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의 문화지리학과 동아시아의 문화경관 및 문화생태학의 이해에 있어 필수적인 연구 주제인 풍수에 대해, 지리학적인 시선으로 30여년 넘게 천착 한 윤홍기 교수의 노고와 공력이 담겨있는 결정판이 다. 저자는 풍수 원리의 본질과 한국의 풍수 문화를 동 아시아의 무대에 올려 두고 보편적인 시각으로 해석하 였으며, 풍수가 한국문화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객 관적인 눈으로 다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고찰하였다.
더욱이 풍수문화의 해석에 있어 Berkeley 문화지리학 의 정통적인 방법 뿐 만 아니라 신문화지리학적인 방 법까지 포괄함으로써 풍수에 대한 지리학적인 접근과 해석의 지평을 넓혔다.
이번 책은 윤홍기 교수가 1976년에 풍수를 주제로 쓴 박사논문(Geomantic Relations Between Culture and Nature in Korea)과 연속적으로 한국의 풍수 원리 와 실천을 검토하고 한국인들의 의식, 문화경관, 사회 적 태도에 반영되어있는 전통적인 문화와 자연간의 관 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전의 저술과 다르 게 전개되는 새 책의 학술적 무게는, 부제인‘동아시아 풍수의 한 고찰’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 범 위의 스케일에서 동아시아의 범주에서 한국의 풍수 문 화를 조명하였다는 점과 풍수 문화에 대한 연구틀 제 시 및 독창적인 주장, 그리고 풍수 문화를 해석하는 다 양한 방법과 태도에 있다.
이 책에는 동아시아 풍수의 기원, 주택 풍수와 묘지 풍수의 선후 문제, 한국에서의 풍수 도입과 풍수사의 시기 구분, 풍수와 종교의 역사적 상호 관계, 동아시아 의 왕도 입지에 대한 풍수적 해석, 풍수 지도가 동아시 아 지도사에 기여한 공헌, 풍수 경관의 Iconography와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ion) 등 굵직굵직한 주제 들이 포괄되어 있으며, 기왕에 대부분의 풍수관련 서
적들이 관심을 두고 다루었던 풍수 원리 및 이론 자체 에 대한 논구에 치중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풍수를 어 떻게, 왜 활용하였는지에 대한 풍수의 사회, 문화적인 실천에 초점을 두고 연구의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이 를 위하여 저자는 풍수 경관에 반영되어 있는 문화역 사적인 맥락을 해석하고, 지식인 계층에서 만들어진 문헌의 고찰과 아울러 특히 민간에 전승된 풍수 설화 에 비중을 두어 해석함으로써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의 미와 기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실천된 풍수 문화를 집중적으로 고찰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새 저술의 내용에 대한 비평을 한 후에 이 책 이 지리학 및 풍수 연구사에 어떤 위상과 의미를 갖는 지를 서술하기로 하자.
먼저 이 책에서 새롭게 제기되어 풍수 연구에 기여한 내용을 지적하고 아울러 저자의 중요한 몇 가지 주장에 대하여 필자의 생각을 덧붙여 논평해 보고자 한다.
윤홍기 교수는 동아시아 풍수가 중국의 황토고원 지 대에 기원을 두고 중국 황토고원의 굴집 거주민들에 의하여 생겼다는 주장을 하였으며, 따라서 주택풍수가 먼저 생기고 묘지풍수가 나중에 발전되었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풍수의 중국 황토고원 기원 설을 주장하는 논지는 풍수 원리의 형성 배경에 대한 지리적인 추론에 근거한 것으로, 창의적인 시각과 해 석 방법이 상식적인 이해를 이끎으로서 쉽고 설득력 있는 논리체계를 형성하였다.
황토고원 기원설과 관련하여 새 책에 실린 글은 최 초 1989년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尹弘基, 1989)을 보 완한 것으로서, 논문 발표 이후 현재까지 중국 지리학 계 및 풍수 연구 분야에서 황토고원 기원설은 주요 학 설로 인용되고 있다. 중국에서 발표된 지리학 논문으 로 劉沛林(1996)은“風水模式的地理學評價”에서, 황토
The Culture of Fengshui in Korea
Yoon, Hong-key, 2006, Lexington Books, Lanham, 325pp.
고원 기원설을 영향력 있는 것으로서 평가하면서 인용 하고 그밖에 황토고원 주변 지역 및 황하 중류 지역, 그리고 하남 서북부 등지를 풍수기원지로 서술하였으 며, 북경대 교수 于希賢(2005)은『中國古代風水의 理 論과 實踐』1장에서 중국 고대 풍수의 기원을 다루었 는데, 1절에‘尹弘基論風水因建築選址而基源’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인용, 요약하여 싣고 2절에 고고학적 발견과 풍수 기원, 四象 문물의 출토와 풍수 기원, 팔 괘, 역법과 풍수기원설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동아 시아의 풍수 기원지 및 그 배경에 관한 논의는 지속적 으로 동아시아의 풍수학계의 주요한 연구 주제이자 논 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윤홍기 교수의 황토고원 기원설은 방법론적인 논리 의 정합성이라는 측면에서 비평될 수 있다. 책에서 전 개된 논지의 지리적 추론은 穴이라는 용어, 土山의 오 행적 모양, 기타 土色과 풍수의 전형적 경관 형태 등이 주장의 논거로 제시되었는데, 저자가 근거로 삼은 풍 수 원리가 과연 풍수가 처음 발생하던 시기의 원리와 합치되는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왜냐하면 풍수 이론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역사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변화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행적으로 풍 수 원리의 역사적 발전 및 전개 과정이 검토되고, 가장 초기적이고 원형적인 풍수 원리를 제시한 후에 중국의 지리적 현장에 적용시켜 추론된다면 논리적 타당성이 더욱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풍 수 원리를 현재의 지리적 현장에 추론하자면 차라리 중국 동남부의 지형이 풍수의 전형적인 경관에 더 합 치될 수 있으며, 황토 고원은 숲이 부족하여 이른바 초 기 풍수서인『葬書』에서 말하는 풍수적 禁忌의‘벌거 벗은 산(童山)’인데 어떻게 풍수 발생지가 될 수 있을 지의 문제 역시 제기될 수 있다. 새 책에서 풍수의 음 양 이론이나 풍수적 길지의 원리 등이 전개되고 있지 만, 풍수 이론의 일반적인 정리에 그치고 풍수 원리 및 이론의 역사적 발전사로는 이르지 못하고 있어 이 부 분에 있어 후속 연구나 후속 학자들의 연구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황토고원 기원설에 대한 논지는 향후 중 국 풍수의 기원 문제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문헌 고증, 그리고 풍수 이론의 발전사에 대한 후속 연구로 뒷받침 되고 아울러 기존 중국의 풍수 연구 성과에 대한 검토
가 더해지면 더욱 논리적 토대가 보강되리라 생각된다.
한편 새 저술에는 풍수적 실천의 기원적 형태와 관 련하여, 고대 중국에서 도시의 吉地 및 장소 선택을 위 하여 나침반에 앞서 거북등껍질이 활용된 것이 제시되 었는데, 이것은 점을 쳐서 장소의 길흉을 판단하는 것 으로 풍수와 역점이 융합되어 실천된 범주로 볼 수 있 으며, 유사한 사례로 일본에서는 고대에 陰陽寮와 한 국의 조선시대에 日官이 역점을 쳐서 궁궐터의 입지 판단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형태를 풍수적 실천의 기원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易의 범주에 포 함되어야 할지 개념적 경계가 모호하다고 판단된다.
후술하겠지만 한국에서 풍수의 도입 증거로 제시된 고 구려 고분 벽화의 사신도 역시 풍수적 범주에 속하는 증거인지에 대한 판단과 검토가 요구된다.
중국의 풍수가 한국에 처음 도입되어 확산된 시기를 이 책에서는 중국 문화의 한국 初傳과 함께 고구려 왕 조 이전으로 보면서 기자의 東來, 한사군의 설치, 고구 려 고분 벽화, 환도성 입지의 풍수적 형세 등을 증거로 들고 있다. 한국의 풍수학계에서 한국 풍수의 기원 및 도입에 관한 문제는 중요한 관심사로서, 한국에서 시 작되었다는 논지(자생설)와 중국에서 전파되었다는 논 지(전래설)로 크게 대별되며, 도입 시기에 관한 견해도 다양하여 아직 정론이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풍수의 도입과 확산 문제에 관하여, 단지 풍 수적 관념 혹은 지식이나 풍수서가 들어온 것과 풍수 가 한반도 공간에 입지 논리로서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실천된 사실은 달리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기자의 東 來와 한사군의 설치를 풍수 지식의 도입이나 공간적 실천으로 관련지을 수 있는 문헌이나 실제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고구려 고분의 사신도가 풍수 도 입의 증거라는 이병도의 설을 긍정하였는데, 윤홍기 교수도 지적하였듯이 고구려 고분은 입지적으로 풍수 적 경관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사신도 벽 화만으로 풍수의 도입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사신도는 중국 고대의 천문사상과 星 辰守護 관념을 원류로 하기 때문에 풍수적 범주가 아 닐 수 있으며 따라서 사신도 벽화만으로 고구려에 풍 수가 도입되어 실천된 증거라고 보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그리고 환도성의 풍수적 입지에 대한 저자의 견
해에 대해, 환도성의 지형적 형태가 풍수적 경관과 유 사성을 나타낼 수 있지만 삼국시대 고구려의 산성 입 지에 대한 역사적 검토가 전제된다면 논리적 설득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치원의 숭복사 비문 에 나타나는 대목 중에 鵠寺가 풍수적인 명당지에 입 지하고 있다는 데에 착안하여 이미 한국에서 풍수의 도입은 8세기 훨씬 이전에 이루어졌다는 지적은 중요 한 지적으로 생각된다.
새 책에는 한국 풍수사의 시기구분이 본격적으로 시 도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윤홍기 교수는 기존 의 왕조사에 따른 시기구분 방식을 탈피하여, 풍수 사 상 발전의 시기적 특성 및 풍수가 한국 문화에 끼친 영 향의 특징에 기초하여 한국의 풍수사를 6시기로 나누 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도입기에서 도선 이전, 도선 에서 조선의 세종까지(풍수가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친 시기), 세조에서 실학의 흥기 전(정치와 사회에 풍수적 영향력이 비교적 적었던 시기), 실학의 흥기에 서 일본 합병기까지(실학자들의 풍수술 및 풍수의 사 회적 실천 방식에 대한 강력한 비판기), 일제 식민시 기,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구분하였는데, 이러한 풍수사의 시기구분 문제는 향후 풍수학계에서 중요한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될 것이며, 동아시아 각국의 풍 수사 비교에 있어서 선행되어야 할 기초적인 연구 과 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새 저술에서는 풍수 원리를 증보하여 연구 고찰한 것 외에도 특히 풍수 원리에 대한 간명하고도 현대적인 해석이 돋보인다. 윤홍기 교수는 풍수에 세 가지의 본질적인 이미지(신비하고 술법적인 이미지, 의인화되고 형상화된 이미지, 파괴되기 쉬운 유기체적 이미지)가 있다고 하였고, 이상적인 풍수경관이 갖추 고 있는 원리를 해석하여, 조화(Balance), 균형 (Symmetry), 산수의 미학, 개별적 혹은 전체적인 풍수 경관이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으로 요약하 였다. 그리고 주목되는 것은 초기의 중국 풍수경전인
『葬書』에 환경순환의 개념이 표현된 것을 포착하여 기-음양-바람-비-생기의 순환적 에너지 흐름으로 도 식화하고 이것이 현대과학의 수문학적 물 순환 (Hydraulic cycle) 및 생태계의 개념과 유사하다는 것 을 지적한 것인데,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여타 풍수서
에 나오는 기 혹은 물질 순환 개념을 보충함으로써, 초 기경전에서 후대로 이르기까지 通時的으로 어떻게 발 전되어 나가는지 고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풍수 적 환경순환론이 중국의 환경과학 발전에 어떻게 기여 하였는지를 규명하며, 종국적으로는 풍수적 환경순환 론의 체계로 정립되어야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밖에도 저자는 풍수사상의 철학적 토대를 해석하 는데 있어서 풍수를 서구의 환경결정론과 대비하여 같 고 다른 점을 밝힘으로써 풍수의 자연-인간의 관계 설 정이 환경결정론의 서구적 개념과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지를 밝히고, 풍수사상의 자연관, 인간관의 철학 적인 기초를 선명하게 하였다. 풍수사상의 철학적 토 대에 관한 해석적 연구는 더 나아가서 오늘날 요구되 는 환경 및 생태사상의 새로운 담론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현대의 환경 및 생태사상은 크게 인간중심적 환경관과 생태중심적 자연관으로 대별되 어 각기 인간과 자연의 한편으로 치중되는데 반하여, 풍수사상은 인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보장 하면서도 자연환경과 더불어 유기체로 존재하고 조화 로운 관계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의 관점과 차별적이기 때문이다(이상해. 2006). 이처럼 풍수의 인간-자연 관계를 상보적 자연관이라고도 부 를 수 있으며, 특히 풍수적 실천 및 풍수 경관에서 널 리 보이는 裨補는 풍수의 상보적 자연-인간 관계를 반 영하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밖에도 풍수적 인간관과 관련하여, 풍수는 죽은 자 의 뼈가 자연(생기)과 접하여 후손에게 영향력을 미친 다는 핵심적인 사상이 있는데, 이것은 풍수가 제기하 는 독특한 생명관으로 새로 해석될 수 있는 소재이기 도 하다.
새 책에는 처음으로 풍수 지도가 동아시아의 지도 역사에 있어서 기여한 공로가 지적되었다. 저자는 풍 수 지도가 어떻게 구성 되었으며 그것이 현대 지형도 와 어떻게 대비되는지를 지도 표현의 초점, 방위, 관찰 자의 시점, 스케일 면에서 고찰하고 특히 山系가 중시 되어 표현되었음도 밝혔다. 아울러 한국의 풍수 지도 는 중국의 풍수 지도에 기원을 두고 전개되었고, 한국 의 고지도는 풍수적 관념이나 풍수적인 지도 제작의 테크닉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학계의
풍수 지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아직 희소한 편인 데, 앞으로 현존하고 있는 다양한 풍수 지도에 대한 역 사적이고 종합적인 고찰 뿐 만 아니라 輿地圖 및 군현 도(읍지도)에서 보이는 풍수적 관념과 표현 방식 등에 대한 검토가 요청된다. 그리고 한중일 삼국의 풍수 지 도를 서로 통시적으로 비교하면 지도 제작 및 표현 기 법의 발전 과정과 특성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 컨대 풍수적 사고 관념과 지형 인식이 동아시아의 지 도 제작, 지형 및 장소 표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다시 말해 풍수의 지도학사적 기여에 관한 검토는 중 요한 연구 주제라고 하겠다. 아울러 풍수에서 활용되 는 나침반(나경)이 풍수 지도의 제작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고, 지도상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도 고찰될 수 있겠는데, 이렇게 보자면 Needham(1962)이 일찍 이 제시하였듯이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 있어서 풍수적 목적으로 처음 개발된 나침반 이외에도 앞서 말한 풍수 적 환경순환론, 풍수 지도 등의 몇 가지 세부적인 요소 도 추가적으로 거론될 수 있겠다. 이러한 논의는 중국 의 과학과 문명에 풍수가 어떤 영향을 끼쳤고 기여하였 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담론 체계로 포괄될 수 있다.
윤홍기 교수는 새 책에서 종교와 풍수와의 상호 관 계를 고찰하면서, 주로 풍수 설화의 분석을 통하여 한 국에서 불교와 풍수의 상호 관계를 개념적인 틀로 제 시하고, 풍수승, 사찰 입지, 불교적 풍수 윤리를 세 가 지 요소로 꼽았다. 그 중 사찰 입지에서는 명당 입지와 비보 입지로 구분하였으며, 불교의 자비 관념이 한국 의 풍수 윤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견해를 처음으로 밝 혔다. 동아시아에서 역사적으로 종교와 풍수와의 관계 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며 그 특징이 무엇인지도 흥 미로운데, 예컨대 중국에는 풍수와 도교가 밀접한 관 계를 맺고 전개되었지만 한국에는 역사적으로 비교적 관련성이 적었다. 풍수적 실천의 한 예로 일본의 교토 와 도쿄는 동북방(鬼門)에 사찰을 배치하여 좋지 않은 영향을 막고자 하였는데, 이것은 중국 풍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한국에서 샤머니즘과 풍수의 관계 역시 중요하며 이것 은 巫歌에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는 저자의 지적도 주 목된다. 무가에는 길지에 대한 소망이 散見되며, 풍수 설화와 함께 민간의 풍수적 실천과 태도가 잘 반영되
어 있는 좋은 연구 소재이기도 하다. 유교와 풍수의 관 계에 대한 연구도 역시 중요한데, 이 책에서 밝힌 한국 에서 유교적 윤리가 풍수 윤리에 끼친 영향에 대한 해 석 외에도, 중국에서 朱熹를 비롯한 유가들과 한국의 조선시대에 유교적 지식인들의 풍수적 인식과 실천에 대한 고찰은 관심거리가 된다. 그리고 유교 사상이 풍 수 이론에 미친 영향과 문헌도 살펴볼 수 있는데, 예컨 대 중국 풍수의 주요 이론서 중에 하나로 꼽히는 송대 의『發微論』은 유교사상적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 는 책이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풍수가 각국의 종교 문화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고 역사적인 전개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비교 해석하는 작업은 이 책의 분석틀을 기초로 하여 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서 풍수 문화의 공간적 확산과 관련하여 이 책에서는 고려와 조선시대의 왕도에 관한 풍수적 해석 에 한정되고 있지만, 이어지는 연구로 지방 도시와 마 을에 까지 역사적으로 풍수가 확산되어 나간 경로, 과 정, 배경 등에 대한 개론적인 제시가 보완된다면 한국 의 풍수적 도입과 확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뿐 만 아 니라 향후 동아시아에서 풍수가 취락으로 확산되는 공 간적인 양상과 특성을 비교 정립하는 연구에 있어 기 초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중국에서도 풍수가 이론적으로 발전하고 지역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 대 한 연구는 중요한 주제로 취급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풍수가 황토 고원지대 및 주변의 황하 중류지구 및 하 남 서북부 등지에서 발생한 이후에 한대와 송대를 지 나 어떤 과정을 거쳐서 중국 동남부 강서성과 복건성 에서 2대 학파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 역사적이고 지리 적인 배경에 관한 이해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신문화지리학적인 새로운 시각 및 해석방법 으로 풍수 문화를 조명하였다는 점도 이 책의 중요한 연구 성과라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풍수가 어떻게 사 회집단의 이데올로기로 동원되고 기능하였는지를 고 려시대의 개성의 입지 및 태조 왕건과 관련하여 분석 되었고, 그리고 일제시기에 경복궁 앞에 건축된 조선 총독부 건물 및 근래의 해체 과정과 관련하여 깊이 있 게 고찰되었다. 풍수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경향을 개관 하면 풍수 이론 및 풍수 경관에 대한 지리학, 건축학, 조경학 등 각 학문 분야의 고찰 및 해석, 풍수적 사실
에 관한 역사학적 연구, 풍수에 반영된 자연-문화의 관계에 대한 문화지리학적 해석 연구, 풍수에 대한 환 경 및 생태학적 해석 연구, 풍수적 실천에 대한 관심으 로서 참여 관찰의 인류학적인 접근이나 풍수 설화에 대한 국문학적인 연구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상과 같은 접근 방법 및 관점은 공통적으로 연구 주 제로서 풍수를 따로 떼어놓거나 대상화하여 해석하는 방식인데 비하여, 신문화지리학적인 접근 방식은 풍수 가 사회적인 권력 집단 간의 정치적 역학 관계 속에서 어떻게 쓰여 졌고, 어떻게 기능하였으며 그 의미는 무 엇인지를 정치사회적인 연관 관계 속에서 해석하는 태 도이다. 이러한 연구의 의의는 문화지리학이 풍수적 해석에 새롭게 기여한 측면 뿐 만 아니라, 한국의 풍수 사에서 고려시대 및 조선 초의 遷都 과정에서 빚어진 역사적 갈등과 같이 풍수를 매개로 전개된 정치사회적 갈등과 집단 관계에 대한 해석의 지평이 넓혀졌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상과 같이 새 저술이 갖는 내용의 연구 의의를 기 초로 이제 새 책이 지니는 지리학사적인 좌표와 위상 및 풍수연구사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윤홍기 교수의 학문 역정은 Berkeley Carl O. Sauer 문화지리학의 전통과 Clarence J. Glacken의 지리사상 적 연구 맥락을 잇고 있으면서 주로 동양의 풍수와 지 리사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한 국의 풍수에서 드러나는 문화와 자연의 관계를 연구 대상으로 박사논문을 썼고, 이후에도 Geomentality, 동서양 환경사상 등의 지리사상에 관한 논문들과 뉴질 랜드 Maori 문화 및 일련의 풍수에 관한 문화지리학적 연구물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연속적인 맥락에서 이 책이 위치하고 있는 학문적 좌표는 구미의 현대적 지 리사상 및 문화지리학과 동아시아의 전통적 풍수지리 학의 전통이 만난 자리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지리학사는 서구 지리학사만으로 등치되어 인 식되었지만, 동양의 유구한 지리학사적 전통을 포함한 전체 지리학사의 전개 과정을 통시적으로 개관할 때, 이 책은 서구 지리사상 및 문화지리학의 강줄기와 동 아시아 풍수지리학의 강줄기가 역사적으로 만나 형성 한 흐름을 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구 학계의 풍수연구사에서 윤홍기 교수의 기존 저
술에 대한 평가는, 풍수를 기존의 미신의 영역으로부 터 지리학과 문화생태학적인 연구 대상으로 전환시켰 고(Bruun, 2003), 최초로 환경적 중요성과 연관시켰으 며(Chen and Nakama, 2004), 풍수에 대하여 피상적 이거나 불모지 상태였던 서구 학계에 상세하고 깊이 있게 풍수를 연구한 학자로 인정받은 바 있으되 (Teather and Chow, 2000) 이제 새 책의 출간으로 말 미암아 국제 학계에서 한국 지리학 분야의 풍수 연구 수준 및 위상은 더욱 제고 될 것이다. 게다가 새 저술 은 한국의 풍수문화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연구서로 서는 학계에서 처음으로 영문판으로 출판되었다는 점 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서구의 풍수 연구 학자 중 에 한 사람인 Feuchtwang도 풍수는 세계화되었다고 말한 바 있지만, 풍수와 관련하여 구미어로 간행되는 단행본이나 논문은 다양한 접근 방법과 주제로 풍수를 다루고 있으며 그 연구 성과도 의미 있게 평가될 수 있 다. 풍수의 본토라고 할 만한 동아시아 지역의 연구 성 과 역시 각국에서 지리학, 건축학, 조경학, 역사학 등 등의 학문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 나 서구와 동아시아의 풍수 연구는 그동안 자체적인 학문적 요구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진행, 발전되어 왔기에 해석 및 방법론의 차이를 보여 왔고 상호간의 학제적인 연구가 실행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 환경에서 저자의 연구물은 Bruun(2003)도 지적 하였듯이“동서양 간의 아이디어를 전달하였고, 서구 인들에게는 중국의 철학을 도입시켰을 뿐 만 아니라 중국의 저자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주었으며, Needham, Eberhard와 Rossbach의 글과 같이 일반적 으로 인용되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래서 새 책의 간 행은 동아시아의 풍수 연구에 대한 동서양의 보편적인 연구 토대를 공고하게 하고 학술적인 접근의 통로를 확충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촉매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윤홍기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서구 학계에서의 높은 평가와는 달리 한국의 풍수학계 와 지리학계에서는 제대로 기여되고 평가되지 못한 면 이 있다. 발표된 글이 주로 영문이기 때문에 널리 쉽게 읽히지 못했다는 이유도 크겠지만, 다른 원인은 연구 초점이 풍수 자체에 있기 보다는 풍수 문화에 대한 지 리학적 해석에 있어서 한국의 풍수학계에서 관심사로
연구 되는 풍수 자체의 이론 및 실천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리학계 역시, 윤홍기 교수가 한국 의 문화역사지리학 연구에서 차지하는 풍수의 중요성 을 누차 강조하였지만, 풍수라는 주제를 경원시하는 학계의 풍조로 인하여 주요한 관심의 영역 밖에 머물 러 있었다.
연구자들의 풍수에 대한 태도는 역사적 배경과 분리 될 수 없으며 역사의 사회, 경제적인 과정과 더불어 발 전하고 바뀌기 마련이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 양인들이 본 중국의 풍수는 미신적 사고로서 중국에서 그들의 개발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장애물이었지만, 1970년대에 들어와서 환경에 대한 각성으로 말미암아 생태적이고 환경적인 조명으로 전환되었다. 윤홍기 교 수가 1976년에 발표한 박사 논문 역시 Bruun(2003)의 지적대로 시대적 초점을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서 양의 환경주의자들이 널리 풍수를 읽는데 강력하게 기 여하였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야 환경이라는 사 회적 화두가 던져진 한국의 경우에는 보다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환경학 및 생태학 연구에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에 저자의 문화지리학적인 논구는 반향을 일으키 지 못하였다. 한국에서 새 저술이 풍수 연구의 성과로 서 제대로 기여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리학 분야에서 풍수에 대한 편견이 극복되어야 하고, 풍수학 분야에 서는 풍수의 문화지리학적 해석에 대한 영역과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의 풍수 연구는 중국 및 일본 뿐 만 아니라 서구 학계의 풍수 연구 성과에 대한 검토와 학문적 수용의 과정을 거쳐 보편적이고 비교적인 연구 비전과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새 저술이 지니는 중요성으로 동아시아 풍수 연구의 지평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연구사적 인 의의를 꼽을 수 있다. 새 책은 주로 한국의 풍수 문 화가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토대에 입각하여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발판으로 하여 후속되는 연구에서는 동 아시아의 풍수 문화에 대한 상호간의 비교 연구가 본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홍기 교수가 제시하고 있 듯이 동아시아 풍수 문화의 연구방향과 논지는, 중국 의 풍수가 다른 나라에 전파되어 각국의 상황에 맞춰 어떻게 달리 해석되고, 어떠한 풍수적 원리가 강조되 고 적용되었으며, 각국 특유의 풍수적 스타일로 발전
되었는지, 그리고 각국의 풍수적 특성은 어떠한 특수 한 문화, 정치, 그리고 환경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는지 에 대한 서술 체계인데, 이러한 연구 체계와 틀은 향후 동아시아 풍수의 학술적인 연구에 지침이 된다고 하겠 다. 더불어 풍수의 도입과 확산에 관한 연구도 한중일 삼국의 범위에서 대만,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각국의 학계에서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풍수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여 러 논문들이 발표된 바 있다. 그리고 풍수 이론 및 원 리에 대한 논의는 이제 개론적인 수준을 뛰어 넘는 단 계에 이르렀고 앞으로는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전개된 풍수 이론의 형성 및 발전 과정, 한국과 일본에서 적용 된 풍수 이론의 특수성 및 그 배경 문제 등도 새롭게 밝혀져야 할 학문적 요구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고려 시대에 과거 과목으로 채택된 풍수서는 중국의 풍수서 와 다르다는 점이나, 근대에 한국에서 편찬된『民宅三 要』는 중국 풍수서인『陽宅三要』를 한국적 자연환경과 상황에 맞추어 수정 편집했던 점과 같은 비교 연구가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각국의 풍수적 성향 및 개성과 그 역사, 문화, 환경적 배경에 관한 이해가 가능해 질 것이다. 윤홍기 교수는 새 책에서 한국인의 풍수적 사 고관념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형태를 명당발복설, 비 보풍수설, 지기쇠왕설로 요약하였는데, 이러한 한국적 특징은 동아시아 풍수적 사고관념에서 보편적으로 존 재하는 것으로서 역사적 시기 및 문화적 형태에서 드 러나는 특수성을 동아시아 각국과 비교하여 제시한다 면 비로소 한국적인 풍수 문화의 개성으로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비보풍수 만을 보아도 한중일 삼국에서 비보풍수의 원리와 방식, 그리고 비보물의 입지와 배치 등에 보편성이 있지만 비보의 역사적 전 개과정과 비보물의 형태와 유형, 비보의 태도, 민간신 앙과의 복합 양상 등에는 문화적 차이와 각국의 개성 이 나타났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중국 풍수의 기 원, 중국과 일본 왕도의 풍수적 입지 분석 등 동아시아 의 풍수의 일면을 탐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나 일본에서 이루어진 풍수 연구 성과에 대한 검토 및 정리가 미약하고 주로 한국 및 서구 문헌 위주로 논지 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구 자료의 문제 는 후속 학자들에 의해 비평되고 보완되어 동아시아
풍수의 공동연구로 나아가게 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밖에도 책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적절한 현지 사진이나 지도 및 그림이 다양하게 제시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객관적 이고 보편적인 논리의 학술적 완성도와 겸하여 누구나 한국의 풍수 문화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간명하게 서술되고 있어 저자의 글쓰기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아 무쪼록 이 책이 한국의 지리학자와 풍수연구가 뿐 만 아니라 서양 및 중국과 일본의 관련 분야 학자들에게 도 광범위하게 읽히고 비평되어 동아시아 풍수 문화의 전통에 대한 보편적인 학설을 형성하는데 발판이 되 고, 풍수 문화 연구의 학제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큰 기 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최창조, 1992,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 서해문집, 서 울
이상해, 2006, “풍수-중국 전통건축에 있어서의 환경관에 대한 토론,”동아시아의 풍수-국제학술 심포지움 자료집, 국립민속박물관, 157-161.
최원석, 2005, “동아시아의 비보풍수론,”동아시아 문화와 예술, 3-28.
尹弘基, 1989, "論中國古代風水的基源和發展," 自然科學史 硏究, 8(1), 84-89.
劉沛林, 1996, “風水模式的地理學評價,”人文地理, 11(1), 36-39.
于希賢, 2005, 中國古代風水의 理論과 實踐(上), 光明日報 出版社, 중국.
Chen, B.X. and Nakama, Y., 2004, A summary of research history on Chinese Feng-shui and application of Feng-shui principles to environmental issues, 九州森林硏究, 57, 297- 301.
Needham, J., 1962, Science and Civilization in China, Vol.4, Part 1,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Bruun, O., 2003, Fengshui in China, NIAS Press, Copenhagen.
Teather, E.K. and Chow, C.S., 2000, The Geographer and the Fengshui Practitioner: so close and yet so far apart?, Australian Geographer, 31(3), 309-332.
최원석
Visiting scholar, The University of Auckland ([email protected])
최초투고일 07. 3. 5.
최종접수일 07.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