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식품’이란 무엇인가
박성훈1) 한국식품연구원 인증관리팀
○ 로하스 - 나와 내 후손들의 건강한 삶을 함께 고려하는 생활방식
로하스(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LOHAS)는‘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활방 식’을 의미하는 영문의 머리글자로서, ‘건강한 삶의 지속가능성(sustainable healthy life)’을 추 구하는 소비자 그룹 또는 그러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여기에서‘건강’은 신체적, 정신 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잘 사는(well-being) 완전한 상태를 말하며,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2)그리고‘지속가능성’은 어떤 과정 또는 상태가 일정한 수준에서 기 한 없이 유지될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3)‘지속가능성’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 활동의 수준이나 삶의 질이 우리의 다음 세대와 계속 이어지는 그 다음 세대들에게도 유지될 수 있는가 하 는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로하스’는‘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잘 사는 상태 가 현재 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시대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 다. 로하스 문화가 등장하게 된 것은 경제 성장과 물질적인 풍요가 더해질수록 생태계 환경이 악화 됨으로써 지구의 장래에 어두운 전망이 드리워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현재의 나와 내 가족의‘잘 삶’을 추구하는‘웰빙’에 비해, ‘로하스’는 지금의 나와 내 가족뿐만 아니라 내 후손들의 건강한 삶도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 로하스 소비의 특징
우리나라에서‘로하스’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은 기업들이 자기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 하기 위한 상업적 캐치프레이즈로서‘로하스’를 도입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로 하스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는‘건강한 삶의 지속가능성’
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 로하스 소비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정착되어 있 지도 않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공정거래와 같이 경제성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문제들을 소비자가 주도하여 조명하는 서구의 로하스 운동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마케팅전략의 일환으로 소비자
1) 한국식품연구원 선임연구원, 경제학박사
2) 세계보건기구(WHO)가 1948년에 정의한 것. 1986년에 WHO는“건강 증진을 위한 오타와 헌장 (Ottawa Charter for Heal Promotion)”을 통해‘건강’의 정의를 개선한 바 있다. 즉, 건강은“매일의 삶을 위한 자원이며 삶의 목적이 아니 다”, 그리고“건강은 사회적, 개인적인 자원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능력을 강조하는 적극적 개념이다.”
3) http://en.wikipedia.org/wiki/Sustain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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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주입된 상업적인 로하스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로하스 문화의 소비자 기반이 취약한 우 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로하스인증’이 등장한 것은 기업이 주도하는 한 국적 로하스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 주도의 로하스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약 3,500만명이 로하스 소비자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6년 현재 로하스 시장의 규모는 2,090억불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로하스 소비자들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공정거래 (fair trade), 윤리적 관행(ethical practices) 등을 상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들 기준 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상품에 대해 약 20%의 추가적인 지불의사를 갖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담 당자들이 로하스 시장에 주목하는 것도 이들의 로하스 제품에 대한 추가 지불의사와 막대한 시장규 모 때문이다.
로하스 소비자들은 문화 창조자(cultural creatives)로 간주되고 있다. ‘문화 창조자’란 레이 박 사와 앤더슨 박사가 그들의 저서4)를 통해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서,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미국의 약 5천만명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 하며, 종교와 유사하나 종교의 형식을 띠지 않고, 종교적 권위가 아니라 원칙을 중심으로 자기 정체 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로하스는 문화 창조자적 소비 행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로하스 소비자들은 겉으로 드러난 제품의 브랜드나 표시에 의존하지 않고, 특정 제품, 기업, 브 랜드 등이 자신의 기준에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탐색한다. 예를 들어, 로하스 소비자들은 전기자동차와 같이 환경 부하가 없는 제품을 선호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SUV(sport-utility vehicle)를 전기 자동차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거나, 전기자동차의 생산라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
□ 미국의 로하스 시장 (2006년)
개인 건강 자연 및 유기(Natural and organic) 제품, 영양 제품, 종합 건강 관리, 1,180.3억불 식이 보조제, 정신₩신체₩심령 제품(Mind Body Spirit products)
자연적 생활방식 옥내 및 옥외 가구, 유기 세척제, 절전 형광등(compact fluorescent lamp, CFL), 106억불 사회변화기부(Social Change Philanthropy), 의복
녹색 건축 주택 인증(Home certification), 에너지 절약 설비(Energy Star Appliances), 500억불 지속가능 바닥 시공, 재생 에너지 시스템, 나무 대체재
대체 수송 하이브리드 차량, 바이오디젤 연료, 자동차 공동 사용 프로그램 61.2억불
생태 관광 생태 관광 여행, 생태 체험 여행 241.7억불
대체 에너지 재생에너지 증서(Renewable Energy Credits), 녹색 가격제(Green Pricing) 3.8억불 자료: LOHAS Journal [online]
4) Paul H. Ray, Sherry Ruth Anderson. The Cultural Creatives: How 50 Million People Are Changing the World, New York: Harmony Books, October, 2000.
기업들은 로하스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로하스 소비자들은 생태계 환경을 파괴하는 경향을 갖는 기존의 상업적 활동에 로하스가 편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을‘로하스’라고 부르거나 범주화하여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
로하스 소비자들은 대체로 고소득층이고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점수를 매기고 레이블(label)을 붙이는 방법으로 로하스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을 돕겠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그러한 접근방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텔레마 케팅의 불쾌감 같은 것을 이들에게 안겨주는 일이 될 것이다. 로하스 시장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 해서는 로하스 소비자들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리고 로하스를 선전하는 요란한 말잔치 대신 묵 묵히 로하스 원칙에 충실하도록 기업을 바꾸어 나가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하스인증에 빛나는 기업도 탈세와 비자금 조성의 의혹이 있다면 로하스 소비자들은 분명 그 기업의 제품을 외 면할 것이다.
○ 로하스 식품의 요건
우리나라의 많은 소비자들은 로하스 식품을 질병을 예방하고 허약 체질을 개선하는 건강기능식 품 정도로 알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의 개념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 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므로 로하스의 관점에서는 불완전하다. 또한 어떤 한 면만을 강조하여 그것만으로 자칭 로하스 식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든가,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였다’등을 근거로 로하스 식품을 표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하스 식품이 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서두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로하스는‘나와 내 후손들의 건강한 삶을 함께 고려하는 생활방식’
을 의미한다. 따라서 로하스 식품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동시에’만족하는 식품이어야 한다.
1) 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식품, ‘그리고’
2) 건강한 삶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식품.
여기에서‘나’는‘현재’의 시공간을 전제로 하며, ‘지속가능성’은‘미래’의 시공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로하스 식품은‘현재의 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내 후손들이 지금 내가 누리는 수 준과 같거나 그 이상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기여하는 식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재’와‘미 래’를 관통하여 인간이 건강한 삶을 영위한다는 문제를 푸는 열쇠는, 지금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
5) Laura Everage. Understanding the LOHAS Lifestyle. Gourmet Retailer Magazine, Nielsen Business Media, OCTOBER 01, 2002.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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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삶의 기반, 즉 생태계(환경)라는 공통분모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생태계의 한 구성요소로 서 인간의 건강한 삶은 생태계의 건강성에 종속되어 있다. 생태계의 건강성과 나와 후손들의 건강한 삶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로하스 식품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불가결의 전제 조건이 된다. 그러한 인식을 전제로 로하스 식품이 갖추어야 할 요건들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 물, 대기,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는 식품
우리는 식품을 생산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을 투입하고 있다. 화학비료, 합 성농약(살균, 살충, 살서제), 합성된 항생물질과 호르몬제, 합성된 첨가물과 가공보조제, 화학세제, 합성수지 등이 그것이다. 식품을 생산하면서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을 사용하게 되면 식품 그 자체 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 물, 대기, 토양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동 물, 식물, 미생물에 해를 입힘으로써 생태계 질서를 교란시킨다. 물, 대기,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는 식품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의 사용을 배제하는 방법으로 생산, 가공, 유통되는 식품이다. 생산, 가공, 유통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의 사용을 배제하는 식품으로는 유기식품(organic foods)이 있다.
▶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은 식품
기후변화는 주로 인간의 활동에 의해(anthropogenic) 발생하는 기후상태의 변화를 의미한다.
화석연료의 연소, 삼림 파괴와 같은 인간의 활동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 화질소(N2O) 등의 온실가스 농도를 높임으로서 기후변화를 발생시킨다. 그 가운데 기후변화 영향 력이 가장 큰 CO2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3.8%(2005년)를 차지하고 있다(OECD/IEA. CO2 Emissions from Fuel Combustion 1971-2005, 2007 edition).
지구온난화로 요약되는 기후변화는 극심한 자연재해를 발생시키고 생물의 서식 환경을 악화시 킴으로써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된다. 연일 보도되는 홍수, 태풍, 폭염, 폭설, 물 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 그리고 해수위 상승으로 인해 경작지와 택지를 잃어버린 남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의 애환에 얽힌 사연은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 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은 식품은, 현재의 기술 수준 하에서, CO2의 발생을 최소화 하는 방법으로 생산, 가공, 유통되는 식품이다. 생산, 가공, 유통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CO2를 최소화하 기 위해서는 기계₩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야 하며, 화학적으로 합성 된 물질의 사용 및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장거리 수송을 피해야 한다. 유기식품은 화학적으로 합성 된 물질의 사용을 배제하기 때문에 화학 공정에 의한 CO2의 발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근 거리식품(local foods)과 제철식품(seasonal foods)은 장거리 수송의 필요를 줄이고, 효율적인 자 원 이용을 가능하게 하므로 역시 CO2의 발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GMO는 생명의 자연적 순환 고리를 인위적으로 단절함으로써 생태질서를 파괴한다. 다국적 종묘 회사로부터 구입하지 않고는 싹 트는 씨앗을 구할 수 없고, 복제나 인공수정 외에는 동물이 번식할 방법이 없는 세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GMO 자체가 인체에 유해한 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 았으나, 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과 생태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유전자 변형된 식품 은 로하스 식품이라고 할 수 없다.
동물후생(Animal welfare)은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양호한 환경 속에서 동물을 사육 하는 것을 의미한다. 햇빛이 비치지 않고 공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좁은 공간에 다수의 동물을 사육하면 동물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또한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다량의 약품을 투여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약품에 찌든 동물은 인간의 건 강한 삶에 기여할 수 없으며, 동물 학대는 인간의 정신적, 사회적 건강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동 물후생을 준수하면 동물의 면역력이 증진되고 약품을 사용할 필요가 줄어들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므로 육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로하스 식품은 동물후생 원칙을 준수하는 방법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공정거래(Fair trade)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식품의 생산과정을 통해 맺는 사회적 관계가 공정 하고 정의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의 제 반 협약과 아동권리에 관한 UN헌장 준수, 일체의 차별 금지, 공정한 거래 계약, 종사자의 인권 보 호, 강제노동의 금지, 노동권의 보장 등을 포함한다. 건강한 삶은 질병이 없거나 신체의 기능이 정 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식품의 생산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가 공정하지 않고 정 의에 위배된다면 우리는 사회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로하스 식품은 공정거 래 원칙을 준수하는 기업에 의해 생산, 가공, 유통되는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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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하스 식품은 LOS(Local Organic Seasonal) 식품이다
재생에너지의 사용은 연료산업의 발전 등 식품산업 외부의 변수와 관련되므로 일단 논외로 한다 면, 현재의 조건에서 로하스 식품은‘근거리(Local)에서 유기적(Organic)인 방법으로 생산된 제철 (Seasonal)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근거리식품’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지역 내에서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의 모든 과정이 완결되 는 식품이다. 사료나 가공원료를 해외에서 조달하여 생산된 식품은 그 지역에서 소비된다고 해도 근거리식품이 될 수 없다. 근거리식품은 장거리 수송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내 자원순환체계에 의해 효율적인 물질(=에너지) 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유기적’생 산, 가공, 유통 방법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을 배제하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 또한 GMO의 사용을 배제하고, 동물후생과 공정거래 원칙을 준 수함으로써 생태계와 건강한 삶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접근방법이다. ‘제철식품’은 제철이 아 닌 식품을 찾음으로써 발생하는 장거리 수송을 예방할 수 있으며, 생태계 순환 주기에 인간의 생체 리듬을 동조시킨다는 점에서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식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