychotherapy. New

York:Spectrum Publications. pp74-81

Frisch S(2001):Psychoanalysis and Psychotherapy, The Con- troversies and The Future. ed Serge Frisch. London:Karnac Books. 서문. pp21-43

Silver RJ(1996):The Encyclopedia of Psychiatry, Psychology and Psychoanalysis. ed Benjamin B. Wolman. New York:

Henry Holt and Company. pp468-471

Wallerstein RS(2001):Psychoanalysis and Psychotherapy, The Controversies and The Future. ed Serge Frisch. London:

Karnac Books. 서문. pp13-19

ABSTRACT

Focal Psychotherapeutic Education Kyung Hee Moon, M.D.

The author presents twelve brief cases in which the patients could benefit from a short and one-time comment from the therapist. The patients were not under a formal psychotherapeutic process. Some patients were under pharmacotherapy, and the others were only one-time visitors who could not afford formal psychotherapy.

The comments were made in the form of education, similes, suggestions and confrontations. In doing so, the author argues, it is desirable for therapists to think and observe in a psychoanalytic way in order to help patients better.

The author suggests calling this form of treatment “focal psychotherapeutic education.”

KEY WORDS

:Focal psychotherapy·Education.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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