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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논의

1. 중심현상에 대한 논의

학생상담사들의 학교상담경험에서 드러난 중심현상은 ‘주변인’이었다. ‘주변인’의 개념은 ‘서로 다른 문화나 사회, 집단의 경계선상에 있고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결여되어 동요하기 쉽거나 어 느 문화에도 속하지 못하고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경향’을 내포한다(다 음 국어사전, http://dic.daum.net,2016.4.5.14:27). 학생상담사들이 학교상담 경험에 서 겪는 주변인으로서의 경험을 ‘업무의 경계 불분명’, ‘이방인’, ‘소외됨’, ‘관심의 사각지대,’ ‘자격지심’, ‘열정페이’, ‘기회의 불평등’, ‘이중잣대’의 하위 범주로 구분 하였다.

본 연구를 시작하면서 연구자는 정규직인 전문상담교사와 비정규직인 학생상담 사 사이에는 교사와 교사가 아닌 신분의 차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처우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역할 갈등이나 관계, 혹은 업무의 어려움 등, 양 직업군 간에 구별되고 차별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연구 결과 는 다르게 드러났다. 김지연(2014)의 연구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들도 학교 내에 서 자신들을 ‘비주류(minority)‘라고 인식하였다. 전문상담교사들 역시 학생상담사 들이 경험하는 바와 비슷하게 안정적인 시스템 부재로 인한 업무 지침과 행정 시스템이 없어 다른 (교과) 교사의 부담을 덜기 위해 상담교사에게 맡겨지는 업

무를 하고, 상담(교)사는 수업이 없으니 노는 사람, 아이들은 모두 담임 교사 관 할이라는 교사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부딪혔으며, 교과 중심의 일과 운영과 수 업이 우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담 시간 확보가 어렵고, 본인의 전문성이 부족한 데 ‘전문’상담교사라는 명칭이 부담스럽다며 보건 교사처럼 ‘전문’을 빼고 그냥 상담 교사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진술하였다. 전문상담교사에 대한 또 다른 연구 에서도 상담 시간 확보의 어려움과 전문성 부족, 상담 훈련과 실습 시간의 절대 적 부족, 학교 상담 인식 부재 등의 현상을 언급하였고(도명숙, 2008), 학교 상담 인력의 직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황준성, 김성기, 이덕난, 안병천, 2010) 현실이 보고되었다. 따라서 학생상담사의 주변인으로서의 경험 중 다수는 이들이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파생되는 경험이라기보다는 우리 나라 학교상담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변인, 혹은 비주류의 경험에서 전문상담교사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교 사로서의 기본(basic)을 인정하기’로 드러났다(김지연, 2014). 이는 전문상담교사 들이 학교 조직을 이해하고 그 조직에 스며들기 위해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형 성과 공감대 형성에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전문상담교사가 자신들을 비주류 라고 인식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교사’이므로 ‘기댈 언덕이 있는’ 비주 류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점에서 교사가 아닌 학생상담사는 교사와 같은 동등한 입장에 서지 못하기 때문에 교원 중심의 학교에서는 비주류 집단 중에서도 더욱 더 주변으로 밀려나 ‘비주류 중의 비주류’ 혹은 ‘주변인 중의 주변인’으로서 ‘이 방인’같은 느낌과 ‘소외감’, ‘자격지심’ 등을 느낄 여지를 준다. 이런 현실은 ‘교사 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학교의 고유한 조직문화와 경직성(김지연, 2014)으로 인해 학생상담사들에게는 학교 생활에 더 어려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학생상담사들의 학교상담경험을 살펴보면 학생상담사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학교상담 현장에 투신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교사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상담에 대한 저항이 사라졌으며 교사 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아이들의 긍정적 피드백을 받는 등 학생상담사가 상 담자로서 신뢰받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는 학교 내에 상담의 필요성이 인식되 고, 이에 따라 학생상담사도 학교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을 다 지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같이 존재감과 학교 조직 내 관계, 인식 면에서는

학생상담사들이 주변인의 범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내고 학교 내 구성원들의 상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상태까지 발전했다고 할 수 있으나, 처우나 보상 등 제도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주변인’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내포한다. 이런 한계는 학생상담사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 이며 제도와 정책의 보완이 뒤따라야 극복이 가능하다.

학생상담사의 전문성에 대한 부분은 다른 여타의 학교상담자에 관한 연구에서 도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본 연구의 참여자인 학생상담사들도 본인들 스스로 상담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실습 기회가 거의 없었으며 ‘맨땅 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혹은 아이들을 ‘마루타 실험대상’으로 삼는 기분으로 학교 현장에 왔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상담에 대한 이론 공부나 실습과 훈련을 한 적 이 없는 연구참여자 뿐만 아니라 상담 관련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연구참여자들 도 일관되게 언급하는 현상이었다. 이는 상담이 부단한 수련이 요구되는 전문 분 야이고 학교상담자 집단 내에서도 전문성 편차가 심하다는 상담의 특성에 의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학교상담자, 특히 전문상담교사 양성 과 정에서 실습을 통한 전문성 향상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이지은, 2014). 이 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는 우리 나라 (학교) 상담 자격제도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서영석(2011)의 ‘상담사 자격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의하면 학교상 담 자격제도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전문성이 결여된 유사 자격 난립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상담 자격제도는 국가에서 공인되지 않은 상담 관련 자격증의 지나친 남발과 자격의 포괄적 직무 범위로 인하여 전체적으로 상담 인력의 공신 력이 매우 낮다(서영석, 2011). 학교상담자 뿐만 아니라 정책적, 제도적으로 내실 있는 상담 인력 양성을 위한 대대적인 정비 작업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 급하다. 또한 자격과 현장의 연계성 부족도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하였다. 전문성 에 대한 학교상담자들의 이러한 자각은 학교상담자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지 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 전문성의 심화라는 맥락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상담실무 경력의 부족으로 현장의 사안을 다룰 기본 능력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비판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김인규, 2011; 김희대, 2013) 전문상담교사를 포함 한 학교상담자의 존폐위기의 근거가 될 만큼 위협적인 요인이다(김지연, 2014).

본 연구의 면담에서 드러난, 전문성의 부족 때문에 본인이 해고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연구참여자 7의 불안은 그런 맥락에서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학교상담자의 자격 제도를 근본적으로 검토, 수정할 필요가 있 다. 이론 뿐만 아니라 상담 실습과 수퍼비전의 영역을 강화하여 이론과 실습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학교상담자가 언제 학교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전문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상담에 임할 수 있는 양성 체제 수립이 요구된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상담자들에게도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 수퍼비전 등 개인적 노력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형성, 행정가에게 그 역할을 알리기 등은 학교에 배치된 학교상 담사 개개인의 힘으로는 이루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많고 이런 노력은 학교 상황 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성 향상과 옹호를 위해 조직 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이지은, 2014).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학생상 담사들의 연대가 처우 개선과 더불어 그들의 전문성 향상에 없어서는 안 될 중 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도 학교상담자의 계속 양성 차원 에서 보았을 때 실습과 사례 중심의, 현장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직무 연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론과 강의 중심의 연수는 이미 수차례 시행되어 포 화상태에 이르렀다. 연구 결과에는 언급되지 않은 연구참여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시행하는 학교상담자들을 위한 연수에는 이러한 현실 의 요구가 반영되는 움직임이 조금씩 발현되고 있어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