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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이익 저버린 대규모소매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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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규모소매업자와 납품업자 간 사적 계약관계에서 초래되는 전자의 계약상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로부터 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소매업에서의 거래 공정 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소매업법)」제정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1) 대규모소매 업자가 계약관계에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상대방인 납품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행위는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규제의 방법이다. 현재 논의 중 인 대규모소매업법은 정상적인 유통활동까지도 불공정행위로 간주하여 궁극적으로 는 소비자 이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과잉입법이다.

사법(私法)영역에 공법(公法)의 지나친 확장

법체계상 대규모소매업자와 납품업자간의 사적 계약관계에서 전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부터 후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법인 민법의 역할이다. 우월적 지위남용행위 가 거래상대방에게 영향을 주는 차원을 넘어 ‘경쟁’이라는 공익을 훼손하며 제3자인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은 공법인 공정거래법의 역할이다. 이러 한 공사법(公私法)간 역할분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사법이 담당해야 할 사적거래영역은 위축되고 공법이 담당해야 할 소비자 이익보호 영역은 침해된다.

대규모소매업법이 그러한 경우이다.

현행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제23조제1항제4호)은 사법(私法)이 담당해야 할 계약 상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한 후 공정거래위원 회가 행위의 불공정성을 입증하여 과징금이나 형벌 등으로 강력히 규제할 수 있도 록 하고 있다. 대규모소매업자의 우월적 지위남용행위 규제는 이 규정에 근거한 ‘대 규모소매업고시’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공정거래법상 이러한 규제는 다른 나라에서 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적 계약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 (私法)의 개입을 넘어 행정당국이 개입할 경우 오히려 사적자치(私的自治) 영역에 서의 거래가 위축되고 계약기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2010년 7월에는 박선숙 의원안이, 2011년 6월에는 이사철 의원안이 발의되었고 2011년 7월에는 공정거래 위원회와 한나라당이 법률제정에 합의하였다.

소비자 이익 저버린 대규모소매업법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201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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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공정거래법상 규제마저도 납품업자 보호에 미흡하다며 이를 강화 한 별도의 대규모소매업법 제정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규모소매업법에서는 공정거 래법과 달리 외형적으로 불공정해 보이는 대규모소매업자의 계약상 우월적 지위남 용행위 유형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후 여기에 해당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증 없 이 일단 불공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 러한 행위가 보기와는 달리 정당하다는 것을 대규모소매업자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 다.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몇 가지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아예 이러한 정당성 입증 자체도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역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특별법이다.

우월적 협상력은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어

우리나라는 대규모소매업자가 납품업자에 대해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 는 것 자체를 부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납품업자 보호에 주로 관심을 가진다. 그 러나 대규모소매업자가 납품업자에 대해 계약상 우월적 협상력을 가질 경우 낮은 가격에 납품을 받아 다양한 판매촉진 기법 등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질 좋 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측면이 있다. 판매촉진 노력 에 대한 대가를 납품가격 할인형태(wholesale price discounts)나 입점비(slotting allowance)형태로 납품업자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대규모소매업법은 이러한 유통 관행들을 주로 불공정행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실증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행위들은 상당부분 소비자 혜택으로 귀결된다.2)

물론 대규모소매업자가 납품업자에 대한 우월적 협상력을 활용해 할인가격으로 납품을 받을 경우 경쟁 소매업자들이 경쟁에서 배제될 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소위 ‘물침대 효과(waterbed effect)’3)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증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효과는 없거나 불분명 하다.4)

최근 OECD(2008)에서는 대규모소매업자의 우월적 지위(bargaining power) 남용 문제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두고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는 논의 를 하였다. 회의의 결론은 간명했다. 대규모소매업자의 우월적 지위에 기초한 판매

2) Joshua D. Wright, “Slotting Contracts And Consumer Welfare” 74 Antitrust Law Journal 439, (2007) 3) 대형유통업자가 우월적 협상력을 발휘하여 낮은 가격에 납품을 받을 경우 이것이 다른 경쟁 유통업자들

의 납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마치 물침대(waterbed)의 한 지점을 누르면 다른 지점이 올라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하여 이를‘물침대 효과(waterbed effect)’라고 지칭한다.

4) 최근 영국의 식품점 분야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증연구에서 유통업자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물침대효과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Monopsony and Buyer Power, Policy Roundtables, (2008)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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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진 활동들이 외형적으로 불공정해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경쟁촉진과 판매가격 하락효과 등을 통해 소비자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규제당국이 이와 반대되 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하기 전 에 ‘소비자 피해 기준(consumer harm test)’이라는 엄격한 입증기준(threshold screen)의 충족여부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 비자 이익을 증진시키는 대규모소매업자의 정상적인 우월적 지위행사를 불공정행위 라고 판단하여 과잉규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5) 소비자가 아닌 계약 상 대방 보호를 위해 규제하면서 입증책임마저 행정당국에서 대규모소매업자에게 전환 하고 있는 대규모소매업과는 너무나도 상반된다.

계약상 우월적 지위의 부당한 행사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소매업 자의 모든 우월적 지위행사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그러한 행위가 단순히 계약상 우월적 협상력의 행사차원을 넘어 강박(제110조)에 해당한다거나 선량한 풍속 기 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제103조)라면 민법에 위반되는 불공정행위로서 무효나 취소사유가 되고 납품업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배상받을 수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 가 정당한 우월적 협상력의 행사이고 어디까지가 불공정한 행위인지를 판단하는 것 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 기 위해 필요한 ‘경쟁제한성’ 판단과 달리 특별한 경제분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규 범적ㆍ법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보다는 법원에 비교 우위가 있다. 그런데 대규모소매업법에서는 이러한 판단을 형식적 기준에 의해 공 정거래위원회가 하도록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규모소매업자 규제의 충분조건을 만족시켜야 정당성이 확보

대규모소매업법 어디에도 소비자 이익에 대한 언급은 없다. 납품업자에 대한 대 규모소매업자의 불공정행위 유형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외형적으로 이 러한 유형에 해당하면 불공정성에 대한 실질적 판단도 하지 않고 부당한 것으로 본 다. 과징금과 형벌 같은 강력한 수단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오판으로 인 한 법적 판단의 위험(legal risk)을 대부분 대규모소매업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것 이다. 대규모소매업법이 소비자 이익을 훼손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공권력의 행사 는 절차상의 적법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공권력행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실 체적 내용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헌법 12조의 적법절차 원칙 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 들게 하는 대목이다.

5) OECD (2008) pp.9~12. pp.30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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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규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는 필요 조건 외에도 충분조건을 만족시켜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대규모소매업자의 계약상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로부터 납품업자는 물론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 은 사법적 구제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공법은 이러한 우월적 지위행 사가 경쟁촉진을 통한 소비자후생 증진이라는 ‘공익’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철저히 감시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소매업자에 대한 규제의 필 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게 된다.

참조

관련 문서

H, 2007, “A Scheme to Reduce the Transmission Delay for Real-time Applications in Sensor Networks,” The 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Maritime &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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