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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유인구조 문제 해소 방안의 실효성

제 3 장

3. 국민연금 유인구조 문제 해소 방안의 실효성

2중 대리인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공유하 거나, 잘못된 의결권 행사의 책임을 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민 연금 기금운용인력의 급여에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반영하는 방법이 성과를 공유하 는 대표적인 방법이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예산 심사의 부담으로 인해서 이 방법은 활용하기 어렵다. 그 외 민간 위탁경영, 확정기여형 연금 선택권 부여, 기금 분할 등 의 방법은 모두 잘못된 의결권 행사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견제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은 국민연금이 공공기관이며, 연금 급여의 실질 가 치를 보존하는 특수한 연금을 제공하고, 장수위험의 완전집적을 달성한다는 특성 때 문에 그 활용에 한계가 있다.46)

민간 위탁경영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및 자산운용을 민간 금융사에 위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경우 국민연금은 민간 금융사의 자산운용 성과 및 의결권 행사 성과를 반영하여 위탁 경영사를 선발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가 2010년 현 재 50조4,000억 원으로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4.4%에 해당하고, 이 중 47.6%인 24 조 원이 위탁경영되고 있으므로 국민연금 위탁 시장은 상당히 큰 시장이다. 따라서 금융사로서는 위탁 경영사로 선발되어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존재한다. 위탁 경영사 는 민간의 경쟁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가 잘못되어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경우 위탁 경영사의 위치를 지속하기 어려움은 물론, 기업의 명성이 악화되고 투자

46) 기금운용기구의 정치적 독립은 유인구조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국민 동시가입 원 칙으로 운영되는 한 가입자가 기금을 견제하기 어려운 문제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금 운용기구의 독립은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의결권 행사가 왜곡될 가능성을 완화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가입자가 기금을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자가 이탈하는 부담이 있어서 국민연금이 직영하는 경우보다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유인이 강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위탁 경영사의 선정과정 역시 공공의 감 시에 노출되어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의결권 행사의 성과는 공개적인 기준에 의거 한 양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탁 경영사의 선정 기준에 반영한다면 특혜 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기금운용인력의 급여에 반영하 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감시를 받는 공공기관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제 약이다. 따라서 위탁 경영사의 선정 여부는 기금운용인력의 급여 산정과 마찬가지로 공개적으로 검증 가능한 기준에 의거하게 된다. 그러므로 의결권 행사를 위탁 경영 사 선정 기준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그에 따라 위탁 경영사도 의결권 행사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보다는 자산운용의 성과 증진에 주력하게 된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인력을 직접 고용하여 의결 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급여에는 반영하지 않더라도 내부 인 사고과에 반영하여 유인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탁경영의 경우에는 국민연금 과 위탁 경영사 간의 접촉이 제한되므로 이와 같은 내부 인사 제도의 활용도 어렵 다. 따라서 위탁경영으로는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는 있으나 의결권 행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는 어렵다.

확정기여형 기금을 설치하여 가입자에게 현재의 확정지급형 기금과 확정기여형 기 금 간 선택권을 주는 방식은 미국의 공공연금에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 이 실제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견제 장치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확정기여 형 기금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고, 가입자들은 활발하게 두 기금 간에 적립 재원을 이전할 수 있어야 한다.47) CalPERS의 Savings Plus, CalSTRS의 Pension 2, NYCERS의 DCP는 모두 관리 주체가 분리되어 있어서48) 견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확정기여형 기금을 도입하면 국민연금은 실질적으로 분할되어 일부 47) 확정기여형 기금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이 경우는 곧이어 서술할 기금을 분리하여 의

결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48) Savings Plus는 주정부의 Department of Personnel Administration(DPA), PENSION 2는 TIAA-CREF, DCP는 뉴욕시 Office of Labor Relations가 관할하고 있다.

를 국민연금기금이 아닌 별도의 기구가 관할하게 되고, 그 관할기관은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원칙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조치로 쉽 게 도입되기 어려운 제도이다.

설령 확정기여형 기금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이유로 인해서 현재 국민 연금 가입자들이 활발하게 재원을 이전할 가능성은 낮다. 우선 국민연금은 연금 급 여의 실질 가치가 보장되는 특이한 금융 상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확정기 여형 기금은 수익이 불안정한 대신 인플레이션 시기에 자산 가치가 동반 성장하는 성향이 있어서 급여의 실질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현재 확정지급 형 연금인 국민연금은 수익도 안정적이면서 실질 가치를 보존한다. 따라서 가입자들 은 현재의 확정지급형 국민연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확정기여형으로 기금을 전환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장점인 장수위험의 완전 한 집적(perfect pooling of longevity risk)을 포기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연금은 은퇴 후 소득을 제공하는 저축 기구임과 동시에 은퇴 후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저축된 소득이 고갈될 장수위험(longevity risk)에 대비하는 보험의 성격을 갖는다. 개인 저축 과는 달리 연금은 다수의 가입자들의 장수위험을 집적하여 개별 개인의 장수위험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국민연금은 강제적으로 전 국민을 가입시키기 때문에 가장 높 은 수준으로 장수위험의 집적을 달성한다. 그런데 확정기여형 기금은 각 개인별로 연금 보험료를 집적 · 운용하여 마련한 자산을 은퇴 후에 지급하는 제도이므로 장수 위험의 집적 기능이 없다. 따라서 설령 급여의 실질 가치를 보장하는 투자 옵션이 제공된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현재의 확정지급형 연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대안은 스웨덴과 같이 국민연금을 분할하여 각 기금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각 기금은 동등한 조건에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의결권 행사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경쟁하는 제한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에 참여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분리된 기금의 의결권 행사 성과를 종합하여 각 기금의 의결권 행사 성 과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도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기금운용인력의 의결권 행사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기금 이전 권한을 허용한다면 의결 권을 잘못 행사하여 기금의 자산 가치가 저하되면 투자자들은 다른 기금으로 자산

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울 수 있다.49) 즉, 시장에서의 경쟁은 아니더라도 국민연금 내부의 경쟁을 통해서 의결권 행사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기금을 분할할 경우에는 각 기금의 기금운용인력들이 집단적으로 자산 수 익 및 의결권 행사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결탁(collusion)을 방지하기 어렵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공공의 감시하에 있기 때문에, 각 기금의 기금운용 인력은 눈에 띄는 형태로 의결권을 행사하여 공공의 비난을 초래하는 사태를 회피 할 유인이 있다. 따라서 여타 기금과 유사한 형태로 의결권을 행사하여 공공의 감시 를 피하고, 의결권 행사가 잘못되었을 경우에도 자신의 책임을 덜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암묵적인 결탁이 가능할 경우에는 기금을 분리한다고 해도 하나의 기 금을 유지할 경우와 유사하게 의결권이 행사될 수 있으며, 따라서 2중 대리인 문제 도 기금 분리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50)

이러한 결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규모가 작은 다수의 기금으로 세분하여 기금운용인력 간 결탁이 어렵게 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술 한 바와 같이 국민연금의 장점은 장수위험의 집적에 있으며, 기금을 세분할수록 장 수위험 집적 기능이 약화된다. 지나치게 세분할 경우 개별 기금 가입자의 수명 및 소득에 따라 기금 간 자산 건전성 격차가 커지게 되며, 이 경우 연금 급여 수준을 유 지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기금이 불건전한 기금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을 피하 기 어렵다. 이러한 암묵적인 기금 간 지원은 기금운용 및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 도 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외 공공연금이 2중 대리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위탁경영, 확

49) 그러나 실제로 기금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스웨덴 역시 투자자들에게 기 금을 이전할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이는 특정 기금의 가입자가 너무 적어지면 그 기금 자산의 위험 분산이 제한되어 가치의 변동이 심화됨으로써 성과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짐작된다.

50) 이론적으로는 단수의 주인과 복수의 대리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에서 대리 인 사이의 이면계약이 없을 경우에는 상대평가를 통해서 대리인의 성과를 제고할 수 있으나, 이면계약(side-contracting)에 제한이 없을 경우에는 단수의 주인-대리인 문제와 동일한 문제 가 발생한다. 기금 분리의 경우 명시적인 이면계약은 불가능하나 암묵적인 담합은 가능하다(Bolton and Dewatripont,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