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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혼인-출산 생애 변동과 정책 과제

1. 정책 설계의 기본 원칙

분석 결과에 기초하여 정책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이 소절에서는 저출산 대응 인구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는 기본 원칙들을 간략히 살펴본다.48)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혼인-출 산과 관련된 정책은 대체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추진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에서 저출산 대응 부문을 중심으로 향후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방향을 생각해 본다.

앞에서는 혼인-출산이 주요 생애 사건으로 등장하는 시기에 경험하는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는 동시에 개인들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규범 혹 은 문화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인구정책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도 본 연구에서는 저출산 대응 정책 설계에서 기본 원칙의 확립이 매우 중요한 이슈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언급되는 정책들이 2005년 최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시점에

48) 이 소절에서 논의하는 기본 원칙들은 저출산 대응 정책의 ‘전반적인’ 설계 과정에서 참 고할 필요가 있는 사항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험적 분석 결과에 기초하는 다음 소절 의 개별 정책 과제들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물론 다음 소절에서 논의하는 개별 정책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본 원칙들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서 새롭게 ‘사전’ 계획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사업들이 아니라 대부분 기 존에 추진하던 사업들을 ‘기본계획’을 통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재분류하 는 방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들 간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차원 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정책들 간의 정합성에 문제가 있는 사업들을 일괄적으로 폐지할 수는 없다. 현재 여러 정부 부처에서 시행 중인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관 련 사업들은 온전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만을 위해서 존재할 수도 있지만, 다른 기본계획(종합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사업들도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정부 사업이 여러 가지 기본계획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기본계획 간 우선순위 문제도 명확 하지 않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추진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 단되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기본계획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사업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기본계획들 간의 우선순위 문제에 대해서도 향후 검토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대응과 관련한 정책들을 설계하고 추진하기 위한 일련의 원칙 이 중요하지만, 국가-사회에 따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원칙은 다를 수 있 다. 저출산 대응 정책들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원칙들을 검토한 대표적인 연구자는 McDonald(2003, 2006)인데, 아래에서는 그가 제시한 다양한 원칙들 중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응 정책 설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판단되는 원칙들을 선별하여 관련 내용을 논 의한다.49)

49) McDonald(2003, 2006)는 저출산 대응 정책의 설계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는 9~

11개의 원칙들을 제시하였는데,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의 연구들을 참고할 수 있다.

한편, 저출산 대응 정책들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아래에서 논의하는

50) McDonald(2006)는 효과성 원칙(efficacy principle) 차원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 목표 의 다면적 성격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책의 효과성 논의보다 저출산

으로든 저출산 문제의 완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정책을 ‘인구정책’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본 연구의 서론에서는 현재의 심각한 저출산 현상에 관한 저출산·고령 사회위원회(2018)의 입장이 불명확함을 지적하였다. 현 정부가 ‘삶의 질 향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고 하여 출산율 회복이 무의미한 혹은 폐기되어야 할 과제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논의가 개인(부부)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한 채 출산을 장려하라는 의미가 아님은 당연하다.

저출산 대응 정책은 출산을 희망하는 개인(부부)이 당면하는 부담을 사 회 전체가 (최소한 부분적으로) 공유함을 의미한다. 또한 많은 개인들(부 부)에게 출산에 관한 의사결정은 사전적으로 결정된 선호의 표출이라기 보다는 불확실성이 수반된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출산에 대한 의 사결정이 출산-양육 환경에 조건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은 직접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 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대응 정책의 기본 방향 설정에서 직접적인(명시적인) 목표(삶의 질 향상)와 간접적인(잠재적인) 목표(심각한 저출산 현상 완화)를 통합적 으로 고려하는 접근의 중요성은, ‘삶의 질 향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고 하더라도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모든 정책 영역에 균일하게 자원을 배분하기보다 궁극적으로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데 더 긍정적 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책 영역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차원에서도 의미 가 있다. 물론 심각한 저출산 현상 완화에 더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정책 을 찾기 위해서는 이 과정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 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들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저출 산 문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접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해당 정책들에 대한 평가에도 일정한 함의를 준다. 더 구체적으로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보육, 주거, 조세 등의 영역에서 추진 되는 정책들이 해당 사업 고유의 (더욱) ‘직접적인’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 사업들에 대한 평가는 출산율 상승이 아니라, 해당 정책 사업들이 직접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충실히 달성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영유아 보육정책은 출산율 상승이 아니라 취학 전 아동이 건강 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과 함께 아동을 양육하는 보호자 (부모)가 경제적 및 사회적 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함으로써(영유아보육 법 제1조) 가족복지에 대한 공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의 측면 에서 평가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52)

둘째, 아동의 사회적 가치와 수평적 형평성(horizontal equity) 원칙 이다. 전통적으로 인구정책에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동에 대한 투자는 미래 시민사회 구성원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 다. 아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한다는 것은 (소득 수준 등 사회경제적 조 건과 관계없이) 자녀가 있는 개인(부부)이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사회가 (최소한 부분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 한다.

물론 수평적 형평성은 통상적으로 복지국가가 강조하는 수직적 형평성 (vertical equity)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

52) McDonald(2006) 또한 출산율 상승을 지향하는 대부분의 정책들이 아동이 있는 가족을 지원하는 더 직접적인 목표가 있으며, 출산율에 대한 이들 정책의 영향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더 직접적인 목표를 달성한다면 정책이 효과적인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지적 한다.

한 심각한 저출산 현상이 일부 소득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를 관 통하는 문제이며, 자녀 양육에 수반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는 점에서 수평적 형평성에 대한 고려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판단된다.

특히 선진 복지국가들에 비해 전반적인 복지 체계 구축이 미흡한 상황에 서 자녀 양육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비용을 부모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수 평적 형평성에 대한 고려는 매우 중요하다.

셋째, 성 중립성(gender neutrality) 원칙이다. 저출산 대응 정책이 성 중립성 원칙을 견지한다는 것은 정책의 적용에서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 지 아니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여성만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 하는 것은 성 중립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성 중립성 원칙이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성 평등(gender equity)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 이다. 저출산 대응 정책이 성 중립적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성 불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육아휴직 제도가 남성(남편)과 여성(아내)에게 차별 없이 적용 되더라도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성 불평등(예컨대, 임금 격차) 현상을 고 려하면 가구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여성(아내)이 (보상 수준이 낮은) 육아휴직을 사용할 개연성이 높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실제 양육 과정에서의 성 분리 현상을 심화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성 불평 등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 중립적으로 제도가 설계될 필요가 있지만, 남성의 육아 과정 참여가 정책적으로 핵심 이슈라면 성 중립적 설계가 효과적이지 못 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 사회가 향후에 가파른 인구 고령화와 감소 현상 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여성 인적자원의 활용이 매우 중

일반적으로 성 중립적으로 제도가 설계될 필요가 있지만, 남성의 육아 과정 참여가 정책적으로 핵심 이슈라면 성 중립적 설계가 효과적이지 못 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 사회가 향후에 가파른 인구 고령화와 감소 현상 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여성 인적자원의 활용이 매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