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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이여, 타이베이를 꿈꿔라

---1) ‘臺北’의 정식 지명 표기는 ‘타이베이’이나, 이 글에 언급된 영화의 경우 개봉 당시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였음.

2) 타이완의 공식국호는 ‘중화민국(中華民國, Republic of China)’이지만 상대방을 합법적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 함께 하는 올림픽 등 국제행사에서는 ‘Chinese Taipei’처럼 이른바 ‘하나의 중국, 다른 표기(一中各表)’가 사용되고 있음.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등 1)

청춘들이여, 타이베이를 꿈꿔라

한지은 |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jinnyh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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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비결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다양한 장 소들, 부담스럽게 느껴질 만큼 친절한 시민들, 무엇보 다 사시사철 달콤한 망고빙수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효도 관광지, 우리는 이제 ‘진짜’ 타이베이에 관해 알 게 된 것일까?

영화로 타이베이를 이해하는 방법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20세기 타이베이를 가장 잘 그 려낸 감독으로 양더창(楊德昌)3)과 차이밍량(蔡明亮)이 있다. 두 감독은 ‘비정성시(非情城市)’(1989)를 통해 세 계적 명성을 얻은 허우샤오셴(候孝賢)과 함께 1980~

1990년대 타이완의 기억과 역사, 현실에 주목하는 이른

바 타이완 ‘뉴웨이브(新浪潮)’ 영화를 이끈 것으로도 유 명하다. 허우샤오셴이 주로 도시와 대비되는 농촌의 삶 에 주목한 것과 달리, 두 감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 는 타이완 최대의 도시 타이베이에 주목했다. 1990년 대 ‘청소년나타(靑小年那咤)’(1992), ‘애정만세(愛情 萬歲)’(1994), ‘하류(下流)’(1997) 등 타이베이 3부작에 서 차이밍량은 타이베이에서 전통적 요소와 서구적 요 소가 만들어내는 균열과 혼란을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양더창 감독은 타이베이 3부곡으로 불리는 ‘타이페이스 토리(青梅竹馬)’(1985), ‘공포분자(恐怖汾子)’(1986), ‘고 령가소년살인사건(牯嶺街少年殺人事件)’(1991)부터 유 작이 된 ‘하나 그리고 둘(一一)’(2000)까지 대부분의 작 품을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생전의 한 인터

---3) 국내에서는 ‘에드워드 양’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음.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등 1)

청춘들이여, 타이베이를 꿈꿔라

한지은 |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jinnyhan@hotmail.com)

타이베이 용산사는 불교뿐 아니라 도교와 민간신앙까지 타이베이 특유의 종교적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뷰에서 “내 목표는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영화로 타이

리’5)다. 이 영화는 2008년 타이베이시 관광국에서 기획 한 타이베이 도시영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초로 타 이베이 시정부가 영화의 촬영과 판촉 등에 상당한 지원 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이베이 관광활성화가 지원 의 주요 동기였다는 점에서 보통의 도시홍보영상물처럼 타이베이의 명소들을 망라한 영화일 것으로 오해할 수 도 있지만, 이 영화는 대부분 타이베이의 한적한 거리에 자리한 작은 카페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여 주인공 두얼은 오랫동안 꿈꾸던 자신만의 카페를

마련하는데, 여동생 장얼이 장난스럽게 시작한 물물교 환으로 인해 작은 카페는 다양한 이야기와 서로의 가치 가 공유되는 장소로 자리 잡는다.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만들어진 카페는 촬영 후 영화사에서 점장과 직원을 고 용하면서 실제 카페로 영업을 시작했다. 카페의 실내장 식이 영화 속 그대로인 것은 물론이고 영화에서 등장한 커피와 각종 디저트를 판매하면서 카페는 이후 한국인 여행객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6)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서 타이베이의 풍경은 조용 한 카페, 인적 드문 전철 안, 멀리 전차가 지나는 옥상처 럼 대부분 배경으로만 제시되지만, 도시 자체가 이야기 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두얼은 어느 날 35 개의 비누에 담긴 35개 도시의 이야기를 교환하겠다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들려준 마지막 35번째 이야 기의 도시가 바로 타이베이다. 이 장면에서는 타이베이 의 명소인 101빌딩, 미라마쇼핑몰의 대관람차, 중정기 념당의 자유광장 등이 등장하는데 모든 장소에서 어떠 한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인적 없는 거리, 텅 빈 채 돌아가는 관람차와 회전목마, 비둘기만 날고 있는 광장 의 모습은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현대 도시로서의

---5)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第36個故事, 2010): 샤오야취안(蕭雅全) 감독 / 구이룬메이(桂綸鎂), 린천시(林辰唏) 등 출연.

6) 이 카페는 임대계약 만료로 2015년 3월 29일 영업을 종료함.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두얼카페(咖啡館)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 등장하는 중정기념당 자유광장(왼쪽)과 타이베이101(오른쪽)

타이베이의 면모를 드러낸다.

한편 타이베이시 문화국의 지원을 받은 ‘오브아, 타 이베이’7)의 중국어 제목은 ‘한 페이지의 타이베이(一頁 臺北)’다. ‘한 페이지(一頁)’와 ‘하룻밤(一夜)’은 중국어 동 음어로 이 영화가 하룻밤 동안 타이베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동시에 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점을 중의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 나고 마지막에 재회하는 ‘성품서점(誠品書店)’은 타이베 이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이자 24시간 영업하는 잠들지

못한 타이베이의 청춘들을 위한 장소다. 그밖에도 101 빌딩, 야시장, 24시간 편의점, 지하철(捷運), 밤의 공원 등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타이베이의 야경(夜景)은 주인공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프랑스 파리만큼이나 낭만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오늘날 영화 속 타이베이는 더 이상 공허하 고, 비정하며 오염된 도시가 아니다. 세련되지만 정감 있고, 소박하면서도 현대적인 도시, 그것이 21세기 타 이베이 영화가 타이베이를 이해하는 방법인 것이다.

타이베이의 청춘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결말은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을 하는 여행객들에게 카페를 숙소로 제공하 면서도 스스로는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주인공 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35개의 도시로 여행 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영 화뿐 아니라 21세기 타이베이 영화들에서 ‘떠남’은 매우 익숙한 주제다.

‘늑대가 양을 만났을 때’8)에서 주인공 아둥은 ‘학원

---7) 오브아, 타이베이(一頁台北, 2010): 천쥔린(陳駿霖) 감독 / 궈차이제(郭采潔), 야오춘야오(姚淳耀) 등 출연.

8) 늑대가 양을 만났을 때(南方小羊牧場, 2012): 허우지란(侯季然) 감독 / 젠만수(簡嫚書), 커전둥(柯震東), 궈수야오(郭書瑤) 등 출연.

‘오브아, 타이베이’의 야경, 오토바이로 가득한 도로(왼쪽)와 사대야시장(오른쪽)

‘오브아, 타이베이’의 성품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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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가야겠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떠나버린 여자친구를



부산시 도시재생 중간지원조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