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철학
제7 주 인과론적 기능주의 1
김남중
인과론적 기능주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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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인과론적 기능주의(Causal Theoretical Functionalism)의 핵심 논제는 다음과 같다: 심적 상태가 매개하는 입력과 출력의 관계들에 의해 심적 상태가 규정된다. 여기서 입력과 출력은 감각 자극과 물리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다른 심적 상태들도 포함할 수 있다. 심적 사건들은 복잡한 인과적 네트워크에 있는 분기점들(nodes)로 생각될 수 있는데 이 네트워크는 감각 입력을 받아들이고 행동 출력을 방출함으로써 외부 세계와 인과적으로 교류한다.
인과론적 기능주의란
? (계속)
인과론적 기능주의에 따르면, 하나의 심적 종류(예를 들어, 고통)와 다른 심적 종류(이를테면, 가려움)를 구별짓는 것은 각 종류의 특 유한 입력출력 관계다. 인과론적 기능주의는 이 입 력 출력 관계를 심적 사 건들에 의해서 매개되는 인과 관계로 본다. 그래서 심적 사건들 이 상이한 입력출력 인과 관계에 연루될 때 상이해지게 된다고 한다.위협적 순환의 문제
고통과 가려움이 서로 다른 이유는 각각 특이한 인과적 역할을 가지기 때문이다. I 고통은 전형적으로 생체 조직이 손상될 때 일어나고, 움츠림과 신음과 회피하는 행동을 유발한다. I 가려움은 전형적으로 피부가 자극될 때 일어나고 긁 는 행동을 유발한다. 그런데 생체 조직이 손상된다고 해서 무조건 고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필요조건들이 성립하여야 하는데 이 조건들 중 일부는 그 자체로 심적이다. 예를 들어, 고통 상태에 있기 위해서는 I (신체적 필요조건) 손상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신경 체계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 I (심리적 필요조건) 다른 일에 정신을 팔고 있어서 는 안 된다. 그런데 이것은우리로 하여금적어도 무한 퇴행(innite regress) 을 피하려면악순환(vicious circle)에 빠지게 만든다. 이러한 악순환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아픔 이론 T
다음과 같은아픔 이론 T 를 생각해 보자: (T ) 임의의 x에 대해서, x의 생체 조직이 손상되고 x가 정상적으로 기민하다면 x는 아프다; 만일 x가 깨어 있 다면 x는 정상적으로 기민해진다; 만일 x가 아프다면, x 는 움츠리고 신음하며 괴로운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 그리고 x가 정상적으로 기민하지 않거나 괴로운 상태에 있다면, x는 더 많은 오타(誤打)를 치게 된다. 우리는 T 를 구성하는 진술들이 법칙적인 규칙성(또는 인과 관계) 을 서술한다고 전제하겠다. 밑줄친 표현들은 관찰가능한 물리적, 생물학적 속성, 그리고 행동적 속성들을 나타내는 심적이지 않을 술어들이다. 진한 표현들은 심적 표현들이다. T 또는 이와 유사한 이론들 가운데고통과 같은 심적 표현들을 기능적으로 정의하려면 어떤 이론이 선택되어야 하느냐 물음은 중요하다. 그러나 편의상 여기서는 위의 T 가 그런 목적을 위해 선택될만한 이론이라고 가정할 것이다.T 의 램지화 T
R우리는 T 안에 들어 있는 심적 표현들 각각에 대해서존재 일반화 (existentially generalizing)를 시킴으로써 T 를 램지화 (Ramseify) 할 수 있다: (TR) 다음의 조건을 만족하는 상태 M1, M2, M3가 있다: 임의의 x에 대해서, x의 생체 조직이 손상되고 x가 M1의 상태에 있다면 x는 M2의 상태에 있게 된다; 만일 x가 깨 어 있다면 x는 M1의 상태에 있게 된다; 만일 x가 M2의 상태에 있다면, x는 움츠리고 신음하며 M3의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x가 M1의 상태에 있지 않거나 M3 의 상태에 있다면, x는 더 많은 오타(誤打)를 치게 된다. 분명히 T 는 TR을 논리적으로 함축한다. 그러나 T 와는 대조적으로, T 의 램지화인 TR은 심리적인 표현들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 TR에서 M1, M2와 같은 표현들을 술어 변항, 생체 조직이 손상된다, 더 많은 오타를 친다 같은 표현들을 술어 변항이라고 부른다.
T 의 램지화 T
R(계속)
TR은 T 보다 약하다. (이미 말한대로, T 는 TR을 함축하지만 TR이 T 를 함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물리적 또는 행동적 예측에 있어서 TR은 T 에 못지않게 강력하다. 왜냐하면 그 두 이론들은 비(非)심리적인 진술들을 똑같이 추론적으로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 와 TR은 똑같이 만일 어떤 사람이 깨어 있고 생체 조직이 손상을 입는다면 그는 움츠릴 것 이라는 점을 함축한다.아픔의 인과기능적 정의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상태들 . . . 이 있다를 ∃ . . .로 기호화하기로 하자. 또 T (M1, M2, M3)를 임의의 x에 대해서, x의 생체 조직이 손상되고 x가 M1의 상태에 있다면 x는 M2의 상태에 있게 된다; 만일 x가 깨 어 있다면 x는 M1의 상태에 있게 된다; 만일 x가 M2의 상태에 있다면, x는 움츠리고 신음하며 M3의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x가 M1의 상태에 있지 않거나 M3 의 상태에 있다면, x는 더 많은 오타(誤打)를 치게 된다 의 약호로 쓰기로 하자. 그러면 아픔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x 는 아프다 =def ∃M1, M2, M3[T (M1, M2, M3) &x 는 M2의 상태에 있다] . 여기서M2는 고통 이론 T 에서 아프다를 대치한 표현이라는 점을 주목하라. ("기민하다"와 "괴로운 상태에 있다"도 비슷한 방식으로 정의해 보라.)아픔의 인과기능적 정의
(계속)
x 는 아프다 =def ∃M1, M2, M3[T (M1, M2, M3) &x 는 M2의 상태에 있다] . 이 정의는 1. 아픔이라는 개념을 그것이 다른 상태들과 맺는 인과적, 법칙적 관계에 의해서 정의하며, 2. 아픔의 원인과 결과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이 또다른 심적 상태들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3. 아픔, 기민함, 괴로움이 상호 정의되었지만 악순환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하다.아픔의 인과기능적 정의
(계속)
지금까지 우리는 1. 아픔, 기민함, 괴로움 간의 인과적 관계들을 기술하는 이론 T 로부터 출발하여, 2. 그 상태들 자체를 배제하고 그것들이 물리적, 생리적, 또는 행동적 상태들과 맺는 인과적 관계들을 묘사한 이론 TR을 얻고, 3. 원래 T 에 의해 언급되었던 특정한 심적상태 (예를 들어, 아픔) 를, TR이 묘사하는 인과관계들 가운데(고통과 상관있는) 바로 그것들을 맺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절차를램지-루이스 정의방법(Ramsey-Lewis Method) 라고 한다. 이 절차를 위해 사용되는 이론 T 를 관련된 심적 상태들에 대한기본적 이론이라고 부르자.아픔의 인과기능적 정의
(계속)
이런 인과기능적 정의방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심적 상태들이 서로, 그리고 심적이지 않은 다른 상태들과 맺는 인과적 관계들을 T 가 대체로 정확하고 완전하게 기술해 줘야 한다. 물론 아픔, 기민함, 괴로움과 관련한 인과적 관계들은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하기 때문에, T 가 정말로 그 심적 상태들을 정의하기에 적합한 이론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다음 물음이 큰 중요성을 띠게 된다: 어떤 심적 상태 M을 인과기능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사용되는관련된 심적 상태들 M1, . . . , Mn에 대한기본적 이론 T 는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할까?기본적 이론의 요구조건들
램지-루이스 방법에 의해서 TR로부터 심리적 속성의 정의를 얻어내려면 그 속성은 T 에 나타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D1)T 는 모든 심리적 속성들을 포함하여야 한다. 더욱이 T 는 각각의 심리적 속성에 관해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여야 한다. 즉 (D2) 각각의 심리적 속성이 어떻게 입력 조건들, 출력 행동들, 그리고 다른 심리적 속성들과 법칙적으로 연결되는지에 관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정의되는 심리적 속성들 각각이 다른 심리적인 속성들과 구별될 수 있다.상식적 심리학
(Commonsense Psychology)
루이스는 기본적 심리 이론으로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평범한 생각들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위에서 말한 우리의 아픔 이론T 를 구성하는 진술들이 그러한 상식적 의견들의 예가 된다. 이외에도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어떻게 욕구와 믿음이 결합되어서 또 다른 욕구나 행위를 발생시키는지, 어떻게 지각이 믿음과 기억들을 일으키는지, 어떻게 믿음들이 그 이상의 믿음들로 귀결되는지 등에 관해서 많은 상식적 의견들을 생각할 수 있다.상식적 심리학
(Commonsense Psychology) (계속)
이른바통속 심리학 (folk psychology)"의 이런 원리들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겠지만, 대부분 성인들은 심적 상태들을 사람들에게 귀속시키고, 그들의 행동 방식을 예측하며,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는데 그 원리들을 꾸준 사용한다. 우리는 그러한 심리적인 규칙성들을 암암리에 알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문법 규칙들을 명시적으로 말하지 못하면서도 그 언어를 쓸 줄아는 것과 같다.상식적 심리학
(Commonsense Psychology) (계속)
기능적 정의(定義)의 근거가 되는 이론으로서의 상식적 심리학은 통속적으로 알려진 일반화들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능적 정의들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심리적인 개념들을 산출한다 고 확신하는데에는 이 점이 핵심적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심리적인 지식이야말로 상식적 심적 개념들을 집단적으로 정의 할 수 있게 해주는 원천이 된다.과학적 심리학
(Scientic Psychology)
우리는 상식적 심리학이 단지 상식적인 데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여야 한다. 상식적 심리학은 확실히 불완전하고 단편적이며 심각한 오류를 범하기 쉽다. 만일 심적 개념들이 인과적이거나 법칙적 관계에 의해서 정의된다면, 우리는 심적 사건과 상태들 이 상호간에 인과적 및 법칙적인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으며 또 그것들이 물리적이거나 신체적인 사건 및 과정들과 어떻게 그러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한 최상의 이론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과학적 심리학
(Scientic Psychology) (계속)
과학적 심리학이야말로 바로 이러한 규칙성들을 연구하는 일을 하며, 우리가 끌어 올 수 있을 법한 최상의 과학적 심리학은 심적 사건과 상태들을 포함하는 인과적이거나 법칙적인 관계들에 관한 최상의 포괄적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