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적 방향성을 제안해 보려 한다. 첫 번째는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의 구축과 운영, 두 번째는 공론장(public sphere)을 활성화하는 것이다.142) 다원적 민주정치체제하에서 문제 해결은 갈등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정치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두 정책적 대안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환경오염피해 구제를 중심으로 한 법적 측면을 검토할 것이다.
가.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출발조건과 설계요소
1) 출발조건
오염피해자들의 삶을 복구하기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는 정부와 피해자, 시민사회의 다양 한 행위자들이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적 조정기구 혹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행위자(혹은 이해당사자로 부르던)들 사이에 동원할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 지식과 정보 등에 있어 ‘권력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즉 행위자들이 동등한 상태에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
142) 거버넌스는 참여하는 행위자들 사이의 협력을 전제로 성립되기 때문에, 거버넌스 앞에 ‘협력적’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협력적이라는 단어를 거버넌스와 함께 사용하는 이유는, 형식적 참여가 아닌 실질적 참여, 그리고 행위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설계, 운영할 것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라는 용어를 학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Ansell and Gash, 2008).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피해자의 삶을 복원하기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제안은 Ansell and Gash(2008)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을 참고하였음을 밝혀 둔다.
100 ∣ 피해자 삶의 복원을 위한 환경오염피해의 사회모델 개발: 오염공동체 사례를 중심으로
기 때문에 거버넌스 과정은 상대적으로 더 강한 권력을 지닌 행위자들에 의해 조정될 가능 성이 높다.143) 이때 권력이 약한 행위자의 입장에서 보면, 거버넌스는 형식적 참여에 불과 하며 오히려 주도권을 갖고 있는 강한 행위자의 행동과 결정에 정당성만을 제공하게 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오염피해지역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 및 집단에 편중되는 경 향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정부 및 가해기업에 비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양과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조직화 수준 또한 낮다. 따라서 오염피해자들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서 는, 이들의 취약한 자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참여자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가 협력적 방식으로 운영되어, 사건 해결에 주요한 영 향을 미친 것도 피해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부족한 자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전문가와 지역 NGO들의 참여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해소는 협력을 통한 문 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여 권력이 약한 행위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오염피해자 삶의 복원 을 위한 거버넌스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조정제도로써의 위상을 분명히 하고,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주의 관점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ㅇ 오염피해자 삶의 복원을 위한 거버넌스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조정기구 로써의 위상을 분명히 해야 함(피해자 중심주의)
ㅇ 오염피해자들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취약한 권력자원을 보완’하는 방 향으로 거버넌스 참여 행위자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음. 이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 행위 자의 권력의 이점을 상쇄시켜 균형을 맞추는 것임
2) 설계요소
피해자 삶의 복원을 위한 성공적인 거버넌스 설계요소로 참여 포괄성(participatory inclusiveness), 포럼 배제성(forum exclusiveness), 명확한 기본규칙(clear ground rules), 과정 투명성(process transparency) 등을 제안할 수 있다.144) 참여 포괄성과 포럼 배제성은 성공적인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참여자의 범주와 관련된 것이라면, 명확한 기본규 칙과 과정 투명성은 절차적 정당성 및 상호 간의 신뢰 형성과 연관된다.145)
143) Ansell and Gash(2008), p.551.
144) Ansell and Gash(2008), pp.555-557.
제5장 결 론 ∣ 101
먼저 오염피해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참여 포괄성).
특히 특정 오염피해 집단이 배제되지 않는 포괄적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배제되는 피해집단이 존재한다면, 거버넌스에는 심각한 정당성의 문제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또한 배제된 집단이 대안적 포럼(alternative forum) 혹은 모임을 만든다면, 이는 기존 거버넌스 와 충돌하여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포럼 배제성). 문제는 피해집단과 비피해집단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의 정도를 두고 피해자들 사이에서 의견 대립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피해집단 간의 갈등으로 비 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사건으로부터 떨어져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전문가 및 NG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부족한 자원을 보완해 주는 것을 포함해, 피해자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오염피해자들은 ‘분노와 냉소’라는 극히 상반된 심리적 프레임 속에서 상황을 인 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들은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 자신들의 발언과 주장이 얼마나 공정하게 취급받고 있는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요한 의사 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특정 집단의 거래가 아니라 공적인 협상의 산물임(과정의 투명성)을, 그리고 명확하고 일관된 규칙 적용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거버넌스의 과정이 공정하고 개방적이라 는 것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명확한 기본규칙).146)
ㅇ 오염피해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하면서도 단일한(혹은 통합력 높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함
ㅇ 거버넌스의 운영과정이 공정하고 개방적일 것, 그러면서 주요한 의사 결정이 밀실거 래가 아닌 공적인 협상의 산물일 것
나. 오염피해 공론장의 활성화
1) 오염피해 공론장의 기능
오염피해자들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운영한다고 해도,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145) Ansell and Gash(2008), pp.556-557.
146) Ansell and Gash(2008), pp.556-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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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성원들은 상대적으로 각 지역 또는 집단에서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리더 중심의 참여는 이들 자신들을 대표하는 지역 및 집단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인해 효율적으로 논의하고,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거버넌스에 참여하지 않는 다 수의 피해자들과의 소통의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거버넌스와 다수의 피해자들 사이의 소통의 부재는 의사결정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거버넌스에 대한 냉소적 생각만을 확산시킬 뿐이다. 즉 거버넌스는 얼마든지 유사 대의기구(pseudo-representative organization)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리더 중심의 거버넌스는 보통의 피해자 또는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장’
과 소통하고 견제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론장은 ‘공적 논쟁과 토의의 장으로서 다수의 공식적·비공식적 공간’을 의미한다.147) 공론장의 개념을 발전시킨 하버마스는 공론장은 제도나 조직, 체계가 아니라, 외적으로 개 방적이고 변화 가능한 “의견들의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로 표현했다.148) 하버마스에게 공론 장은 공적 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으로, 외부의 강제 없이도 개인의 주관적 견해 를 극복하고 타당한 주장의 상호인정을 통해 더 좋은 공론을 형성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일반 시민도 공적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이성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하버마스의 논증에 기초하여 다양한 숙의민주적 방법론(공론화 기법)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방법론을 활용한다면 거버넌스와 오염피해 공론장의 유기적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ㅇ 다수의 피해자 및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음 ㅇ 다양한 숙의민주적 방법을 공론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기법으로 활용
2) 다양한 숙의민주적 방법론의 적용
오염피해 공론장의 활성화를 위해 사용 가능한 숙의민주적 방법론을 제안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공동사실조사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학적·기술적 정보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 가와 함께 이해당사자들도 참여하여 그 사실을 명확히 하는 방법론이다. 따라서 오염피해의 원인과 피해를 규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시나리오 워크숍은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상황에 대비하여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와 함께 공동의 미래 비전을
147) 앤서니 기든스, 필립 W. 서튼: 김봉석 역(2015), p.294.
148) 위르겐 하버마스: 한상진, 박영도 역(2007), p.479.
제5장 결 론 ∣ 103
104 ∣ 피해자 삶의 복원을 위한 환경오염피해의 사회모델 개발: 오염공동체 사례를 중심으로
낮고 실제 적용된 판례도 극히 드물다.149) 한편 2016년 제정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물, 해양 등에 폐기물, 가축분뇨, 토양, 화학물질, 소음·진동, 잔류 성 오염물질 등을 배출하는 시설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생명·신체(정신적 피해를 포 함)150) 및 재산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151) 개별 매체법(「토양환
낮고 실제 적용된 판례도 극히 드물다.149) 한편 2016년 제정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물, 해양 등에 폐기물, 가축분뇨, 토양, 화학물질, 소음·진동, 잔류 성 오염물질 등을 배출하는 시설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생명·신체(정신적 피해를 포 함)150) 및 재산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151) 개별 매체법(「토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