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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의안11] 브램 스토커『드라큘라』- 영생은 반생명적 욕구인가? [학습목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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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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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안11] 브램 스토커『드라큘라』- 영생은 반생명적 욕구인가?

[학습목표]

1. 예술과 실천 사이의 ‘친화성’과 ‘적대성’에 대해 알아본다.

2. 미메시스는 의식의 소외와 전복을 통한 재현이라는 주장에 대해 알아본 다.

[주요용어] 규범(nomos), 불가능한 것(the impossible), 유토피아

[학습과제]

1.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란 문학작품의 감상과 분석을 통해 미적 형식 은 변증법적으로라도 내용에 반대되는 것은 아니되, 예술작품에서 형식은 내용이 되고, 그 역도 성립한다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2.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란 문학작품의 감상과 분석을 통해 예술이 어 떻게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의 언어를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개관]

브램 스토커『드라큘라』

흡혈귀 이야기는 여러 문명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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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등에 등장하는 ‘드라큘라 백작’ 이야기는 대부분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원작소설에 바탕을 두고 각색한 것이다. 더블린 출신의 작가 스 토커는 1897년에『드라큘라(Dracula)』를 쓴 뒤로 오랫동안 자기 작품의 주인공에 그 이름이 가려져왔다.

각종 매체가『드라큘라』의 내용을 언급했지만, 그에 대한 학술적 접근 은 197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 왔다. 드라큘라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성적인 갈망의 환영으로 보기도 했고, 역사학적으로 제국주의의 상징이나 자본주의 독점 현상의 은유로 보 기도 했으며, 종교학적으로 그리스도의 패러디로 해석하기도 했다. 1990 년대에는 급속히 확산되는 인터넷 문화 현상을 흡혈귀 ‘뱀파이어(vampire)’

가 퍼져나가는 것에 빗대어 ‘인터뱀프(intervamp)’라는 말도 나왔다.

피와 생명

이러한 다양한 해석들에도 불구하고 스토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철 학적 주제가 있다. 그것은 거의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데, 바로 ‘생명’의 주제다. 이는 피와 생명의 관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드라큘라백작은 수 백 년 동안 타인의 피로 생명을 연장해왔을 뿐 아니라, 젊음을 되찾을 수 도 있었다. 한밤중에 시퍼렇게 부릅뜬 백작의 눈과 핏빛입술은 묘한 ‘생명 력’의 표현이다.

영국에서 마땅한 저택을 알아봐달라는 백작의 의뢰를 받고 트란실바니아 를 방문한 젊은 변호사 조너선 하커도 그의 인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 입술이 유난히 붉어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싱싱함을 느끼게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드라큘라로부터 관능적 공포의 전율을 느낀다거나 속된 표 현으로 ‘섹시’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밤에 활동하는 자의 상징과 더불어 이런 생명력과 연관 있다. 성(性)과 생명 현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않 은가.

다른 한편, 백작과 맞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를 지켜야만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피를 사이에 두고 생명을 탈취하느냐 생명을 보호하느냐 하는 줄 다리기는 작품 전반부를 압도하는 루시 웨스텐라의 에피소드에서 긴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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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된다.

곧 명문가에 시집갈 아름다운 루시는 백작에게 피를 빨린 뒤, 시름시름 생명력을 잃어간다. 루시의 치료를 맡은 에이브러햄 반 헬싱 박사는 당시 로는 첨단 의술인 수혈로 루시의 생명을 이어간다. 백작은 밤마다 그녀를 흡혈하고, 박사는 루시를 사랑한 건장한 세 남자들의 피뿐만 아니라 자신 의 피까지 제공하면서 수혈로 대응한다.

그러나 드라큘라의 흡혈은 그들의 노력을 조롱하는 듯하다. “우리 모두 가 사랑하는 그 가련한 아가씨 혈관 속에 장정 네 사람 피가 들어갔는데, 남자의 싱싱한 피를 그 여자의 몸이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다니…….” 생명 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루시와 네 남자들의 투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이 투쟁 과정은 처절하고 끔찍하다. 강인하고 인내심 많으며 누구 보다 침착한 반 헬싱도 점점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루시 앞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소리내어 운다.

소설 후반부는 루시의 절친한 친구인 미나 하커가 드라큘라의 흡혈 대상 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미나는 반 헬싱을 비롯한 친구들에 의해 서 가까스로 구출된다. 반면 드라큘라 백작은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는 원 천 가운데 하나를 잃자 극도의 분노를 표출한다. “백작은 왼손으로 하커 부인의 양손을 잡아 힘껏 끌어당기면서,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목덜미를 움 켜쥐고 얼굴을 자기 가슴에다 찍어누르고 있었다.…… 우리가 그 방으로 들 어가자 백작은 고개를 들었는데,…… 두 눈이 악마의 열정으로 붉게 타오르 면서, 하얀 매부리코 밑으로 거대한 콧구멍이 넓게 열려 가장자리가 바르 르 떨렸고, 피를 뚝뚝 흘리는 두툼한 입술 뒤의 하얗고 날카로운 이빨이 야수의 이빨처럼 우두둑 갈렸다.”

먹이 사슬의 비밀

또한 독자들이 지나치기 쉽지만, 렌필드라는 매우 독특한 인물을 통해서 도 생명의 각별한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그는 반 헬싱을 돕는 정신과 의 사 존 수어드 박사의 병동에 수용된 ‘동물 탐식증’ 환자이다. 렌필드는 처 음에는 파리를 잡아먹다가, 파리를 먹여 키운 거미를 잡아먹고, 그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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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 거미를 먹이로 줘서 그들을 끌어들인 다음에는 새를 잡아먹고, 또 그 다음에는 고양이를 키우려 한다.

이제 수어드는 깨닫는다. “렌필드가 갈망하는 것은 되도록 많은 생명체 를 잡아먹는 것이며, 그는 그 욕구를 먹이사슬을 이용한 누가적 방식으로 실현하려고 계획을 세워놓았다.…… 렌필드는 얼마나 논리정연한가. 정신병 자들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 아래에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그것을 추구한 다.” 렌필드는, “생명이란 적극적이고 영속적인 실체이며, 아무리 하등 생 물체라도 대량으로 섭취하기만 하면 사람의 목숨을 무한히 연장할 수 있 다.”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때로 이런 환상이 생명에 대한 확신으로 변하 면 실제로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으려 한다.

그랬기 때문에 렌필드는 역시 흡혈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드라큘라 백작 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백작은 렌필드의 귀에 속삭인다. “쥐, 쥐, 쥐들을 주겠다! 수백, 수천, 수백만 마리 쥐들, 그 하나하나가 생명을 지녔다. 또 그것들을 잡아먹을 개와 고양이들도. 모든 생명체들! 붕붕거리는 파리들만 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생명이 들어 있는 온갖 붉은 피들!” 이런 유혹에 렌필드는 더 높은 단계의 생명, 곧 인간의 생명을 얻으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렌필드는 ‘영혼의 짐’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때, 그 생명에 깃들에 있는 영혼의 짐을 함께 져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래서 소리친다. “아, 아니오. 아니란 말이오! 난 영혼 같은 건 원치 않 소. 생명만이 내가 바라는 전부란 말이오.”

스토커의 소설에는 생명과 연관한 인간의 잠재적 욕망을 비롯해서 생명 의 다양한 차원을 보여주는 은유들이 들어 있다. 그 은유들은 생명에 대한 우리의 순진한 통념을 깬다. 이제 우리는 생명 앞에 붙은 ‘곱상한’ 수식어 들(‘아름다운’, ‘순수한’ 같은)로는 생명을 잘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암시를 받는다. 생명에 관한 것은 또한 무섭고 잔인하며 두렵고 치열하다. 이는 생명이 ‘시대의 화두’인 오늘날에 더욱 필요한 복합적 인식이다. 생명에 대 한 경외심 역시 이런 복합성을 바탕으로 할 때 그 윤리적 근거를 폭넓게 확보할 것이다.

영생 추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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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를 읽는 것은 이처럼 생명을 본질적으로 재인식할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이 추구해온 어떤 특별한 욕구의 실현 에 관한 주제를 성찰하게 한다. 그것은 영원성과 영생이라는 주제다. 인류 역사의 경험으로 보아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에도 항상 영원한 그 무엇을 추구해왔다.

종교적으로는 윤회 또는 부활로 영원성을 실현하리라는 믿음을 가져 왔 다. 영혼의 윤회는 고대 그리스의 오르페우스교를 기점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그 영향을 받은 피타고라스 학파 공동체에서는 그것이 중요한 믿음이었다. 영혼과 함께 육체의 부활로 영원성을 실현하리라는 믿음 역시 일부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인식론적 차원에서 서구 사상은 영육이원설과 영혼불멸설을 ‘개발’하여 형이상학적으로 ‘영원한 진리’의 개념에 연결하였다. 플라톤에 의하면, 사 람이 죽으면 몸과 혼이 분리되어 몸은 죽되 혼은 살아서 이데아의 세계를 경험하고 다시 다른 몸과 결합함으로써 인식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인간은 이데아의 세계에서 배운 것을 상기함으로써 이승에서 인식활동을 하기 때 문이다.

과학적으로는 생명 연장과 생체 복제의 유전공학으로 영생 개념의 숨은 측면에서 묘한 희망의 불씨를 피운다. 스토커의 작품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사람들은 한때 생체 해부를 경멸”했고 수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생명 연장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드라큘라』는 환상적 차원에서 영원성과 영생의 주제를 대변한다.

여기에서 핵심 개념은 ‘언데드(Un-Dead)’ 또는 ‘불사귀(不死鬼)’이다. 흡혈 귀에 피를 빨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루시의 장례가 치러진 다음, 그 지 역에서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죽은’ 루시가 드라큘라처럼 흡혈귀가 되어 아이들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흡혈귀는 동시에 불사귀다. 그 시체는 관 속에서 부패하지 않고 있다가 밤에 활동하면서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 먹음으로써 그 특이한 ‘생명’을 지속할 수 있다. 계속 흡혈할 수 있다면 이 런 상태는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또한 다른 희생자들을 불사귀로 만들어

‘번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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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헬싱은 사람들의 피해를 막고 흡혈귀가 퍼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루시를 완전히 제거하려 한다.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목을 자르고 입 안 에 마늘을 집어넣고, 몸통에다 말뚝을 박을 생각이네”). 그렇게 하려면 그 와 가장 가깝던 사람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루시와 약혼했던 아 서 홈우드를 설득한다. “루시 양은 죽었네, 그렇지 않나? 그래, 죽었어. 그 렇다면 그녀에게 나쁜 짓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런데 말이야, 만일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이 말에 아서는 펄쩍 뛴다. “맙소사!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실수가 있었다는 겁니까? 그녀를 산 채로 묻었 단 말입니까?”

반 헬싱은 설명한다. “그녀가 ‘살아 있다(alive)’는 얘기가 아닐세. 그런 생각을 왜 하겠나? 그녀가 ‘죽지 않았다(Un-Dead)’는 얘기를 하려는 걸 세.” 아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죽지 않았다고요! 살아 있지 않다면서 요!(Un-Dead! Not alive)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무슨 악 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요?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 까?” 반 헬싱은 침착하면서도 단호하다.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많 다네.…… 루시 양의 머리를 잘라도 되겠나?”

작가 브램 스토커는 여기서 상식을 뒤엎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살아 있 는(alive) 것과 죽은(dead) 것은 서로 반대어다. 그 사이에 살아 있지도 죽 지도 않은 존재를 설정한 것이다. ‘언데드’는, 단어의 모양새와 달리 죽은 것의 반대어도 아니고, 단어의 일반적 의미와 달리 살아 있는 것의 동의어 도 아니다. 스토커는, 살아 있는(alive) 자와 죽은(dead) 자 사이에 있는

‘중간자’로서 불사귀의 개념을 이야기 중심에 놓음으로써 영생을 추구하는 새로운 방식을 환상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도덕의 등식: immortal = immoral

이와 함께 스토커는 영생 추구의 도덕적 차원을 제시한다(어쩌면 이것이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하려 한 철학적 메세지였는지도 모른다). 그 차원은, 이승에서 영생불멸의(immortal) 육신을 추구하는 일은 반생명적일 뿐만 아 니라 부도덕(immoral)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반 헬싱은 이렇게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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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귀가 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면서 불멸의 저주가 내린다네. 그 자들은 죽을 수가 없네. 시대와 시대를 이어가면서 희생자들을 더해가고 세상에 악을 늘려 나갈 수밖에 없다네.”

더구나 ‘불멸의 육체’는 영혼을 붙잡고 있어서 영혼이 몸을 떠나 자유롭 게 되는 것을 막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불사귀 루시가 온전하게 사자 (死者)가 되도록 가슴에 말뚝을 박기 전에, 반 헬싱이 다른 동료들에게 한 말에도 나타나 있다. “무엇보다도 다행스런 일은, 우리가 사랑한 이 가련 한 아가씨의 영혼이 다시 자유를 얻는 것일세.” 그렇게 때문에 반 헬싱은 고다밍 경(아서 홈우드)을 설득하면서 도덕적 의무를 강조한다. “고다밍 경, 나에게도 의무가 있다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네에 대한, 그리고 고 인에 대한 의무일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는 의무를 다할 생각이네.” 여 기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는 바로 루시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뜻한다.

『드라큘라』는 영생을 추구하는 비상식적이며 괴기한 방식을 이야기로 구성해 보여주면서, 동시에 영생과 영원성에 대한 도덕적 성찰의 화두를 제시한다. 또한 ‘중간자’ 개념을 도입해서 생명의 다양한 존재방식을 상상 한다. 이와 함께 육체와 영혼에 관한 고전적 주제를 특별한 시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형이상학적, 종교학적, 과학적 차원에 서 인류가 거둔 위대한 성취에 괴기소설의 주제가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길은 참으로 여러 갈래이지 않는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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