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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1. 캘리그래피의 개념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사전적 의미로 ‘서예’, ‘아름답게 쓰다’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어원으로는 ‘kallos(beauty)+graphy’인데, kallos는 그리스 어로‘아름답다’

를, graphy는 ‘서법(書法), 기록법(記錄法)’을 의미한다. 단순히 쓰기 기능을 말하기도 하지만 아름답게 쓰는 작업도 포함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2004년 신어>의 하나로 캘리그래피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아직 캘리그래피와 캘리그라피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 다. 이것은 2004년 국립국어원에 신어로 등재된 이후로도 아직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았 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손글씨, 멋글씨, 캘리그라피’등의 다양한 용어를 저마다 사용하고 있다. 이는 캘리 그래피를 우리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임에는 틀림없으나 어떠한 통로로든 통일된 이름을 가지는 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캘리그래피로 통상 사용하려 하고자 한다.

서예 작업은 추상적인 작업이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캘리그래피 는 추상 예술이라는 말이다. 캘리그래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예를 기본적으로 이해 하고 있어야 한다. 서예는 문자를 아름답게 쓰기 위해 만들어진 예술이다. 오랜 기간 실용성만을 가지다가 왕희지38)의 기운을 받으며 예술성을 지닌 문자로 발을 내딛게 된 다. 서예는 문자다. 서예는 그 사람의 내면을 나타냄이다. 서예는 특성상 문자의 모양과 뜻의 시작인 추상 개념을 포함해야 하고, 덧칠하지 않는 일회성, 율동성, 순간성 등이 있다.

38) 왕희지(王羲之, 321~379) : 귀족 출신으로 세칭 왕우군이라고도 부른다. 여러 가지 서체의 장점을 두루 체득하고 종합하여 한, 위의 질박하고 웅혼한 서풍을 연미하고 유려한 서풍으로 바꿈으로써 서예를 예술로 끌어올리는 데에 공을 세웠다.

[그림 4-1] 훈민정음 언해본 , 용비어천가

서예는 한문서체와 한글서체가 있는데 한문서체로는 갑골문, 금문, 전서, 예서, 초서, 해서, 행서가 있다. 한글서체로는 판본체, 혼서체, 궁체로 나뉜다.

판본체는 훈민정음 반포 당시의 글씨체이며 정음체라고도 한다. 혼서체는 필사체라고 도 한다. 조선 성종 때 한자체의 해서처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변하였다. 국한문 혼용해서 사용하였으므로 혼서체라고 한다. 이것이 차츰 정리되며 궁체로 발전되었다.

궁체는 숙종 때 궁중 궁녀들에 의해 생겼는데 궁체는 정자, 흘림, 진흘림 세 가지가 있 다. 정자는 해서, 흘림은 행서, 진흘림은 초서에 비유된다.

한때 간판쟁이 글씨로 평가절하 되었던 것이 이제는 아름다운 캘리그래피라는 옷을 입고 우리 주변에서 보이고 있다. 캘리그래피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 서예와 확연히 다 른 점은 규칙을 따르기 보다는 캘리그라퍼가 완성품의 컨셉에 맞고 자유롭게 창의적으 로 작업한다는 것이다. 전통 서예를 하는 일각에서 캘리그래피를 상업적이라 폄하하기 도 하지만 분명 캘리그래피는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한 결과물인 것은 분명하다.

캘리그래피의 대상물은 그 내용이 가지는 컨셉에 맞게 어떤 형식으로 원하는 느낌을 표현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그 어떤 형식은 과연 무엇일까? 전통적인 서예가 원하는 서 도를 의미할 수도 있고 디자인적 측면으로 본다면 디자인적인 감각이 우수한 것일 수 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컨셉에 맞게 서도를 지켜가면서 구상, 글씨를 쓴이의 감성 을 잘 표현해 내었다면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다.

캘리그래피에 대한 개념은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동양에서는 붓을 이용하여 종 이, 천에 글씨를 쓰는 예술로써 서예를 의미하고, 서양에서는 캘리그래피를 글씨를 아 름답게 장식적으로 도형화하는 것으로 두고 있다.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순수 조형적 표현 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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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2] 1945년,서울거리

화려하지 않아도 손으로 쓴듯한 간판이 보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 YBM출판사

이규복의 <캘리그라피>에서는 캘리그라피의 특성을 첫째 문자성, 둘째 실용성과 상 업성, 그리고 예술성, 셋째 일회성, 넷째 혐업성이 있다고 했다.39)

첫째 문자성은 캘리그래피는 문자의 연속이므로 정해진 약속에 따라 획의 수와 조합 이 지켜져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표현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캘리그라퍼로서의 창작 능력이나 감성 등을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둘째, 실용성과 상업성, 그리고 예술성이 있는데 캘리그래피는 실용예술임이 분명하 다. 실용적인 예술이란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캘리그래피를 이용했을 때 그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냐 없느냐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39) 이규복, 「디자인의 만남 속에서 찾는 우리디자인, 캘리그라피」, (주)안그라픽스

그러나 실용가치만을 강조하다보면 상업성이 덧대어 진다. 캘리그라피의 효과에 무형 의 가치를 가지게 되다보니 오는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실용성과 상업성 이전에 문자 조형예술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셋째, 일회성은 서도에서 한 번에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회성이 가지는 그 순간 의 개성은 다시는 표현해 낼 수 없는 큰 가치이다.

넷째, 혐업성은 캘리그라퍼 개인만이 부가가치를 높일수는 없다. 클라이언트, 디자이 너와의 혐업속에 만족도 높은 작업물이 나오는 것이다.

창작은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준 높은 캘리그래피를 하기 위해서는 이미 잘 닦여 진 한자서체든 한글서체든 임서를 수없이 하는 것이 창작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임서에 는 형임, 의임, 배임 세 가지가 있다. 형임은 글자의 형태와 모양에 중점을, 의임은 운 필, 필세 등을 익힌 후 글씨가 가진 정신을 배우는 단계, 배임은 그 글씨의 모든 것을 외워 그 풍으로 쓰는 단계이다. “창작할 때는 임서하듯 임서할 때는 창작하 듯 하라”

는 말도 있다. 임서 만으로도 나를 나타내기에는 충분하다. 아무런 기초도 없이 속성으 로 손재주만 믿고 캘리그래피 학원에 등록하여 몇 달하고 캘리그래피를 업으로 삼기도 한다. 이것은 임서를 하지 않고 글씨를 쓰는 것과 같고 기초공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층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이 너무도 위태롭다.

캘리그래피는 디지털 매체와는 필연관계이다. 디지털이라는 비인간적인 매체에 인간 적인 캘리그래피는 우리의 감성을 실어 결과물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며 새로운 시각 언어로서의 역할을 한다. 평면적인 작업이 컴퓨터라는 디지털 매체를 만나면 날개를 달 고 하늘을 나는 격이다. 게다가 저작권40)법에서 디자이너와 광고주를 자유롭게 해준다.

저작권법의 제한 하에서는 자유로운 서체의 사용이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캘리그래 피가 더욱 발전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초기의 캘리그래피는 주로 포스터, 책표지, 신문・잡지 광고 등의 인쇄매체에 활용되어 오다가 아이덴티티(identity) 디자인에 활용되면서 각종 사인물, 패키지 디자인에 많이 활용 되었고, 최근에는 TV, 영화, 웹사이트 같은 디지털 매체뿐만 아니라 환경 디자인 과 의상 디자인 분야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41)

40) 타인의 글자체에 대한 저작권 침해 또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실을 확인하 는 서면 발송(법무법인 등에서)

41) 박용균,김경기, 「디지털 환경에서 캘리그래피의 디자인 표현 양식에 관한 연구」, 디지털디자인 학연구 Vol.8 No.4

34 -[그림 4-3] 근대의 캘리그래피

출처 : 남해국제탈예술공연촌

2. 캘리그래피의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