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의 소통 방법 연구
-시적 화자와 종결어미를 중심으로
Study of Communication Method of
Jeong Ho-seung’s Poetry
―Focused on Sentence Endings and Poetic Narrators
1)김 지 훈*
∥차 례∥
1. 머리말
2. 공동체 지향의 시적 화자와 종결어미 2.1. 위로와 위안의 시적 화자 2.2. 성찰과 제안의 시적 화자 2.3. 노래시의 시적 화자 3. 맺음말
국문 요약
이 논문은 정호승 시의 소통 방법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의 시가
**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연구전담조교수
** 이 논문은 2015년 4월 18일 명동 이든스테이블에서 개최된 제28회 한국문예창작 정기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임.
***이 연구는 2015학년도 단국대학교 대학연구비 지원으로 연구되었음. The present research was conducted by the research fund of Dankook University in 2015.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지속적으로 읽히는 것은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 는 어떠한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로와 위안이 되는 시’, ‘감동적인 시’라는 감상적 평가에서 벗어나 실제 시 에 사용된 언어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연구가 미흡했던 정호승 시의 ―에게 와 —위하여 그리고 —대 하여 제목과 종결어미, ‘―하라’, ‘―마라’의 시적 화자에 주목을 했다. 그들은 선험적 ·초월적 주체로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고 위로와 위안 그 리고 성찰의 소통을 모색하는 특징이 있었다.
1. 머리말
정호승의 시는 비교적 소통이 잘 되는 시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시는 “문 학성과 대중성이라고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아울러 포획하는 드문 예를 보 여주고.”1) 있으며, 그의 시집이 판·쇄2)를 거듭하고 세대교체 속에서도 지속 적으로 많은 독자를 형성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정호승의 시만큼 ‘슬픔’, ‘기쁨’, ‘그리움’, ‘외로움’ 등 인간의 보편적 정서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시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드물다. 또한 이러한 시어를 ‘꽃’, ‘풀’, ‘눈’, ‘별’ 등의 자연물을 통해 형상화한 다는 점도 소통의 관점에서 재고해볼 만한 문제다. 그의 시에서 사회 주변부 의 시적 주체3)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가령 ‘가난한 사람들’, ‘넝마주이’, ‘구
1) 김기중, 정호승 시의 의미구조 연구 , 한국문예비평연구 12권 0호, 한국현대문 예비평학회, 2003, 225쪽.
2) <표1> (정호승 시집 현황, 2015년 8월 기준)참고.
3) 시적 주체와 시적 화자는 다르다. 특히, 정호승 시의 특징을 분석할 때 시적 화자 와 시적 주체를 구분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의 시에서 시적 화자는 ―(하) (마)라의 화자, 시적 주체는 예수를 비롯한 소외된 자들이 중심이 된다. 이러한 차
두닦이’, ‘혼혈아’, ‘맹인’, ‘여공’, ‘창녀’가 그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성호 는 “구체적인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는 시 속에서도 정호승의 시는 보편적 서 정성과 낭만적 초월의 성격을 띤다.”4)고 분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회 적·정서적으로 소외된 주체들의 ‘슬픔’과 ‘외로움’의 정서가 ‘기쁨’과 ‘나눔’의 정서로 환원된다는 점, 더 나아가 위로와 위안 그리고 성찰의 공감대를 형성 한다는 점이다. 개관적이긴 하지만 김유중의 글을 참고할 만하다.
“정호승은 시작 과정에서 소통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개인의 내면세 계를 탐구하기보다 ‘많은 이들과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그래서 초 기 시적 관심은 민중 생활의 애환에 놓여 있었고, 부정적인 상황과 현실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건강한 민중적 정서를 호소했다. 이는 독자들 의 폭넓은 이해와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시인의 지향에 따라 대개의 시들은 흔히 사용하는 쉬운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5)
지금까지 정호승의 시에 대한 선행연구는 박사학위논문 1편, 석사학위논문 10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평론이나 시집의 서평이 전부다. 그의 시가 ‘소통 을 모색하는 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시가 언어기호로 의미와 정서를 전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시 를 언어적 관점에서 진행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를 관통하는 슬픔의 정서는 기쁨과 희망을 주고자 하 는 위로와 성찰의 시학으로 정리할 수 있다.
4) 유성호, 슬픔의 힘 속에서 생성되는 ‘사랑’의 노래 , 시와 시학, 2000년 여름호, 184쪽.
5) 김유중, 세대 감각과 언어 감각 , 세계한국어문학 제2집, 세계한국어문학회, 2009, 44쪽.
고 필자는 그의 시에서 ①‘―위하여’, ‘―에게’ 그리고 ‘―대하여’가 쓰인 제목 과 ②서술어 특히, ‘―하라’, ‘―마라’6)에 주목을 했다. “국어의 종결어미는 문 장을 이루는 필수요소로서 청자에 대한 화자의 의향 태도를 나타내는데, 그 의향 태도는 화자의 청자에 대한 높임의 정도와 함께 문장의 종류를 결정짓 는 변인으로 작용한다.”7) 이러한 관점에서 정호승의 시에 사용된 종결어미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주제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분석된 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까지 발표된 시집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6) 정호승의 시에서 종교적 색채가 느껴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시적 주체( 서울의 예수 ), ‘예수’가 전면적 으로 드러나는 경우이거나 그와 비슷한 ‘신상의 원형’이 등장하는 경우이다. 여기 서 다시 예수가 시적 주체로 등장하는 경우에는 기독교적 색채가 강하고, 불상이 나 사원 등이 소재로 사용될 경우에는 불교적 색채가 강하다. 둘째, 본고에서 주목 하는 ‘—(하)(마)라’의 문체가 그것이다. 본론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것은 성 서의 문체와 흡사하다.
7) 김태엽, 국어 종결어미화의 문법화 양상 , 어문연구 제33권, 어문연구학회, 2000, 37쪽.
구분 제목 (작품수/판·쇄) 출판년도
(초판 기준) 출판사
제1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65/개정판 2판1쇄, 1판27쇄 ) 1979.03.30 창비 (창비시선19) 제2시집 서울의 예수(60/)
(2판11쇄) 1982.10.30
민음사 (오늘의詩人
叢書21) 제3시집 새벽편지(61)(2판3쇄) 1987.09.30 민음사
(민음의 시12) 제4시집 별들은 따뜻하다(60/1판18쇄) 1990.10.25 창비
(창비시선88)
제5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70/1판39쇄) 1997.05.25 창비 (창비시선161)
<표1> 정호승 시집 현황 (2015년 8월 기준)
정호승의 시집은 편의상 초기(제1시집-제3시집), 중기(제4시집-제7집), 후기(제8시집-제11시집)로 나눌 수 있다. 초기시는 민중을 옹호하고 대변함 으로써 소통을 모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시에서 ‘우리’의 개념이 “서울에 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아(「가두 낭송을 위한 詩2」, 슬픔이 기쁨에게)”에서 처럼 ‘민중성’을 표방했다면, 중기시는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그리운 부석 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에서처럼 ‘사랑’이라는 핵심적 시어를 중심으 로 ‘대중성’을 표방한다. 후기시는 “이제 돌아가세요 저의 일인극은 끝났습니 다(「나의 관객들에게」, 여행)”에서처럼 개성화의 관점에서 나와 대상을 회 상하고 성찰하는 입장의 시적 화자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회상의 공동체’로 서 ‘우리’의 개념을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이 그의 시에서 ‘우리’라는 개념은 초기시의 ‘사회적 공동체’, 중기시의 ‘정서적 공동체’를 지나 후기시에
제6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80/2판16쇄,1판48쇄 ) 1998.12.23 열림원 제7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74/1판20쇄) 1999.10.20 창비 (창비시선191) 제8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74/1판15쇄) 2004.05.25 창비
(창비시선235) 제9시집 포옹(66/1판18쇄) 2007.09.05 창비
(창비시선279) 제10시
집 밥값(80/1판18쇄) 2010.11.05 창비
(창비시선322) 제11시
집 여행(79/1판 12쇄) 2013.06.20 창비
(창비시선362)
서는 ‘운명 공동체’로서 ‘우리’라는 개념을 확장하는 시적 화자에 주목할 필요 성이 있다.
2. 공동체 지향의 시적 화자와 종결 어미
정호승의 시에서 ‘―위하여’, ‘―에게’ 그리고 ‘―대하여’가 제목으로 쓰인 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8) 또한 그의 시에는 종결어미 ‘―하라’, ‘―마라’를 사용하는 시적 화자가 자주 등장한다. 종결어미는 시적 화자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써 ‘―하라’, ‘―마라’는 표면적으로 명령형의 형태지만, 심층적으로 ‘위로와 위안’, ‘권유와 제안’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속 성은 그의 시를 관통하는 ‘위로’와 ‘성찰’의 이미지를 함의하고 있으며, 초기 시에 나타난 민중성의 개념과도 상통한다.
“여기서 <민중시인>이라는 흔히 쓰는 말 대신에 <민중적 시인>이라는 다소 비규정적인 용어를 쓴 사실을 유념하자. 그것은 민중 당사자의 관점에서가 아니 라 민중을 옹호하는 자의 관점에서 영위되었다는 뜻에서 쓰인 것이다. 비극에 가 슴 아파하고 비극을 스스로 노래하지 못하는 그 계층을 대신해 노래 불러주며, 그들이 그들의 내일을 신뢰하도록 그들 삶의 의미와 그들 삶의 의지적 태도를 지지해주는 일을 시적 소임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 ‘낯익게 하기’의 방법 론을 그만큼 오래 고수하기도 쉽지 않을 터인데, 그것이 왜 유효한가 하면, 우리의 표현언어가 지나치게 ‘낯설게 하기’로 치달아오면서 난해성과 다의성만을 옹호해 왔다는 점을 반성하는 자리에서 시와 독자와의 공동체적 인식을 유도할 수 있었
8) 뒤에서 각주로 정리함.
기 때문이다. 그 표현언어는 다분히 전통지향의 것이고 또한 정서지향의 것이다 .”9)
인용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호승의 시가 주제나 내용에 있어 민중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형식적으로 ‘전통지향적·정서지향적 낯익게 하기의 표현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말해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민 중성이나 대중성이라는 용어는 개인이 아닌 ‘우리’ 즉, ‘공동체’의 의미를 함 의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호승의 시에서 소통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적 화자를 통해 ‘우리’라는 인식을 일깨우는 데 있다. 정호승의 시에서 ‘종결어미’는 시 적 화자의 성향과 대상에 대한 관점이나 태도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최종심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그의 시에 사용 된 종결어미와 시적 화자에 주목하여 소통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2.1.위로와 위안의 시적 화자
정호승의 시 제목에 사용된 ‘―위하여’10)와 ‘―에게’11)는 인간의 보편적
9) 박덕규, 민중을 신뢰하기, 또는 ‘낯익게 하기’의 시적 구도 –정호승론 ,문학과 탐색 의 정신(박덕규 평론집), 문학과지성사, 1992, 86쪽.
10) ―위하여 제목의 시
( 슬픔을 위하여 , 이민 가는 자를 위하여1,2 , 가두 낭송을 위한 詩1-5 ),『슬픔이 기쁨에게』
( 서울에 살기 위하여 , 슬픔을 위하여 ),『서울의 예수』
( 갈대를 위하여 , 洗足式을 위하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고래를 위하여 , 산낙지를 위하여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밥값』
정서인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 등의 추상어를 구체어로 형상화하는 요소 로 분석된다. 이러한 제목의 시에서는 종결 어미 ‘―하라’, ‘―마라’의 시적 화 자가 자주 등장한다.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아이를 사산(死産)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위하여12)부분 ( 혀를 위하여 ) 『여행』
11) ―에게 제목의 시
( 슬픔이 기쁨에게 ,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 혼혈아에게 , 어느 청년의 애인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 서울을 떠나는 자에게 ),『서울의 예수』
( 섭섭새에게 , 새벽에 아가에게 , 가을에 당신에게 ),『새벽편지』
( 이별에게 , 당신에게 , 나의 낙타에게 , 간디에게 , 히로히토에게 , 가난한 사람에게 ,),『별들은 따뜻하다』
( 당신에게 , 잎새에게 , 애인이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수선화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햇살에게 , 숟가락에게 , 자살나무에게 , 가릉빈가에게 ,),『눈물이 나면 기 차를 타라』
( 내 그림자에게 , 사랑에게 ),『이 짧은 시간 동안』
( 다시 벗에게 부탁함 ,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 하늘에게 , 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 ),『포옹』
( 풀잎에게 , 달팽이에게 , 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 ),『밥값』
( 적멸에게 , 산수유에게 , 나의 관객들에게 ),『여행』
12)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창비, 2005, 9쪽. 이후 각주에서 정호승의 시집에 한하 여 저자명은 생략.
위의 시에서 시적 화자는 “말라/말하라/기도하라”처럼 ‘―마라’와 ‘―하라’
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문체적 특징은 그(대상)들 삶의 의미와 그 (대상)들 삶의 의지적 태도를 지지해주는 원동력으로 읽어낼 수 있으며, 조언 자적 입장에서 원활한 소통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분석된다.
여기서는 그의 시가 종교적 상상력13)을 통해 기독교적 이미지를 환기시키 는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성경의 문체를 연구한 전무용14)은
“성경에서 ‘―라’ 종결형의 문체적 특징이 주관을 드러내는 표현양식이고, ‘―
다’ 종결형의 문체적 특징이 객관을 드러내는 표현.”이다는 이광호의 논지를 보충하여 아래와 같은 표를 제시한 바 있다.
주관적 설명체 객관적 설명체
평상적 설명체 ―라/―니라
(―이야/―이여) ―(었)다
격식적 설명체 ―이오/―어요 ―ㅂ니다
―습니다
<표2> 문체적 관점에서 본 평서법 문장의 종결 유형
위의 <표 2>에서 ‘―라’는 ‘주관적, 평상적’ 설명체로 ‘객관적, ‘격식적’ 문 체와 구분했다. 정호승의 시에서 종결어미 ‘―하라’,‘―마라’를 사용하는 시적 화자의 초월은 나약함에 맞서 강건함을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적 이행’ 으로
13) 종교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서울의 예수 , 시인예수 , 속 죄 , 洗足式을 위하여 , 최후의 만찬 , 성배 등이 있다.
14) 전무용, 한국어 번역 성경의 문체 연구 ,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1, 78쪽.
서 신상의 원형을 표방한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종결어미 ‘―하라’, ‘―마라’를 통해 ‘에둘러 말하기’, ‘다르게 말하기’를 통해 ‘은유적 소통’을 모색하는 것으 로 분석된다.
“은유는 ‘전이’다. 이 은유에서 기지의 것은 미지의 것 그 자체는 아니지만 유사성에 근 거하여 미지의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중략― 말하자면 은유는 <근원에 대한 욕망>
이다.”15)
정호승의 시에서 ‘―하라’, ‘―마라’의 시적 화자의 근원적 욕망은 ‘대극’이 빚어낸 비극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이러한 시적 화자는 ‘슬픔’이나 ‘외로움’, ‘절망’ 속에 있는 대상 혹은 정황을 주제로 하는 시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렇다면 그의 시에서 ‘―하라’와 ‘―마라’의 시적 화자가 명령이나 권위보다는 권유와 위안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선험 자’, ‘초월자’로서 자기고백을 통한 시적 진실을 확보하고,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 정서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15) 김준오, 육시론(六詩論) 및 시안론(詩眼論)과 서구의 전이시론(轉移詩論) , 현 대시와 장르비평, 문지, 2009, 253쪽.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수선화에게16)부분
늙어가는 아버지를 용서하라
너는 봄이 오지 않아도 꽃으로 피어나지만 나는 봄이 와도 꽃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봄이 와도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산수유에게17)부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게’, ‘―위하여’ 시편에서 ‘―마라’, ‘―하라’의 시적 화자가 등장하는 경우, 시의 정서와 분위기는 ‘외로움’, ‘늙어감’ 등 희망 보다는 절망의 분위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종결어미에 주목해 보자. 가령, “울 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울지 마십시오/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로 바꾸어 보자. 이와 같이 종결어미의 변화에 따라 시의 정서나 분위기는 현저 하게 차이가 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에 제시된 시에서 ‘하느님’과 ‘아버지’
는 ‘전체성’ 즉, 전자는 전지전능한 존재로서 우주만물의 창조주이고, 후자는
‘나’를 있게 한 창조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로움의 정서나 미안함의 정서 가 그들(선험자․초월자)에게도 깃들어 있다는 것은 동일성을 함의한다. 이러 한 동일성을 바탕으로 시적 화자는 슬픔과 외로움에 빠진 나약한 대상에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준다.
16)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2015, 38쪽.
17) 여행, 창비, 2013, 60쪽.
위와 같은 경향의 시에서 ‘공동체 의식’은 ‘외로움’, ‘눈물’ 등의 감성어를
‘봄’, ‘꽃’, ‘눈’, ‘비’ 등의 자연어로 형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정호 승 시의 시어 운용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대상에서부터 창조주까지 그 폭이 넓고 깊다. 이것은 비유와 점층 그리고 반복을 통해 ‘우리’라는 인식을 일깨우고, 위로와 위안을 함의한 정서기능적 소통 방법으로 분석된다.
눈보라가 친다 사라지지 마라 눈보라가 친다 흩어지지 마라 눈보라가 친다 길이 끊어진다
이미 살아갈 날들까지 길은 다 끊어진다
눈을 떠라 눈을 떠라 눈보라 사이로 언뜻언뜻 넋들을 내비치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눈보라 사이로 혼절한 발자국들을 남기지 마라
―갈대를 위하여18)부분
위의 시에서는 “사라지지 마라//흩어지지 마라//내비치지 마라//가지 마라//
남기지 마라.”에서처럼 ‘말다’라는 동사에 명령형 어미 '-아(라)'가 붙은 ‘—마 라’가 반복된다. 시에서 반복은 시적 리듬감을 살리고 주제를 응집하는 역할 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정호승의 시가 노래시19)로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18)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 2005, 26쪽.
19)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노래시로는 수선화에게 , 이별노래 , 우리가 어느 별에 서 , 부치지 않은 편지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이 있으며 가수 안치환, 양희
은, 이지상 그리고 시노래모임 나팔꽃
다가설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 시임을 시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자면, 시에서 ‘―하라’ ‘―마라’의 시적화자의 등장만으로 소통이 원활해지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 다. 그렇다면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창작 방법은 무엇일까? 다음의 시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사랑은 이미 가르침이 아니다 가르치는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밤마다 발을 씻지 않고는 잠들지 못하는 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거짓 앞에 서 있다
가르치지 마라 부활절을 위하여 가르치지 마라 세족식을 위하여 사랑을 가르치는 시대는 슬프고 사랑을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의 시대는 슬프다
― 洗足式을 위하여20)부분
위의 시에서 시적 화자는 종결어미 ‘―마라’와 ‘―다’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 다. 여기서 시적 화자가 단호하게 종결체 ‘―다’로 문장을 맺는 까닭은 무엇일 까? 그것은 정치한 시적 논리를 통해 소통을 모색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종교적 관점에서 ‘부활절’과 ‘세족식’은 중요하고 정당하다. 그런데 그것의
(http://www.napal.co.kr/bookcd/bookcd.html2015.8.21.)이 노래를 불렀다.
2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 2005, 86-87쪽.
대명제가 “사랑”이라면 “부활절을 위하여/세족식을 위하여.” 가르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사랑’이 아니라, 그 목적이 ‘부활절’과 ‘세족식’으로 전이된다. 따 라서 “사랑은 이미 가르침이 아니다/가르치는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에서
‘아니다’는 전언은 종결어미 ‘―마라’의 근거와 확신으로서 그 기능을 수행한 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정호승 시의 소통 방법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하라’,‘ ―마라’의 시적 화자는 명령이나 권위가 아닌 권유 와 위안의 화법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구체적으로 ‘선험자’로서 ‘자기고백’
과 ‘조언자’로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시적 진실, 진정성 을 통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사랑은 이미 가르침이 아니다/가르치지 마라.”에서처럼 ‘―하라, ―마라’와
‘―다’ 종결체의 혼용이다. 여기서 혼용은 종결체, ‘―다’가 ‘―하라’, ‘―마라’
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확신으로써 작용하는 것으로 당위성 즉, 시적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성찰과 제안의 시적 화자가 종결어미
‘―는가’와 ‘―다’를 혼용하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2.2. 성찰과 제안의 시적 화자
‘―대하여’를 제목으로 쓴 시21)에서는 앞서 살펴본 종결어미 ‘―하라’, ‘―
마라’보다 ‘―다’가 사용 빈도가 높다. 이것은 자기성찰의 결과로써 시적 논
21) ‘―대하여’ 제목의 시
( 첫키스에 대하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바닷가에 대하여 , 결혼에 대하여 , 자살에 대하여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벼락에 대하여 , 나무에 대하여 , 개똥에 대하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 바닥에 대하여 )『이 짧은 시간 동안』
( 부러짐에 대하여 , 넘어짐에 대하여 )『포옹』
리를 통해 독자에게 깨달음의 즐거움을 주는 소통 방법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는 ‘―는가’ 와‘―다’를 혼용하는 시적 화자의 등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결혼에 대하여」22) 부분
위의 시에서는 ‘결혼하라’는 말이 반복된다. 그런데 매 행마다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 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에서처럼 전제 조건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의 시에서 사용된 종결어미 ‘―하라’는 ‘―마라’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으며, ‘명령’이 아닌 ‘성찰’의 결과로써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결 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선택’과 ‘제안’의 소통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시는 부정적 상황이나 정황을 ‘옳고 그름’ 혹 은 ‘좋고 나쁨’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을 경계한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뚝뚝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22)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2005, 42쪽.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부러짐에 대하여」23) 부분
위의 시에서는 종결어미 ‘―는가’를 사용하는 시적 화자가 등장한다. 이것 은 설의법으로 ‘―하라’, ‘―마라’에 비해 완곡한 표현이다. 시적 화자는 ‘부러 지는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는 이것과 저것의 나눔 에 의문을 가지고, 의식과 무의식이 본래 ‘자기’로서 전체성을 지향하는 일원 론적 세계관을 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으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세운다 할지라도
―「넘어짐에 대하여」24) 부분
위의 시에서 시적 화자는 “아직도 넘어질 일.”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이것 은 넘어질 일이 “일어설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러 짐에 대하여」, 「넘어짐에 대하여」라는 제목에 주목해 보자. 여기서 제목이 「 부러진다는 것에 대하여」 혹은 「넘어진다는 것에 대하여」가 아닌 ‘부러짐’,
23) 포옹, 창비, 2012, 20쪽.
24) 포옹, 창비, 2012, 61쪽.
‘넘어짐’ 등의 명사형으로 쓰인 것은 성찰의 결과로써, 현재 시적 화자의 확신 과 의지를 드러내고자한 것으로 분석된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중략―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바닷가에 대하여」25) 부분
위의 시에서 ‘―다’ 종결체는 ‘―하라’,‘―마라’의 완곡법으로 ‘확신’과 ‘권유’
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여기서는 “바닷가가 있어야 한다/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져라.”가 아닌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 는 게 좋다.”에서처럼 “좋다”의 반복을 통해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선험자․초월자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제안하는 소통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정호승의 시에서 종결어미 ‘―하라’, ‘―마라’는 주로 슬 픔과 외로움 등의 정서로 빚어진 대극이나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때 사 용된다. ‘―대하여’를 제목으로 한 시에서 시적 화자는 종결어미 ‘―하라’, ‘―
마라’보다 ‘―다’와 ‘―는다’를 선택함을 확인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정호승 의 시가 표방하는 ‘우리는 하나다’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원활한 소통을 위한 시적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25)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2015, 40쪽.
2.3. 노래시의 시적 화자
정호승의 시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노래시’의 역 할도 크다. 그의 시가 노래로 알려지게 된 것은 크게 내용과 형식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물론 ‘사랑’이라는 주 제를 토대로 슬픔, 외로움, 그리움 등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후자의 경우 그의 시에서 구현된 4․4조, 7․5조의 전통율격의 변형과 앞서 살펴보았던 종결어미 ‘―라’(‘―하라’, ‘―마라’)와 ‘―다’ 등이 그대로 사 용되는 경우도 있고, 노래로 부르기 쉽게 개사된 경우도 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26) 원작 전문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정호승 시, 안치환․양희은 노래 「수선화에게」
26)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2015, 38쪽.
시에서 사용된 종결어미 ‘―마라’가 노래시 속에서도 그대로 사용된 경우이 다. 노래시에서는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를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에서처럼 목적어나 종결어미를 없애고 노래의 리듬을 적극적으로 실현시켰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시가 변형 없이 그대로 노래 시로 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시의 운율이 노래시로서 그 기능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경우로 분석된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까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정호승 시, 이동원 노래, 「이별노래」27) 전문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정호승 시, 유익종 노래,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28) 전문
27)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6, 63쪽.
28) 새벽편지, 민음사, 2000, 23쪽.
위에 제시된 두 편의 시는 개사 없이 시의 원문 그대로 노래시가 된 경우로 종결어미 ‘―리’와 ‘말다’라는 동사에 명령형 어미 ‘아(라)’가 붙은 ‘말아라’의 시적 화자가 눈에 띤다. 노래시에서 ‘―하라’, ‘―마라’, ‘―말아라’의 변형은 리듬감을 극대화하여 소통을 모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에서 반복된 “떠나는 그대/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는 노래시에서 변형 없이 원전 그대 로 후렴구 역할을 한다. 노래시에서 후렴구는 변화와 강조로써 반복이 되기도 한다. 가령,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아무도 슬프지 않도록/그대 잠들지 말아 라”의 경우, 두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을 도치시킴으로써 반복이 ‘변화’와
‘강조’의 의미를 동시에 획득하고 있다. 정호승의 시는 노래가 될 만한 주제와 시적 리듬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앞서 살펴 본 ‘―하라’, ‘―마라’를 사용하는 시적화자의 성향을 함의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이 되고 있다.
3.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정호승의 시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 으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을 모색하고자 하는 특징이 있었다. 필자 는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소통이 잘 되는 시’, ‘위로와 위안을 주는 시’에 대한 객관적 접근 방법으로 ‘시의 제목’과 ‘종결 어미’ 그리고 ‘시적 화자’에 주목하 여 분석했다.
‘―에게’와 ‘―위하여’가 제목으로 쓰인 시에서는 ‘신상의 원형’으로서 ‘―하 라’, ‘―마라’의 시적 화자를 중심으로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문체가
자칫 천착할 수 있는 명령이나 권위적 성향을 벗어날 수 있었던 까닭은 ‘―하 라’, ‘―마라’의 종결어미의 시적 화자가 대상과의 동일성을 바탕으로 권유와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문체는 기독교적 색채 를 찾아볼 수 있는 단서로도 의의가 있었다. 가령 ‘하느님’이나 ‘아버지’ 즉, 조물주(창조주-전체성)를 통해 그들 또한 외로움이나 미안함 등의 정서를 지닌 주체로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대하여’가 제목으로 쓰인 시에서는 종결어미 ‘―다’ 그리고 ‘―는가’와
‘―다’를 혼용하는 시적 화자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다’ 종결어미는 시적 화자의 확신과 의지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선험적·초월적 주체로서 시적 논리 를 통한 깨달음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기능을 했다. ‘―는가’의 시적 화자는 설 의법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종결어미 ‘―다’에 비해 완곡하지만 심층적으로는 성찰의 결과에 대한 당위성을 얻고자 하는 특징이 있었다.
‘노래시와 시적 화자’에서는 그의 시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로써 원작과 노래가 크게 변함없이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의 시에 서 종결어미, ‘―하라’, ‘―마라’의 시적 화자는 노래시의 음악성을 통해 구현 되어 대중성을 확보하는 요소로 분석되었다.
이 논문은 그의 시가 ‘호소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 미 흡했던 언어학적 측면에서 ―에게, ―위하여, ―대하여 제목의 시를 살펴보았 다. 필자는 이 논문의 연장선상에서 그림과 시, 노래와 시, 콘서트 등 콜라보 레이션의 형식으로 재구성된 그의 시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참고문헌】
기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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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______,『새벽편지, 민음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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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1998.
______,『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비, 1999.
______,『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2004.
______, 포옹, 창비, 2007.
______, 밥값, 창비, 2010.
______,『여행, 창비, 2013.
시 노래 모임 http://www.napal.co.kr/bookcd/bookcd.html (2015.8.21.)
논문과 단행본
김기중, 「정호승 시의 의미구조 연구」, 한국문예비평연구, 12권 0호, 한국현대 문예비평학회, 2003, 225쪽.
김유중, 「세대 감각과 언어 감각」, 세계한국어문학, 제2호, 세계한국어문학회, 2009, 44쪽.
김준오, 「육시론(六詩論) 및 시안론(詩眼論)과 서구의 전이시론(轉移詩論)」,
현대시와 장르비평, 문지, 2009, 253쪽.
김태엽, <국어 종결어미화의 문법화 양상>, 어문연구 33권, 어문연구학회,
2000, 37쪽.
박덕규, 「민중을 신뢰하기, 또는 ‘낯익게 하기’의 시적 구도 –정호승론」, 문학과 탐색의 정신(박덕규 평론집), 문학과지성사, 1992, 86쪽.
유성호, 「슬픔의 힘 속에서 생성되는 ‘사랑’의 노래」, 시와 시학 여름호, 2000, 184쪽.
<김지훈>
소속: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연구전담 조교수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단대로 119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D동 303호(우)330-714
전화번호: 041)550-3776 / 010-6536-0619 전자우편: [email protected]
Abstract
Study of Communication Method of Jeong Ho-seung’s Poetry
Focused on Sentence Endings and Poetic Narrators
Kim Jihun(Dankook Univ.)
This study aims to analyze the communication method of Jeong Ho-seung’s poetry. The fact that his poems continue to be read in many people’s interest implies that there is a point forming a bond of sympathy among the readers. And yet, there are insufficient studies of objective analysis regarding this. Thus, in order to understand his poems properly, a work analyzing characteristics of the language used in the actual poems closely should precede, breaking away from sentimental evaluations of them as ‘poems of comfort and solace’ and ‘impressive poems.’ Bearing this in mind, the researcher paid attention to postpositions, ‘―에 게,’ ‘―위하여’ and ‘―대하여’ in titles and poetic narrators of sentence endings,
‘―하라’ and ‘―마라’ in Jeong Ho-seung’s poetry, with which there have been insufficient studies till now. Like this, it is expected that analyzing the poems from the linguistic aspect has a significance as an opportunity for Jeong Ho-seung’s poetry to break away from the level of having stayed on a fragmentary or sentimental dimension till now.
· 주제어(Key words) : 정호승(Jeong Ho-seung), 시(poetry), 노래시(a poem of a song), 소통 (communication), 공감대(bond of sympathy), 시적 화자(poetic narrator), 종결어미(sentence endings ―하 라, ―마라), 위로와 위안(comfort and solace), 성찰(introsp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