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을 위한 문법 교육의 원리와 실제
방 성 원 (경희사이버대학교) 1. 왜 문법을 가르치는가? 언어 학습에서 문법 학습이 꼭 필요한가? 이는 진부한 듯하면서도 늘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이다. 의 사소통 중심 교수법이 한국어 교육의 주요 방법론으로 자리잡으면서 문법 교육에 대해 반성적으로 고 찰하는 경향이 있기도 했으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언제나 문법이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문법은 교사와 학습자 모두 어려워하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기대하는 교수-학습 내용의 핵심인 것이다. 다만 언어 교육의 목표가 추상적인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이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문법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에 대해서도 새로운 차원의 논의 가 이루어지고 있고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방법론이 요구되고 있다. 요컨대 문법 교육의 목표는 의 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으며, 문법 교육의 내용으로는 형태, 문장 차원뿐만 아니라 담화적 차 원의 문법이 필요하다고 보게 되었다. 방법 면에서도 단순한 제시, 연습의 수준을 넘어 문법 사용의 기 회를 확대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학습자의 문법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다.1 여기에서는 한국어 ‘사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문법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문법 항목을 이해하고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학습자가 알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전 통적으로 문법 교육의 내용, 즉 학습자에게 제공되는 문법 정보는 대체로 형태 및 통사적 제약, 의미에 관한 것이다. 교재의 문법 설명, 사전의 정보도 주로 형태와 의미에 관한 것이다. 한국어 교육에서 문 법 형식, 의미, 규칙의 면에서 제공된 정보의 유형과 예를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문법 형식> (1) 형태소 (예: ‘-(으)ㄴ’, ‘-는’, ‘-(으)ㄹ’, ‘-고’, ‘-아/어서’, ‘-는데’, ‘-지만’) (2) 표현 (예: ‘-(으)ㄹ 거예요’, ‘-는 대로’, ‘-(으)ㄹ 테니까’, ‘-기는 하지만’) <문법의 의미> (1) 형식적 의미 (예: ‘이/가’ 주격, ‘-았/었-’ 과거 시제) (2) 실질적 의미 (예: ‘만’은 ‘단독’, ‘오직’의 뜻) 1 문법적 능력 향상이라는 목표는 어릴 때부터 한국어 사용 환경에 노출된 경험이 많은 재외동포 학습자에게 특히 의미 있는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3) 양태적 의미 (예: ‘-아/어 버리다’ - 동작의 완료로 인한 화자의 기분 포함) <문법 규칙> (1) 형태 규칙 ① 음운론적 규칙 (예: 조사 ‘은/는’, 어미 ‘-아/어요’, ‘-(으)면’) ② 형태 결합 규칙 (예: 형용사에는 ‘-(으)ㄴ데’, 동사에는 ‘-는데’ 결합) (2) 통사 규칙 (예: ‘-아/어서’의 후행절에는 청유문과 명령문이 올 수 없음) 그런데 한국어의 사용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자 하는 관점에서 보면 위와 같은 문법 내용만으로 담화 를 생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분석적인 정보를 조합해 올바른 형태, 문장을 생성해 내는 것 만으로는 화자와 청자 간의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실시간 진행되는 의사소통에 신속하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문장 발화의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문형, 특정 의사소통 기능에 유용한 표현, 화자의 담화 책략을 나타내는 담화 표지 등을 학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문형> ‘-다고 해서 -는 것은 아니다’, ‘-는 걸 보니까 -는 모양이다’, ‘-(이)라고는 -뿐이다’ <기능 표현> ‘-는 것으로 나타나다’ (보고하기), ‘-(으)ㄹ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하기) <담화 표지> ‘자’, ‘참’(주의집중), ‘왜’, ‘있잖아’(참여 유도), ‘아니’, ‘그래’(놀람), ‘글쎄’, ‘저’(망설임)2 위와 같은 형식들을 문법 교육 내용에 포함한다고 해서 앞서 제시한 전통적인 문법 항목들, 즉 분석 적 문법 항목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3 분석적 문법 항목들은 언어 보편적인 문법 내용 을 포함하고 있거나 개별 언어의 특징적인 문법 내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교사와 학습자의 기대 문법에 포함되는 중요한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단 분석적 문법 항목들 중에는 유사한 기능이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으므로 변별성을 드러내 주는 정보 혹은 ‘화자가 언제 그 문법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정보, 즉 사용 규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추측 표현인 ‘-(으)ㄹ 것 같다’, ‘-(으)ㄹ 것이 다’의 차이는 그 내용에 대해 화자가 확신하는 정도와 관련이 있고, 감탄을 나타내는 ‘-네’와 ‘-군’의 차 이는 화자와 청자의 친근한 정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려는 화자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 또한 의도를 나 타내는 ‘-(으)려고’와 ‘-고자’의 차이는 담화 장면의 공식성과 연관된다. 요컨대 교육 현장에서 문법을 가르칠 때 가장 자주 접하는 질문이며, 교사 스스로 가장 어려워하고 궁금해 하는 질문인 유의 문법 구 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제 그 문법을 사용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학습자에게 사용 의 조건이 잘 드러나는 입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3.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문법 교육의 방법 면에서 단순한 제시, 연습 수준을 넘어 문법 사용의 기회를 확대하고 한걸음 더 나 아가 학습자의 문법적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떤 방법으로 교수-학습을 유도해야 할 것인가? 여기에 2 지면 관계상 예는 간략히 제시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강의 당일 자료 참조 3 문형, 기능 표현은 청각 구두식 교수법의 영향을 받은 전통적인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 어져 왔다.
서는 전반적인 문법 교육 단계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실제 언어 사용에 중점을 둔 문법 교육 방법의 원리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업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4 1 학습자의 흥미를 고려하여 유의미한 연습을 실시한다. 문법 형태에 집중하는 연습 단계에서도 기계적이고 단편적인 연습보다는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 고 담화 단위로 확대될 수 있는 유의미한 연습을 실시하도록 한다. 예컨대 종결어미 연습에서 스무 고개 게임을 하거나, 관형형 연습에서 한국문화 상식 퀴즈를 실시하는 것 등은 형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내용에 집중하게 하여 연습의 유의미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2 문법과 언어 기능의 통합 수업을 진행한다. 말하기나 쓰기 기능 수업에서 문법을 통합 지도하는 것은 구어 텍스트와 문어 텍스트에 자연스럽 게 노출시킬 수 있고 문법 학습을 자연스럽게 말하기, 쓰기 산출로 유도할 수 있어 학습의 실제 전이 효과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과정 중심 수업에서 말하기 전 단계, 쓰기 전 단계에 문법을 학습하도록 하거나, 후 단계에서 고쳐 말하기·고쳐 쓰기를 통해 형태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 3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최대한 유도한다. 언어 사용의 기회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실 내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최대한 유도하는 방 법이다. 정보 교환하기 활동(인터뷰, 정보 채우기 등), 역할극 구성하기, 게임 등은 전형적으로 의사 소통 중심 수업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메신저, 메시지 교환 활동을 교실 내에 변형적으로 수 용하여 종이 채팅 실시하기 등도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다. 4 문제 해결 활동을 유도한다.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주고 목표 문법을 사용한 발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는 활동은 중고급 단계 에서 매우 유의미하게 문법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 해결해야 할 문제적 상황이 학습자 의 수준에 맞아야 실제성을 가지므로 문제 해결 상황을 신중하게 구성해야 한다. 5 대화를 구성할 때 교사가 사회적 변수를 정해 준다. 중고급 단계에 들어선 학습자들은 한국어에서 화자와 청자의 관계, 발화의 장면에 따라 문법의 선 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화를 구성하거나 역할극을 실시할 때에도 교사 가 화자와 청자의 사회적 관계, 발화 장면 등 사회적 변수를 지정해 줌으로써 다양한 장면, 화계에 맞 는 문법의 사용을 이해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6 구어 문법과 문어 문법의 차이를 인식하게 한다. 한국어 학습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는 문어 텍스트에서 구어 문법을 사용하는 일 이다. 이러한 오류를 예방, 수정하기 위해서는 구어 문법과 문어 문법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토론 활동 후 논설문 써 오기, 칼럼을 쓴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특정 청 자에게 조언하기 등과 같이 말하기와 쓰기를 상호 연계한 활동을 구성하되 생산해야 하는 텍스트 유 형을 지정해 주어 구어와 문어의 차이를 인식한 생산 활동, 텍스트 유형에 맞는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4일반적인 문법 지도 방법으로는 연역적 접근 방식과 귀납적 접근 방식, PPP(Prepare-Practice-Produce), TTT(Task1-Teaching-Task2)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7 화자의 의도, 발화 맥락에 맞게 문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유사한 의미를 갖는 문법 형태를 두 가지 이상 알고 있는 학습자들에게는 언제 그것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언어에 능숙해진다는 것, 언어를 세련되게 구사한다는 것은 화 자의 특정한 의도, 발화의 맥락에 맞게 문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 다. 의도와 맥락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유사한 조건의 연습이 필요한데, 이는 비문법적인 답안을 배제하는 방식의 사지선다형 문법 문제와는 다른 것으로 화자의 의도에 적절한 문법을 선택 하게 하는 연습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내용 중 ①~④는 문법의 사용을 최대한 유도하기 위한 연습 및 수업 방법의 구성과 관련된 것이고, ⑤~⑦은 상황에 맞는 문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 것이다. 문법 을 수동적으로 이해하고 학습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적절한 맥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은 학습자의 문법적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 을 것이다. 요컨대 학습자가 자신에게 유의미한 문법 연습을 풍부하게 수행하고 특정 맥락에 맞는 문 법 항목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때, 문법 지식이 단순히 선언적 지식이 아닌 절차 적 지식으로 전환되는 것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