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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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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2: 한・미 FTA 통신분야 개방효과와 전망 141 고 상용화시켜 세계적 데이터 통신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 였다.

Wi-bro와 WIPI는 지난 수년간 한・미 간의 주요 통상현안이었다.

미국은 이들 기술표준이 정부가 주도하여 외국기업에게 기술장벽을 쌓는 것이라고 정부의 개입을 비난해 왔다. 이러한 통상공세를 의식 한 한국정부는 정부출연기관인 전자통신연구소(ETRI)로 하여금 기초 기술만 개발하게 하고 상용화에서는 뒤로 빠져 민간업체들이 나서 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삼성전자와 ETR가 주도한 Wi-bro는 2004년 12월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고 1년 후에는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으며, 2006년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성공적인 시연을 거쳐 2006년 8월에는 미국 Sprint와 미국에서의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이러한 초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Wi-bro 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가속화되는 통신산 업의 기술경쟁구도 속에서 정부주도의 표준정책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음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142 한・미 FTA 주요 쟁점 분야별 협상 동향 및 영향 분석

먼저, 두 번째 문제부터 살펴보자. 통상협상에 임하는 정부가 상 대국가가 국내적으로 정하는 표준이 ‘위장된 통상장벽’(disguised trade barrier)으로 기능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은 저명한 협상목표이다. WTO 이전의 GATT 체제에서 이미 도입된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협정 은 이러한 협상목표의 귀결이기도 하다. TBT 협정은 “기술관련 규제 가 정당한 정책목표 성취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무역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technical regulations shall not be more trade-restrictive than necessary to fulfill a legitimate objec tive).”고 규정하고 있다.10) ‘국가안보, 기만적 관행, 인간의 건강 및 안전, 동식물 생명 또는 건강, 환경의 보호’가 정당한 정책목표의 예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금지된 보조금이 아닌가 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당연히 보조금이지만, 합법적인 보조 금이다. WTO 보조금 및 상계관세 협정에는 정부의 R&D 지출은 허 용되는 보조금이며, WTO 회원국이 제소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연구비의 75%, 개발비의 50%까지 정부지출은 허용된다.11)

한국정부가 통신표준에 개입하는 것이 통신사업자의 자율성을 침 해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WTO 서비스협정(GA TS: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은 기술표준이나 사업자 허가기준이 “객 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근거하고 있고”(based on objective and transparent criteria),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부담스럽지 않아야”(not more burdensome than nec essa ry t o ens ure t he quality of the service)된다고 규정하고 있다.12) WTO 서비스협정의 일부인 통신부

10) WT O TBT 협정, 제2조 2항

11) WT O 보조금 및 상계관세 협정, 제8조 12) WT O 서비스 협정, 제6조 4항

연구 2: 한・미 FTA 통신분야 개방효과와 전망 143 속서(Annex on Telecommunication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통신망 사이, 통신서비스 사이의 연동성”(inter-operability of telecommunications networks and services)을 요구하는 것은 적법한 규제조치임을 분명히 하고 있 다.13) 정부가 주도해서 기술기준을 만들어 내든 시장에서 살아남은 표준을 사업자에게 강제하든 통신사업자들 간의 서비스 호환성을 위 한 목적이라면 정당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를 끌어낼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통신분야에 정부가 정당한 정책목표 수 행을 위해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결론에 도 달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부의 개입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 부개입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TDX, CDMA, IMT2000, WIPI, Wi-bro로 이어지는 기술개발에서 한국정부는 성공도 했고 실패도 했다. 무모한 선택이라고 가슴 졸였지만, 결과가 좋아 서 그 선택이 사후적으로 정당화된 적도 있다. 거꾸로, 최초의 성공 에 환호했지만 결국에는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아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경우, 방대한 국내시장 덕분에 표준에서의 기업 간의 경쟁으로 인한 비용이 정부개입의 비용보다 더 적다는 선험적인 판 단으로 정부가 표준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면, 협소한 국내시장보 다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해야 되는 한국의 경우 보조금 등을 주요 정책수단으로 하는 정부개입의 혜택 가능성은 미국의 그것보다는 더 클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국책연구기관-기업의 R&D시스템은 한국이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중요한 국가전략이다. 핀란드가 협 소한 국내시장을 초월하여 Nokia 하나로 온 국민을 먹여 살릴 만큼 된 것도 GSM이라는 유럽표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동통신 13) 통신부속서 5 (f)

144 한・미 FTA 주요 쟁점 분야별 협상 동향 및 영향 분석

기술이 유럽보다 낙후된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을 너무 시장에만 맡겨 두어서 서로 연결되지 않는 표준들이 난립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많 다. 미국처럼 방대한 국내시장도 없고 EU처럼 통합된 시장도 없는 한국이 그동안 쌓아 올린 통신기술을 가지고 국민들을 먹여 살리려 면 여전히 정부는 기술개발을 독려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한다.

정부가 기술선택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것은 국제통상협정에서 이미 인정되고 있는 정책수단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국에서의 기술표준에 정부역할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 적으로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정부개입의 효율성을 높이기 어려움을 최근의 사례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정부주도형 기술개발에서 정부는 조력자로, 때로는 연구개발 환경 조성자로서, 상황에 맞게끔 적절하게 다양한 역할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 기술표준 논의는 정부역할의 범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구 2: 한・미 FTA 통신분야 개방효과와 전망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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