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 공간과 한국성
2014 Space Design Seminar1
가천대학교 실내건축학과 담당 Prof. 안은희
한국적인 공간이란?
“시간의 흐름 안에 한국적 공간이 축적되다”
1. 현대공간에서 전통이라는 단서 찾기
김신부는 "신자들의 모아진 의견은 100% 한국식도 100% 미국식도 아닌 이민 스티일 즉 한국과 미국이 함께 조화롭게 표현되어야 하고 동시에 2세 3세의 신앙 유산으로 물려주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새 성전은 누가 들어가 보아도 어딘지 모르게 미국적이면서 동시에 한국에서 미사드릴 때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끔 했다.
Case 1. 성토마스 한인성단, 2009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땅 집은 사각 스틸 매스형태다.
방은 총 6개인데, 방 하나당 한 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로 계획한 것은 우리 전통가옥의 단위
‘칸’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땅 속에 박힌 사각 박스는 신기하게도 지하의 폐쇄성과는 거리가 멀다. 절제되어 새어 들어오는 빛이 무엇보다 ‘치유의 기능’이라는 중요한 역할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마당은 밤이 되면 달빛과 별빛을 받아들이고, 마당 콘크리트 담장 곳곳에는 세월이 흘러 풀이 자라날 것을 예상해 나무기둥을 박았다.
Case 2. 땅 집, 조병수, 2009
• 한국성이란?
통시성과 동시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과거와 현재를 단절이 아니라 연속의 개념으로 함께 이해하는 개념이다. 즉, 세월과 함께 변화 발전되어 현재적 의미를 갖게 되는 전통의 개념을 지칭한다.
• 시간의 항성(恒性)
우리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시간이 갖는 항성은 집합성을 중시하는 관계론적 사고로 존재하고 있다.
• 장소화의 의미
시간이 공간구성의 중요 요소로 생각될 때 공간의 장(place) 개념이 생성된다. 인간은 공간(space)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장소(place)라는 구체적 개념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즉, 실존적 의미의 공간이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이때 각 장소는 다른 장소와는 구분되는 자신만의 의미요소와 질서요소로 시각화, 상징화, 보완화의 과정을 통해 그 장소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 한국성의 공간적 의미
다른 민족과 구분되는 우리 고유의 의미요소와 질서요소를 가짐으로써 한국적 장소성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된다. 특히 시간의 항성 속에서 구축된 제반 환경 구성요소들이 장소화될 때 비로소 한국성이 깃든 우리 고유의 장소성이 태어나게 된다.
2. 한국성으로 전통공간의 의미 찾기
• 마당_비움
터진 공간으로 건물과 건물, 건물과 자연, 건물과 담에 의해 구성된다. 인위적으로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자연과 교류하는 장이 생성되고 일상성과 개방성이 생겨난다.
• 마루_결
나무결, 숨결, 바위결, 비단결, 물결 등에서 결이 좋다고 말할 때 이 결은 연륜의 흔적, 성장의 리듬, 흐름의 유 연 함 , 섬 세 한 질 감 등 을 느 끼 게 한 다 . 결 에 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감성은 ‘세월’이라는 시간성이다.
3. 구성요소로 살펴보는 전통공간의 미의식
• 창호_빛과 소리
창 호 지 를 통 과 한 빛 은 방 안 의 물 체 를 부 드 럽 게 드러내준다. 창호지를 통과하는 소리는 인기척을 드러내준다. 벽에 의해 차단되는 프라이버시와는 다르게 창호지는 투과를 통해 오히려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를 조절하게 만든다.
• 지붕_담음
한옥에서 지붕은 하늘과 닿아 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지향성을 표현하기도 하고, 지붕들이 맞닿아 만들어낸 선을 통해 하늘을 끌어내려 땅에 담기도 한다. 사람이 서서 바라보는 눈높이에서 지붕은 비움을 통해 담게 되는 한국적인 공간성을 보여준다.
3. 구성요소로 살펴보는 전통공간의 미의식
• 방위_순응
집 터 를 결 정 할 때 , 대 개 는 남 향 을 지 켜 왔 지 만 자연지세가 허락하지 않을 때는 자연에 순응하여 방위를 결정했다. 전통건축의 최상위 원리는 언제나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었다.
• 규모_내적 체계
집의 규모는 집 주인의 내면세계와 철학을 반영한다. 꼭 필 요 한 정 도 만 큼 만 유 지 하 려 고 했 던 청 렴 한 낙빈사상은 내부공간의 규모에서도 칸, 척 등의 인간적 스케일을 내적 자율체계로 적용하도록 만들었다.
4. 구성원리로 살펴보는 전통공간의 미의식
• 배치_이어짐
사찰은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종교적 여정을 따라 건물을 배치한다. 우리의 전통건축은 항상 여러 채의 건물들이 어울리며 형성되는 연속적 공간의 여정을 따라 배치된다.
• 관계_겹쳐짐
전통건축에서 나타나는 중첩과 관입은 내외부의 공간 사이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는데 기인한다. 이러한 불명확성은 사물을 단정적으로 보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는 개연적 사고를 보여준다.
4. 구성원리로 살펴보는 전통공간의 미의식
사례: 윤증고택
“시간의 흔적이 살아 있는 장소”
윤증고택은 충남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에 위치하는 파평 윤씨의 한 종가로 18세기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윤증고택은 ㄷ자 모양의 안채와 일자형의 중문간채가 튼 ㅁ자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사랑채가 연결되어 있고 사랑채 후면, 높은 곳에 사당이 배치되어 있다. 조선시대 중기의 가장 전형적인 상류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집은 윤증선생의 사회적, 학문적 지위를 생각할 때 결코 큰 규모는 아니나, 전통한옥의 전형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들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인간적 척도를 잘 구현하고 있어서 우리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한옥이다.
윤증고택에는 대대로 종부들이 거주하며 주택을 잘 관리하고 있어 아름다운 한옥의 모습이 오늘까지 잘 간직되고 있다.
윤증고택에서 읽어낼 수 있는 우리 공간의 다양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요소들 이야기
지붕의 선들이 만나고 담과 담이 이어지고 건축이라는 인공적인 것들과 자연적인 것들이 함께 어우러진다.
우리의 전통건축에는 많은 요소들이 담겨져 있다.
그 러 나 그 어 떤 요 소 이 든 따 로 각 자 의 독 백 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언제나 자신의 옆에 있는 다른 요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독백이 아닌 대화를 나눈다.
자연이라는 오브제, 그리고 건축
윤증고택의 오른쪽 측면에는 항아리들이 놓여있는 우묵한 공터가 있고 그 옆으로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커다란 고목이 있다. 때로는 건축물보다 더 강렬한 오브제로서의 자연이 있다. 윤증고택을 내려다보는 것만 같은 고목으로 인해 이 집은 자연스레 자연에 속해지게 된다. 인공적인 것에서 자연적인 것으로 변모하게 되는 관계의 마법이 일어난다.
바람길
자세히 살펴보면 광채는 안채와 나란히 배치되어 있지 않고 살짝 벌어져 배치되어 있다. 광채는 곡식을 보관하는 곳인 만큼 통풍이 중요해지는데 뒤뜰에서 부 는 바람 이 잘 불 게 하 기 위 해 일 부터 배치 를 틀어놓았다. 길은 사람만 지나다니는 공간이 아니었다.
바람도 그 길의 주인이었다.
열린 위계
윤증고택의 사랑채에는 담장이 없다. 집 앞 길가를 오가는 사람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누구든 거리끼지 않고 기꺼이 반기는 열린 마음이 공간에 담겨있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게 만드는 위계적인 배치조차 열린 공간으로 인해 위압적이라기보다는 의연하게 느껴지게 된다.
덧붙이기
윤 증 고택 앞의 연못은 예 전 부 터 있 던 것 이 아 니 고 근간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옛맛을 알지 못하기에 이전의 공간감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연못은 자연스럽게 길가와 집을 매개하는 공간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은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새로 덧붙여나가는 것이다. 단, 이전의 색과 맛이 이어지고 유지되는 덧붙이기이어야 한다.
참고도서
- 윤장섭, <한국의 건축>,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 김봉렬,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1, 2, 3>, 돌베개, 2006 - 김원, <건축은 예술인가>, 열화당, 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