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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및 결론

본 연구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서 지배 소주주와 일반 주주 간의 주인-대리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진단하고자 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국민연 금이 일반적인 기관투자자들과는 달리 공공기관이며, 전 국민 강제가입 원칙에 따라 경쟁의 압력이 없다는 특성이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데 주목적을 두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국민연금의 이러한 특징이 국민연금의 의결 권 행사 역량 및 의결권 행사 유인구조에 어떤 형향을 미치는지 점검하는 데 주력하 였다.

제1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동향을 파악하고, 기존의 연구 결과를 정 리하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에 관련된 논점을 정리하였다. 국민연금의 의 결권 행사는 2003년 782회에서 2009년 2,003회로 2.6배, 반대투표의 비중은 1.9%

에서 6.6%로 급증하여 점차 의결권이 적극적으로 행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 다. 그리고 기존의 연구 결과로부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관련 찬반 논쟁은 국민연 금 관련 2중 대리인 문제의 해소 가능성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2중 대리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 하여 기업의 가치를 제고할 역량이 구비되어야 하고, (2) 국민연금이 국민연금 가입 자의 이해를 대변할 유인구조가 마련되어야 함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공 공기관이고, 전 국민 당연가입 원칙이 있어서 이러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제2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여 기업의 가치를 제고할 역량이 있는지 를 점검하였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 는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의결권 행사는 단순히 주총에서의 투표뿐만 아니라 주식 보유 기업 경영 진과의 지속적인 접촉이 선행되어야 기업 가치 개선의 효과가 있으며, 이러한 긴밀 한 접촉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경력이 있는 고급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이 들 고급인력은 지속적 접촉을 통해 파악한 기업의 정보를 바탕으로 의결권 행사 전 략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어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공공기관 이기 때문에 인건비의 제약이 있어서 충분한 고급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 정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이므로 의결권을 공개된 준칙에 입각한 경직적 형태로 행사 하지 않으면 정경유착과 관치경제라는 비난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의결권의 효율적 행사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운영하기 에는 제약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3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이해를 의결권 행사에 반영할 유인 이 있는지 점검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인력에게 의결권 행사의 성 과 일부를 급여로 제공하거나,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의결권을 잘못 행사할 경우 투자 재원을 회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여 국민연금을 견제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므로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보수로 제공하기에 는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므로 기금운용 비용이 예산심사의 대상이 되 고, 따라서 의결권 행사의 성과와 같이 평가 기준이 복잡하고 공개하기 어려운 성과 를 급여에 반영하면 예산 낭비의 의혹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전 국민 당연가입이 원칙이고 중간정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잘 못 행사한다고 해도 가입자들이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민간 기관투자자들과는 달리 기금운용인력에게 의결권을 행사하여 기업 가치를 제고할 유인을 제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었다.

해외의 공공연금 및 국민연금은 이러한 유인 부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 간 위탁, 대안 투자 옵션인 확정기여형 기금 설치, 기금 분할 등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으로서의 한계가 있고, 장수위험 집적 기능이 있 어서 확정기여형 기금보다는 유리하기 때문에 이들 보완책을 국민연금에 적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위탁 경영사를 선정하는 기준도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기준을 사용해야 하며, 따라서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기준으로 위탁 경 영사를 선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기금을 분할해도 각 기금이 공공기관이므로 공공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각 기금의 기금운용인력이 의결권을 유사한 형태로 행사하는 결탁(collusion)을 방지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전 국민 당연가입 이 원칙이므로 장수위험을 완전히 집적할 수 있어서 위험 집적 기능이 없는 확정기 여형 기금보다 유리하다. 따라서 대안 투자 옵션으로 확정기여형 기금을 제공한다고 해도 가입자들의 자산 이동이 활발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통해 의결권 행사를 견제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제2장과 제3장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여 기업의 가 치를 제고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그리고 전 국민 강제가입 이 원칙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견제할 수단이 없으며, 따 라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인력은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유인이 부 족하다.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로서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려면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국민연금을 민영화하여 공공기관으로서의 예산 및 직무 수행 의 제약을 해제해야 한다. 그리고 전 국민 강제가입 원칙을 폐기하고 가입자들에게 국민연금의 대안 투자 기회를 제공하여 국민연금의 잘못된 의결권 행사를 견제할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51) 이 경우 국민연금이 제공하는 연금 상품은

51) 전 국민 강제가입 원칙을 폐기하면 장수위험의 완전집적(perfect pooling of longevity risk)이 불가능해지며, 따라서 국민연금과 민간 연금 상품 간의 차이가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이 경 우에는 국가가 연금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경제학적 근거가 사라진다. 국민연금이 공공기관 으로 유지되는 경제학적인 근거는 흔히 다음 두 가지를 꼽는다. (1) 장수위험에 관한 연금보 험시장에서 역선택에 의한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민간 연금시장에서는 오래 살 것 같은 소비자만 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현상이 나타난다(Finkelstein and Poterba, 2004).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행정력을 동원하여 전 국민이 당연히 가입하게 하여 장수위험의 완

민간 금융사가 제공하는 퇴직연금과 별 차이가 없어지고, 국민연금은 연금 상품 공급 에 특화된 민간 금융사로 전환된다. 결국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한 국민연금 을 민영화시키지 않고는 의결권 행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어렵다. 흔히 국민연금 의 결권 행사의 효율성은 국민연금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제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러나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예산 집행의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해도 전 국 민 당연가입이 원칙이므로 유인구조가 취약하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역으로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이 강제가입 원칙을 고수하는 공공기관으로 유지된 다면 국민연금의 자의적인 의결권 행사는 제약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여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결과를 추종하는 중립투표(Shadow voting) 에 국한되어야 한다. 민간의 대주주인 민간 금융기관들은 국민연금과는 달리 고급인 력의 고용 및 활용이 자유롭고, 주식 보유 기업의 경영진과도 자유롭게 접촉하여 고 급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또한 민간 금융기관들은 가입자 유치 경쟁에 노출되어 있어서 의결권 행사를 잘못할 경우 자산이 유출되는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이는 이들이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제고하려는 강력한 유인을 부여한다. 결국 민간 금융 사들은 국민연금에 비해서 의결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효 율적으로 행사할 유인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민간 금융기관은 국민연금에 비해서 의 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이들의 의 결권 행사 결과를 추종하여 자원 배분의 왜곡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본 연구는 의도적으로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는 상황을 배제하고 분석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밝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문제점은 정치적 환경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가장 중립적인 상황에서 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나 제1장에서 소개한 바와 같

전집적을 달성해야 한다. (2) 인플레이션은 모든 연금 상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금 상 품으로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지하지 못한다 (Barr, 2003). 그런데 민간 연금 상품도 물가연 동 국고채를 활용하여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2)는 국가가 국민연금을 제 공해야 하는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보완하고 있는 시장의 실패와는 무관한 기능이며,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통해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정치적인 간섭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왜곡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위협 요 인이다.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은 추후의 과제로 남긴다.

정치적 왜곡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공공기관으로서 기업이 사회적 책 임을 다하도록 의결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는 매우 위험한 견해이다. 기업의 사 회적 책임은 그 지정하는 대상이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변경될 수 있는 개념이다. 따 라서 각종 이익집단이 기업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압력을 허용하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침해되기 때문에 기업의 가 치가 저하된다. 그에 따라 기업의 주주 및 국민연금 가입자는 손해를 입고,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 본원의 목적도 훼손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사회 적 책임’은 소수 이익집단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결국 다수의 소유권을 침해하여 소 수가 정치적 지대(rent)를 획득하는 경로를 허용할 뿐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운 용의 목적에서 ‘사회적 책임’은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