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문화인프라 이용실태
1. 지원방향
가. 영유아기 문화인프라 이용 제고
부모세대와 영유아 자녀 세대 모두 영유아기의 문화인프라 이용이 저조한 것 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자녀가 이용 비율이 좀 더 많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동안 의 문화인프라 확충을 고려해 볼 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우리사 회의 문화에 대한 인식수준이나 욕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영유아 자녀가 문화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문화시설의 유형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용하지 않는 시설이 훨씬 많았다(설문조사에서 보기로 제시한 13개 문화시설 중 10개 시설을 미이용 함). 미이용보다 이용이 많은 문화시설 3 개는 집근처 놀이터, 놀이공원, 수족관·동식물원이었다.
미이용 이유로는 ‘자녀가 어려서’, ‘근처에 이용가능한 시설이 없어서’, ‘이용 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응답하였다. 여기서 ‘자녀가 어려서’와 ‘이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어리기 때문에 문화시설을 이용한다고 해도 잘 모를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근저에는 문화시설을 목적 지향적으로 이용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사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 었는데 도서관은 독서·대출을 목적으로 박물관·미술관·문예회관은 관람을 목적 으로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이용 목적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박물관·미 술관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서, 문화시설을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이용하는 게 아니라 특정 목 적을 갖고 이용한다는 것은 이용 목적이 없는 평소에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을 의미한다. 우리사회에서 문화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특별한’ 활
동으로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지 않았음을 뜻한다. 부모세대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자녀에게 좀 더 편안하게 생활의 일부로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전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속이론(continuity theory)에 따르면, 문화(여가)활동은 학습된 행동으로 생 애주기에 걸쳐 나타나는 계속적인 경험과 변화로서 생애초기에 학습한 문화활 동은 전 생애에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친다고 한다(윤소영 외, 2011: 6). 한 개인 이 평생 향유할 수 있는 문화활동의 토대가 생애초기단계에 형성되고 이후 계 속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영유아기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라 하겠다.
나. 영유아기부터 공공 문화인프라 이용 제고
부모세대에서 공공재 문화시설(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을 영유아기에 이용한 비율은 10% 미만이었지만, 놀이공원과 극장의 영유아기 이용 비율은 각각 24.5%, 10.3%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모세대도 소비재적 문화시설의 이용은 상대적으 로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영유아 자녀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영유아 자녀 세대를 보면, 부모세대의 공공 문화시설의 이용율보다는 수치는 높게 나왔으나 미이용의 비율이 여전히 70%후반~90%를 상회하였다. 공공 문화인프라의 낮은 이용은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실시하는 현장학습에서도 동일하였다. 어린이집·유 치원에서도 수족관·동식물원, 극장, 놀이공원을 가장 많이 현장학습시설로 이용 하였으며 어린이박물관·도서관·미술관의 이용은 낮았다.
앞서 언급한 부모세대가 영유아기에 문화시설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자녀에 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과 동일하게 부모세대가 공공 문화시설보다는 소비 재적인 문화시설을 더 많이 접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자녀세대에게 전이된 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문화도 소비재 성격이 강해서 비용을 지 불해야 문화를 체험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부모들은 극장, 놀이공원, 사 설 키즈카페, 수족관·동식물원을 자녀와 함께 다녀 온 것을 문화생활로 인식하 고 있었다. 물론 여가활동과 문화활동의 경계선이 모호하기 때문에 문화생활, 문화활동을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는 없지만, 공공 문화인프라의 이용이 전반적 으로 세대 간 차이 없이 낮은 사실은 주목해야 하겠다.
이처럼 부모들의 공공 문화인프라 이용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공 공 문화인프라의 어떤 측면이 부족해서 부모 또는 어린이집·유치원의 이용을
제고하지 못하는지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근 경기도 북부지역에 어린 이박물관의 추가 설치 및 올해 개관한 서울 상상나라의 높은 이용율을21) 통해 영유아를 위한 공공 문화인프라가 어떠한 기능과 특성을 지녀야 하는지 시사점 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 가구소득별 문화인프라 이용 격차 해소
취약계층연구의 일환으로 실시한 본 연구에서는 일반가구와 저소득가구 간의 비교 분석도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 결과, 가구특성별로 영유아 자녀의 문화시 설 이용정도, 이용 시기, 미이용 이유, 희망하는 정책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일반가구에 비해 저소득가구의 문화시설 이용이 적고, 이용하는 시기도 늦으며, 미이용의 이유에서도 비용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부르디외(P. Bourdies)는 “문화는 정신적 산물만이 아니라 자본의 형태를 띠 는데 이 때 자본은 화폐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취향을 드러내는 심미적 가치와 학력과 혈통에서 축적된 사회적 자산을 포함한다”(이동연, 2010: 32)고 문화를 사회적 자본으로 통찰하였다. 문화예술적 취향이 다른 것은 단순히 개성 의 차이가 아니라 학력, 자본, 출신계급(본 연구에서 가구특성)에 의한 ‘구별짓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동연, 2010: 42). 이러한 부르디외의 문화자본론의 틀로 분석한 일반가구와 저소득가구의 문화이용의 차이는 축적된 사회적 자본의 영 향력을 강력하게 받는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저소득가구의 부모대상으로 문화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방식 등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소득가구의 문화이용 제고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 해야 하는 중요한 문화정책 영역이다. 영유아기의 문화이용 정도가 이후 생애단 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는 생애초기단계인 영유아기부터 적극적으로 문화지원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
라. 지역규모별 문화인프라 이용 격차 해소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가구특성별뿐 아니라 지역에 따 른 문화시설 이용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희망하는 정책에서 대도시와 중소도시
21) 2013년 5월 2일 개관 이후 입장객은 43,183명으로 매월 평균 목표 관람객 대비 99%임(서울시 내부자료, 2013).
는 ‘프로그램 다양화’였다면 읍면지역만이 ‘지역 간 균형적 배치’를 1순위로 꼽 았다. 문화인프라가 미흡한 농산어촌 지역의 영유아들도 문화소외계층이라 하겠 다.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이동식 문화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으나 사 업의 실효성을 파악한 조사나 연구를 찾아보기 어려워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 렵지만, 담당자와의 면담조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수혜 아동이 많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농산어촌의 아동들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동식 문화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영유아들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시설인 놀이터에 대한 수요가 읍면지역 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놀이터는 가장 일찍 경험하는 문화시설이며 영유 아기에 가장 자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문화시설이다. 농산어촌에 놀이터의 설 치뿐 아니라 도시지역의 낙후한 놀이터의 개보수도 하면서 영유아의 발달을 자 극할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시설들을 설치하여 전국의 모든 영유아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놀이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하겠다.
마. 문화인프라 종류별 설치 지원 전략 차별화
본 연구에서 정의한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놀이터는 각각의 특성 을 지닌 문화시설로서 이에 따른 지원전략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Ⅲ장에서도 제시했듯이 모든 문화인프라 설립 시,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 중심으로 확충과 함께, 인구규모도 고려해서 문화인프라 종류별로 설립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 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시설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광 역지자체를 대표하는 성격의 시설과 모든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소규 모의 시설로 구분하여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도서관은 생활밀착형 인프라 의 성격이 강하므로 도서관 서비스가 지역 주민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인구규모를 기준으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이원태 외, 2004: 18).
이와 같이 어린이 전용 문화인프라도 종류에 따라 차별화된 설립 전략이 필 요하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영유아 문화인프라 지원방안에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