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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국민연금 가입자 간의 주인-대리인 문제

제 3 장

2. 국민연금과 국민연금 가입자 간의 주인-대리인 문제

반영되었는지, 아니면 기금운용인력이 도덕적 해이의 도구로 성과급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시장 경쟁을 통하여 비용 절감 압력 및 퇴 출 위협을 강화하는 방법이 기금운용인력에게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보수로 지급하 는 방법보다 적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상기한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이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비용은 공공의 감시 대상이기 때문에 성과 중심 급여 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투자자들의 강제가입이 원칙인 독 점적 공급자이기 때문에 시장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약점 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상술한다.

이고, 그만큼 공공의 감시도 세밀하다. 따라서 예산 낭비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인력의 성과 중심 급여는 객관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근거만을 반영하여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의결권 행사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 성과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인력 의 급여에 반영되기 어렵다. 전술한 바와 같이 기업 가치는 시황 및 그 기업의 상황 에 따라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기금운용인력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

또한 시장의 상황과는 별개인 개별 기업의 상황이 기업 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에 시 장의 벤치마크를 구성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시장 경쟁을 이용하여 기금운용인력의 노력에 대한 정보를 추출하기도 어렵다.

설령 기업의 상황을 반영하여 노력에 대한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평가 의 기준은 기업 내부 정보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인력이 의결 권 행사에 투여한 노력을 파악하고 이를 성과에 반영한다고 해도, 그 근거를 객관적 인 지표로 공개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급여에 반영한다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정치적인 비판을 야기하기 쉽다.

실제로 국민연금기금 직원의 급여 중 성과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민간 금융업 종사자들보다 낮다. 2009년 결산 기준으로 국민연금 직원의 1인당 평균 보수는 5,013만 원인데, 이 중 성과를 반영한 급여는34) 12.4%로 금융산업 정규직 직원 급 여 중 성과급 급여 비중 27.9%보다 크게 낮으며, 금융산업 전체 종사자 급여 중 성 과급 비중 20.5%보다도 낮다.

성과 중심 급여를 활용하기 어렵다면 시장 경쟁을 통해서 퇴출 위험을 높이거나 이윤을 낮추어 국민연금 기금운용인력에게 유인을 부여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도 없 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 강제가입이 원칙이므로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 여타 금융기

용인력 간의 계약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 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국민연금과 기금운용인력 간의 계약은 항상 사전적으로 규 정이 가능하며, 공개적으로 검증이 가능한(verifiable) 사안에 대한 계약에 국한된다(Spiller, 2008). 따라서 검증이 어려운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보수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34) 실적수당, 경영평가상여금, 기타 성과상여금의 합(<http://www.alio.go.kr/>).

관과 경쟁하지 않으며, 따라서 시장 경쟁의 정도에 따라 현금 흐름이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투자 실적은 이미 시장의 벤치마크와 비교하여 평가 를 받고 있지만, 의결권 행사의 성과는 이와 같은 상호 비교 방식을 통해 평가하기 도 어렵다. 따라서 시장 경쟁을 통한 의결권 행사 유인 강화는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설립 당시인 1988년에는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었으나 지난 2003 년 7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로 당연적용 대상을 확대하여 전국민연금제도로 개편되었다. 현재는 공적연금에35) 가입되어 있거나 소득이 낮아 국민기초생활 보장제 도 수급자가 된 경우, 그리고 지역가입자의 배우자이면서 소득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 면 18세 이상 60세 이하 국내거주 국민은 당연히 국민연금에 가입한다. 또한 민간 연 기금과는 달리 국민연금 가입자는 일단 가입하면 중간정산을 통해서 적립금을 돌려받 을 수 없다.36)

따라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하여 주식 보유 기업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해도 가입자들은 가입을 거부할 수 없으며, 보험료 납입도 거부할 수 없 고, 중간정산을 통해서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도 없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절하지 않게 행사하여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여도 직접적으 로 제재할 수단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은 민간 연기금과는 달리 시 장 경쟁으로 인한 퇴출의 위협도 없고, 시장 경쟁에 따른 현금 흐름의 압박도 없다.

이러한 행정적인 강제 조치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시장에서 구 입하기 어려운 연금 상품을 제공하여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다. 우선 국민연금 급여 는 물가 수준을 반영하여 매년 조정되므로 인플레이션에 관계없이 실질 가치가 보 장된다.37)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물가연동 국고채를 제외하면 이와 같은 역할 을 하는 금융 자산이 부재하며, 물가연동 국고채 역시 시장에서 유통이 활발하지 않 은 상황이다.38) 또한 현재 국민연금은 부가 방식의 이점을 반영하여 납입한 보험료

35)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 적용 대상자.

36) 사망 혹은 국적 변경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반환일시금을 지급한다.

37) 국민연금법 제51조 제2항.

38) 물가연동 국고채는 2007년 3월 처음 발행되었으나 거래가 부진하여 2009년 8월에 발행이 중

총액보다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하고 있어서 가입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초과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선택을 허용한다고 해도 국민연금을 선 호할 가능성이 있다.39)

이러한 점에서 국민연금은 상시적으로 시장 경쟁의 압력을 받고 있는 민간 연기 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해외 공공연금과도 크게 다르다. 민간 연기금은 의결권 행사로 인해서 자산 가치가 크게 손상을 입을 경우 투자자들이 중간정산을 통해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부담을 항상 갖고 있다. 그리고 CalPERS와 같은 해외 공공 연금도 제한적이나마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를 투입할 대안 투자 기회를 부여하거나, 적립금 중간정산을 허용하여 투자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표 2>에서 보듯이 미국의 경우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공공연금은40) 대 부분 가입자들에게 보험료의 일부 혹은 전부를 확정기여형 개인 계좌에 투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거나, 복수의 투자 기금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확정 기여형 개인 계좌는 투자자가 수시로 재원을 투입할 기금을 변경할 수 있으므로, 기 업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투자자는 안전 자산으로 재원을 이전할 수 있다. 캘리포니 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뉴욕시 공무원연금(NYCERS)이 이와 같은 선택권을 부여 하고 있다. 그리고 위스콘신 공무원연금(WSR)은 가입자에게 보험료의 최대 50%까 지 100% 주식에 투자하는 Variable Fund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여러 종류의 자산 에 분산 투자하는 Core Fund에 투입하는 선택권을 주고 있다. 따라서 가입자는 의 결권 행사의 성과가 나빠서 기업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위험이 적은 Core Fund를 선택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TIAA-CREF는 고용주가 퇴직연금을 위탁하거나 개인이

단되었다가, 2010년 6월에 발행 재개되었다(기획재정부, 2009. 5. 26).

39) 이는 최근 임의가입자의 증가 추세를 보아도 알 수 있다. 18세 이하 혹은 소득이 없는 배우자 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에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데, 2009년 12월 현재 3만6,368명이었던 임의 가입자는 2011년 1월 현재 9만8,808명으로 급증하였다(<http://www.nps.or.kr/>).

40)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공공연금’은 Gillan and Starks (2000)의 연구 결과를 참조하여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 교원연금(CalSTRS: California State Teachers Retirement System), 뉴욕시 공무원연금(NYCERS), TIAA-CREF, 위스콘신 공무원연금(Wisconsin Retirement Systems)을 선정하였다. 이들 5개 연기금은 1987∼1994년간 미국 주총에 상정된 기업 지배구조 관련 안건 중 연기금이 상정한 안건 437개 중 432개(97%)를 상정하였다.

CalPERS 채용 47∼49개월 후 투입 전액을 상환하거나 확정기여형 연금인 Savings Plus 로 전환 가능

CalSTRS 정규 수입 외 가외 수입을 보완 계정(Defined Benefit Supplement)에 적립하 여 확정기여형 연금인 PENSION 2로 전환 가능

NYCERS 채용 직후부터 확정지급형 연금 NYCERS와 확정기여형 연금 DCP(Deferred Compensation Plan) 선택권 부여

WRS 주식 투자 기금인 Variable Fund에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보험료의 50%까 지 투자, 나머지는 분산 투자 기금인 Core Fund에 투자

주: 1. CalPERS: 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CalPERS, 2008) 2. CalSTRS: California State Teachers Retirement System

(<http://www.calstrs.com/Members/Pension2/index.aspx>)

3. NYCERS: New York City Employees' Retirement System(NYCERS, 2004) 4. WRS: Wisconsin Retirement System(<http://www.swib.state.wi.us/WRS.aspx>)

<표 2> 해외 공공연금의 투자자 선택 허용 현황

개인퇴직계좌(IRA: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개설하면 이를 위탁하여 경영하는 비영리단체로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경우 고용주 혹은 개인 투자자는 TIAA-CREF와 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해외 공공연금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제공되는 특수직역연 금으로 한국의 국민연금보다는 공공연금과 성격이 유사하다. 이들 특수직역연금은 해당 특수직역자들이 당연가입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과 유사하나, 전 국민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들 특수직역연금은 특수직역자들에게 제 공되는 급여 및 부가급여(fringe benefit)의 일부이고, 특수직역 고용주인 지방자치단 체들이 노동시장에서 구인 경쟁을 하는 도구로 활용된다.41) 따라서 의결권이 잘못 행사될 경우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켜서 구인 경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 다. 즉, 의결권 행사 실적이 저조한 특수직역연금은 가입자(투자자) 유치 경쟁에서 불

41) 실제로 한국의 경우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요인 중 하나는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공무원의 평생급여가 민간의 평생급여보다 높기 때문이다(김태일,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