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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정책] 기초과학의 재건을 위하여 - 신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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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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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43

기초과학의 재건을 위하여

신 상 진

저자약력

신상진 교수는 U.C. Berkeley 이학박사(1989)로서 미국 Rutgers 대학교, Florida 대학교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 며 2013년부터 2014년, 그리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물리학회 JKPS 편집위원장을 맡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끈이론의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양자물성 연구와 양자정보를 이용한 홀로그래피의 이해이다.(sjsin@hanyang.ac.kr)

들어가기

국가를 끝장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북쪽에 적이 닥쳤을 때 군대를 남으로 보내는 것이다. 깃발의 방향만 거꾸로 들면 되 니 말이다. 정책이란 돈과 사람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니 잘못 된 정책은 깃발의 방향을 거꾸로 드는 것에 해당한다. 우리사 회엔 깃발이 거꾸로 달린 곳이 너무나 많다. 나는 내 앞에 있 는 기초과학 특히 물리학의 현실을 통해, 파국을 몰고 온 정책 들을 중단하라고 말하려고 이 글을 쓴다. 과학계를 끝장내는 방법 중 내게도 잘 보이는 몇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는, 미래세대에게 과학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과학에 노출될 기회를 없애는 매우 근본적인 방법이다. 둘째는, 자질을 가진 미래 세대에게 직장을 주지 않는 것이 다. 진입하려는 세대를 없애는 동시에 소년들에게 과학은 열심 히 해도 직장을 얻을 수 없는 분야라고 알리는 일석이조의 영 리한 방법이다. 셋째는, 모든 경쟁을 통과한 조교수급의 인재들에게 논문의 양적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시절에 땅파는 일 과 다름없는 일을 강요함으로써 국가의 최종 병기들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니 가장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방법이 되겠다.

현 황

들어가기에서 말한 첫째는 교육의 문제이다. 아래론 고등학 교의 물리교육이 실종되었고 위로는 기초과학과 물리학과 대학 원생이 급감하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수능 물리 II를 택하는 학생 수가 수능 응시인구의 1%에 미달된 지 10년이 넘었다. 물리 화학 생물 지학 등의 I, II 중 택2 선택권을 주자 생긴 일이다. 누가 혼자하기 어렵고 배울 데도 마땅찮은 이 과 목을 택해 시간을 잃고자 하겠는가? 이렇게 된 것은 학생들에 게 한 가지를 깊게 가르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를 조금씩 넓 게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소위 창의-융합-교육철학이 뒷받침되 어 생긴 조직적인 활동의 결과이고 중고 교육뿐 아니라 대학 에서도 “탈 학문”을 기치로 한 복수전공 다중전공 부전공의 대 대적 장려를 통해 대학교육의 피상화가 함께 진행되었다. 이러는 동안 대다수 대학에서 한해 들어오는 대학원생의 숫 자가 교수 수보다 적어진 지 오래되었다. 학생 수급이 가장 낫 다는 대학의 물리학과 대학원도 미달된 지 오래다. 물리학은 모든 과학기술의 방법론이니 선진국의 물리학과 순위는 그 대 학의 순위에 대략 일치한다. 그런데 얼마 전(2019. 07.22) 서 울경제신문에 물리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 전체 대학의 26.1% 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응용물리, 전자물리 등으로, 살 아남기 위해 변형된 이름으로 물리학과를 운영하는 학교를 다 포함한 수치라 밝혔다. 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어 대학의 재정이 어려워 생기는 현상인데 기초과학은 채산성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장 안의 모든 존재는 그 존재 의 정당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교양교육중심의 대학운영이 과 연 시장에서 존재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런 대학은 교양교육의 시장에서 인터넷에 넘쳐나는 초일류대 학의 무료강의와 경쟁해야 한다. 미국 초일류대학의 전략은 교 양은 무료로 제공하고 실력있는 교수와 대학원생을 유치하여 사회를 리드하고 기업을 창시하게 만들어 성공한 졸업생이나 거부들 중의 애호가들로부터 천문학적 기부를 받는 것이다. 등 록금은 그야말로 푼돈이다. 우리 대학의 발전전략은 이것과 반 대방향이다. 전략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경우도 대학등록금이 없다. 여기서 길게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왜 국가가 대학에 그 많은 돈을 쏟아 붓는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란 나라의 정책당국자들은 생각 좀 하고 살 일이다. 둘째는 과학 미래세대의 직장문제인데, 신문지상에서 소개되 는 것처럼 순수과학이나 인문분야의 직장문제를 방치하고 그 처우를 사회 최하층민으로 방치한 결과 이들 분야는 많은 곳 에서 문을 닫고 있다. 2급수에서 사는 물고기가 폐사하고 나면 나머지 물고기의 운명도 멀지 않다. 이미 한국사회의 국민의 정신은 피폐해 있다. 국민 경제의 수준은 세계 10대 강국이라 하는데 청년들은 헬 조선을 외치고 있으니 뭔가 많이 잘못 되 었다. 심지어 자살공화국이라는 말도 자주 들으니 한국은 커다 란 정신병원이란 말은 실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이끄는 철학이나 꿈의 실종이 가져온 일이다. 기초과학이 사라져 가는 것은 그 결과이자 원인의 일부이기도 하다. 국가의 미래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결정한다. 과학 한국의 미래를 근심케 하는 의대 올인 현상은 국민이 내일끼 니를 염려하는 사람들처럼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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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44 피할 길이 없다. 아무리 기초과학이 중요하고 내일이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부모가 내 아이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축구 선수 모두가 상대 골대 앞에서 서성거리도록 방치한다면 공을 누가 보급하겠는가? 종국에 가 선 대량 실점하는 작전이다, 그게 작전이라면 말이다. 강사문제를 대학이 감당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회피다. 이미 대학은 10년 이상 된 등록금 동결에 아사 직전이다. 나 는 이 문제의 해결 또한 중등교육문제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기는 탁아소가 아니다. 교육의 가정은 옳음이 있다는 것이고 여기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 집에 있는 부모가 교사를 진심으로 믿 고 존경하지 않으면 교사가 학생을 교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스승이어야 한다. 국민의 80%가 대학을 졸업하는데 대학졸업자가 교사가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박사를 받고 연구경험이 있 는 대학강사들의 중등교육으로의 교직 진출을 막아 실업자를 만들고 학생들은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 해야 하는가? 이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체계적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현상이다. 적 은 시시각각 달려오는데 한국사회의 곳곳에선 깃발이 거꾸로 달려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대학 조교수의 승진승급 평가에서 시대착오 적 업적을 요구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자연대 공대를 가 리지 않고 논문으로 평가하니 공학교수도 논문이 잘 나오는 토픽으로 연구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두세 달 에 한편씩 논문을 써야 직장을 유지하는데, 쓸모 있고 없고를 가릴 여유가 없다. 호구지책으로 써대는 논문에 영감이 있기 어렵고 그런 연구가 재미있을 리 없다. 일당 받고 땅파는 작업 이나 별반 다름이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논문의 가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과학기술자도 피고용인이니 인사권자나 연구비를 주는 기관 이 흔드는 깃발의 방향대로 행진하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조교 수들에게 무리한 논문 요구를 하게 되면, 공대 교수는 20년 후의 기술이란 명분으로 아류 과학 논문을 쓰고 자연대 교수 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과학이란 명분으로 아류 공학의 논 문을 쓰게 된다. 논문을 쉽게 쓰는 분야가 바로 그 아류의 회 색지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과학계가 의미있는 기여를 하 는데 발목을 잡는 정책이며 깃발을 거꾸로 드는 행위다. 대학 과 국가는 선택을 신중하게 하고, 일단 선택했으면 믿고 최소 5년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적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 이고 연구비로 뿌린 돈값을 일부라도 돌려받는 길이다. 오해하지 말라. 나는 경쟁을 없애라는 말이 아니라 진검승부 를 하게 하라는 것이다. 공학도 과학도 아닌 것들로 통계치나 올리게 하는 동안 젊은 인재들의 가장 소중한 “때”와 국민의 혈세는 공중으로 증발 중이고 저널의 페이지들은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문제의 본질

교육 문제는 가장 오래되고 어렵고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 결하는 해법도 그 안에 안고 있으니 이를 심도 있게 이야기하 고 해법도 함께 제시하겠다. 교육문제는 교육학자마다 풀고 싶 어 하는 문제이나 해결의 처방으로 나온 것들이 본질을 외면 하고 가르침의 기술, 창의교육, 융합교육 등 들을수록 갸우뚱 하게 하는 말들로 정책들을 만들어 일관되게 학생을 반세기 이상 실험실의 흰쥐로 삼아왔다. 진단이 잘못되면 배가 산으로 간다. 여기선 창의성 교육과 융합교육의 허구성에 대해 이야기 한 다음 문제의 본질에 대한 나의 견해를 말하겠다. 1. 창의-융합 교육의 허구성 어떤 분들은 모방적 교육이 문제이니 창의성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게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 교육학의 요즘 유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것이 실체가 없는 개념이 라 확신한다. 모방과 경쟁은 호모사피엔스 뇌의 구조적 특징이 며 그것을 무기로 지구를 점령했다. 교육이란 고상한 말로 전 승인데 다름 아닌 있는 것의 모방이다. 최고의 창조적 천재라 할 만한 뉴턴은 자기가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에 서 보았기 때문이라 했다. 높이 도달한 타인을 먼저 배우는 것 이 더 높이 가는 첩경이란 말이다. 20세기 초의 역사를 보면 노벨상 받은 스승 밑에서 노벨상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 스승 이 창의 교육을 해서가 아니라 높은 스승을 잘 모방할수록 더 높은 생각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학문을 함에 있어 가장 어려 운 부분은 현재까지의 것을 제대로 배우는 과정이며 한걸음 더 나가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사람마다의 걸음 크기가 다를 뿐이다, 공동연구가 일상화된 요즘에는 시쳇말로 연구는 아무나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창의(創意)란 글자 그대로 없던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 교육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창의적 일을 하는 일반적 방법론이란 더욱 있을 수 없다. 모방이란 인간의 뇌 속에, 이 미 존재하는 개념들의 회로와 격자를 만드는 작업이고, 이것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형성된 회로들이 변형되고 연결되어 그중 있던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생기면 이를 창조라 하는 것이다. 이는 진화의 메커니즘과 거의 동일하다. 혹자는 창의의 방법으로 융합교육을 강조하며 현재 대학의 교육이 학문적이고 고답적이어서 현실 문제를 푸는 데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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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45 쓸모없는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며, 탈 학문적 교양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양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방 법으론 한 전공도 하기 어려우나, 두 가지 이상의 학문을 교양 수준에서 섞어 가르치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가능성이 더 크 다는 것이다. 내가 듣기에 결국 공부 대충하고도 똑똑해질 수 있다고 설파하는 것이니, 틀린 아이디어를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것이 대학들을 강타하고 있으 니 정말 모를 일이다. 그 주장의 설파자들의 중요한 예는 스티 브 잡스와 빌 게이츠인데 이들을 예로 대학이 가르치는 것이 쓸모 없다는 것이다. 잡스는 차고에서 일을 하고 시대의 아이 콘이 되었으나 차고에서 일한다고 다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 다. 교육이란 천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범인들이 천재의 생각 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또 기본적 개념을 누군가 전수해 주지 않았다면 천재성의 발현이란 불가능하다. 잡스나 게이츠도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아이디어를 일찍 접한 것이다. 그들이 컴퓨터를 차고에서 배웠겠는가? 원래 융합이란 창조를 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그러나 내 가 아는 융합이란 완전한 하나에 또 다른 것이 접목되어 만들 어지는 것이지 설익은 둘을 섞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 리학을 하고 경제학을 하여 미시경제학을 만든 사무엘슨, 물리 학박사로서 이중나선의 구조를 밝힌 크릭, 생물학의 수소원자 를 찾아 미생물학을 창조한 막스 델브뤽 등 내가 아는 모든 융합의 성공스토리는 한 분야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다른 분야를 공부하여 융합을 이룬 것이며 학부의 여러 과목을 교 양수준에서 섭렵하여 새로운 융합을 이룬 사람은 보지 못하였 다. 일상적 과제를 위해선 대학의 융합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 니라 아예 대학교육이 불필요한 것이다. 융합에 대해 학생들이 물을 때 나는 농을 섞어 말한다. 1과 1을 더하면 11도 되지만 1이 안 되는 것을 아무리 더해 보아야 0이라고 말이다. 머릿 속에 형성되지도 않은 회로들이 어찌 연결될 수가 있겠는가? 2. 교육의 문제의 본질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 기엔 우리나라 과학 교육의 문제는 그냥, 내용의 전달이 안 되 었던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가르치 니 배우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고 흥미를 못 느꼈던 것이다. 이런 말은 20년 전이라면 많은 물리교사를 모욕하는 말이 되 었겠지만 이제, 대부분 고등학교에 물리교사가 사라졌으니 그 런 염려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이는 물리교사 개개인의 책임이 전혀 아니다. 나는 1970년대 후반에 중등교육을 받았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도 대부분 학교의 물리교사의 별명이 “ㅈㅁㅍ”였다. “저 분 때문에 물리를 포기했다”라는 뜻이다. 슬프게도 40년이 지 난 다음에도 대부분 학생들이 이 단어를 안다. 국가기관이 제 대로였다면 과학교사의 자격을 석박사로 올려봄직도 했었건만 교육부와 사범대학은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라며 “가르 치는 기술”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학과 교사자격증을 앞세워 석 박사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차단했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동안 어느덧 반백년 세월이 지났고 그동안 대부분 고교에서 물리교사란 직업자체가 사라졌다. 팔리지 않 는 물품을 계속해 독점 공급한 결과 물품 자체가 시장에서 축 출된 것이다. 그 와중에 많은 고등학교에서 물리교육이 사라졌 다. 나는 지난 세기의 과학교사들의 주류를 비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내 보기에도 물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기본개념 을 전달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등생의 질문은 대학원생의 질문보다 대답하기 어렵다. 시간이란 무엇 인가,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등 등 초보자의 질문은 모두 근원적이고 심원한 것들이다. 사실 과학이란 그 질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교수가 된지 오랜 후에야 왜 물리학이 수학이 장애물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운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 적으로 경험하는 세계는 너무 많은 자유도와 힘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수학적 해석 대상이 되기엔 너무 복잡하다. 물 리학의 방법론은 대상을 수학적으로 단순한 것들로 재구성하는 데 이 분할된 것들의 세계는 물리학을 배우기 전까지 경험한 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이다. 가장 복잡한 세계에서 훈련 된 직관은 물리학이 계산하는 단순한 세계에선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태어나 자란 세계의 직관을 버리고 수학이 내린 결론 을 받아들여 새로운 직관을 형성하는 과정을 물리적 훈련이라 한다. 흔히 물리학의 어려움은 수학아란 언어 때문이라 오해한 다. 사실은 수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의 직관을 잊는 것 이 어려운 것이다. 물리학을 수학 없이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다. 타인에게 설명하기 위해선 애써 버렸던 언어로 다시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을 학부교육을 통해 일반 물리 정도의 훈련을 한 사람들에게 맡긴 것은 잘못된 전통이 다. 그 전통은 대학졸업자가 소수였을 때 형성된 것이다. 인식론적 어려움에 못지않게 배우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물리학계의 오랜 잘못된 관습인데 교과서가 정리와 공리를 잘 구별하지 않는 것이다. 물리학이란 무에서 유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가정(법칙)으로부터 나머지를 이해하려는 시도 이다. 법칙이란 말은 공리를 뜻하는 말이어서 이해하려고 해서 는 안 되는 것들이다. 케플러의 세 법칙은 법칙으로 발견되었 으나 뉴턴의 공리들로부터 증명할 수 있는 “정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물리학의 교과서는 아직도 법칙이라 부른다. 아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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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SEPTEMBER 20 1 9 46 메데스의 원리, 파스칼의 원리, 베르누이의 법칙, 역학적 에너 지 보존법칙 등도 다 이런 류다. 그런데 그런 “법칙”을 증명해 본 학생들은 공리에 해당하는 것들도 증명하려 시도하다 혼돈 에 빠지고 만다. 양자역학의 공리들도 마찬가지이다. 대가라는 사람들이 물리학의 대중강연에서 물리현상의 신비로움을 너무 강조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물리학자인 파인만 교수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양자역학 을 이해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양자역학의 공리 들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을 대중이 어떻게 알 수 있 겠는가? 배우는 사람이 가장 큰 혼란에 빠지는 때가 학부를 졸업할 즈음 방법론들을 대략 일독해 본 직후인데 물리교사들 의 교육이 끝나는 때가 바로 그때이다.

문제들의 동시적 해법

이제 대학이나 정부 당국자들은 기초학문에 대한 올바른 인 식이 필요하다. 지금의 기초과학 진흥책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호 아래 될 법한 소수의 사람을 골라 좋은 연구장비와 인건 비를 많이 주는 것이어서 마치 호랑이 사냥을 연상케 한다. 공 학인 경우 좋은 방법이다. 가치있는 목표를 먼저 정하고 이를 달성할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확률이 큰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들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응용과학을 위한 RND 예산 20조를 그렇게 집행하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기초과학을 위한 예산 1.1조를 이렇게 쓰면 안 된다. 과학적 진실을 탐구하는 것은 발견하는 것이지 발명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호랑이 사냥이 아니라 산삼캐기이다. 큰 총과 소수 의 훌륭한 포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체력과 눈썰미 좋은 심 마니가 많이 있어야 한다. 산삼이 어디에 있느냐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캐는 기술은 부차적인 것이다. 끈이론을 발견한 것은 당시 이름 없는 포닥이었다. 그는 자기가 발견한 것이 뭔 지 몰랐고 그의 논문은 처음엔 거절되었다. 기초과학을 진흥시 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시니어 포닥급의 연구교수들을 많이 만들어 결과에 관계없이 50세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풀 뿌리 연구비 이상을 받아 스스로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연구는 본인이 원하는 교수와 하게 하면 된다. 45세 이상의 일정 이 상의 업적을 쌓은 사람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물리 교사로 등 용하고 50세까지는 자신의 연구비를 인건비로 쓰게 하면 사립 학교들로서도 등용할 모티브가 있다. 간단히 계산하면 수/물/ 화/생/지를 다 지원해도 비용은 1년에 한강 다리 하나 건설하 는 비용도 안 된다. 사실 일본은 “조수”라는 이 비슷한 제도 때문에 분야를 불문하고 전문가가 형성되었는데 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된 경제위기로 효율성을 강조하는 미국을 따라가느라 이 제도를 없앴고 그로 인해 일본의 기초과학은 미래가 불투 명하다는 말이 들린다. 물리를 정말로 이해하는 2천여 명이 고등학교의 물리교사로 일할 수 있다면 과학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수 있다. 대 한민국이 세계 과학 1등 국가를 꿈꿀 수 있다. 이 작업은 예 전 같으면 교원을 교체한다는 것에 해당해 혁명이 필요했지만, 이제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물리교사가 존재하지 않으니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면 저항도 없다. 현재 있는 교사들은 정년을 보 장하고 새로운 충원대상자에게만 박사학위와 상당한 연구경력 을 요구하면 된다. 피 흘리지 않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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