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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기혼 여성의 출산 계획과 영향 요인

출산력 조사 시점 기준으로 과거의 출산 행위(이력)를 살펴본 데 이어 아래에서는 향후 추가 출산 계획(childbearing plan/intention)에 대해 살펴본다. 2018년 전국 출산력 조사에서는 기혼 ‘유배우’ 여성들을 대상 으로 하여 향후 추가 출산 계획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추가 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에서는 추가 출산 ‘계획 있음(낳을 생각이다)’과 ‘계획 없음(낳 지 않을 생각이다)’ 범주와 함께 ‘생각 중이다(모르겠음)’ 범주가 별도의 선택지로 제시되어 있다.

최근 들어 출산 관련 의사결정에 수반된 불확실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 하고 있으며, 사회조사에서도 이를 더 체계적으로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 들이 이루어지고 있다(Ni Bhrolchain & Beaujouan, 2011). 2018년 전국 출산력 조사가 출산 관련 의사결정에 수반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는 있지만, ‘생각 중이다(모르겠음)’와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 측정하는 한 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생각 중이다(모르겠음)’ 범주를, 결측치 (missing data)의 문제가 아니라, 출산 계획과 관련된 하나의 범주로 이 해하는 한편 어떠한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이 출산 계획과 연관되어 있는 가를 살펴본다. 출산 계획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는 점을 고려하여 출 산 계획과 뒤에서 살펴볼 예측 변수들 간의 연관성 분석에서는 다항로짓 모형이 사용된다.

출산 계획과의 연관성 분석에 사용되는 예측 변수들은 크게 인구학적 변수,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변수, 사회문화(가치관) 관련 변수들로 구성된다. 인구학적 변수들로는 연령(연령 제곱), 자녀 수 (parity), 초혼 연령을 활용한다. 사회계층 혹은 사회경제적 지위 관련 변 수들로 교육 수준, 본인과 남편의 경제활동 상태(비취업, 정규직 임금근

로, 비정규직 임금근로, 비임금근로), 가구소득(5분위), 거주(점유) 형태 (자가)가 사용된다. 출산과 연관될 수 있는 가치관 관련 변수들로는 성 역 할(gender role) 규범, 부부간 가사노동 분담의 공정성, 종교 유무, 결혼 전 독립적인 생활 유무가 있다.

성 역할 규범은 2018년 전국 출산력 조사에서 ‘남편이 할 일은 돈을 버 는 것이고, 아내가 할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라는 설문에 대 해 ‘전적으로 찬성’과 ‘대체로 찬성’을 하나의 범주(찬성)로, ‘별로 찬성하 지 않음’과 ‘전혀 찬성하지 않음’을 하나의 범주로 구성한다(준거 범주:

비찬성). 다음으로 가사노동 분담의 공정성은 ‘평소 남편과 가사를 서로 공평하게 나누어 하고 있다’라는 설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와 ‘대체로 그 렇다’를 하나의 범주로, ‘별로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를 또 하 나의 범주로 구성한다(준거 범주: 그렇지 않음). 추가 출산 계획에 대한 분석은 자녀 수(parity)를 통합한 모형과 함께 출생순위별(parity-spe-cific) 모형을 함께 제시한다.23)

우선, 통합 모형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인구학적 변수들 의 역할이 두드러짐을 살펴볼 수 있다. 연령과 출산 계획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연령이 높을수록 출산 계획을 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패턴이 나타난다. 또한 자녀 수가 많을수록 출산 계획이 불확실한 범주에 속할, 그리고 더 나아가 출산 계획을 하지 않을 범주에 속할 개연성이 높아지는 패턴이 나타난다.

혼인 연령의 경우, 다른 변수들의 효과를 통제한 상태에서도, 혼인 연 령이 높을수록 추가 출산 계획을 할 개연성이 높은 모습을 살펴볼 수 있

23) 출산 계획 분석(둘째 및 셋째 이상 출산 계획)에서 자녀의 성별은 고려하지 않았다. 참 고로, 출산 이력 자료를 통해 출생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출산력 조사에서 출생 후 사망한 자녀의 출생순위가 조사되지 않은 관계로 현 생존 자녀의 출생순위별 성별은 확인할 수는 없다.

다. 예컨대, 혼인 연령이 30세 이상인 집단이, ‘출산 계획 없음’ 범주 대 비, ‘출산 계획 있음’ 범주에 속할 오즈(odds)가 대략 2.16배 정도 높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exp(0.77219) ≒ 2.16]. 마찬가지로 혼인 연령이 25~29세인 집단도 15~24세 집단에 비해 ‘출산 계획 있음’ 범주에 속할 오즈가 대략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으로 혼인 연령과 출 산 계획의 연관성에 관한 분석 결과는 혼인 연령의 상승이 반드시 출산 계획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만혼 현상이 반드시 출산 계획의 포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선행 연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5년 ‘전국 결혼 및 출산동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김정석(2007)의 연구도 결혼 연령이 높 을수록 출산 계획을 세울 개연성이 유의하게 높음을 지적하고 있다(무자 녀 여성의 첫째 출산 계획 및 두 자녀 여성의 셋째 출산 계획). 이러한 결 과와 관련하여 김정석(2007, p. 107, p. 113)은 결혼이 늦은 여성이 ‘첫 째’ 출산 계획을 할 개연성이 높은 결과는, 늦게 결혼한 여성이 첫 출산을 서두른다는, 결혼과 첫 출산 간 기간의 압축 현상을 의미하며 노산의 어 려움을 피하려는 의도와 연관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두 명의 자녀를 둔 여성의 추가 출산 계획에서도 결혼 연령이 높을수록 출산 계획 을 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어떠한 기제가 작동하고 있 는가를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출산 계획을 유형화(범주화)하는 과정에서 출산 계획이 불확실한 경우 를 (결측 자료가 아닌) 추가 범주로 구성하는 본 연구에서는 모든 출생순 위를 아울러 결혼 연령이 높을수록 추가 출산을 계획할 개연성이 높은 것 으로 분석되며, 한편으로는 출산 계획을 하지 않는 대신 추가 출산 계획 과 관련하여 유보적인 태도(출산 계획의 불확실)를 취할 개연성이 높음을 보여 준다.

결혼이 늦은 여성들이 출산 계획을 하지 않는 대신, 최소한 출산 계획 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더 나아가 출산 계획을 세울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출산 계획의 형성 과정에 대한 더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록 이론적 진전이 상당히 더딘 출산 계획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상대적으 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계획행위이론(TPB: Theory of Planned Behavior)(Ajzen & Klobas, 2013; Liefbroer, Klobas, Philipov, &

Ajzen, 2015)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심리학적 전통에 기초한 이 이론을 출산 계획 분야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계획행위이론(TPB)에서는 출산 계획(의도)을, 출산에 대한 태도 혹은 평가(attitude toward having a child), 출산과 관련된 유의미한 타자들의 기대 혹은 규범(subjective norm for having a child), 출산 관련 걸림돌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혹 은 통제력(perceived control over having a child)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Ajzen & Klobas, 2013, p. 206).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계획행위이론에 접목하여 볼 때, 결혼 연령이 높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생애 경험과 출산-양육 관련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획 행위이론에서 언급하는 세 번째 요인, 즉 출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직면하 게 될 다양한 장애 요인들을 더 잘 극복할 개연성(자신감)이 있음을 생각 해 볼 수 있다(우해봉, 장인수, 2019, p. 100).

인구학에서 출산 행위와 달리 출산 의도(childbearing intention)에 대한 논의와 이론적 정교화는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비록

‘출산 행위’와 연관된 요인들이 ‘출산 의도’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한 역 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지만, 출산 의도와 출산 행위 간에 일정한 괴리가 존재함을 고려할 때, 다시 말하면 모든 출산 의도가 실제 출산으

로 실현되는 것은 아님을 고려할 때 출산 의도에 관한 별도의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측면도 있다.24)

인구학적 변수들과 함께 이상 자녀 수(DFS: Desired Family Size) 변 수의 효과 또한 뚜렷하게 관측된다. 분석 결과는 이상 자녀 수가 1명 이하 이거나 불명확한(모르겠음) 집단에 비해 2명 이상인 집단이 ‘출산 계획 있음’ 범주에 속할 개연성이 높음을 보여 준다. 최근 들어 이상 자녀 수 (DFS)와 관측된 실제 출산율(예컨대, TFR) 간 격차에 기초한 전통적 논 의[이른바, 출산력 격차(fertility gap)]를 비판하는 한편 출산 의도와 실 제 출산 행위의 연관성에 주목해야 함이 강조되고 있지만(Philipov et al., 2015),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이상 자녀 수(DFS)가 출산 계획과 밀 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그 개념적 효용성이 있음을 시사한 다. 그러나 앞의 출산 의도에 관한 일반 논의와 마찬가지로 엄밀한 인구 학적 이론에 기초하지 않는 ‘이상 자녀 수(DFS)’ 개념이 상대적으로 가까 운 미래의 임신-출산 의향을 지칭하는 ‘출산 계획’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 는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출산 계획이 있는 집단과 불확실한 집단 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석 결과는 출산 자녀 수(parity)가 적을 수록 그리고 이상 자녀 수가 많을수록(2명 이상), 출산 계획이 불확실한 범주 대신, 출산 계획 있음 범주에 속할 개연성이 높음을 보여 준다. 전반 적으로 본 연구에서 검토하는 변수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출산 계획 있 음’과 ‘출산 계획 불확실함’ 범주 간 차이에 대한 설명력이 떨어지는 것으 로 보인다.

출생순위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연령과 출산 계획 그리고 혼인 연령

24) 출산 의도와 출산 행위의 연관성 그리고 출산 의도에 관한 이론화 작업과 관련된 추가 논의에 대해서는 우해봉, 장인수(2019)의 연구를 참고할 수 있다.

과 출산 계획 간의 관계는 출생순위를 가로질러 대체로 유사한 패턴을 보 임을 살펴볼 수 있다. 통계적 유의성 수준에서의 차이를 제외하면 이상 자녀 수와 출산 계획 간의 연관성 또한 앞에서 살펴본 통합 모형과 유사 하다. 기타 문화적(가치관) 및 사회경제적 지위 관련 변수들의 경우 출생

과 출산 계획 간의 관계는 출생순위를 가로질러 대체로 유사한 패턴을 보 임을 살펴볼 수 있다. 통계적 유의성 수준에서의 차이를 제외하면 이상 자녀 수와 출산 계획 간의 연관성 또한 앞에서 살펴본 통합 모형과 유사 하다. 기타 문화적(가치관) 및 사회경제적 지위 관련 변수들의 경우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