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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논의를 종합해 보면 각 농정 패러다임이 강조된 시점과 맥락은 국가 에 따라 서로 다르지만, 현재 한국 농정이 ‘경쟁적 농업’에서 ‘다원적 농업’ 및

‘국제 생산’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농정 패러다임 전환 과정을 살피면서 다원적 기능이 향후 중요한 지향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연구는 황수철 김태연(2010), 황수철(2014; 2016), 정현희 외(2013), 황영모 외(2016), 정영일(2008), 이정환(2017), 김태연 임정 빈 이정환(2017) 등이 있다.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 고 있다. 첫째, EU, 미국, 일본 등에서 경험했듯이 기존의 구조개선(경쟁력 강 화, 효율성 중심) 패러다임에서 지속가능성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11 한국에서도 경쟁력 강화 기조하에 집중적으로 시행했던 투융자 지원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농업인의 정부 의존성 심화, 도덕적 해이, 환경부하 증가, 식품안전성 문제 대두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둘째, 농정 이념과 목표를 바꾸면 정부 개입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성, 다원적 기능, 다기 능 농업 등은 지향 방향 중 핵심이 될 수 있다.12 넷째, 이 과정에서 농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농정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책이 사회적 기대(societal ex-pectation)를 담아내야 한다는 가치 판단을 담고 있다.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 능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경제 발전 단계 속에서 농업 역할 변화와 함께 나타 난다. 경제 발전 단계 속에서 한국 농업은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11 황수철(2014)은 여러 나라의 경험을 토대로 의존적 농업 패러다임(dependent agri-culture paradigm), 시장자유주의 패러다임(market liberal paradigm), 다기능 농업 패 러다임(multifunctional agriculture paradigm)으로 나누어 살폈다. 시기별 변화를 살 피고 “현재 세계농정의 지배적 흐름은 시장자유주의 패러다임이지만 다기능 농업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패러다임 간 착종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12 마이클 우즈(2016)도 생산주의(productivism), 후기 생산주의(post-productivism), 다 기능성(multifunctionality) 관점에서 ‘농촌을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져 왔다고 주장 했다. 자세한 논의는 마이클 우즈(2016) 제3장을 참고하기 바란다.

듯하다<그림 2-1>.13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면서 한국 농업 농촌이 4단계로 이 행할 수 있다면 해당 부문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의 편익도 늘릴 수 있다 (Timmer 1998, Zawojska 2013). 요컨대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강화하면 서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공공재를 공급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농업 (socially responsible agriculture)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14

<그림 2-1> 농업 발전 단계와 사회적 수요 변화

자료: Zawojska(2013) 재구성.

13 3단계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도시가구 지출 중 식료품비 비중 감소, 농업 부문 효율성 증대 요구, 도농 소득 격차 문제 등이다. 4단계로 이행하면서 소득 분 배의 정치적 의제화, 타 산업 부문 실업 증가로 인한 농업 지역 인력 유치 요구 증 대, 환경과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 두드러진다.

14 Anisimova(2016)는 미래 농업 농촌의 비전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적인 농촌으로 의 전환(inclusive rural transformation)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역할을 강조하 였다.

<표 2-4> 농업 정책 패러다임의 특성

면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간략하게 살피는 선에서 그치고자 한다. 이 함의를 법 제도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과 방식은 외국(제3장)과 한국(제4장) 사례로 나 누어 보다 세밀하게 살필 것이다.16

농정 정책 패러다임은 크게 ‘의존적 농업(dependent agriculture)’, ‘경쟁적 농 업(competitive agriculture)', ‘다원적 농업(multifunctional agriculture)’, '국제 생산(globalized production)'으로 구분 가능하다(Josling 2002: Coleman et al.

2004 재인용, 황수철 2014, van Huylenbroeck et al. 2007). ‘의존적 농업’은 국 민의 기본적인 식량 요구를 충족시키고 국가 안보 달성, 사회적 정치적 안정 확보 및 농촌 지역 고용을 달성하는 농업이다. 타 산업 또는 타국 농업과 경쟁 하고, 농업인 소득을 확보하려면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국가 지원 (state-assisted)' 또는 ‘보호주의(protectionist)' 농업으로 지칭된다. ‘경쟁적 농 업’은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시장 자유주의에 따라서 자원 경쟁을 하는 산업으로 규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국제 무역 체계 와 긴밀하게 연결된다<표 2-4>.

EU에서는 1992년 리우 선언 이후 주목받은 지속가능성 개념을 중심으로 지 표를 설정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방향은 공동농업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표 2-5>. 이 관점에서는 자본(stock), 효율성(efficiency), 형평성(equity)을 모두 고 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economy) 외에도 환경(environmental)과 사 회(social) 측면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OECD(2006)와 OECD(2015)는 농촌개발 패러다임 방향을 제시하였다<표 2-6>. 기존 산업 중심에서 장소 중심으로 관점을 옮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OECD(2006)의 핵심 주장은 거버넌스(governance)와 정책 전달체계(delivery system)로 요약할 수 있다. OECD(2015)는 OECD(2006)보다 정책 대상 농촌지 역을 더욱 구체적으로 좁히고, 지역 단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게끔 지역 역량 을 활용하는 방식을 강조한 듯하다. 농촌 지역 경쟁력, 농촌(잠재적) 자원, 농촌 지역 삶의 질 등을 다원적 기능과 관계 지을 수 있다.

16 법 제도 정책 변화를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s)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는 정 책 변화가 정책 목표, 정책 도구 유형, 설정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Mölders 2014)

효율성과 경쟁력 중심의 기존 농정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자료: OECD(2006); OECD(2015).

이정환 외(2012)는 기존 ‘설계주의 구조농정’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이 결과

culture)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국의 다원적 기능 관련 법과 제도

1. 다원적 기능을 법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주요 국가와 동향

국제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농업이 식량 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 식량안보, 환경 보전, 농촌 사회 유지 및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해 왔다. 국가별로 경제발전 단계와 농업 환경이 상이하 기 때문에 농업 농촌이 지니는 다원적 기능의 의미와 범위도 각각 다르게 이해 했다. 농업 농촌이 창출하는 다원적 가치를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제적 분석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농업 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제대로 평 가하지 못하였다.

1992년 개최된 리우 정상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20에서, 각국 정부가 농업이 식량안보와 함께 다양하게 발휘 하는 다원적 기능이 중요하다고 인정한 이후 농업이 갖고 있는 환경 사회 문 화적 기능과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을 반영하여 일정 수준의 농업 생산기반을 확보 하여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 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특히 스위스, EU, 미국, 일본 등에서는 농업 농촌

20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라고도 한다.

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업인의 기본소득과 권익을 보장 하는 정책 목적에 중점을 두고 국가 농업정책을 수립 시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 전환의 배경에는 농업 생산기반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지 못해 농 업의 다양한 가치를 잃으면 더 많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한 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여 농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이태호 2016).

이러한 인식에 따라 일부 주요 국가에서는 농업 농촌이 발휘하는 다원적 기 능을 유지 강화하려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헌법 또는 농업기본법에 명문화하였다. 이를 근거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농업 과 농촌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해 왔다. 동시에 농업 농촌의 다 원적 기능을 유지 및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정을 추진하여 얻은 공익적 성과를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였다. 이를 토대로 농업 부문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 여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 강화하고 농가 소득과 경영을 안정시키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주요 국가는 자국의 국가적 안위와 직결되는 농업 농촌의 다원 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법적 제도적으로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관한 내용을 선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스위스, EU,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농 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21

21 기타 국가 관련 내용은 <부록 7>에 정리하였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