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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독일 복지국가는 조합주의 복지국가 또는 보수주의 복지국가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조합주의, 보수주의 외에 독일 복지체계를 설명하는 제도적 특성은 강한 노동 연계성이다. 노동과 복지의 긴밀한 연계 체계는 사회보 험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독일의 사회보장제도 전반에서 찾을 수 있다 (황규성, 2011, pp.27~30). 또한, 독일 사회보장제도의 주요 개혁들이 노동시장 정책 개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독일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은 하르츠 개혁으로 불릴 정도로 노동시장 정책이 핵심이다. 이 절에서는 하르츠 개혁을 중심 으로 최근 독일의 사회보장제도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 최근 노동시장 정책개혁의 전개과정 1)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전환

독일 기본법에는 독일이 사회국가(Sozialstaat)임이 명시되어 있으며, 독일 사회국가는 시장경제의 틀을 유지하는 동시에 사회적 형평성을 추 구하는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를 추구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완전고용을 추구하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노동시장 에 개입하고, 단체협약체계를 통한 자본과 노동의 균형이 중요시 된다(황 규성, 2011, pp.24~30).

그러나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침체하여, ‘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로 불황을 겪어 왔

다. 통독 이후 동독에서 많은 인구가 독일 노동시장에 급격히 유입되었으 나, 고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독일을 떠나면서 일자리 공동화 현상이 발 생하여 일자리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김상철, 2014a, pp.2-5). 하르츠 개혁이 본격화된 2003년 당시 독일 총인구 8,250만 명 중 실업인구가 4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었으며, 2005년에는 실업률이 11.3%로 최고 치를 기록하여 대량실업 사태로 인한 국가 위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Hüther, 2014, pp.4-5).

197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일시적인 경제적 불황기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기에도 실업률이 감소하지 않았고, 일정 인구는 계속 실 업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기존 취업자는 높은 안정성을 보장받았으 나, 노동시장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고 노동시장으로의 진입 및 재진입 은 활발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고실업률 때문에 결국 독일 경제는 지속적 인 성장둔화, 재정수지 악화 등 총체적인 문제에 직면하였다(박명준, 2018, p.208; Bitzegeio, 2019, p.40).

한편, 독일의 급속한 경제 악화에는 통일의 여파가 크게 작용하였다.

동독지역 경제회복과 대량실업을 억제하기 위한 고용촉진법의 개정을 통 해 지원 정책이 시행되었으며, 정부의 막대한 사회복지비용이 투입되었 다. 그러나 통독 이후 동독 사회 재건에 투입된 비용에도 불구하고 동독 경제와 고용시장은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게다가 1990년대에는 노동형 태가 다양화되고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는 등 노동시장이 크게 변화되는 시기였으며, 외부적으로는 소련의 붕괴 이후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고 유럽연합이 출범하는 등 국제경제환경이 급격 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또한, 지속적인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인구 변 화로 사회보장체계의 재정부담도 점차 가중되고 있었다. 이러한 여러 요 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독일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고명

덕, 2016, p.258).

이처럼 나빠진 독일의 경제 상황을 기존의 노동시장 정책만으로 타개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중도 노선을 표방하면서 1998년 집권한 사민 당의 게하르트 슈뢰더(Gerhart Schröder) 정부는 독일의 경제불황을 타 개하기 위해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체제를 현대화하기 위 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 녹연합정부에 의해 제시된 정책이 아젠다 2010이다. 아젠다 2010은 2003년부터 추진되었으며, 이 개혁의 목적은 침체한 독일 경제의 성장과 고용 증진을 위해 노동시장 정책과 전반적인 사회체계에 대한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었다(황규성, 2011, p.244; 김상철, 2014a, pp.7-8). 이러한 아젠다 2010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혁안 이 하르츠 개혁이다.

2) 하르츠 개혁 전개과정5)

하르츠 개혁은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 정부가 페터 하르츠(Peter Hartz)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모임인 하르츠 위원회를 통해 단행한 대대 적인 노동시장 정책 개혁을 일컫는다. 2002년 3월 결성된 하르츠 위원회 는 13개 모듈로 된 하르츠 보고서를 통해 독일 노동시장 정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제안하였다.

하르츠 개혁은 도입 당시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켰으며, 대연정 구조를 바꾸는 등 제도 및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 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조합주의에 반하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법 도입

5) 해당 내용은 Brütt(2003)과 김상철(2014a, 2014b)을 중심으로 필자가 인지하고 있는 내 용을 추가하고 재구성하여 집필하였음.

시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1998년 11월 슈뢰더 총리는 노사정 대표로 구 성된 ‘고용 연대(Bündnis für Arbeit)’를 결성하고 고용 증진과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위한 정책 개혁 합의를 위해 9번에 걸쳐 회의를 개최하였 으나, 노사정 간 견해 차이로 인해 합의에 실패하였다.

슈뢰더 정부는 2003년 1월 고용 연대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같은 해 3월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아젠다 2010’을 발표하였다. 당시 사민당은 합의된 당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의견이 분열 되어 있었으며, 녹색당과의 적녹연정 정부는 정책 추진력이 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슈뢰더 정부는 오히려 당시 야당인 기민당 및 기사련 과의 협력을 통해 하르츠 개혁과 아젠다 2010을 추진해나갔다. 이후 2005년 사민당과 기민당이 대연정 정부를 구성하면서 개혁안이 본격적 으로 실행되었다. 당시 슈뢰더의 사민당 정부는 기존의 ‘고용 연대’ 실패 이후 당내 반대파를 흡수하고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구하는 전략보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혁을 주도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독일 정부가 합의 전략이 아닌 갈등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부 주도적인 하르츠 개혁은 노사정 합의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사회적 지지가 부족 한 상태에서 추진되었음을 알 수 있다(Nullmeier, 2008; 김상철, 2014a, pp.11~12에서 재인용).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통해 사회적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국가 에서 활성화된 사회국가(aktivierenden Sozialstaate)로의 전환을 시도 했다고 볼 수 있다. 활성화 국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신자유주의적 시 장중심주의나 사민주의적 복지국가 전략이 아닌 제3의 길을 추구하는 새 로운 복지국가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활성화국가는 정부의 총체적 인 책임과 시민의 자율성이 혼합된 형태로 기존의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보다 개인적 차원의 자발성과 노동시장 참여 동기부여를 중요하게 강조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행정 개혁, 복지제도 구조의 효율화, 새로운 사회 적 책임 분담 등이 강조된다(Lamping, Schridde, Plaß & Blanke, 2002; 김상철, 2014b, p.76에서 재인용). 이처럼 활성화 국가는 개인의 책임과 시장 원리를 강조하기 때문에 공공의 책임을 축소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활성화 정책의 슬로건은 “요구”와 “지원”(Fordern und Fördern)이 며, 요구와 지원의 원리를 입법화하여 노동시장 개혁을 시도한 것이 하르 츠 개혁이다. 독일의 활성화 정책이 하르츠 개혁에 반영된 것은 크게 두 지점으로 구별된다(김상철, 2014b, pp.79-82).

첫째, 하르츠 I법과 II법에서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기초보장을 통합하여 효율적으로 실시하고, 지원 수단 간의 상호 결합을 통해 제도의 유연성을 제고시켰다. 2003년에는 파견직 노동계약이 만료되었을 때 고 용보장을 규정하는 해고금지 조항이 파기되었으며, 시간제 근로가 자유 로워졌다. 한계고용인 미니잡(mini-job)은 400유로로 인상되고 주당 최 소 15시간 노동시간 기준이 삭제되었다. 이는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제고 시켜 고용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조치였다.

한편, 하르츠 개혁 이후 자영업 및 공공일자리도 크게 확대되었다. 1인 기업 기초창업 보조금(Existenzgründungszuschuss)(Ich-AG)은 교육 수준이나 직업훈련 수준이 낮은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였 고 이는 자영업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1인 기업의 증가가 실업급 여 II의 감소에는 크게 이바지하지 못했다. 창업하였으나 저소득에 머무 는 자영업자들의 실업급여 II 수급도 급격히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저숙련 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었으나, 오히려 정규 직의 일자리가 축소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하르츠 IV법의 도입 측면에서 활성화 정책은 근로능력이 있는 수 급권자에게 노동 참여를 전제로 하여 근로 동기를 부여하고, 장기적으로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실업급여 I의 수급 자격을 제한하고 수급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추진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실업급여 I 수급자에게 노동시장 재진입에 대한 압 박을 주기 위함이다. 실업부조와 사회부조가통합된 실업급여 II에서는 소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실업급여 I 수급자에게 노동시장 재진입에 대한 압 박을 주기 위함이다. 실업부조와 사회부조가통합된 실업급여 II에서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