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글 음식 조리서로 본 전통 음식 조리법의 비교 - 떡볶이
백두현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국인에게 떡볶이는 가장 친근한 군것질거리 중 하나다. 초등학교 시절, 배가 출출한 하굣길에 떡볶이 집을 들락거리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떡볶이는 매콤하면서 달다. 쫀득하게 씹히는 떡 의 고소한 맛은 오후 4시쯤의 간식으로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최근 이 떡볶이를 세계 음식으로 만들어보려는 야심 찬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농림수산식 품부와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2009년 3월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을 성황리에 열었고, 2010 년에도 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떡볶이 연구소를 개설해 세계인의 다양한 입 맛에 맞는 떡볶이를 개발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떡볶이가 앞으로 세계인의 간 식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 글에서는 전통 한글 음식 조리서에 등장하는 떡볶이 조리법을 비교 검토해보기로 한다.
17세기와 18세기 음식 조리서에 떡볶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19세기 중엽경에 지은 것으로 보 이는『주식방문』 (노가재공댁)
1)에 떡볶이 만드는 법이 처음 나타났으며, 그 뒤 몇몇 한글 음식 조리서에도 이 음식의 조리법이 실려 있다.
이『주식방문』 에 실린 떡볶이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주식방문』 (노가재공댁)의 떡볶이법
떡볶이법(원문)
① 복기 을 잡탕 무오보다 조곰 굴게 흘고
② 져육 미 리 슉쥬 고기을 담가 블근 믈을 업시 후 가 리 두다려 양념 여 즈즐 게 익 여 퍼 고
③ 슈젼 보아 장국을 만나게 려
④ 양념과 을 녀허 복가 이라
⑤ 도라지 박오가리 표고도 너코 셕니 표고 의알 브쳐 리 흐러 언 니라( 『쥬식방문』
노가재공댁 23뒤).
떡볶이법(번역)
① 떡볶이는 떡을 잡탕 무보다 조금 굵게 썰고
② 돼지고기, 미나리, 숙주, 고기를 담가 붉은 물을 없앤 후 가늘게 두드려 양념해 자잘하게 익혀 펴서 내고
③ 떡 수전(?) 보아 장국을 맛나게 끓여
1) 『주식방문(酒食方文)』 (노가재공댁)은 1책의 필사본이며, 본문 첫 줄에‘쥬식방문’ 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안동 김씨 노
가재공댁 유와공 종가 유품” 이라고 어느 후대인이 기록해놓았다. ‘노가재(老稼齋)’ 는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화가였던 김
창업(金昌業)의 호이다. 노가재는 본관이 안동이며 1658년(효종 9년)에 태어나 1721년(경종 1년)에 죽었다. 이 책은 김창
업 가문의 어느 후손이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양념과 떡을 한데 넣어 볶아낸다.
⑤ 도라지, 박오가리, 표고버섯도 넣고 석이버섯과 표고버섯은 달걀에 부쳐 가늘게 썰어 얹는다.
위의 떡볶이 만드는 법은 요즘의 떡볶이와 좀 다르 다. ①은 먼저 떡을 잡탕에 넣는 무 조각만큼 썰어 재료 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②는 돼지고기, 미나리, 숙주나 물을 장만하고, 고기는 물에 담가 핏물을 완전히 빼고 양념하여 물기가 자작할 정도로 익히라고 했다. 즉, 떡 과 함께 들어가는 각종 재료의 조리법을 설명한 것이 다. 이 부분이 요즘 떡볶이와 크게 다르다.
그런데 ③에는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 슈전 보아’ 에 만약‘전’자가 없다면‘떡의 수를 보아 장국 을 맛나게 끓여’ 로 자연스럽게 해석된다. ④에서 양념 과 떡을 장국에 한데 넣어 볶는 것으로 보면 장국은 소 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⑤는 떡볶이에 얹어 먹는 고명 을 만드는 법을 설명한 것이다. 도라지, 박오가리, 표고 버섯, 석이버섯, 달걀부침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 떡 볶이임을 알 수 있다. 떡볶이에 고기와 버섯, 미나리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드는 것으로 보아 요즘의 떡 볶이보다 훨씬 비싼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떡볶이는 요즘의 궁중떡볶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러나‘궁중 떡볶이’ 라는 이름은 전통 음식 조리서에 나타나지 않 는다.
위의 노가재 후손가의『쥬식방문』 과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또 하나의『쥬식방문』 이 있다. 이 책 의 표지에는“졍미년 이월일 등츌 젼급 소뎡 니 일치
말고 두고 보라” 는 당부의 말이 쓰여 있다. 이 책의 보존 상태로 보아 이 정미년은 1907년으 로 추정된다. 이 책의 떡볶이법은 다음과 같다.
그림 1. 『주식방문』(노가재공댁)의 떡볶이법
2) 박욱어지 : 박고지. 여물지 않은 박의 속을 빼버린 다음 썰어서 말린 반찬거리.
3) 호박고지 : 호박으로 만든 박고지. 단맛을 내는 데 유용한 재료이다.
『주식방문』 (정미년본)의 떡볶이법
떡볶이법(원문) 복기
① 장국을 맛잇게 혀노코
② 흰 을 돗톰 고 잘자롬하게 쌀하
③ 고기와 져육이 불근 물이 읍게 씨셔 날흔이 두다리고
④ 미나리와 슉쥬을 느허 고기와 갓치 양염 여 뭇치고 복가노코
⑤ 과 다시 한 복글 졔 장국을 부어 복고
⑥ 표고와 셕이와 계란 붓친 것과 박욱어지
2)와 호박고지
3)도 너허면 조흐니라( 『쥬식방문』정 미년본 11앞).
떡볶이법(번역)
① 장국을 맛있게 끓여놓고
② 흰떡을 도톰하고 자잘하게 썰어
③ 고기와 제육을 붉은 물이 없게 씻어 느른하게 두 드리고
④ 미나리와 숙주를 넣어 고기와 같이 양념하여 무치 고 볶아놓아라.
⑤ 떡과 다시 함께 볶을 때 장국을 부어 볶고
⑥ 표고와 석이와 계란 부친 것과 박고지와 호박고지 도 넣으면 좋다.
『주식방문』 (노가재공댁)의 떡볶이법은 조리 과정이 다섯 단계로 갈라지는 데 비해『주식방문』 (정미년본)의 떡볶이법은 여섯 단계로 나뉜다. 전자의 조리 순서는 떡을 알맞은 크기로 써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후자는 장국을 끓이는 것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 떡을 써는 작업이 이어진다.
두 책의 떡볶이 조리에 들어간 재료는 아주 비슷해
그림 2. 『주식방문』(정미년본)의 떡볶이법공통점이 많다. 돼지고기, 미나리, 숙주, 표고버섯, 석이버섯, 달걀부침, 박고지가 공통적이 다. 박고지는 전자에서‘박오가리’ 로, 후자에서는‘박욱어지’ 로 달리 표기되었지만 실물은 같 은 것이다. 재료상의 차이도 보인다. 전자에는 도라지가 들어갔지만 후자에는 없고, 후자에는 호박고지가 들어갔지만 전자에는 이것이 없다. 박고지는 담백한 맛을 내고, 호박고지는 단맛 을 내는 것이어서 후자의 떡볶이가 더 달착지근한 맛을 냈을 것이다.
다음은『주식시의(酒食是儀)』 의 떡볶이를 살펴보자.
『주식시의』 의 떡볶이법
떡볶이법(원문) 복기
① 흰 을 잘 여 닷 분
4)기레식 잘 넷 식 여
② 솟치나 퉁노구
5)나 다르다가
6)기름을 만이 두루고
③ 황뉵을 가늘계 두다려 쓰은 것과 갓치 복가
④ 송이 도랏 납즉납즉 쓰러 셕이도 치고 계란 붓쳐 치고
⑤ 슉쥬나물 유장
7)의 주물너 넉코 질도 되도 안이케 염장 맛초와
⑥ 강 파 호초 잣가로 넛코 김 구어 부수어 넛코 호박 외 가진 약염 다 너어 씨라( 『주식 시의』8앞~8뒤).
떡볶이법(번역) 떡볶이법
① 흰떡을 잘 만들어 닷 푼 길이씩 잘라 네 쪽씩 내어
② 솥이나 퉁노구를 달구어 기름을 많이 두르고
③ 소고기를 가늘게 두드려 떡 썬 것과 같이 넣어 볶아
④ 송이와 도라지를 납작납작하게 썰고, 석이도 채 치고, 계란을 부쳐 채 치고
⑤ 숙주나물을 유장에 주물러 한데 넣고 질지도 되지도 않게 소금과 장을 맞추어
⑥ 생강, 파, 후추, 잣가루를넣고, 김을구워부수어넣고, 애호박, 오이, 갖은양념을다넣어 써라.
4) ‘분’ 은‘푼’ 을 뜻하는데, 전에는 무게 단위와 길이 단위에 다 쓰였던 단위 명사이다. 길이로서의‘푼’ 은‘치’ (3.33cm)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5) 퉁노구는 놋쇠로 만든 작은 솥이다. 바닥이 평평하고 위아래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
6) ‘다르다가’ 는‘달구다가’ 로 풀이된다.
7) ‘유장’ 은 한자어‘油醬(기름장)’ 을 뜻한다.
『주식시의』 의 떡볶이법은 흰떡 만드는 것으로 시작 한다. 만든 흰떡을 닷 푼(1.7cm가량)으로 잘라 네 쪽씩 내어 달군 솥에 소고기 썬 것과 같이 넣어 볶는 것이 첫 작업이다. 거기에다가 송이, 도라지, 석이버섯, 달걀 부 쳐 채 친 것 등을 넣는다. 『주식시의』 에서는 돼지고기 가 아니라 소고기를 쓰는 점이 앞의 두 책과 다르다. 그 리고 생강, 파, 후추, 잣가루, 구운 김, 애호박, 오이 등 을 넣는 점도 앞의 경우와 차이를 보인다. 향신료에 해 당하는 생강과 후추를 넣는 점이 특징적이다.
『규곤요람』 (연세대본)의 떡볶이법
떡볶이법(원문) 복기라
① 젼복과 을 물으게 살마 어 남비의 담고
② 힌몰 을 치 기장으로 어 너코
③ 녹말과 후초갈우 기름 셕리 제종을 장물 풀러 남비에 복 리라( 『규곤요람』연세대본 10앞).
*원문에 작은 글자로 쓰여 있는 주석
1) 행간 : 치 와 슐상 볼 씨기 조흔리라 셕리 독의 피 버섯시라
2) 본문 말미 : 복글 너무 되게 복치 말고 연 지 지 게 복 이라 3) 상란 : 餠炙法 을 장광후박 져근 호 만굼식 썰어야 조흔이라
떡볶이법(번역) 떡볶이라
① 전복과 해삼을 무르도록 삶아 썰어 냄비에 담고
② 흰몰대떡(?)을 한 치 길이로 썰어 넣고
③ 녹말과 후춧가루, 기름, 석리채버섯 등 여러 가지를 간장물을 풀어 냄비에 볶는다.
* 주석문
1) 행간 : 잔치하는 데와 술상 보는 데에 쓰기 좋으니라.
석리채는 독에 피는 버섯이다
2) 본문 말미 : 볶을 때 너무 되게 볶지 말고 자연히 지적지적하게 볶는다.
그림 3. 『주식시의』떡볶이법
3) 상란 : 餠炙法 떡은 넓고 얇게 키 작은 호패(號牌)만 하 게 썰어야 좋으니라.
『규곤요람』 의 본문에는 특이하게도 주석에 해당하는 문장이 딸려 있다. 이 책의 본문에는 해석이 어려운 어휘 두 개가 보 인다. ‘힌몰 ’ 과‘셕리 ’ 가 그것이다. ‘힌몰 ’ 은 흰떡 의 하나로 생각하지만‘몰 ’ 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어느 국 어사전에도‘몰대’ 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문맥으로 보아‘힌 몰 ’ 는 쌀로 만든 흰 가래떡을 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행간 주석문에서 떡볶이가 잔치를 치르거나 술상의 안주로 알맞은 음식이라 하여 그 용처를 설명한 내용도 보인다. ‘셕 리 ’ 는 행간의 주석에‘독
8)에 피는 버섯’ 이라 되어 있어서 버 섯의 한 종류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석리채’ 란 낱말도 사전 에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찾기가 어렵다. 아마도 석이 버섯을 가리킨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시의전서』 의 떡볶이법
떡볶이법(원문) 복기
① 다른 과 갓치 되
② 잘 된 흰 을 탕무우쳐로 흐러 간 복가 쓰되
③ 료 다 드 가로즙만 안니 나니라( 『시의전서』12 뒤).
떡볶이법(번역) 떡볶이
① 다른 찜 만드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하되
② 잘 된 흰떡을 탕에 들어가는 무처럼 썰어 살짝 볶아 쓰고
③ 찜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 들어가되 가루즙만 아니 한다.
그림 4. 『규곤요람』(연세대본)의 떡볶이법
8) 주석문의‘독’ 이 장독 같은 것인지, ‘돌’ 의 방언형‘독’ 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시의전서』 의 떡볶이법은 매우 간단히 기술되어 있는데, 찜을 만드는 방법과 거의 같다는 방 식으로 설명되어 있다. 잘 만든 흰떡을, 탕에 썰어 넣는 무 크기 정도로 썰고 이것을 볶아서 쓰 라고 했다. 떡볶이에는 찜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 들어가지만 가루즙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차 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찜에 넣는 갖가지 채소와 양념이 떡볶이에도 다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 런데『시의전서』 에는 찜의 종류가 수십 가지나 나온다. 어느 찜과 같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주식방문』두 권과『주식시의』 , 『규곤요람』 (연세대본), 『시의전서』등 다섯 권의 전통 음식 조리서에 나오는 떡볶이법을 서로 비교해보았다. 이 책들에 설명된 떡볶이법은 오 늘날의 궁중떡볶이와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다섯 문헌에 서술된 떡 볶이법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들어가는 재료도 차이가 적지 않다.
요즘 장터나 길가 분식점에서 쉽게 사 먹는 떡볶이와 같은 조리법이 전통 조리서에 나타나지 않는다. 떡볶이 조리법에 워낙 융통성이 많으니까 요즘 간편하게 흔히 먹는 떡볶이는 비교적 최근(아마도 1970년대 전후?)에 재료를 보다 간단히 하여 새로 개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떡볶이는 입맛이나 사용 가능한 재료에 따라 조리법을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 요즘 새로 개발된 것으로는‘라볶이’ ‘치즈떡볶이’등이 있다. 앞으로 녹차떡볶이, 허브떡볶이가 나오 , 지 말란 법이 없다. 떡볶이 조리법의 다양한 변용성과 융통성은 떡볶이의 진화에 무한한 가능 성을 암시한다.
[사진제공 | 백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