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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배경복사의 의미 - 공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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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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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노벨물리학상

저자약력 공진욱은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 (2005)를 받았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jgong@kasi.re.kr)

우주배경복사의 의미

DOI: 10.3938/PhiT.28.048

공 진 욱

Implications of the Cosmic Microwave Back-

ground

Jinn-Ouk GONG

A brief review of the 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is given. After recalling the mechanism through which the CMB was generated, we discuss the implications of the CMB.

2019년 노벨 물리학상

매년 10월은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2019년도 노벨 물 리학상의 절반을 가져간 피블즈의 수상 이유는 “물리 우주론 (physical cosmology)의 이론적인 발견들에 대한 공헌”으로, 언뜻 들어서는 무슨 업적으로 수상하게 되었는지 알기 힘들다. 그러나 이것은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그의 업적들이 “물리 우주 론”으로 통칭될 만큼 현대의 우주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의 미이다. 또한, 그만큼 피블즈의 연구가 오늘날에 와서야 실험 으로 검증할 수 있을 만큼 시대를 앞서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많은 업적들을 아우르는 “물리 우주론”이 그의 수 상 이유로 언급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블즈의 업적은 여러 가지이지만, 현대의 물리 우주론에 큰 영향을 끼친 면에서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 ground, CMB)와 우주거대구조(large-scale structure)에 대한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현대의 많은 우주론 실험들이 CMB와 은하들의 분포를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피블즈의 업적은 바로 현대의 물리 우주론 그 자체, 즉 물리학의 법칙에 따라 우주의 진화를 연구하고 이 를 관측으로 검증함으로써 우리 우주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CMB로써 어떻게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주배경복사의 생성

현대적인 우주론은 20세기 들어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고 이를 우주 전체에 적용해보았다.[1] 그 결과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 이 – 심지어 아인슈타인 본인조차도 – 믿어온 영원불멸하고 정 적인 우주가 아닌,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역동적인 우주였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의한 팽창이나 수축을 정확하게 상쇄하여 정적인 우주를 얻기 위해 “인생 최대의 실수” 우주 상수를 도 입하였지만,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은 역동적인 우주를 받아들여 여러 가지 곡률을 가지는 우주의 진화를 기술하였다.[2] 조르주 르메트르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우주는 “원시 원자(primeval atom)”로부터 팽창하였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3] 이는 우리가 오늘날 정설로 받아들이는 빅뱅 우주론의 첫 모습이었다.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의 온도, 즉 광자(빛)의 에너지는 먼 과거에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전자와 양성자의 결합 에너 지인 13.6 eV(약 160,000 K)보다도 광자의 에너지가 높았던 초기의 우주에서는, 끊임없는 광자와의 충돌로 충분한 에너지 를 얻은 전자는 양성자와 결합하지 않고 분리되어 있었다. 즉, 초기 우주는 양성자, 전자와 광자가 서로 얽힌 플라즈마로 가 득 차 있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3,000 K(약 0.26 eV) 정도까지 내려가면 광자는 더 이상 전자와 양성자의 결합 을 방해할 정도로 높은 에너지를 갖지 못하여 중성인 수소 원 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a) 이러한 수소 원자의 생성, 또는 빛 REFERENCES

[1] A. Einstein, Sitzungsber. Preuss. Akad. Wiss. Berlin (Math. Phys.) 1917, 142 (1917).

[2] A. Friedmann, Z. Phys. 21, 326 (1924).

[3] G. Lemaitre, Annales Soc. Sci. Bruxelles A 47, 49 (1927).

a) 전자와 양성자의 결합이 13.6 eV보다 훨씬 낮은 온도가 될 때까지 일어나 지 않는 이유는, 우주에는 광자가 전자와 양성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평 균적인 광자의 에너지는 13.6 eV보다 낮아도 전자와 양성자의 결합을 방 해할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의 숫자는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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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middle are coming from our Galaxy. (Credit: NASA / WMAP Science Team)

REFERENCES

[4] R. H. Dicke, P. J. E. Peebles, P. G. Roll and D. T. Wilkinson, Astrophys. J. 142, 414 (1965).

[5] Kang Hwan Lee(이강환), Echoes of the Big Bang(빅뱅의 메아리) (Maumsanchaek, 2017).

[6] A. A. Penzias and R. W. Wilson, Astrophys. J. 142, 419 (1965). 과 물질의 분리는 빅뱅 후 약 38만 년이 지나 일어났다. 이때 부터 빛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던 장애물, 즉 자유 전자와 양성자는 수소 원자로 결합되어 사라지고, 빛은 상호작용이 거 의 없이 그림 1처럼 전파된다. 이렇게 전파된 빛은 빅뱅 후 약 138억 년인 현재 적색편이에 의해서 그 온도는 약 2.73 K 로 낮아졌으며, 이는 밀리미터 파장을 가진 초단파(microwave) 에 해당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CMB이다.[4] CMB의 예측과 발견 뒤에는 우연과 필연, 불운과 행운이 뒤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미 그에 대한 글은 많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모두 소개하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는 독 자들은 참고문헌 [5]를 참조하기 바란다.

우주배경복사의 의미

1. 빅뱅 우주론의 증거 CMB가 발견된 1960년대에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두 가지 이론이 대립하고 있었다. 우주가 무한한 밀도와 온도 를 가진 특이점부터 팽창했다는(그때는 빅뱅이라는 이름이 아 니었지만) 빅뱅 우주론과, 우주가 팽창하되 물질이 계속 만들 어져서 그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는 정상상태 우주론(steady- state cosmology)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물질이 팽창하 는 우주 공간에서 계속 만들어질 수 있는지 받아들이기 힘들 지만, 당시에는 우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온도를 가 진 초기의 특이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 었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별에서 핵합성이 일어나는 과정을 밝혀낸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이자 정상상태 우주론을 강력히 옹호한 프레드 호일이 조롱을 담아 “커다란(big) 쾅(bang)”이라 고 불렀을까.(역설적으로 빅뱅 우주론의 가장 큰 비판자가 그 이름을 주었다) 정상상태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과거나 현재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2.73 K의 온도를 가지는 복사가 우주를 채울 수 없다. CMB의 발견은 결정적으로 빅뱅 우주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2. 우주 원리의 증거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우주 전체에 적용 했을 때 한 가지 중요한 가정을 하였다. 바로 우주는 전체적으 로 모든 곳과 모든 방향이 동일하다는, 즉 균질(homogeneous) 하고 등방(isotropic)한 우주를 가정하였다. 이것을 “우주 원리 (cosmological principle)”라고 하였다. 별과 행성과 은하와 텅 빈 공간이 확연히 보이는 우주인데 어디나 어느 방향이나 같다 니, 얼핏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가정이지만 최소한 이론적인 계산을 간단하게 해주었다.(그 결과가 아인슈타인이 생각했던 정적인 우주가 아니어서 문제였다) 하지만 CMB는 그림 2처럼 어디에서나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2.73 K의 온도를 가지고 있 다. CMB가 생성되기 전의 우주는 전자와 광자가 활발히 상호 작용을 하면서 열적 평형 상태에 있었고, 전자와 양성자의 결합 은 우주 전체에서 거의 같은 순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CMB에 대한 우리의 상대적인 운동을 뺀다면, 관측할 수 있는 CMB는 어느 곳이나 어느 방향으로나 2.73 K의 온도를 가지는 완벽한 흑체 복사를 보여준다. 실제로 1965년 전파 망원경으로 무선 통신을 연구하려다 우연히 CMB를 처음 관측한 아르노 펜 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은 어느 방향으로든, 언제든 존재하는 극 저온의 안테나 잡음을 무슨 방법으로도 제거할 수 없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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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노벨물리학상

Fig. 3. The temperature anisotropy map taken by (left) COBE in 1992, (middle) WMAP in 2003 and (right) Planck in 2013. (Credit: NASA / COBE Science Working Group, NASA / WMAP Science Team, ESA / Planck Collaboration)

REFERENCES

[7] P. J. E. Peebles and J. T. Yu, Astrophys. J. 162, 815 (1970). [8] G. F. Smoot et al., [COBE Collaboration], Astrophys. J. Lett.

396, L1 (1992). 로 그것이 빅뱅의 증거였으니 없애지 못한 것이 너무나 당연하 지만. 3. 빛으로 관측 가능한 최초의 우주 우리는 보통 물체를 눈으로 본다. 보다 정확하게는, 스스로 빛을 내는 물체가 아닌 이상 물체는 햇빛 또는 전등의 빛을 (일부는) 반사하고 그렇게 반사된 빛을 우리의 눈으로 인지함 으로써 보게 된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물체들은 비행기나 인공 위성, 또는 금성처럼 아주 가까이에 있는 천체가 아닌 이상 모 두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들이다. 그렇지 않은 물체는 더 멀리 에서부터 빛이 우리에게 오는 동안 그 물체의 중력에 의해 구 부러지는, 소위 중력 렌즈 효과를 탐지함으로써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마이크로파나 라디오파 등 눈으로 보지 못하는 다른 파장대의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물체는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현재 우주를 관측하는 거의 유일한 수 단은 바로 전자기파, 즉 빛이다. 하지만 이런 전자기파를 이용 하여 얼마나 멀리 관측할 수 있을까? CMB가 만들어지기 이전 의 우주는, 광자와 전자가 끊임없이 산란을 계속하였다. 따라 서 광자가 산란하여 바로 그 순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더 라도 바로 뒤이은 산란으로 이전의 정보는 사라지고 새로운 정보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정보는 다시 다음 산란 으로 사라지고... 즉, 빛이 산란을 계속하는 우주는 마치 안개 처럼 뿌옇기만 할 뿐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다. 전자와 양성 자가 결합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산란된 빛 - CMB만이 바로 그 순간 우주의 모습을 담고 우리에게까지 전파된다. CMB는 우리가 빛으로 관측할 수 있는 최초의 우주이다. 4. 별과 은하의 형성을 위한 초기 조건 현재의 우주는 관측할 수 있는 별과 은하로 가득하다. 이러 한 별과 은하들이 만들어지려면 중력에 의해 전자와 양성자가 모이는 중력 응축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CMB가 생기기 이 전에는 산란에 의해 물질과 얽혀있던 빛의 압력 때문에 중력 응축이 불가능했다. 빛과 전자의 산란이 멈추고 CMB가 형성 된 이후에야 빛의 압력이 중력에 의한 물질의 응축을 방해하 지 않아 은하나 별 등의 물체들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런데 중 력에 의한 응축이 일어났다는 것은, 달리 이야기하자면 물질들 이 완벽하게 균질하게는 분포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즉, 구 조 형성이 일어나려면 물질의 초기 분포에 약간의 섭동 (perturbation)이 존재해서 균일하지 않은 중력장이 있어야 한 다. 그리고 그러한 섭동은 물질과 얽혀있던 CMB에도 존재해 야 한다. 다시 말해서, CMB는 어디나 완벽하게 똑같은 온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아주 약간씩 달라야 한다. 이미 70년대부터 그 온도 차이, 비등방성(anisotropy)의 크기는 평균온도 대비 약 1/10,000이어야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7] 실제 온도 비등방성은 그보다 더 작은 1/100,000 수준으로, 90년대 들 어와 COBE 인공위성에 의하여 드디어 관측되었다.[8] 이 결과 로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는 이것을 “신 의 얼굴을 본 것과 같다”고 표현하였다. 인공위성에 의한 CMB 관측은 점점 발전하여 그림 3과 같이 2000년대는 WMAP, 2010년대에는 플랑크 인공위성이 더욱 정확하게 CMB의 온도 비등방성을 측정하였다. 5. 우주의 구성 요소 우주의 물리적인 진화를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주의 진화를 기술하는 운동 방정식과 진화를 시작할 때의 초기 조건이다. 운동 방정식은 보통 제1원리로부터 도출할 수 있지만, 초기 조건은 그렇지 않다. 초기 조건은 말 그대로 빅 뱅 우주론의 운동 방정식에 따라 우주가 진화를 시작할 때 주 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빛으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초기 의 우주는 바로 CMB이다. 특히 CMB의 온도 비등방성으로부 터 우주의 구성 요소 - 어떤 성질을 가진 물질이 얼마나 있어 야 하는가 - 에 대한 초기 조건을 얻을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한정된 지면에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여기에서는 어 떻게 CMB의 비등방성의 크기가 암흑물질의 존재를 필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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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Planck’s power spectrum of temperature fluctuations in the CMB. (Credit: ESA / Planck Collaboration)

REFERENCES

[9] N. Aghanim et al., [Planck Collaboration], arXiv:1807.06209 [astro-ph.CO].

[10] A. H. Guth, Phys. Rev. D23, 347 (1981).

하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한다. 앞서 CMB의 온도 비등방 성은 약 1/100,000 수준으로 관측되었다고 했지만, 사실 이 크기는 너무나 작다. 만약 전자와 양성자의 분포가 CMB가 생 성되었을 때 1/100,000 정도의 섭동만을 가지고 은하와 별을 만들기 시작했다면, 현재 관측할 수 있는 은하나 은하단은 존 재하지 않을 것이다. 중력에 의해서 1/100,000 정도의 섭동이 증폭되어 은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의 나이인 138억 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즉 전 기적으로 중성인 “어떤 물질” - 바로 암흑물질이 CMB 이전 에 응축하여 중력장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자와 양 성자가 이미 암흑물질이 만들어놓은 중력장으로 모여들어 구 조 형성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CMB의 온도 비 등방성으로 현재 관측 가능한 은하들의 분포를 설명하기 위해 서는 상당량의 암흑물질이 구조 형성의 초기 조건으로 필요 하다. 그림 4는 가장 최근의 CMB 관측인 플랑크 인공위성에 서 측정한 CMB의 온도 비등방성의 스펙트럼(spectrum, 2점 상관함수)이다. 붉은 점으로 표시된 데이터는 녹색 실선으로 그려진 이론적인 우주 모형 – 우주 상수가 지배하는, 차가운 암흑물질 모형(ΛCDM)과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9] 6. 초기 조건의 형성 과정 1 – 빅뱅 우주론의 이전 CMB가 보여주는 초기 조건에 따르면, 우주는 약 1/ 100,000의 정확도로 균질 등방하였다. 그런데, 과연 이런 초 기 조건이 얼마나 자연스러울까? 어떤 공간이 같은 온도를 가 지고 있다는 것은 그 공간 안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났다는 뜻 이다. 즉,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인과 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두 영역은 같은 온도를 가져야 할 이유 가 없다. 그렇다면 CMB가 형성되었을 때 인과적으로 연결된, 같은 온도를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영역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빛이 38만 년 동안 나아간 거리를 CMB 위에 그려본다 다. 하물며 하늘의 모든 곳이 1/100,000의 정확도로 똑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을 것이다.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이렇게 극도로 미세하게 조정된 초기 조건을 가질 수 있을까?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인플레이션(inflation, 급팽창)으로, 빅뱅 우주론으로 우 주가 기술되기 이전의 극히 초기에 우주가 가속 팽창하여 인 과적으로 연결된 단 하나의 영역(따라서 같은 온도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이 관측 가능한 모든 우주를 포함하게 되었다는 가설이다.[10] 7. 초기 조건의 형성 과정 2 – 섭동의 성질과 기원 그림 3에서 보이는 CMB의 온도 차이는, 평균 온도보다 조 금 더 뜨거운 곳과 조금 더 차가운 곳이 무작위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 같다. 정말 그럴까? 그림 4에서 보이는 스펙트럼의 의미를 조금 더 알아보자. 이 스펙트럼의 의미는, 어떤 한 지 점의 온도 차이는 다른 지점의 온도 차이와 얼마나 관계가 있 을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 온도보다 0.1 K 높은 CMB의 한 점 A에서 우리가 보기에 10도 만큼 떨어진 지점 들, 즉 A를 중심으로 한 원을 생각해보자. 만약 이 지점들의 온도 차이가 평균보다 0.1 K 높은 곳이 많다면, A와 그로부터 10도 떨어진 지점들은 대단히 강한 양(positive)의 상관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반대로 0.1 K 낮은 곳이 많다면 음(negative)의 상관 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면, 온도 차이는 그야말로 들쑥날쑥, 0.1 K 높은 곳도 있고 0.03 K 낮은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림 4는, 이렇게 하늘의 모든 점에 대해서 떨어진 각도에 따라 다른 점과의 상 관 관계를 계산하여 평균을 낸 결과이다. 먼저 그림의 왼쪽을 보자. 이 영역은 서로 1도 이상 떨어진 지점들 - CMB가 형성 되었을 때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곳들의 상관 관계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스펙트럼은 0이 아니다. 즉, 처음부터 서 로 정보를 교환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 걸쳐 일정한 상 관 관계를 가진 섭동이 존재하였다.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이 멀 리 떨어진 곳에서 섭동들은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한편, 그림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서로 가까운 두 지점 사이의 상관 관계이다. 만약 단 한 점과 그 주위의 다른 지점들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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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노벨물리학상

상관 관계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약 1도 만큼 떨어진 곳에서 가장 상관 관계가 크고, 그 다음 약 0.4도 만큼 떨어진 곳, 그 다음은 약 0.3도... 한 점을 중심으 로 골과 마루를 만들며 원형으로 퍼져나가는 소리나 물결처럼, 한 지점의 온도 차이는 플라즈마를 둥글게 퍼져나가며 전자와 양성자는 중력에 의해 응축하려 하고 빛은 그에 맞서 압력으 로 응축된 플라즈마를 다시 팽창시키는, “음향 진동(acoustic oscillations)”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스펙트럼은 특정한 한 지 점이 아니라, 모든 점에 대하여 평균을 낸 것이다. 그런데도 음향 진동이 스펙트럼에서 뚜렷하게 보인다? 이것은 모든 지 점이 동일한 양상으로 진동했다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CMB가 생성되기 이전에 섭동은 하나의 기작에 의해 한 번에 만들어져야 한다. 여러 가지 기작에 의해 여러 번에 걸쳐 섭동 이 만들어진다면 일반적으로 그 위상(phase)이 다르기 때문에 섭동은 동일한 양상으로 진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상기한 성질을 가지는 섭동은 인플레이션 동안 양자역학적인 요동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대단히 짧 은 시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는 양자 요동이 급격한 팽창에 의해 사라지지 않고 거대한 크기로 확대되어 CMB가 생성될 때 1)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여러 영역에 걸쳐 있으며, 2) 동일한 양상으로 진동하는 섭동이 되어 CMB에 그 흔적을 남 겼다.

우주배경복사의 미래

현재 우리가 빅뱅 우주론에 따른 우주의 진화를 당연히 받 아들이게 된 것에는 CMB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뿐만 아 니라 평균 온도와의 차이를 정밀하게 관측함으로써 우리와 우 리 은하의 운동뿐만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성질과 그 비율, 그리고 CMB가 생성되기 이전 초기의 우주가 어떠했 어야 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현재의 우주는 일반 상대성 이론 으로 기술되는 중력을 따라 진화하며,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 형으로 정리된 일반적인 물질이 약 5%,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광속에 비해서 대단히 느리게 움직이는 차가운 암흑물질이 약 25%, 역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주 상수라고 가정할 수 있는 암흑에너지가 나머지 약 70%의 비율로 구성된 우주 모 형으로 아주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표준 우주 모형”을 정립한 것으로 CMB는 그 소임을 다했을까? 표준 우주 모형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은, 우리는 우리 우주의 95%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에 암흑물질 그리고 아직 별이나 은하가 되지 못 한 수소나 헬륨 등의 물질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우리 은 하에 자그마한 먼지(dust)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정확하 게 알지 못한다. 또한 극히 초기에 정말 인플레이션이 일어났 는지, 만약 일어났다면 어떤 모형으로 인플레이션을 기술할 수 있는지도 미지의 영역에 있다. CMB는 가장 멀리 있는, 가장 최초의 우주의 모습으로서 여전히 “표준 너머의” 우주 모형을 연구하는데 유용하고 강력하다. CMB와 우리 사이의 물질이 일으키는 중력 렌즈 효과로부터 우주의 물질 분포를 알 수 있 으며, 먼지에 의해 CMB가 산란되어 생기는 편광(polarization) 으로부터 우리 은하의 먼지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또한 우리 은하의 자기장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한 그렇게 알아낸 먼지에 의한 편광을 제거하면 초기 우주의 중력파가 시공간을 뒤흔든 여파로 생긴 편광을 탐지할 수 있 다. 온도의 차이뿐만 아니라 CMB의 온도 그 자체를 여러 파 장대에서 정밀하게 측정하면 완벽한 흑체 복사로부터 에너지 분포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이로부터 이 미 알려진 전자와 뉴트리노 이외에 빛과 상호작용을 했던 미 지의 입자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 입자는 어떤 성질을 가지 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우주 모형을 탐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다. CMB의 편광은 소위 E형 편광이 약 0.3 mK, 즉 온도 비 등방성의 1/10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동안 발생 한 원시 중력파의 흔적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B형 편광은 그보 다도 훨씬 작다. 만약 CMB에 내재된 B형 편광의 크기가 E형 편광의 1/100, 즉 1 nK보다 작다면 중력 렌즈 효과에 의해 발생하는 B형 편광에 묻혀 탐지할 수 없게 된다. 단순히 과 학적,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COBE 이후 CMB의 온도 그 자체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CMB 의 흑체 복사 왜곡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PIXIE 계획은 승인되지 못했으며, 여러 관측 프로그램들이 최근의 경 제적 위기나 정치적 충돌에 영향을 받고 있다. 어려운 시간일수록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교훈을 얻을 수 있 다. 온 세계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변화와 진통을 겪던 시간을 거치면서도 1965년 CMB를 처음 발견하 고 그 1/100,000 수준인 온도 차이를 관측하는데 30여 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주론의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138억 년을 오롯이 존재해온 CMB 앞에 서는 분명 찰나에 지나지 않으리라. 우주의 비밀은 아직도 CMB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치

Fig.  3.  The  temperature  anisotropy  map  taken  by  (left)  COBE  in  1992,  (middle)  WMAP  in  2003  and  (right)  Planck  in  2013
Fig.  4.  Planck’s  power  spectrum  of  temperature  fluctuations  in  the  CMB.  (Credit:  ESA  /  Planck  Collaboration)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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