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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고, 언어 및 생활풍습도 다르게 나타나는 곳이다. 여성들의 결속력이 강하여 가족이 살 수 있었으며, 제주의 음식이 단순하고 소박한 데는 쉬지 않고 일을 해야 살 수 있었던 생활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줄이고 최대한 농업 노동, 해녀 노동에 참여하였다.

경제적으로는 공동노동과 상호부조를 들 수 있다(김자경, 2017a). 개인과 마을 공동체 현안을 위해 계를 활용하였다. 목축계를 통해서 생산 수단을 운영하고 관리 할 수 있는 제도를 일반화하였다. 이미 조선 후기까지 전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이 어져 온 계(정기환, 2003)가 있지만, 제주는 경험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성격이 강 한 수눌음이 있어왔다(김동전·강만익, 2015; 김자경, 2017a). 1700년대 이미 관혼 상제와 관련하여 부조문화, 부조 은행59)이 있었고, 그릇계와 쌀계, 장막계와 상여 계가 있었다(김자경, 2017a). 다른 지방은 벼농사 중심의 동족촌이라면, 제주는 밭 농사를 하며 혼성촌으로 살아온 특징이 있다. 이는 곧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 평등성에 기초한다(Putnam, 2006; 김자경, 2019a). 주민들은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인 계를 체득하며 자랐다. 특히 계가 강한 곳 은 제주의 동부지역으로 덩어리로 형성된 곶자왈 지대(조천~함덕 곶자왈 지대, 구 좌~성산 곶자왈 지대), 척박한 토양을 이유로 농사짓기가 어려워 서로 협력해야 살 수 있었다.60)

문화적으로, 깁슨-그레엄의 공동체경제가 잘 발동할 수 있는 지리적 입지가 잘 마련된 곳이다. 이 두 학자가 전 세계를 돌면서 비자본주의 틈새를 찾아 확대해 나 가는 논리에 섬이나 변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곳의 사람들이 공동체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주의 마 을은 경제, 교육, 돌봄61), 신앙, 생활공동체로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곧 초등 학교 중심의 생활권에 기초한다. 마을 자산의 유지와 가치를 위해 마을의 지도자인 이장은 직접 선거로 치러지고, 마을총회에 참석한 5~6개의 자연마을의 청년회장,

59) 퍼트남은 계(契, rotating credit association)를 비공식적 저축기구로 보고 있다(Putnam, 2006).

퍼트남은 이탈리아 지역간 비교를 통해 1970년대 산업지구, 1980년대 경제 동향에서 3개의 특화 지역을 구별하였다(권오혁, 2000). 에밀리아 로마나 주의 특성은 노동력 활용에서의 유연성, 생산 과정에서 중소기업들간에 이루어진 분업, 기업가적 정신과 기술, 경쟁과 협력의 혼합, 생산활동이 일상생활에 통합되는 사회 구조와 지역사회 문화임을 도출했다(박삼옥, 1999).

60) 연구자는 구좌읍 동복리~성산읍 신천리에 이르는 지역의 천주교회에서 4년간 사목하였다.

61) 크로포트킨, 루빅, 깁슨-그레엄에게 돌봄은 호혜의 의미로 관계의 사회성을 가리킴.

부녀회장이 이장을 보필한다. 또한, 마을 명 뒤에 2리, 3리가 붙은 지역은 1970년 대 이후에 생겨나 대체로 공동재산이 없다. 즉 마을 자산체계 때문에 발생할 수 있 는 것이 마을의 경계다 보니 분명한 마을의 경계가 마을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였 고 거기서 주민간 갈등도 발생해 왔다. 마을의 정관은 1년 이상 거주하고 나서 마 을회에 가입할 수 있고, 이때부터 의결권이 생겨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회원이 된다. 회원은 곧 마을 공동체 구성원을 말한다. 전입신고를 마친 행정주민이 아니 라 공동체 일원으로 주민이 되는 것이다(홍성태, 2021). 제주연구원이 마을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재도 이주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주민권으로 나타났다 (현해경·라해문, 2020). 제주는 지리적으로 부존자원인 바다, 산, 오름이 풍부한데 도 명확한 마을 분류로 부존자원은 불공평한 공유재일 수밖에 없다(정영신, 2016).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는 또한 마을끼리 물려 있는 특징이 있다. 연구자는 쿱스토 어동홍점 점장과 인터뷰를 통해 제주와 괴산 사례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62) 또한, 제주는 물리적으로 바다와 밭과 산이 엮여있어서 이장답과 마을산이 마을기금에 비축된다. 여기에 더해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주민들의 결속으로 학교계, 할망바당, 공동목장도 존재한다(김자경, 2016; 김자경·최현, 2020). 그러므로 마을 주민들은 중층결정63)으로 정치·경제적 의사결정, 자치와 주민참여가 따르는데 사실

62) 충북 괴산과 비교해서 괴산 마을 사람들은 아이쿱 클러스터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행정적으로 차단하였다가 아이쿱이 구례, 고성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확인 후에야 아이쿱을 수용하였다. 행정 문제로 인해 차선책으로 택한 구례와 고성의 클러스터 구축과 기픈물 민영사업의 성공을 본 괴 산 주민들이 아이쿱을 수용해 행정 지원을 받으며 도로를 내고 보조금을 지원받아 현재는 클러 스터 뿐만아니라 먹거리·체질 개선을 위한 힐링센터와 한 달 살이 호텔을 건축하였고, 전국의 기 술자들이 클러스터에 모여서 일을 하는데 그중에는 괴산 마을주민들도 있다. 쿱스토어동홍점에서 볼 때 괴산 마을은 텃세가 심한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이렇게 버틴 기간이 15년 이다. 한편, 쿱스토어동홍점은 생활소비자협동조합이 군집한 서홍동 홈플러스, 상효의 제스코마트, 법환동 이마트, 이보다는 작아도 규모 면에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지역 마트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서귀포시에서 쿱스토어동홍점 생활소비자협동조합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 으로 서귀포 시민들의 의식이 높았던 것이 가장 주된 이유이다. 서귀포시 인구의 10%가 넘는 2,00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귀포시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다른 일반 시민을 소비자로 이끌어 주었고 자본침식에서 견디어 낼 수 있었다. 서귀포 시민들이 먹거리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 생활소비자협동조합에 대한 신뢰, 다른 지역 사람들에 대한 개방, 도교육청을 통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몸으로 체득한 로컬푸드 인식 등이 쿱스토어동홍점의 발 전을 도왔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들 대개 시민활동가들이 먼저 의식교육을 받은 뒤, 교육을 받은 활동가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을 넓히는 반면. 서귀포시 주민들은 일찍부터 제주의 행 정기관과 교육 기관이 제시하는 먹거리 운동에 솔선수범하며 아이들, 부모들, 가족들 그리고 주 민들이 열린 의식을 하고 있었다. 또한, 괴산의 친환경 농부들이 생산자회를 탈퇴하며 관행농법 으로 가는 반면, 서귀포시는 생산자회뿐만 아니라 샵인샵 정책을 통해 주변 농가와 생산업자가 협업하며 책임농업 및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쿱스토어동홍점 점장 인터뷰, 2021년 8월 4일).

63) 혁신성은 사회적기업이 가진 취약한 자원의 한계를 뛰어넘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 에 추구하는 데서 오는 조직 내외부의 긴장과 갈등을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강수영, 2013). 하지

상 좋은 공동체로 가려면 차별폐지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Ostrom, 2010). 마을 공동자원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마을의 경제 동향을 생성하고, 유지하며, 소멸시 키고 해체하는 과정을 겪는다. 한때 바다목장의 미역이 제주의 주산업이었다가, 1968년 부산 기장 미역의 등장으로 주산업이 감귤 산업으로 변화했다(박혜영, 2016). 지리적으로 부챗살 형태로 중산간에서 해안가로, 곳자왈과 오름과 올레가 이어지는 목장과 바다밭 주변으로 감귤나무가 성장하였다. 이를 보존하는 병풍 경관 이 돌담의 가치, 동백나무와 삼나무의 가치를 동반하였다. 여러 문화가 결합하여 시 너지를 내기는 하지만, 역사적 배경으로 장소 상실을 겪은 제주인들에게 문화는 고 정된 것일 수 없다(Huh, 2021). 그래서 제주의 특성은 부존자원, 감귤나무, 공동목 장, 마을 공동어장이 경제적으로 재현되는 공간으로 볼 수는 없는지 고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