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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와 개별 투자자 사이의 주인-대리인 문제

제 3 장

1. 기관투자자와 개별 투자자 사이의 주인-대리인 문제

기관투자자와 기업의 경영진과의 관계에서도 주인-대리인 문제가 존재하지만, 동 시에 기관투자자의 경영진과 투자자 사이에도 유사한 주인-대리인 문제가 존재한 다.29)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의 기금운용인력에게 성과를 반영한

보수를 제공하거나, 시장 경쟁을 통해 개별 투자자의 기관투자자 선택을 강화하여 실적이 나쁜 기관투자자를 퇴출시켜야 한다.

개별 투자자는 자산 가치 증진을 목적으로 기관투자자에게 자산을 유치하고 수수 료를 지불한다. 기관투자자는 이들 개별 투자자를 대표하여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여 보유 주식의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 그런데 의결권 행사의 성과는 기관투자자의 노력뿐 아니라 시황 및 개별 기업의 상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 에 그 노력과 성과의 관계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소액 주주와 마찬가지 로 개별 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의 투자 성과를 감시할 자원 및 역량이 부족하다. 따 라서 개별 투자자는 기관투자자의 노력을 파악하기 어렵고, 기관투자자로서는 스스 로의 노력을 문책을 피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유인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전형적인 해결 방식은 기금운용인력의 보수를 성과지표와 연 결하거나 기관투자자 간의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산 투자의 성과와 의결권 개 입으로 인한 기업 가치 제고 성과를 기금운용인력의 보수에 반영하면 기금운용인력 에게 노력을 증진할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자산 투자의 경우 유사한 투자 상품의 수익률을 기초로 벤치마크를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손쉽 게 성과를 보수에 반영할 수 있다.30) 실제로 금융기관들은 기금운용인력의 급여에 자산운용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2009년 현재 금융업 종사 정규직 인 력의 급여 중 ‘연간특별급여(성과급)’가 차지하는 비중은 27.9%로 전 산업 정규직 인 력의 평균값인 15.6%를 크게 상회한다.31)

또 다른 방법은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개별 투자자의 자산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경쟁이 강화되면 개별 투자자들은 성과에 따라 기관투자자를 선택하여 자산을 재배치하게 된다. 그에 따라 성과가 나쁜 기관투자자 들은 개인 투자자를 잃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렇게 시장 29) 이를 흔히 2중 대리인 문제(double-agency problem)라고 지칭한다.

30) 실제로 국민연금 성과평가 시 투자 수익률은 벤치마크의 수익률과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민연금연구원 기금평가팀, 2008. 4).

31) 통계청 제공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서 월급여액의 12배에 연간특별급여를 더한 금액을 총급여로 간주하고 계산한 결과이다(<http://www.kosis.kr/>).

경쟁은 퇴출의 위협(threat of liquidation)을 제공하여 기관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를 억 제한다(Schmidt, 1997).

또한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 개별 기관투자자들은 현금 흐름에 압박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려는 유인이 강화되고, 과도한 경비 지출이 억제된다. 그러 므로 경영진들이 투자자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편익을 위해서 기업의 여유 자원을 유용하는 형태의 도덕적 해이(Entrenchment)를 범할 여지가 축소된다(Hart, 1983).

그리고 시장 경쟁은 기금운용인력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전 술한 바와 같이 자산운용의 성과는 기금운용인력의 노력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시장 경쟁이 존재한다면, 모든 시장 참여자의 성과에 미치는 요인에 의한 자산 가치 변화는 시장의 평균적인 성과에 반영된다고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기금운용인력의 개별적인 노력은 시장의 평균적인 성과와 비교한 개별 기금 운용인력의 성과에 반영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금운용인력의 포 트폴리오 투자 성과는 시장에서 유사한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넘어서는 초과 수익을 기준으로 판별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 경쟁이 치열할수록 효율적인 성과급여를 설 계할 수 있어서 기금운용인력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할 수 있다(Nalebuff & Stiglitz, 1983).

이러한 유인 기제들 중 성과 반영 급여보다는 시장 경쟁이 기관투자자의 기금운 용인력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유인을 강화하는 데 적합하다.

의결권 행사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의 성과는 시장의 일반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의 결권 행사 대상 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다. 따라서 투자 수익률과 같이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를 통한 평가가 어렵다. 성과를 급여에 반영하자면 정량적인 평가보다는 정성적인 평가 방식을 동원해야 하며, 평가의 근거도 기업의 내부 정보 를 포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는 개별 투자자들에게 공시를 통해 전달하기 어려우며, 설령 제한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개별 투자자들은 이러한 고급 정보를 분석할 자원 및 역량이 부족하다.32) 따라서 개별 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성과가 급여에 적절히

32) 최근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 증진 성과를 획득하고 있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개인

반영되었는지, 아니면 기금운용인력이 도덕적 해이의 도구로 성과급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시장 경쟁을 통하여 비용 절감 압력 및 퇴 출 위협을 강화하는 방법이 기금운용인력에게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보수로 지급하 는 방법보다 적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상기한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이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비용은 공공의 감시 대상이기 때문에 성과 중심 급여 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투자자들의 강제가입이 원칙인 독 점적 공급자이기 때문에 시장 경쟁의 압력을 받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약점 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상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