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에서는 사회보장제도 중 소득보장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각지대 와 한국복지패널을 통해 소득보장 사각지대 경험자들이 고용보장제도와 잘 연계되고 있는지를 간단한 분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우리 연 구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제도 간 정합성 측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위기에 직면할 경우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지원 범위 혹은 급여 수준을 확대하면서 그 위기를 돌파하였다. 대표적으로 1998년 경제 위기 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고 사회보험의 적용 범위를 크게 확대한 바가 있다. 또한,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면 경로연금→기초노 령연금→기초연금 등으로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노동능력이 있는 근로 빈곤층을 위해서는 근로장려금이 도입되었으며, 현 정부에서는 2021년부터 기존 취업성공패키지를 확대한 한국형 실업 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나의 제도가 도 입될 경우 중장기적인 검토를 통해 제도가 도입되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제도가 도입되거나 적용 범위(대상, 급여)가 확대되기도 한 다. 2018~2019년 소득분배 악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경 험하면서 정부는 일련의 사회경제적 위기가 국민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 고 있는데,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확고하게 위기계층을 보호하고 있지 못한 측면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대 표적으로 기초연금의 급여가 상향 조정되었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는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될 예정이며, 이외에도 전국민 고용보험,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는 세 가지 방향에서 제도 간 정합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으며, 둘
째,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문제를 살 펴보았고, 마지막으로 고용서비스로서 자활지원제도와 국민취업지원제 도 등의 제도 개선 사항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사회보장 확대 시 지적 되고 있는 제도 간 중복 등의 문제를 피하고 빈곤층의 실질적 보호와 삶 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이 무엇인지 제안해 보고자 한다.
1.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현황 및 관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두 제도 간의 관계를 어떻 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했다. 기초노령연금 운영 당시 국민연금개혁 위원회를 설치하여 국민연금과의 재구조화 방안 을 검토하였으나 현실화되지 못했고,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전 환되면서 국민연금 A급여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연계감액 제도가 도입 되었으나 이는 제도 간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성 실 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기초연금은 도입 이후 기준연금액이 20만 원에서 2018년 25만 원, 2019년 하위 소득 20%를 대상으로 30만 원, 2020년에는 하위 소득 40%를 대상으로 30만 원까지 인상되었고, 2021년에는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30만 원까지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2018년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도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중 하나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면서 기초연 금을 40만 원까지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기 초연금액을 50만 원까지 인상하자는 주장에다가 보충연금 도입 필요성도 논의되는 상황이다(최옥금, 2020, pp.20-21).
기초연금은 전체 노인의 70%를 포괄하고 있어 보편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자산조사를 시행하여 기초 연금의 성격을 연금으로 규정할 것인지 부조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합 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 서 향후 기초연금의 발전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과의 역할 분 담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행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는 어떠한지 살펴본 다음 두 제도 간의 쟁점을 정리할 필 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두 제도 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하고자 한다.
가. 공적연금 평가: 제도 간 관계를 중심으로 1) 기초·국민연금 각 제도 평가
국민연금은 형식적으로는 전 국민을 포괄하여 일차적 노후소득보장 역 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사각지대 규모가 커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두 차례에 걸쳐 재정안정을 목표로 개혁을 시행했음 에도 여전히 재정 불안정 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2057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어 수지균형을 맞추려면 보험료율을 현재보다 더 높은 수 준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기초연금은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하여 지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급 여 수준이 낮다는 문제를 갖고 있고, 현행 공적 노후소득보장에서 제도적 성격이 모호하다. 기초연금은 보편적 성격을 담보하여 ‘연금’의 성격을 갖는 반면, 목표 수급률 설정으로 인해 대상자를 자산조사를 통해 선별하 는 ‘부조’의 성격도 일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초연금의 성격이 애매하다는 것은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적
정한 역할 분담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와도 직결 된다. 이후에 살펴보겠지만, 소득비례연금을 운영하는 국가들과 노인 기 초보장 제도의 관계는, 소득비례연금이 강력한 국가의 경우는 부조 방식 의 선별적인 제도가 일부 저소득 노인을 보장하는 방식이지만, 보편적 기 초연금을 중심으로 발전한 국가들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보완적 으로 운영하고 있다.(이용하·최옥금·김형수, 2015).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은 보편적 연금도 아니고 노인 대상의 선별적 부조도 아닌 애매 한 형태이기 때문에 소득비례연금인 국민연금과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계감액이라는 방식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하 고는 있지만, 소득재분배 급여가 포함된 국민연금 A급여와 기초연금이 기능적으로 중복되어 있고, 그마저도 기초연금의 대상을 전체 노인의 70%로 규정하고 있어 국민연금과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를 키 우고 있다. 또한, 현행 기초연금은 전체 노인 70%의 목표 수급률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고 있는데, 노인의 소득 및 재산이 계속 증가할 경우 현행 단독기준으로 148만 원인 선정기준액이 300~400만 원까지 늘어날 가능 성도 있다. 기초연금이 조세를 재원으로 대상을 선정할 때 자산을 조사한 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선정기준액 상향에 따라 그 정도의 소득인정액을 가진 노인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어려울 수 있다.
이하에서는 제도 각각의 문제점을 전제로 나중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의 제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2) 기초·국민연금 제도 간 관계 평가39) 가) 무연금자와 국민연금 수급자의 형평성 (1) 기초·국민연금 연계감액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수급하는 경우, 국민연금액이 일정 수 준 이상이면 국민연금 A급여액에 연계하여 기초연금액을 감액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계감액은 기초연금제도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에는 없다 가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전환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제도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근거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경우 A급여액 을 통해 이미 세대 간 이전 혜택을 받고 있어서 A값의 10%로 도입된 기 초연금액을 모두 수급하게 되면 세대 간 이전 혜택을 과도하게 받는 것이 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보건복지부, 2013; 석재은, 2015). 이미 기초연금 성격의 국민연금 A급여 혜택, 곧 본인 기여에 비해 세대 간 이전의 혜택을 많이 받는 국민연금 수급자에게는 일부 금액을 조 정하고, 연금이 없거나 낮은 연금을 받는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전액 지 급하여 공적연금의 혜택을 고르게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연 계를 통해 향후 국민연금이 성숙하여 더 많은 노인이 국민연금을 수급하 고 국민연금액도 증가하면 기초연금 지출 증가 속도가 둔화하여 장기적 인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에 쉽다는 점도 지적되었다(보건복지부, 2013).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연계감액 제도의 도입은 기초연금을 ‘연금’의 성격으로 정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계감액 제도는 기초연
39) 이에 대한 논의는 최옥금(2020),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제도 간 쟁점 및 현황과 발전 방 향”을 기초로 서술되었음을 밝힌다.
금 도입 당시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형이 다. 우선 국민연금 급여나 기초연금액 자체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 금액을 국민연금 A급여액에 따라 감액하는 것은 노후소득보장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A급여액에 대해서만 기초연금 액을 감액하는 것은 노인들 대부분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을 때는 가능하
금 도입 당시부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형이 다. 우선 국민연금 급여나 기초연금액 자체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 금액을 국민연금 A급여액에 따라 감액하는 것은 노후소득보장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A급여액에 대해서만 기초연금 액을 감액하는 것은 노인들 대부분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을 때는 가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