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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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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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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비교문화연구 제46집 (2017.3) pp.1~20.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 손장순의 󰡔한국인󰡕을 중심으로 -. 김 영 미 (경인여자대학교). 국문초록 본 논문은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근대화의 기틀을 잡아가던 1960년대를 살아가는 엘리트의 감성구조를 손장순의 󰡔한국인󰡕을 통해 살펴보았다. 작가는 1960년대 초의 불안정하고 부조리하며 불운한 한국 사회가 일그러진 남성 엘리 트들을 낳았다고 제시하고 있다. 60년대 대부분의 엘리트들이 그러했듯이 소설 속에 나오는 남성인물들은 모두 입신출세의 욕망, 사회적, 물질적으로 안정된 위치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개인주의적이고 속물적이다. 이들은 모두 동질적인 세계에서 동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 감정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우월함/열등함, 승리/패배의 이분법적 사고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이 인물들은 자신들의 열등함과 상대의 우월함에 매우 고통스 러운 감정을 느끼며 일탈과 불법을 통해서라도 우월함의 위치를 고수하고자 한 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런 감정의 실체를 모르고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마음 상태는 시기의 감정에 다름 아니다. 이 시기감정은 그들의 삶을 더욱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다. 시기감정 속에 있는 선망의 감정 역 시 타자지향적인 사고, 타자에 대한 이상화와 자신의 내적인 결핍에서 기인하며 개인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게 재현되어 있다. 소설 속에 서 선망은 자기 향상보다 열등함과 내적인 결핍과 더 연관되어 있고, 자신과 타 자의 극복할 수 없는 거리를 강조하고 있다. 시기와 선망의 부정적인 감정의 대 척점에 희연이라는 인물이 있다. 외부의 시선, 외부의 욕망과 독립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자신의 내적, 정신적 가치, 자신의 고유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여주 인공, 희연을 통해 시기 감정의 극복의 길을 시사 받을 수 있다. 주제어 : 1960년대, 엘리트, 손장순, 󰡔한국인󰡕, 시기감정, 선망, 입신출세.

(2) 2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Ⅰ. 들어가는 말 본 논문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근대화의 주춧돌이 놓인 시기” (천정환·권보드래 8)라 할 수 있는 196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엘리트의 감성구조를 손장순의 대표작 󰡔한국인󰡕(󰡔현대문학󰡕 1966.1~1967.7)을 통 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1950년대, 60년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주목받는 작가, 손장순은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연구되어 왔다. 첫 번째 경향은 여성의 삶, 여성의 주체성/정체성에 초점을 둔 연구이다. 손 장순의 장편 여섯 권을 분석한 안서현은 손장순의 소설은 “여성의 실존적 모험에 대한 우리 시대 이야기의 원형을 제시하는 풍요로운 텍스트”(147) 라고 말했으며, 이선미는 손장순의 소설이 “성과 사랑의 주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여성 개인의 근대화를 담론화했다”(444)고 지적했다. 그리고 김 우영은 손장순의 여성인물들이 ‘외부자되기’의 방식을 통해 속물적인 사 회에 저항하고 있음을 지적한다(69). 두 번째 경향은 60년대, 70년대적 맥 락에서 손장순의 소설을 분석하는 경향이다. 방민호는 손장순의 소설들을 풍속소설의 맥락 속에 놓으면서 그 소설들이 60년대, 70년대 사회의 제반 문제를 깊이 있게 잘 조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60년대 혼종적인 한국 사회를 통찰력과 객관적 냉철함을 가지고 잘 묘사 하고 있다고 본다(31). 세 번째 경향은 손장순의 남성인물에 초점을 맞추 면서, 손장순의 병적인 남성인물들은 60년대 초반의 “정치, 사회 경제의 기형성을 폭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김양선). 본 연구는 손장순의 󰡔한국 인󰡕의 인물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시기 감정의 영향 속에 있다고 보며, 이것이 당대 사회의 문제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 다. 작품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작가는 “한국인에 대 한 역사적 고찰과 분석 내지 자아반성의 필요”(336)에서 이 소설을 집필 하게 되었다고 했다. 1960년대에 대한 총괄적인 연구서를 출간한 천정환· 권보드래에 의하면 “맹목적인 서구지향의 풍토 속에 잃어버린 자기 자신 을 되찾는 절실한 자기반성”의 흐름이 이 시대 지성의 한 흐름이었다고 하는데, 손장순의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지성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3)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3.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당대에 한국 사회에 선풍적인 인기 를 끌었을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에까지 번역 출간된 이어령의 저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2)에 비견될 수 있다. 이어령의 이 수필집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매우 “허술한 한국인론, 한국문화론”이지만1) 서구문 화지향 속에 상실되어 가던 한국인/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한국인/한국민족/한국문화의 어떤 본질적인 정체성이 영원불변의 보편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 고 손장순 소설 속의 인물들이 한국인을 대변한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오히려 손장순이 그리는 인물들은 특정 계급, 즉 엘리트와 상층계급의 사 람들에 국한되어 있다. 그런데 그녀의 소설 속 인물과 사회의 모습이 한정 적이지만, 그녀가 잘 아는 세계를 그리는 만큼 그 사회의 면면을 생생하고 예리하게 그리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서구 유학 경험, 한국의 대학, 정치, 관료, 사업의 세계, 엘리트 남녀 의 사랑과 결혼, 성의 문제를 사회 비판의식과 함께 솔직하게 펼쳐내는 그녀의 소설은 ‘세태소설’ 혹은 ‘풍속소설’2)이라 불릴 정도로 한 시대, 한 특정 집단의 삶의 풍속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은 전후의 혼란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번영과 민주주의를 확립 하려고 하던 1960년대 초의 시기,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4.19 직후 제2 공화국이 들어선 시기로부터 시작해서 5.16 군사 혁명이 일어나 제3공화 국이 시작되어 한일협정이 맺어지는 시기까지 다루고 있다. 발자크 소설 이 프랑스 혁명 이후 사회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승리와 성공을 향해 돌진 하던 청년들을 묘사하고 있듯이, 󰡔한국인󰡕도 4.19 혁명 이후에 새롭게 재 편되는 한국 사회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야망과 환멸과 좌절. 1) 천정환과 권보드래에 의하면 이 책의 발상과 방법론에 오리엔털리즘의 혐의가 짙다고 했다. 천정환ㆍ권보드래, 󰡔1960년을 묻다󰡕 천년의 상상, 2012. 296쪽. 2) 방민호에 의하면 풍속소설은 “한 시대의 추이를 전반적으로 그리지만, 단지 사 회 또는 시대의 외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꿰뚫는 진실을 드러내 는 힘을 가진다”고 했다. 방민호. 「한국문학의 1960, 70년대와 손장순 문학의 의미」. 󰡔아프레게르와 손장순 문학󰡕. 방민호 외.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2. 35쪽..

(4) 4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을 다룬다. 발자크 소설이 지방에서 파리로 이동한다면, 손장순의 소설 주인공들은 미국에서 한국의 서울로, 혹은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한다. 서 울이 욕망이 펼쳐지는 중심지인 것이다. 전혜자에 의하면 손장순은 “서울 이라는 도시성이 몸에 배어 있는 작가”(213)로서, 이 소설의 서울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1960년대 초기의 카오스적 의미를 대변하고 있 다”(216)고 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교육을 받고 돌아온 유 학파 인재들 아니면 한국 명문대학을 졸업한 인재들로서 사회 속에서 자 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준비와 의지가 충만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손창섭 소설에 주로 나오는 잉여인간의 정반대편에 있는 인물들로서, 자신의 가 족들 중에서도 전폭적인 애정과 지원을 받는 특별한 존재들이다. 남성인 물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여성인물들도 모두 대학교육을 받은 엘리 트들이다. 여성인물 가운데는 희연이나 소라처럼 서울의 전통적인 중상층 출신의 인물도 있지만, 쑤 한처럼 첩 노릇하는 언니의 지원으로 미국 유학 을 다녀온 여성도 있고 혜미처럼 지방출신이지만 서울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도 있다. 물론 이 여성들 모두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기보다 결혼 을 자신들의 길로 선택하지만, 이 여성들은 근대교육을 받고 자아의식이 강한 엘리트 여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주목할 사실은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중 행복하고 평탄한 삶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실직하 고, 결혼 생활에서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이혼하고, 심지어는 정신병원이 나 감옥에 가거나, 자살이나 타살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무엇이 이들 로 하여금 이렇게 망가진 삶을 살게 하는가? 일차적으로 이들의 불행한 삶은 당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던 제반문제 와 관련 있다. 작가가 소리 높여 비판하듯이 이는 미국의 원조정책에 기대 어 근근이 꾸려나가는 한국 경제의 열악한 상황, 민주적 가치와 공정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정치적 안정을 이뤄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 유능한 인재 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의 부족,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가 족 구조의 존속 등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결과이다. 어느 시대든 과도기가 아닌 적이 없고 살아내기 쉬운 시대는 없지만 이 소설이 그리는 1960년대 초의 한국 사회는 부정, 부패, 모순, 혼란, 궁핍의 사회, 불운의 사회였다..

(5)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5. 여기서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사회의 이런 면면들이 이 소설 인물 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소설 속 인 물들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경험하며, 이들의 삶의 태도, 내면 풍경, 감 정구조는 무엇인가?. Ⅱ. 60년대 초 한국 사회와 시기감정 어떤 시대를 특정 감정과 연결시켜 논의하는 것은 일반화의 위험이 크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와의 연관 속에서 감정을 논의한 사례들도 꽤 있다. 후기 근대의 감정들을 연구한 응가이(Ngai, Sianne), 후기근대사회 를 ‘피로’ ‘소진’의 감정으로 설명한 한병철, 1987년 이후의 체제를 진정 성의 상실과 속물감정의 대두로 본 김홍중,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친 후 2000년대 한국인의 지배정서로 ‘공포’ 감정을 언급한 박형신ㆍ정수남의 작업들이 그 예들이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 우리 시대에 주목해야 할 감정 중 하나가 시기의 감정이 아닌가 한다. 그 이유는 시기의 감정이 우리가 놓여 있는 삶의 구 조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로는 다음 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버트런트 러셀이 지적하듯이 시기는 ‘민주주의’의 토대인 ‘평등의식’과 관계있다. 우리는 사회, 경제, 지위, 재 능 등의 면에서 우리와 간극이 매우 큰 사람에 대해서는 시기심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시기심을 느끼는 대상은 우리보다 약간 나은 사람,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다. “손에 닿을 듯한 그 미묘한 차이야말로 시기심이 무럭 무럭 자라는 토양”이다(나카노 노부코ㆍ사와다 마사토 57). 나카노 노부 코와 사와다 마사토에 의하면, 일본 사회는 평등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타인과의 작은 차이도 문제 삼기 쉽고, 시기심을 느낄 기회도 많다고 하면 서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비교했을 때 일본인이 시기 심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었음을 증명했다(64). 한국 사회도 일본 못지않 게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에 민감한 평등주의적 사고 경향이 강하다고 강 준만은 지적한다. 둘째, 시기심은 세속적 소유물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그.

(6) 6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소유물이 개인의 삶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물질주의 사회에서 지배적인 감정이다. 물질주의, 소비주의, 속물주의로 규정되는 현대의 삶 에서 시기의 감정은 촉발되고 장려되는 감정이다. 수전 메트(Susan Matt) 의 연구에서 미국이 물질주의 사회로 전개되는 시점에서 전통적으로 부 정적으로 여겨지던 시기의 감정이 긍정적으로 장려되기도 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시기심은 물질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최근 경영학 관련 논문을 보면 소비자의 선망 심리를 분석하여 제품 구매 전략에 활용 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소비주체와 시기감정이 얼마나 연 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선망과 시기의 감정으로 초대받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시기심은 경쟁과 사회적 비교의식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시기심은 언제나 남과 비교 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자유주의체제와 신자유주의체제는 경쟁을 기반으 로 하는 사회이다. 시기의 감정은 자신보다 뛰어난 상태에 있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 저 거머쥔 사람에 대해 씁쓸해하고 불쾌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시기심은 상대가 가진 소유물이나 성취가, “자기 자신을 비난하게 만드는”(메스킬 재인용 44) 그런 감정이다. 우리가 시기를 느끼는 요소는 “돈과 재산처럼 물질에만 한정되지 않고 능력, 지위, 외모, 권력과 인맥, 학업과 업무 성과 등 다양한 요소”를 망라한다(나카노 노부코ㆍ사와다 마사토 51). 시기 혹 은 시샘은 드러나는 순간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열등함과 상대의 우월감 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드러내기 꺼려하고 부끄러워하 는 감정이다. 그런데 시기의 감정에는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정서와 긍정적인 정서의 경계에 위치”(차운아 184)하는 선망의 감정도 시기 감정 속에 있다. 부러움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이 선망의 감정은 수치스럽고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시기 감정과 달리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표현이 용납되는 감정이다. 부러움의 대상은 “시샘의 대상에 비 해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대상이거나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느끼는 대 상”(184)이다. 부러움은 대상의 우월감을 인정하고, 그 대상을 닮고 싶어 하는 모방 욕구를 촉발하며 자기 향상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 서 부러움은 “애정과 존경으로 무해처리한 선망”(애쉬윈 재인용 2), “무해 한 선망”(차운아 173)이라 말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부러움 역시 부정적.

(7)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7. 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차운아는 지적한다(173). 부러움 역시 자존감을 손상하여 부정적인 자아상을 부각할 수 있고, 또 부러움에도 대 상에 대한 적대감이 없지 않으므로 부러움이 조화로운 관계 형성을 저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1960년대는 “개인의 조형이 중요한 화두”(권보드래 ㆍ천정환 471)로 등장한 시대였던 점, 입신출세가 구성원들의 주요 과제 였던 점,3) 한국의 후진성/미국의 선진성, 서울/지방 등의 차이에 대한 인 식이 명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1960년대를 살아가 는 구성원들은 우월/열등의 비교의식, 경쟁심, 선망과 시기의 감정에 노출 될 여지가 많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사회적 위치가 비슷하고 추구하는 가 치가 동질적인 집단의 경우 그 구성원들은 시기 감정을 경험하기가 더 쉽다. 손장순의 󰡔한국인󰡕은 60년대 초 엘리트 집단의 남녀의 삶을 재현하 고 있으므로 이들의 삶에서 시기 감정의 작동을 살펴보기에 매우 흥미로 운 텍스트이다. 그런데 손장순은 이 소설에서 시기의 감정을 자의식적으로 탐구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시기 감정을 탐구하는 통상적인 플롯이 이 소설에 는 없다. 보통 시기 감정의 탐구는 짝패를 이루는 두 인물에 초점을 두고 그들의 삶의 행로를 쫒아가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반해, 손장순의 소설 에서는 강렬하게 시기의 감정으로 얽혀 있는 짝패 인물이 없다. 말하자면 두 비슷한 인물이 서로 비교하면서 상대가 가진 것, 상대가 이룬 것을 시 기하여 그것을 빼앗고자 하는 식의 플롯은 없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 대 다수는 예리한 비교의식 속에서 열등감/우월감의 이분법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며, 열등감이 유발하는 부러움의 감정, 결핍의 감 정이 자아의 파멸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시기 감정의 프레임으로 이 소설. 3) 물론 입신출세의 욕망이 60년대만의 특성은 아니다. “근대이래 한국 사회에서 근대 주체를 형성한 주된 동력은 입신출세 욕망”(298)이라고 말한 소영현의 말 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근대적 체제가 한국에 들어온 식민지 시대에도 입신출세의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는 이런 입신출세의 가 능성이 식민지 시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개인에게 열려 있었던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성공의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소영현. 「전쟁 경험의 역사 화, 한국 사회의 속물화」. 󰡔한국학연구󰡕 32권, 2009..

(8) 8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을 분석하면 인물들의 내적 동력을 좀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 각한다. 전통적으로 시기와 질투의 감정은 여성인물들에게서 더 많이 경 험되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이 소설에서는 남성인물들의 세계 역시 시 기 감정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어 흥미롭다. 구체적으 로 남성인물들이 시기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살펴보자.. Ⅲ. 남성 주체의 위치경쟁과 시기심 󰡔한국인󰡕은 엘리트 계층의 남녀관계를 날카로운 현실 인식 속에서 그 심리를 매우 핍진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조한혜정이 󰡔한국의 남성과 여 성󰡕(1988)에서 한 작업을 소설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60년대의 김승옥, 최인훈 등의 소설에서 여성인물들이 대상화되고 있는데 반해, 손 장순의 이 소설은 여성인물의 현실과 그 내면을 매우 현실감 있게 잘 그 려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소설에서 더욱 인상적인 것은 여성인물 못지 않게 남성인물에 대한 비중이 매우 크고, 그들이 속한 세계와 그 내면을 생생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남성인물들의 세계를 보면 그들은 모두 미국 유학파 출신이거나 혹은 국내 명문대학 출신으로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 이들은 국가와 민족 의 앞날을 고민하고 그 대의를 위해 살기보다는 사회적, 물질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위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적이고 속물적이다. 이들은 거의 동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서로 간에 가치의 문제를 가지고 다투는 법은 없다. 이들이 주로 경쟁하는 것은 사회적 위치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서로를 구분하고 견제하면서 치열하게 위치경쟁을 벌인다. 가 장 먼저 눈에 띄는 구분은 역시 유학파와 국내파의 구분이다. 소설 속 남 자 주인공인 문휘는 6.25 전쟁 때 참전한 후 미국의 원조정책의 일환으로 전개된 미국 유학 지원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대학 학부부터 하버드 대 학에서 수학한 재원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 학부 졸업 후 석사 과정을 밟 다가 도중에 한국으로 귀국하여 외무부로 들어갔다. 이후 능통한 영어실.

(9)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9. 력, 출중한 외모, 명문 외국대학 수학 이력으로 말미암아 4.19 혁명 이후 새로 들어선 제2공화국의 대통령 의전담당 비서관으로 발탁된다. 그의 이런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당대 미국 유학은 “성공과 출세의 보증수표”(김종영 58)였다. 미국 유학은 위치경쟁에서 이점을 담보해주고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해방기 소설을 연구한 박용 재는 해방기의 대표적 속물근성 중 하나가 ‘미국인 되기’였다고 말한 바 있고(186), 천정환ㆍ권보드래는 한국전쟁당시에서 1967년까지 도미유학 경력자가 “남한의 최고 지배엘리트와 친미파의 대종을 이루었고,” 이는 남한의 “학계, 군, 언론, 관료집단 등 모든 영역을 망라했다”(288)고 말한 다. 해방, 전쟁, 분단을 겪은 뒤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60, 70년대)에서 한 국 사회는 “개별자의 속물화”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속물화”(소영현 275)를 겪었는데, 속물사회에서 입신출세할 수 있는 지름길이 미국유학이 었던 셈이다. 문휘, 한선 등을 비롯한 미국유학생들은 모두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운 데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사람이고, 어찌하든지 간에 입신출세하겠다는 집념이 강한 사람들로 재현되어 있다. 같이 도미유학을 했던 쑤 한의 말처 럼, 이들은 “유학을 코에 걸고 보상을 톡톡히 받으려”(151) 하는 사람들인 데, 이 보상은 바로 출세의 다른 표현이다. 이들은 본인 스스로의 좋은 직장을 통해서 뿐 아니라 권세와 부가 있는 집안의 딸이거나 혹은 의사와 약사 같은 좋은 직장을 가진 여성과의 결혼을 통해서도 출세와 안정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속물이다. 그런데 󰡔한국인󰡕에서 미국유학생출신의 엘리트들의 상황이 그다지 좋 지 않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좋은 무기를 가졌다는 우월감과 입신출세 의 욕망을 안고 한국에 온 그들은 출세와 성공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 이유는 첫째, “인재소화불량증”(74)이라고 소설에서 언급되듯이, 한국의 상황이 미국 유학생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앉힐 만큼 충분한 직장을 마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나마 자리를 얻는다 하더라도 정치 적 불안정과 사회적으로 만연한 권력형 비리 때문에 쉽게 일자리를 잃게 되고, 한번 직장을 잃으면 그에 마땅한 직업을 구할 수가 없다. 둘째, 한국 의 명문대학을 나오거나 권세 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이미 사회에서 자리 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부족한 자리를 두고 국내파/유학파.

(10) 10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들이 서로 경쟁을 하게 되고 국내파들은 유학파들이 파고들 틈을 내주지 않는다. 국내파와 유학파 사이의 경쟁과 서로에 대한 경원과 배타의 사례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 한선이다. S구호물자회사에서 관리부장직을 맡고 있던 한선은 자신이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미국인들에게 모멸을 당할 때는 고독한 가운데도 다소 희망의 여 지가 있었소. 그러나 막상 돌아와 보니 이곳은 더 냉혹하고 악랄하지 않소. 이 고독감은 내게 절망을 가져오는구료. 왜 내가 직장에서 같은 한국 사람들에게 돌림을 받아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소. (73). 한선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학파에 대한 경원 때문이기도 하다. 물자부의 차장인 김도수는 구호물자를 불법적으로 활용해서 막대한 치부를 하는 인물로 목적을 위 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적 인간형이자 속물주의자이다(물 론 그도 처음부터 그런 인물은 아니고 사회 속에서 겪은 여러 배신의 경 험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국내파 출신인 그는 “영어를 잘 하는 족속 들”이 “양심과 휴머니즘을 내세우고 자존심 운운”(70) 하는 것을 경멸한 다. 기실 한선도 따지고 보면 속물이라는 점에서, 김도수의 그런 경멸에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그의 이 말 속에서 독자들은 국내파로서 도수가 지닌 열등감과 유학파에 대한 경계를 읽을 수 있다. 경쟁과 비교의식은 국내파/유학파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유학생들 내부 에서도 물론 일어난다. 도수와의 갈등과 대결로 결국 직장에서 밀려난 한 선은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한다. 한선은 사회적 위치가 없는 자신과 직장이 있는 유학생들을 비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에 대한 선망, 부러움 을 드러낸다. 이때 그의 선망은 상대에 대한 모방욕구와 자기향상의 욕구 로 연결될 수 없는 감정이다. 왜냐하면 그와 상대의 차이와 간극이 극복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져있기 때문이다. 그의 경우 선망의 감정은 상대 의 우월감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이런 상황은 그와 문휘의 다음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비서관 일을 그만두고 무역 업무를 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11)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11. 문휘에게 한선이 일자리를 부탁하는 장면에서 한선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우월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부러움을 일부러 표하고 있다. 다음에 묘사되 는 그의 내면의 속생각과 그가 밖으로 내뱉는 말을 보면 그가 어떻게 상 대방의 우월감을 이용하여 자신의 실리를 챙기는가가 잘 나타난다. 우린 정말 마음이 너무 가난하다. 돈보다 마음이 더. 때문에 이 친구 는 기분과 마음만 서면 돈도 나올 수 있고 어떤 혜택도 푸지게 나올 수 있는 허점이 있지. 그러고 보면 자선이란 얼마나 교활한 우월감이요 자기만족인가… 이런 독선은 최고의 악덕이야. 나는 조금 더 나빠지는 수밖에 없다. 그 허점을 이용하고 들어가는 거다. (169-170) 자넨 참 부러우이. 난 이만한 자리만 있으면 지금 당장은 소원이 없 겠네. 자넨 재주도 비상하지만 운도 좋아. 이때껏 살아온 게 그렇지 않 은가. (170). 그의 의도대로 이 부러움의 표현은 문휘에게 효력을 발휘하여 그는 일 자리(가방공장 공장장)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약속과 얼마간의 용 돈까지 받아낸다. 이 에피소드는 한편으로는 생존을 위해 자기의 비루함까 지도 전시해야 하는 그의 상황의 절박함을 드러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 월감의 확인만이 삶의 충족감을 주는 문휘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문휘 의 아내 희연은 문휘가 “저열한 인간을 주위에 모아 놓고 그 속에서 보강 되는 자존과 우월감 등의 일그러진 영웅심리”(174)를 가졌다고 말한다. 열등함/우월함의 이분법적 대립 속에서 관계를 인식하면서 우월감이 없으면 충족감을 느낄 수 없는 심리구조는 동성애적 관계로까지 발전한 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문휘는 계급적으로나 연령 면에서 자기보다 취약한 인물, 그러면서 자신에게 선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과 동성애적 관 계를 가지는데, 이는 권력과 우월함에 대한 그의 집착에서 기인한다는 점 에서 문제적이다. 그는 “희연에게 위축된 자아를 찾는 탈출구”(214)로서 동성애를 추구한다. 그에게 동성애 관계는 성적 지향의 문제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몰리고 초조해진 열등한 위치의 보상의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규라는 젊은이는 고학생으로 사무실에서 심부름하는 처지 인데, 처음에 그는 문휘가 대변하는 계급에 대한 선망을 가지고 있었다..

(12) 12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영규의 선망 역시 그의 열악함을 나타내는 기호이다. 당시 한국 사회에서 학벌, 계층 면에서 취약한 남자가 인간적으로 얼마나 모멸과 멸시, 냉대를 받는지 알게 해주는 인물인 영규는 성적 지향 때문에 동성애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열악한 위치 때문에 동성애 관계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동성애관계가 성적 지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 제로 제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소설에서 문휘, 한선으로 대변되는 엘리트 남 성들의 세계는 우월감/열등감, 승리/패배의 이분법 속에 놓여 있고, 이런 세계에서 선망의 표현은 곧 열등함의 기표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세계에 서 시기/선망하는 주체는 열등한 주체이다. 남성은 열등함의 위치를 매우 치욕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우월함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상대 방의 우월함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상태, 그리고 자신의 열등함을 치욕스 럽게 생각하는 상태, 이것은 바로 시기심의 감정에 다름 아니다. 소설에서 문휘는 자신의 이런 감정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우월감에 대한 그의 집착은 동성애라는 더 극단적인 길로 나아가게 하고, 자신의 일탈이 노출 되었을 때 그런 일탈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 자아분열에까지 이른다.. Ⅳ.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시기감정 󰡔한국인󰡕의 여성 주인공들 역시 남성주인공들 못지않게 고등교육을 받 은 수재들이다. 이들은 미국 유학을 다녀오거나 (서울대와 이화여대로 추 정되는)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흔히 시기 질투의 관계가 여성인물들 사이에서 많이 묘사되는데 반해 소설에서 주요 여성인물들은 서로 간에 시기 감정을 경험하지 않으며 오히려 공감과 지지를 나누는 우정의 관계 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이것은 이 소설 이 여성들간의 관계보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 이라는 점에서 페미니즘 의식과는 관련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소설에는 1960년대 여성소설가들의 소설에서 지식인 여성들이 흔히 겪는 내적 갈등인 “개인의식”과 “현모양처의 길 사이의 갈등”(이선미.

(13)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13. 413)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지식인 여성인 희연, 쑤 한, 혜미의 결혼 이 자아실현의 좌절과 연결된 것으로 시사되고는 있지만4) 이런 상황이 주된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여성인물들 중 시기의 감정의 자장 속에 있는 인물은 희연과 혜미이다. 희연은 자신의 감정과 기질, 가족과 사회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 자신의 행동과 선택의 의미, 사회의 흐름 등에 대한 인식과 시각이 분명한 이지적 인 여성이다. 그녀는 똑똑하고 현대적이고 강한 개성의 소유자이지만 전 통 양반 집안 출신인 친정어머니의 영향으로 절제와 조율과 예의를 안다. 그녀는 제임스(James, Henry)의 󰡔어느 귀부인의 초상󰡕(The Portrait of A Lady)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자벨 아처처럼 사회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소 위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남성 구혼자를 마다하고 최악의 배우자를 선 택하는 우를 범해 고통을 받는다. 그녀는 문휘가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생에 대한 태도가 겸 허”하면서도 “남자의 긍지를 잃지 않고 착실하게 살려는 태도”(151)가 있 다고 판단하여 이를 높이 사서 결혼했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가면서 문휘 에 대한 자신의 이런 판단이 치명적인 오류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녀가 높이 산 그의 “겸허”는 “자기 불안에서 온 소심과 공포”였다는 것(152), 그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서구적 감각과 사고방 식, 합리성을 증오하고 억압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겐 정신세계가 없다는 것을 그녀는 절절이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 생활의 갈등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탓하거나 상 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를 다하려는 인물이 다. 그녀에게 주목할 점은 그녀에겐 비교의식이나 열등의식이 없으며, 따 라서 그녀 주변 사람에 대해 선망이나 우월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그것은 그녀의 주변 사람들과 그녀가 추 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족적인 정신세계’를 추구하. 4) 희연은 자신에게 적합한 직장이 없어서 결혼을 선택했고, 쑤 한은 유학을 성공 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넉넉지 못한 경제형편 상 안정을 도모할 다 른 방편이 없기 때문에 결혼을 원한다. 그리고 혜미는 자신이 갈망하던 미국 유학의 길이 가정형편으로 인해 3 년째 무산되자 결혼을 선택한다..

(14) 14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며5), 각 개인은 타인과 절대적인 공감을 나눌 수 없는 고독하고 개별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에게 절대적인 공감을 요구하지 도 제공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가부장적 사고를 내면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편에게 종속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녀의 행복은 남 편, 아들의 존재에 달려 있지 않고,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그녀의 가치, 그 녀가 추구하는 정신세계에 달려 있다. 그녀는 그녀가 놓인 가족구조, 사회 구조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다른 누구와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 그녀는 시기하는 주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기를 받는 주체 이다. 그녀는 전근대적인 가족 구조 속에서 시어머니와 동서들의 시기의 대상이다. 시아버님과의 관계 속에서 충족감이 없는 시어머니는 오로지 아들, 그것도 둘째 아들인 문휘에 대해 과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희연 의 시어머니는 문휘를 사이에 두고 며느리인 희연과 애정경쟁을 한다. 그 녀는 끊임없이 며느리를 모함함으로써 문휘와 며느리의 사이를 떼어놓으 려 한다. 희연을 시기하는 또 다른 인물들은 동서들이다. 동서들은 희연이 자신들에게는 없는 아들을 낳아 시부모의 인정을 얻을 때, 그리고 자신들 은 누리지 못하는 독립적 주택을 희연이 장만할 때, 희연을 시기하여 시부 모님과 희연을 갈라놓으려 한다. 희연은 이런 식의 관계구조가 전근대적인 한국적인 가족 구조에서 오 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시어머니나 동서들을 특별히 미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인식은 미국식 개인주의에 대한 그녀의 평가에서 드 러난다. 그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 미국의 문화에 대해 매우 비판 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데, 전근대적인 한국의 가족 구조를 경험하고 나 서는 부부중심의 삶, 개인적인 삶을 허용하는 미국식 개인주의를 긍정적 5) 희연이 추구하는 정신세계를 50, 60년대에 매우 강조되었던 ‘교양’개념으로 설 명하는 평자들이 있다. 김우영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녀에 의하면 작가는 희 연을 불문학 전공자로 설정하여 아메리카니즘의 물질주의와 속물성에 비판적 인 시각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희연은 “Bildung으로 대표되는 유럽 문 화의 교양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희연에게는 “한 국의 전통적 상류층인 양반의 정신세계의 영향”도 같이 가지고 있다고 김우영 은 지적한다. 김우영. 「여성 지식인의 외부자 되기와 그 임계: 손장순 작품을 중심으로」. 󰡔여성문학연구󰡕 37호. 74-5쪽..

(15)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15. 으로 평가한다. 혜미의 삶은 그야말로 시기 질투 선망으로 점철된 삶이다. 혜미에게는 희연같은 주체의식이 없다. 그녀는 “화초처럼 아버지의 이상에 따라 키워 졌고”, “그 울타리를 뛰어나가려는 생각 없이 그 안에서 행복감과 만족감 을 누리며”(32) 살아왔다고 말해진다. 혜미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비 교의식과 경쟁의식이다. 비교의식과 경쟁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늘 타인을 의식하는 삶을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녀는 희연처럼 자신의 고유의 정 신세계를 추구하지 않고 외부의 시선,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는 인물이다. 그녀의 첫 비교상대이자 경쟁상대는 언니 혜림이다. 그녀는 언니 혜림 이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해 질투하면서 열등감을 느꼈다. 언니에 대한 열등감은 관희와의 결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녀는 언 니의 옛 애인이었던 관희와 결혼할 때, 언니에 대해 묘한 우월감을 느끼기 도 했던 것이다. 이렇듯 그녀는 매사를 비교의 관점, 경쟁의 관점으로 바 라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혜미의 비교와 경쟁이 그녀 자신의 욕망을 둘러싸 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언니)의 욕망을 자 기의 것으로 하여 관희와 결혼했고, 당대에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 던 미국/미국유학을 자신의 것으로 선망하여 그토록 미국 유학을 꿈꾼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욕망은 타인의 욕망이다. 그래서 그녀는 기실 자신 의 욕망의 대상을 정확히 모른다. 남편인 관희에 대해서도, 선망의 대상인 미국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남편을 잘 모르는 채 일방적인 이해와 애정만 을 받기를 원하고, 미국을 잘 모르는 채 맹목적으로 선망하기만 한다. 결혼 생활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타자들의 차이에 주목하고, 이 차 이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열등함을 느낀다. 남편의 좋은 가문/제주도 섬 출신의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배경, 시댁 식구들의 바위처럼 강한 개성/ 꽃 같이 바람에 나부끼는 연약한 자신의 개성, 시댁 식구와 남편의 관계/ 자신과 남편의 관계, 시집의 동양식 가옥/ 침대를 갖춘 양옥 가옥, 확대가 족/부부중심의 독립가정 등의 비교를 통해 그녀는 자신의 결핍과 부족을 느낀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 관계에 대해 그 가치 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에게 없는 것을 선망한다. 결핍, 열등함에 사로 잡혀있는 그녀는 복잡하고 폐쇄적인 마음의 결을 가지게 되고 이는 타인.

(16) 16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에 대한 이해와 수용에 바탕을 둔 관계를 저해한다. 그녀의 미국선망은 미국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유학경험자 쑤 한은 말한다. 실제 작품에 형상화된 유학생들의 인종차별경험, 희연을 통해 제 시되는 미국 정책과 문화의 문제점 등을 통해 볼 때 미국은 그리 이상적 인 곳이 아니다. 그녀는 영문과 전공생으로서 어설픈 지식만으로 미국을 이상화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그녀의 열등한 위치를 보상해 줄 기회, 탈출구로 그녀에게 여겨지나, 미국에 대한 선망이 결국 미국인의 성적 노 리개로 이용만 당하게 만드는 비극을 초래한다. 미국인의 동거녀라는 위 치는 그녀에게 수치의 위치이므로 그녀는 자기가 속한 세계와 완전히 단 절하고 급기야 자살을 선택한다. 한편 미국유학을 중단하고 신경쇠약에 걸려 한국에 온 쑤 한이야말로 혜미보다 훨씬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다. 혜미는 그나마 의사인 아버지의 지원을 받고 서울에 와서 공부할 수 있었지만 쑤 한은 권세가의 2호 첩인 언니의 어려운 도움을 받고 미국 유학을 한 처지였다. 그런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 그녀는 원하는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유학생 남성에게나 국내파 엘리트 남성에게나 결혼할 좋은 상대로 여겨지지 않 는다. 고등학교 때 명석하여 ‘퀴리 부인’처럼 되겠다는 꿈을 안고 유학을 갔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은 그녀였지만, 결혼만이 안정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그런데 쑤 한에게는 비교의식과 열등감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실패를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자신보다 상황이 좋은 희연 같은 친구에 대 해서도 시기가 아니라 공감과 지지의 관계를 유지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 의 상처를 드러내고 나누며 커다란 시련을 겪으면서도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자기감정에 거리를 둘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아 새로운 길을 추구 할 여지를 제공받는다.. Ⅴ. 나가며 이어령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것이 한국이다󰡕의 후기에서, 자신이.

(17)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17. 그 책에서 한 일은 ‘한국인의 자화상’을 그려보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한 국의 진정한 자화상은 추하고 이지러진 모습, 비참하고 흉측한 상처까지도 내보여야 그려질 수 있는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래서 그는 “악운과 가난과 횡포와 그 많은 불의의 재난들”(15)을 겪어 오면서 “가축 같은 몸짓으로 쫒겨 가는” 모습을 우리 한국인들의 비밀의 (참)모습이라 제시했다. 흉측한 상처와의 대면을 통해서만이 상처의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은 작가 손장순의 기본 생각이기도 하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이 매우 강렬하게 녹아있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일그러진 한국 지성인의 모습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런 일그러진 모습이 60년대 초의 한국 사회의 상황 속에서 배태된 것임을 소설 곳곳에서 암시한다. 60년대 초의 불안정하고 불균형하며 부조리한 한국 사회는 “애매모호한 혼란과 불확실성과 착 란”(171) 속에 있는 남성지식인 인물들을 낳았다고 작가는 제시한다. 필자는 작가가 제시하는 이런 애매모호한 혼란과 불확실성 속의 남성 들을 지배하는 감정 중 하나가 시기 감정이라고 보았다. 우월함/열등함, 승자/패자의 이분법적 비교 속에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며, 자신의 열등 함과 상대의 우월함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감정, 일탈을 통해서라도 우월감 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 병적인 마음상태는 시기감정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 시기 감정은 입신출세의 욕망의 좌절의 결과를 더욱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유해하고 파괴적이다. 그리고 여성인물인 혜미의 삶은 시기 감정에 속하는 선망의 감정이 타 자지향적인 사고, 타자에 대한 이상화, 내면적 결핍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흔히 사회적으로 무해하다고 이해되는 선망의 감정 도 개인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할 수 있음을 시사 받을 수 있다. 또 주관 이 뚜렷하고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중시하며 외부의 시선, 외부의 욕망의 영향에서 비교적 독립적인 희연은 비교의식과 시기/선망의 감정에서 자유 롭다는 점, 소설 속의 대부분의 엘리트 인물들의 삶이 파괴되는 데 반해 희연은 새로운 출발의 가능성을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볼 때, 내적인 성찰,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가치가 가지는 힘이 새삼스럽게 더욱 부각된다..

(18) 18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참고문헌 강준만, 󰡔한국인코드󰡕. 인물과 사상사, 2006. 권보드래ㆍ천정환 지음, 󰡔1960년을 묻다: 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여성󰡕. 천년의 상상, 2012. 김양선, 「‘한국여류문학상’ 이라는 제도와 1960년대 여성문학의 형성」. 󰡔여성문학연구󰡕 31호. 여성문학학회, 2015. 김우영, 「여성 지식인의 외부자 되기와 그 임계: 손장순 작품을 중심으로」. 󰡔여성문학연구󰡕 37호. 여성문학학회, 2016, 나카노 노부코ㆍ사와다 마사토 지음, 노경아 옮김, 󰡔감정본색: 뇌과학자 와 심리학자가 이야기 하는 분노와 원한, 시기와 질투󰡕. 플루토, 2015. 박형신ㆍ정수남,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공포 감정의 거시사 회학󰡕. 한길사, 2015. 방민호, 「한국문학의 1960, 1970년대와 손장순 문학의 의미」. 󰡔아프레게 르와 손장순 문학: 손장순 문학연구󰡕. 방민호 외.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2. 소영현, 「전쟁 경험의 역사화, 한국 사회의 속물화」. 󰡔한국학연구󰡕 32권, 2014. 손장순, 󰡔한국인󰡕. 민성사. 1994. 안서현, 「여성주체의 세 가지 실존적 모험 – 손장순 장편소설의 변화양상」. 󰡔아프레게르와 손장순 문학: 손장순 문학연구󰡕. 방민호 외. 서 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2. 전혜자, 「현대소설의 도시생태적 독법에 대한 연구- 손장순의 <한국 인>을 중심으로」. 󰡔현대 소설연구󰡕 12호. 2000. 조(한)혜정,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한국의 여성과 남성 2󰡕. 또하나 의 문화, 1998 차운아, 「부러움: 한국의 “무해한 선망”」. 󰡔한국심리학회지󰡕 23권 2호, 2009. 한병철, 󰡔피로사회󰡕. 문학과지성사, 2010..

(19) 욕망의 좌절과 시기 감정: 1960년대 한국 엘리트의 감정 구조 19. Belk, Russell, W. “Materialism: Trait Aspects of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2.3(Dec., 1985). Matt, Susan, “Children’s Envy and the Emergence of the Modern Consumer Ethic, 1890-1930.” Journal of Social History 36.2 (2002). Ngai, Sianne, Ugly Feelings. Cambridge: Harvard UP, 2005..

(20) 20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ABSTRACT. The Frustration of Desire and Envy: The Emotion of the Elite in the 1960’s Korean Society – Son Jangsoon’s The Koreans Kim, Youngmee This study tries to examine the emotion of the elite characters in Son Jangsoon’s early novel, The Koreans. In this novel, most characters are found to have an envy feeling, except for two female characters, Heeyeon and Sue Han. Although the writer does not consciously explore the envy feeling here, she excellently represents the harmful effects of the envy feeling. In this novel, the envy feeling is related to the desire for success and its frustration. In 1960’s, people had high expectation of improvement in their individual lives. The elite groups were more likely to have a successful life with good education. But in this novel, these elite people suffer from frustration of their desire and experience of the envy feeling. The impressive point in this novel is that not only females but also males are shown to have the envy feeling. Envious people have the tendency to compare themselves with people around them, to feel shame in an inferior position and to aspire for superiority. In these envious characters, the feeling of envy reveals their lack, their inferiority and it never provides them with the way to escape from their suffering situation. The writer suggests that the envy feeling can be overcome by pursuing other valuable things and focussing not on other people’s desire but on their own desire. Key Words : Son Jangsoon, The Koreans, envy, elite, inferiority, lack 논문접수일 : 2017. 02. 10 심사완료일 : 2017. 03. 01 게재확정일 : 2017. 03. 03.

(21) 비교문화연구 제46집 (2017.3) pp.21~42. 시기심과 고통: 자기계발 서사에 나타난 감정 연구 - 막장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중심으로 -. 박 숙 자 (경기대학교). 국문초록 이 연구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감정 양상을 막장드라마(Soap Opera)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특히 ‘시기심(envy)’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였다. 시기 심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비교의 감정으로 질투심과 달리 이자관계(dual relationship) 안에서 나타나는데, 상대방의 행운(승리)을 불 쾌, 부인, 방해하려는 역동을 가지고 있다. 시기심은 이처럼 부정적으로 감정으 로 간주되는 게 일반적인데, 막장드라마 속에서 재현되는 시기심은 몫이 한정된 경쟁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열정으로 전치되어 나타나고 있다. ‘시기심’으로 촉발 된 경쟁이 결국 자기계발의 성공 드라마로 재현되는 양상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현된 시기심은 무한경쟁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열정으로 비화되거나 혹은 사악한 행동으로 개별화되면서 인물이 놓인 구조적 맥락이나 그 속에서 발원하는 고통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인물의 감정을 ‘시기 심’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주체를 재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물이 처한 고통이나 맥락을 변용시켜 냄으로써 탈법적이고 비윤리적 현실논리를 승 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의 통속극과 궤를 달리해서 봐야 한다. 주제어 : 시기심, 막장드라마, 고통, 신자유주의, 자기계발, 성공, 서사, 서바이벌, 개별화, 감정, <아내의 유혹>.

(22) 22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Ⅰ. 시기심의 감정구조 󰡔오셀로󰡕는 시기심에 의한 생의 소진을 보여주는 고전이다. 이 이야기 는 오셀로의 ‘사랑’을 ‘스캔들’로 보려는 악당 이야고의 시기심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야고는 흑인 용사 오셀로가 베니스의 숱한 남성들을 제치고 ‘천상의 여인 같은’ 데스데모나의 마음을 얻었다는 사실에 부러움과 질투 를 느끼는데, 공교롭게도 오셀로 등장 이후 승진까지 좌절되면서 불쾌감 이 확대된다. 그래서 이야고는 오셀로를 ‘무어인(아랍계 이슬람교도)’으 로 하대하며, ‘오셀로의 기쁨을 뺏’는 것을 생의 목적으로 삼게 된다. 이야 고는 데스데모나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오셀로를 경쟁 상대 로 여기지도 않는다. 오직 오셀로의 “기쁨에 독약을 뿌리는 것”1)이 목적 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셀로의 승리를 방해하는 것이자 그 상태를 부인 함으로써 상대의 기쁨을 파괴하는 것이다. 시기심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비교의 감정 이자 대상과의 거리가 비교적 멀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나는 감정인데, 대 상에 대한 선망과 불쾌의 양가적 감정을 해소할 때 발현되는 감정이다.2) 대상에 대한 선망과 자신의 열등한 처지에서 비롯된 불쾌감이 폭력으로 전이되면서 ‘상대방의 기쁨을 빼앗는’ 감정이 시기심이다. 시기심과 질투 는 거의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지만, 전자가 주체와 대상 간의 이자관계에 서 나타나는 감정이라면, 후자는 주체와 대상 사이에 매개자가 있는 삼자 (삼항)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이다. 이를테면 질투는 주체와 매개자가 대상을 향해 동시에 경쟁하는 삼각관계에서 잘 드러나는 데 반해3) 시기 는 󰡔오셀로󰡕에서 보다시피 자신과 실력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오 1) 세익스피어, 󰡔오셀로󰡕, 최종철 역, 민음사, 2001. 27쪽 2) 김영미, 「소비사회와 시기하는 주체」, 󰡔감정의 지도그리기󰡕, 2015. 245-267쪽. 3) 지라르는 근대적 주체의 욕망 성립 과정에서 ‘매개된’ 욕망을 가정하면서 주체 의 성장, 퇴행, 속물화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비록 이 욕망이 모방된 것이라는 점에서 ‘거짓’이기도 하지만, 이 욕망을 매개로 개인과 세계, 자아와 대상 간의 수직적 초월이 일어나기도 하고 매개자와 다를 바 없는 짝패 경쟁을 벌이기도 하다. 때로 자신의 욕망과 중개자의 욕망이 서로 비슷해 경쟁이 치열해질 때 희 생양을 만들어 모방 경쟁을 완화하는 사회적 상징적 기제가 발달하게 된다. 지 라르,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한길사, 2001..

(23) 시기심과 고통: 자기계발 서사에 나타난 감정 연구 23. 셀로의 행운을 부인하는 것이다. 질투에 비해 시기심이 좀더 원초적이라 고 말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때로 시기심에 대한 논의를 근대화 이후에 불평등을 교정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욕구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현대사회의 불안정성, 경 쟁적인 구조, 정보통신의 발달을 배경으로 이 감정이 더 강화되었다고 말 하는 것이 그것이다.4) 적어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으로서 평등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심은 사회부조리와 불 평등을 감각하는 ‘분노’와는 그 차이가 분명하다. 시기심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상에 대한 완전한 파악이나 합리적 추론 속에서 배태된 감정이 아니라5) 개인들의 무의식적 감정이자 본능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 다. ‘시기심’ 안에 ‘평등주의적 요구’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양 상이 보편적이거나 의식적이지 않으며 대개 개별적인 방식으로 상대방을 음해하거나 부인하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신자유주의의 맥락 속에서 시기심이 부정적인 감정이 아 니라 오히려 주체의 열정으로 긍정되는 듯 보인다. 한정된 몫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무한경쟁의 맥락- 마치 ‘의자뺏기’의 세계처럼- 속에서 시 기심이 남의 것을 탐하는 부정적인 마음이 아니라 경쟁 대열에서 살아남 고자 하는 의지처럼 전유되는 것이다. 이는 비교우위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 신자유주의의 서바이벌의 프레임 속에서 한층 더 강화되어 재현된 다. ‘감정’과 ‘자본주의’가 연동하며 주체의 감정이 자기계발의 대상처럼 조형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6) 한병철은 신자유주의적 주체를 ‘성과주 체’로 요약하면서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자기 착취”하는 ‘신자유주의적 자아 기술’이 발명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이 세계 속에서 ‘심리’, ‘감 정’은 ‘통치’와 분리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열정, 기쁨, 모험, 감정 모두 자아 관리의 기술처럼 상상된다는 것이다.7) 이 속에서 시기심은 개인의. 4) 김영미, 앞의책, 251쪽. 5) 클라인이 설명하는 것처럼 시기심은 유아가 엄마의 젖가슴에 투영하고 있는 이상화와 불쾌 사이에서 작동한다. 6) 에바 일루즈는 “경제 영역은 감정이 결여된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정서로 가득한 영역”이라고 지적하며 ‘감정자본’의 등장을 얘기한다. 에바 일루즈, 󰡔감정자본주의󰡕, 김정아 역, 돌베개, 2010. 54쪽..

(24) 24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부정한 감정으로 감춰지는 게 아니라 서바이벌 세계 속에서 주체의 감정 으로 긍정될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사정이 이러하다면 무한경쟁에 지속적으로 연루되는 주체들의 피 로, 고통, 불안은 상당할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주체들이 느끼는 열 정 이면에 놓인 두려움, 공포, 불안이 동시에 얘기되지 않은 채 시기심을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치부한다면 주체가 가진 복합적 감정구조를 설명하 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홍중은 한국사회를 신자유주의가 극대화된 ‘서 바이벌’이 목적이 된 사회라고 말한다. 무한경쟁의 서버이벌이 전면화되 었다는 것,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최대치로 살아남는’ 일차적인 의미의 생존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8) 때문에 이 세계를 살아가 는 개인들은 ‘공포’, ‘불안’, ‘적대 상태에 놓여있다고 얘기한다. 같은 맥락 에서 정수남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주체의 감정을 ‘공포’로 진단한다. 원래 공포가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지만 공포의 극복을 사회적 신뢰관계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 채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 기게 되면서 개별화된 개인들이 감내하는 몫이 커졌다고 말한다.9) 또한 박미선은 지속적인 경쟁과 불안정성 속에서 삶에 대처하는 능력 자체가 소진된 ’곤경‘에 빠진 개인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10) 아울러 서 동진은 환멸과 분노로 이루어진 ‘적대의 경제’로 이 사회를 분석한다.11) 또, 김찬호는 이러한 곤경과 적대가 한국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면면히 지속되지만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면서 각각의 개인들이 겪는 ‘모멸감’ 의 정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12) 이 세계 속에서 ‘생존’은 일차원적이고 동물적이다.. 7) 한병철, 「심리정치󰡕, 문학과지성사, 2015. 9-50쪽. 8) 김홍중, 「서바이벌, 생존주의, 그리고 청년세대」, 󰡔사회학적 파상력󰡕, 문학동 네, 2016. 255-291쪽. 9) 정수남, 「공포, 개인화, 그리고 축소된 주체」,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 는가󰡕, 한길사, 2015. 103-138쪽 10) 박미선, 「로렌 벌랜트: 잔인한 낙관주의와 신자유주의 시대의 감정」, 󰡔여/성이 론󰡕, 2015.12. 11) 서동진, 「정동의 경제, 경제의 정동」, 󰡔감성사회: 감성은 어떻게 문화동력이 되었나󰡕, 글항아리, 2014. 19-46쪽. 12) 김찬호, 󰡔모멸감: 굴욕과 존엄과 감정사회학, 문학과지성사, 2014. 83-90쪽.

(25) 시기심과 고통: 자기계발 서사에 나타난 감정 연구 25. 서바이벌 세계에서 ‘시기심’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감정처럼 자극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놓인 불안과 갈등과 동시에 재현하지 않는다면 이는 무한경쟁을 명령하는 프로파간다와 다름없다. 몫이 정해져 있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 몫’을 가져야만 하는 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은 끔찍 한 고투이다. ‘생존’의 전쟁터에서 승패는 삶과 죽음으로 귀결될 만큼 험 난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막장드라마 속에서 재현된 경쟁관계는 서바이 벌 세계와 유비관계에 놓인다고 볼 정도로 유사하게 드러나는데13) 인물 이 놓인 맥락 보다 스펙타클한 사건과 과장된 감정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인물 간 경쟁 자체가 극의 재미로 드러나고 있다. 또 이 경쟁 과정 안에 탈법적, 불법적 요소까지 끌어들이며 성공 여부만을 초점화함에 따라 각 각의 인물들이 탈인격화되는 양상까지 띠고 있다.14) 이로 인해 막장드라 마는 기존 통속극와 달리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세계를 그리면서 ‘해도해 도 너무 한다’는 비난을 사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시청자들은 이러한 막 장드라마에 연루되어 간다.15) 이는 막장드라마를 기존의 통속극과 달리. 13) 우선 막장 드라마는 “보통의 삶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일들 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드라마”로 대개 복수, 불륜, 치정, 감금, 구타 등 패륜적 불륜적 행위가 드라마의 극적 구조를 해칠 정도로 ‘갈 데까지 간’ 통속 극이라고 얘기된다. 이를테면 막장드라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아내의 유 혹> 70회는 전체 방송분량 33분 중 15분10초가 고함ㆍ싸움ㆍ절규”(최승현, 「‘막장’보다 더 무서운 ‘분노 드라마’의 폭주」, 󰡔조선일보󰡕, 2009년 2월 23일) 등으로 도배되고 있으며 선정성 폭력묘사가 지나쳐 경고조치를 받는 것은 물 론, 이를 시청하는 시청자들까지도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한탄’에서 시작해 서, ‘이것도 드라마인지’ 묻는 비난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드라마’가 지녀야 기본적인 덕목들조차 무시하며 전개된다. 플롯의 비일관성, 인물의 성격파탄, 폭력적인 대사와 사건은 ‘저급’, ‘통속’이라는 종전의 잣대만으로 막장 드라마 를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14) <아내의 유혹>의 폭력성 노출 수위가 높아 ‘경고 조치’를 직접 방송하기도 했 다. “SBS-TV는 지난 2008년 12월 11일, 12월 25일, 2009년 1월 9일 1월 14일, 1월 15일, 1월 23일, 1월 27일자 ‘아내의 유혹’ 프로그램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 (윤리성) 제33조 (준법정신의 고취) 등, 제35조 (성표현) 제36조 (폭력묘사) 제44조 (수용수준) 제51조 (방송언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결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15) “‘막장 드라마’를 기존 통속극의 연장선상에서 ‘권선징악 구도에 따른 대중적 카타르시스 유도’ 정도로만 해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를테면, 막.

(26) 26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해석해야 할 이유이다. ‘막장드라마’는 권선징악에 기반한 통속 드라마를 넘어서는 새로운 양식의 출현으로, 이 시대의 감정 구조와 밀접하게 연동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막장 드라마의 문제적 양상이 신자유주의적 질서 를 내재화한 드라마 형식이라는 점, 그리고 이 속에서 시기심이 경쟁을 촉발해내는 감정이라는 점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Ⅱ. 신자유주의 시대와 ‘시기심’이라는 감정 1. ‘시기심’으로 촉발되는 서사 <아내의 유혹>은 2008년 11월 3일부터 2009년 5월 1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일일드라마로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복수하 는 이야기이다. 30퍼센트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로 ‘막장드라마’ 논란 에 불을 지폈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은 구은재(장서희)와 신애 리(김서형)이다. 이 둘은 한 집에서 자란 둘도 없는 자매이자 친구이다. 신애리는 아버지가 뺑소니로 죽고 어머니가 재가하게 되자 친구 구영수 의 집에서 딸처럼 자랐다. 그런데 인물소개에서도 요약되고 있는 것처럼, 애리는 은재와 같이 자매처럼 성장했지만 ‘늘 피해의식과 경쟁의식’이 있었고, 은재에 대한 시기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데 은재가 부잣집으로 시집가게 되자 시기심이 폭발, 결국 은재의 남편인 교빈과 불륜 관계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 시기심이 129회 일일드라마를 추동해내는 내적 역 동이다.. 장 드라마의 기본구조를 분석한 글에 따르면 ①익숙하고 단순한 구조 ②공감 가는 대상 찾아 빠져 들기 ③대상을 괴롭히는 악역은 필수 ④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 속 악역 욕하기 ⑤저비용, 높은 시청률 등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또 다 른 글에서는 ①악은 철저히 응징한다 ②에둘러 가지 않는다 ③질질 끌지 않는 다 ④‘막장’에도 연기력은 필수”라고 논의된다.(김고은, 「쉽다…빠르다……죗 값을 치른다: ‘아내의 유혹’ 시청자는 왜 열광하나」, 󰡔PD저널󰡕, 2009년 1월 21일.).

(27) 시기심과 고통: 자기계발 서사에 나타난 감정 연구 27. <표 1> <아내의 유혹> 인물소개(http://tv.sbs.co.kr/temptation) 은재의 집 구은재 : 장서희. 교빈의 전처. 민현주의 양딸. 믿었던 남편과 친구의 배신으로 죽을 고비까지 넘기며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후일 민토탈 뷰티샵 사장이 된다. 구강재 : 최준용. 은재의 오빠. 하늘의 남편. 과거에 애리를 좋아했었기에 애리 에게 순종적이며 다정다감했지만 은재의 상처와 아픔을 알게 되면서 애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은재에게 힘을 보탠다. 구영수 : 김용건. 은재의 아버지. 밤무대 가수. 은재, 강재 남매에겐 너무도 소 중한 우리 시대의 아버지. 민사장의 사업장이 있는 건물의 경비실장 으로 일한다. 윤미자 : 윤미라. 은재의 어머니. 민현주 사장과는 민사장의 요리도우미로 일 하면서 알게 된다. 은재의 친구 애리가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자, 연 민을 느끼는 다정한 부인이다. 교빈의 집 정교빈 : 변우민. 조강지처인 은재를 배신하고 애리와 바람이 난다. 은재를 바 닷물에 끌고 들어가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가는 악행을 저지른다. 정하조 : 김동현 하늘, 교빈, 수빈의 친부. 천지건설을 세운 천지건설 회장. 과 거에 민현주 사장과의 관계에서 민사장을 배신한다. 백미인 : 금보라. 교빈, 수빈의 어머니. 사치스럽고 무식하다. 정하늘 : 오영실. 정하조와 민현주 사장 사이에서 낳은 딸. 강재의 아내. 10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정수빈 : 송희아. 교빈의 여동생. 은재의 여고 후배이자 집안에서 바른 말을 한 다. 은재를 많이 도와주며 애리를 올케로 생각하지않고 서로 보기만 하면 으르렁된다. 애리의 집 신애리 : 김서형. 교빈의 후처. 은재의 친구이자 강재의 애인으로 교빈을 유혹 해 은재에게 큰 상처를 안긴다. 훗날 은재의 복수타겟이 되는 인물.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자 이에 연민을 느낀 은재는 애리를 배려한다. 정니노 : 정윤석. 애리의 아들. 교빈의 불륜으로 생긴 아이. 건우의 집 민현주 : 정애리. 토탈뷰티샵 사장. 하늘의 친모이자 건우와 은재의 양모. 정회 장에게 사기와 배신을 당한후 은재와 같은 마음으로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민건우 : 이재황. 민현주의 양아들. 소희가 사라진후 은재에 대한 마음을 가지.

(28) 28 비교문화연구 제46집(2017.3). 고 있다. 민소희 : 채영인. 민현주의 외동딸. 건우를 좋아한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극 후반에 다시 살아 돌아온다. 그 후, 자신의 이름으로 산 은재를 괴 롭히고 애리와 손을 잡지만 결국 애리를 배신한다.. 드라마는 신애리가 5년 간의 파리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서 시 작한다. 애리의 본격적인 도전과 유혹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애리는 서울 로 돌아오자마자 교빈을 만나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교빈은 처가쪽 식구 랑 얽힐 정도로 ‘개망나니는 아니야’라고 단칼에 거부하지만 성공한 애리 를 끝내 뿌리치지 못한 채 집까지 얻어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애리는 “내 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교빈씨”(2회)라고 말하며 은재를 찾아가거나 은재 시댁에 방문하는 등 은재의 자리를 뺏기 위해 부심한다. 애리의 목적 은 은재의 자리를 뺏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리는 은재에게 식모처럼 살지 말라고(6회) 충고하는 척하며 이간질하거나, 은재집에 “구박데기로” 산다 고(5회) 친정집에 고자질해서 불편한 관계를 유도하거나 심지어 교빈과 커플링을 하고 다니며 은재에게 자기 존재를 알리기 위해 도발한다. 애리 는 자신이 은재 자리를 차지해야지만 그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교정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내의 유혹>에서 애리의 ‘시기심’은 불평등한 관계 에서 초래된 원한의 감정처럼 이야기된다. “교빈이 은재를 건드리고 결국 결혼까지 이르자, 묘한 시기심과 질 투심을 느낀다. 은재와 같은 집에서 성장하면서, 은재에게 늘 피해의식 과 경쟁의식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은재와 비슷한 성적이 었음에도 전문대를 가야 했고, 오랫동안 준비했던 디자인 공모전에서 도 은재에 밀려 파리 유학이 좌절됐다. 부잣집으로 시잡간 은재가 늘 부러웠고, 부잣집 아들의 사랑을 받는 은재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그러 던 중, 우연한 기회에 교빈과 눈이 맞아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고, 교빈의 지원을 받아 꿈에 그리던 파리 유학을 떠나게”16). 16) <아내의 유혹> 신애리 설명 http://movie.daum.net/tv/crew?tvProgramId=52208#charId=15569.

(29) 시기심과 고통: 자기계발 서사에 나타난 감정 연구 29. 이는 신애리의 악다구니 속에서 빈번하게 반복된다. 이를테면 ‘우리 시 대의 아버지’17) 역할을 맡은 구영서(김용건 분)는 자신에게 딸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말하지만, 애리는 ‘부엌데기’로 “눈치밥에 새우잠”(9회) 자며 “밥하고 설거지한 기억밖에 없다”(17회) 말한다. 또 은재 엄마에게 “딸로 큰 적도 없어요”라며 “나, 아줌마 부엌치워 주던 불쌍한 생명 아니 라구요”(36회)라는 악다구니도 서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2년제 전문대 갈 때 은재는 4년제 대학갔다고 하면서 “작은 딸”이 아니라 “집안 의 부엌데기”, 다시 말해 “콩쥐”였다고 기억한다.(9회) 또 구영서네 집에 서는 차별없이 키우지 않았으냐고 이야기해 보지만(8회) 애리가 기억하는 것은 불평등한 관계(딸-부엌데기)에서 초래된 차별적 대우이다. 이런 원 한은 오인된 기억으로까지 이어진다. 애리는 은재에게 “니 부모가 내 부 모의 교통사고 보상금을 가로 채서 니가 옷 사입고 대학 다닌거 아니”(23 회)라고 비난한다. 물론 이 기억은 애리의 착각이다. 애리 부모님은 뺑소 니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보상금이나 합의금이 없다. 은재 오빠인 강 재가 이런 사실을 정정해서 알려주지만 그렇다고 애리의 태도가 달라지 지 않는다. 애리는 ‘가정파괴범’이라는 비난에도 은재의 침실까지 침입하 며 “내 사랑, 내 눈물, 내 외로움만 볼거야”(17회)라는 집착에 가까운 고집 으로 은재의 자리를 탐한다. 이처럼 <아내의 유혹>에서 시기심은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처럼 얘기 된다. 불평등한 신분, ‘편’과 ‘빽’이 없고 가난한 집안 때문에 누적된 삶의 비참함에 애리는 고통받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애리가 원하는 것은 ‘정상. 17) <아내의 유혹> 중에서 ‘구영서’ 인물 설명..

수치

[그림  3] 치카노인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었다.Ⅳ.  경계에서  경계지대로 미국에서 라티노 인구가 급증하면서 경계선 권력에 입각한 지리적 상 상력에 대한 반론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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