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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논의, 여론 재판에서 탈피해서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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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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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챙기기’라는 국정과제에서 출발한 정부의 물가대책이 주요 원자재가격에 대 한 미시적 행정지도라는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가의 경우 연초 이 명박 대통령이 “주유소의 행태가 묘하다”는 언급과 함께 직접적으로 가격체계의 문 제점을 지적함에 따라 집중적인 관리와 조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얼마 전 정유사에 대한 ‘팔 비틀기’의 일환으로 내놓은 리터당 기름값 100원 인하 조치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도가 낮게 나타나면서, 정유사의 가격인하가 주유소 가격으로 전이되었는지, 정유사가 실질적 가격인하를 실시하였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 졌다. 나아가 실질적 유가 인하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견 이 지배적 여론으로 대두되면서 고유가에 대한 논란은 정유사대 주유소, 민간 가격 시스템대 정부의 유류세 등 책임 소재 공방전의 양상마저 띠게 되었다.

유가의 비대칭성ㆍ부당이익 논란

문제의 발단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통령이 유류 공급시장의 “상식적이지 않 은” 가격 움직임에 의문을 제기한 데서 비롯되었다. 구체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 국내 가격의 조정패턴이 비대칭적이라는 것이며, 이는 석유 공급자 들이 원유 상승기에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심증의 단서를 제공하였 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사와 LPG 업계의 불공정 거래행위 에 대한 전 방위적 기업 조사를 착수하였으며, 경제부처들은 석유가격 안정화를 위 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장에 대한 구조적 진단에 나섰다. 전자의 경 우 시장에서의 가격 움직임이 정유사들의 부당공동행위, 즉 담합의 결과물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후자는 석유시장의 투명성 및 경쟁 제고를 통한 과점 이익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격의 비대칭성 또는 하방경직성이 담합 등 불법행위의 소치라거나, 정유사나 주유소가 이를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 통념은 어디까지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가? 논 란의 출발점이 된 가격의 비대칭성, 즉 하방경직성에 대해 석유가격 T/F가 두 달

고유가 논의, 여론 재판에서 탈피해서 과학적 분석에 기초해야

이선화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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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결론은 사실상 현 상황에 대한 의미 있는 해석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T/F의 결론은 가격 비대칭성의 사례가 상당수 확인되었다는 것이나, 그 원인에 대한 설명으로는 유통구조에 따른 가격경쟁의 제한 ‘가능성’, 가격 상승기와 하락기에 소비자 탐색 행태의 차이점 등 기존 가설들을 나열하는 선에 그쳤다. T/F 의 가격 비대칭성 연구는 부당행위나 폭리 등 정치적 기호에 끼워 맞춘 ‘정답’으로 부터 거리를 두고 기초 데이터에 충실하려 한 점을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여기 에서도 엄밀한 이론적 고찰 없이 가격 비대칭성이 합리적이지 못한, 어떤 해결되어 야 할 과제로만 다루어진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하에서는 시장구조나 제도적 관행을 모두 고려한 총체적 분석은 아니지만, 석 유가격 데이터에 대한 몇 가지 관찰을 통해 가격 비대칭성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 전한 경제행위의 부산물일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그림 1>은 원유가격 과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격(좌), 정유사의 세후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우)의 추이를 비교한 것이다. 각 그림에 나타난 두 개의 가격 시리즈는 거의 동일한 패턴 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각각의 상관계수는 전자가 0.977, 후자가 0.96으로 나타났 다. 즉, 정유사와 주유소의 가격 변동은 거의 대부분이 원료가격의 변동에 의해 설 명된다고 할 수 있다. 단, 이 그림으로서는 정유사 단계와 주유소 단계 모두에서 가 격 마진에 눈에 띄는 시점별 변화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가격 비대칭성 또한 식별하 기 어렵다.

<그림 1> 원유가격, 정유사 공급가(세전, 세후), 주유소 판매가 추이(2009. 1~현재)1)

<그림 2>와 <그림 3>은 정유사와 주유소 단계에서 가격마진2)(생산비용으로 원료가격만을 고려한 것)이 원료비의 변동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은 유가정보서비스(Opinet)의 주간 가격데이터를 사용하였으며, 원유 가격은 미국 EPI의 세계 원유가 가중평균자료에 기초하였다.

2) 실제 가격마진은 원료를 제외한 다른 비용과 세금을 차감해야 할 것이다. 이들 기타 요인들은 고정적이 거나 판매가에 비례해서 움직이므로 가격마진의 변동 추이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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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의 가격 마진 시리즈는 주간 마진변동을 원데이터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우 측은 주간 가격마진의 이동평균값을 나타내고 있다. 정유사 가격마진과 원유가의 가격 변동 사이의 상관계수는 -0.475이며 주유소 판매가격 마진과 정유사 공급가 변동 사이의 상관계수는 -0.752로 나타났다. 원료비가 상승하는 시점에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폭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이 관계는 주유소 시장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주유소 시장의 판매가격 마진 추이를 보면, 정유사 공급가격이 상승하 는 직후에 오히려 마진폭이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견된다. 즉,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주유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보이지만 주유소 판매가는 오히 려 원료비 상승분 일부를 마진폭 감소로 상쇄하는 완충(buffer)의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완전경쟁 시장에서 공급충격(supply shock)이 왔을 때의 가 격결정 모형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다. <그림 3>은 또한 급격한 공급쇼크가 지나고 가격이 하향 안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유소의 마진폭은 다시 상승국면에 접어들게 됨을 보여준다. 이를 종합해 보면, 유류 소비자가격의 비대칭성은 원료비 상승 시 그 충격이 소비자가격으로 그대로 전가되지 않고 판매사의 마진 감소로 일부 완충 된 부분이 이후 가격조정기에 스프레드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유시장(<그 림 2>)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은데, 비대칭성이 항상적으로 발견된 주유소 시장과 달리 정유사의 비대칭성은 항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석유가격 T/F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3)

<그림 2> 원유가격 변동에 따른 정유사 공급마진 추이(주간평균과 이동평균)4)

3) 외국의 사례연구 역시 정유사의 시장지배력이 가장 높은 도매단계에서 가격 비대칭성이 가장 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Borenstein, Cameron and Gilbert, "Do Gasoline Prices Respond Asymmetrically to Crude Oil Price Changes?",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997)

4) 정유사와 주유소의 공급마진은 단순히 원료비에 해당하는 원유가와 정유사 공급가를 차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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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정유사 공급가 변동에 따른 주유소 판매마진 추이(주간평균과 이동평균)

경제현상에 대한 심증적 접근 땐 경제질서 교란 우려

이상 석유가격의 구성부분과 각 단계별 마진의 동학에 대한 간단한 분석은 복잡 한 석유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원자재 가격 파동기가 되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가격 비대칭성이나 하방경직성을 이해하기 위 한 한 가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주지할 사실은, 가격 비대칭성이 우리나라에 국한된 특수한 산물이 아니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유류시장에서도 유가 급등기에 지속적 으로 관찰되어 왔다는 점이다. 가격 비대칭성이 광범위한 시장에서 관찰된다는 사 실을 감안한다면, 유가의 움직임이 ‘묘하기’ 때문에 이를 한국의 특수한 석유 유통 구조나 담합행위의 결과물로 단죄하는 것은 성급한 여론몰이에 지나지 않는다. 한 제품의 가격결정 과정은 위에서 설명한 공급자의 마진 스프레드 이외에도 국제적인 수급문제, 내수와 수출 시장의 조정, 환율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작동한 결과물 때문 에 흔히 말하는 “올릴 때는 왕창, 내릴 때는 찔끔”이라는 식의 감정적 단정으로 결 론내리기 힘든 주제이다. 경제적 현상을 심증적으로 접근하여 유죄 판결(guilty by suspicion)하고 경제 질서를 교란하기보다는 문제를 경제적으로 이해하고 이성적으 로 접근하는 것이 민생대책, 물가대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전시 (戰時)도 아닌 상황에서 금리와 같은 거시적 조절수단이 아닌 개별 제품가격에 대 해 행정지도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정부의 물가잡기가 사실은 민심잡기에 급급한 전시(展示) 행정은 아닌가라는 혐의를 떨치기 어렵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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